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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거짓된 평화 - 2. 데미플레인 (1)

작성자
Dadami
캐릭터
티나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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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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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 주의!*


  이 소설은 원작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아직 게임 스토리를 만나지 못한 분(검열이 이걸ㅠㅠ)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클로저스의 스토리 ─ G타워 옥상 이후 ─ 를 아직 만나지 못한 분들은 스포일러가 싫을 경우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생각보다 하루가 길었네."


  방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쿠로는 작게 한숨을 쉬며 자신의 무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위상력 상실증, 인가?"


  헤카톤케일이 '유니온 터릿' 에서 날뛸 무렵, 김기태는 또다시 명령을 무시하고 자기 혼자 출동했다. 헤카톤케일을 물리치고 영웅이 되는 자신을 떠올리며 싸우려는 그의 모습은 여유로우면서도 조급해보이는, 모순적인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다가온 것은 위상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A급 요원의 추락이었다.


  "몇 개월 전부터라면 당연했던 건가."


  그가 차원종과 완전히 손을 잡았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성격도 안 좋았고 이번엔 차원종과 결탁하여 일을 저질렀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자신의 부와 명예만이 아닌, 클로저의 권리 축소를 막기 위함인 것도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자백한 김기태 역시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지부장과, 그와 근접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누구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겠지.


  "나 혼자만의 생각이라는 것도 있으니 뭐,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려나."


  그에게 남은 일은 내일 검은양 팀이 드라군 블래스터를 처치할 동안 오벨리스크의 재생성 억제와 다시 깨어난 헤카톤케일이 날뛰지 않도록 싸우는 것이다. 다만, 그 작전에는 허점이 있었다. 그 누구도 모를, 자신만이 알 허점.


  "오빠, 있어요?"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누군지는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유리였다. 평소의 요원복이 아닌 단순한 파자마 차림이었다.


  "꽤 귀여운 모습이잖아?"

  "무, 무슨 소리에요!"


  어울리면서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귀여운 판다의 얼굴이 잔뜩 도배된 털 파자마.


  "이, 이건 그, 미스틸테인이 이런 것도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해줘서……."

  "그렇게 알고 있을게."


  그런 말을 하는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맑은 미소가 있었다. 소녀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한숨을 쉰 뒤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옆의 침대에 앉았다.


  "아, 의자 가져올게. 그 침대는 꽤 낮아서 불편할 거야."

  "괜찮아요. 그러니까 아까 못다한 이야기나 계속해 주세요."

  "꽤나 집요하구나."


  그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유리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없이 투명한 눈동자. 아까 말했던 그의 생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건실한 사람. 분명 수많은 수라장을 지나왔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녀는 그가 답을 해줄 때까지 기다렸다.


  "음,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은 이유지만, 단순해. 너희가 아직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어린 아이라서요?"


  유리의 어리둥절한 답에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나이로 따지면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도 성인이 되지만, 과거와 현재는 확연히 달라. 차원전쟁 시절에는 그 누구라도 다급했기에 설령 청소년이라도 전쟁을 해야 했어. 하지만 지금은 전쟁이 아니야. 너희 나이대라면 아직 이렇게 작전에 계속해서 투입되지는 않으니까. 나는 그게 걱정되서 왔어."

  "아, 저희가 다니는 학교는 아직 휴교 중이라서요."

  "응, 들었어. 차원종이 나타나서 그걸 처리한 뒤 보수중이라고. 그때도 너희 검은양이 활약했다는 얘기를 들었지. 정말 대단해."


  소녀는 자신의 볼을 살짝 긁으며 기분 좋게 웃었다. 아마 칭찬을 받은 것만으로도 기쁜 것이리라.


  "하지만, 요원으로서는 대단한 거라 하더라도 아직 완전한 어른은 아니기 때문에 많이 걱정되었어. 물론 제이 씨와 유정 씨가 있으니 괜찮을 지도 모르지만, 가치관이란 건 자기도 모르게 변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 말에 유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는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고, 그건 세하와 슬비가 있었을 때도 자주 이야기하던 부분이었다.


  "나 자신이 그렇게 살아왔으니 어느 정도 눈치를 챌 수 있는 거야. 제이 씨도 눈치를 챘겠지만, 아직은 너희들에게서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으니 굳이 건드리지는 않는 거겠지. 그래서 왔어. 너희들이 언젠가 완전히 적응하게 될 이 세상에서,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보조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그런, 거였나요."


  올곧고 투명한 눈으로, 줄곧 자신의 눈을 바라보며 말하는 그에게서 거짓이라는 건 느낄 수 없었다. 그가 살아온 시간, 그리고 살아왔던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과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노력하려는 모습에, 소녀는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말해준다니 고마운걸?"


  물론 그에게 더 묻고 싶은 건 많았다. 수없이 많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의 소녀는, 그저 눈앞에 있는 그가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언젠가 자신이 말해줄 때까지.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웃어주기를 바라면서.



  *          *          *



  "호오, 내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고 온 것까지는 좋지만, 오벨리스크가 있는 한 나는 건재하다. 그리고 그동안 계속해서 너희를 위협할 텐데, 괜찮겠나?"

  "그건 너희들이 걱정할 게 아닐 텐데? 우린 너를 물리치러 온 거니까!"

  "후하핫, 하등한 인간 놈들! 어리석은 너희들에게 이 몸의 힘을…… 윽! 뭐, 뭐냐!"


  여유롭게 말하던 드라군 블래스터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마치 자신의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성공한 건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전투 태세를 잡는 제이를 향해, 드라군 블래스터가 포효했다.


  "대체, 대체 어떻게! 탑의 재생성이 멈추다니, 내 소중한 탑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뚝하고 부러뜨렸지! 이제 너도 그렇게 뚝 부러뜨려줄 테니까 각오해!"

  "크윽, 이놈들! 탑으로도 모자라 이 아름다운 육체까지 파괴하려는 것이냐!"

  "……아름다운 건가?"

  "차원종의 미의식은 잘 모르겠어."


  세하와 슬비의 말에 미스틸테인은 미소를 지었다.


  "에이, 자기 눈에는 아름다워 보이겠죠!"

  "확인사살을 하는구나."

  "뭐, 뭣? 이, 이 미의식도 없는 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이놈들!"


  말과 동시에, 드라군 블래스터는 양손에서 위상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좋아, 덤벼!"



  *          *          *



  "저건, 드라군 블래스터의 빔과…… 세하의 푸른 불꽃인가?"


  유니온 터릿 꼭대기에서 위상에너지 플라즈마화 장치를 설치하는 동안, 그것을 지키고 있던 쿠로는 멀리서 폭발하는 빛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모든 오벨리스크를 파괴하고 캐롤리엘이 건네준 약품을 이용해 재생성을 막았기에, 드라군 블래스터의 힘도 확실히 빠졌을 터. 그는 걱정을 없애고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헤카톤케일을 보았다.


  "역시 가까이에서 보니 장난 아니네, 이거."


  유니온 터릿으로 막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크기를 자랑하는 거대한 차원종은 인간인 자신이 봐도 위용이 대단했다. 물론 지금 자신이 해야되는 건 이것을 부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될 때까지 경호하는 것. 그 뒤엔 깨어나더라도 막을 수 있도록 경계하는 것이다.


  "설치 끝났습니다!"

  "아, 그러면 바로 밑으로 내려가 안전지대로 가주세요. 특경대가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 놓고 가시면 됩니다."

  "네!"


  모두가 철수하고 이제 터릿에 남은 건 혼자. 전날, 풀어진 붕대를 대신 감아준 유리를 떠올리며 그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뭔가 프로필하고는 조금 다르려나."

  "그건 봐야 알지 않을까."


  익숙한 목소리에 그는 몸을 돌려 뒤쪽의 하늘을 봤다. 그곳에는 이곳에 있어선 안 될, 최악의 존재들이 있었다.


  "애쉬, 더스트!"

  "이번 작전이 성공하고, 이 용을 쓰러뜨리기까지 하면 분명 검은양은 영웅이 되겠지."

  "그렇겠지. 미안하지만 그 아이들은 널 상대할 시간이 없을 거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그 녀석들이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거든. 너도, 그리고 우리도 지나치게 도와줬어."

  "그러게─ 이렇게 되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아서 하나도 재미없는데 말이지!"


  전쟁이라는 단어에 쿠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역시 그들의 목적은, 헤카톤케일이 여기에서 날뛰는 것을 막는다던가, 그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가 아니었다.


  "역시 너희들이 원하는 건, 저 세력과의 전쟁이었구나."

  "물론이지. 그리고 배신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 이대로는 너무 재미없거든."

  "그러니까─ 우린 너희 작전을 방해해야겠어!"


  그 말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무기를 꺼내 그들을 향해 겨눴다.


  "그렇게 두진 않아!"


  그 순간, 무기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푸른색과 검은색이 긴 꼬리를 만들며 순식간에 둘을 향해 날아갔지만, 그들의 근처에서 재가 되었다.


  "역시, 사용하지 않는 건가."


  애쉬의 실망이 담긴 목소리가 그의 귀를 파고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대로는 질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그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말이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애쉬와 더스트는 그를 향해 검지를 내밀었다.



  *          *          *



  "저, 저게 뭐죠? 어째서 하늘에 저런 게 있는 거죠?"


  당황한 유리가 유정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이미 절망한 표정이었다.


  "저건, 차원문이야. 애쉬와 더스트가 에너지의 흐름을 역류시켜서 위상변환엔진에 저장되어 있던 에너지가 헤카톤케일에게 갔고, 위상력이 정점에 달한 헤카톤케일이 깨어남과 동시에 고출력의 광선을 발사해서 차원을 왜곡시켰어! 애초에 헤카톤케일은 그것을 위해 설계되어 있었던 거야……."


  완전히 속았다고, 그렇게 중얼거리며 유정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언니, 지금은 이렇게 좌절할 때가 아니잖아요. 일단 먼저 대책을 생각하는 것부터 가죠!"

  "……그래, 일단 그래야겠지. 하지만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는 않는구나. 우선은 차원문의 상태를 관측해볼게."

  "네."

  "잠깐, 유정 씨."

  "네?"


  제이의 부름에 유정이 발걸음을 멈췄다.


  "헤카톤케일이 저랬던 거라면, 그곳으로 출동한 쿠로는, 어떻게 된 거지?"

  "앗!"


  놀란 유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유정과 제이를 번갈아보았다. 그리고 유정은 비통한 표정으로 답했다.


  "애쉬와 더스트에게 상처를 입었어요. 지금은 치료실에서 회복중이고, 다행히 몸에 지장이 없다는군요."

  "그렇다면 다행인가."


  애써 미소를 짓는 제이였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라앉았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어갔다.



  *          *          *



  "몸은 괜찮나? 쿠로."

  "아, 제이 씨 오셨나요?"


  회복중인 쿠로의 방에 온 제이는 옆의 의자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다행히 조금 쉬면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하네요. 정말 위험하기 전에 퇴각했으니까요."


  애쉬와 더스트가 열풍을 쐈을 때, 무기의 위상력을 이용해 힘을 줄인 뒤, 박차고 뛰어올라 피해를 최소화한 뒤 그는 바로 그곳에서 퇴각했다. 한 명 한 명이 쓰는 위력 자체는 혼자서 완전히 줄일 수 있으나, 둘이 함께 쏘는 것은 그렇게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바로 그것부터 쏜 것을 보면 분명 쿠로 자신을 죽이지 않더라도 바로 퇴각하게 만들기 위해서, 일 것이다. 물론 그로 인해 얻은 상처는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러고 보니 하늘에서 차원문이 나타났다죠?"

  "그래. 데이비드 형이 말하길 저 안에는 대규모의 차원종 영토가 있다고 하더군. 만약 그게 여기로 떨어지면 강남은 궤멸하고, 차원종은 새로운 거점지역이 생기게 된다고 했어."

  "지금 저걸 파괴할 수 없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거겠죠?"

  "그렇지. 위상입자포 같은 걸 발사해도, 그 영토에는 척력장이 있어서 부술 수 없고 설령 부순다 해도 오염물질과 파편이 강남에 떨어지면 결국 지옥이 되는 건 같다고 해."


  말 그대로 지옥의 문 앞에 있는 상황. 쿠로 역시 지금껏 보여주던 나긋한 목소리와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남은 건 직접 처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걸까요."

  "그렇지만 역시 그 안은 위험해. 솔직히 아이들을 그곳에 보내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야. 데이비드 형도 그렇게 말했고 말이지."

  "그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손 쓸 도리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에요."


  입술을 깨무는 쿠로의 모습을 보며, 제이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걱정 마. 나도 같이 가니, 일단 낫는 것부터 생각하라고."

  "네, 부탁 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방을 나갔다. 방에 혼자 남은 쿠로는 곧 한숨을 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



  모두들 파이팅! 아직 밤낮으로 기온차가 꽤 있으니 주무실 때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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