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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세하와 호감도 안경(完)

작성자
사일로시빈
캐릭터
제이
등급
수습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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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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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군자는 살 만한 엔딩을 가려 택한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이 슬비가 난간 너머에서 나타났다. 교과서를 그대로 본딴 사이킥 무브로 무척 사뿐하게 착지했다.

그러고보니 옥상이 잠겨있는데 정미는 어떻게 하나 뒤늦게 고민하는데, 난간 너머로 가느다란 비명소리가 들렸다.

정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치맛자락을 꾹꾹 끌어내리며 다신 나한테 염동력을 쓰지 말라며 으르렁거렸다.

물론 슬비는 고개를 갸웃거렸을 뿐이다.


"아프지 않았잖아?"

"아픈 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 학교에서 이런 고급 수준의 염동력을 구사하는 건 나 뿐이야."

"3년 전에 운전면허를 땄다는 거랑 비슷한 수준으로 위안이 안 되거든?"

"징징대지 마. 만약 세하였다면 네 목덜미를 잡고 여기까지 왔을테니까."


 이건 듣고 넘길 수가 없다.


"야, 누굴 야만인 취급하는 거야. 난 멀쩡하게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올 거거든?"

"더 최악이야. 야만인."


 정미가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기다려 바보들아.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잖아."


 그리고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유리에게 걸어가서는, 엄마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등짝을 후려치듯이 거칠게 소리치는 것이다.


"서유리 이 멍청아! 그렇게 학교에 있기 싫으면 집에나 갈 것이지 옥상에는 청승맞게 왜 기어올라와?"

"저, 정미야.... 걱정했어?"

"시끄러! 너 같은 애는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할 거 다 하고 다니잖아. 이제 와서 미안한 척 하지말고 내려가기나 해."

"그치만...."


 이번에는 슬비가 다가간다. 무척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세하가 얼마나 싫었으면 옥상까지 도망쳤니?"

"......에?!"

"하지만 교칙위반이야 서유리. 이번에는 감안해주겠지만 다음에 세하가 괴롭히면 나한테 먼저 말하도록 해."


 아직도 뭔가 큰 오해를 하고있지만 풀어줄 기분도 들지 않는다.

 아마 수업 중에 나올 때도 이 녀석은 문자를 확인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을 것이고,

정직하게 손을 들어 선생님에게 유리가 잘못해서 옥상에 갇힌 거 같으니까 자기가 올라가겠다고 이실직고했을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같아 따라오겠다고 말하면 선생님은 수업을 해주셔**다고 일축했겠지.

** 않아도 이 녀석의 정형화된 행동패턴은 대충 이해가 간다.


"야, 실은 방금 전에 유리가 나한테 고백을 했거든."

"세, 세하야?!"


 슬비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세하. 만우절은 4월 1일이야."


 반면 정미는 눈을 팽글팽글 돌리며 끼어들었다.


"뭐, 뭐, 뭐, 뭐라고? 설명해! 이세하! 설명해!"

"진정해 우정미. 이건 세하의 함정이야."

".........아냐. 슬비야. 거짓말... 아냐."


 차분하게 정미를 진정시키던 슬비도 그제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유리는 고개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듯이 허리를 구부렸다.

머리 위로 열기가 몰려서, 흔들리는 대기가 아지랑이를 이루고 신기루까지도 만들 기세다.

겨우 모두가 조용해져서, 그제야 다시 입을 열 수 있었다.


"그런데 유리는 너희 둘도 날 좋아해서 사귈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정말이야?"


 진동이 대기를 타고 건너가 고막을 두드리고, 두드림이 신경을 타고 뇌에서 그 정도를 읽는 순간 언어가 된다.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둘은 상황을 이해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에 일찍 단풍이 든다.


"아, 아냐. 서, 서유리가 착각한 거야. 내가 왜, 널 좋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마, 맞아. 나, 나는 딱히... 딱히... 그... 세하를.... 그...."


 당장 1주 전에 나였다면 둘의 반응을 보고 "너네 역시 날 엄청 싫어하는구나"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리고는 게임이나 마저 한다면서 웅크렸겠지.

 간단한 이야기다. 한 걸음 물러서는 것만으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 언제든 더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을텐데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헤르만 헤세의 저서 중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새가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선생님이 그 지루한 책에 독후감을 쓰라고 했을 때 나는 그 책의 글귀 중 단 하나도 이해한 적이 없었다.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는 기분이 든다.

나는 싸우려고 하지 않았다. 알 안에 있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유리는 알 안에 있는 나를 끊임없이 맴돌고, 두드려주고, 말을 걸어주었다.

남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라면, 그런 용기나, 마음에 대해 보답하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실은 나도 이제야 알았어. 너희가 날 좋아한다고는, 생각도 안 해봤었거든.

난 니들 말대로 게임밖에 모르고, 멍청하고, 무심하고, 어린애 같잖아."


 내가 벗은 안경을 접으면서 말하자 정미랑 슬비는 움츠려든 어깨를 서로 기댔다.

유리는 대체 얘가 무슨 말을 하려고 계속 이렇게 뜸을 들이나 의아한 눈치였다.


"실은 이건 내가 눈이 나빠서 쓴 안경이 아니야. 이건 도수가 없는 안경이거든."


 안경을 유리에게 건네준다.


"그걸 써봐."

"에?!"

"그리고 날 보고, 안경테에 숫자를 올리면, 숫자가 하나 출력될 거야. 그걸 나한테 말해줘."

"뭐, 뭐가 뭔지 모르겠어 세하야...."

"내 말대로 따라해주기만 하면 돼."


 안경을 쓴 유리는 딱히 어색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워낙 바탕이 좋은 미인이었기 때문에 웬만한 악세사리를 전부 커버하는 탓일 것이다.

유리는 단순한 목걸이든, 화려한 머리핀이든, 반짝이는 스티커든 많은 것들이 잘 어울렸다.

유리가 안경을 벗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74...? 이게 뭐야... 세하야?"


 아직 대답할 때가 아니었기에, 난 안경을 슬비에게 건넸다.


"자, 나도."

"이, 이게 갑자기 뭘 하는 건지는 설명해줘야지."

"다 설명해줄테니까, 유리가 한 것처럼 해줘."


 슬비는 안경이 무척 잘 어울렸다. 눈과 머리색이 워낙 밝았던 탓에, 검은 뿔테가 작은 얼굴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듯 했다.

오히려 날카로운 인상이 조금 희석되는 것처럼 보였다. 실은 워낙 분위기가 모범생처럼 보이는 탓도 있었지만.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 중 이렇게 모범생인 애는 흔치않을 것이다.

슬비도 안경을 벗었다.


"75."


 그러고는 정미에게 건넨다.


"다음은 정미니?"

"그래. 정미도 똑같이 확인해줘."

".......빨리 끝낼테니까, 제대로 설명해."


 이 순간까지도 툴툴대면서 안경을 쓴다. 정미는 약간 요조숙녀 같은 인상이 되었다.

슬비와는 달리 뾰족한 인상이 더 뾰족해 깐깐해보이게 만들었는데, 그 따끔따끔함이 끈질기게 달라붙어오는 느낌이다.

정미는 탄산 같은 매력이 있는 아이였다.

탄산음료가 목을 따끔하게 긁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목이 더 말라온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마시게 되는 것처럼.


"73이라고 나와있어. 이거 색약 테스트용 안경이니?"

"아니. 그건 호감도 안경이라고 해."

".......그게 뭔데?"


 나는 혹시나 정미가 안경을 떨어뜨리진 않을까 해서 조심스레 돌려받았다.


"유니온에서 외교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만들었다고 해. 상대가 내게 가진 호의를 수치화해서 보여주지.

참고로 80은 연인이 가지는 연정이라고 해. 70은 그에 근접한 수치지. 그래서 알고있었어.

너희 셋 전부, 숫자가 75를 넘고 있었거든."

 

 슬비가 잠시 입을 오물거리다가 몸을 떨며 부정했다.


"그, 그런 거 거짓말이야. 사람의 마음을 숫자로 본다니, 가능할리가 없어."

"이건 세린 선배처럼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텔레패스계 위상능력자의 위상력이 담겨있어."

".....그, 그럼... 알고있었어...? 내, 내가... 널...."


 슬비 역시 나처럼, 좋아한다는 말이 쉽게 나오질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고요한 심정이 되었다. 산에서 눈을 감고 폭포수라도 맞을 수 있을법한 심정이었다. 


"그보다, 이상하지 않아? 난 너희 셋을 똑같이 좋아하고 있다고."


 셋 모두 입을 다물었다.


"실은 나도 알고 있었어. 계속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좀 더 전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친구가 필요했는데, 만약 너희 한 명을 골라야 한다면 그걸 다 잃어버릴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니까, 사과할게. 미안해. 이렇게 겁쟁이라서.

난 여전히 너희 중 한 명을 고를 수가 없어. 너희 마음에 보답해주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


 제이 아저씨는 여자에게 잘못을 했다면 이유를 모르더라도 일단 사과를 해**다고 말했었다.

아저씨가 틀렸다. 누군가에게 사과를 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후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대충 예상은 되었다. 셋 모두 좋아하니 사귈 수 없다니, 바보 같은 소리다.

처음엔 이런 놈을 좋아했었다고 분노할 것이고, 이후엔 부질없었다고 허탈해할 것이며, 나중에는 날 혐오하게 될 것이다.

당장 따귀가 날아올 수도 있었다. 넌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아무리 그래도 아픔은 익숙해지질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이런 놈임을 안다면, 셋은 다를 것이다.

나 때문에 우정에 금이 가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나로 인해 서로를 공감하게 되서 더 끈끈한 관계가 될지도 모른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고통받을 필요는 없었다. 누군가 그래**다면, 내가 되는 편이 나았다.


 누군가가 다가왔다. 발걸음이 바로 앞에 멈춰서자 나도 모르게 몸에 더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따귀가 날아오진 않았다. 눈을 뜨니 정미가 뺨에 보드라운 손을 올리고는 쓰다듬듯이 문질러주었다.

평소처럼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넌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멍청하구나."

".........."

"결국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잖아?"

".......엉?"

"넌 우리를 셋 다 좋아하고, 우리는 널 좋아해. 고백을 하든, 하지 않든, 결국 상황은 똑같잖아."


 그리고 정미는 살짝 울먹이며 덧붙였다.


"네가 날 싫어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뒤에서 슬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넌 무슨 오늘 대답하지 않으면 모든 인간관계가 파탄나는줄 알고 있는데, 드라마에서도 그러진 않아.

30년간 결혼생활을 하던 부부도 헤어지기도 하고, 70대 노인이 되어서도 첫사랑을 만나곤 해.

고작 아직 고등학생 주제에 전부 다 끝난 것처럼 얘기하지 마."

"......슬비야..."

"물론 네가 나한테 제대로 프러포즈를 한다면, 난 정식으로 결혼을 전제로 사귈 거야."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슬비는 유리 못지않게 얼굴을 붉히고 있다. 덩달아 이쪽도 부끄러워졌다.

정미가 유리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유리 너. 우리 때문에 세하랑 못 만난다는둥 건방진 소리는 집어치워. 마음은 양보하고 뺏고 버리는 그런 물건 같은 게 아니니까.

세하를 좋아해? 그럼 계속 좋아해. 좋아하는 건 네 자유잖아. 세하가 대답을 해주는가 아닌가는 나중 문제야."


 정미가 유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오늘처럼 청승떨지 말라고. 너답지 않으니까."

".........응..."


 그렇게 말한 유리는 정미를 와락 껴안더니, 곧바로 나한테 달려와 몸을 던졌다.

성능 좋은 에어백이 무색하게 무게를 실어 날 덮치고는, 목덜미에 뺨을 비비면서 장난스레 웃었다.


"그럼 이제 안 참아도 되는 거지? 계속 계속 좋아해도 되는 거지?"


 정미가 기가 막히단 표정으로 유리의 유리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자, 잠깐! 이러면 내가 너희 둘의 연애를 허락해준 거처럼 보이잖아! 그런 거 아니니까!"

".....응? 정미도 부러우면 세하 껴안아도 되는데?"

"뭣!? 내, 내가...?'

 

 어느새 슬비가 다가와 내 팔을 잡아당기고 있다.


"이, 이세하 서유리! 그래도 우린 아직 고등학생이니까 그런 과도한 스킨십은 불건전해."


 잠깐 손을 꼼질꼼질거리며 고민하던 정미가 슬그머니 옆구리에 팔을 밀어넣고 얼굴을 기댔다.


"?!"

"이건... 그.. 옥상이 추워서, 난로 삼는 것뿐이야. 너따윈 전혀 의식하지 않으니까."

"그런 것치곤 얼굴 뜨겁잖아."

"시, 시끄러."


 유리가 히죽 웃었다.


"역시 우리 정미정미 귀엽지?"

"그렇네. 역시 정미정미는 귀엽지."

"자, 잠깐 이세하!? 하지 마! 유리 너도 정미정미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래서 세하야. 나는 어때? 빨리 나도 귀엽다고 해줘!"

"아. 이 세상 최고로 귀엽다-."

"난 건성이다?!"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안간힘을 쓰던 슬비가 포기하고 등을 껴안았다.


"....다들 너무 치사해."

"넌 왜 앞으로 안 오냐."

"너한테 이런 얼굴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후로 생각보다 많은 점이 달라졌다. 일단 남자애들이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난 같이 게임하러 갈 수많은 친구를 잃었다.

 특히 석봉이는 다크서클이 더 짙어져서 평소보다 시체 같은 인상이 되었다. 손만 뻗고 걸으면 강시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유리는 매 쉬는 시간마다 우리 반에 찾아오기 시작했다.


"세하 연료 주입!"


 그러면서 날 껴안고는 양지바른 곳에서 꾸벅꾸벅 조는 강아지처럼 화사한 표정으로 머리를 기대오는 것이다.

물론 그러면 연쇄반응마냥 정미와 슬비가 따라 들어와서 자제하라고 응징하는 날이 이어졌다.

이 셋은 어느 순간 묘한 승부욕이 붙어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보고 싶다"란 말을 누가 더 빨리 듣나 승부를 한다던가,

갑자기 구워원 과자를 누가 더 맛있나 순위를 매기게 한다던가, 어떤 옷이 더 예쁜가 옷가게에 끌고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유난을 떠니 소문이 안 날 수가 없다. 그야 동년배의 에쁜 여자아이들과 희희낙락하는 사내놈의 꼴이 좋게 보일리가 없겠지.


 셋이랑 사귄다고 할까, 사귀지는 않는다고 할까, 무척 기묘한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어느새 이 두근거림이나 긴장감도, 썩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안경은 반납했다. 이제 내게는 필요가 없었다.

안경을 벗고나니 늘 봐왔던 풍경임에도 좀 더 새롭게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모니터 같은 프레임이 없어지고나니, 그제야 현실감이 든 것이다.

현실은 때로는 게임보다 굉장하다.


"세하야 사랑해!"

".....이세하. 무릎꿇어."

"부당하다?!"

"유리야. 밥이나 마저 먹어."

"에에... 나 배불.....?! 왜, 왜 억지로 먹이는데!"

"그보다 이세하. 내가 만든 도시락은 어떻니?"

"맛있지."

"그럼 상은 없어?"

"사, 상이라니. 뭘 해주면 되는데? 명품가방 같은 건 못 해준다."

"그럼 외상으로."

"슬비 넌 속이 뻔하구나. 그러고 나중에 둘만 있을 때 키스라도 할 생각이야?"

"키, 키, 키, 키스까진 생각하지 않았어! 난 그저 건전하게...입만 맞..."

"슬비야. 그게 키스야...."

"헤?!"

"내가 어쩌다 이런 데에 꼈는지 모르겠다."

"그래? 그렇게 세하가 싫어졌으면 어서 집에 가."

"아니, 난 네가 먼저 가기 전까지는 안 갈 건데?"

".........."

".........."

"야야. 니들은 만났다하면 싸우냐. 싸우지 좀 마라..."

""넌 이게 대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세하야 사진 찍자!"

"야. 아무리 봐도 이 풍경 이상하지 않냐.... 나만 없으면 그림이 완벽할텐데..."

"뭐 어때! 나중에 세하가 꼴도 보기 싫어지면 세하만 잘라내버릴테니까 괜찮잖아?"

".... 유리 너 요즘 은근히 무서운 소리 한다...?"

"자! 찍는다!"

"서유리. 적어도 하나둘셋은 말해줘."

"그럼 당연히 셋에 찍지 다섯에 찍니?"

"우정미, 너한테 묻지 않았어."

"흥."

"에이! 둘 다 그러지말고 웃어! 하나, 둘-"

"-다섯."
"""이세하!??"""


 나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 들려면 아마 한참 더 멀었을 것이다.


 이런 연애는 분명 잘못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손가락질을 받을지도 모르고, 더 상처받을지도 모르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좀 더, 이 순간을, 이 아이들을 사랑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랑하는 것에 성공한다면 언젠가 먼 훗날 이 날을 기억할 때는, 분명 찬란한 날이었다고 기억하게 될 테니까.


-fin





-에필로그


  제이는 그 날따라 허공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입에 담배라도 물고 있었다면 당장 도넛을 연성하고 있었을 것이다.

 회수한 안경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던 도연은 펜촉에 잉크가 번진 것을 확인하고 혀를 차며 그에게 묻는다.


"제이 요원.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평소보다 안색이 더 좋지 않네요."

".....후.... 말도 말라고. 요즘 유정씨가 나한테 너무 차가워서말야. 이젠 너무 퇴물이라 관리요원까지도 날 싫어하나봐."

".........흐응."

"뭐,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버림받는 건 익숙하니까. 걱정해줘서 고맙군."

"그런가요? 1부터 4까지 골라보세요."

".....엉?! 갑자기 뭐야?"
"1부터 4까지 골라보세요."

"아니, 이봐.... 뭘 좀 설명을...."

"1부터 4까지 골라보세요."

"후.... 4."


 도연은 그제야 빙긋 웃으며, 종이를 돌려 사다리타기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자, 호감도 안경이에요."

 

-fin




++


1화 : 도연에몽의 솔루션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1955


2화 : 그는 어떻게 플래그를 꺾는가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1970


3화 : 봄봄은 점순이의 계절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2008


4화 : 그는 어떻게 플래그를 꽂는가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2029


5화 : 초속 162cm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3&n4articlesn=2043


6화 : 먼저 꼬리 친 개가 밥은 나중 먹는다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articlesn=2077


7화 : 파랑새는 유리색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2&n4articlesn=2090


 완결입니다. 공교롭게도 공홈에 제일 늦게 업로드 되는군요.

지금까지 봐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전 판타지는 판타지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렘 엔딩을 골랐지만, 모든 분이 만족스럽진 않은 엔딩이겠죠.

이건 제가 보통 하렘 라노베의 엔딩에서 표지 히로인을 고르고 끝내는 걸 불만스럽게 여긴 결과입니다.

고등학교는 인생의 끝이 아니고, 선택받지 못한 히로인이 평생 첫사랑을 그리며 불행하다는 것도 우습죠.

결혼이 쉽지도 않고, 결혼이 행복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연애가 원만하게 잘 풀리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구요.

판타지에 현실을 끌어오는 걸 싫어해서 판타지스런 엔딩을 냈습니다.


 실제로는 세하유리를 가장 좋아합니다. 유리의 포지션상 재밌는 이벤트가 많이 생겨서요.

너무 길어진데다가 방향성도 달라졌지만 즐거우셨다면 좋겠네요.


 다음에 다른 글로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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