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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콘테스트][부산]세트는 언제나 안나와 세트.

작성자
광홍유
캐릭터
세트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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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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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조금씩 거대한 위협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 수 없었고, 결국 녀석은······.

 

 "잡았다!"

 "세트 임금님! 어디 계세요!"

 "난 여기 있다! 이거 봐라! 이상한 녀석을 잡았다!"

 

 붉은 머리의 소녀에게 붙잡혀 허공에서 흔들리게 되었다. 뜨거운 햇빛이 세상을 비추는 여름, 지나친 더위에 지친 앨리스는 어떻게든 휴가를 만들고자 했고, 결국 사냥터지기 팀이 모두 부산으로 휴가를 오게 되었다.

 

 '휴가가 휴가가 아니게 되었지만 말이죠······.'

 

 즐겁게 떠들며 노는 자칭 임금님 세트를 보며 앨리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휴가라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휴가가 아니게 된 이유는 한 가지다. 앨리스가 부산으로 휴가를 가겠다고 선언하자 높으신 분들께서, "그럼 그곳에 가는 김에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던데, 그것들 좀 확인해 봐." 라고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앨리스의 속은 부글부글, 날씨도 부글부글. 아주 그냥 불지옥이 따로 없었다.

 

 "걷는 둥실아~! 이 녀석, 단단하다!"

 "아앗! 세트 임금님, 그거 입에 가져가면 안 되요!" 

 

 물론 부글부글 끓는 속도 세트의 돌발 행동에 강제로 가라앉고 말았지만. 어떻게 잡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커다란 사이즈의 게를 들고 입에 가져가는 세트를 향해 달려간 앨리스가 다행히 세트를 말렸다.

 

 "왜 물면 안 되는 거냐?"

 "물려고 하다가 집게에 물리니까요."

 "내가 더 쌔다!"

 "그야 당연하죠. 그냥 게일 뿐이니까요. 일단 내려놓으세요."

 "힝······."

 

 단호한 앨리스의 말에 살짝 울상을 지은 세트가 잡은 게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닥에 내려온 게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고, 세트는 아쉬운 눈빛으로 게를 바라봤다.

 

 "그런데 다른 분들은 어디에 있나요?"

 "분홍이는 수영복을 입고 있고, 땅딸이는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세트 임금님도 수영복을 입고 계시네요?"

 "그렇다! 분홍이가 입으라고 한 거다!"

 

 밝게 대답을 한 세트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빙글 돌았다. 세트가 가볍게 돌자 치마 형태의 수영복이 흩날렸다. 어린 아이들이 주로 입는 옷을 입은 세트의 모습은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귀여웠고, 그 모습을 보며 앨리스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잘 어울려요."

 "고맙다! 걷는 둥실이도 잘 어울린다!" 

 "어머? 고마워요."

 "전학생~!  이거 봐라~."

 

 세트와 앨리스가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대화를 하는 사이, 수영복으로 다 갈아입은 것인지 소마가 세트와 앨리스를 향해 달려왔다.

 

 "꺄악?!"

 "크앙?!"

 

 아니, 정확히는 날아왔다는 표현이 맞겠다. 먼 거리에서 도약해 허공을 날아 세트와 앨리스 사이로 떨어졌으니까. 덕분에 앨리스와 세트는 모래를 뒤집어 쓰게 되었다.

 

 "에헤헤, 미안. 너무 신나서 나도 모르게······."

 "조금은 주의해 주세요, 요원님."

 "죄송해요."

 "몸이 간지럽다. 빨리 바다라는 곳에 들어가고 싶다! 걷는 둥실아 지금 들어가면 되는 거냐?"

 

 수영복 사이에 들어간 모래가 간지러웠는지 세트가 바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딱 봐도 시원해 보이는 바다에는 이미 놀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과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피서를 많이 오는 바다 해운대. 그런 해운대에 처음 온 세트가 기대하는 것도 당연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던 앨리스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세트에게 말했다.

 

 "그럼 저희 먼저 즐기고 있을까요?"

 "와아아!"

 "저, 전학생~! 같이 가~."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바다로 달려가는 세트, 그리고 그런 세트의 뒤를 따라 뛰어가는 소마를 보며 앨리스는 간만에 평화로움을 느꼈다. 물론 이 평화로움도 할 임무를 생각하면 슬금슬금 도망을 가곤 했지만 말이다.

 

 "완전무결한 클로······ 어라? 앨리스, 다들 어디갔죠?"

 "세트 요원님과 소마 요원님은 이미 바다로 향하셨습니다. 루나 요원님도 어서 가시는 게 어떤가요?"

 "가, 갈 거에요. 그보다 놀러온 건데 요원님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둬 주세요."

 "알겠어요, 루나."

 "그럼 다녀오도록 할게요!"

 

 뒤늦게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루나가 세트와 소마가 향했다는 곳으로 뛰어갔다. 겉으로 어떻게 표현하든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온 여행이 기대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럼 저는 일을 준비하도록 할까요?'

 

 세트, 소마, 루나. 이렇게 셋이서 함께 놀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앨리스는 적당히 자리를 잡고 파라솔을 설치한 뒤, 돗자리를 깔고 그 위에 앉아 기기를 꺼내 조작하기 시작했다. 앨리스가 기기를 조작하며 임무를 준비하는 시각, 세트는 소마와 루나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있었다.

 

 "분홍아, 이거 봐라~! 여기 이상한 게 굉장히 많다!"

 "응? 이상한 거? 어떤 건데?"

 "딱딱하고 돌 같다!"

 

 무엇인지 궁금했던 소마는 세트가 가리킨 곳으로 얼굴을 돌렸고, 그곳에서 수많은 따개비를 볼 수 있었다.

 

 "원래 해운대에 이런 게 있었나?"

 "그건 얼마 전 발생한 차원 왜곡 때문에 바다의 모습이 원래 모습과 다르게 변해서 그래. 아마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걸?"

 "오오, 땅딸이는 아는 것이 많구나?"

 "따, 딱히 그렇지는 않아!"

 

 역시 칭찬에 약한 루나였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는 루나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세트는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봤다. 끝이 보이지 않고, 푸른 바다. 차원 왜곡으로 인해 생겨난 변화 덕분에 바다는 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바다는 세트에게 있어 흥미의 대상이었고.

 

 "자, 잠깐 어디가?!"

 "바다속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왜 그러냐?"

 "지금 바닷속으로 들어가면 너무 오래 걸려. 지금은 잠깐 돌아다니는 걸로 만족해."

 "아쉽다······."

 

 아쉬워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말에 바다를 보는 것을 멈추고 그저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놀기를 몇 분, 앨리스의 호출에 의해 셋은 앨리스 앞에 섰다. 그리고 한 가지 지령을 받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상당히 이상했다.

 

 "차원종을 쓰러뜨리는 게 아니네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차원종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소원의 인어'를 찾는 것이 임무입니다."

 "걷는 둥실아, 그걸 왜 찾는 거냐?"

 "왜냐하면 그 차원종이 어떤 소원이든 이루어 준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입니다. 민간인들이 그 인어를 찾다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서 예방 차원에서 미리 생포하는 겁니다."

 

 '정말 그런 의도로 잡으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어쩌면 높으신 분들께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잡으라고 명령을 내린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차라리 잡지 않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민간인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앨리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상황이 너무나도 싫었다. 차라리 그 차원종이 포획 과정에서 소멸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럼 다녀오겠다!"

 "그럼 다녀올게요."

 "다녀올게요!"

 

 세트는 힘차게 루나는 차분하게 소마는 즐겁게 각자 '소원의 인어'를 찾아 떠났다. 차원 왜곡의 여파로 만들어진 암초 지대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한 지형이 많았는데, 그러한 곳에서 자주 발견된다는 정보가 있었다.

 사실 그런 정보가 있든 없든 무조건 찾아봤을 우리의 세트 임금님은 지금 해변을 따라 걸으며 '소원의 인어'를 찾기 시작했다.

 

 "물고기 녀석아! 어디 있냐!"

 

 보통 인어라면 물속을 찾아야 하는데, 그저 해변가를 걸으며 인어를 부르는 모습이 참 순수한 우리의 임금님이었다.

 

 "우음, 혹시 물로 들어가야 하는 거냐?"

 

 잠시 손가락을 물며 바다를 바라본 세트가 고민을 하더니 이내 결정한듯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을 빛내며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아마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못 들어갔던 것을 지금 상황을 이용해 합법적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리라.

 

 아무튼 그렇게 바닷속으로 들어간 세트는 막 움직여 수영을 하며 바닷속을 찾고 돌아다녔다. 그러던 도중 세트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왔고, 세트는 즉시 그곳을 향해 헤엄쳤다.

 

 헤엄쳐서 도착한 곳에는 주먹보다 조금 더 큰 진주가 하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진주는 바위 위에 놓여져 있었다. 누가봐도 이상한 그 모습에 세트는 손을 뻗었고, 세트의 손에 닿은 진주가 빛을 내더니 그곳에서 어떠한 생물체가 나왔다.

 

 [······.]

 

 푸르고 긴 머리에 산호초로 만들어진 장식, 팔은 있지만 지느러미가 달려있고, 다리는 물고기인 소녀처럼 보이는 생명체.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하니 이것이 자신이 찾던 '소원의 인어'일 것이라는 판단을 한 세트는 바로 인어에게 달려들었다.

 

 [······?!]

 "으루룹······ 크룹······!"

 

 당연하게도 인어는 발버둥을 쳤고, 한참동안 둘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진 것은 인어였고, 인어는 세트의 어깨에 걸쳐져 육지로 끌려나왔다.

 

 "후우, 잡았구나!"

 [······.]

 

 자신이 육지로 올라왔다는 것을 깨달은 인어는 급히 자신의 손에 들린 진주를 건드렸고, 진주에서 빛이 나오며 세트의 앞에 어떤 형태를 만들어냈다.

 

 "······어?"

 "안녕, 세크메트."

 

 그것은 안나였다. 안나의 모습을 한 무언가의 등장으로 당황한 세트의 떨리는 눈동자가 자신의 앞에 있는 안나의 형상을 한 무언가와 인어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어진 행동은 화가 난 표정을 지은 세트가 인어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것이었다.

 

 "안나의 모습을 또······!"

 [······!!]

 

 당장이라도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들 것 같은 세트의 모습에 잘못됨을 느낀 인어는 급히 진주를 건드렸고, 가만히 웃으며 서 있었던 안나의 형상을 한 무언가가 급히 입을 열었다.

 

 "진정해, 세크메트! 이 아이는 널 힘들게 하려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니까 기억 속에 있는 가장 좋아한 사람을 소환한 거야!"

 "······크르르?"

 

 '그러고 보니 걷는 둥실이가 "소원을 이뤄주는 인어"라고 했던 것 같다. 그러면 안나는 진짜 안나인 거냐?'

 

 "그럼 안나는 진짜 안나인 거냐?"

 "아니······, 나는 그냥 추억 속에 존재야."

 "······."

 

 순간적으로 밝아졌던 세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꿈에도 그리던 안나를, 다시는 ** 못할 거라고 생각했던 안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큰 실망을 느낀 것이었다.

 

 "일단 물고기 녀석을 잡아가야 한다."

 "세크메트, 이 아이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 생각이 없데. 그리고 소원을 이뤄주는 능력도 없다고 했고."

 "하지만······. 아, 아니다. 알았다."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금새 입을 다문 세트가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앨리스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생포하지는 않았지만, 방금 들은 그 이야기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는 건가요?"

 "그렇다. 자기는 소원을 이뤄줄 힘이 없다고 그랬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일단 소원을 이뤄주지 못한다는 소문을 흘리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약 일주일 동안은 지켜봐야겠지만요. 수고했어요, 세트 요원님."

 "그럼 나는 다시 바다로 들어가겠다!"

 

 임무가 끝나자마자 바다로 달려가는 세트의 모습을 보며 앨리스는 이마를 살짝 붙잡고 고민에 빠졌다.

 

 '방금 표정이 무언가 힘든 일이 있는 표정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역시 물어봐야 했던 걸까요······.'

 

 바다로 달려가던 세트의 표정이 기대감과 함께 슬픔이 공존했기에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던 앨리스였다.

 

 '이에 대해서는 파이 요원님과 함께 상담하도록 해야겠네요.'

 

 생각을 마친 앨리스는 바로 파이가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한편, 그때 세트는 인어가 있었던 곳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그곳에 인어는 더 이상 없었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한참을 찾아봐도 끝내 인어를 찾지는 못했다. 그렇게 하루가 흘렀다.

 

 "세트,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아, 파이······. 사실 인어가 안나를 보여줬었다······."

 "안나 말인가요? 혹시······."

 "무언가 나쁜 짓을 한 건 아니다. 그냥 안나를 보니······ 진짜 안나가 너무 보고 싶다······."

 "세트······."

 

 침울한 표정으로 호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세트의 모습은 안나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모습, 그리고 죽음을 맞이한 직후에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당연히 파이는 세트가 걱정되었고, 조심스레 세트에게 다가가 세트를 끌어안았다.

 

 "세트, 힘들다는 거 잘 알아요. 저도 그런걸요. 사랑하던 사람의 죽음은 원래 잊기 힘든 법이니까요. 그래도 세트,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분명 안나도 그걸 원할 거에요."

 "그건 나도 안다······. 그래도 너무 너무 힘들다, 파이······."

 "세트, 오늘은 함께 밖에서 놀도록 해요."

 

 침울한 표정으로 힘을 내지 못하는 세트의 모습에 파이는 세트에게 놀러 나가자고 제안했다. 세트는 잠시 파이의 얼굴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둘이 함께 간 곳은 해변 근처 음식점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파이는 그곳에서 여러 음식들과 함께 씨앗 호떡을 사서 세트의 입에 넣어줬다. 주는 것을 잘 받아먹었지만, 여전히 세트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세트, 어서 들어오세요."

 "······알았다."

 

 다음으로 함께 간 곳은 바로 바다. 시원한 파도가 수영복을 입고 있는 파이의 등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세트는 천천히 파이에게 걸어갔고, 세트의 손을 잡은 파이는, 그대로 세트를 던졌다.

 

 "히야아압!"

 "······?"

 

 영문도 모른채 날아가 바다에 빠진 세트는 빠르게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었다.

 

 "푸하! 무슨 짓이냐, 파이!"

 "하하, 세트. 분하면 절 잡아보세요."

 "기다려라! 크앙!"

 

 당황하던 것도 잠시 화가 난 세트가 파이에게 달려들었고, 파이는 그대로 도망을 쳤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고, 결국 세트의 손에 잡힌 파이가 바다에 던져졌다.

 

 "크앙! 어떠냐!"

 "푸하! 세트, 이제 기분은 조금 나아졌나요?"

 "······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세트는 역시 밝은 모습이 어울리니까요."

 

 세트를 바다로 던진 파이의 행동은 의도한 것이었다. 너무 침울한 상태로 있는 세트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최대한 감정을 털어내도록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짖궂은 장난을 쳤던 것이었다. 다행히 작전이 성공한 것을 깨달은 파이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세트에게 다가갔다.

 그 순간.

 

 -크어어어어!!!

 

 차원종이 나타났다. 갑작스레 바다에 등장한 차원종은 순식간에 바다를 장악했고,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트! 차원종입니다!"

 "알았다!"

 

 차원종이 나타난 것을 발견한 세트와 파이는 바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차원종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 대피했다고 생각되자 그제서야 둘은 차원종을 처리하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다에 있는 차원종들은 마치 상어와 비슷한 모습을 가졌고, 바다에서 나와 육지로 올라오는 차원종들은 문어나 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크아아앙!"

 "이얍!"

 

 다행히도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던 것인지 둘은 순조롭게 차원종을 소탕해 나갔다. 하지만, 언제나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리가 없다. 이대로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인지 차원종들이 바다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허공에 이상한 문양이 생기더니 갑자기 바다의 수면이 낮아졌다.

 

 '설마······!'

 

 "세트, 피해야 해요! 해일입니다!"

 

 그들이 일으킨 것은 높이가 30M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해일이었다. 그 해일을 발견한 파이는 세트에게 도망을 가라고 했고, 세트는 파이의 말을 따라 함께 도망을 갔다. 아니, 가려고 했다. 도망을 치려던 순간, 세트의 눈에 한 소녀의 모습이 보였고, 그 소녀의 모습을 본 순간 세트는 그 소녀에게 달려갔다.

 이대로 있다가는 해일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위치에 있는 소녀를 구하러 간다면 세트도 휘말릴 것이 분명했지만, 세트는 그것을 알았음에도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 소녀의 뒷모습이 안나와 너무나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안나가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감정이 불완전한 상태인 세트는 결코 그 소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꺄아아아아악!!"

 "세트!"

 

 빠르게 달려간 세트는 소녀를 잡아 파이가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파이는 자신이 있는 안전한 곳으로 날아오는 소녀를 받음과 동시에 세트에게 소리쳤다.

 

 "세트으으으!!!"

 "파이, 그 소녀······."

 

 콰앙!

 

 세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해일이 세트를 덮쳤고, 세트의 의식은 그곳에서 끊어졌다.

 

 

 ***

 

 

 "세크메트, 일어나. 언제까지 잘 거야?"

 "······안나!"

 

 자신을 부르는 안나의 목소리에 급하게 일어난 세트는 주위를 둘러봤다. 온통 젖은 바위와 이상하게 빛나는 이끼로 가득 찬 동굴 같은 모습을 이 곳을, 세트는 처음 보았다.

 

 "여기가 어디냐······?"

 

 자신을 부르던 안나의 목소리도 자신의 꿈이라는 것을 깨달은 세트는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

 "······!"

 

 그 순간, 세트의 눈앞에 어제 보았던 인어가 나타났다. 인어는 허공을 헤엄치듯 날아서 세트의 옆에 앉았다.

 

 [괜, 찮······요?]

 "말할 수 있는 거냐······?"

 [연······습, 했······요. 궁금, 한······ 있나, 요?]

 "물고기 녀석아, 여기가 어디냐?"

 [바닷속······ 동, 굴? 일, 거에요.]

 

 바닷속 동굴이라는 말에 세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바닷속이라면 자신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물고기 녀석아, 그런데 어떻게 숨을 쉬는 거냐?"

 [여긴, 제 공간······ 이, 에요.]

 "물고기······ 공간······?"

 [네, 당신을, 데려온 건.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서요.]

 

 어느새 말을 잘 할 수 있게 된 인어가 세트를 마주보고 말했다. 인어의 말에 세트는 혼란스러워지고 말았다. 소원을 이뤄줄 수 없다고 했으면서, 자신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다니?

 

 "거짓말한 거냐!"

 [아뇨, 안나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서요.]

 "······안나의?"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한 인어는 진주를 건드렸고, 진주가 빛을 뿜어내더니 동굴의 벽과 바닥에서 얼굴만한 물방울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허공에 뜨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잠시 빛을 내더니, 이윽고 빛이 사라지고 그곳에 어떤 모습들이 떠올랐다.

 

 "이건······."

 

 그것은 세트가 겪었던 일들과 안나가 겪었던 일들이었다. 연구소를 도망쳤던 때의 모습, 함께 웃었을 때의 모습, 심지어······.

 

 

 

 -이게 죽음이야 세크메트. 누군가가 사라지는 거······.

 -그 사라진 누군가를 업고서 계속 걸어가는 것.

 -그 날, 나에게 깃들어줘서 고마워. 그 무엇보다도 외롭고 힘들었던 죽음의 순간에 내 손을 잡아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리고. 나의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훌륭한 임금님이 되렴, 세트. 안나는······ 세크메트의 안에서, 세트가 되어 살아갈 거야.

 

 

 -우리는······· 둘이면서 하나인 세트니까······.

 

 

 

안나가 죽었을 때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그 모습을 다시 보게 된 세트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졌다. 결국 세트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고, 점차 그 양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안나아아······."

 [안나는 당신에게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그리고, 이 말을 전해주고 싶어 했어요.]

 

 인어가 다시 진주를 만지자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던 가장 거대한 물방울이 천천히 세트의 눈앞으로 내려왔다. 그 물방울에는 아무것도 없는 하얀 세상 속에서 안나가 홀로 서 있었다. 그것은 안나만의 기억이었다.

 

 -세크메트······ 분명 내가 죽어서 힘들어할 거야······. 그래도, 난 정말 너의 안에서 살아가니까······ 부디 굳세게 나아가 줘.

 

 아무에게도 전하지 못했던, 죽기 전의 안나만의 기억. 안나가 전하고 싶었지만, 전할 수 없었던 기억. 그 기억을 보게 된 인어가 그 이야기를 세트에게 전해준 것이었다. 물론 이 인어는 소원을 이뤄주는 인어가 아니다.

 이 인어는······

 

 [저는 소원을 이뤄주는 인어가 아니에요. 저는 '기억의 인어'입니다. 타인의 기억을 보고, 그것을 전해줄 수 있는 존재라는 말이에요.]

 "안나······."

 [이게 안나가 하고 싶었던 말이자 소원이에요, 세트. 안나는 당신의 안에서 함께 살아갈 거에요. 세크메트가 아닌 세트인 당신의 안에서.]

 "······."

 [제가 육지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 후, 인어는 세트를 육지에 데려다 주고 떠났다. 육지에 돌아온 세트는 어느새 밤이 되어버린 하늘을 쳐다보며 멍하니 바다를 걸었다. 파이가 자신을 발견할 때까지.

 

 "세트! 무사했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 든 파이는 세트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세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로 저었고, 고개를 들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다, 파이. 이제 괜찮다."

 

 '안나가 함께라는 건, 진짜 안나가 사실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어딘가 어른스러워진 세트의 미소에 고개를 갸웃거린 파이는 이내 신경을 끄고 세트를 다른 팀원이 모여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모두가 세트의 무사귀환을 바라고 있었던 만큼, 세트가 돌아오자 모두 기쁜 표정을 지었다.

 

 "전학생, 어서 와~!"

 "흥! 사, 살아서 왔네."

 "수고했다."

 "수고했어요, 요원님."

 "그럼 세트도 무사하니 파티를 즐기도록 할까요?"

 

 세트는 그런 모두의 모습을 보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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