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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영웅의 아들 52화

작성자
검은코트의사내
캐릭터
이세하
등급
정식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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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17
  • view6614

 병실에서 일어났다. 아직도 온 몸이 쑤시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병실에서 붕대를 감은 채로 있는 상황이었다. 클로저 일을 하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이미 예상했으니까 별로 불만은 없다. 그나저나 티어매트는 완벽하게 처치한 걸까? 녀석에게 잡혀버려서 그 뒤로 기절한 뒤로는 아무런 기억도 안 난다.


 지금 내게 부족한 것은 아마 기술인 거 같았다. 더 강한 기술을 고안해야 될 거 같았다. 나중에 엄마에게 여쭤보기로 할까? 반대하실 수도 있지만 한 번 부탁해봐야겠지.


"세하야!"


 유리가 문을 열고 곧바로 달려왔다. 걱정을 했던 모양인지 두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고, 안도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면서 두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마치 고양이가 눈을 비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인지 모르겠다.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으응. 다행히 살아있었어. 저기, 어떻게 여기있는지 알 수 있을까?"

"우리가 갔을 때는 티어매트는 죽어있었고, 너와 슬비가 쓰러져 있었거든. 지금까지 봉인실 입구에 있었는데 녀석이 죽자마자 곧바로 방화벽이 열렸어."

 방화벽? 아, 이해가 된다. 티어매트를 지상으로 보내면 안 되니까 방화벽을 쳐서 못 나가게 하려고 했었구나. 봉인실을 만들어낸 것도 아버지니까 충분히 고안하실 만도 했다. 그런데 봉인이 그렇게 쉽게 풀릴 수준이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티어매트를 죽이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바로 너야. 이세하."


 내 옆에 가려진 커튼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커튼을 걷어보니 이마를 붕대로 감긴 채로 앉아있던 슬비의 모습이 보였다. 유리는 슬비의 모습을 보자마자 곧바로 달려들어서 그녀를 껴안는다.


"슬비야! 우리 슬비! 무사했구나!!"

"자... 잠깐, 유리야! 이러지 좀 마."


 좀 전까지 폼을 잡으면서 쿨한 분위기를 내다가 그게 다 깨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 그래도 슬비는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으니까 기분이 좋기도 하겠다. 비록 서로 일정 때문에 자주 못만나는 사이겠지만 오늘 만큼은 봐줘도 될 거 같은데.


"으흠, 유리야. 잠깐 진정해. 아무튼 세하가 티어매트의 단단한 피부를 녹여준 덕분에 내 비트들로 녀석을 베어낼 수 있었어. 그러니까 자랑스러워해도 돼. 물론, 아직 멀었지만."

"그건 나도 아는데 대놓고 말하지 말아줄래?"


 내가 아직 전투 실력이 한참 모자라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걸 남에게서 들으면 왠지 모르게 상처를 받는 느낌이다. 뭐, 원래 저런 애니까 그러려니 넘어가려고 했다. 그래도 이번 일로 슬비도 좀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이제 더는 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 좀 더 잘 거니까 조용히 좀 해줘."


 도로 누우면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린다. 그랬지만 슬비가 내게 질문을 하는 바람에 다시 고개를 그녀들의 방향으로 돌린다.


"왜 나를 도와준거야?"

"뭐?"
"이제 그만 알려줘. 나를 도와준 이유 말이야."


 진지하게 그걸 물어보고 있었다. 유리도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나를 보면서 내 대답을 기대한다. 상체를 일으킨 뒤에 그녀에게 답한다.


"이유는 없어. 그냥 부탁한 것을 들어줬을 뿐이야. 가족을 잃는 슬픔은 나도 겪어봐서 잘 알거든. 너만큼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세하 너는 내 과거를 알고도 놀라는 기색이 없었어. 그렇지?"

"맞아. 알고 있었어. 멋대로 알게 된 건 미안해. 그래도 나는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너희 부모님은 영웅이시라는 것은 진심으로 한 말이야."


 영웅은 클로저만 된다는 법은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 엄마를 구해낸 아버지도 영웅이나 다름없다. 민간인인데도 악몽에 갇힌 우리 엄마를 구해내셨으니까. 그 외에도 다른 민간인들도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사례도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런 일을 한 사람도 영웅으로 불리게 된다. 그만큼 영웅이라는 개념도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너와 나는 어쩌면 동등한 입장이라고 생각해. 우리 부모님이 세상에서 영웅이라고 떠받들지만, 나는 슬비 부모님도 영웅이라고 생각해. 목숨을 걸어서라도 끝까지 너를 보호하려고 한 행동이 그 증거야."

"그만해. 이제 그 얘기는......"

"그래. 미안해. 그만할게."


 완전히 풀리지는 않을 거다. 마음의 상처는 다른 사람이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나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아파왔으니까. 그렇게 다정했던 아버지가 지금까지 살아계셨다면 더 행복했을 거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쉬웠다.


짝-


"저기, 퇴원하면 우리 세 명이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게 어때?"


 어색한 분위기를 깬 것은 유리였다. 박수를 쳐서 나와 슬비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제안한다. 우리 세 명이서? 그것도 남자 한명이 여자 둘과? 흐음,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유리 말대로 할까? 이렇게 어색하게 끝내는 것도 모양이 안 맞으니까.


"세하야. 슬비를 도와줘서 고마워."

"아니, 뭐."


 쑥쓰럽다.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면서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튼 지금은 회복이 우선이니까 그냥 자리에 도로 누웠다. 


"세하야! 엄마 왔다."


 이런, 유리보다 더 할 거 같은 사람이 잽싸게 달려와서 나를 껴안는다. 이렇게 될 줄은 예상했지만 설마 불안이 현실이 될 줄이야.


"우왁! 엄마! 숨막혀요. 나 환자에요."

"아들! 미안해. 엄마가 구하러 왔었어야 했는데 미안해."

"얼굴 비비면서 울지 마세요. 보는 사람도 있는데 창피하게 뭐하시는 거에요?"

"아? 그러네. 응? 흐음."


 아니, 갑자기 뭐하는 거야? 유리와 슬비를 무서운 눈으로 번갈아보시다니, 두 사람은 덕분에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안녕하세요."

"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알파퀸 서지수님!"


 슬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식으로 거수 경례를 했다. 우리 엄마를 평소에 존경하고 있었나? 유리는 긴장했는지 그저 고개만 숙이면서 인사했을 뿐이었다.


"흐음. 안 돼. 내 아들을 넘겨줄 수 없어. 불합격이야!"

"엄마,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누가 누굴 넘겨요?"

"세하야! 너는 아직 이 엄마 곁에 있어야 된단다. 절대로 아무에게도 안 넘겨!"
"아니, 왜 이러시는 데요!? 우왁! 숨막혀! 그만! 그만 좀 해요!! 나 환자에요. 상처난 데 아프다고요!"


 도대체 무슨 의미로 이러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 이러다가 상처가 더 번질 거 같았다. 전치 몇 주 더 늘어나는 거 아니야? 두 사람도 조금 어이가 없었는지 어색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엄마가 폭탄선언까지 했다.


"너희 둘, 내 아들을 차지하고 싶으면 이 나를 쓰러뜨리거라. 알았니?"

"아, 엄마. 그만 좀 해요. 창피하게."

 누가 저 사람 좀 말려줬으면 좋겠다. 우리 아버지라면 말릴 수 있으시려나? 



*  *  *



 세하가 치료를 받는 동안 슬비는 혼자 있었다. 유리는 동생들 저녁 차려줘야 되어서 먼저 가버렸고, 세하의 어머니도 집으로 돌아갔다.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혼자, 자신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가족의 따뜻함을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었다.


"이세하."


 티어매트의 악몽에서 세하가 한 말을 떠올렸다.


[따지고 보면 나도 영웅의 아들이지. 영웅이 아니야. 아직 풋내기라고. 어떻게 보면 너와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서로 잘해** 않을래? 성격은 맞지 않지만, 동료가 되는 것까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유리도 널 많이 걱정하고 있어. 데이비드 국장님도 계셔. 관리요원 유정 누나도 있잖아. 어려운 일을 혼자서 끌어안으려고 하지마.]

[미안해. 나중에 얼마든지 혼날 거니까. 그만 돌아가자. 슬비야.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도 네가 그러기를 바라실 거야.]


"훗."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혼자서 해결해오고, 유니온의 방침대로 행동해왔지만 이렇게 자신에게 이야기해준 사람은 처음이었다. 당연하다. 그녀가 먼저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았기에 어른들은 그녀가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데이비드 국장과 김유정 요원에게도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랬던 거 뿐이었다. 악몽에서 깨어나기 전에 세하가 자신을 끌어안은 것을 떠올렸다.


 따뜻했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온기, 어렸을 때 아버지 등 뒤에서 따뜻함을 느끼면서 잠들었던 것과, 엄마의 품 안에서 기분 좋게 웃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걸 다시 기억나게 해준 그가 고마웠다. 문득 다정하게 말해준 세하의 얼굴을 떠올리자 순간 얼굴을 붉히더니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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