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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은하/슬비]은근슬쩍

작성자
히키레사
캐릭터
티나
등급
결사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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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2.06.17
  • view5425

 은하는 문 앞에 멈춰섰다. 어릴 적과는 다른 두근거림.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눌렀다. 센서등의 불이 꺼졌다. 초인종 소리가 메아리처럼 어두컴컴한 복도에 울렸다. 은하는 속으로 숫자를 셋다. 눈을 지그시 감으니 세상에 혼자만 남은 기분이 들었다. 멀리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은하니?”

 

 슬비의 목소리다. 방금 전까지 술렁였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은하는 너머에 슬비가 있을 현관문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

 

 대답하자마자 문이 열렸다. 신발장의 전등이 누르스름하게 슬비를 비췄다. 펭귄이 그려진 흰 잠옷을 입고 있는 슬비. 전등빛이 괜히 따듯해보였다. 은하는 노란색 머플러를 입까지 올렸다. 머플러의 뒤에서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슬비의 향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은하는 작게 숨을 들이켰다. 슬비가 은하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슬비의 손을 잡고 뒤따라 가면서 은하는 집 안을 둘러보았다. 겉보기에 예전과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빛을 향해 걸어가는 슬비의 모습이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은하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슬비를 안았다.

 

 “, 은하야? 갑자기 무슨…….”

 “조금만.”

 “뭐라고?”

 “조금만 이러고 있자고.”

 

 은하는 슬비의 머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어릴 적과 같은 샴푸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은하는 말없이 한참을 안고 있었다. 슬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은하에게 몸을 맡기고 있었다. 저녁이라 공기는 차가운데 땀이 날 정도로 더웠다. 슬비의 몸에서 팔을 풀었다. 떨어져나오는 데 조금 끈적한 느낌이 들었다.

 

 “은하야, …….”

 

 슬비가 뒤를 돌아보다가 숨을 삼켰다. 은하는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은하는 빠르게 눈물을 닦아냈다.

 

 “그냥. 하품한 거야.”

 

 은하의 말과는 반대로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나왔다. 슬비는 잠깐 가만히 있다가 발꿈치를 들고 은하의 머리를 감싸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슬비는 은하를 토닥여주었다. 귓가에 들리는 슬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여전히 강한 척을 하는구나. 은하는 이제 괜찮다며 슬비를 밀어냈다.

 

 “들어가자.”

 

 슬비가 말한다. 눈시울이 약간 붉어져 있다. 슬비가 슬픔을 외면하려는 모습에 어째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은하는 한 손을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댔다. 심장이 오늘따라 시끄러웠다.

 

 슬비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에 슬비가 재밌게 본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 유니온의 클로저가 되고 검은양 팀에 들어가서 활동한 이야기, 세하 형씨가 짜증난다는 이야기. 웃다가 화냈다가 울적해지는 슬비의 표정을 은하는 계속 바라보았다.

 

 “너무 내 얘기만 했나……?”

 

 중간에 슬비가 은하의 눈치를 보면서 말하면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아니. 괜찮아. 나는 그다지 좋은 이야기도 아니니까.”

 

 그보다 네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새벽 3시가 되었다. 슬비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길게 하품했다.

 

 “슬슬 잘까?”

 “그래.”

 

 은하는 일어나서 불을 껐다. 슬비는 침대에 앉아서 은하가 오기를 기다렸다. 은하는 걸어오다가 문득 침대 옆에 있는 협탁을 바라봤다. 협탁 위에는 조그마한 전등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잘 때는 켜고 잤었지.”

 

 은하는 전등 스위치를 눌렀다. 제일 약한 세기의 불빛이 협탁 근처를 은은하게 비췄다. 슬비는 시선을 돌리며 툴툴댔다.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슬비가 먼저 누웠다. 어깨까지 이불을 끌어올리고 창가 쪽을 향해 누웠다. 은하는 슬비의 옆에서 똑같이 창가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슬비야.”

 

 은하가 부르자 슬비가 돌아본다. 은하는 손을 내밀어 슬비의 몸이 자신을 향하도록 당겼다. 슬비를 마주보며 품에 안겼다.

 

 “, 은하야? 너 오늘…….”

 

 은하는 빠르게. 입을 막으려는 듯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댔다. 입술과 입술이 맞닿는다. 슬비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 뭔가 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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