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갇힌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둡고 캄캄하고 주위에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눈앞에 있는건 물방울과 악마와 하나가 된 인간이 아닌 소녀뿐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였지만 18년가까이 나가지 못한채 감옥같은 이 공간에 갇혀 있었다.
"부글! 부글!"
"네, 언젠가 나갈거라고 저도 믿고는 있어요. 하지만 벌써 18년이나 지났네요. 차원전쟁이 끝나고 지금쯤 바깥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해요. 그리고 주애리라는 소녀의 존재는 모두에게 잊혀졌을지도요."
애리는 어두운 공간에서 자기 앞에있는 방울을 보며 이야기를 했다. 그러다 문뜩 방울은 몸짓을 표현하며 애리에게 더욱 눈에띄게 행동을 하자 애리는 의아했다.
"방울씨? 지금 뭐하는거에요?"
방울은 형태를 변형해 숫자 모양으로 바뀌자 애리는 그걸보고 뒤늦게 깨달았다.
"아하! 그렇군요. 오늘이 제 생일이였네요.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또 한살먹었네요. 그닥 좋은건 아니지만요."
방울은 원래 형태로 돌아오며 애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위로한듯 싶었다. 애리는 애써 웃으며 방울을 만져줬다.
"그래요. 이렇게라도 제 생일이라는걸 알아줘 축하해주는 사람이 있다는것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혹시나 여기를 나가면 그때는 더 많은 제 가족들 속에서 생일을 축하 받았으면 좋겠어요."
"부글! 부글!"
방울은 그 말을듣고 반응하자 애리는 방울을 쓰다듬으며 장난가득한 표정으로 방울을 꼬집었다.
"후훗, 물론 방울씨도 잊지 않았죠. 우리 꼭 바깥에 나가면 그때는 함께 생일축하 파티라도 해요. 알겠죠?"
"부글! 부글!"
애리는 방울을 끌어안아 감쌌으며 그녀는 작게 기도를 했다. 반드시 이곳을 탈출해서 꼭 바깥에서는 남들처럼 가족들과 같이 어울려 생일을 축하 받기로 소원을 빌었다.
***
"으음...."
눈을 뜨자 애리는 그제서야 꿈이라는걸 인지하고 일어났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 애리는 이제는 자신이 있는곳은 어두컴컴한 공간이 아닌 현실이였다. 창가너머 주위에 사람들과 지나가는 자동차 그리고 눈앞에 있는 도시들을 바라보며 애리는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걸 인지했다.
그리고 방문을 열면 예전과는 다른점이 하나 더 있다면 이제는 자기와 함께 어울리는 가족과도 같은 시궁쥐팀 클로저들이 있다. 그중에서 특히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시궁쥐팀을 관리하는 저수지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해줬다.
"애리야, 잘잤어? 평소랑 다르게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네."
"설거지는 언니가 해요. 늦게 일어난 벌이니까요."
"후훗, 그럴게요. 그보다 아침부터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한가득이네요. 혹시나 저수지가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 준비한건가요?"
"응? 오늘 뭔 날이야?"
저수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다른 시궁쥐팀도 아무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고보니 애리는 시궁쥐팀에게 자기 생일을 어필한적이 없어 아무도 그녀의 생일을 몰랐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생일인걸 말한다고 해도 마음에 걸려 애리는 우선 팀원들이 눈치채기 전까지 입을 다물기로 했다.
"부글! 부글!"
"알아요. 하지만 좀 더 지켜봐요. 제 생일이라고 말하면서 너무 티내는것도 좀 그렇잖아요."
"부글! 부글!"
옆에있던 방울이 난동을 피우자 애리는 웃으면서 방울을 꼬집으며 경고했다.
"방울씨? 자꾸 그렇게 소란피우면 그때는 어떻게 되는지 알죠?"
그제서야 방울은 조용해졌고 애리는 자리에 앉아 식사를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늘도 클로저 업무를 위해 시궁쥐팀은 요원복을 입고 장비를 챙겨 지휘통제실로 향하자 그들에 견습 관리요원인 민수현이 시궁쥐팀을 맞이했다.
"아, 다들 오셨군요. 오늘은 VR머신기로 꿈 속에 들어가 릴림 소탕이랑 이따 오후에 따로 외부로 파견나가 차원종 처치에 나서면 될거 같아요."
"뭐, 오늘도 똑같이 일하면 되는거네요."
"그렇긴한데 아마 팀내에서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해야 할거 같아요. 보니까 근처에 차원종이 나타나서 우리팀에서도 몇명 지원을 나가야 할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애리씨랑 은하씨가 나가서 임무를 맡아주고 나머지 일행들은 VR머신기로 릴림 소탕에 나서주세요."
수현이 브리핑을 마치자 시궁쥐팀은 지시받은 대로 임무에 나섰다. 애리와 은하는 순조롭게 차원종들을 처치해나갔고 차원종을 전멸시키고 난 뒤 지휘통제실로 돌아가는중 우연히 빵집에 진열된 케익을 보고 은하에게 말했다.
"은하씨, 저 케익보고 뭐 생각나는거 없나요?"
"케익? 글쎄요."
"예를들면 누구를 축하해줘야 한다거나?"
애리는 조심스럽게 은하에게 자기 생일에 대한 힌트를 줬다. 하지만 은하는 눈치를 못챈듯 했고 애리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지휘통제실에 도착했고 상황을 보고하자 수현은 우선 잠시 쉬어도 된다고해 시궁쥐팀은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이번에 애리는 루시랑 미래에게 다가가 자기 생일에 대해 힌트를 남겼다.
"케익하면 생각나는거요? 아! 그야 당연히 생일이죠!"
"그렇죠?"
"네! 특히 얼마전 제 생일이라 맛있는 케익 먹어서 최고였어요! 생일이 아니여도 케익은 언제든 먹고 싶은데 이따 임무 끝나고 근처 카페가서 케익 먹는거 어때요?"
"난 찬성이야. 다른 팀한테 들었는데 신서울 거리에 맛있는 케익가게가 있다고 들었어."
미래랑 루시는 해맑게 웃으며 이따가 갈 카페에 대한 이야기로 들떠 있었다. 애리는 그 모습에 그저 씁쓸하게 웃었다. 조금이라도 생일이라는 단어가 나와 기대했지만 그 누구도 애리의 생일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은 애리는 단 한명이라도 알아줄거라 믿어 그녀가 아끼는 저수지에게 다가갔다.
"저수지~"
"으아! 갑자기 껴안으면 어떡해?"
"후훗, 저수지를 이렇게 독차지 할 수 있는걸요. 그보다 저수지 오늘이 무슨날인지 알아요?"
"응? 너 아침에도 그러더니 오늘 뭔 날이야?"
애리는 얼굴을 붉혀 저수지한테만이라도 생일을 알릴까 했지만 참았다. 단지 그녀가 눈치채기를 바랄뿐이였고 애리는 대답하지 않자 저수지는 계속 궁금하다 못해 애리에게 물어봤다.
"역시 저수지도 눈치채지 못하는군요."
"뭔데 그래? 그렇게 말 안하고 있으면 하나도 모르겠잖아."
"아니에요. 그냥 이따가 루시씨가 다같이 카페가자고 하는거 말하려던거였어요."
그 말에 저수지는 싱겁다는듯 했고 애리는 쓸쓸하게 웃었다. 그 뒤로 저수지에게 떨어져 잠시 혼자 어디론가 향하자 철수가 그녀와 마주쳤고 철수는 애리보고 어디가냐고 물었다.
"잠깐 바람쐬러 나가려고요.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부르세요."
애리는 그 말을하고 자리를 이탈했고 그녀는 건물 옥상에서 한숨쉬었다.
"부글! 부글!"
"그래요. 차라리 이전부터 생일이라고 어필하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어린애 같잖아요."
방울은 그 말을 듣고 침묵을 하다가 애리에게 예전처럼 형태를 변해 숫자모양으로 물방울을 변형 시켰다.
"그래요. 그때도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당신이 이렇게 내 생일을 챙겨줬죠. 이번에도 결국 이렇게 됐네요."
애리는 방울을 잡고 꼬집으며 웃어 넘겼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는 쓸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와 다르게 이제 이곳에서는 자신에 생일을 축하해줄 가족같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닥 이전과는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했고 애리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다 다음 임무가 발생해 시궁쥐팀은 곧바로 출동해 차원종을 처치하며 하루를 보냈고 임무가 드디어 끝나자 루시는 아까말한 카페로 가자고 했다. 카페에 들어선 뒤에 메뉴를 보며 애리는 이곳에서 조각케익이라도 먹어 자기 생일을 축하하자는 마음을 잡았다.
"으음~! 진짜 달달해요!"
"응, 나도 케익 처음먹어보는데 진짜 맛있어."
"그렇다고 다들 양치하는거 잊지마라. 특히 케익은 단 음식이라 먹고나서 양치를 안하면 충치가 생길테니까."
"이 아저씨는 또 그런 김빠지는 소리 하시네. 이럴때는 그냥 즐기면서 먹으면 된다고요."
은하는 자기가 주문한 초코케익을 먹으며 철수에게 한마디 하자 철수는 사과하며 커피를 한잔 마셨다. 하지만 다른 시궁쥐팀과 다르게 애리는 케익을 먹으면서 표정이 어둡자 저수지는 애리를 보며 걱정했다.
"애리야, 무슨 일 있어?"
"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치만 애리 표정이 어두워보여. 어디 아픈거야?"
미래가 그녀를 쳐다보며 걱정하자 애리는 억지로 웃으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루시는 케익을 더 주문해 단걸 먹고 기운내라고 하자 애리는 고맙다며 말했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속마음은 그 누구도 자신에 생일을 알아주지 못했던거였다. 애리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다 결국 잠시 자리를 비우자 팀원들은 오늘 그녀가 확실히 이상한것에 신경쓰였다.
그러다가 문자를 통해 잠시 산책하러 나간다며 카페로 돌아오지 않았고 팀원들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녀를 걱정했다. 그러다 마침 민수현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시궁쥐팀에게 중요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뭐야, 민수현? 뭔데 그렇게 여기까지 달려온거야."
"아니....아까 우리팀 프로필 수정도 할겸 팀원들 정보를 확인하다 애리씨 생일을 알아버렸어."
"응? 애리의 생일?"
수현은 다급히 애리의 프로필 사항을 보여줘 생일을 알려주자 생일날짜가 바로 오늘이였다. 오늘이 애리의 생일인걸 알게 된 팀원들은 모두 아무말도 못한채 얼어붙어 침묵을 유지했다.
"잠깐....그럼 나한테 아까 케익이야기 하던것도 그거 때문인가?"
"어쩐지 애리씨가 케익 이야기 하는게 이상했어요."
"그런거였군. 애리는 자기 생일인걸 알려주려고 했던거야."
그제서야 모두가 애리의 행동을 눈치채자 다들 한숨만 쉬며 뒤늦게 알아차린 자신들을 탓했다.
"하아....이 언니는 생일이면 생일이라고 진작 말할것이지. 왜 굳이 이렇게 숨긴거야?"
"아마....우리에게 부담된다고 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민수현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할말이 없었다. 정작 가족이라고 생각한 시궁쥐팀은 이제 막 들어온 애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었고 저수지는 손바닥을 치며 시궁쥐팀에게 집중하라고 했다.
"지금와서 후회하면 뭐해? 아직 애리 생일은 끝나지 않았어. 최대한 지금 할만큼 준비해서 애리가 돌아오면 기쁘게 준비해보자!"
저수지의 말을듣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고 애리를 위해 생일파티 준비에 나섰다.
***
"하아...."
"부글! 부글!"
"괜찮아요. 그곳에서 생일을 보낸게 아닌것만으로 전 충분해요."
카페를 나온 애리는 갈곳이 없어 경치가 잘 보일 신서울에 위치한 빌딩 옥상에서 하늘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어느덧 하루에 반나절이 지나 애리의 생일은 이번에도 이렇게 끝이나는건가 싶었다.
"부글! 부글!"
"어차피 이야기 하고 왔으니 조금 늦게가도 괜찮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더 여기서 쉬다가요."
애리는 느긋하게 경치를 보며 쉬었지만 그녀의 모습을 본 방울은 마냥 편해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어느새 잠깐 잠이들어 해는 이미져버렸고 하늘은 그새 어두워졌다. 애리는 깊이 잠들었다 생각해 서둘러 시궁쥐팀 숙소로 돌아갔다.
"혹시 다들 기다리고 있는건 아니겠지?"
애리는 숙소로 들어섰는데 눈앞이 캄캄했다. 아직 아무도 안온건가 싶어 우선 어두워서 불을켰는데 그 즉시 폭죽이 터지며 시궁쥐팀이 케익을 들고 그녀에게 생일을 축하한다며 축하해줬다.
"어라? 다들 뭐하는거에요?"
"뭐하기는! 오늘 니 생일이니 우리가 축하해주려고 기다렸지."
"왜 말 안했어요 언니? 우리는 팀인데 이런건 말해줘야죠."
"맞아요! 그거 때문에 제가 케익 만드는데도 얼마나 서둘렀는지 알아요?"
은하와 루시는 투덜거리며 애리에게 따졌고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두 사람에의해 애리는 당황했다. 애리는 어떻게 해명하려고 했지만 말문이 막혔고 되려 그녀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터진듯 눈물을 흘렸다.
"어라? 애리야, 설마 울어?"
"이거 은하씨가 말을 심하게해서 그런거에요!"
"뭐래....그러는 너도 따졌잖아."
"아니....그런게 아니에요. 18년동안 갇혀서 어떻게 나갈지도 기다리던 찰나에 드디어 나와서 처음으로 누군가한테 이렇게 축하받으니 갑자기 눈물이 나오는거 있죠."
애리의 고백을 듣자 다들 준비한 생일이 그녀에게 기쁨을 선사했다는것에 미소를 지었고 저수지와 팀원들은 애리에게 다가와 그녀에게 등을 토닥여 위로해주자 애리는 그대로 저수지에게 안겼다.
"으아! 야 케익 엎어지려면 어쩌려고 껴안는거야!"
"미안해요....그치만 저수지랑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준비해줬는데 제가 어떻게 눈물이 안나오겠어요. 저 진짜 너무 기뻐서 그만...."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하고 얼른 생일 축하나 마저 하자. 이러다가 니 생일 다 끝난다."
그제서야 애리는 눈물을 멈췄고 눈앞에 놓인 케익에 촛불을 붙이며 저수지가 신호를 주자 애리는 가볍게 입으로 촛불을 껐다. 그리고 모두가 박수를치며 그녀의 생일을 다시한번 축하해줬지만 시궁쥐팀은 뒤늦게 그녀 생일을 알게되서 선물을 제때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애리는 선물을 못받았어도 상관 없었다. 이미 그녀에게는 자신에 생일을 축하해주며 앞으로도 평생 함께할 가족이라는 존재를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
4일이 생일인줄 알고 있다가 오늘이 생일인거 알고 급하게 준비해서 올리네요.
이번 애리 생일은 18년간 갇혀 지낸 애리가 처음으로 바깥에 나와 시궁쥐팀과 만나 아마 자신이 살면서 거의 처음으로
생일을 맞이한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궁쥐팀과 만남으로 생일을 기대하다가 모두가 애리 생일을 모른채 나중에 알게되어
깜짝 생일을 해주는것으로 애리가 이제는 예전처럼 혼자가 아닌 시궁쥐팀이라는 가족이 있고 그들이 자신에 생일선물인걸 어필하는걸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좀 급하게 준비하다보니 부족한 부분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제 시간에 올리는게 좋을거 같아 준비했고요.
진심으로 애리의 생일을 축하하고 새로 만난 시궁쥐팀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전 다음 작품에서 찾아 뵙기로 하고 앞으로도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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