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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그녀가 [애리]라는 이름을 쓰게 된 이유

작성자
아마네세르
캐릭터
애리
등급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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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2.12.29
  • view3780

※ 애리 센텀시티 스토리까지만 보고 써본 애리 과거 이야기(스포일러, 캐릭터 설정 날조 有)

 

 

 

 






 

 거칠고 끊임없는 차원종들의 공세 속에서도 찰나의 쉴 틈 정도는 있었다그리고 그 짧은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애리가 간 곳은 저수지의 옆이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저수지는 만일을 대비하여 차원종이 득실거리는 바깥보다 안전한 방공호에 있었다그리고 애리는 지금 부산 남포동에 상주하고 있는 몇 없는 전력이었다저수지의 안전은 저수지가 방공호에 있는 동안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었고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긴급 사태에 대비해야 하는 전투원인 애리 자신은 방공호보다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 가장 적절하였다.

 

 게다가 애리 자신이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안전하다는 방공호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수지를 보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컸음에도 그 감정을 후일을 도모하며 꾹눌러 담은 애리가 잠깐의 휴식시간을 이용하여 찾아간 곳은 현재 자신들이 거점으로 삼고 있는 남포동에서 저격하기에 가장 유리한 시야를 가진 옥상정원이었다저격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애리에게는 고치지 못하는 습관이 하나 있었다바로 특정 장소에 도착을 하면 곧장 저격하기 딱 좋은 건물 같은 것을 찾아버리는 것이었다그런 애리의 눈이 오래도록 머물렀던 장소가 바로 이 옥상정원이었다차원종들과의 대치 상태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기에 이 장소가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것도 같았기에 쉬는 시간을 겸하여 미리 시찰을 나온 거기도 하였다.

 

 물론 이렇게 유독 높은 장소를 습관적으로 찾는 것은 끊임없는 임무를 해서 몸에 베어버린 직업병 때문만은 아니었다높은 곳일수록 그 장소에 사람이 있을 확률은 현저히 낮아진다그리고 그만큼 애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확률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인간은 가끔씩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존재니까그 시절의 주애리는 홀로 남아 사색에 잠겨야하는 시간이 꼭 필요로 했다하지만 그런 자신의 모습을 주변인들이 보는 건 또 격하게 싫어했기에 이렇게 다음 임무를 위해 미리 현장답사 같은 것을 하겠다는 핑계로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버리는 시간을 어떻게든 악착같이 만들어냈다.

 

 물론 지금의 애리 자신은 혼자 있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한다하지만 몸에 흉터처럼 베어버린 습관이란 것이애리가 원치 않아도 아주 가끔씩 제멋대로 움직이게 하곤 했다이번 경우는 어쩔 수 없었다저수지의 안전을 위해서 미리 저격 지점을 살피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옥상정원의 제일 높은 포인트에 도착하자 금방 어두워진 주변을 둘러보던 애리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겨울...이었던가요.”

 

 지금 자기가 눈을 뜬 계절이 짧아진 낮 시간을 통해서야 감흥이 왔다. 11...아니이제 12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던가너무 오랜만에 깨어나서 날짜에 대한 감각이 별로 없었다.

 

 애리는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괜스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확한 날짜에 대한 감각이 없다면서자신이 악마와 합체하고 난 뒤 모종의 이유로 인해 깨어나지 못했던 시간이 18년이었다는 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일종의 모순이라고 생각되어진 까닭이었다.

 

 모순지금의 애리를 아주 잘 표현하는 단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악마와 합체하여서 악마가 되었음에도 이렇게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서부터.

 

 악마라고 하면 보통 무시무시한 외형을 생각한다붉은색의 피부에 뿔도 돋아나고 날개도 있는지옥에서나 볼 것 같은 도깨비 같은 외형하지만 인간보다 악마에 가깝다고 자신을 여기고 있는 애리에게서는 그런 요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거일까요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악마...’

 

 어느 민속 동화에서 본 적이 있었다죽은 자의 가죽을 뒤집어쓰고서죽은 자와 친밀했던 이들을 찾아가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악마의 이야기.

 

 ...지금의 자신도 사실 그런 존재가 아닐까하고 넌지시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보글...

 

 애리의 옆에 있던 물방울 모양의 오브젝트가 아주 깜찍한 소리를 내면서 움직였다물방울을 바라보며 애리가 미소를 지었다.

 

 “이상한 생각 같은 거 안 했어요방울 씨그냥 웃긴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애리의 그런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이 물방울이 아까보다 훨씬 더 격정적으로 움직였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로지 움직이기만 하는 물방울과 의사소통 같은 것을 하던 애리가 계속해서 자신의 주변을 격하게 돌아다니며 자신을 콕콕 찔러대는 물방울에게 결국 항복의 의사 같은 것을 내비쳤다.

 

 “알았어요이제 그런 생각 안 할게요.”

 

 안 하겠다는 애리의 선언에 물방울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다격정적으로 움직이던 직전과 정반대의 동적인 모습이었다그렇게 가만히만 있는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톡건드리면서 애리가 마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생각하고재정립할 필요는 있지요.”

 

 지금의 자신이 누구이고무엇인지에 대해서.

 

 끊임없이섣불리 지치지는 말고.

 

 

 

 

 

 꿈속의 쓰레기섬에서 애리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할 수 있었다.

 

 저수지의 또 다른 심부름꾼.

 

 저수지의 친구.

 

 미래에 저수지의 가족이 될 사람.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무던히 노력하는 사람.

 

 전부 저수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정립되지 않을 수 있는 것들이기는 했지만애리는 이것도 꽤 괜찮아진 처우라고 생각하였다.

 

 악마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일컬어지게 되는 것보다는.

 

 홀로 고독하게 있는 시간동안 끊임없이 자신이 인간인지 악마인지라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보다는.

 

 그러다 결국에는 죄책감에 짓눌려 자신을 그 누구보다도 헐뜯게 되는 단어로 지칭하게 되는 것보다는.

 

 이러한 일과를 최소 18년 동안 감내하면서 지내오고기다려도 왔다.

 

 그러한 것들을 견뎌내다 못해 갉아 먹혀가고 있었던 애리에게 있어서 저수지는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였다.

 

 현재의 자신이 다시 눈을 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저수지 덕택이었다.

 

 현재의 자신은 저수지가 존재하기에 정립될 수 있는 존재였다.

 

 저수지를 있어야 비로소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 스스로를 악마라고 표현할 수 있는 빈도가 줄어들 수 있었다그 빈도 또한 잘만 하면 줄어들다 못해 0에 가까워질 수도 있을 터였다.

 

 쓰레기섬에서 만난 누군가는 저수지가 자신들의 희망이라고 하였다.

 

 희망...울림이 무척이나 좋은 단어다.

 

 그렇다애리에게도 저수지는 그들처럼 희망이었다.

 

 어떤 누군가는 이러한 애리를 보면서 섣불리 판단하고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르겠다.

 

 너무 타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말이다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힘도 필요로 하지만 자기 자신의 힘도 필요로 하다고 말이다좀 더 자신을 믿어**다고 말이다.

 

 그러면 애리는 이렇게 담백하게 대꾸할 것이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제 처지를 잘 알아요. 18년 넘게 지루하고 끈질기게 고찰한 덕분이죠그 과정 끝에 저는 드디어 결론에 도달했어요.”

 

 싱긋미소까지 덧붙이면서.

 

 “결론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저는 저에게 의지할 수 없어요.”

 

 그 미소는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말과는 정반대되게 아주 화사할 것이다.

 

 그렇기에 그 미소에 담긴 감정은 해탈 혹은 체념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리라.

 

 

 

 

 

 역시 가장 먼저 말해야 하는 인적 사항은 이름이려나.

 

 주애리.

 

 그것이 그녀를 나타내는 첫 이름이었다.

 

 성이 주 씨이고이름이 애리였다.

 

 주애리일 때의 시절에 대한 기억은 애석하게도 선명하게 잘 기억해내지 못하는 편이었다너무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에그리고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갔다 왔던 물리적인 쇼크와 다시 되살아나면서 얻게 된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기억이 엉망진창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있는 힘을 다해 온 정신을 집중시켜도 전혀 기억해내지 못하는 과거라고 할 수는 없었다애리에게 있어서 주애리’ 시절의 기억은.

 

 그냥 가끔씩 평범하게 생활을 하다가도그러니까 저수지가 바느질하는 것을 열심히 보고 있는 때라던가방어선을 더욱 구축시키기 위해 차원종들을 소탕하고 있을 때라던가시시각각 난데없이 불쑥 기억나곤 하는 기억이었다그러니 이렇게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어필해내고 있는 주애리로서의 과거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식으로 일단 말만으로 표현도 해보고그 말이 실제가 되게끔 집행자 시절의 기억을 애써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만을 본다면모두들 애리가 다른 의미로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냥 이렇게 빙돌려서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애리는 주애리 시절을 싫어했다주애리라고 하는 존재를 전면 부정하지 않는 것부터 천만다행이었다주애리 시절을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우울하고 우울하고 우울하기만 한 나날들뿐이었으니까물론 주애리로 살면서 행복했었던 기억은 분명히 존재하였다하지만 그 행복했던 나날은 좀 더 어린 주애리 시절에나 있었던 이야기이지게다가 애리의 안에서 아주 강렬하게 남아버린 주애리와 관련된 기억은 집행자 시절이니까.

 

 하필 독이었다하필이면 치명적이기만 한 맹독이었다많고 많은 위상력 중에서도 하필.

 

 독과 관련된 위상력을 각성한 케이스는 매우 희소했다애리는 일생을 살아오면서 자신과 같은 위상력의 성질을 가진 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차원종들 안에서는 더러 있었던 것 같긴 했다만인간이 맹독’ 위상력을 각성한 케이스는 애리가 유일했다.

 

 이렇게 극도의 살상력을 가졌으나 여러모로 눈에 띄고 말 애리의 존재와 처우에 대해 유니온은 난처했을 것이다.

 

 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한 것은 총장 미하엘 폰 키스크였다그는 애리가 가진 희소한 능력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며 애리를 바로 자신의 직속으로 두었다그렇게 주애리는 클로저가 되었으며주애리가 맡은 클로저 임무는 바로 위법위상능력자를 처리하는 집행자였다인력 하나하나가 귀중한 때에애리는 적군인 차원종보다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더 많이 죽였다그러다 보니 같은 팀인 인간들에게 이름보다도 악마’ 혹은 집행자라는 단어로 더 많이 불렸다자신을 악마라고 부르는 사람을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애리는 의외로 담담했다하루아침에 악마라 불리게 되었다는 오명이나 누명도 아니었거니와그냥 그러겠거니 했다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다그리고 자신은 악마가 아니라고 부정하기에는 악마와 비스무리한 잔혹한 짓을 많이 하기도 했었으니까.

 

 자의든타의든지 간에 어쨌든 그런 잔인무도한 짓을 애리가 직접 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애리는 자신이 악마라고 불리게 된다는 사실을 그날 이후로 알게 되었지만 격분하지 않았다다만 그날은평소보다도 훨씬 더 우울해졌을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하엘...그 사람 참 나빴어요.”

 

 애리는 불쑥미하엘에 대한 평가를 하나 더 추가했다.

 

 추후에 자신의 오점이 될 거라는 걸 직감하고 나를 처리할 거라던 사람이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처리는 생각보다 깔끔하지 못했다는 것이아예 주애리’ 라고 하던 클로저는 존재하지 않았다라고 한다면 미등록 위상능력자로서 클로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과거 이야기단 한 톨도 꺼내지 않을 수 있었는데 말이다.

 

 “덕분에김유정 임시지부장님께 미운 털이 박히고 말이죠.”

 -18년 전전사 처리된 클로저가 왜 미하엘이 은신해있던 쉘터에서 같이 발견이 된 거죠?

 

 김유정 임시지부장의 해당 질문은 제법 날카로웠다그리고 이미 그 질문 속에는 애리와 미하엘이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되어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기까지 했다.

 

 그래서 애리는 미하엘이 정말로 나빴다고 한 것이었다.

 

 한 존재에 대한 완전한 소거보다딱 의심의 정황이 될 만한 여지만 남기는 것이 훨씬 더 분열을 일으키기 좋다는 것이겠지만약 애리가 그 때 남극에서 정말로 죽어버렸다면 미하엘은 아예 주애리라고 했던 클로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라는 식의 데이터 소거를 분명히 했을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보험...이었을까요?”

 

 애리가 후후웃었다언젠가 자신이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그 희박한 가정을 염두를 해두고 한 처사라고 생각하자니 다른 의미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그러니까 미하엘 폰 키스크는애리가 깨어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척을 지겠다는 것도 다 알았다는 소리였다어쩌면 애리가 손을 잡은 쪽이 그 때의 자신에게 가장 최악의 적일 가능성도 염두로 두고주애리는 미하엘과 관련이 있다라는 떡밥만 교묘하게 뿌린다면...

 

 “언제든지 갈라질 가능성을 만든 후그곳을 파고들겠다는 의미겠죠.”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 없는 최악의 인간이었다.

 

 보글...

 

 자신을 걱정하는 물방울의 움직임에 애리는 그를 다독였다.

 

 “웃겨서요진짜 웃겨서 그러는 거예요.”

 -...

 “...제가 안 그랬던 적이 많았다고요방울 씨가 보기엔 그렇게 많이 뒤틀려 있었어요?!”

 

 애리는 정말 서운하다는 듯이 물방울에게 대꾸했다그러자 물방울은 아까와는 정 다른 느낌으로 격정적으로 움직였다최선을 다해 반박하는 물방울의 그런 움직임이 너무도 귀여운 나머지 이번에도 애리가 먼저 항복 선언을 하였다.

 

 “알았어요알았어잠깐 농을 친 것뿐이에요.”

 -...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 잘한 거 같아요. ‘주애리가 아닌 애리로 살고자한 것 말이에요.”

 

 정말 주애리라는 이름 그대로 김유정 임시지부장에게 자신을 소개하였다면지금보다도 더 상황이 최악이면 최악이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 시절의 주애리도 나름 많은 노력을 했었다.

 

 독도 독 나름대로 약이 될 수 있다는 어린 시절 친하게 지내던 한약방 할아버지의 말에 따라 독의 농도를 나름껏 조절하여죽은 것 같지만 어떻게든 살 수 있는 독의 농도를 찾고자 하였다하지만 이건 애리가 가지고 있는 독이 약도 될 수 있는 독이 아닌 그냥 치명적이기만 한 맹독이라서 농도를 낮추든 높이든 결국 죽이는 용도로만 작용되는 독이다보니 포기하게 되었다.

 

 대놓고 살려달라고 하는 자들은 간혹 목숨을 빼앗지 않았다그녀가 자비를 베푼다고 해서 그 미하엘 폰 키스크가 그녀가 원하는 바처럼 그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주는 위인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무얼 해도 바뀌지 않다면서 몸서리를 치는 집행자 시절의 주애리에게 애리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토록 이 상황이 부당하다고 여겨졌으면 그렇게 몸서리만 쳐서는 안 되었어요.”

 -...

 “수뇌부를 쳤었어야죠당신이 수행하는 모든 암살 명령을 직접 내리고당신이 암살에 성공할 때 가장 득을 보는 사람을 제거했어야 했어요.”

 -...

 “그럴 용기와 배짱도 없으면서 그렇게 몸서리만 치는 건 조금...아니많이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주애리?”

 

 결국 그렇게 말로는 싫다면서주애리가 미하엘을 배신하지 않는 한 미하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으로 주애리를 보호하고 감쌀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니까어떻게든 목숨을 붙이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다는 것에서 주애리도 마음 한 편에서는 안도를 느끼고 그를 따르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이것이 애리가 집행자 주애리를 싫어하는 많고 많은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런 주애리를 부정하지 않는 건 결국 애리도 주애리를 이해하기 때문이었다.

 

 18년 정도 고뇌한 끝에 이런 결론을 그나마 내릴 수 있던 애리였는데당연히 그 시절의 주애리는 그런 사고를 제대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그 미하엘이 제대로 된 멘탈 케어 같은 걸 해줄 리가 만무하기도 했고.

 

 “그 시절의 내가 정말이지 죽을 만큼 싫긴 하지만어쩌겠어요.”

 -...

 “내가 그 때를 부정한다고 해서 지금의 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만약이라는 것도 없으니까요.”

 

 다 감내해야죠이렇게 주애리와 애리’ 이런 식으로 자신을 양단하지만 그 둘 다 애리 본인이니까그냥 이건 일종의 방어 기제였다자기 자신의 일보다는 제3자인 것처럼 구는 것이 과거를 기억할 때에 혹시 올지도 모르는 충격에 대비하기 좋았으니까.

 

 비겁하게 말이다자신이야말로 많이 비겁한 편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을 양단하는 많고 많은 이유 중에는 조금 어처구니없는유치할 수도 있는 이유도 존재하기는 했다.

 

 “그리고 무척 근사하지 않나요악마라고 불렸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누구보다도 인간에 가까운 주애리와 정말로 악마와 합체해서 인간의 외형을 한 악마에 가까운 애리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장치이기도 하니까요.”

 -...

 “게다가 차원종에게는 이름만이 존재한다면서요성씨 같은 개념 희박하다면서요.”

 -...

 “가장 큰 이유는 그것 때문만은 아니긴 하지요.”

 

 

 

 

 

 방울 씨와 합체하고 얼마 지나지 않던 시점에서그러니까 현실 시간으로 1년쯤 지났을 때의 일이었다정말 죽을 생각이었는데 의도치 않게 살게 되어버린 애리는 지금의 애리와는 정반대되게 1년 동안 침묵만 하고 있었다그저 아무런 풍경도 없이 깜깜한 본인의 꿈속에서 자신을 살린 물방울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1년쯤 지나니까 지치기 시작했다. 1년쯤 지나고 나서야 애리는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요...전 결국 살았다는 거네요.

 -...

 -차원종...아니악마랑 합체하면서 말이에요.

 

 보글...

 

 물방울이 그녀를 위로하듯 그녀 주위를 맴돌았다그러자 무표정하던 애리의 표정이 아주 조금은 풀어졌다.

 

 -악마와 악마가 합체했으니 당연히 그 결과물은 악마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일단 주애리의 외형 – 인간의 외형 으로 살게 되었으니 그에 걸맞게 작은 목표를 설정할까요?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정진하면 이 꿈에서 깰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일단 깨어나게 된다면...당연하겠지만 주애리로 사는 건 거의 포기해야겠지요?

  

 운 좋게 눈을 뜬 곳에 미하엘 혹은 미하엘의 수하가 없다고 하더라도 미하엘의 성정을 생각한다면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계속해서 추적하면서 죽이려고 할 것이 뻔했으니까한 번 구제받은 목숨그 시절 주애리로서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감정이겠지만 그런 식으로 허망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아일단 한 번 죽었다 살아난 거나 다름없으니 성격이라든지 가치관이라든지 그런 게 변해버린 걸까일단 그런 식의 큰 충격을 받으면 사람이 180도 달라진다고 하는 카더라도 있으니까...

 

 -숨어 살려면 역시 가명이 필요하겠지요일단 가명을 만들어볼까요애리 파블리첸코라던가애리 아스카야라던가...

 -...

 -죄다 이상하다고요?

 

 물방울이 열심히 무언가를 애리에게 설명하였다그걸 잔잔히 다 듣고 있던 애리가 깜짝 놀랐다.

 

 -그렇군요차원종들에게는 성씨라는 개념이 없는 거군요.

 -...

 -일단 그 의견 받아들여서 성씨는 나중으로 생각을...

 -...

 -결국 제가 정한 목표가 도저히 뭔지 모르겠다고요이름 짓기 같은 단순한 건 아닐 텐데라고요?

 

 애리는 예리하시네요라며 대꾸했다잠깐 침묵하던 애리가 수줍게 고백했다.

 

 -저는 가족을 만들고 싶어요.

 -...

 -제가 왜 계속해서 우울하고 고독했는지 생각해보니 제가 혼자였기 때문이더라고요그래서 혼자가 아닐 수 있게 늘 제 옆에 있는 가족을...

 

 그녀가 봐온 죽어가는 이들은 보통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이들을 부르짖으면서즉 그들의 가족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운명하곤 했다그걸 산더미 같이 많이 봐온 애리였기에꽤 오래 전부터 가족은 물론 친구라는 존재도 죄다 사라져버린 애리에게 있어서 당연히 강한 인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말을 잇던 애리가 잠깐 탄식했다무언가를 깨닫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애리는 옆에 있던 물방울에게 차분하게 다시 무언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거 아세요물방울 씨같은 가족끼리는 같은 성씨를 공유한답니다.

 -...

 -이유요글쎄요잘 모르겠네요아마 이 사람은 나와 같은 가족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든든함 같은 걸 얻는 것 일지도요.

 -...

 -만약 그렇게 된다면 물방울 씨의 성은 물 씨요이름은 방울이 되네요그래서 물방울 씨 혹은 방울 씨가 되는 거네요.

 

 잠깐 물방울과 같이 웃던 애리가 부자연스럽게 웃음을 끊었다그 뒤로 애리의 건성거리는 목소리가 애리의 깜깜하기 짝이 없는 공간을 메웠다.

 

 -성씨 같은 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죠.

 

 이유는 이러했다.

 

 -나중에 제 가족이 될 분의 성을 꼭 따르고 싶으니까요그렇게 된다면 그 누가 봐도 제가 그분의 가족임이 바로 드러나겠죠?

 -...

 -그래요일단 깨어나지 않는 이상어떤 성씨의 애리가 될지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일단 여기서 빠져나갈 방도부터 궁리하자고요.

 

 그렇게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간 끝에 – 18년 만이었다 만나게 된 그녀의 가족이 될 사람가족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의 이름은 저수지였다그리고 저수지에게는 성씨 비슷한 것은 일절 없었다.

 

 이에 애리는 참 다행이라고 여겼다일단 애리라는 이름만 덩그러니 쓰게 되어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Notice : 애리 센텀시티까지의 스토리 보고 짠 플롯이라 애리 남극상공에서 어떤 설정이 나와서 플롯 갈아엎을지 모르기에 점검 시간동안 급하게 써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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