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기억 따위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서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부모가 누구인지. 심지어는 나 자신의 이름까지도.
당연히 생일 같은 걸 기억하고 있을 리가 있나? 모르더라도 전혀 상관없는 정보였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왔었다. 그랬는데.
“생일 축하한다(해요). 나타(님).”
“...뭐?”
언제였더라. 갑자기 팀원 녀석들이 몰려들더니 각자 품 안 가득 뭔가를 들고는 의미 모를 축하의 말을 건네왔다.
“다들 뭐라는 거야? 뭐? 생일? 누구? 나?”
“그럼 너 말고 누가 있겠나.”
어이가 없어 반문하니 제일 앞에 있던 꼰대가 대답했다.
“뭔 소리야 꼰대? 생일이라니. 나도 모르는 걸 네가 어떻게 아는 건데?”
“뭐 그렇지. 네 실험체 이전에 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지. 당사자인 네가 모른다면 알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봐야겠지.”
그것 봐. 그런데 생일 축하는 무슨. 어이가 없어진 나는 안 그래도 좁아터진 방을 차지하고 있는 녀석들에게 축객령을 내리려 했다.
“하지만 나타. 네가 태어난 날이라면 내가 기록해놨다.”
“...뭐라고?”
하지만 이어진 꼰대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너를 직접 벌처스로 데려와서 나타라는 인식명을 붙여준 날이 7월 16일. 바로 오늘이다.”
“아니 무슨. 그게 왜 내 생일이 되는 건데?”
“나타라는 존재가 확립된 순간은 좋든 싫든 그때가 맞지 않나?”
내가 어이없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는 옆에서 케이크를 들고 있던 레비아를 돌아보았다.
“며칠 전 레비아가 갑자기 나에게 네 생일을 물어보더군. 그에 내가 모른다고 답하자 다른 팀원들도 모여들어 머리를 맞댄 결과다. 받아들이도록.”
대체 어떤 멍청이가 자기 생일을 그런 식으로 정하냐고!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건 대장의 역할이다. 그리고 생일 축하는 좋은 사기 증진 행사지.”
“...남의 생일은 그런 용도로 쓰지 말라고.”
결국 내 입에서 나온 말은 부정의 말이 아닌 미미한 불평뿐이었다. 이에 꼰대는. 물론 다른 팀원 녀석들도 흐뭇해 보이는 미소를 띠기 시작했다.
**, 이게 뭐야.
“흠. 받아들인 것 같군. 자 그럼 어서 생일 축하 파티를 시작하지.”
이후 레비아의 손에 들린 케이크의 초를 불어 끄는 것을 시작으로 내 인생 첫 생일 파티가 시작되었다. 뭐 특별할 건 없었다. 그저 팀원 녀석들이 준비한 음식을 먹고, 준비한 선물을 건네받고. 그러다 차원종이 나타나 허겁지겁 출동을 나간 그런 날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날의 일은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올랐다.
.
.
.
.
.
.
“....젠...장. 또 시답지 않은 꿈을.”
눈을 뜬 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방금까지 꿨던 꿈을 되새겼다. 새 첫 생일 당시의 꿈. 우연인지 운명인지 오늘 날짜 또한 7월 16일. 꼰대 놈이 정한 내 생일이었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생일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꼰대.”
다름 아닌 꼰대, 트레이너의 부재.
저번 남극에서의 작전. 거기서 막 병상에서 일어난 몸 상태로 트레이너는 다른 일반인들을 지키며 혼자 차원종의 공격에서부터 거점지역을 단신으로 방어했고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힘없이 벽에 기대서 죽어가던 녀석의 모습이. 죽어가는 주제에 뭐가 그렇게 좋은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의 얼굴이 방금 꿈에서 보던 모습과 뒤섞이며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속이 메스꺼워지기 시작한다. 지금껏 주변 인물이 죽은 적이 없던 것도 아는데 한심하게도 나는 아직도 그날의 일에 사로잡혀있다.
“하. 냉수라도 마시고 정신을 차려야지.”
뒤숭숭한 기분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주방으로 향했고 거기서 예상치 못한 인물과 조우했다.
“? 레비아. 너 여기서 뭐 하냐?”
“나, 나타님? 어떻게 지금….”
주방에선 레비아가 혼자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끓이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 뭔가 먹으러 나왔다기엔 앞치마까지 차려입은 모양새가 걸렸다. 거기에 현재시간의 새벽 5시 30분. 레비아의 평소 기상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이상했다. 그러던 중 식탁 위에 놓여있던 재료랑 포장지가 눈에 들어왔다.
간장, 다진 마늘, 들기름에 소고기. 거기에 미역이라.
“설마 내 생일이라고 미역국이라도 끓이고 있었냐?”
혹시나 하는 내 물음에 레비아는 마치 나쁜 짓 하다 걸린 어린애처럼 움츠러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 귀찮게 뭐 하러 그런 걸 준비해? 내가 전에도 말했잖아. 생일 같은 거 챙겨줄 필요 없다고.”
“어, 어떻게 그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나타님의 생일인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애초에 진짜 생일도 아니고 꼰대 녀석이 멋대로…!”
말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었다. 눈앞의 레비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꼰대가 죽은 직후 이 녀석은 한동안, 마치 영혼이 나간 사람처럼 살았다. 최근에 와서야 겨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꼰대를 언급하기만 해도 이렇게 우울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아직 완전히 당시의 충격을 벗어나진 못한 것 같았다.
하긴. 이 녀석에게 꼰대는, 아버지나 마찬가지인 존재였으니 당연한 일일까.
“...미안하다?”
“아니요. 나타님 잘못이 아닌걸요.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내 사과에 녀석은 애써 미소 지으며 답했다. 이에 내가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이어진 레비아의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 말을 막았다.
“그리고 언제까지고 이럴 수는 없으니까요. 분명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슬프지만, 그렇다고 계속 슬퍼하기만 해서는 트레이너님이 안심하고 눈을 감으실 수 없을 테니까요. 그러니 괜찮아요. 저 하늘에서 지켜보시는 트레이너님이 안심하실 수 있게 레비아는 나아갈 거에요. 더는 그분처럼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이 없게 강해지겠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레비아는 그렇게 말하며 살며시 미소 지었고 나는 멍하니 녀석를 바라보았다.
언제 이렇게 변했담.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울보에 툭하면 죽으려 하는 통에 짜증 나는 점뿐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레비아는 그날의 기억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런 녀석과 비교해 나는 어떤가? 아직도 그날의 악몽에 사로잡혀 무기력한 꼴이라니.
설마 내가 이 녀석에게 이런 걸 배우는 날이 오다니 상사도 하지 못했다. 이에 고마움과 함께 천천히 솟구치는 부끄러움을 숨기고자 나는 작게 웃으며 그녀의 뒤를 가르켰다.
“...그런 마음가짐은 좋은데 그 전에 불부터 좀 줄이지? 그러다 끓어 넘치겠다.”
“?! 꺄악!”
어느새 펄펄 끓기 시작한 미역국에 레비아는 당황하며 불을 줄였고 다시 평소의 얼빠진 녀석이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탁자 위의 식재료들을 들어올렸다.
“넌 그거부터 마무리해라. 난 이걸로 적당한 반찬거리나 만들고 있을 테니.”
“네? 아니 그건 제가. 생일이시니 나타님은 그냥 쉬시는 게.”
“네 실력으로 이거 다 요리하려면 빠듯할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신경 쓸 거 없어.”
날 말리려는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준 나는 빠르게 요리에 들어섰다. 방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뒤숭숭했던 기분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래. 나답지 않게 너무 오래 얽매여 있었다. 이래서야 레비아의 말처럼 죽은 꼰대도 편히 눈감을 수 없겠지. 그러니 나는 나아갈 것이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을 썰어버리며, 내 주변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이 멍청이들과 함께 내일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니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꼰대. 멋대로 가버린 네놈 분까지 악착같이 살아가 줄 테니까.
“자, 다 됐군. 어이 레비아. 가서 다른 놈들 다 깨워서 데려와. 모처럼 이 나타님이 직접 만든 음식이다. 결식은 용납 못해!”
마음속으로 다짐을 마치는 것과 동시에 조리를 마친 나는 레비아를 시켜 다른 팀원들을 불러 모았고 그렇게 처음으로 내가 주선해서 생일 파티를 이끌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준비한 요리를 먹고 녀석들이 준비한 선물을 받고 그렇게 웃고 떠들 뿐인 평범한 생일 파티.
하지만 그렇기에 이날의 기억은 이전 생일 파티처럼 내 기억 속에 강하게 새겨져 결코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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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플루ton입니다. 오랜만에 돌라왔네요.
군대를 다녀와서도 클저가 계속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뭐 사건 사고는 많았던 것 같지만. 나타 생일 기념해서 이렇게 다시 팬픽도 복귀했습니다.
모두 즐감하셨기를 바라고 다음 작품은 또 조만간 하나 오릴 예정이니 기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20000 물러나겠습니다.
[나타x레비아]자장가 [2]
용랑(龍狼) - 19(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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