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 처음 뵙겠어요, 나타님. 저는 이번에 늑대개 팀의 임시 대원이 된 레비아라고 해요.”
처음엔 그저 흥미였다. 인간의 모습을 한 차원종. 거기에 전 처리부대의 쓰레기들을 홀로 몰살시켰다는 강력한 힘도 궁금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일부러 심한 말을 하며 도발했다.
“만일 제가 정말 마음에 안 드시면, 나타님. 지금 이대로 저를 죽이 셔도…. 저는 상관없어요. 어쩌면 그러는 쪽이 나을지도 몰라요. 이 죄책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 흥미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예상과 달리 녀석은 유약하고 소심한 데다가 거기에 죄책감에 찌들어 삶에 대한 의지마저 희미해진 제일 재미없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신경질적으로 살라는 의지를 가지라고 잔소리를 하자 녀석은 그걸 또 위로라고 받아들였는지 고맙다며 인사를 했다.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었다.
“어차피 버리시는 거라면…. 제가…. 가져도 될까요, 나타님?”
그 뒤로 녀석은 종종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혼자서 훈련의 일환으로 나무토막을 깎고 있자 다가오더니 버리려고 한 조각을 가져도 될지 허락을 구해왔다.
어차피 버리려 했던 물건이라 맘대로 하라고 했더니 이후 종종 애지중지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저랑은 평생 인연이 없는 곡이었네요. 차원종인 저한테는…. 이런 멜로디를 부르거나 들을 자격이 없겠죠.”
어느 날은 또 녀석이 혼자 전혀 인연이라곤 없을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길래 어이가 없어 말을 걸었다. 웃기게도 녀석은 그 노래가 어떤 노래인지도 모르면서 부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처지가 너무 웃겨 도발할 생각으로 비웃어줬더니 또 금세 시무룩해져서 자기비하에 빠져버렸다.
아직 먼지만큼 남아있던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답지 않게 나도 같은 처지라 말하며 녀석을 달래주었다.
“그리고 기원할게요. 나타님이 자유로워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어요.”
자유로워지면 뭘 하고 싶냐는 천하 태평한 질문에 변덕으로 대답해 주자 녀석은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양 그 일을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그런 말을 하니 같잖으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한다는 게 어떤 건지 처음으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 살고 싶어요. 덤비시겠다면…. 상대해 드리겠어요, 나타님! 최선을 다해서요!”
한차례의 큰 사건이 끝나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을 때 마주친 녀석에게 난 다시 한번 싸움을 걸어보았다.
처음에 거부했지만 살고 싶다던 건 거짓이었냐 일갈하자 눈빛을 바꾸며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만났을 당시와 비교하면 크게 성장한 녀석의 모습이 제법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지친 녀석을 쓰러뜨려봤자 하나도 재미없다.
적당히 핑계를 대며 물러나자 녀석은 또 뭐가 고마운지 웃으며 감사를 전했다.
“살아남아서…. 나타님이랑 다른 늑대개 팀의 여러분을 지킬 거에요!”
그 뒤로 많은 일을 겪으며 녀석은 강해졌다. 단순히 힘에 대한 것만이 아닌, 삶에 대한 의지를 더 확고히 하고 유약하기만 하던 성격도 성장해 한번 정한 목표는 절대 굽히지 않는 고집이란 걸 부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오지랖도 넓어져서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을 먼저 챙기려 하는 점은 더 심해진 것 같다. 덕분에 매번 녀석을 챙기는 건 나를 포함한 다른 녀석들의 몫이다.
가져본 적도 가질 일도 없지만, 여동생이 생기면 이런 느낌일까?. 아니 비단 그 녀석만이 아니다. 티는 안 냈지만 다른 팀원들에게도 조금씩 특별한 유대감이란 게 싹트기 시작한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감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몇 년 만에 드디어 찾아냈다. 나를, 우리를 이런 지옥으로 몰아넣은 씹어먹어도 모자랄 실험의 관계자를 겨우 발견한 것이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다시 혼자가 되기로.
나하고 함께 있어봤자 이 녀석들에겐 해만 될 뿐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완전히 척을 져서 관계를 끊어버리는 편이 이 녀석들에게도 나한테도 더 좋을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혼자였던 삶이다. 무리에서 떨어져 다시 홀로 남게 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래 분명 그럴 것이었는데….
“제가 곁에 있을게요. 나타님의 곁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타님께서 정말로 그런 선택을 내린다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리고 나타님께서 정말로 호프만을 해쳐 모두에게 쫓기게 된다면…. 그 옆에 서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어 드리고 싶어요.”
한데 이 녀석은 그런 내 앞에 나타나서 말했다.
함께하겠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그 말은 평생 혼자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분명히 그랬던 나에게 일말의 과장 없이 구원처럼 들렸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녀석을, 레비아를 이성으로써 신경 쓰기 시작한 건.
녀석의 행동 하나하나에 저절로 눈길이 갔다. 그 해맑은 웃음이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았고 그 노랫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미1쳤군.’
연구원들에게 복수하겠다는 절대로 포기해선 안 될 목표가 있음에도 녀석과의 지금 이 순간을 잃기 싫다는 욕구가 생각을 지배한다.
그 녀석과 함께 있고 싶다. 매일 웃고 떠들며 즐겁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녀석을 행복해하게 해주고 싶다. 차원종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평생 고통받으며 살았을 녀석에게 평생 느껴도 모자라지 않을 행복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그 녀석, 그녀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
지금껏 살아남아 오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도 없던 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 내 마음을 옥죄어왔다.
그렇지만 참았다. 이를 악물며 애써 외면했다.
나와 함께여선 녀석은 행복해질 수 없다. 이미 내 목숨은 언제 끊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닳은 나로선 레비아를 슬프게 할 뿐이란 걸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 마음을 전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그 녀석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게 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고통스러워하다 죽게 되더라도 될지라도 절대 말하지 않으리라.
그 녀석은 웃는 얼굴이 제일 잘 어울리니까. 울릴 바에야 내가 고통스러운 게 나았다.
그렇게 다짐했으니까. 절대로 울리지 않겠다 다짐했으니까.
“그러니까… 울지마라.”
쓰러진 날 보며 눈물을 흘리는 레비아의 볼을 닦아주며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서글프게 우는 그녀의 모습 뒤, 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균열과 그 안에서부터 쏟아져 세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의 차원종의 군세.
전투 중 녀석의 사각으로부터 날아든 공격을 억지로 막는 탓에 잠시 정신을 잃었던 나는 녀석의 작은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배에 뚫린 구멍으로부터 피가 쏟아져 나왔다.
“우, 움직이시면 안 돼요! 나타님!”
이에 기겁하며 다가온 레비아의 상태도 썩 좋지만은 못했다. 내가 기절한 동안 혼자서 모든 적을 상대한 탓이다.
“신경 쓰지 마.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정말로 괜찮다. 움직이려 할 때마다 피가 흘러나오고 전신의 근육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뿐이다. 뼈도 몇 개인가 부러진 것 같고 눈에 핏줄이 터졌는지 시야가 붉었지만, 전혀 문제 될 거 없었다.
손도 발도 아직 움직인다. 코앞까지 다가온 적의 모습도 보였다. 쥐 꼬리 만하던 힘도 아직 충분히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울고 있으면 편히 누워있지도 못한다고.’
싸울 이유는 그걸로 충분하다. 멈춰있을 이유 따위 어디에도 없다.
그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눈물진 얼굴로 날 바라보는 녀석에게 가볍게 미소지어주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안 죽을 테니까 그런 표정으로 ** 마.”
네가 행복해질 때까지. 어느 날 내가 사라지더라도 슬퍼하지 않게, 금방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될 때까지
“죽을 생각 따위 없으니까….”
그날이 올 때까진 계속 네 곁에 있을 테니까.
그러니 울지 말고 웃으며 지켜보라고.
나와 네 앞을 가로막는 모든 적을
“전부 썰어주겠어. 이 나타님이……!”
------------------------------------------------------------------------
끝. 언제나와 같은 나타레비 소설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조금 어둡게 써봤어요.
마음같아선 레비아쪽 시선으로도 쓰고싶지만....놀랍게도 제가 내일 군대를 갑니다!(빠밤!)
계정은 아는 친구에게 부탁했지만 소설은 아마 2022년까진 못쓰겠죠.
제대하면 그날 바로 레비아쪽 시선으로 써보도록 할게요. 그럼 모두 저 없는 동안에도 근로하셔서 이 게임이 안망하게 해주세요. 충성!
그럼 전 이만 물러납니다. 즐감하셨길 빌어요.
[나타x레비아]자장가 [2]
용랑(龍狼) - 19(完) [2]
-
대표 캐릭터 선택 설정
캐릭터가 없습니다. 캐릭터를 생성해주세요.
잠깐! 게임에 접속하여 아이템을 지급 받을 캐릭터를 생성한 후, 참여해 주세요.
쿠폰종류 선택하기
-- 쿠폰을 선택해주세요 --
쿠폰 번호 입력하기
아이템을 받을 캐릭터를 선택하고, 확인 버튼 누르기
캐릭터를 선택해 주세요.
{{ GetLengthByReCommentTextareaValue }}/200
댓글 {{ GetReCommentTotalRowCou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