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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콘테스트][부산] 세트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휴가를 좋아하는 거다!

작성자
벨라네제
캐릭터
바이올렛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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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01
  • view6848


 "휴가? 그거 선생님 녀석이 갖고 싶어하던 거다! 그런데 그거 세트도 주는 거냐?"
 사냥터지기성 인근 공항, 부산으로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 볼프강이 유난히 들떠있는 모습을 궁금해하는 세트에게, 이미 준비를 마치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앨리스가 그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물론이에요. 아직 총장의 위치를 완벽히 파악하지는 못한 관계로 부산에 도착해도 바로 작전에 들어갈 수 없거든요. 그동안 잠깐 휴가를 줬으면 좋겠다고 김재리 씨가 임시지부장님께 강력히 건의하신 모양이더군요. 덕분에 우리 사냥터지기팀 모두가 짧게나마 쉴 수 있게 되었답니다."


 "똑똑한 녀석 덕분에 세트도 휴가란 걸 받아볼 수 있는 거구나. 전에 봤던 착한 연구원 녀석을 빼고는 연구원 녀석들은 다 나쁜 줄 알았는데 세트가 잘 못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헤헤"


 앨리스의 도움을 받아 여행 준비를 마치고 수송기에 올라탄 세트는 볼프강과 같이 한껏 들떠있었다. 진짜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볼프강이 수송기 안에서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하자 세트도 노숙생활 중에 주워들었던 노래를 신나게 불렀다. 중간에 끼여든 소마를 포함한 셋은 흑지수가 조용히 좀 하라고 빽빽 소리를 지르는 것도 무시한 채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신명나게 노래를 불렀다.





 새하얀 모래사장, 깨끗하고 푸른 바다. 사냥터지기팀은 부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해운대를 찾아와 있었다. 파이와 앨리스는 그들이 일단 짐을 숙소에 정리한 후에 놀길 바라고 있었으나 수송기 문이 열리자마자 볼프강은 지갑과 미리 준비해둔 수영장비, 검은책만 챙겨서 뛰쳐나가버렸다. 그런 그를 본 소마와 세트도 짐을 무시하고 달려나가 버렸고 루나도 쭈뼛쭈뼛 파이와 앨리스의 눈치를 보다가 약간의 물건을 챙겨서 빅터와 함께 내빼버렸다.


 앨리스와 흑지수는 그런 그들을 보며 어이없어 하다가 파이와 김재리가 모두의 짐을 숙소로 옮기고 있는 걸 보고는 한숨을 쉬며 짐정리를 돕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빨간 마이요 차림의 세트는 한동안 눈이 휘둥그레해져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연구소를 빠져나와 노숙생활을 할 때 강 정도는 본 세트였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은 처음이었다.
 '안나도 이걸 봤으면 좋았을텐데......'



 "야! 전학생! 그만 멍하니 있고 와서 거들어!" 바다 구경에 정신이 팔린 세트에게, 루나가 가져온 파라솔을 세우고 있던 소마가 꽥 소리를 질렀다.


 "아...? 아! 아라따, 분홍아!"


 "뭐 완전무결한 나만 있어도 해수욕 준비 정도는 가뿐하지만 이런건 같이 해야 더 재미있으니까."


 학교수영복 같은 파란색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루나가 빅터와 함께 돗자리를 펴면서 말했다. 세트도 분홍색 래시가드를 입은 소마와 함께 다른 돗자리를 깔았다. 2분대 아이들과 빅터는 들뜬 마음을 여전히 감추지 못하고 놀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실실거리고 있었는데 정작 가장 흥겨워하던 볼프강은 트렁크 수영복 하나만 입은 채로 해안가에 쭈그리고 앉아서 침울한 표정으로 모래 위에 미녀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그림을 완성하기도 전에 바닷물이 밀려와 그의 그림을 지워버렸다. 그러나 볼프강은 계속 우울 오라를 내뿜으며 그림을 그렸다.


 "저기 선생님 녀석은 왜 저러냐? 동전인줄 알고 주운 것이 병뚜껑이었다던가 그런거냐?"
 그런 그를 본 세트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냐아냐, 볼프쌤은 해수욕장에 오면 비키니입은 미녀들이 득실거릴 줄 알고 있었는데 우리들 뿐이라서 그래." 소마가 킥킥거리며 대답했다.
 
 "이 쪽에서도 차원종이 나타나서 모두를 안전구역으로 피신시킨 모양이야. 나야 붐비지 않아서 좋지만...파라솔들도 엄청나게 세워져 있었다고 하던데 그것들까지 치워버린 건...흠......" 루나가 가져온 짐에서 상어모양 튜브를 꺼내며 말했다. 그녀들의 말을 가만히 듣던 세트가 볼프강 쪽으로 걸어가 그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했다.


 "세트는 미녀가 뭔지 안다. 미녀, 곧 올테니 힘내라, 선생님 녀석아."


 "뭣? 진짜야? 미녀가 온다고?" 볼프강이 눈을 번득였다.


 "그래! 세트는 미녀라는 것이 파이라는 걸 안다! 파이 곧 올거다!"


 세트의 자신있는 말을 들은 볼프강의 우울 오라가 극심해졌다. 마치 땅을 파고 들어갈 것 같은 섬뜩하고 침울한 기운에 세트는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자신이 뭘 실수한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선생님 녀석아, 기운내라...! 세트가 아주 좋은 걸 줄테니까, 이거 너무 멋져서 세트가 가지려고 했는데 특별히 주는 거다!"


 세트는 퉁한 표정을 짓고있는 볼프강의 손을 펼치고 그 위에 뭔가를 쥐어주었다. 볼프강이 손을 펼쳐보니 죽은 게 껍데기가 놓여있었다. 그는 쭈그려 앉아있던 포즈 그대로 옆으로 발라당 쓰려져 미동도 하지않았다.
 



 "서...선생님 녀석이 죽었어...!"
 세트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런 그녀를 어느새 달려온 소마가 번쩍 들어 안고 달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상어 튜브를 든 루나와 빅터도 달려와 바다에 뛰어들었다.


 "볼프쌤은 죽어있게 놔두고 놀자! 바다에 왔으면 물 속에서 놀아야 한다고 들었어!"


 "이 물 이상하다! 짜다!"


 "아하하하, 더 마셔봐, 세트. 에잇!"


 루나가 세트에게 물을 뿌리자 세트와 소마도 서로에게 물을 끼얹으며 놀기 시작했다. 빅터가 중간에 뛰어들어 마구 발장구를 치자 세 소녀는 물을 한바구니씩 마시고 흩어져 달아났다.
 



 그녀들은 헤엄을 못쳐서 상어튜브를 타고 있던 루나를 쫓아가 물에 빠트리려고 하거나 비치볼을 꺼내와 서로에게 패스해가며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가 지친 그녀들이 모래성을 만들고 있을 때, 검은색, 보라색 비키니를 입은 흑지수와 앨리스, 연파랑색 모노키니를 입은 파이와 볼프강과 모양은 같지만 색이 다른 트렁크 수영복을 입은 김재리가 나타났다.


 "짐 정리도 안하고 도망가버리면 어떡하나요! 자신들의 짐은 스스로 정리해야하는 겁니다!" 파이는 도착하자마자 2분대 아이들에게 꾸중을 했다. 2분대 아이들이 잘못했어요 하면서 시무룩해 있는 동안 흑지수와 앨리스, 김재리는, 양 다리를 양팔로 감싸고 옆으로 넘어져있는 볼프강이 살아있는 건지 살펴보고 있었다.


 "아니...이 녀석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볼프...저기... 살아있어요?"


 앨리스가 볼프강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했지만 볼프강은 반응이 없었다. 마치 시체인 것 같았지만 좀 더 가까이 가보니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와 그가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볼프...볼프, 미안하지만 뭐라고 하는지 잘 안들리는데요. 좀 더 크게 말해 주시겠어요?"


 "미녀가....없어......해수욕장에....미녀가...없어....이건 휴가가...아냐..."


 "지금 여기 미녀가 세명 왔으니까 일어나보세요. 선생님이 그러고 있으면 아이들이 마음놓고 놀 수가 없잖아요." 
 앨리스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말했다. 흑지수도 그녀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세 사람......미녀? 풉. 미녀, 아냐."

 볼프강이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좋아. 던지자." 흑지수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게 좋겠네요."


 "그럼 제가 양다리를 잡을까요?" 무슨 일인가하고 다가왔다가 볼프강의 말을 들은 파이가 분노로, 미소띈 표정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며 말했다.


 "음? 살기?"


 심상치않은 기운을 느낀 볼프강이 우울 태세를 해제하고 옆에 놔둔 검은 책으로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나 검은 책이 순식간에 얼어버렸기 때문에 책을 집을 수 없었다. 그 순간 흑지수는 볼프강의 양 다리를, 앨리스는 그의 양 팔을 붙잡고 휙휙 흔들다가 바다로 냅다 던져버렸다.


 "커윽...푸헉헉!" 볼프강이 허우적거렸다. 그는 다시 해안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바로 흑지수와 앨리스, 파이가 바다에 뛰어들어서 그에게 물을 퍼붓기 시작했으므로 그럴 수가 없었다.


 어른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노는 걸 본 2분대 아이들도 모래성을 냅둔 채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 김재리가 주섬주섬 음식 준비를 하는 동안 사냥터지기팀들은 바다에서 풀렸던 피로가 다시 쌓일 정도로 신나게 놀아재꼈다.






 "볼프, 어때요? 기분이 좀 풀렸어요?"
 하늘과 바다는 이미 붉게 물들어 타는 듯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는 시간, 한참 놀다가 배가 고파져서 뭍으로 올라온 볼프강에게 김재리가 말했다. 볼프강은 처음에는 여성들과 빅터에게 물벼락을 맞아서 익사의 위기에 처했었으나 이윽고 그들과 함께 신나게 놀아버렸던 것이었다.


 "흠...글쎄 저녁식사가 어떨지를 봐야 알겠는데, 재리."


 볼프강이 뭐 주워먹을 거 있나하고 취사장을 기웃거리는 동안 흑지수와 파이, 앨리스가 김재리를 도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취사장에 따라들어온 세트가 두리번 거리다가 말했다.


 "어...어? 똑똑한 녀석이 세트 밥을 만드는 거냐? 맛있는 녀석은 어딨냐? 그 녀석이 만든 밥이 맛있는데......"
 
 "네? 맛있는 녀석요? 아, 샤오린 씨 말이군요. 지금 부산은 총장때문에 계엄령이 내려진 상태에요. 민간인분들을 함부로 데려올 순 없죠. 저도 레시피만 있으면 요리를 할 수 있으니까 기대해주세요. 세트."
 
 "아라따! 조금 아쉽지만 똑똑한 녀석이 만드는 밥도 기대하겠다!"


 2분대 아이들도 모두 취사장에 들어와서 요리를 도우려고 했지만 앨리스가 자신이 쓰던 식칼에 베여서 손이 피투성이가 되자, 아이들도 벌벌 떨면서 앨리스와 함께 물러났다. 그리고 계속 재료를 주워먹던 볼프강도 흑지수에게 엉덩이를 차이며 취사장 밖으로 쫓겨났다.

 
 취사장 밖에서 소마와 세트는 밥! 밥!이라고 외치며 어슬렁거리고 있었고 루나는 그런 그들에게 금방 안먹는다고 죽는 것이 아니니 좀 참으라고 하고 있었다. 그러던 루나는 자기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걸 소마에게 들키자 그 둘과 같이 밥! 밥!이라고 외치며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누워서 잠깐 자려던 볼프강은 앨리스가 밥먹을 준비를 같이 해야하지 않냐고 잔소리를 퍼붓자 시무룩한 표정으로 식탁을 닦기 시작했다.

 
 "자 식사준비 끝났어요. 밖에서 먹죠."
 요리가 끝나자 김재리와 흑지수, 파이가 냄비와 요리 접시들을 들고 나와 식탁에 올렸다. 2분대 아이들과 볼프강이 와~하고 소리를 지르며 냉큼 식탁 의자에 앉았다. 앨리스가 요리를 돕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자처해서 요리를 접시에 담아 나눠주었다.


 "음? 잠깐, 이게 뭐지? 이런데선 당연히 바비큐 아냐? 이건 한국식 바비큐같지도 않은데?"


 자기 앞에 놓인 요리접시를 본 볼프강이 투덜거렸다. 그의 앞에 놓인 큰 그릇에는 하얀 스튜가 담겨있었고 중간 크기 접시에는 팬케이크 비슷한 것이 놓여져 있었다.
 
 "바비큐보단 이 지역에서 유명한 요리가 좋을 것 같아서 임시지부장님과 서...서지....알파퀸님께 여쭈어 보았어요."


 "내 눈치 볼 거 없어, 재리. 그 쪽과 난 다른 사람이니까." 흑지수가 팔에 턱을 괸 채 다른 곳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김재리가 다시 볼프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을 이었다.


 "그 스튜같은 건 돼지국밥이라고 한다네요. 돼지랑 여러가지 양념을 넣고 푹 끓인 건데 그 작은 접시들에 내놓은 양념들이나 파마늘 등을 취향에 맞게 넣고 드시면 돼요. 하아...그걸 만들기 위해 어제부터 계속 끓이고 있었어요."
 
 "수송기 안에서 혼자 뭔가 한다고 했더니 이걸 만들고 있던 거였군."


 김재리가 볼프강에게 하는 설명을 듣던 세트가 자기 앞에 놓인 다대기, 부추무침, 파와 마늘을 전부 국밥에 쏟아넣었다. 김재리가 깜짝 놀라며 너무 짜면 넣으라고 국물을 담은 그릇을 건네 주었다.
 막 돼지국밥을 퍼먹으려던 세트는 파이와 흑지수가 잘 먹겠습니다하고 중얼거리는 걸 듣고 잠시 손을 멈췄다. 그러고는 세트 자신도 '잘 먹겠따!'하고 외치고는 맛나게 국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세트처럼 국밥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 소마와는 다르게 돼지국밥 특유의 강렬한 냄새때문에 차마 먹지 못하고 있던 루나가 세트에게 물었다.


 "저기, 세트, 그거...맛있어?"
 
 "응! 맛있다! 세트는 지금까지 주로 먹었던 것이 연구원 녀석들이 줬던 거나 쓰레기통에 있던 맛없는 것들 뿐이라서 웬만한 밥은 다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이건 맛있는 녀석이 만든 것 만큼이나 맛있다! 헤헤."


 루나는 세트의 말을 듣고서도 돼지국밥에 손을 대길 망설이다가 그냥 세트 입가에 묻은 음식만 티슈를 꺼내 닦아주었다. 그러던 그녀는 배에서 아우성이 들려오자 국밥 옆에 놓여있는 팬케이크같은 것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재리...여기 옆에 있는 건 뭔가요? 내...냄새는 괜찮은 것 같은데..."


 "그건 씨앗호떡이라는 거예요. 밀가루 반죽에 계피가루랑 흑설탕, 견과류등을 넣고 구운 건데 굽는 방법에 대한 자세한 레시피를 못 구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먹을만 할 거예요."


 국밥을 먹던 김재리가 만면에 미소를 띄며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설명을 들은 루나는 빵같은 건가보군 하면서 한장을 들고 냉큼 깨물었다.
 


 "아 뜨거!" 안에 녹아있는 뜨거운 흑설탕에 혀를 덴 루나가 바둥거리다가 파이가 재빨리 건넨 냉수를 마시고서야 진정했다. 그녀는 완전무결하다고 볼 수 없는 방금 행동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배도 고프고 맛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는지 호떡을 다시 먹기 시작했다. 물론 한입 먹을 때마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호호 불어서...





 
 끝까지 돼지국밥에는 손을 못대고 씨앗호떡만 먹은 루나와 앨리스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돼지국밥과 호떡을 배불리 먹었다. 빅터역시 돼지국밥을 양껏 먹고, 남은 돼지뼈까지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바비큐가 아니라고 계속 투덜대던 볼프강도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돼지국밥과 호떡을 먹었다. 모두가 포만감에 취해있는 동안 호떡을 올려두었던 접시를 혀로 싹싹 핥던 세트가 김재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똑똑한 녀석아, 밥은 이게 끝이냐? 세트는 조금 더 먹고 싶은데..."


 "그런가요? 음... 과일이라면 좀 있을 거예요. 그거라도 가져올게요. 미안해요, 세트. 돼지국밥에 정신이 팔려서 준비가 부족했네요."



 "잠깐, 재리."
 김재리가 막 일어나려하는 참에 갑자기 흑지수가 그를 멈춰세웠다.


 "그냥 과일이면 재미없지. 다른 게 생각났어, 금방 만들어 오지, 파이 잠깐 나좀 도와주겠어?"


 "물론 도와드려야죠, 헤이! 그런데 뭘 만드실 거죠?"


 "자자, 취사장에 들어가서 알려줄게."

 



 두 사람이 취사장에 들어가서 요리를 하는 동안 세트는 부푼 기대감에 설레고 있었다. 몇분 안돼서 두사람이 커다란 그릇 두개를 나눠들고 식탁으로 돌아왔다 그들이 만들어 온 건 빙수였다.


 "우와! 까망아, 이건 뭐냐? 눈을 먹는 거냐?"

 빙수를 본 세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루나와 소마도 빙수를 보고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눈이라...비슷한 거라고 해야하나? 이 눈 같은 것에 여기 따로 만든 과일시럽과 과육을 올려 먹는거야, 아주 달콤하고 시원하고 맛있지!"


 흑지수의 말을 들은 세트의 눈은 티나 비-임을 쏠 수 있을 것 같을 정도로 반짝였다. 흑지수와 파이가 빙수를 그릇에 담는 동안 세트와 소마는 와~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파이를 데려간 건 얼음을 만들기 위함이었군요." 김재리가 빙수 그릇을 받아들며 말했다.


 "그래, 재리. 얼음도 만들고 시럽을 단숨에 식히는 데도 큰 도움이 됐지." 흑지수가 씨익 웃으며 말하자 파이도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며 하하하고 웃었다.



 "차갑다! 달다! 세트, 이런 거 처음 먹어본다! 맛있는 녀석도 이런건 안 만들어줬었는데!"
 세트가 과일빙수를 마구 퍼먹으며 외치다가 찬걸 급하게 먹어서 머리가 징-하고 울리는 지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마침 소마도 그녀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기에 모두는 웃음을 터트렸다.

 



 
 식사를 마치고 부른 배가 꺼지도록 잠시 쉰 2분대 아이들은 어른들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 빅터와 함께 다시 물에 뛰어들어 놀았다. 뒷정리를 마친 1분대와 앨리스, 김재리는, 아이들이 노는 걸 보며 빙수를 만들고 남은 과일들을 안주삼아 흑지수가 몰래 챙겨온 맥주를 마셨다. 파이와 앨리스가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언제 차원종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에 술을 많이 마시면 안된다고 만류했으나 볼프강과 흑지수가 괜찮아괜찮아를 연호하면서 그 두사람에게 계속 맥주를 권했다. 집요하게 권해서 별 수 없이 한모금 두모금 마시던 파이와 앨리스는 완전히 취해버렸다. 그리고 흑지수와 볼프강은 그 두사람에게 술을 먹인 걸 후회했다.


 "있죠, 지수씨. 제가 말이죠오, 관리직이잖아요. 흑흑, 맨날 위아래로 끼여서 고통받다가 말이죠오... 총장놈이 일만 벌려놓고 책임은 하나도 안지고 도망쳐버리고 말예요..엉엉. 하다못해 그 총장 자리라도 제가 가졌으면 그나마 마음이 놓였겠는데요...아니 왜 다른 팀에서 상사가 오냔 말이에요... 힘들어요. 저도 힘들어요. 흑흑. 지수씨, 제 말 듣고 있어요?"


 "아아니 선붸. 선붸는 일이 우스워요? 왜 허구한날 일 내팽겨치고 놀러다닐 생각만 하는 겁뉘까? 아까도 요기 부솬에 도착하자마쟈 열심히 튀던데, 아뉘 그럼 짐은 누가 치우나? 그리고 미녀가 그렇게 좋아여? 하롸는 일은 안하고 맨날 그 뭐야. 브알? 부이뢀? 그런 걸로 정숙취 못한 여인네들 살갗이나 보고있꾸 말입니다. 일이 우스워요? 아니 내가 우습냐? 선붸는 좀 맞아야 해요. 우씨."


 앨리스는 흑지수를 붙들고 자신의 신세타령을 해대며 계속 훌쩍였고 파이는 취권같은 몸동작으로 볼프강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왜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놀 생각만 하냐며 잔소리를 해댔다.



 2분대 아이들이 다시한번 놀다가 지쳐서 해변으로 올라올 때까지 앨리스는, 그녀에게서 벗어나려다가 등 뒤에서 붙잡혀 넘어진 채로 귀를 막고 있는 흑지수의 등짝에 머리를 파묻고 울다가 잠들었고, 파이는 볼프강의 머리에 혹이 날 때까지 쥐어박으며 설교를 하다가 뒤로 발라당 넘어져 잠이 들었다.


 그 두사람이 깨지 않아서 짐 정리 부담이 늘어난 데다가, 결국 숙소까지 두사람과 짐을 들어야 했던 볼프강과 흑지수는 다시는 둘에게 술을 먹이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한 흑지수는 별 수 없이 혼자 파이와 앨리스를 잠자리까지 옮겨다 눕혔다. 안그래도 놀고 짐을 옮기고 해서 체력이 다 빠져있던 흑지수는 힘들게 눕혀놓은 두사람 위에 풀썩 쓰러져 그대로 잠이 들었다. 
 



 볼프강과 김재리도 피로하고 졸렸기에, 방에 들어오자마자 잠들어버린 빅텨 옆에 요를 깔고 바로 잠을 자려고 했다. 그러나 2분대 아이들이 있는 옆방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울려퍼져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화가난 볼프가 옆방으로 가서 문을 벌컥 열자 그의 얼굴에 베개 하나가 쓍하니 날아들었다. 2분대 아이들은 휴가가 하루뿐이라는 점이 못내 아쉬웠는지 지쳤으면서도 바득바득 베개싸움을 하고 있었다.


 "앗! 볼프쌤! 같이 베개싸움하며 놀아요!"


 "선생님 녀석아, 같이 놀자!"


 "잠깐! 너희들 위상력써서 던지는 건 안 된다니까! 선생님 얼굴이 망가졌잖아."


 난데없이 베개에 안면을 얻어맞고 얼굴이 망가졌다는 소리까지 들은 볼프강은 분노를 참기위해 위상력을 써야할 정도였다. 그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걸 참으며 손가락으로 바닥에 대충 깔려있는 요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 워.  자,  당. 장."



 2분대 아이들은 볼프강의 얼굴에 서려 있는 분노를 눈치채고 베개싸움을 중지하고 자야하는 건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곧 소마가 기도하듯 양손을 포개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볼프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볼프쌤, 우린 아직 한창 뛰어놀 나인데 하루도 채 못 노는 건 너무너뮤 슬퍼요. 조금만 더 놀다가 자면 안될까요오? 제발요....네?"


 "아...안돼, 어서 자!" 볼프는 가까스로 소마의 눈빛공격을 막아내었으나 소중한 제자의 간청에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엿보였다. 그걸 눈치챈 루나가 곧바로 가담했다.


 "소마...그만하자, 우린 어차피 어른들이 지시하는 대로 놀지도 못하고 차원종이나 사냥해야할 입장이잖아. 선생님께서 우리들을 조금 더 놀 수 있게 허락해주시면 정말 좋겠지만 우린 어른들의 사정에 따를 수 밖에... 선생님, 우린 괜찮아요. 슬프지만 참고 바로 잘게요. 나중에....언젠가...우리가 어른이 됐을 때나 놀면 되겠죠..."
 
 루나의 말에 볼프강은 죄책감에 의해 큰 타격을 입었다. 아이들의 마음과 자신의 평온한 수면을 저울질하던 볼프강은 아이들의 마음 쪽으로 저울이 크게 기울고 있음을 느꼈지만 자신의 몸에 쌓인 피로감이 겨우겨우 저울을 붙들고 있었다.
 세트는 딱히 소마와 루나가 꾀하는 일이 뭔지 몰랐으나 루나의 말을 듣고는 처량하게 한마디를 했다.


 "그렇구나... 연구소에 있을 때도 길거리를 돌아다닐 때도 차원종을 사냥할 때도 세트는 맘껏 놀아보질 못했다. 휴가란 걸 받으면 신나게 놀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세트가 잘못 안 것이였구나..."


 말을 마친 세트가 나라를 잃은 것마냥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세트의 순수한 말 한마디는 볼프강의 마음의 저울을 한쪽으로 쓰러트리는 것에 결정적인 타격이 되였다.


 "아...아니...저...그...아직 새벽도 아니고 조금이라면 더 놀아도 될 것 같기도 한건 아닌 것 같기도 하진 않지만......"
 볼프강은 이미 함락된 상태였지만 자고싶다는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외침이 아슬아슬 확답을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본 소마가 자신의 짐을 뒤적여서 뭔가를 꺼내와 볼프강의 손에 쥐어주었다. 
 
 볼프강이 손을 펴보니 귀마개 한쌍이 놓여있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볼프쌤!" 소마가 활짝 미소지으며 막타를 쳤다.
 볼프강은 귀마개만 바라볼 뿐, 말을 잇지 못했다.


 "아.....네.....그....안녕히 주무시겠습니다....." 볼프강이 손에 놓인 귀마개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자신이 뭔소리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중얼거리면서 터덜터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온 그는 새근새근 자고 있는 김재리와 빅터를 깨워서 화풀이를 할까 했지만 그냥 포기하고 귀를 막은 채 요 위에 풀썩 엎어졌다.




 세트와 루나와 소마는 볼프강이 돌아가자 한동안 베개싸움을 했다. 그러다 질린 아이들은 소마가 짐에 넣어온 보드게임을 꺼내 하려고 했지만 그건 잠이 쏟아져서 포기하고 다들 이불 속에 들어가서 돌아가며 괴담을 했다. 소마가 말한 사냥터지기성의 열리지 않는 방에서 나온다는 귀신 이야기에 루나는 자기도 모르게 이불을 뒷통수까지 끌어올리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지만 세트는 뭔말인지도 잘 모르겠고 귀신같은 걸 별로 무서워하지 않다보니 멍하니 소마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대로 곯아떨어져 버렸다.

 







 그날 세트는 노곤노곤해진 몸으로 꿀잠을 자며 꿈 속에서 다시 한번 부산 해운대에서의 휴가를 즐겼다. 그 내용은 겪언던 하루와 거의 동일했지만 안나가 일행에 껴있다는 것 하나가 달랐다. 연구소에서부터 우울한 시간들을 보내온 세트에게 그날 하루는 사냥터지기성에 있을 때보다 더 즐거운 일들 뿐이었기에 더더욱 안나와 함께하고팠던 시간이었다. 안나, 루나, 소마 그리고 다른 사냥터지기 일행들과 함께 물장구를 치며 세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행복감을 느꼈다. 비록 꿈 속이라고 해도 D백작의 환영 속 따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세트는 안나와 함께 휴가를 즐기며 기쁘고 슬퍼서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조금이라도 쉬는 것도 아까워하며 뛰놀았다. 다시한번 해운대의 저녁을 맞이하고 뒷정리를 끝낸 일행이 숙소로 향하려고 했다. 루나를 따라가려던 세트가 뒤를 돌아보니 안나가 해변가에 남아있었다. 저녁임에도 그녀 주변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세트를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던 안나가 입을 열었다.



 "세크메트가 즐겁다면 나도 언제나 즐거워, 지금 너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테니까 부디 행복해지도록 해, 세크메트. 오늘처럼 말야."




 안나의 따스한 미소를 보고있는 세트의 감겨진 눈가에 눈물이 맺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세트의 얼굴은 행복한 미소를 띠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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