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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14화 눈물로 지운 기억[신의 기대, 인간의 희망]

작성자
Heleneker
캐릭터
은하
등급
그림자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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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3.02.27
  • view4201

"잠시만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잠시의 정적. 자온은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연다.

"이야기요? 그럴 자격이... 제게 있을까요?"

"그들에게 휩쓸려서 동료들을 공격한 제게.... 그럴 자격따윈 없는 걸요."

"나는 여전히 어리석고 나약해서..... 내 사람들을 지키기는 커녕 되려 빼앗기고만 있는걸요."

"감찰관, 날 죽여야만 해요. 무슨 방법을 쓴지 모르겠지만, 놈들이 간섭할 수 없는 지금만이 기회예요."

"불사살해의 능력. 서지수 누님과 같은 영혼의 힘을 가진 흑지수라면 분명히 저를.... 죽여줄 수 있을거예요."

"서둘러야 해요..... 서둘러야만....."

넋이 나간 사람마냥 중얼거리며 눈물을 흘리는 자온. 흑지수를 찾으려는 건지, 비틀거리면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간다. 오세린은,

"감찰관.....?"

"으으... 조금 부끄럽네요."

비틀거리는 그를 붙잡으며, 가슴폭에 꼭 끌어안는다.

"자온 씨, 눈을 감고 제 목소리에만 집중해주세요."

"지금은 그 누구도 당신에게 간섭하지 못 해요. 아무 생각 마시고 천천히 숨을 쉬면서 주변의 소리를, 심장 소리를 들어보세요."


두근...... 두근...... 두근.......


한참을 시끄럽고 어지럽게 굴던 그들의 목소리도, 늘 자주들렸던 영감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나지막히 들리는 조그마한 소음. 그리고 규칙적으로 울리는 감찰관과 나의 심장소리.

이렇게 조용했던 적이 얼마만일까. 어지러웠던 머리 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진정, 되셨나요?"

눈을 뜨니, 오세린 감찰관은 그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맞이해준다.

"자, 그럼 다시 이야기 해봐요. 아까 얘기한대로 지금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니까요."

"감찰관, 뭘 했길래 그 놈들이.... 아니, 아니. 그 전에 그 눈은 뭐예요? 마치 영감의 눈같은....?"

"그 눈이 맞아요. 필멸의 눈이라고 불리지만..... 실상은 그게 아닌데 말이예요."

"자온 씨, 지금부터 저는 그동안 당신이 몰랐던 것들과.... 잊어버린 것들에 관한 것들을 알려드리려 해요."

"몰랐던 것과 잊어버린 것들? 그게 무슨....?"

"시간이 많이 없어요. 저는 곧 뷜란트 씨에게 전해 받았던 모든 진실을 잊을테니까요."

"당신을 되돌리기 위해 사용한 마음. 그것은 뒤틀린 의지에 의해 오염된 상태거든요. 그걸 사용한 제가 그들의 영향을 받지않기 위해선, 그에 관련된 기억을 모두 잊어야 하거든요."

뭐라 말하려는 자온의 말을 가로막으며, 오세린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자온 씨. 그들을 이겨내려면 강인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들의 집착은 상당히... 강대하거든요. 버티는 걸로는 언젠가 무너져내릴거예요."

"그렇기에 뷜란트 씨는 반드시 자온 씨만의 간절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그 마음이 모든걸 이겨내고 끝낼 수 있다고 했죠."

"마음만으로.... 마음만으로 무얼 할 수 있는거죠? 그 의지들 앞에서 제 의지는 덧없었던 걸요. 아무 의미.... 없었어요."

"미래 씨와 은하 씨에게 해를 가하려던 그들을 막은 건, 간절한 마음이지 않았나요?"

"......."

"간절해야 해요. 영혼에 새기고, 의지가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간절히, 아주 간절히요."


"뷜란트 씨가, 비운 씨가 그랬던 것처럼 간절히요."


"잠시만요, 왜..... 왜 형님이 거기서 나와요?"

"이유는 이제 직접 보고 오세요. 모든 해답은 기억들 속에 있으니까요."

오세린과 다시 눈이 마주하자, 졸음이 물밀듯이 쏟아져온다.


"뷜란트 씨도, 비운 씨도 망가질 수도 있었던 어렸던 당신을 위해 그 기억을, 마음을 알지 못하게 했었어요."


"자온 씨에게 끔찍한 기억도 있어서 좌절할수도, 고통스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우면서도 간절했던 그들의 마음을 보고 오세요."


"그 기억 속에서 자온씨만의 마음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랄게요."


"모든 걸 잊어버린 저지만 곁에 남아있을테니까.... 그런 저도, 의지하러 와주세요."

눈이 완전히 감긴다. 그리고, 나지막히 들린다.

"다시 만나요. 그리고..... 안녕."




*****




암흑이였다.


아니, 이 곳을 암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딛는 감각도, 그렇다고 떠있는 감각도 들지 않는 조용하고 기묘한 공간. 그런 공간을 가득 메운 일렁이는 잿빛의 구름, 부슬거리며 내리는 . 그리고 잔잔히 불어오는 바람.


[나]의 태초의 모습, 나의 끝을 함께할 나의 영혼이였다. 나는 몸과 혼을 나누어 동족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새겨놓았고, 그것을 통해 세계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의 세계를 지켜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의 모습은 기쁨에 빠지면 잔잔해졌으며, 분노하면 거칠어지기도 하였고, 슬퍼하면 잔잔히 울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무슨 감정이였든, 가슴 아린 고독함이 느껴져왔다.


나의 아이들을 창조할 수 없는 나에게 있어, 그들의 여러 감정은 내게 고독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채우는 끝없는 공허함에 슬프고, 아려왔다.


슬프고, 아려와서 오늘도 그것을 잊기 위해 잠을 청한다.


언젠가, 나의 아이들과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미래가 오길.


[나]는 그 미래를 [기대]하며, 이루지 못할 덧없는 꿈을 또 다시 반복한다.





*******





쒹-----!!    푹!!


짝짝짝짝짝짝------


언제 봐도 훌륭한 자세. 미래가 기대되는 자제십니다.

저 활솜씨는 날이 갈수록 빛이 나는 듯합니다. 하하하.

어르신도, 자제분의 앞날이 참으로 밝습니다. 허허.

클로저도 아니니 전장에 나가지 않아 다행입니다. 껄껄껄.

그나저나 유럽 쪽에 특이한 차원종이 나왔다고 하던데...


어느 날처럼 칭찬하는 타인의 목소리.

나를 향하기도, 나를 핑계로 아첨하는, 늙은 어르신의 목소리.

칭찬하지만 엄격히, 나를 이끌어 보려는 가족의 목소리.

그들의 말과 행동, 선의와 악의, 무엇이 섞여있는질 알며 느꼈지만, 내겐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누구에게 애정을 받던, 느껴지는 건 항상 공허함과 허무. 그렇다해도 [나]는 평범한 사람처럼 웃는다. 이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 날도, 늘 그래왔던 하루였다면 말이다.







쩌적-----






무언가가 찢어지고, 부숴지는 불길한 소리. 나와 많은 이들이 동시에 한 곳을 바라본다.

허공에서, 벌레가 나온다.

나온다.


나온다.


또 나온다.


이윽고, 거대한 무언가가 허공을 찢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그 차원종을 처음 본 순간, 참으로 끔찍하다 생각했다. 곤충을 여럿 뒤섞은 것만같은 모습, 입으로 추정되는 것에서 나오는 녹빛의 진액과 안개. 그것을 따르는 수많은 벌레떼.


그날은 고향 부산의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자,


내가 처음 위상력을 각성한 날이기도 하였으며,


[나]의 [희망]을 위한, 운명의 시류가 흐르기 시작한 날이기도 하였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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