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침식의 계승자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개정되었습니다.
"으....."
삐------ 삐------ 삐------
왜인지..... 익숙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뭐였지.....? 아, 그래. 병원에서 들리는 기계음이다.
"자온 형, 정신이 드세요?"
바이탈 사인 감지기에서 들리는 기계음 사이로 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현?"
"정신을 차려서 다행이예요! 캐롤리엘 씨!"
내 상태를 확인한 수현이 방 밖으로 뛰쳐 나갔다. 상체를 몸을 일으킨 나는 잠시 뭘하고 있었는지 기억을 돌이켜 보았다.
[또 만나지, 꼴 사납게 광기에 침식당하는.... 침식황을 계승하는 자여.]
"......뭐야, 시간이 얼마나 지난....!!"
그제야 자신이 쓰러졌었다는 걸 기억하곤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왔.....
팽-----
"쿠컥!"
허리를 압박하는 무언가에 당겨진 나는 강제로 다시 침대 위에 뉘어졌다.
뭐야.... 고정대?
허리에 단단히 결박된 고정대를 보곤 풀려고 시도하려다,
"아직 30분 정도 밖에 안 지났어요. 아직 다 회복된게 아니라서 안정부터 취해야 해요."
아까 한 혼잣말을 들었는지 어느새 돌아온 수현이 흐른 시간을 알려주었다. 잠깐, 그럼 방금 그 추태도 본 건 아니겠지? 아니, 일단 그건 그거고.
"지금 쿠르마 때문에 손 하나가 아쉬운 상태일텐데 무슨 안정이야..... 게다가 이건 또 뭐야? 호흡기?"
말하다가 느껴진 답답함에 얼굴에 손을 얹자, 그 위에 호흡기가 부착되어 있었다. 억지로 떼려고 하자,
"Stop! 지금 자온 씨는 절대안정을 취해야 해요!"
수현을 뒤따라온 캐롤리엘 씨가 내 행동을 저지했다.
"그리고 아무리 심각한 상황이라지만 왜 지금까지 이 정도로 심각한 질환을, 어떻게 숨기고 있었던 거죠?"
"질환이라뇨...? 그런거 없다니ㄲ..... 켁, 쿨럭! 쿨럭!"
철퍽---
기침에서 나온 진득한 녹색 진액이, 호흡기에 묻어났다.
"뭐.... 뭐야, 이게....?"
그러고 보니 기절하기 직전에도 이런 걸 토해내고 있었던 거 같은데....?
"지금까지의 상황도, 형의 몸 상태도 정리해서 설명드릴게요. 먼저....."
******
전투원들이 쿠르마를 찾으러 나선 후, 앉아서 쉬고있던 저수지가 자료를 정리하는 민수현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흠..... 할것도 없는데 빅터랑 놀아볼까?"
"사, 상관은 없는데 이쪽으로 오지는 말아줘...."
"안 문다는데 오버하기는. 위상력을 잃어서 거의 평범한 개라고 하던데 뭘."
"위상력을 잃은 차원종이라... 빅터는 어쩌다가 위상력을 잃게 된걸까?"
"글쎄? 무서워서 그러는 거면, 대신 물어봐줄까?"
"아, 아니! 괜찮아. 민감한 화제일 수도 있으니까. 다만, 위상력을 잃었다는게 신경쓰여서..."
"위상능력자가 힘을 잃는 희귀 질환이 있긴 하지만.... 차원종이 위상력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지, 그게 신경쓰이거든. 상당히 희귀한 사례거든."
"흐음... 잘 모르겠는걸."
"예를 들어볼게. 위상력이란 건 서로 다른 차원에서 자신의 몸을 보호해 주는 힘이야. 물고기가 물 밖에서 살아가게 해주는 힘이자, 새가 물속에서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힘인거지."
"차원종인 빅터는 그런 힘을 잃은 채 이곳에서 살고 있는 거니.... 그렇다면, 빅터는 아마....."
"크르르.... 날 불렀나? 말라깽이 인간."
"히야악!!"
민수현은 빅터를 인지하자마자 기겁하면서 재빨리 저수지 등 뒤로 도망쳤다.
"으으... 무서워....!!!"
"....그렇게 개가 무서워?"
".....그, 무서운 게 아니라 거북한 것 뿐이야."
"딱히 놀래킬 생각은 없었다. 미안하다...."
빅터는 꼬리를 늘어뜨린채 터덜터덜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딱히 몸에 이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 지금은 쿠르마를 걱정할 때니, 이쪽에 집중해야겠어. 마침 문헌들도 있으니까."
"그 쿠르마라는 녀석에 대한 것도 있나봐?"
"응. 과거 차원전쟁에서 용 군단을 지휘하던 고위급 차원종으로, 상당히 나이가 많은 차원종이였다나봐. 몇 개나 되는 클로저 팀을 궤멸, 온갖 군사설비를 쑥대밭으로 만든 끝에... 알파퀸, 서지수 님에게 퇴치당했다고 해."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 쿠르마라는 차원종, 자신을 불꽃왕이라니 뭐니..... 뭐 수집품이라고 했는데, 불꽃왕이 누구야?"
"으음.... 딱히 자료가 없는 걸 봐선, 아직 드러난 적 없는 외부차원의 고위급 차원종 같은데.... 불꽃이라는 키워드만으론, 도출되는 자료가 너무 많아서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불꽃왕이라고 검색하면 딱히 나오는 것이 없고...... 어라?"
"왜, 뭐 찾은 거라도 있어?"
"잠시만, 이것 좀 읽어봐."
저수지는 민수현이 건넨 태블릿의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우리 위대한 불꽃을 받들어,]
[지금의 육신을 벗어나,]
[새로운 혼으로의 도약을.]
"....뭐야, 이거? 이거 그 망 할 변 태 녀석이 말하던 거잖아?"
저수지에게도 쉽사리 잊을 수 없는, 잊을만하면 전우치가 말하던 교단의 교문이였다.
"왜 이게 유니온의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거지? 연관 검색 기능...... 이런, 딱히 나오는 건 없네. 누군가 인위적으로 지웠는데, 이 문장만 달랑 남은 거 같아."
"더 자세히 알아 볼 순 없는거야?"
"무리야. 그런 로그를 열어볼려면, 유니온 관리요원 이상의 보안 등급이 필요한걸."
"민수현 학생, 쿠르마의 자료는 다 찾아보셨나요? 검토를 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 네! 감찰관님! 여기 보고서를 출력해뒀어요!"
오세린에 부름에, 기억이 난 듯 민수현은 급히 자료들을 하나로 모아 오세린에게 가져갔다.
"음.... 그래도 역시...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네."
발을 탁탁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저수지도 민수현을 뒤따라갔다.
*****
"아직 자온 씨와 흑지수 씨가 오시지 않았지만.... 먼저 브리핑을 시작할게요."
정찰을 나갔던 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모이자, 오세린은 지금까지 정리된 자료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아직도 통신이 마비된 것. 차원전쟁 때부터 쿠르마는 점령하려는 지역의 통신을 마비시켰다고 해요. 이곳의 통신이 마비된 이유도, 쿠르마의 수작으로 추측하고 있어요."
"통신이 막혀서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고... 우리에게 놓인 선택지는 둘 뿐이네요."
"쿠르마와 맞서 싸울 것인가, 리버스휠을 타고 도주할 것인가. 어느쪽이건.... 내키지 않는 선택지 뿐이지만요."
"저희에게는 강력한 전력인 흑지수 씨가 계시지만.... 지켜야 할 부상자도 여럿 있는 상태죠. 게다가..."
"흑지수가 우리의 팀워크를 못미더워하는 것이 걸리는 건가?"
김철수의 질문에 오세린이 조용히 끄덕였다.
"네. 물론 여러분은 철저하게 혼자서 싸워온 분들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그 외에도 여러분 각각이 해결해나가야 부분들도 있으니까요."
"우선은 조금씩 해결해가도록 해봐요.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와드리도록 할게요."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 와중, 루시가 무언가 기억난 듯 정리된 문서를 오세린에게 건넸다.
"아, 오세린 씨. 민수현 씨가 중간에 자료를 더 찾아냈다고 이 자료를 오세린 씨에게 전해달라고 했어요."
"아, 감사해요. 그가 섬기는 불꽃왕이 누구인지 알아내면, 쿠르마의 목적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무슨 이유로 한 번 격퇴되었던 그가, 내부차원으로 다시 찾아온 것인지....."
"이봐! 누가 좀 캐롤리엘 빨리 불러와!!"
거점에 돌아온 흑지수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퍼졌다.
"무슨 일이예요, 언ㄴ.....?!"
흑지수가 업고온 자온의 모습을 확인한 모두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다. 입가에서 피와 녹색 진액을 한가득 흘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 누가 안 그럴듯 싶지만.
"자온 씨!!"
"왜 이녀석이.... 언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바보같이 쿠르마한테 혼자 덤벼든 거 같은데..... 자세한 건 깨어나면 물어봐야겠지만."
"이, 일단 급한 대로 약부터 가지고 올게..... 어?"
약과 앰플을 가지고 오려던 저수지가 자온의 상태를 자세히 보더니, 안색이 더 새파랗게 질려갔다.
"미, 미래야. 이, 이 증상...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히.....!!"
미래도 자온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저수지처럼 안색이 더 새파랗게 질렸다.
"똑같아.....! 하지만 어째서....?"
******
"미래 씨와 저수지 씨의 이야기를 듣고 급하게 자온 씨의 폐를 스캔해봤더니,"
캐롤리엘 씨가 내 폐 스캔본으로 보이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폐와는 모양이 좀 많이....? 달라보였다? 폐라는 게 원래 이렇게 크기가 작나?
"쓰레기 섬의 주민들과 동일한 중독 증상을 보이고 있어요. 아니, 사망하기 직전의 섬 주민 분의 폐보다 심각해요. 폐의 절반 이상이 녹아내렸으니까요. 이 정도면 오히려 살아있는게 기적이예요."
"그, 그럴리가요. 그 정도로 심한 중독 상태였다면 제가 모르고 있을리가......윽!?"
[안 돼요.... 안 돼요, 선생님.....!! 제발, 제발 동생을 구해주...]
방금 그 장면은.... 뭐였지? 기억...? 누구의...?
누군가의 기억 같은 것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호흡기를 달아 간신히 숨을 쉬는 어린아이. 그 아이를 안은 채, 의사의 가운을 붙잡는 누군가의 손과 목소리는 무엇보다도 간절하고 절박했지만....
하지만 의사는 매정하게 사과하며 떠나갔고, 남자는 아이의 앞에서 절규하고 있었다.
어째선지 낯익은 기억에 머리를 살짝 감싼채로 멍하니 있자니, 캐롤리엘이 마저 말했다.
"Anyway, 지금의 자온 씨는 절대안정이 필요한 상태예요. 물론 작전구역으로 나가는 것도 금지예요."
"하지만..... 쿨럭! 쿨럭!"
"오세린 씨도 이미 동의하셨어요. 그러니 지금의 상황은 걱정하지 말고, 우선은 몸조리부터 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어느새 무릎에 살짝 덮인 담요를 꽉 쥐며 대답했다.
******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심장 멎는줄 알았다니까."
"걱정을 끼쳤네."
"알면 됐어."
저수지가 옆에서 몇가지 확인을 하곤 의자에 앉았다. 간호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옆방이라 같이 돌볼 겸 왔대나. 옆 방에 있는 분은 의식만 없는 상태라서 따로 손 갈 것도 없다고 하고.
한번 기절하고 났더니 통증도 환청도 한결 적게 느껴졌다. 다행이긴 하지만.... 이게 끝인걸까? 왠지 모르게 앞서 느꼈던 것들은 약과에 불과했다는 감각이 떠나질 않았다.
"근데, 아까부터 뭘 들고 있는거야?"
"이거? 성 복도에서 주운 차원종 잔해. 근데 이상하게 차원종 놈들이 이걸 갖고 싶은 건지 계속 탐내는 거 같더라."
저수지가 들고 있던 잔해를 자온에게 보여주었다.
*******
"음..... 운이 좋았구려."
뚝.... 뚝, 뚝.....
"가짜라도 이정도 양이라면 잠시나마 속일 수 있겠지. 허허허..."
"서슬퍼런 무언가를 몸에 넣은 쿠르마는, 잔뜩 쌓여있는 무언가에 자신의 피와 힘을 불어넣으며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TO BE CONTINUE.....
{{ GetLengthByReCommentTextareaValue }}/200
댓글 {{ GetReCommentTotalRowCou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