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폭우, 모두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현재 공홈에 게시된 침식의 계승자 24년도 개정 작업 3부 국제공항 14화-풀려나는 죄업까지 작업되었습니다! 보정되어 돌아온 자온을 만나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시작하겠습니다.
"와아... 진짜 효과 좋은데?"
"내용물이 좀 찝찝하긴 하지만 효과는 좋긴 하더라."
미래와 은하와 합류한 나는 두 사람에게 지나 씨에게서 받은 주사기를 건네주었다.
조금 망설이다가 주사를 맞은 은하가 멀쩡해진 다리의 상태를 확인하곤 감탄을 표했다.
"...미래, 이거 맞으라니까."
부상이 만만찮게 아플만도 한데도, 은하와 달리 미래는 아직도 지나가 건넸던 주사를 거부하고 있었다.
"....난, 아직도 지나를 못 믿겠어. 사람들을 구하려고 독을 마신 루시를, 독으로 상처줬는걸."
루시와 미래의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이해는 갔다. 센텀시티에 와서 같이 다니고 상담하면서 더 친해진 두 사람이였으니 더욱 이해는 갔지만야,
"그래도 맞아둬. 독도, 부작용도 확실히 없고 효과도 있으니까."
감정만으로 지금 상황을 헤쳐나가기엔, 수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지나 씨가 우리를 다시 노리면 그 손 상태로 맞설거야? 만전이여도 못 이긴 그 사람한테?"
현실을 직시하도록 조금 세게 말했다. 조금 미움 받더라도 이걸로 우리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맞게 해야지.
"....."
"그리고 지나 씨는 루시에게 상처입힌 걸 직접 사과했어. 신뢰하기는 힘들어도... 신용은 할 수 있을거야. 그러니 일단 약 맞아둬."
계속된 설득에 미래가 뺨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하도 피부가 하얗다 보니 찐빵같아 보이기도 했다.
"....알았어."
그제야 미래는 얌전히 주사를 맞았다. 거의 동시에 흉하게 붓고 상처투성이였던 손이 말끔하게 회복되었다. 무슨 옛날에 두통에 그렇게 효과 좋다던 타X레놀 같은 거냐고.
속으로 조용히 생각하고 있자니, 어느새 거점에 도착했다.
"여러분! 여러분도 무사하셨군요!"
먼저 귀환해 있었던 감찰관은 우리의 안위부터 확인하셨다. 전투요원도 아닌데도 나간 당신의 안위를 우리가 먼저 확인해봐도 모자를텐데.
"다행히 더 큰일은 없었어요. 김철수, 눈 다시 보이나보네?"
"그래. 루시가 가져온 약을 맞았더니 거의 바로 보이기 시작하더군. 효과가 좋은 약이였다."
전능의 영약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니였나 보다. 나도 효과 본 거긴 하지만 무슨 만능형 타X레놀이냐고? 뭐 죄다 회복시키네.
"상황은 루시 양에게 들었어요. 지나 씨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하셨다고요."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완전한 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 판단에 동감해요. 지나 씨가 그럴 마음만 먹었다면, 일찌감치 저희를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오히려 제압하는 선에서 공격을 멈추는 등, 배려를 해주고 있었죠. 게다가 이렇게 약을 줘서 치료해 주기까지 하셨으니.... 여러분의 감찰관으로서, 믿어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아마도....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총장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 같네요. 물론 그 말은, 상황에 따라선 언제든 총장에게 돌아갈 수 있단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당장은 그분과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게 좋아보여요. 그 정도의 실력자와 무조건 적대하는 건 위험한 일이기도 하니. 물론 방심하시면 안 될 거예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모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방심하지 않는다고 쉽사리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였으니까.
삐비빅! 삐빅!
때마침 비둘기에서 콜사인이 울리면서 무겁게 가라앉았던 정적을 깨트렸다.
"...아, 비둘기에 콜사인이 들어왔군요."
"지나 씨겠죠. 확인하러 가봐요."
******
<CONNECTING....... COMPLETE>
"여보세요. 잘 들려?"
"네. 잘 들려요, 지나 씨."
"오세린 요원.... 사정은 들었겠지? 우선 이것부터 확인할게."
"정말.... 날 믿어도 괜찮겠어? 만일 이게 함정이라면, 그쪽이 담당하는 위상능력자들은 전멸할지도 몰라."
"정말로 저흴 속이려고 했다면, 애초에 그런 경고도 안 하셨겠죠. 그리고 당신의 실력이라면, 이런 속임수를 안 쓰고서도 우릴 전멸시킬 수 있을 거고요. 안 그런가요?"
"초가속 능력과 초월적인 창술... 마음만 먹으면 한 명씩 우릴 사냥해서 제거할 수 있을 테죠."
응.... 그 정도라면 가능할 거야.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대답하는 모습에 무심코 소름이 돋았다. 도대체 힘을 얼마나 더 감추고 계신건지....
"실제로 그런 식의 암살이 내 전문이었으니까. 물론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차원종이었지만. 위험성이 높은 차원종에게 빠르고 조용히 접근해서 척살... 이게 내 포지션이었어. 팀원들은 아무튼 간에 화려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많아서... 빠르고 존재감이 없는 내가 그런 일을 맡았지."
<이분은 잘 알려지시진 않았지만 ...의 전우시고, 고위급 차원종을 처치하는데에 특화되신 분이였지.>
...? 뭐지, 이런 포지션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뭔가 익숙한 느낌에 기억을 되집으려 해봤지만, 이어진 이야기에 일단 그쪽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어버렸네. 아무튼... 믿어준다니 고마워. 그럼 이제부터 쉘터로 향하는 진입로를 가르쳐 줄게."
"한쪽 진입로... 맥스코 빌딩 내부에 있는 진입로는 지금 나이트가 경비하는 중이야. 장담할게. 그 아이와 붙으면, 너흰 만에 하나라도 승리할 수 없어."
"....."
지나의 단언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 [나이트]라는 존재가 클로저 15명을 홀로 쓰러트렸다곤 듣긴 했지만 자신들을 죽이지 않고 유린하는 실력을 가진 사람이 확신을 갖고 말하셨으니.... 도대체 [나이트]라고 불리는 그것은 얼마나 강한거지?
"그러니 또 하나의 통로 쪽을 택하는 걸 추천해. 그 쪽의 좌표를 지금 송신해 줄게."
<삐빅!>
알림음과 함께 좌표가 표시되었다.
"다만 이쪽은 플라이 타입들의 주요 서식지가 된 상태야. 도시를 침공한 차원종의 대부분이 여기서 나온 거지. 감당할 수 있겠어?"
"네. 저도 함께 가서 서포트를 하겠어요. 제 정신 감응 능력으로 차원종들의 주의를 돌릴 수 있을 테니까요."
"응. 당신은 강하구나. 마음에 들어. 그럼 잘 다녀오도록 해. 나는 너희의 거점 주위를 방어해 줄게."
"뒤의 당신도... 가려는 거지?"
지나 씨도 경정님의 사정을 알고 계셨던 걸까, 화면 너머로 보이는 송은이 경정님을 보며 물었다.
"응. 그럴 생각이야. 만나야 할 상대가 있으니까."
"이야기는 들었어. 지하에 그 플라이 타입들이 잔뜩 있다지? 그렇다는 건, 무스카란 녀석도 그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잖아? ....나도 가겠어. 그래도 되겠지?"
"....괜찮으시겠어요, 경정님? 저희 입장에서는 플라이 타입을 견제할 병력이 조금이라도 더 있는 게 좋긴 해요. 하지만 무스카를 만나고서 냉정함을 유지하실 수 있을지...."
"그건 아마도 괜찮을 거야. 응."
송은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이제 그 녀석은, 채민우가 아니라는 거잖아? 그렇다면.... 망설일 건 없어.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거야."
"날 믿어줘, 오세린 요원. 나는, 프로야."
"네. 그 말씀... 믿을게요."
확고에 찬 경정님의 발언에 감찰관은 더이상 괜찮은지 묻지 않았다.
"좋아. 그럼 출동해보자. 세린이도, 준비 됐지?"
"네. 의지는 확고하신 것 같군요. 그럼 같이 출동해요. 부디... 저희가 함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고요."
"응. 걱정할 거 없어!"
"....조심해. 무운을 빌게."
"네.... 지나 씨."
통신을 끊은 우리는 한번더 장비를 점검한 후 좌표를 따라 지하 수로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
.......똑. 토독.
"이, 이곳이 지하수로...."
지나가 가르쳐준 좌표를 따라 나온 텅 빈 수로. 설치되어 있는 옅은 불빛에 의존해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의 목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예상대로 냄새 한 번 지독하네. 예전에 사흘에 걸쳐 쓰레기장에 매복해 있던 게 생각나는데."
"소, 송은이 씨는 정말 여러 가지 경험히 풍부하시군요. 경험이 풍부한 송은이 씨예요!"
"냄새나 분위기가 오염지대같은 느낌이 물씬 나네."
"너 혼자 스케일 다른 거 말하지 말고.... 이런 곳을 뭐라고 부르더라?"
"시궁창.... 시궁창이라고 불렀던 거 같아."
"그래. 시궁창 같은 곳이로군. 시궁쥐들이 득시글대는 것 같다."
으, 으음...? 뭐가 득실대?
김철수의 발언에 그 자리의 모두가 걸음을 잠시 멈추고 김철수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김철수도 아차 싶었는지,
"아... 우리 팀 이름을 말하는 게 아니다. 괘념치 말도록."
평소답지않게 당황해하며 해명했다. 한 번 신경 쓰여졌는데 이거 뭐 어떡하냐...
"으, 역시 그 이름 마음에 안 드시는 거군요....역시 샤크 옥토퍼스 같은 팀이름으로...."
아니, 잠시만요. 감찰관? 왜 자꾸 샤크 옥토퍼스에 집착을....
"난 좋은 이름 같은데?"
의외로 경정님은 우리 팀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어디가요? 완전 불결하고 냄새 날 거 같은데...."
"그야 그렇지만 말이야, 시궁쥐라고 하면 죽여도, 죽여도, 결국에는 살아날 거 같은이미지잖아? 불결하고 냄새 나게 되어도 말이야, 결국 살아 남는 놈이 이기는 거라고."
"과연.... 그런 해석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것도 그렇지만... 난 그 이름 싫지 않아."
"그러고 보니 미래씨는 처음 그 이름을 들었을 때도 팀 이름이 시궁쥐여도 상관없다고 말하셨죠."
"응. 은하는 전우치가 우릴 모욕하려고 지은 이름이라서.... 그래서 시궁쥐라는 이름이 싫다고 했지?"
"그랬지."
"하지만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 아무리 우리를 짓밟고, 모욕하는 사람이 있어도....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그러니까 시궁쥐여도 돼. 시궁쥐라는 이름, 나는 마음에 들어."
"언젠가 전우치를 쓰러트렸을 때, 그렇게 말해줄 거야. 저수지가 예전에 말했던 것처럼.... 궁지에 물린 시궁쥐한테 물린 기분이 어떠냐. 라고."
"하하! 뭐야, 이 녀석! 아주 물건이잖아? 맹한 애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디가서 대장 자리 하나 꿰어찰지도 모르겠는데?"
경정님은 미래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잘 해 보자고, 시궁쥐 팀!"
"저수지 씨도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좋겠지만.... 으으..."
"저수지도 마음에 들어할 거예요. 아마...."
말끝을 흐리며 긍정했다. 마음에 들어하겠지....? 아마.....?
그렇게 계속 전진하는 도중,
"...그나저나 여기 지하 수로 많이 이상해."
"뭐가 말이지?"
"넓어. 너무 넓어."
주위를 휙 둘러보며 수로에 들어올 때부터 신경쓰이던 부분을 꺼냈다.
"지하 대피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하셨죠?"
"좀 넓긴 하지만 이상해보이진 않은데."
내 말에 모두가 주변을 힐끗 돌아보더니 대답했다.
"눈으로만 보면 그렇지. 그런데 여기 진입하는 순간부터 실을 펼쳐서 색적하고 있었는데.... 아직도 실을 다 못 펼쳤어."
눈가를 찌푸리며 대답했다. 모두가 가로로 다녀도 여유 있는 너비에, 오히려 전투까지 가능할 정도로 광활한 공간은 수로라고 하기에 너무나도 넓었다.
거기에 수직으로 이어진 공간에 샛길까지.....이게 수로인지 미로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대피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넓어. 게다가 통로도 복잡하게 펼쳐져 있어요. 개폐 장치나 함정들은 없는 거 같은데.... 만약 그런게 많이 있었다면 꼼짝없이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복잡해."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걸까요?"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하느냐 정확하진 않지만.... 거의 센텀시티의 크기와 맞먹는 수준이야. 그 밑쪽까지 합하면 이미 이 도시 크기는 넘었고."
아직 실은 다 펼치지도 못했는데.... 상상을 초월한 너비에 상당히 난감했다.
"헤메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그런데 자온 씨, 그렇게 실을 넓게 펼치면 어지러워하시지 않으셨어요? 괜찮아 보여요."
"너무 복잡해서 머리 아프긴 한데.... 생각보단 버틸만 한데요?"
감찰관이 의아함을 표하자 나도 의아함을 표하며 대답했다. 이것도 변해버린 내 몸과 관련 있는 걸까? 뭐, 일단 쓸모 있으니까 이유는 나중에 알아봐야지.
아, 그쪽은 파리들만 있어요. 무스카는.... 이쪽으로 가야 해요.
지형 파악은 다 못했지만, 무스카의 위치를 포착한 덕에 주위의 길을 파악, 계산하면서 모두를 이끌었다.
"우와, 너 색적 능력도 대단하구나! 세린아, 저런 얘를 어디서 구해왔대?"
어디서 구해오셨나고 하시면 쓰레기 섬이요....? 그나저나 너무 직설적으로 칭찬하시니 좀 창피한데....
기습 칭찬에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니,
"민우 그 녀석도.... 많이 유능했는데."
경정님은 채민우 경정님이 생각났는지 씁쓸한 웃음을 보이셨다.
우리는 조용히 경정님을 위로하면서 내 안내를 따라 무스카가 있는 곳으로 다시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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