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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거짓된 평화 - 7. 훈련 (1)

작성자
Dadamii
캐릭터
서유리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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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10.25
  • view10190



  "습격 사건과 더불어 현재 상황은 조금은 나아졌다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다. 여전히 총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고 그와 관련된 사람 역시 현재 모습을 감추었다. 아마 고성이 파괴되기 전에 습격자들을 미리 풀어두고 도망친 거겠지."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트레이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모두가 경청하는 사이, 근처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유정과 흑지수가 남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흑지수 씨는, 쿠로 씨에 대해 그만큼 알고 있었다면 미리 얘기해줄 수 있었던 거 아닌가요?"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난 그 녀석이 여기에 있을 줄도 몰랐고, 목소리만으로는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바뀌어 있었어. 그게 내가 지금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렇, 군요."


  사실 유정의 입장에서는 쿠로에 대해 인식했던 것들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전 연구소에서 활동했다는 것은 그렇다치고, 예상치 못한 수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와 혼란이 든 것도 있다. 이전부터 쿠로에 대한 정보는 대외적이 아니더라도 나와있는 것들은 전부 안다고 생각해왔지만, 아무리 파도 결국 그의 자세한 부분까지는 의도적으로 숨긴 것처럼 알 수 없었다. 그런 그의 과거가 갑작스레 밝혀졌음에도, 여전히 그의 비밀이 반도 나온 것 같지 않다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 중 가장 무서운 부분은, 습격자라고 하더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죽인 것' 이었다.


  "사실 지금으로써 생각해볼 건 그 녀석이 이제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느냐, 라는 거지."

  "어떤 행동, 이요?"


  유정의 물음에 흑지수는 한숨을 쉬며 텐트 안에서 쉬고 있을 쿠로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살짝 돌리며 답했다.


  "모르겠어? 저 녀석,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습격을 당했어. 만약 진심으로 노린다면 아카데미에서 대외적으로 실력이 드러난 쿠로보다, 본진이나 따로 전투를 치르고 있었던 이리나와 시로를 공격하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녀의 말에 유정은 순간 숨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쿠로가 있는 텐트를 바라봤다. 지금껏 생각해온 건 '습격자를 죽인 쿠로' 였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본다면, 열 명이 넘는 숫자의 습격자가 다른 누구도 아닌 쿠로 한 명만을 노렸다. 그렇다는 건, 쿠로는 어떨 지 몰라도, 그녀 자신이 모르는 세력이 그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즉, 이 중에서 유일하게, 확실히 목숨이 노려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쿠로 씨를, 어째서……."

  "어째서고자시고,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 하다구요?"


  흑지수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 번 생각해보라고. 지금껏 아무 문제없이 아카데미와 오염지옥을 오가던 베테랑을 갑자기 이곳으로 보낸 거, 그것도 상황이 끝나 정리중에 있던 곳으로 보낸 이유를."

  "앗……!"


  그 순간 유정의 머릿속에는 여러 과정을 거쳐 한 가지 해답에 이르렀다. 쿠로는 '상부' 의 명령을 통해 이곳에 파견되었다고 했고, 자료로도 그렇게 보내져왔다. 보통이라면, 어떤 '간부' 의 명령을 듣고 와야 했고 그에게 직접적으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알파퀸을 제외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그가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왔다.


  "앨리스가 그랬지. 이번에 검은양 팀에 파견되는 베테랑은 '총장' 님의 명령을 받았을 거라고."


  흑지수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는 이미, 쿠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다고, 미르."



  *          *          *



  "쿠로 씨!"

  "응? 유정 앀!"


  혼자 텐트 안에서 쉬고 있던 그는 갑작스레 들어온 그녀를 보며 어리둥절해 하다가 정말 갑작스레 잡힌 멱살에 당황했다. 그도 모자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전신에 제대로 말도 못한 채 괴상한 소리만 내고 있었다.


  "으럴럽헙……."

  "대체 언제까지 숨기고 혼자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리죠? 네? 제가 계속 모를 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만만하죠, 네!"

  "이, 일단 이것 좀 놓고오호오……."

  "빨리 대답해봐요! 꾸물거리지 말고 대답해보라구요!"


  다급하게 달려 들어간 김유정을 따라 들어간 앨리스가 이 상황을 보고는 드디어 지부장 님이 폭주하게 된 건가, 하는 생각해 순간 나갈까, 고민했다는 것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괜찮으신가요, 쿠로 요원님?"

  "한순간 카론이 손짓하는 것이 보이긴 했지만, 일단은 괜찮네요."

  "미, 미안해요. 하지만 쿠로 씨가 잘못했으니까!"


  빨개진 얼굴로 답한 그녀의 모습에 쿠로는 곤란한 듯 웃으며 얕게 숨을 뱉었다.


  "여하튼, 두 분 다 무슨 일인가요?"

  "아마, 지부장 님과 거의 같은 이유일 테지만요."


  앨리스는 헛기침을 한 차례 한 뒤,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


  "요원님은, 처음부터 습격자들이 당신만을 노릴 거란 걸 알고 있었나요?"

  "일단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저 역시 이 시기에 이렇게 파견이 된다는 건 좋지 않은 징조라는 걸 눈치챘으니까요."


  그 말에, 앨리스는 한숨을 쉬며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전히 나긋하다못해 나른해보이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그는 별 거 아니라는 듯 살짝 손을 내저었지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는 사실 이건 충격적인 게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명령을 곧이곧대로 받고 온 건가요?"


  하지만, 앨리스는 묻지 않았다. 그녀는 이번에 그를 직접적으로 마주한 것이 처음이었다. 지금껏 유정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했기 때문에 자신이 나설 필요가 없었으며, 그 시기엔 사냥터지기의 건강 및 정신 상태 체크에 전념해야 했었다. 그리고 그것과 달리, 한편으로는 이 질문은 자신이 아닌 김유정이 직접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자리에서 만약 명령을 듣지 않았다면 도리어 제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을 거에요. 그러니 받아들였죠."

  "검은양 팀도 휘말릴 수도 있었어요."

  "만약 습격자들이 검은양 팀을 공격했다면 도리어 여론이 이쪽으로 기울었을 겁니다. 괜히 제이 씨가 존재만으로 영향력이 있는 게 아니에요."

  "제이 씨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유정의 말에,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답했다.


  "여기 나와 있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지금 파벌 싸움이 한창인 유니온 내부에서 유정 씨가 절대 믿어선 안 될 블랙 리스트에 있어요. 관리요원이 된지 1년도 안 된 유정 씨가 임시 지부장이 되고, 검은양 팀도 남들은 되기도 힘들다는 특수 요원이 되어 있죠. 뉴욕전을 본 사람들은 몰라도, 파벌 싸움은 개싸움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지만요."


  제이는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괜히 영웅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야말로 차원전쟁의 주역이다. 그 제이가 신뢰하고 따르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나마 안전하게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건지 모르겠네요."


  유정의 말에 그는 옅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여러분에게 관련이 있는 거니까 알고 있는 거에요."


  앨리스는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괜히 유정이 깊게 신뢰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면서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최근에 갱신된 그의 정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숨겨져 있지만, 이렇게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유능함과 심성이 느껴지는 듯 했다.


  "물론, 유정 씨는 이런 것만을 위해 온 건 아닐 테지만요."


  유정의 어깨가 살짝 떨렸다. 사실 그녀는 지금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생각을 정리하던 중에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었다. 물론 그가 어떤 생각으로 움직였고, 이제 어떻게 움직일 지는 조금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이 자꾸 마음 속을 헤집어놓았다. 자칫하면, 정말 슬픈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안 좋은 예감이. 하지만 그녀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그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쿠로 씨, 당신은……."


  검은양 팀을 위한 게, 가장 컸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목숨을 위협받아 온 건가요?"

  "……."


  드물게, 그가 입을 닫았다. 그건 동시에, 그녀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          *          *



  머지 않아 이곳의 정리가 끝나면 일본의 도쿄 지부로 가게 된다는 말에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중, 유리는 그곳에서 나와 주변을 걸었다. 사실 유리는 트레이너의 말을 전부 듣긴 했으나, 쿠로가 신경 쓰여 제대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모두 이해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그가 가지고 있을 여러 감정들을 걱정하느라 생각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왜인지 유정과 앨리스가 텐트에서 나오지 않아 무언가 큰일이 있는 건가, 하는 생각에 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꾸 넘쳐흐르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 걷고 있지만, 그럴 수록 더욱 심해졌다.


  "쿠로 오빠……."


  이 감정에 대해 확실하게 마주하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갖게 된 건 그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어째서 그에 대해 이런 감정을 품게 된 것인지는 눈치를 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무서웠던 건 그가 자신에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 건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마, 알고 있겠지?"


  지금껏 이야기하고 최근에 들어 다시 재회하게 되면서 자신이 그에게 했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빨개진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그걸 바로 눈치챌 정도로 눈에 띄게 행동했다. 그런데 그걸 그가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황했을뿐 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한 명의 여자 아이로서 대해주고 있었다. 그건 좋았다. 그에게 있어, 자신이 소중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어 기뻤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과도 똑같이 대해주고, 심지어 적이었던 이리나와, 이번에 목숨을 걸 정도로 싸웠던 유라, 엘리엇을 치료해주기까지 했다. 착하다못해 미련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그의 심성은, 아마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도 그러고 있고, 그러고 싶기 때문에.

  하지만 그와 동시에, 조금은 질투가 나기도 했다. 시로의 경우에는 자신의 학생인 만큼 어리광도 계속 받아주고 혼내야 할 때는 혼내면서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고 있는 채로 선물을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리나는 서로의 과거를 공유한 사이로, 이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살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사이였다. 그건 유라도 마찬가지였다. 그와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유라였고, 지금은 병상에서 의식을 되찾은 뒤 치료를 받아가며 얌전히 지내고 있었다. 그에 반해, 자신은?


  "나는, 오빠에 대해 아무것도……."


  그를 좋아하는 마음은, 여기에 있는 누구보다도 강하다고, 누구보다도 앞서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하지만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지금 알고 있는 그는,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는 것들뿐.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그것이, 소녀의 마음을 계속해서 흐트러놓았다.


  "여기서 뭐하고 있어, 유리야?"

  "꺄악!"


  갑작스레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방심하고 있던 소녀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당황한 그가 식은땀을 흘리며 안절부절 못하자, 소녀는 사과하며 괜찮다고 답했다.


  "그, 그냥 놀랐을 뿐이에요."

  "으, 응. 나도 깜짝 놀랬어."


  적잖게 당황한 그의 모습은 몇 번 봐도 조금 신선했다.


  "그나저나, 뭐하고 있었어?"

  "간단하게 산책하고 있었어요. 오빠는요? 유정 언니랑 이야기하고 있지 않았어요?"

  "이야기는 끝났어. 조금 생각할 게 있다며 지금은 혼자 계시지만."


  뭔가 소녀의 머릿속에 과거에 있던, 지친 유정과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같이 온 쿠로가 떠올랐다. 그러자, 왠지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어라, 왜 웃어?"

  "아, 아니에요! 그냥, 오빠랑 처음 만났을 때, 유정 언니가 오빠랑 대화하다가 지쳐서 왔던 게 떠올라서……."

  "그건 지금도 죄송하지만 말이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답한 그는 자신의 볼을 살짝 긁었다. 그건 그가 곤란하거나 멋쩍을 때 하는 버릇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땐 정말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으니까……."

  "그건 지금도 미안해."


  그는 소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살아돌아오긴 했지만 진짜 죽을 뻔했었고, 유리가 괜찮은 척을 했다지만 많이 힘들어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서 더 미안해."

  "항상, 그렇게만 말하고……."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조심스레 그의 가슴에 이마를 대고 얼굴을 묻었다. 잠시 당황해 몸이 굳었던 그도 곧, 소녀의 등을 두 팔로 감싸 안았다.


  "오빠가, 이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등에 양손을 둔 채 옷을 꼬옥 잡은 소녀는 흘러나올 듯한 눈물을 애써 참았다. 없으면 불안하고, 있으면 편안한. 이렇게 온기를 느끼면 안심되는 그의 품 안에서, 소녀는 옅게 숨을 뱉었다.


  "응. 노력해볼게."

  "노력만으로는 안 되요. 꼭, 그래주세요."

  "……응."


  잠시 고민한 것은 조금 신경 쓰였지만, 그것마저 그가 솔직하고 상냥하기에, 자신에게 선의라도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그것을 소녀도 알고 있기에 굳이 말하지 않았다.


  '사실, 알고 있으면서도 불안해서…….'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소녀는 알고 있다. 자신이 묻지 않았기에, 그리고 지금은 같은 시간을 걷고 있지만, 그를 알기 전에는 완전히 다른 곳을 걷고 있었음을 알고 있기에. 그럼에도 불안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소녀는 다시금 깨달았다. 지금 소녀가 그를 모르지만, 이제부터 알아가면 된다고.


  '오빠가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오빠를 알아가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이렇게 안심되는, 따스한 그의 품에서 소녀는 다시금, 그를 향해 다가가며 결의한다.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거야.'



  ─────



  얽히고 설킨 많은 이야기와 떡밥들이 난무하는 상황입니다만,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는 떡밥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제 다 회수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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