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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세하와 호감도 안경(1)

작성자
사일로시빈
캐릭터
제이
등급
수습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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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03.17
  • view2546

"이세하 요원.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요? 아까부터 신경 써달라는듯이 한숨을 푹푹 쉬고 있군요."


 도연은 잘 닦인 유리구슬같은 눈으로 초연히 세하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천장에 매달린채로 실연당한 남자를 건조하게 바라보는 거미와도 같은 거리감이 담겨있었다.

세하는 다리에 쥐도 나지 않는지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외톨이의 자세를 고수한채 쓸쓸히 게임기를 두드렸다.

도연은 잠자코 게임기 화면을 바라보다가 호수에 돌을 던지듯 툭 말을 뱉는다.


"포켓몬 토로제라니 매니악하군요."

"왜 알고 있는 거에요!?"

"저는 언제나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어요."

"아니, 게임은 관계 없잖아요."

"게임은 경제학이나 심리학 같은데에 응용되는 흥미로운 주제에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세하 요원의 상태를 추리해보자면, 이세하 요원은 누군가를 토로제하고 싶은 것이겠군요."

"누굴 예비 범죄자로 만드는 거에요!? 완전 빗나갔잖아요!"


 세하는 발끈해서 따졌지만 도연은 자애롭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어요 이세하 요원. 누구나 파괴충동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도 가끔은 기획예산관리부서를 폭파시키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요."

"지금 진지하게 신고해도 되나요?"

"신고하기 전에 이 약... 음료수를 한번 마셔볼래요?"

"지금 약이라고 했잖아! 누굴 기절시키려는 거에요!"

"농담이었어요."

"농담은 좀 웃으면서 해주세요."


 세하가 투덜거리며 옆에 앉자 도연은 얼룩처럼 보일 정도로 희미한 미소와 함께 그를 마주보았다.

우물쭈물하던 세하가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의 여자애들이 절 너무 싫어하는 거 같아요."

"왜일까요?"

"뭐, 제가 어딘가 많이 못마땅한가보죠. 저번에 정미는 절 밀어버리기까지 했어요."

"저런."

"넘어지니까 잡아주려고 한 것뿐인데. 피부만 닿아도 소름이 끼치나봐요."

"흠."

"저번에는 영화표가 생겨서 슬비한테 유리랑 같이 보러가라고 했는데 둘 다 화를 냈어요. 아니 평범한 영화였는데..."

"흠."

"유리랑 내기에 져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슬비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화내질 않나..."

"흠."

"특히 유정 누나가 절 엄청 싫어해요. 저번에 취했을 때는 한번만 때리게 해달라고 말했다니까요."

"과연. 잘 알았어요."


 한참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차트에 무언가를 기록하던 도연이 해답을 내놨다.


"이세하 요원은 인기가 많은 거에요."

"결론 이상하잖아!? 게다가 거기 쓴 거 그냥 사다리 타기잖아! 저 진지하게 말한건데!'

"이건 그냥 사다리 타기가 아니에요."

"그럼 뭔데요."

"솔루션 사다리 타기죠. 솔로몬 사다리 타기라고도 불러요."

"저 집에 가도 되요?"

"여기 이 상황을 타개할 해결책들이 있어요. 1에서 4까지 숫자 하나를 고르면 딱 맞는 대안이 나올 거에요."

"아무리 봐도 복불복이잖아. 거기 솔루션에 한강이라고 써있는 거는 뭐죠?"

"한강에서 수온을 재면서 차분히 심신을 적시는 교정활동이에요."

"하하. 저 놀리는 거죠? 하나도 안 웃기거든요?"

"1에서 4까지 고르세요."

"안 고를래요."

"1에서 4까지 고르세요."

"그럼 사다리 좀 꼼꼼히 보고 골라도 되요?"

"1에서 4까지 고르세요."

".......후.... 3이요."

"그건 아내는 세 명 정도가 적당하다는 의미로 무의식적으로 표출된 욕망인가요?"

"뭘 의미 부여하고 있어!? 됐으니까 사다리나 마저 타세요. 아니, 애초에 사다리를 타는 것도 좀 이상하긴한데....."

"그럼 이제 배경음을 넣어주세요. 입으로."

"입으로!?"

"저도 기왕이면 즐겁게 일하고 싶으니까요."
"아무리 봐도 노는건데 일이라고!?"

"과학을 너무 가볍게 여기면 곤란해요 이세하 요원."

"사다리타기의 어디가 과학적인건데!"


 하지만 도연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가 문제냐는 몸짓을 해왔기에, 어쩔 수 없이 세하는 입으로 배경음을 넣었다.

무심하게 전자음을 입으로 흉내내고 있다가, 다른 연구원이 지나가며 풋, 하고 웃음 한 조각을 흘리자 무척 부끄러워했다.


 도연은 손가락에 입을 대고 잠시 고민하다가, 유클리드 기하학을 떠올리게 하는 정교한 사다리 타기가 그려진 차트를 내려놓았다.

매니큐어가 칠해지지 않은 깨끗한 손가락이 손잡이에 걸리고,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서랍이 미끄러져 나온다.

도연은 세하에게 안경을 하나 건네주었다.


"자, 호감도 안경이에요."


 이제보니까 호감도 안경 옆에 써진 선택지가 한강, 옥상, 꽝이란 사실을 깨달은 세하가 주먹을 움켜쥐던 참이었다.

세하는 일단 안경을 받았다. 평범한 뿔테안경처럼 보였지만 좀 더 무거웠고, 렌즈는 빛에 비추자 연녹색에 잠겼다.


"이게 뭔데요?"

"오스트리아의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는 제 1대 빈 정신분석협회장을 역임한 이물로, 인피어리오리티콤플렉스를...."

"아니..... 너무 나갔으니까 중요한 부분만 말해주세요."

"그 안경에는 텔레패스계 위상능력자의 위상력이 들어있어요. 안경테에 손을 올려 위상력을 발현시킬 수 있죠.

최초에는 외교협상을 위해 고안했어요. 거짓말 탐지기를 개량하는 과정에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고 의제를 유용하게 주도할 심산이었죠.

지금은 위상력 효율이 나빠서 기획이 동결되었지만 효과는 있었어요. 그 안경은 타인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수치로 보여주죠."


 세하는 멍하니 천장의 얼룩을 세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니까... 호감도를 보여준다고요?"

"그래요. 실시간으로 수치는 변동해요. 하지만 우린 몇 차례의 교차실험과 데이터 검증으로 수치들을 통계화한 표를 만들었죠.

최소값은 -100으로 나타나요. 이건 관계가 아주 부정적인 거죠. 생판 관계가 없는 남은 0, 사랑하는 연인이면 80정도로 나타나요.

최고치는 100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이상의 수치는 관측된 적이 없어요."


 세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안경과 도연을 번갈아 바라보자 귀걸이를 만지작거리던 도연이 무심하게 덧붙였다.


"최근에는 박심현 요원이 대여해갔었어요. 그리고는 울면서 왔죠. 본인도 설마 그렇게 인기가 없을 줄은 몰랐었겠죠."

".....슬슬 불안해진다..."

"그걸 써서 이세하 요원이 불안해하는 인간관계를 조명해보세요. 호감도가 어떻게 나타나든, 그건 스스로가 바꿀 수 있어요.

어떤 행동을 해서 호감도가 떨어지거나 올라가면 수치상으로 보이니 관계를 개선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거에요.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기도 쉬워질 거구요. 물론 사적으로 쓰는 물건은 아니니 여기 대여장부에 기록을 해주셔야 해요.

그리고 본인이 사용하는 대상, 최초로 생각하던 호감도와 변화한 수치를 날짜마다 기록해서 제게 제출해주세요."

"..........음... 그럴게요. 좀 흥미롭네요.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같잖아요. 지금 써봐도 되요?"

"네. 한번 시험해보세요."


 세하는 안경을 써보았다. 도수가 없었기에 어지러움이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시야가 프레임에 갇혀버려서 좀 익숙치않은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세하는 도연을 보며 안경테에 손을 올렸다.

도연의 머리 위로는 계산기에나 쓰여있을 법한 아날로그한 숫자가 출력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렌즈는 카메라와 모니터의 기능을 겸하는 것일 터다. 도연에게 뜬 숫자는 2였다.


"2.....라니... 좀 풀이 죽네요."

"사무적인 관계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절 대할 때의 호감도만 출력되죠?"

"예. 렌즈의 방향에 따라 위상력이 일시적으로 연결되는 거니까요.

"알았어요. 고마워요. 그 녀석들 귀찮지만 싫어하진 않으니까, 절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부에 기록을 하던 세하가 어설프게 웃으며 쓸쓸히 말하자 도연은 부드럽게 타일렀다.


"절대로 이세하 요원을 싫어하진 않을 거에요. 제가 보증하죠."

"이 안경으로 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아요?"

"여자의 감이라고 해두죠."

"음. 뭐, 그래요. 그럼 다녀올게요. 언제 돌려드리면 되죠?"

"일단 실험목적의 대여기간은 일주일이에요. 보고에서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어요."


 세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도연을 뒤로 한 채 방을 나갔다.

미움받을까봐 두렵기도 했지만 흥미롭기도 한 작업이었다. 역시 게임처럼 느껴진 탓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던 세하는 일단 가장 먼저 그를 못잡아먹어 안달인 살쾡이 같은 리더, 슬비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했다.




**


가볍게 쓰는 시리즈입니다.


정도연은 도라에몽 포지션이구요. 어쩐지 약간 맛이간 세하하렘물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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