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작고 좁고 단단한 어둠 속에 갇혀 티끌같은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자아조차 불분명한채 그저 "태어나고 싶다" "폭식하고 싶다"는 원초적 본능만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런 욕구를 발산하지도 못하고 담아둔채로 작은 알에서 조용히 침묵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시간의 경과조차도 알 수 없는 칠흑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기다렸을까, 이변은 어느날 갑자기 일어났다. 그것은 감각적으로 느낀 것이다. 자신이 "숙주"의 몸에 들어왔음을 곧 태어날 수 있음을. 알은 순식간에 부화하여 "숙주"의 몸에 무언가가 태어나 자리잡았다. 하지만 알을 깨고는 나왔지만 아직 진정한 탄생이라고는 볼 수 없었다.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기에 "그것"은 숙주를 천천히 먹어치우고 성장하여 태어날 날을 기다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좋게 빗겨가고 말았다. 빠르다. 너무나도 빠르다. 자신의 성장이 너무나도 빠른 것이 느껴졌다. 분명 외부의 무언가가 개입한 것이리라.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성장 속도에 몸을 맡긴 "그것"은 일단 본능대로 숙주의 피와 내장과 살을 파먹으며 숙주의 몸을 찢기 시작했다. 그렇게 "숙주"의 몸을 찢고 태어나려고 하는 순간 강한 저항이 느껴졌다. "숙주"의 자아가 아직 미숙한 "그것"의 자아를 억누르며 필사적으로 태어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였다. 명확하게 무엇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누군가를 막아서려고 하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숙주"의 생각과 기억이 전해져 온다. 자신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어머니와 누이 , 상사와 동료들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것"은 나약한 종의 부질없는 저항이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그 정신력에 존경심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저항은 짧았다. 이내 "숙주"의 의식은 사라졌고 "그것을" 막는 것은 이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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