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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세하 + 슬비가 큐브 들어가는 소설.

작성자
토이코
캐릭터
이세하
등급
정식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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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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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야 이슬비. 대채 왜 내가 네가 큐브를 가는데 따라가야하는거야?"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너한테 꼭 보여줘야 할 것 같은게 있으니까."

 

대채 뭔데 바쁜 사람을 이래라 저래라… 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슬비를 따라가자, 세하도 며칠 전에 거의 살다시피 했던 입체영상 출력장치, 큐브의 개폐장치 앞에 도달해있었다.

 

 "큐브 진압을 위해 찾아왔습니다. 네, 바로 열어주시면 팀원과 함깨 안으로 진입하겠습니다."

 

 큐브의 출입구에 달린 스피커 폰으로 사무적인 목소리와 태도로 진입허가를 받은 직후, 얼마 지나지 않아 큐브의 거대한 잠금장치가 서서히 돌아가며 풀렸고, 그 커다란 입구를 열었다.

 

 "이세하, 뭐하고 있어? 한두번 들어와본 곳도 아니잖아. 빨리 들어와."

 

 "……내가 무엇때문에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내팔자야."

 

마음같아서는 이대로 큐브를 닫아버리고 도주해 실컷 게임이나 해버리고 싶었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훗날 슬비에게 맨드레이크의 음파공격마냥 시끄럽고 거슬리기 짝이없는 잔소리와 거대란 분노를 홀로 감당해야하기 때문에, 세하는 눈물을 머금고 정식요원복 안주머니에 들어있던 게임기를 큐브의 입구 옆 개인물품 보관소에 상전 모시듯 올려놓고 큐브에 들어가 건 블레이드를 들었다.

 

 "제발 빨리빨리 덤벼, 나 시간 없다구!"

 

 "…임무 개시, 게임 중독자와 함깨 적을 섬멸합니다."

 

 슬비의 사무적인 말투와 내용때문에, 잠깐동안 의욕이 충만했던 세하의 의욕 게이지는 고위급 몬스터에게 얻어맞은 게임 캐릭터의 체력마냥 바닥을 기었다.
 그 대신, 슬비에 대한 반발 게이지는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뭣이, 게임 중독자?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대놓고 앞에서 말하기에는 네 양심에는 가책이라는 단어도 없냐?"

 

 그러나 세하의 반발심이 가득 담긴 말에 흔들릴정도로 슬비는 약하지 않았다.

 

 "흥, 본인이 이미 게임 중독자라고 시인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는건 내 양심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으니까 안심해. 그리고 지금 작전중이야. 미안하지만 잡담은 작전이 끝난 다음 해줄래? 이미 적은 소환됐어, 큐브에서 적 출현 후 생기는 빈틈을 이용한 선제 공격은 최소 부상 승리의 확률을 높여준다는 걸 아직도 깨닫지 못한거야? 그리고……"
 
 "으아아 저리 비켜! 더는 못듣겠다!!"

 

 한마디로 시작해 계속해서 이어지는 슬비의 레일캐논같은 잔소리를 버티지 못한 세하가 질주로 달려나가며 제이와 유리의 입체영상에게 주먹을 날리고는 뒤로 통과해 건 블레이드의 화염을 방출했다. 그리고는 더는 슬비의 잔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심보인건지 일부러 폭발성이 큰 공격만을 사옹하는 세하를 보고 한숨을 쉰 슬비는 본인도 전투에 가담하기 위해 픽스드 나이프 두 자루를 치켜들고 달려나갔다.

 

 "화염폭풍! 이세하, 캐치해!"

 

 슬비의 화염공격을 맞고 떠오른 두 입체영상이 바닥에 충돌하기 직전, 세하가 고속으로 앞으로 달려나가 두 명을 잡아채고는 건 블레이드를 겨누고 두번 연속 포격했다. 이후 빈사상태에 빠진 두 입체영상에게 슬비가 전자폭풍과 중력장을 내리꽂자, 입체영상은 점차 흐려지며 깨끗하게 모습을 감췄다.

 

 "이세하, 빨리 벽쪽으로 붙어. 체력이랑 위상력 회복 안해?"

 

 "에잇, 지금 가고 있잖아! 하여튼 말도 많아."

 

 큐브의 벽쪽으로 붙어있으면 소환된 입체영상이 자신들을 인식하지 못한다는점을 이용해 슬비와 세하가 나란히 벽에 기대고 앉아 포션을 마시며 체력과 위상력을 회복하고 있을 때, 본능적으로 게임기가 들어있는 안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놓고온 것을 깨달은 세하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아까전에 대답을 듣지 못한 질문이 있음을 떠올렸다.

 

 "아, 이슬비. 그러고보니 너 나한테 큐브는 왜 오라고 한거야? 설마 나보고 캐리해달라고 하는건……."

 

 "보여줄게 있어서라고 말했잖아. 아, 마침 저기 나왔네."

 

 슬비가 가리키는 부분을 바라보자, 큐브의 입체영상이 처음으로 출력되는 큐브의 중앙에는 입체영상화 된 이세하 두 명이 나란히 쭈그려 앉아 게임기를 켜고 열심히 버튼을 두드리고 있었다.

 

 "…………저게 뭣이다냐."

 

 "봤지? 이세하. 네가 그러고도 게임 중독이라는 소리를 들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잘 생각해봐."

 

 그렇게 말하며 슬비가 유니온의 시제품이자 보급품인 각성 드링크를 따 마시고 있을 때, 주먹을 꾸욱 쥐고 부들부들 떨고있던 세하가 결국은 참지 못하고 발끈하며 건 블레이드를 치켜들고 소리질렀다.

 

 "야 이 멍청아!! 거기서는 ABDD가 아니라 CBBA지! 컥, 왼쪽 이세하 너 콤보 똑바로 안이을레?!"

 

 푸우──!! 하는 경쾌한 분수소리와 함깨 드링크를 마시고 있던 슬비의 작은 입에서 음료가 기세좋게 뿜어져 나와 바닥을 적셨고, 기세를 잃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음료의 잔재는 슬비의 턱을 따라 뚝뚝 떨어졌다.

 

 "뭐, 뭐야. 너는 왜 갑자기 개그만화를 찍고 난리야? 나 지금 심각하니까 말걸지 말아봐. 헐, 포션을 거기서 쓰면 안되지! ** 너 거기 가만히 있어 내가 직접……"

 

 "………쟤를 괜히 데려온 것 같아…."

 

 분홍색으로 변색된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깊은 한숨을 쉬고 진정하게 절망하는 슬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입체영상인 세하들이 게임 본능보다는 전투 본능이 더 앞서있다는 점 때문에 세 명의 이세하가 게임기를 두드리는 진귀한(?)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후 또다시 등장한 입체영상인 세하가 결전기인 유성검을 사용할 때, "별빛에…… 잠겨라!!" 라고 우렁차게 소리치는 바람에 세하는 부끄러움에, 슬비는 터지려는 웃음보를 참는 것 때문에 둘 다 얼굴이 새빨개진 채 전투에 임해야 했었고, 이번 큐브는 도대체 무슨 오류가 발생한 건지 제이의 입체영상은 스킬을 사용하다 피를 토하며 자멸하는 바람에 슬비와 세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유리의 입체영상은 안그래도 넓은 큐브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탓에 발이 빠른 유리를 쫒아 처치하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그리고 체력을 회복하고 있던 도중에도 작은 헤프닝이 일어났었는데, 큐브의 벽에 기대고 앉아 늦은 점심을 해결할 겸 보급용 비상식량과 생수를 마시고 있을때 슬비가 세하에게 물었다.

 

 "이세하. 너희 어머니는 가정에서는 어떤 편이셔?"

 

 "어? 우리 엄마? 그건 왜 묻는건데?"

 

 일회용 플라스틱 포크로 미트볼을 찍어먹으며 대답하자, 슬비가 쓰레기를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궁금한게 당연하잖아. 너는 그분의 아들이라 자각이 없겠지만, 나같은 일개 클로저들에게는 그분은 영웅과 같은, 아니, 실제로 차원 전쟁의 영웅이신 하늘과 같은 분이라고. 사, 사생활을 묻는것은 지극히 실례지만……."

 

 "아, 그러세요? 뭐, 게임기도 없고 체력 회복할 동안 시간이라도 떼울 겸 말해볼까… 라고 해도, 별로 할 말은 없는데."

 

 "그, 그럼 내 질문에 대답해!"

 

 얼굴에 옅은 홍조를 띄운 채 파랗게 빛나는 눈동자는 정말 별가루라도 박혀있는 양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고, 세하는 점차 얼굴을 들이대는 슬비의 기세에 놀라 뒤로 사사삭 물러났다.

 

 "억, 깜짝이야. 왜 갑자기 들이대고 난리야? 이상한 녀석일세…."

 

 "……앗, 아. 흠, 미, 미안해. 조금 흥분해버려서… 그럼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했던 점인데, 그분은 요리는 잘 하셔?"

 

 "요리? 참 특이한것도 궁금해한다. 뭐 못하지는 않지만…… 아마 나보다는 떨어질걸. 아니다, 지금은 비슷하려나?"

 

 긴가민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하가 고민하고 있을 때, 오히려 슬비는 굉장히 놀라워하며 벌어진 채 다물어질줄을 모르는 입을 가리고 세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그 표정은."

 

 "…………너, 요리도 할 줄 알았어?"

 

 "야, 엄마가 차원전쟁 때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을 당시 집안일을 누가 도맡아 했을거라고 생각하냐?"
 
 "평소에는 라면같은 인스턴트만 먹길레 요리의 '요' 자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인스턴트가 간편하고 좋잖아. 치우기도 편하고, 만들기도 편하고."

 

 "그런 이유일거라고 예상은 했어."

 

 그러면 묻지를 말던가. 라고 투덜대며 중얼거리던 세하가 무심코 슬비의 얼굴을 봤을 때. 슬비의 볼에 작은 밥풀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는 손을 뻗어 밥풀을 떼어내고는.

 

 "야, 네가 무슨 애냐? 이런거나 붙이고 있게."

 

 아무런 생각 없이 입으로 가져가 꿀떡 삼커버리자, 슬비의 얼굴이 머리카락과 비슷한 색깔이 된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변색되었다.

 

 "이, 이이이이이세하??!!! 너, 넌 그걸 왜!!!? 아니, 아니그보다!!"

 

 "큭, 내 귀야… 어? 야! 너때문에 들켰잖아!?"

 

 소란을 듣고 달려오는 입체영상들을 보고는 세하가 짜증을 내며 건 블레이드를 집어들고 먼저 뛰쳐나갔고, 슬비는 "바보, 멍청이, 둔감해." 를 연신 중얼거리며 픽스드 나이프를 두 번씩이나 놓치기를 반복하며 허둥지둥 집어들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전투에 가담했다.
 여담이지만, 슬비의 붉어진 얼굴은 정식요원이 된 슬비의 입체영상이 나오며 긴장감이 뒤섞인 분위기가 고조되기 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치마 되게 짧다."

 

 "…뭘 힐끗힐끗 바라보면서 비교하는거야? **."

 

 "누, 누가 바라봤다고 그래?!"

 

 일부러 긴장감을 덜기 위해 장난식으로 티격태격 하면서도, 슬비는 세하에게 작전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했다.

 

 "현재 출현한 입체영상은 나랑 너, 그리고 유리야. 복장 상태로 추측해보아 너와 유리 둘 다 난무기인 폭령럼과 유리 스페셜을 사용할 것 같으니까 조심해. 일단 나보다 기동력이 좋은 네가 유리랑 세하를 유인해서 큐브를 한바퀴 돌고 내쪽으로 다시 달려와. 그러면 내가 버스를 떨어트릴테니까. 이후에는 네가 연계기. 알지? 정식요원인 나는 인공 위성이나 블렉홀을 만들어내거나 순간이동따위를 하니까, 한순간 방심했다가 죽지 않게 조심하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어그로 끌고 모아서 폭딜이란 소리잖아? 뭘 그렇게 길게 늘어뜨리는건지…."

 

 "……너한테는 게임용어로 설명하는게 더 이해가 빠를지도 몰랐겠다… 일단 시작해. 다시한번 말하지만 방심하지 마."

 

 "아이고, 네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세하는 재빠르게 뛰쳐나가 슬비의 양 사이드에 서 있는 유리와 세하에게 공파탄을 쏴 날렸고, 대미지에 반응한 두 입체영상이 세하를 쫒아 뛰쳐나가고 정식요원인 슬비도 뛰쳐나가려고 할 때, 뒤에서 날아온 한 자루의 단검이 정식요원 슬비의 손등을 쳤다.

 

 따카칵!

 

 "네 상대는 나야!"

 

 슬비와 슬비, 염동력자와 염동력자의 물자 쟁탈전 및 근접전이 벌어지고 있을 때, 세하는 두 명의 입체영상을 상대로 고전하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이리로 와! 엇, 어딜 도망가!"

 

 자신에게서 빠져나가 입체영상의 근원체인 정식요원 슬비를 도우려 하자 세하가 충격파를 일으켜 그들을 억지로 붙잡아두었고, 어느정도 이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생각될 즈음 입체영상을 유인해 슬비에게 달려갔다.

 

 "이슬비! 준비…… 야!"

 

 작전대로 이행되지 않고 슬비가 정식요원인 슬비에게 밀리고 있었다.

 

챙, 캉! 키기기기긱!

 

 '안돼, 이대로는… 윽?!'

 

 단검의 직접적인 근접 공격과 비트로 인한 원거리 유도형 공격으로 인해 가드에만 급급하던 슬비는 결국 공격은 커녕 정식요원 슬비에게 일격을 허용하고 말아 옆구리에 얕은 자상을 남겼다. 추가적인 공격을 피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을 굴렸지만 아무런 충격도 전해지지 않아 자세를 바로잡고 정면을 바라본 슬비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세하를 향해 베인 옆구리를 손으로 부여잡고 소리쳤다.

 

 "큭…! 이세하! 피해!"

 

 "피하긴 뭘……?!"

 

 검은 요원복에서 흘러 흰색 치마로까지 번져 흐르는 피를 보고 세하가 달려드려고 할 때, 돌연 하늘이 어두워지며 커다란 포탈이 열렸다. 큐브의 천장에서 내리쬐는 조명을 막으며 자칫하면 균형을 잃고 쓰러질 것 같은 흡입력과 함깨 포탈 너머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인공 위성을 보며, 세하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세하! 멍청하게 있지 말고 피하라…… 흐윽?!"

 

 도망치게 두지 않겠다는 듯, 정식요원인 이슬비는 공간압축으로 인한 블렉홀을 생성해 이슬비를 빠져나가지 못하게 인공위성의 추락 궤도 안에 묶어두었고, 세하는 오른손을 꽈악 쥐고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이슬비이이이잇!! 양 팔 들어!!"

 

 고통과 소음 사이에서도 똑똑히 들리는 세하의 목소리를 따라 슬비가 천천히 양 팔을 얼굴높이까지 들어올림과 동시에, 교차된 슬비의 팔 위로 크고 둔탁한 충격이 전해지며 거세게 뒤로 날아가 바닥을 몇바퀴인가 굴렀다. 도중에 충격이 가해진 오른팔이 바닥을 구른 충격이 이중으로 가해져 부러진 것 같이 아파왔고 옆구리에 베인 자상은 더 커진 모양인지 왈칵하고 피가 쏟아져 하얀 큐브의 바닥을 적셨다.

 그러나 슬비 자신은 '그뿐' 이었다.

 

 "이… 세, 이세하……."

 

 자신을 밀쳐내고 대신 위성의 궤도 안에 들어서버린 이세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면에 추락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킨 인공위성의 잔해와 폭풍이 휘말려 수면에 던져진 평평한 돌맹이마냥 몇번이고 바닥을 튕겨 자신이 있는곳을 지나 더 멀리 날아갔다. 바닥에 부딛힌 장소마다 붉은색으로 선명하게 자국이 남아있었고, 튕겨져 날아간 이세하 또한 푸른색의 정식요원복이 원래 빛깔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해져 있었다.

 "이세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부러진 오른팔을 붙잡고 떨리는 다리에 가까스로 힘을 줘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낼 수 있는 최고속도로 달려갔다. 바닥에 곤두박질 치듯이 주저앉아 세하의 상처를 살펴보았지만 일반적인 회복 포션으로는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 이런 사태를 대비해서 부활 캡슐이라 일컫어지는 정체불명의 영약을 가져왔지만, 좌측 안주머니에 들어있기 때문에 오른팔이 부러진 상태로는 꺼낼 수가 없어 결국 나이프로 요원복을 찢어 꺼내 세하의 입에 집어넣었다.

 

 "이…세하, 빨리 일어나. 빨리, 빨리. 죽지 말란말이야!!"

 

 부활 캡슐은 옅은 막으로 보호받고 있는 소량의 농축형 물약이기 때문에 이 막이 찢어지며 물약이 인체 내부에 스며들게 되면 저절로 효과가 발휘된다.
 그러나 가끔, 제조의 오류로 작은 힘으로도 쉽게 찢어지지 않는 부활 컙술이 유통되고는 했는데, 슬비가 가져온 부활 캡슐이 바로 그 불량품이였다.

 세하의 어금니 사이에 끼워넣고 아무리 턱을 눌러대도, 캡슐은 찢어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속에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점차 커져가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슬비의 파란 눈동자에서 결국 투명한 눈물이 한방울, 두방울 떨어졌다.

 

 "제발…… 제발… 빨리 찢어지란 말이야!! 내가 방심하지 말라고 해놓고… 내가 자만하고 내가 방심했는데…… 왜 네가 쓰러지는건데! 왜! 왜!!"

 

 세하를 보며, 어릴적의 기억이 떠올랐다.

 

 세하를 보며, 자신을 감싸주시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세하를 보며,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가던 부모님이 생각났다.

 

 나를 보며, 이미 소중한 것을 잃고 끝내버려 허무함과 절망만이 가득해있던 내 자신을 떠올렸다.

 

 다시, 다시 잃고싶지 않았다.

 

 세하의 입에서 캡슐을 빼내들고, 자신의 송곳니로 캡슐을 물어 터트리고는, 세하와 입술을 포개 약이 세어나오는 캡슐을 혀를 사용해 입안 더 깊숙한 곳까지 밀어넣었다.

 

 '제발, 제발 일어나. 이세하. 죽지 마. 제발 죽지 마. 제발. 제발. 제발…….'

 

 눈을 꾸욱 감은 채, 입체영상들이 자신을 공격하던지, 말던지조차 신경쓰지도 않고 무아지경으로 기도하도 있을 때.

 툭, 하는 가벼운 감촉과 함깨 슬비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것은, 차갑지 않고 따듯했다.

 그것은, 비록 서툴지만 정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기뻐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긴장을 놓아 몸에서 힘이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슬비를 두고, 세하는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다시 일어났다.

 

 "…………뭐, 고맙다. 이슬비."
 
 "이제 거기서 잠깐만 기다려."

 

 "금방, 끝내고 돌아올 테니까."

 

 신서울의 암운을 거둬내는 푸른 섬광.

 

 그날, 슬비는 작은 유성을 보았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푸른빛의 아름답고 반짝이는 멋진 유성.

 그 유성은, 자신의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주기엔 충분했다고 슬비는 생각했다.

 

 큐브의 입구가 다시 열린 후. 다리가 풀려 일어나지 못하는 슬비를 업고 세하는 투덜거리며 큐브에서 걸어나왔다.

 

 "야, 너 아까───."

 

 "차, 차차착각하지마 이세하! 내가! 내가 너한테 했던 키… 아, 아니! 입맞춤은 다른 사심같은게 들어있던게 아니라 단순한! 그래! 다단순한 인명구조활동이였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목소리가 커다랗게 나오는걸 보니 내려줘도 괜찮을 것 같은데. 버리고 가도 되냐?"

 

 슬비의 입 바로 옆에 위치해 사자후에 그대로 노출된 귀를 만지지도 못하고 고통을 참고 있을 때, 슬비의 팔이 세하의 살며시 감아오며 슬비가 세하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저, 야, 이슬비?"

 

 "…무사해서, 다행이야……."

 

당황한 세하의 등 너머로, 울먹이는 슬비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에 세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한 마디는 빼고.

 

 "그런데 그 캡슐, 네 나이프로 찢으면 안됬어?"

 

 "…………!!!"

 

 

 


 Fin.

 

 

 

 

 세하슬비 만세, 세벽에 써서 그런지 제 손이 공간압축 당하네요. 별빛에 잠겼나?

 꽤 긴 용량이었을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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