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웬 꽃다발입니까?”
오늘따라 볼프강이 조금 이상하였다. 볼프강은 이른 아침에 답지 않게 일찍 외출을 하고 저녁때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외출하고 돌아온 볼프강은 파이의 기준에서 보건대 이상했다. 꽤나 단정하게 정장을 갖추어 입었고, 그의 손에는 항상 들고 다니는 검은 책이 아닌 붉은색을 한가득 담아낸 장미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파이의 질문에 볼프강은 태연하게 ‘아, 이거.’ 라고 말하면서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잠깐 꽃집을 지나칠 일이 있었어.”
“보통 꽃집을 지나친다고 해도 꽃까지 같이 사오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냥 눈에 밟혀서 사왔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별 일이군요.”
파이는 끈질겼다. 지금 볼프강의 행색을 보면 세트조차도 ‘선생님 녀석아! 무슨 일 있었냐?’ 라고 물어볼 정도로 오늘따라 좀 힘을 준 구석은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볼프강이 비번인 날이었다. 휴가, 휴가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볼프강이 비번인 날을 보내는 방법은 대부분 수면을 취한다. 거의 숙소에 박혀있다시피 한 행동들을 보내왔던 볼프강이 이렇게 근사하게 옷차림에, 꽃다발까지 손에 든 채로 돌아온 걸 봐서는 오늘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이 있던 게 분명했다.
파이의 계속되는 추궁 끝에 볼프강은 한숨을 쉬며 파이에게만은 아주 작게 귓속말로,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가까워진 볼프강의 숨결이 파이의 귀를 못내 간지럽혔다.
“...오늘 어머니 생신이었거든.”
“어머니라면...선배네 어머니 말씀이신가요?”
“응. 그래서 마침 근처에 있는 김에 뵙고 왔지.”
볼프강의 얼굴에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이 드는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이 모습을 보고 파이는 바로 알아차렸다. 볼프강에게 있어서 어머니라고 하는 존재는 아주 특별하다는 걸. 볼프강이 직접 자신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아마 그렇게까지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걸 본인이 원치 않아하는 것도 같았고, 애초에 누가 먼저 볼프강에게 그런 가족 사항을 물어**도 않았다. 부모님에 대한 간략한 정보는 유니온의 네트워크에게 간략하게나마 적혀있었으니까.
그래도 볼프강이 자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짓는 저 부드러운 표정, 그리고 평온한 목소리를 통해 파이는 볼프강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었다. 이건 아무리 눈치 없는 자신이라고 해도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 모습에 무척이나 흐뭇해서 파이는 저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선배는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시는 모양이군요.”
“그런...걸까...? 내가 원체 속을 많이 썩힌 아들 녀석이었어서 말이지.”
“그런 말 하시는 걸 보면 현재는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나름대로. 그러려고 노력 중이지.”
말이 잠깐 딴 데로 새어나갔는데, 오늘이 볼프강 어머니의 생신이었고, 그로 인해 외출을 했다는 건 알겠다. 그것이 지금 볼프강의 손에 들린 장미꽃다발과 무슨 상관이냐는 말이었다. 설마...파이는 좀 최악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선배...어머니께 드릴 선물을 미처 드리지 못하고 오신 겁니까?”
“그런 건 아니다...”
선물만 보내는 게 마음의 준비를 덜 하게 만드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한 다짐을 해야만 해낼 수 있는 직접 만나뵙기까지 하고 왔는데 선물은 미처 안 드렸을 리가 없다. 파이는 볼프강의 불친절한 대답에 보충설명을 눈빛으로 호소하고 있었다. 볼프강은 이렇게 꼭 필요한 말도 생략하고, 결론부터 말하는 나쁜 말버릇이 있었다.
“어머니께는 노란색 프리지아를 드렸어. 어머니는 프리지아를 좋아하시거든.”
볼프강에게서 프리지아를 받았을 때의 기쁨에 찼던 얼굴이 지금도 생경하다. 그러자 파이가 정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이 장미는 어머님의 선물을 산 김에 같이 샀다는 겁니까?”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충동적으로? 볼프강은 고개를 찬찬히 끄덕였다. 볼프강은 뭐든지 즉흥적으로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름의 생각을 다 가진 사람이었다. 그건 옆에서 파트너로서 여러 번 등을 맞대었던 파이가 자신한다. 그래서 파이는 이런 감상을 바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정말 선배답지 않네요.”
“그래...그건 나도 아주 잘 인지하고 있다...그래서 말하기 껄끄러웠다...”
“뭐, 책망할 건 아니지요. 사람은 가끔씩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일도 하기 마련이니까요.”
“지금 이걸 신념이니 뭐니 거창한 거랑 연결 짓는 건 좀 뭣하지만...”
대화는 일단 여기서 일단락이 되었다. 볼프강의 품속에 있는 장미는 싱싱하기 그지없었다. 장미는 현재의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는 걸 뿜어내듯, 탐스럽게 피어있었고, 향도 짙게 내뿜고 있었다. 아마 그런 연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파이가 장미에 넋을 빼앗긴 건.
“...향기가 참 좋군요.”
“그러면 파트너, 네가 가질래?”
“네?!”
이것 또한 충동적인 감정이겠지요? 볼프강의 얼굴을 파이는 꽤나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볼프강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눈빛에서 진심과,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읽은 파이는 기쁘게 웃으며 꽃다발을 두 손으로 한 아름 받아냈다. 파이의 얼굴에 비추어진 기쁨을 읽어낸 볼프강은 태연한 겉 표정과는 정 반대로 속으로는 진땀을 빼고 있었다.
‘아, 어떻게든 얼버무렸네...’
장미를, 그것도 꽃다발로 한 아름 사온 건 절반은 충동적이기도 했지만, 전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어머니의 선물로 드릴 프리지아를 사러 간 꽃집에서 유독 그 붉은색의 꽃송이가 탐스럽게도 보였다. 그 때 어머니의 말이 하나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꽃을 받고서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라는.
...그러니 이런 꽃을 한 번쯤은 선물해줘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볼프강이 애초부터 파이를 염두에 두고 사온 것이었다. 아들의 손에 들린 또 다른 주인이 있을 꽃다발을 보며 볼프강의 어머니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행히도 파이는 볼프강의 깜짝 선물에 충분히 기뻐해주고 있었다. 현재 볼프강의 옷차림 때문에 프로포즈 모양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현재의 파이는 그런 세세한 걸 신경 쓰지는 않는 모양이다. 또한 볼프강도 이걸 프로포즈로 치부하기도 그러했다. 할 수 있다면 좀 더 세련된 곳에서, 세심한 멘트를 날리면서 하겠지. 숙소의 현관 앞에서,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은 볼프강에게는 처음부터 없었다.
그렇기에 이 다음 파이가 해낸 행동 자체가 볼프강을 경악으로 만들어내기에는 충분했다.
“그런데 저만 꽃을 받아도 되는 걸까요?”
“괜찮아,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
“아뇨, 제가 안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웃으면서 꽃다발 속에서 제일 싱싱한 장미 한 송이를 꺼내서 볼프강의 정장 윗주머니에 넣어주었다. 파이의 그 행동에 굳어버린 볼프강을 향해, 파이는 어쩐지 승자의 미소 같은 걸 지으며 대꾸했다.
“다는 아니고, 한 송이 정도는 괜찮겠지요?”
“...!!”
“그럼, 선배, 선물 잘 받았습니다!”
파이는 그 후로 재빠르게 총총, 사라졌다. 볼프강은 그 자리에 한동안 굳어 있었다. 파이에게는 태연하다 못해 정말 별 의미 없이 한 행동이었겠지만, 볼프강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볼프강은 얼굴을 감쌌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 누가 잔뜩 붉어진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볼프강은 한숨을 쉬었다.
‘파트너...그거 무슨 의미인지는 알기 하는 거야!?’
뭐...그렇게 치지면 우선 꽃다발부터 꽤나 진지한 얼굴로 선물한 자신에게부터 잘못의 지분도 있는 것이었다.
* * *
훗날, 볼프강은 파이에게 물어보았다. 그 때, 파이가 한 행동의 의미를 알고 있냐고. 그러자 파이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네.”
“...??”
“당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너, 알고서...그걸 했다고?!”
경악에 찬 볼프강의 외침에 다르게 파이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파이가 싱긋 웃었다.
“왜요? 알면 안 되었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그런 행동은 함부로 하는 게...”
“어차피 선배 이외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아, 혹시 싫었습니까?”
“싫은 건 아닌데...”
그렇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면 내 심장이 도저히 남아나지 않겠다...볼프강의 푸념에 파이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 이 남자, 놀리는 맛이 은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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