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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거짓된 평화 - 4. 재회 (2)

작성자
Dadami
캐릭터
티나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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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6.27
  • view4893

  "오랜만이군, 쿠로."

  "아, 트레이너 씨. 잘 지냈나요?"

  "여기에서 있었던 일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이들이 뉴욕전을 치를 때, 아무도 모르게 뒤에서 트레이너를 도와줬던 건 다름 아닌 쿠로였다. 직접 와서 무언가를 도와준 건 아니지만 필요한 물품이나 기자재 등, 그들이 필요할 때마다 요원들에게 부탁해 최대한 빠르게 보내주었다.


  "뭐,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물어보는 것도 괜찮잖아요?"

  "나는 상관 없다. 그리고 이전에 도와주었던 것에도 감사를 표하지."

  "어라, 이전에 비해서는 바뀌었네요?"

  "그런가. 나는 변한 게 없다만."


  본래 자신은 잘 모르는 법이에요, 라며 미소를 지은 쿠로와 트레이너는 구면이다. 처음 만난 것은 아스타로트 전 이후, 그 뒤를 따라 늑대개 팀이 G타워 옥상에 도달했을 때 홍시영마저도 알 수 없다고 했던 암묵적인 조력자가 바로 트레이너와 은밀히 연락했던 쿠로였다. 물론 직접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기에 그가 한 일은 늑대개 팀이 출동한 상태에서 그 반대쪽을 혼자 맡아 지킨 것이며, 다시 나타난 오벨리스크 역시 그가 출동하여 미리 작업해놓은 뒤 뒤를 이어 늑대개 팀이 마무리를 했던 것이다.


  "표정부터 알 수 있어요. 그때는 완전히 개였고, 지금은 들개의 티를 벗어난 늑대네요."

  "처음부터 늑대였던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 덕에 만난 거지만 말이죠."


  굳이 말하자면, 처음 만났을 때 둘은 서로 전투를 벌였다. 제대로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클로저와 벌처스의 처리부대. 서로 수상한 사람인 건 당연했던 것이다. 그때의 전투는 둘을 제외한 그 누구도 ** 못했지만, 급하게 출동한 레비아의 말에 따르면 주변이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었음에도 트레이너는 상처가 나거나 지친 기색이 없을 정도로 멀쩡했다고 한다.


  "어쨌든, 출발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편히 쉬도록. 네가 데려온 그 아이는 어긋나지 않도록 잘 돌봐줘라."

  "명심하도록 할게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를 보며, 쿠로는 옅게 미소를 지은 채로 답했다. 그리고 유정과 이야기가 끝난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를 향해 달려오는 시로를 보고는 소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트레이너는 잠시 회상했다. 자신을 보며 웃던,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쿠로 오빠!"

  "아, 유리야!"


  밥을 먹고 돌아온 유리는 유정을 도와 구조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쿠로를 발견하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달려가 그에게 안겼다. 뉴욕에 온 뒤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국제공항에서 작전을 펼칠 당시, 지원 겸 정보 공유를 위해 가끔 들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녀는 그에게 안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정확히는, 머릿속으로 상상은 해봤지만 그걸 실제로 그에게 하기엔 너무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리나와의 전투 후 한동안 만날 수 없는 작전 이야기에도 그에게 솔직해질 수 없었다.


  '그 사람이 없었더라면…….'


  그런 소녀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건 다름 아닌 적이었던 이리나였다. 마지막 전투에서, 그녀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을 막은 건 그에게서 부탁을 받은 유리였다. 어떻게든 자신의 목숨을 걸고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을 막고 최종적으로, 그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모든 위상력을 사용한 그녀였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목숨을 잃을 위기였다. 하지만 그 전에 미리 부탁 받았던 위상변환전달 기계, 쿠로가 정도연을 통해 만들었던 위상력 전달 기기를 사용해 이리나의 목숨을 겨우 구했다.


  "아, 당신인가."


  그 이리나는 현재, 간단한 평상복을 입은 채 본부에서 요양 중이었다. 아직 같이 일을 할 수는 없으며 본래라면 수용소에 들어가야 할 전과가 있지만, 쿠로가 상부에 요청하여 직접 데리고 있으면서 보호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이런 것을 보면 그는 확실히 어지간한 클로저들보다도 유능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것뿐이라면 소녀가 조급해할 리 없다.


  "아, 이리나. 잘 지냈어?"

  "잘 지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유리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자신의 앞에 선 그를 보던 그녀의 목소리엔 여전히 날카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날카로움이 그를 향하고 있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그 이후에 투신하려던 것까지 막은 건 너무했으려나."

  "원래라면 그곳에서 죽게 되는 게 당연하다. 그걸 억지로 비틀어 날 살려낸 당신의 고집이 이렇게 바뀐 거지."


  쿠로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키가 크지 않은 쿠로는 이리나보다 약간 작은 편이었다. 정확히는 다른 여성에 비해 이리나가 훨씬 큰 거지만,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 듯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하지만 베리타 여단에는 솔직히 어느 정도 은혜가 있었고, 그때 알게 된 너에게는 특별했으니까."

  "처음부터 당신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려던 건 아니었어."

  "그래도 도움을 받은 건 변하지 않아."


  과거 차원전쟁이 끝난 뒤 수 년간 도주 생활을 지속하던 시절, 그는 거의 삶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베리타 여단의 도움으로 겨우 삶의 이유를 찾았던 때가 있었다. 베리타 여단은 분명 테러리스트, 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과거 유니온의 연방화 정책을 반대한 난민과 분리주의자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반유니온 단체였다. 다만, 그 시기에는 이미 다른 국경지대의 민가를 약탈하고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등, 범죄행위를 자행하던 것이 심했던 때였기에 금방 그곳에서 탈출했으나, 베리타 여단에 의해 삶의 목적을 찾은 건 은혜였기에. 그리고 그때 자신을 가장 잘 대해준 것이 바로 이리나였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이리나는 아직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그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린 소녀였을 뿐이었다.


  "난 범죄자다. 비록 몸은 이렇게 되었고 힘도 이전만큼 낼 수 없어. 그리고 유니온은 여전히 싫어해. 그런데도 당신은, 지금까지 수많은 죄를 지어가며 지옥을 보여준 여단의 단장이었던, 테러리스트이자 죽음으로 모든 죄에서 도망치려했던 나를, 데려가겠다는 건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언뜻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자신이 범죄자였던 것. 그리고 지금까지 행하였던 모든 죄를 죽음으로 갚겠다는 듯 목숨을 버리려 한 그녀를 책임지겠다며 손을 내민 그를, 그녀는 벗지 못한 감정의 옷을 겨우 잡아가며 바라봤다. 그리고 그것을 보던 그는 평소와 같은, 나긋하다 못해 나른해보이는 표정을 미소로 바꾸면서 답했다.


  "살아서 갚아. 내가 옆에서 계속 당신이 죄를 뉘우치며, 그것을 갚아가는 걸 바라보고 있을 테니까. 그게 내가, 내게 삶의 의미를 처음 주었던 당신에게 줄 수 있는 벌이야."


  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결국 참았던 감정을 쏟아내었다. 지금껏 참아왔던 것을 전부 흩뿌리듯, 그의 앞에서 모든 마음을 쏟아내었다. 그녀 역시, 그 강했던 의지와 지금껏 이어왔던 모든 대의를 짊어졌던 강인한 그녀 역시 그저 모든 감정을 숨기고 자신을 채찍질해왔던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이리나 언니가 저렇게 우는 건 처음 봤어요."

  "지금껏 모든 감정을 숨겨온 사람이니 당연하겠지."


  애써 미소를 짓고 있는 그였지만, 그 역시 이전에 봐왔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지금껏 마음 고생을 했을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물론 그녀가 한 짓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임을 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도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버리지 못한 사람이었고, 그로 인한 자신의 대응을 남들에게 표출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는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핫, 미안해. 너무 어두워졌네."

  "아니에요. 그래도 오빠 덕분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밥은 먹었어?"

  "방금 다 먹었어요!"


  기분 좋게 답한 소녀는 조심스레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평소에도 거리감이 가까웠지만 유난히 이번따라 더 가까워진듯한 느낌에 그도 당황한 듯 평소의 나긋한 표정을 잃고 동공이 흔들렸다.


  "뭐, 뭔가 너무 가까워지지 않았니?"


  오랜만의 재회에 기뻐서 그랬을 거란 예상과는 다른 것 같다는 느낌에 그는 많이 당황한 상태였다. 특히나 소녀가 달려와 안겼을 때, 그는 조심스레 머리를 쓰다듬어줬지만 예상치 못한 모습에 굉장히 당황했었다. 그저 소녀가 곤란하지 않도록 애써 내비치지 않았었을 뿐이었다.


  "그런가요?"

  "그, 그런 것 같은데."


  그는 자신이 둔감한 편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어느 정도 지나고나서는 소녀가 자신에게 가진 감정이 평범한 오빠, 동생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역시 소녀가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한 부분도 있었다. 다만 그는 그런 감정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 처음 느껴보기도 했기에 항상 여러가지로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 이상으로 다가온 소녀의 행동에 어쩔 줄 모르는 것이었다. 물론, 소녀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너, 너무 가까웠나? 혹시, 혹시라도 오빠가 기분 나빴던 거라면…….'


  그리고 사실, 소녀도 자신의 행동에 조금 놀란 상태였다. 무언가 조급했던 건 맞지만 이렇게 갑자기 다가가면 분명 그가 당황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했던 행동이었다. 이렇게까지 한 것에 대해서는 다름 아닌 이리나가 했던 말 때문이었다.



  *          *          *



  "넌, 그와 어떤 관계인 거지?"

  "네?"


  치료소에서 요양을 받던 이리나가 소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말하는 그란, 당연히 쿠로를 의미했다. 이리나가 현재 그, 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쿠로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에요?"

  "단순히 그와의 관계를 물어보고 싶을 뿐이다. 어지간한 신뢰 관계가 아니면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오, 오빠와 저는 그저 친한 관계에요. 예전에 신서울에서 싸울 때, 오빠가 정말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 말에 그녀는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것은 마치 어떤 상황인지 눈치챘다는 듯 당황스런 모습이었다.


  "왜, 왜 그래요?"

  "아니, 별 거 아니다.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다."

  "모른다뇨?"


  그녀는 유니온을 계속해서 조사하면서 최근의 정보는 대부분 받았다. 그 중에는 수장이 조사해서 결론을 지은 것도 있었는데, 쿠로에 대한 정보 역시 그 안에 있었다.


  "그가, 유니온 내부에서 꽤 인기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

  "인기가 있다구요?"


  그는 오염지옥에도 있었지만 신입 교육을 위해 클로저 아카데미에도 항상 들렀다. 그 과정에서 그에게 호감을 보인 사람이 남녀를 불문하고 많았다는 것이다.


  "둔감한 건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만, 잘못하면 그를 뺏길지도 모른다."

  "빼, 뺏긴다니요. 오빠와 저는 그런 관계가……."


  그런 말을 하면서도, 소녀는 왠지 모를 불안감이 가득했다. 그가 멋진 사람이라는 건 자신만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 자신에게 보인다는 건 남에게도 보인다는 것이다. 콩깍지였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 이리나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둔감한 그라도 주변의 시선을 눈치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도 있을지 모르지."


  마지막으로 했던 그녀의 말을, 소녀는 듣지 못했다.



  ─────



  -짜투리

 


  "선생님, 선생님!"

  "응, 시로. 왜 그래?"

  "여기 뉴욕이죠?"

  "그렇지?"

  "그런데 왜 영어를 쓰는 사람이 없는 건가요?"


  현재 파견된 인원 중 이 본부에 있는 사람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라고, 뉴욕에 대한 꿈이 많았던 소녀에게 말하기엔 많은 시간이 걸렸다.



  ─────



  자, 조금 늦었지만 여하튼 짜투리까지 들고 왔습니다. 이번엔 두 번째 전환점으로, 이리나의 생존입니다. 본편에서는 이리나가 사망으로 나오나, 제가 들고 온 이야기에서는 생존인데요.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오겠지만, 이리나는 제가 쓰고 있는 이 소설에서 필요한 인물이기에 살렸습니다. 본래는 예정에 없었지만 의도치 않게 만들게 된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건 비밀로……. 이미 어느 정도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알게 된 분도 있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비밀로 해두겠습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전환점을 알려드리면서 이야기를 계속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참, 저는 현재 이벤트를 보고 콘테스트를 준비중입니다. 지금처럼 소설 형식으로 드릴 예정이지만, 음…… 부산에 대해 잘 모르는 저로서는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군요. 그래도 한 번 이야기를 들고 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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