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니들 괜찮나? 다친데는 읍고?"
임시클로저들이 복귀하자 먼저 거점으로 복귀해 있었던 그들을, 특히 포격에 직격당할 뻔했었던 은하와 루시, 자온의 얼굴을 조물딱거리며 걱정한다.
"드해이드요.(다행히도요). 그보단...."
장미숙의 손을 간신히 떼어놓곤 루시를 바라본다. 돌아오는 중간 정신을 차리고 걸어온 루시였지만,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일단 사정은 나중에 듣고, 역시 아바돈이를 자처할 만틈은 된다 이거가. 부산의 전기를 죄다 퍼부어줬는데도 숨통이 붙어있네."
"그래도 여러분의 활약 덕택에, 섬의 주인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었어요. 기대했던 대로, 그를 죽이지는 못했지만....그래도 아주 효과적이였나봐요."
"아까까지만 해도 복수심에 날뛰던 섬의 주인이, 포격의 열기에 놀라 괴로워하고 있어요. 방어력도, 공격력도 기존에 비할 수 없을만큼 약해졌고요."
"어지간한 차원종이라면 이걸로 죽였을 텐데.... 과연 섬의 주인이네요."
"감탄할 때가 아이다. 점마, 물가로 뛰어들려는 거 아이가? 몸을 좀 식히고 난 뒤에 다시 독을 뿜어가, 사람들 잡아먹고 강해질 생각인가 본데...."
"포격을 다시 쏴볼까요?"
"레이저포 이젠 못 쓴다. 한발 쏘고 나니까, 지 열기에 녹아서 찌그러지드만. 놈이 회복할 틈을 주면 안 된다. 이 기세를 몰아가, 놈을 없애버리자."
"저도 더 도와드리고 싶지만... 저도 섬의 주인에게 힘을 거의 다 짜낸 탓에 도와드리기 어려울거 같네요..."
"오세린이 니는 좀 쉬어도 된다. 우리끼리면 금마 때려잡기엔 충분하다."
"음.... 생각해 봤는데,"
"응?"
"섬의 주인은.... 뜨거운 것을 두려워하는 걸까?"
생각하던 저수지가 뱉은 한마디에 모두가 의아해한다.
"갑자기 왜?"
"항상 땅 속에 숨어있었잖아. 햇빛도 안 비치는 땅 속에."
"뜨거운 것을 두려워한다꼬? 아이다, 아바돈이는 그런 놈이 아니었는....."
부정하던 장미숙이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무언가 깨달았는지 홀리듯 말한다.
"....아아, 그럴 수 있겠네."
"알파나이트다."
"맞네. 점마, 아바돈이 일부가 부활한 거지?"
"알파나이트.... 장미숙 씨가 말했던 그 멋진 영웅 말이죠?"
"알파나이트가 뭐지?"
"김철수 여기 와서 한번도 못 들어봤어? 아바돈을 혼자서 쓰러트렸던 클로저의 별명이야. 내 고향을, 우리 부산을 구해줬던 그분을 부산 시민들이 존경하면서 붙여드린 별명이지."
"그래. 그 사람이 아바돈이를 그 섬까지 몰아붙인 끝에 죽였었다."
"당시 쓰던 능력은 가열. 그 사람이 에너지를 쏘거나 때린 거는, 내부에서부터 온 몸이 끓어올라 타죽고는 했었다. 벌레들 입장에서는 엄청 괴로운 경험이었겠지."
"만약, 그때 싸웠던 경험 때문에 점마가 열을 무서워하게 됐다면...."
"열이라..."
손을 움켜쥐며 집중하자,
.....화륵
자온은 열기가 힘의 흐름을 따라 흐르는 것을 느낀 후 말한다.
"방법이 있어요. 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일단은 놈이 회복하기 전에 몰아붙이는 게 먼저다."
"응, 빨리 섬의 주인을 쫓아가자."
삐비비비비----!!!
레이더가 울리자, 민수현이 황급히 레이더를 확인하며 말한다.
"차원종 무리를 확인! 머맨 타입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아따 물고기 놈들이.... 야들아, 내는 물고기 때려 잡을테니까, 그 독벌레는 니들한테 맡길게."
"네, 조심하세요."
클로저들이 각자의 작전구역을 향해 달려간다.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던 저수지가 중얼거린다.
"흐응. 그 벌레가, 뜨거운 걸 싫어한단 말이지...."
******
감만부두,
쿠쿵쿵쿵쿵쿵쿵쿵쿵쿵!!!!
"뜨겁다.... 뜨거워.....!!!"
아바돈은 분노하면서도, 포격으로 생긴 몸의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물가를 향해서 속도를 높히고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내가 이따위 열기를 두려워하는 거지?"
"이놈들, 이놈들.....! 나의 양분에 불과한 자들이.....!!"
"찾았다...!"
"녀석이 물가에 뛰어들도록 두면 안돼요! 계속해서, 계속해서 몰아붙이세요! 이제 한 걸음 정도만 남았어요!"
"어딜 들어가려고...!"
끼기긱-----
달리다 멈춘 자온이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한다. 손에 모여든 수많은 실들이 하나의 화살로 응집되자, 그제야 활시위를 놓으며 기술을 발한다.
"세번째 활-추억, 돋을볕!!"
쐐애애애애**-----!!!
....화르르륵!!!!
물가에 뛰어들려던 아바돈을 추월한 화살들이 그의 앞에서 구체로 응집되더니, 빛과 열을 발산시키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이이!!!!!"
열기와 빛에 놀란 아바돈은 급히 몸을 틀어 빛이 들지 않는 컨테이너 틈 사이로 숨어들며 다른 방면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물가로 가면 내가 막을 테니까 너희들은 놈을 몰아붙여!"
"알겠다. 놓치지 않는다...!"
"샤아아아아아!!!!"
빛과 불꽃으로부터 도주하는 아바돈, 그를 뒤쫓는 임시클로저들간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어째서, 내가 어째서 저 따위 열과 빛을 두려워하는 거냐?"
임시클로저들을 잠시 뿌리친 아바돈. 천천히 기억을 되새기던 중, 불현듯 누군가 떠올리곤 중얼거린다.
"기억났다.... 그 인간이야."
"파리왕에게 패배하고, 이곳에 정벌을 나와... 공을 세워, 다시 위대한 존재께 인정받으려 했던 그때.....!!"
"나의 권속들을 불태우고, 쓰러트려도 다시 일어섰던 그 인간!"
"그 인간이로구나. 그 인간이, 나에게 뜨거움이 두렵다는 것을 각인시켰어! 인간.... 인간....!! 고작해야 양분에 불과한 놈들이!!!"
아바돈이 조용히 혼자서 분개하던 와중,
"누가 양분에 불과하다는 거야?"
"너는....?"
"찾았다, 아바도.... 저수지!?"
"저수지 씨가 여기 있다고요?"
철망 하나 사이로 저수지와 아바돈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흥,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커다란데."
"나의 알을 품은 숙주인가.... 비켜라, 내 권속을 위한 먹이 주제에 길을 막다니!"
"뭐? 이게 너의 알이라고?"
"저수지, 왜 여기 있는 거냐? 위험하다, 물러나라!"
"저수지, 위험해! 얼른 거점으로 돌아가!"
"뭐야, 도와주러 온 사람에게 그런 말이나 하고. 이 바보같은 전갈 거미가 물가로 뛰어들면 어쩌려고."
"그건 우리가 해야 할..... 킁, 크킁.."
말하던 자온이 갑자기 무언가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 냄새는....?"
"그러니까, 못 뛰어들도록.... 영차!"
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낸 저수지는 그것을 섬의 주인을 향해 던졌다.
탱, 탱그렁.....
.....화르르륵!!!!!
"우오오오오!!!"
섬의 주인을 맞고 튕겨나간 라이터에서부터, 불길이 치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뜨겁다, 뜨거워어!!!"
"주변에 기름을 뿌려 불을 붙였어. 녀석의 몸에도 좀 옮겨붙겠지."
"뭐, 뭐하는 거야, 저수지! 자기 맘대로 불을 지르다니....!! 형님이 아시면 졸도하실 거야!"
"미리 말해두겠는데, 너희 형한테 허락받고 지른 거다? 너희 형은 엄청 높은 사람이라며."
"형님이.... 방화를 허가하셨다고?"
"그런 결심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민수현 심하게 당황한 이유를 어렴풋이 아는 자온이 중얼거렸다.
형 비운의 과거의 기억, 아바돈의 죽음 이후 잔당 처치를 위해 찾아왔던 클로저들. 그들은 완전한 후처리를 위해 도시에 불을 질렀었다.
물론 독에 중독된 도시를 정화하는 것보다는 새로 짓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긴 하다는 것을 그때의 부산 시민들 모두가 이해는 했었다.
그렇지만 고향이 눈 앞에서 불타는 모습은, 그 불타는 도시에 중독되어 사망한 시신들을 던져 소각되는 모습은 시민들에게도, 비운에게도 메뚜기들 못지 않 트라우마를 새겨넣기에 충분하였다.
이에 형님을 포함한 그날을 기억하는 부산 시민들 대부분이 독 다음으로 불을 두려워했던가. 기억을 곱씹는 와중에도 아바돈은 마른 장작마냥 활활 타며 분노하고 있었다.
"건방진, 건방지인.....!! 내 알을 위한 영양분에 불과한 인간이!!!"
"하아... 영양분이니, 먹이니, 핑키니. 정말 지긋지긋한 말이라니까."
"윽....?!"
마스테마가 자극되었는지, 저수지가 심장 쪽을 붙잡으며 신음을 흘린다.
"이 이상은 위험해! 돌아가, 저수지!"
"중개인 꼬마, 얼른 타! 이젠 한계라고."
"으읏.... 알았어."
저수지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 센텀시티로 떠나있었었던 반금련이 그녀를 부른다. 저수지가 차에 탑승하자, 반금련은 서둘러 차를 몰아 작전구역을 벗어난다.
"그윽, 그오오오오오오!!!"
쿠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도망간다. 쫓아가자!"
불꽃을 피해 도망가는 아바돈을 쫓아가려는 와중,
"잠깐만요, 자온 씨. 잠시... 저수지 씨의 상태만 보고 쫓아가면 안 될까요?"
"나도. 그 언니 무리하는 걸 봤거든. 상태라도 확인해야 안심하고 쫓을 수 있을 거 같아."
"...미래랑 김철수, 너희는?"
"괜찮으면.... 확인 하고 싶어."
"나도... 조금 신경 쓰이는군."
"그럼 됐어."
모두의 말을 들은 자온이 바닷가를 향해 선을 긋듯 손을 휘두르자,
.....화르르르르!!
불꽃이 바닷가를 따라 피어오르며 물가로 가는 경로를 틀어 막는다.
"힘의 소모가 크긴 한데, 이거면 그 놈도 무작정 부둣가를 통해서 바다로 못 뛰어들겠지. 가자, 나도.... 신경 쓰였으니."
임시클로저들은 서둘러 거점으로 돌아간 두 사람을 뒤쫓아간다.
******
"으.... 조금 흥분했더니, 뱃속에서 뭐가 좀 꿈틀거리는 것 같아."
거점으로 돌아온 저수지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무모했어, 중개인 꼬마. 다짜고짜 작전구역으로 태워달라니...."
"헤헤, 딱 맞춰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그 녀석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줬어."
"화재 진압은 걱정마라. 우리 부산은... 소방서에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했으니까. 인명피해도 없고, 재산 피해도 적어. 트라우마를 딛고 일어서기엔 딱 좋은 시련이군."
"딱 봐도 급한 상황이라는 걸 알겠네. 부산 시장 민수호가 방화를 용인할 정도라니."
부산의 사정을 아는지, 반금련은 민수호의 발언에 놀라워하면서도 혀를 차며 말한다.
"공기의 오염도 심각한 수준이잖아? 나도 이 근방에 오래 있지는 못하겠군. 그래서, 내가 운반할 환자들이 더 있나?"
"아니... 조금만 기다려줘. 아직 섬의 주인을 없애지 못했거든. 오다가 들었는데 그 녀석, 마지막의 마지막에 불길을 뚫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더라. 놈이 회복된다면, 지금까지 했던 일이 다 쓸모가 없어져."
"그건 네가 신경쓸일이 아냐, 중개인 꼬마. 내가 맡은 일은 센텀시티로 널 보내주는 거라고. 잔말 말고 얼른 타."
"하지만.....!!"
"사람 말 좀 들어요, 언니."
저수지의 상태를 확인하러 잠시 거점으로 복귀한 임시클로저들. 은하가 먼저 한마디 말했다.
"이번은 나도 동감이야. 너 가는 거 봐야 우리도 안심하고 싸울 수 있을 거 같거든? 저수지 너, 아바돈한테 덤비다니... 너무 무모했어."
"자온 말이 맞다. 이번에 너는 지나치게 무모했다. 민수현의 형에게 허가를 받았다고? 네가 그렇게까지 위험을 무릅쓰도록 허락했다고?"
"윽...."
"저수지 씨의 마음은 잘 알아요. 저희도 그 섬의 참상을 봤으니까요. 그 생생한 아픔의 광경, 영원히 잊지 못하겠죠. 저수지 씨도 틀림없이 그것 때문에 나서고 싶으신 거겠죠."
"그러다가 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남겨진 사람은 어쩌라고요? 그런 건 생각 안 해봤어요?"
"너도....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 테잖아. 그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도록 아픈지.... 알 거잖아....!"
"저수지 씨마저 떠나가면.... 저희는 견딜 수 없을 거예요. 내 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건.... 이제 싫어."
모두가 우울하게 글썽거리며 말하는 도중,
"그러니까 저수지, 녀석을 끝장내는 것은 우리에게 맡겨. 우리는 심부름꾼이잖아. 네가 우리에게 의뢰해줘."
미래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무표정하게, 그러나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결연하게 말을 건넸다.
"심부름꾼은 누군가를 대신해 일을 해주는 사람이지? 그러니 우리에게 의뢰해줘. 섬의 주인을 쓰러트려달라고. 널 가뒀던 상자를, 완전히 부숴달라고."
"....이것 참. 여기서 심부름꾼의 논리를 들먹이는 거야?"
머리를 긁적거리던 저수지는 결심했는지 고개를 들고 미래에게 묻는다.
"좋아, 그럼 보수로는 뭘 받고 싶어?"
"으음..... 으으으음....."
"야, 여기서 고민하는 거야?"
"그러면... 너의 안전."
"건강해진 너를 다시 만나는 거. 그걸 보수로 받고 싶어."
"하여간.... 별로 말도 잘 안하는게, 이상하게 낯간지러운 소리를 많이 한다니까."
"그거 좋네요! 저도 보수는 그걸로 받고 싶어요! 저수지 씨, 그래주실 수 있죠?"
"그러네. 그 정도는 돼야 수지가 맞겠는데? 나도 보수는 그걸로."
"저도 보수는 그거면 되겠네요. 그래줄 수 있죠, 언니?"
"충분한 보수겠군. 나도 그걸로 바란다. 저수지, 그걸 보수로 우리에게 의뢰해다오."
너도나도 미래가 제시한 보수를 요청하자, 저수지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다들 낯간지럽게 진짜.... 알았어, 알았어. 좋아, 너희에게 의뢰할게."
"미래야."
"응, 저수지."
"아저씨."
"그래."
"은하야."
"네, 언니."
"루시."
"네, 저수지 씨."
"자온."
"어, 저수지."
"너희에게 의뢰할게. 나를 가둬뒀던 상자를, 저 망 할 섬의 주인을 쓰러트려줘...!!"
"응, 알았어."
"맡겨둬라."
"좋아요."
"네!!"
"오케이."
각기 다른 대답들로, 모두가 저수지의 의뢰를 받아들인다.
"가자, 밀수업자. 센텀시티인지 뭔지 하는 곳으로."
"그래. 의뢰받은 이상, 나도 확실하게 모셔다드리지."
키릭, 키기기기기기------
임시클로저들은 저수지를 태운 반금련의 차의 시동을 걸고 거점을 빠져나가는 것을 끝까지 보고 나서야, 아바돈이 있는 곳을 향해 발길을 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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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업자, 한 군데만 들렀다가도 될까?"
"그 괴물이 있는 곳으로 가려는 거 아니지? 안 갈거다?"
"거기 갈 거 아니야."
".....병원으로 가줘. 잠깐 볼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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