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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레버넌터리 - 죽음에서 돌아 온 소녀 [갯바위 마을 - 4.]

작성자
fithr
캐릭터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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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전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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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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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갯바위 마을로 돌아온 가연이 먼저 도착한 비둘기의 앞으로 가자.

 

[루시 양을 보고 사람을 겉보기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대단한 실력이에요.]

, 아니에요. 그냥 몸이 저절로 움직였을 뿐인걸요…….”

 

희망의 말을 듣고 부끄러운 듯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리는 그녀.

 

, 그럼 이제 당신이 어디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조금이라도 당신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건 안 돼요.]

 

그녀의 요구에 단호하게 선을 긋는 희망의 말에 조금 당혹스러워한다.

 

너무 단호하시네요. 말 꺼낸 사람 무안할 정도로…….”

[죄송해요. 하지만어쩔 수 없어요.]

 

가연의 반응에 희망은 죄스럽다는 듯 목소리가 작아졌고.

 

곧 그녀가 자신에게 오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저는 섬의 독기에 너무 오래 노출된 것도 모자라평범한 중독 증상 말고 다른 증상도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다른 증상.

 

[아무래도 합병증에 걸린 것 같아요. 어쩌면 전염성이 있을지도 모르니되도록 고립된 공간에 혼자 있어야 해요.]

 

확실히이런 환경에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스스로를 격리해 더 이상의 감염자가 나오지 않게 막는 것뿐이다.

 

그냥 보기에도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어.’

 

그쪽에는 문외한인 자신이 보기에도 현재 희망의 상태는 상당히 안 좋았다.

 

[그래서 지하실에서 혼자 지내기로 한 거예요.]

 

모든 것을 다 포기한 듯 처량하기까지 한 희망의 목소리에서 이곳에 오기 전 실험체로서 죽기만을 기다리던, 두려움과 공포심에 억눌려 살아있는 인형이나 다름이 없던 삶을 살던 자신과 지금의 희망이 겹쳐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여긴 의사도 약도 없고, 밖에서 이곳까지 데리고 오는 것도 위험해요. 그런 곳에서 병이 전염이라도 되는 순간 정말 큰일이 나겠죠. 하지만 그럴수록 더 이런 섬에 남아있으면 안 돼요, 밖으로 나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죠.”

 

가연은 희망이 자신과 같이 모든 걸 포기한 채 괴롭고 쓸쓸한 미래를 받아들이려는 모습을 도저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희망은 소용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저희는 섬 바깥으로 나가지 못해요. 관리자가그걸 용납하지 않을 테니까.]

리자? 이런 섬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고요.”

 

이런 섬을 관리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렇게 위험한 섬 안에 아이들을 살게 내버려 두고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않는 걸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마치 사람을 사람이 아닌 소모품 같은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는 듯한 행동.

 

오싹-

 

아닐 거야.’

 

순간 되살아나는 그곳에서의 기억.

 

그 기억의 단편이 떠오르려는 것만으로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공포에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표정에 선명하게 드러나는 불안감. 그동안 이곳의 아이들에게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완벽히 공포에 빠진 모습.

 

[, 괜찮으세요?]

“!? , 으으. , 괜찮아.”

 

오들오들 떨면서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라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런 상태에서도 희망이 걱정이라도 할까 억지로 미소를 지어 괜찮다고 말하는 가연.

 

그 관리자라는 사람. 제가 한 번 만나 볼 수 있을까요.”

[그러시지 않는 게 좋아요. 그와는 만나지 않는 게가연 씨를 위한 길이에요.]

 

가연의 말에 다급히 그녀를 말리려는 희망.

 

그리고 나지막하게 내뱉는 희망의 마지막 말에 그녀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보려 다짐한다.

 

[그리고관리자는 제 상태를 안다고 해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다면 더 더욱 만나봐야겠어요. 만나서 여러분을 반드시 이 섬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할 거예요.”

 

그녀가 뱉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고.

 

그러니 가르쳐주세요.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 관리자에 대해서는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어요. 입을 잘못 놀렸다간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몰라요.]

 

오랜 시간 쌓인 두려움으로 인해 나오는 본능에 가까운 공포.

 

많이 힘들었죠.”

[…….]

 

그녀의 말에 희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비둘기의 너머로 들려오는 짧은 눈물 소리.

 

오랜 시간 두렵고 무서운 곳에서 믿을 만한 어른도 없이 혼자서 자기보다 어린 동생들을 지키면서 살아왔을 희망에게 그녀의 말이 어떻게 다가왔을지 그녀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이 이것뿐이라는 사실에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

 

그렇게 한동안 고요한 정적이 이어지던 중 먼저 입을 여는 희망.

 

[죄송합니다. 갑자기 아무 말도 없어서.]

, 아니에요. , 혹시 제가 여러분을 위해 뭔가 해줄 일이 없을까요?”

 

소리 없이 울기라도 한 건지 목소리가 조금 쉰 희망의 말에 그녀는 희망을 진정시키려고 화제를 바꿨고. 그녀의 말에 희망은 잠시 생각에 빠지고는 잠시 뒤에 입을 열었다.

 

[어쩌면가연 씨와 그 두 사람을 만나게 된 게 우리 그룹에게 찾아온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마지막.”

 

묘하게 희망이 말한 마지막이라는 말이 신경 쓰였다.

 

[원래 저희는 죽은 차원종한테서 수집한 잔해를 밀수업자에게 팔거나, 저와 어른들이 배를 타고 물고기를 잡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했어요. 하지만 어른들이 모두 돌아가시고 저도 이렇게 된 지금우리 그룹의 앞날은 어두워요.]

 

확실히 당장 희망이가 잘못되면 그 뒤를 이을 사람은 희망이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아라 뿐.

 

[아라와 다른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물을 던지거나 배를 탈 수 없거든요. 해안가에서 낚시를하거나 조개를 잡는 게 고작인데, 그 정도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게 뻔해요.]

 

그러고 보니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조개를 캐러 나왔던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우연도 참 기가 막히는 우연이었다.

 

[그러니가연 씨가 저희를 도와주세요.]

 

희망의 말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가연 씨의 실력이라면 차원종의 잔해를 모으는 일 정도는 간다니 해낼 수 있을 거예요. 모을 수 있는 만큼 차원종의 잔해를 모아주세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 당신이랑 아라. 그리고 섬에 있는 다른 아이들이 섬에서 나갈 수 있을 만큼 많이 모아올게요.”

 

힘찬 그녀의 대답에 희망도 살며시 미소를 띠며 의뢰에 대한 보수를 말하려 하자.

 

보수그런 건 됐어요.”

[? 그래도 이건 거랜데]

 

거절을 생각지도 못한 건지 적잖게 당황하는 희망.

 

그 모습에 가연은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고 생각한 희망의 나이에 맞는 모습에 살짝 미소 지었다.

 

정 그러면 당신을 간호하게 해줄래요?”

[?]

 

또다시 당황하는 모습에 가연은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하하하. 죄송해요,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어요.”

[…….]

 

그제야 자신을 놀린다는 걸 깨달은 희망은 삐졌는지 아무런 대답도 안 했고, 이 이상은 놀리면 안 되겠다며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럼 제가 받을 보수는희망 씨가 밖에서 치료받고 건강해지면 저랑 같이 근처 공원에서 산책하는 걸로 받을게요.”

[? 그게 무슨…….]

 

앞에서는 자신을 놀리려는 거였다면, 이번에는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의문인 희망.

 

사실 저도 좀 오랫동안 어딘가에 갇혀있었거든요. 그래서 바깥을 돌아 다녀보고 싶어요. 그때 한 번이어도 좋으니까 저랑 같이 산책해주면 돼요.”

[……좋아요. 그런 게 보수라면 얼마든지 들어드리죠.]

 

이유를 듣고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승낙하자.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 만나는 걸로 하려고 했다는 그녀의 말에 희망은 그러다 자신한테서 병이 옮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였고, 그 말에 가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덤덤한 말투로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말하였다.

 

무언가 확신을 가진 듯한 그녀의 표정.

 

그 이상하리만치 담담한 표정이 뭔가 불안했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실 수 있는 거죠.]

그건뭐 그런 게 있어요.”

 

어물쩍 넘어가려고 시선을 피하는 가연.

 

그 모습에 건들면 안 되는 곳이라 생각한 희망이 다른 질문을 한다.

 

[그런데 가연 씨는 은하 씨와 루시 양과 서로 아는 사이신가요?]

 

루시와 은하라면 토끼가 떠오르는 금발의 예쁜 아이와 자신의 또래로 보이지만 속은 삶에 찌든 듯한 그 애를 말하는 거라 생각하며, 이곳에서 처음 만났고 애초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 고개를 저으며 이곳에서 처음 봤다고 말한다.

 

[그랬군요. 가연 씨랑 섬에 들어 온 시기가 얼추 비슷해서혹시 서로 아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나랑 비슷한 시기에 들어왔다고?

 

그런데 나는 여기로 떠밀려 온 걸 텐데.’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절묘해서 되려 이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은하 씨와 루시 양도 저희를 도와주기로 했거든요. 두 사람 다 당신처럼 신비한 힘을 사용하는 분들이에요.]

그 두 사람도 위상 능력자였구나.’

 

은하일 경우엔 생김새로 어느 정도 예측하기는 했는데

 

루시는 전혀 예상외네.’

 

하긴생각해보니 금발은 많아도 금안은 희귀하다고 예전에 봤었지.

 

[, 은하 씨는 자길 수금원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빚쟁이를 쫓아 여기까지 오셨대요.]

……? , 수금원? 빚쟁이?”

 

어째 생각지도 못한 말들에 순간 얼이 빠진 가연은 그녀도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왜 그렇게 삶에 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루시 양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이곳에는 우연히 들어왔다고 했어요.]

루시도저랑 비슷하게 들어왔군요.”

 

자신과 같은 우연히 쓰레기 섬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가연.

 

[. 하지만 두 분 다 싸우는 모습을 보면 조금 놀라실 수도 있어요.]

? 왜요?”

 

위상 능력자들은 그 능력의 다양성이나 출력 때문에 별 희한한 걸 무기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들었다.

 

아마 두 사람도 그런 부류라 생각하곤 희망이 뱉은 뒷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은하 씨는 무딘 날붙이들을 무기로 사용하시고, 루시 양은 관을 무기로 사용해서 꽤 살벌하거든요.]

 

……? , ? 내가 아는 그 관?

 

아니무딘 날붙이는 그래도 어떻게든 쓸 방법이 있겠지만.”

 

관이라고? 혹시 관 속에 무기를 따로 보관하고 있는 건가 싶어 물어보자.

 

말 그대로 관으로 차원종을 후드려 패고 한다는 말에 잠깐이었지만 가연이 가지고 있던 루시에 대한 이미지가 산산히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우선 두 사람과 만나보시는 게 좋겠어요. 세 분이 함께하시면 훨씬 빨리 잔해를 모을 수 있을 거예요.]

 

…… 솔직히 생초짜인 나 혼자서 모으는 것보다는 그 두 사람이랑 같이하는 편이 더 좋겠지.

 

[아마 지금쯤이면 은하 씨랑 루시 양이 이 근처 어딘가에서 차원종을 사냥하고 계실 거예요. 은하 씨랑 루시 양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계시니 찾는데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거예요.]

솔직히 두 사람 다 쉽게 잊을 수 없을 만큼 예쁘게 생기셨잖아요.”

 

둘이 분위기가 너무 극과 극인 것도 있기는 하지만.

 

[그럼 이걸로 거래 성립이네요. 저는잠시 쉬어야 할 것 같아요, 슬슬 발작이 오려는 것 같네요. 보고는 아라에게 해주세요. 그래 보여도, 그 아이가 지금 우리의 리더니까요.]

슬슬 발작이 온다며 연락을 끊는 희망.

 

그리고, 반드시 애들을 이 섬에서 나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가연은 두 사람이 있을 곳으로 향하였다.

 

으으…… 나보다 더 노련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대체 두 사람 다 어떤 삶을 살아왔길래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은하나 한참 어린아이인 루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능숙하게 싸우는 모습에 처음에 패닉에 빠지거나 반쯤 정신을 놓은 채로 싸운 자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크으으…….

 

!

 

“?!”

 

한참 두 사람의 전투를 바라보던 중 섬의 독기에 중독된 것 같은 차원종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걸 확인하기도 전에 이전 전투에 나타나선 끝나자마자 소리 없이 사라진 그 반투명한 여우가 다시 나타나 차원종을 할퀴었다.

 

…… 네가 또 날 도와줬구나.”

 

끼유우-

 

?”

 

그런데원래 여우가 저렇게 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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