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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침식의 계승자 EP.5 부산 마지막 0.5화 한 남자

작성자
Heleneker
캐릭터
은하
등급
그림자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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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4.01.08
  • view6404
두편으로 끝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올리면 길이가 평소의 트리플이 되는 마술에 걸리는 바람에...... 다음은 찐 마지막화로 만나뵙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한 남자가 있었다.

스스로를 자각한 어린 순간부터, 남자는 자신의 감정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꼈었다.

무엇을 해도 그 어떤 감흥도 느끼지 못했지만, 무엇에도 재능 있던 남자는 평범한 사람을 연기함으로서 자신을 감췄고, 그랬기에 누구도 그 남자의 텅빈 마음을 알지 못했다.

텅빈 남자에게 있어서 아득하고, 덧없는 무료한 삶에 변화가 시작된 건, 아주 어린 동생이 태어나서부터였다.

꼬물거리는 작은 손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핏덩이. 아이를 본 그의 심장은, 처음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남자는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며 평생동안 하지 않았던 떼를 써보았다. 흔쾌히 승낙되자, 남자는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었다.




해랑




잘못된 순언어라는 걸 알았지만 해와 함께하는 아이라는 뜻에서 아이에게 이름 지어주었다.

이름을 짓고 불러주는 순간, 우연일 수도 있었지만 아이는 그 작은 손으로 남자의 손가락을 꼬옥 잡으며 웃었다.

남자는, 처음으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토록 작고 연약한, 꺼질 것만 같은 미약한 온기를 가진 이 어린 핏덩이가 어째서 자신의 마음을 이리 메이게 하는지.

남자는 이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아이와 매일같이 붙어 살았다.아이가 걸음마를 떼고, 자신을 형이라고 부르고, 웃으며 안겨드는 모든 첫 순간들을 체험할 때마다, 남자는 마음에 따스한 무언가 채워지는 것을 느꼈다.

비어있던 마음은 아이의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다.


차갑게 식은 가슴은 아이의 다정함으로 따뜻해졌다.


얼어붙은 감정은 아이의 눈물에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평생 비어있을 거라 생각한 손은, 아이의 따뜻한 손으로 채워졌다.


인형같던 남자는 아이를 시작으로 사람으로부터, 사람 속으로 들어가 살아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남자는 진심으로 웃는 나날들이 늘어갔다.

하지만 어느 날, 남자의 고향에 재앙이 내려왔다.



독을 내뿜으며 메뚜기를 몰고 다니는 거대한 재앙.



그 재앙이 내려옴과 동시에 남자는 힘을 각성했고, 아이와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각성한 남자의 몸은 다른 위상능력자에 비해 확연하게 강한 내성과 높은 내구력을 각성해 늘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에 반해 신체 강화로도, 염동 같은 위상 능력으로도 특성을 전혀 발현하지 못했다.

남자는 분주하게 뛰며 싸워봤지만, 수많은 메뚜기들과 매일같이 침식하는 독기는 남자의 손틈 사이를 파고들며 그의 가족들의 온기를 하나둘씩 앗아갔다. 남자의 눈물이 늘어가는 사이, 어느새 남자가 가장 아끼던 아이 하나만을 제외하고 모든 가족들이 그를 떠나갔다.

아이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독에 심하게 중독돼 매일같이 고통스러워 하며 다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픔을 호소하는 것 대신, 남자의 안부를 묻기를 매일같이 반복했다.

아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고통스러웠다. 피부는 매일같이 가렵다 못해 살이 떨어져나갔고,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통증과 함께 진득한 녹빛 가래가 나왔다.

그러나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지 않았다. 원망보다 누군가의 안위를 걱정했고, 누군가에게 화나 짜증을 내기보다 조금이라도 웃으며 하루를 이겨내려 했다.


그 어린아이에겐 꾸밈 따윈 없었다. 어렸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다정한 그 아이는, 언제나 진심으로 자신보다 다른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랬다.

아이의 끝없는 다정함을 알아챈 남자는, 너무나도 특별하고 순수한, 자신이 사랑하는 이 아이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에 눈물 흘리며 하늘에 아이가 구원받길 바래고, 또 바랬다.

눈물 흘리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날, 그의 바램이 닿기라도 한 걸까. 구원 요청을 받고 온 다정한 불꽃에 의해 재앙은 끝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 재앙이 남긴 흉터, 아이 몸에 깊게 자리 잡은 독은 끝나지 않았었다. 쇠약해진 아이의 몸은 각종 의료기기와 정화제, 약 없이는 연명하기 힘든 몸이 되어 있었다. 나날이 쇠약해지며 죽어가는 아이를 보며 남자는 자신의 무력함을 자책하며 매일같이 울고, 또 울었다.

붉게 부은 눈으로 아이의 생존을 빌며 아이가 행복하길 바랜 어느 날, 그의 앞에 초월적인 존재가 나타났다. 잿빛이지만 마치 태양처럼 따뜻하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며 나타난 [태양]이라는 존재는, 아이와 남자가 가진 각자의 숙명과 그 숙명이 얽힌 운명을 알려주었다.




과거 유폐 당한 신이 스스로 놓은, 가장 강대하고 위대한 권능을 품는 아이의 숙명.



그런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의 숙명을 대신하며 그 숙명을 이어받는 남자의 숙명.



단 하나의 가장 위대한 권능을 이어받고, 그 대신을 행하는 서로의 존재는 일정 시간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둘 중 단 한 명만 살 수 있는 벗어날 수도, 그 어떤 존재도 바꿀 수도 없는 확정된 절대적인 운명.




어떤 힘든 진흙탕이 될지라도, 가시밭길이 될지라도 남자는 그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랬다. 하지만 둘 중 하나만 살 수 있는 절대적인 비극의 운명을 들은 남자는 많이 울었다.

[태양]은 남자가 자각하지 못한 능력을 알려주며 말했다.



가장 위대한 권능조차 대신 받아들일 수 있는 [대행의 권능].



아이가 가진 거대한 숙명을 대행하면 살 수 있다며 남자가 살기를 권했다.

그러나 아이가 더 소중했던 남자는 대행의 능력을 깨우치자마자 아이의 독과 병만을 품고 죽으려 했다. 이에 [태양]은 남자가 죽는 순간부터 아이가 맞이할 비극의 운명을 보여주며 그를 만류했다.



남자라는 마음의 지지대를 잃고, 평생을 타인의 악의에 이용만 당하다 괴물이 되고, 끝내 쓸쓸하게 사라지는 아이의 운명.



남자는 섵불리 자신의 죽음도, 삶도 선택하지 못했다.


살아가면 아이가 죽는다.


하지만 자신이 죽으면, 아이는 가장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남자는 눈물 흘리며 바랬다.




자신이 없어 힘들고 슬플지라도, 그 슬픔넘는 가슴 벅찬 행복을 받기를



타인의 악의로 괴물이 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선의로 수많은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선인이 되기를



자신의 심장, 자신의 감정, 자신의 마음 그 자체인 그 다정한 아이가, 자신을 바꾸어 주듯이 세상을 다정함으로 가득 채워주기를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아이가 부디, 살아주기를.












[그대가 품은 희망이란 그 거대한 탐욕이, 이뤄질 수 있기를]





아이에게서 대행했던 독과 병 틈 사이로, 아이가 가진 숙명이 흘러 들어가 남자의 마음과 하나 되며, 남자만의 힘을 일깨워 주였다.



마지막화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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