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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거짓된 평화 - 5.5. 그와 그녀

작성자
Dadami
캐릭터
티나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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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13
  • view5769

  늦은 밤, 일부 불침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잠들 시간에 근처에 있는 숲에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평소에 입었던 것과는 다른, 간편하면서도 활동에 특화되어 있는 검은 반팔 티셔츠와 헐렁한 면바지가, 그가 쿠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 안에서 요원복이 아닌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시로, 이리나, 쿠로 셋뿐인데 그 중 검은색을 입는 건 그뿐이었다.

  그는 목에 붕대를 감고 있지만 불편한지 벅벅 긁어 흐트러져 있었다. 게다가 상처가 덧나 다시 피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위에서 차갑게 비추는 달빛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그 표정이, 그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쿠로?"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다가온 것은 의외로 어울리는 고양이 무늬의 파자마 차림의 이리나였다. 그녀는 잠시 주변 산책을 위해 불침번의 허가를 받은 뒤 나온 것이었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그저 밤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이야."


  나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웃어보인 그는 평소와 같으면서도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마치 꺼내면 안 될 무언가를 깊게 숨겨두었다가 누군가에 의해 꺼내어진 것 같은, 허탈감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런가."


  그녀는 타인이 숨기는 것을 굳이 꺼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알고 싶기는 하나, 직접 말해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가만히 두면 절대 이야기를 꺼내지 않겠지.'


  그런 그녀라도, 지금껏 받아왔다고 하는 그에게서 받아온 것들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 방관을 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녀는 그에게서 구원받았다. 다시금 받은 새로운 삶에서, 그의 곁에서 살아가는 것을 허락받은 이상 그가 혼자 괴로워하는 것을 가만히 둘 수 없게 되었다. 자기자신도, 방금 전에 겨우 잠든 한 소녀에게 감정을 이입받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안에서 봤던 그 둘이 신경 쓰이는 건가?"

  "역시 포커페이스는, 나는 불가능한 걸까."


  기본적으로 그는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포커페이스라는 것을 거의 삶에 붙였을 정도로 자주 써왔다. 아마 이 안 그 누구보다도 포커페이스에 대해서는 따라올 자가 없을 것이나, 그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그 힘을 조금도 받아들이지 못한 듯 그의 기분을 여지없이 알려주었다. 어떤 의미에서는, 포커페이스가 불가능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표정은 평소와 같다. 하지만 이상하게 무언가 슬프게 보이는군."

  "아, 그 분위기라는 건가."


  그것을 그도 이미 알고 있다.


  "……그렇네. 아무리 그래도 과거엔 동료였으니까."


  팀 까마귀는, 'Nameless' 중에서 가장 특출나다고 할 수 있는 5인 팀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Nameless' 가 가장 사용하기 편한 도구였다.


  "널 처음 봤을 때와 현재의 너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 너의 모습은 현재의 너하고도 많이 다른 것 같다. 마치 지금껏 걸어왔던 길을 잃은 것처럼 혼란스러워 하고 있군."

  "틀린 말은 아니야. 지금은 적대했던 유니온의 일원이고, 그 안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생겨났으니까."


  그런 말을 하면서 그는 근처에 있는 나무 기둥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옆의 빈 부분을 툭툭 치면서 그녀에게 앉으라 하였다. 말없이 다가가 옆에 앉은 그녀는 그가 봤던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만월인가?"

  "아슬아슬하게 아닐 거야. 이미 지났으니까."


  하지만 달은 사람이 보기엔 완벽한 원을 그린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14~16일에는 만월의 차이를 눈으로 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이리나는 왜 이 시간에 일어나 있는 거야?"

  "그저 주변 산책이다. 의외로 네가 있어서 말을 걸었을 뿐이지."


  덤덤하게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그녀의 심장은 전에 없을 만큼 빠르게 뛰고 있었다. 티나의 앞에서도 빠르게 뛰지만, 그의 앞에서 뛰는 심장의 속도는 티나와는 조금 달랐다. 걱정과 긴장의 차이는, 생각 이상으로 강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이렇게 있으니, 뭔가 옛날에 둘이 이야기했을 때 같네. 분위기나 말투는 정반대지만."

  "……그렇군."


  그녀도, 그도 많이 어렸을 때의 이야기. 베리타 여단에 들어간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그녀가, 티나와 함께 하기도 전에 그와 만났던…….


  "그때의 너는, 마음이 없는 고장난 로봇 같았다. 여단장이었던 나보다도 더욱 말이다."

  "그렇게 심했었나."

  "네가 베리타 여단을 떠난 이후에 만난 티나보다도 말이 없었다. 지금의 너와 티나는 꽤나 말이 많아진 것 같지만."


  피식 웃은 그는 마치 귀여운 무언가를 보는 듯한, 아련한 표정이었다.


  "그때의 너는 참 귀여웠는데 말이지."

  "그,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지 마라!"

  "나와 나이가 비슷했고, 닥친 상황도 그렇게까지 다르진 않았지만 정말 귀여운 여자아이였지."

  "시끄럽다! 그 이상 말하면 입에 잡초를 넣어주겠다!"


  그렇게 조금 큰소리로 말하면서도, 즐거운 듯 웃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전부터 쌓였던 화도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어린 그의 모습과, 지금의 그의 모습을 서로 보게 된다면, 둘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라는 시덥잖은 상상에도 웃을 정도로.


  "비록, 결국 여단 때문에 많이 넘어졌지만 그래도 완전히 엇나가지 않게 자라온 걸 들으면서 조금은 안도했어."

  "……그랬나."

  "만약 완전히 엇나갔다면, 공항에서 그 폭파 스위치를 눌렀겠지."


  그녀는 확실히 그자의 대의를 따랐다. 하지만, 그건 그저 따랐을 뿐, 그녀 자신의 마음도 남아 있었고 그 안에는 부하를 소중히 하는 마음 역시 존재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그 공항은 완전히 폭파하고 수많은 인명피해가 유니온에도, 그리고 베리타 여단에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던 건 그녀가 가진 폭파 스위치를 자신이 직접 부쉈기 때문이었다.


  "부하들은 소중하다. 물론 지금은 옛 부하이고 다른 곳에서 싸우고 있겠지만, 나를 따라 끝까지 함께 해줬던 녀석들이다. 그것이 소중하지 않을 리가 있겠나."

  "그런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가진 거니까."


  그렇게 답하며,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서로 바닥과 하늘을 번갈아보면서 대화했지만, 그의 시선이 자신을 향함과 동시에 그녀 역시 고개를 돌려 그의 눈을 바라봤다. 아직은 남아 있는 그때의 어둠이 눈동자 안에 조용히 잠자고 있었지만, 그때와 달리 고요한 결의가 담긴 그것이, 다시금 그녀의 심장을 빠르게 뛰게 했다.


  '그때는, 그의 강함에 이끌렸는데…….'


  과거의 그는 그 어떤 여단의 간부보다도 강했다. 자신과 비슷한 나잇대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그 강함은 그때의 여단장마저도 감탄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의 결단력과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그 모습까지도, 그녀가 그 시절 생각한 강함과 거의 유사했다. 하지만, 그 강함과는 달리 그의 가치관은 여단과 달랐다. 그리고 그녀의 가치관과도 달랐다. 그럼에도 동경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그의 상냥함에 이끌리는 건가.'


  지금의 그는, 그때와 비슷한 힘을, 굳이 비교하자면 이전보다 약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이와 같이 경험으로 커버하면서도 그때보다 강한 마음을 가지고 행동한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 줄 알고, 자신이 지고 있는 모든 짐을 짊어질 수 있는 사람. 그러면서도 된다면, 정말 자신이 이 사람과 함께 하면서 손을 뻗을 줄 아는 영웅과도 같은 남자가 되어, 자신을 구원해주었다. 그건, 과거에는 없던 그의 또 다른 강함이었다.


  "나는, 그 이후 이렇게 살아남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분명 그의 대의가 끝을 고할 즈음에 나 자신도 끝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게 된 거겠지. 물론 밝혀진 것은 내가 생각했던 대의와도 달랐지만 말이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조금 슬픈 얼굴로 그의 손을 바라봤다.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고 그것이 낫기도 전에 다시 다쳐 결국 본래의 모습을 찾지 못한, 조금씩 어긋난 그 손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완전히 어둠에 삼켜졌다. 진실을 깨닫고 거기서 빠져나와야 될 때를 놓쳐, 그나마 보였던 빛마저도 사라져 헤매게 되었을 때, 네가 나타난 거지."


  그가 그녀의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손이 보인 것처럼, 그때와 같은 따스한 손을 가진 한 소녀가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때의 온기는, 그 시절 잡았던 너의 손과 똑같았다."


  혹독한 훈련에 결국 버티지 못한 어린 소녀의 손을 잡고, 강해져야 한다며, 이대로 쓰러지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산 채로 죽을 수 있다며.


  "날 일으켜줬던, 그때의 차가운 너의, 따스한 손과 같았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그에게 끌리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후에는 자신도 깨달을 정도로, 마음을 구원해준 것이다.


  "나는,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어둠이 남아 있다. 그건 아마,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없애야 될, 아니면 항상 짊어져야 할 어둠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몸을 일으켜 앞으로 몇 걸음 걸으며.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건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몸을 살짝 돌려, 지금껏 짓지 못했던, 지을 수 없었던.


  "네가 정말 힘들 때, 그 누구도 너를 봐주지 않고, 그 누구도 널 믿어주지 않을 때."


  아마 이 안에서는 그 누구도 본 적이 없었을 그것을.


  "내가, 너의 손을 잡겠다. 잡아서, 이번엔 내가 이끌어주겠다."


  지금은, 단 한 명, 그 하나만이 보게 된 그녀의 미소가.


  "그러니, 힘내라. 언제나 응원할 테니까.


  그것은 이리나, 그녀가 지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표정이다.


  '미안하구나.'


  마음 속으로 한 소녀에게 사과하며, 그녀는 하나의 결의를 마음 속에 품었다.




  ─────




  하나하나 풀어갈 떡밥들을 계속해서 풀어나가는 중입니다. 아직 남은 떡밥은 많지만, 풀어나가는 게 은근 즐겁습니다.


  보통은 1화마다 3개로 나뉘어 전해드립니다. 아예 1화를 드리면 너무 길어져 이렇게 나누는데, 막상 나누다보면 이렇게 본래의 제목과는 크게 연관되지 않는 이야기도 존재합니다. 그런 화는 외전처럼 0.5화로 나눠지는데, 이것인 외전이 아닌 본편에 있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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