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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어비스의 주인 3장 11화, 조각조각

작성자
AI미스틱
캐릭터
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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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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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엘은. 아니, 기적은 이 상황에 대해 웃음이 지어졌다.
3개의 세력 중, 2개가 협력을 결정했다. …일방적인 협박에 불과했지만, 효과 자체는 좋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쉬운 방법이 있었더라면, 이쪽도 그리할 것을.”

오랜 ‘적’의 기척.
오랫동안 나뉘어져 있었고, 동시에 인간의 몸에 깃들어 있었던 무궁무진한 위대함은 클로저 사이에서 나약하게 풍겨져나오는 이질적임을 인지했다.

아마도 동질. 권위만 본다면 어중간하게 비슷한 영역.
새하얀 입김을 가진 채, 영원히 끝나지 않을 정적을 찾아 헤매는 자.
극권이니 뭐니하면서 불려도, 결국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 …단지, 패배한 망령들에 의해 몸이 붙잡혀 있고, 동시에 많은 군주가 지켜보고 있는 이 세계였기에 차마 모습을 직접 드러내지 못할 뿐.

─이지만.

막상 진척도를 본다면 이런 식으로 십 년 이상을 버티고 있는 기적보다, 그쪽의 진척도가 훨씬 빨랐다.

거대한 힘. 지키기 위해 의존하게 되는 그 이상성.
모두를 지킬 수 없음에도 그러고 싶다는 나약함을 잘만 이용한다면…….

“……위대한 주인이시어, 당신의 몸을 가진 인간 놈들이 연락을 취했습니다.”
“말해보아라.”

콰득, 대지를 밟은 채 예의를 한껏 갖춘 위대한 용, 아지다하카는 이곳으로 오면서 받은 오만한 부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미하일, 유니온의 전 총장이었던 그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숨김이 도대체 얼마나 오래 가는 건지는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건 가지고 있는 ‘몸’의 제작이 얼마나 완성되었는가.

“이 반쪽짜리 몸으로는 거동조차 편치 못하다. 완성은 멀었나?”
“…유니온의 ‘복종’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몸을 폐기할 수도 있다 말하였습니다.”
“그래서?”

그 말을 들은 아지다하카가 그냥 돌아왔을 리가 없다.
무슨 방식으로든 일을 벌여놨을 터. 무슨 일을 벌였는지에 묻자, 아지다하카가 즉답하길.

“놈들이 숨기고 있던 패 중 절반을 부쉈습니다.”

몸을 지키며, 괴물들을 부순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겠지만, ‘기적’을 빌린다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다.

이치에서, ‘시간선’에서 벗어난 힘.
인과를 뒤집어버릴 수도 있는 위대한 ‘기적’ 앞에서, 인간이 만들어낸 존재 따윈 하찮은 먼지에 불과했다.

적당히 부숴버리고, 지금까지 어째서 그들을 보호해주었는지 알려주었다.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닌, ‘협력 관계’ 따위가 아닌… 단순히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구차한 연명에 불과했다는 걸 알자, 그들은 순순히 물러가기를 원했다. …순수하게 물러나기를 원한 건지, 다른 뜻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다운 짓을 해놓았습니다.”

‘제어코드 0’

어떻게 만들고, 그 기적의 삼엄함을 뚫고 어떻게 주입한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뇌를 비롯한 전신의 신경회로에 작동하는 유일무이한 제어코드 0는 이미 아지다하카가 손쓸 수 있는 수준을 넘어가 버렸다.

“완성된 몸을 찾는다 한들, 놈들의 술수대로 엮이게 된다면…….”
“아지다하카.”

계속해서 말을 잇는 아지다하카의 정보가 점차 ‘전달’이 아닌 ‘걱정’으로 변질되어 간다.
이 이상은 그저 무례에 불과할 뿐. 불쾌하게 만들지 말라는 뜻에 한 차례 경고하자 그 일련의 단말마를 이해했는지 아지다하카가 고개를 숙였다.

그저 하찮은 인간의 술수일 뿐.
기술이니 뭐니 해도, 결국 이 몸의 비밀 하나 알아내지 못하는 머저리들.

언젠가 자유롭게 움직이게 되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겠지.
자신들이 해온 모든 일과 일련의 행동들이, 세계를 절망으로 몰아넣을 뿐인 행위였음을.

“아직 수단은 많이 있다.”

‘주인’이라는 귀중한 존재들을 잃지 않았다.
아직 모든 미래는 여기에서 잡고 있다.

“보인다.”

찾아올 승리가. 잊혀지지 않을 승리가.
웃으며 기다리자. …저들끼리 무너져내릴 순간을.



# 2.


폐허가 된 마천루 위를 지나간다.
이미 폐기된 구역, 전력이 지나갈 리는 없고, 끊어진 전선도 한두 개가 아니다.
이곳이라면 아무리 강해봤자 평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 …유주의 힘이 범상치 않은 이상, 더 강해지는 것만큼은 막아야만 했다.

“애초에 제 6주인과의 싸움도 전선이 얼어붙은 것만 아니었다면 지속적인 화력에서 승기를 갖췄겠죠.”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위상력 총량임에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카밀라의 몇 배가 되는 출력이 더 늘어난다면, 존재 자체가 재해가 되어갈 뿐.

사방이 뻥 뚫려있고, 전장 자체가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이곳만큼 좋은 전장이 또─

─콰르릉…….

아무래도 좋기만 한 건 아닌 듯했다.
전력을 끊어달라고 부탁했지만, 이미 공급되었던 전기를 지속적으로 충전해왔다는 의미일까.
이쪽이 전장을 준비한 만큼 전기를 충전했으니, 천둥 소음이 이 먼 거리까지 들려왔다.

어중간한 수준이 아니다. 맥시멈까지 빡빡하게 채우고 온 듯, 스파크가 비친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유키호가 물었다.

“사람이 아니겠죠…?”

정체불명의 병기이길 바라는 그녀의 바람을 무시하듯, 저 멀리서 빛이 일렁인다.
소름이 끼치는 위상력의 출력, 방대하게 뿜어져 나오는 적의. 마스테마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진 존재에 몸이 떨린다.

콰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전장의 절망이 내려선다.
조종당하는 만큼 반응이 느려질 터임에도, 전신에 두른 번개는 뇌에서 벌어지는 모든 신경 반응을 더 빠르게 일어나게 만들어, 평소와 다름없는 전투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단 둘로 포위하고 있음에도 전장은 혼란스러웠으니.
붉은 열기가 빠듯하게 피어오르고, 그 불길을 타며 번개가 이글거렸다.

그리고.

─파직…….

자그마한 충동과 함께, 전투가 시작된다.
손가락 끝에서 발휘되는 섬광의 줄기는 고열의 레이저가 되어 뿜어져 나왔으니, 칼날에 위상력을 휘감은 유키호가 레이저의 줄기를 그대로 베어, 흩어버렸다. 하지만, 전투에 있어 유 주라는 이가 가지는 우위성은 지금에서야 드러난다.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생산한 전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그 불합리성.
동시에 방대한 위상력 덕분에 펼칠 수 있는 그 불합리적인 번개의 포효.
전장 장악 능력만 따진다면, 아마 지금 이 부산에 몰려있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날 터였다.

사방에서, 섬광의 비가 떨어졌다.


아무리 평범한 이능 클로저라 해도, 육체강화는 일반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것이 설령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떨어지는 유주의 공격이라 해도 먼저 발생하는 전조와 위치, 궤도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면, 클로저인 이상 피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모두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닌지라, 육체를 뒤덮은 위상력에 조금 더 신중을 기할 뿐이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폭주기관차. ─따지자면 그렇게 될까.
전력으로 신체를 강화한 유주의 전속은 평범하게 쫓는 건 가능하지만 그 뒤에 일어나는 추가적인 행동에 대응할 수가 없다.

반응하기 전에, 이미 움직인다. 그런 직감적인 미래 예측에 온몸을 내던진다.

S급 클로저, 그리고 A급 클로저가 동시에 있는 이 전장.
서로 간의 시너지도 나쁘지 않을 텐데도, 리미트가 완전히 풀린 상태의 유주는 제어할 수가 없다.

아니, 그래도 조금은 편한 쪽이겠지.
마스테마의 조종이 아니었다면, 더 빨랐을지도 모르니까.

몸을 조여오는 빠른 공격에 대응한다. 사각을 파고드는 그 유치한 공격을 인지하고 있다.
고작 그런 공격으로는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는다. 어린 애들이나 생각할법한 일을… 확실히 벌레라 그런지 충분히 하는 모양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폭우라고는 하나, 전투 패턴이 단순하다.
일부러 방심을 보이면, 불길에 날아드는 불나방처럼 다가온다. 그러고 카운터가 들어오면, 빠른 반응으로 물러난다.
학습 능력이 없는 건지, 아니면 무식한 건지.

아니면….

─파직.

섣불리 접근해버린 한 걸음.
페인트를 섞기에 충분한 여유를 두었음에도, 더 빨리 반응하는 육체가 그곳에 있었다.

손 사이에 일렁이는 번개.
전기충격기처럼 강렬하게 비치는 그 번개가 몸에 닿는 순간.

─콰앙!

마치 벼락이 떨어진 듯한 소리와 함께, 입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내장까지 관통된 그 충격과 탄내가 나는 그 검은 연기에 죽은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은 여전사는, 그 두 손을 붙잡은 채 미소를 만면에 비친다.

“잡았다…….”

새로이 알아낸 마스테마의 ‘조건’.
마스테마가 숙주의 힘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숙주의 의식이 있어야 한다.
결국 뇌의 활동이라는 건 의식의 유무에 따라 다른 것인지라, 얼마나 뇌가 활성화되어있느냐에 따라 육체 능력이, 그리고 클로저의 능력이 확연히 차이난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대상이 클로저인 이상 뇌의 활용 능력은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둘째.
숙주의 신체가 ‘행동 가능’의 영역에 있어야 한다.
장미숙의 경우 의도적으로 폭주시킨 것이나 다름없지만, 일반적으로 숙주의 신체가 ‘행동 불능’이라 여겨질 정도로 큰 충격에 들어가게 된다면 기능을 정지하고 동면 상태에 빠진다.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수면 마취제야. 특별히 강한 거라고.”

푸욱, 몸을 파고든다.

생살을 찢으며 들어가는 주사기를 누른다. 꾸욱하고 눌러지며 빠져나가는 용액은 약물에 저항을 가지고 있는 차원종마저 한 번에 잠들어버리는 특별 수면 마취제였다.
설령 수면상태에 들어 뇌의 활동이 줄어든다 해도, 육체의 기능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용액.

아무리 대단한 클로저라 해도 버틸 수 없다.

눈의 동공이 풀리며, 쓰러진다.
마치 허수아비처럼 쓰러지는 그를 받아낸 하얀은 누적된 데미지에, 시야가 핑글 돌아간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 의문과 함께 의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유주를 데리고 돌아왔을 때, 우리는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언터처블이 쳐놓은 함정에 보기좋게 걸려든 나타의 행동이었지만, 그 누구도 그 행동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것이 드러나기 전까지,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하는 상황 속, 유일하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단지, 돌아오지 못할 것만 같았던 그가 돌아와주었다는 것 뿐이었다.

“마스테마의 추출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아마 정상적으로 진행이 된다면, 꽤 머지 않은 시간에 복귀할 수 있을 터.
그런 식으로 마냥 긍정적이게 대답하기에는… 너무나도 상황이 좋지는 않았을까.

잃어버린 믿음, 무너진 신뢰. 흩어지기에는 너무나도 쉬웠지만, 쌓아 올리기엔 너무 긴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 3.


죽이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그 때. …죽이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팎이 반전된 시점, 조작된 영상.
의심하는 자들은 있었으나, 불신으로 이루어진 시민과 클로저간의 관계는 사소한 불씨만으로도 쉽게 점화되었고, 폭탄이 되어 터져 올랐다.

숨어들어 일으키는 선동.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의심을 뒤로한 채 격양되는 감정.
사람이 주체할 수 없는 인식 속에서 벌어지는 불화를 등지고, 그럼에도 사람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출동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음만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철저한 오산이다.
숨어든 언터처블을 찾아내기에는 인원도 능력도, 하물며 시간조차 충분하지 않다.
사람마다 위상 억제 수갑을 채우곤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걸까, 하는 의심이 들고 있었다.

하지만, ‘방생’에 가까운 이 전투.
위장하고 있는 아군이 있다면, 옅은 방심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특히, 실제로 그 성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대상을 흉내내고 있는 것이라면.

덜컥거리는 서랍, 무언가를 **보는 듯한 그 금발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마나가 물었다.

“뭘 찾아보고 계신 겁니까, 볼프강 요원님.”
“응? …아아, 마스테마의 진료 기록을 좀 찾아보고 있었어. 재리가 가져달래서 말이지.””

최근 부산에 들어와서 나타난 마스테마의 변수.
많은 사람이 진료를 받은 만큼, 충분히 걱정할만한 이야기였다.
서랍을 둘러보는 그에게, 마나가 말했다.

“진료기록은 여기 있어요.”

정돈되어있는 서류를 손에 받아쥔 볼프강은 간신히 찾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한참 찾았거든. 덕분에 살았어.”
“…볼프강 요원님? 여기서 뭐 하고 계신 건가요?”

그리고 마침 그때, 연락을 마친 앨리스가 다가와 볼프강에게 물었다.
그러자 볼프강이 손에 든 진료기록서를 들어올리더니 답했다.

“찾고 있었거든, 애들의 진료 기록. 재리가 급하게 갖다달래서 말이지.”
“…흐음….”

뭔가 의심스럽다는 듯, 말꼬리를 흐린 앨리스는 알겠다는 듯 말하더니, 품을 뒤적거렸다.
그러자 옷의 안쪽에서 슬쩍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마도 예정되어 있었을 터인 볼프강의 4박 5일의 휴가증.

줬다 빼앗겼던 그것. 오랜 시간 동안 찾아 헤매었던 은인과도 같은 그 모습은 참으로 감격스럽기 그지없을 터인데.

“부산 상황이 끝나면 드릴 생각입니다만, 어떠신가요?”
“…응? 아니, 됐어. 지금은 이게 급하니까.”

그리고 그 대화에 반응하듯, 주변을 서성거리던 트레이너가 자연스레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말 받지 않아도 되겠냐는 등, 말로 계속해서 시간을 끄는 앨리스의 말에 슬슬 반응이 식어들 때 즈음.

“그럼, 난 이만….”
“…가도 좋긴 하지만, 그건 볼프강 요원님에 한해서야.”

갑자기 내려앉은 앨리스의 목소리에, 볼프강이 한 걸음 물러섰다.

“여기까지 들어와서, 무사히 나갈 수는 없을걸?”

후욱, 들어오는 강렬한 소음이 들린다.
바람을 가르는 불길함에 가드를 올리며 볼프강이었던 목소리가 외쳤다.

─AROMOURED!

…!

아마도 사람이 맞았더라면, 뼈가 뭉개졌을 터인 일격.
클로저라도 버티지 못할 터인 그 주먹은 위상력 하나 없는 무식한 물리력만으로 갑옷에 흠집을 냈으니, 강렬하게 들어오는 충격에 언터처블이 휘청이며 물러났다.

“어… 어떻게…!”
“…어째 이상하다 생각했지.”

다른 누구도 아닌 볼프강이 재리의 부탁을 받고 직접 진료기록을 찾아본다는 점.
다른 무엇도 아닌 볼프강이 간곡히 원하던 휴가를 괜찮다고 반려한 점.
직접 움직이는 상황에 불길함을 감지했기에 통신기를 열어둔 것이 그 시작이 되어 있었다.

슬쩍, 타격지점을 매만진 언터처블이 말했다.

“아머 파손율이 46%… 맨몸의 주먹으로 이런 위력이라고? 사람인 거냐 네놈은….”

여기선 물러나는 수밖에 없다.
충분히 상황을 인지한 언터처블은 스텔스하는 순간.

─슈카악!

그가 있던 자리를 살벌하게 그어내는 ‘메스’가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시간을 놓친 마나의 살벌한 ‘메스’가 허공을 가르니, 남은 건 그나마 손끝에 맴도는 잔잔한 충격뿐이었다.

“…너무 오래, 전투를 떠나있었나…”

제대로 들어갔다면 충분히 팔을 날릴 수 있을 정도였을 건만.
사라져버린 언터처블의 잔재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려한 불꽃과 함께 위상력 안정기가 터져버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급격히 올라가는 위상변곡률, 다가오는 부산의 재앙 속에서 클로저들은 언터처블이라는 위협을 두고도 쫓지 못한 채, 허둥지둥 그들이 만들어놓은 무대를 향해 뛰어다닐 뿐.

그리고.

“…이건 착각인가, 아니면 환상인가.”

검은 것들.
진득하게 쏟아져나오는 ‘진흙’같은 그것들은 형체를 갖춘 채 벌레같은 괴물들을 뜯어내고 있었다.

갑피를 한 겹 뜯을 때마다 주욱하고 터져나가는 녹색의 핏물.
머리를 뽑아내는 무식한 괴력에, 절단해도 달라붙는 그 괴이성.
‘어비스’ 중에서도 저런 개체가 있다는 사실에 실로 경악하고 있노라니, 등 뒤를 바짝 따라붙은 ‘공포’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아버지의 적.”

그들은 ‘동맹’을 위협하는 적.
그들은 ‘아군’을 위협하는 적.

아버지의 의도에 반하는 것이 있다면 설령 ‘군주’라 해도 물어뜯는다.
팔다리가 모두 뜯겨나가 머리만이 남았다면, 그 발에 이빨 자국 하나라도 남기리.

“그럼, 너머로 가시죠.”

먼저 걸음을 옮기는 그것을 바라보며, 무슨 감정이 들어야 할까.
의문… 공포…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들어오는 그 감정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치단는 것이 ‘든든함’이라면, 그것은 잘못된 걸까.

하지만, 그 덕이 있다면.

“…호프만.”
“이런, 자네가 계속 무의미한 말을 하니, 그만 들켜버리지 않았나.”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만 같은 거리감.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 채 바라보고만 있자니, 호프만이 마침 ‘피어’를 바라본 채 말했다.

“우리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었나?”
“…아버지의 뜻대로 행할 뿐.”

유니온과 동맹을 맺었다.
동시에 총장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단순한 거래관계였을 뿐. 지금 상황과는 별개다.
애초에 호프만이 주도하는 작업도 아니었으니 별반 상관이 없었다.

“버림패 따위는, 아버지의 의도에 들어있지 않다.”
“그건, 자네 아버지와 상의해서 나온 결과인가? 아니면….”
“설령 이것이 자의적인 뜻이라 하더라도, 그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호프만과 언터처블은 예외적 사항.
다만, 거래 관계의 특수성은 존재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손을 대지 않을 뿐.
그들이 만들어놓은 차원종은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였다.

그러자 호프만이 말했다.

“재미있군. 차원종은 별개의 이야기라….”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는 호프만의 말을 툭, 끊어낸 언터처블이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그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겠어?”

─딱히 움직여봤자 뭔가를 할 수도 없겠지만.

손에 움켜쥔 스위치 하나.
빨간색으로 물들어있는 스위치를 장난스레 툭, 눌러버린 언터처블의 한 행동에 다시금 폭음이 들려왔다.

“가벼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이제 클라이맥스로 들어가야지.”
“너…….”
“잘들 움직여보라고. 아하하하!!”

덧없이 떠나는 둘이었지만, 붙잡을 재간이 없다.
괜한 싸움을 하다가 놓치면 시간이 문제가 될테니까.

“…돌아가자.”

─아직은, 물러날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AI미스틱입니다.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다른거 하다가 늦었습니다.
다음화는 대략 1년 후에 돌아올 거 같네요.

하늘새 만들어놓고 애매하게 부산에서 합류시켜놔서 진짜 스토리가 귀찮아지네요. 따로 짤걸….
여러모로 긴 시간이 걸렸지만, 앞으로도 아마 더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언터처블 처리하는 건 어쩌면 스토리대로 갈 수도 있고, 그 과정에 뭔가 더 추가될 수도 있고.
짜놓은 건 있는데, 과정에 뭐가 일어날지는 예상하지 못하겠네요.

나이가 조금 더 들어보고 이전껄 보고 나니 뭔가 좀 애매하고 나사빠지고 구멍난 듯하고….
여러모로 모자란 부분이 많이 보여서, 앞으로는 조금 더 튼튼하게 구축해서 오겠습니다.
여튼, 오랜만에 돌아온 어비스의 주인 3장 11화 였습니다.

더운 여름, 건강 잃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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