これ以上書いたら、いつまでも中編が終わらない。
ならば、ここまで書いて、あとで下編を書くしかないの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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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정미가 일찍 일어나 자기 방 화장대에 앉아서 웨이브 진 자신의 머리를 빗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진짜 나 늦게 들어와도 되는 걸까….’
아무리 그토록 기대하던 세하와의 첫 데이트라지만 미영이 자꾸 마음에 걸리는 지 계속 거실을 힐끗힐끗 보는 정미.
그런 정미를 눈치챘는지 미영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정미야~엄마가 머리 빗어줄게~”
미영이 다가와 콧노래를 부르며 머리를 빗어주자 정미가 가만히 있다가 미영을 보며 묻는다.
“엄마.”
“응?”
“……진짜 혼자 있어도 돼?엄마 이모들이랑 사이 안 좋잖아…..특히 이모부들은 더 이상하고….”
“………”
“그냥 내가 세하랑 빨리 데이트를 마치고…..”
“정미야.”
미영의 말에 정미가 말을 멈추자 미영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엄마가 어제도 이야기 했지만 오늘은 우리 정미가 이서방이랑 데이트 하는 역사적인 날인걸?이럴 때는 주인공은 행복한 하루
를 보내야지 중간에 다른 게 끼어들면 안되지, 안그래?”
“그래도…….엄마 혼자 두고 나만 즐거운 건….그건 좀 아니잖아….”
정미가 작은 주먹을 꼭 쥐며 말한다.
“이제 엄마한테는 나 밖에 없는데….내가 없으면 잘 웃지도 속내를 잘 털어내지도 않는 엄마를 놔두고….나만 즐겁게 놀고 돌
아와서 아무 일도 없는 척 꾹꾹 참고 있는 엄마를 볼 자신이 없단 말이야….”
정미의 말에 미영이 머리를 빗어주던 손을 멈추고 뒤에서 정미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우리 딸 다 컸네, 다 컸어. 시집 가도 되겠다. 이렇게 엄마 걱정도 똑 부러지게 해주고 말이야.”
“엄마 나 되게 진지하거든요? 제발 그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지마요….”
정미의 말에 미영이 정미를 더 꽉 껴안으며 말한다.
“알지…..우리 딸이 얼마나 지금 얼마나 진지하게 이야기 하는 지 잘 알지…”
미영이 정미의 볼에 자신의 볼을 부비며 말한다.
“그래도 말이야, 정미야….엄마는….우리 딸이 엄마 때문에 즐거운 데이트를 빨리 끝내는 어리석은 짓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엄마….”
“물론…..우리 딸이 빨리 돌아와주면 어른스럽게 행동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 될 지도 모르겠지만….그래도 마음은 든든하겠
지.”
미영이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엄마는 우리 딸은 오늘 하루만큼은 엄마 걱정 없이 행복하게 이서방이랑 둘만의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데…..안될까
나?”
미영의 말에 정미가 자신을 뒤에서 껴안고 있는 미영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엄마가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한다면….그렇게 할게…..”
“착하네, 우리 딸. 자,자!빨리빨리 준비하자~우리 딸 약속시간에 늦겠네~”
미영이 정미를 재촉하자 그제서야 긴장되는 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린다.
“…..화장이라도 할까….”
“응?!우리 딸 화장 할 거야?!그럼 엄마가 도와줘야지!!!”
정미의 말에 드디어 제대로 자기가 할 일이 생겼다는 듯이 자신의 방에서 몇 개를 가져오더니 정미의 나이 때에 어울리는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을 시켜주는 미영.
그리고 자신의 화장한 얼굴을 본 정미는….
‘펴…평소보다 더 예뻐보이네….이…이 정도면 그 바보도….고백을 서두르려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음음!좋아!우리 정미는 워낙 베이스가 되는 얼굴이 예뻐서 화장을 거의 안 한 듯 한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미영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엉덩이를 살짝 치며 말한다.
“이 정도면 이 서방은 자기 집에 데려가서 무슨 일 할 지도 모르겠는데~”
“어…엄마!”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꽥 소리를 지르자 미영이 웃으며 정미의 이마에 뽀뽀를 해주며 말한다.
“잘 갔다와 우리 딸?”
“응. 다녀올게, 엄마.”
정미가 미소를 지으며 미리 준비해둔 핸드백을 매고 낮은 굽의 플랫 슈즈를 신고 문 앞에 서서 미영을 보며 말한다.
“엄마.”
“응?”
“……오늘 결판을 내고 올게요.”
정미의 말에 미영이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내보이며 말한다.
“가라 우리 정미!이서방을 유혹해서 네 꺼로 만들어!”
미영의 오버 섞인 농담에 정미도 살짝 주먹을 흔들며 말한다.
“응 엄마! 다녀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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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도착한 강남 CGV앞….추석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을 드나든다.
“흐으…..사람 많은 건 질색인데….세하랑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데이트 못 하잖아….”
정미가 애꿏은 바닥을 발로 툭툭 치며 속으로 생각한다.
‘근데….일단 예쁘게 입으려고 나름 노력하고 잘 안 입는 미니스커트까지 입었는데…..과연 세하가 예쁘다고 해줄까….?’
정미가 본인의 모습에 대해서 자신이 없는지 계속 연신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분수대 앞에 서 있자 옆에 지나가는 남자들이
수군거린다.
“우와….쟤 뭐야?연예인인가?”
“되게 귀엽게 생겼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아서라, 저 정도로 예쁜 애가 남자친구 하나 없겠냐?”
“에이~혹시 모르잖아?한 번 말이라도 걸어보자.”
남자들 중 한 명이 천천히 다가오더니 정미에게 말을 건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정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자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저기 혹시 지금 시간 되세요?시간 되시면 저랑 커피 한 잔 드실래요?”
“아, 저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서요…”
“에이~기다리시는 중이면 저희랑 커피 한 잔 드시죠?약속 시간이 언제이신데요?”
“1시에요.”
정미가 귀찮는듯이 이야기를 하자 남자가 입맛을 다시며 속으로 생각한다.
‘와….이거 완전 철벽이긴 한데…얼굴이나 스타일은 정말 딱 내 취향인데….’
“혹시 기다리시는 사람이 남자친구?”
“…..저기요. 그 쪽에서 무슨 대답을 원하시는 지 모르겠지만 그냥 가시던 길 가시면 안될까요?”
정미가 조금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남자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하하하….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그저 저는 그 쪽이 마음에 들어서 커피나 한 잔 하자고 말 붙인 거랍니다.”
“네?”
“스타일도 좋으시고 예쁘시니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하죠. 자, 이제 그럼 대답을 주시겠어요?”
남자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커피 같이 마실래요?정 시간이 없다면 전화번호라도….”
“아…..저기….”
“정말로 그 쪽이 마음에 들어서 이러는 겁니다. 아 물론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하하하…”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정미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 지 어쩔 줄 몰라한다….
차라리 화를 내면 맞받아치던가 독설이나 차갑게 말하면 그만이지만 저렇게 웃는 얼굴에 독설을 내뱉는 건 정미한테는 불가능
한 일이다.
“어느 쪽으로 하시겠어요?”
남자가 웃으며 정미의 손을 잡으려는 순간….
“죄송하지만 이쪽의 숙녀분은 오늘 저랑 선약이 있어서 그건 좀 힘들겠는데요?”
정중한 말투로 세하가 정미의 팔을 먼저 잡으며 말한다.
“세하야!”
“그럼 저희는 이만…….가자, 정미야.”
세하가 미소를 짓더니 정미의 팔을 잡고 그대로 백화점으로 성큼성큼 걸어간다.
“어어…세…세하야?!자…잠깐만 세하야?!”
“…….”
정미가 당황스러운 말투로 세하를 불러**만…..
“…….”
세하는 앞만 보고 저벅저벅 걸어간다.
이윽고 백화점에 들어와서야 세하가 걸음을 멈추고 정미를 본다.
“이 정도면 안 따라오겠지…..?”
이내 세하가 짜증이 잔뜩 난 표정으로 문 밖에 서서 이야기 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중얼거린다.
그 모습에 정미가 세하의 눈치를 보며 말한다.
“저기…..세하야?호…혹시 화….화났어?”
“아니?화 안 났…..”
세하가 정미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다가 정미의 모습에 잡고 있던 팔 까지 놓고는 뒤로 돌아서며 자신의 코와 입을 가리며 속으
로 중얼거린다.
‘뭐…뭐야….?!저…정미 맞아?!저….정미가 원래 예쁜 건 알고 있었지만…이….이건 시….심하게 예쁘잖아?!’
세하가 흘끗 뒤를 돌아보자 안절부절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보는 정미의 모습에 다시 돌아서며 생각한다.
‘게…게다가 뭐냐고, 저 치명적인 귀여움은?!!!!아…안돼 침…침착해 이세하!!이…일생일대의 첫 데이트잖아!! 침착하라고!!!
저…절대로 여기서 말 더듬거나 어색하게 행동하면 안된단고!!!어제 하루종일 그 흉기를 옆에 끼고도 멀쩡하게 다녔으니까
이…이젠 괜찮잖아?!’
세하가 뒤돌아서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안 세하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정미는…..
‘역시 좀…..이상하게 보인 걸까…..귀엽지도 않은 내가….귀여운 척….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혹시…..어제 유리랑
다니던 거랑 비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여러가지 부정적인 생각들을 하고 있다….
이윽고 세하가 어색하게 정미를 향해 돌아보더니 정미를 향해 어색하게 말을 건낸다.
“그….그럼 저…정식으로 이…이야기 할게….정미야….”
“으응……”
세하가 숨을 한 번 고르더니 정미의 눈을 보며 분명한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나랑 데이트 하자, 정미야.”
확실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세하가 말하자 그제야 정미의 얼굴이 펴지더니 얼굴에 미소를 띄며 말한다.
“응!오늘 잘 부탁해, 세하야!”
물론 그 환한 미소에….
‘귀…귀여워!!!!!!!’
세하의 머리 속은 하얗게 되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그…그럼 갈까?!”
세하가 가자고 말하다가 음이탈, 흔히 말하는 삑사리를 내자 정미가 자신도 모르게 풋 웃어버린다.
“푸하하하하!!!!세…세하야!!!하하하하!!!!너…너 음이탈 하하하하하!!!”
정미가 정말로 재밌다는 듯이 웃자 세하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정미에게 말한다.
“으으…이…일단은 가자 정미야….그…음이탈에 대해서는 나중에 느긋하게 들을 테니까…”
“히히히히….알았어. 가자.”
정미가 배시시 웃으며 세하의 뒤를 졸졸 따라가자 세하의 머리가 바쁘게 움직인다.
‘조…좋았어!이…이제부터 시작이야!!긴장하지마 이세하!!넌 할 수 있어!!이 날을 위해서 미연시를 몇 십개 씩 했잖아?!할 수 있
어!!!호..호감도다…최…최소한 호감도만 안 떨어뜨리면 된다!!!그…그러면 나…나중에 고…고백 할 분위기라던지 그런 것도
가능 할 거야!!!’
물론 그 생각이 정말로 어이없게도 현실을 자신이 하던 게임에 대입해서 생각 중 인 게 어이가 없지만…연애를 한 번도 안 해
본 세하로서는 참고 할 만한 자료라고 해봤자 게임뿐이다….
이렇게 오늘의 데이트에 대해 열심히 자신을 다독이는 세하의 뒤를 졸졸 따라가던 정미도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그…그러고보니 아까 전엔 경황이 없어서 못 봤는데….세…세하….옷….되게 잘 차려입고 왔네….머…머리도 올렸고….펴…평
소보다 자…잘 생겨보이잖아!!!’
평소에 워낙 꾸미지도 않고 다니는 세하이기에 작정을 하고 꾸민 모습에 정미의 심장이 비약적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시…심장이 너무 빠르고 크게 뛰잖아?!자…잠깐만!조금만 살살 뛰라고!세…세하한테 지금 이 소리 들리면 데이트는 내가 먼저
신청해놓고는 정작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게 들키잖아!!!좀 줄어들어라고 고동소리야!!!!’
그 때…
“!@#!$!$!”
“!@$!#%!@”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세하와 정미가 지나가는 길에도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어라?사…사람이 많아지네?!빠…빨리 세하의 옆에 가야…’
정미가 조금 빠르게 걸어 세하의 옆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어이쿠 미안해요 아가씨.”
“미안해 아가씨 조금만 지나갈게~”
엄청난 숫자의 아줌마 군단이 정미의 앞을 계속 막는다…
‘크..큰일이다….세…세하도 지금 인파에 떠밀려가는 거 같은데 이대로라면….’
정미가 황급히 움직이려고 하지만 갑자기 늘어나버린 사람들 숫자에 마치 귀성길 고속도로처럼 되버린다.
‘아 정말…오늘 같은 날 하필이면 플랫슈즈를 신어서 세하가 안 보이잖아!!!’
핸드폰을 꺼내서 위치를 확인하고 싶지만 발 딛을 틈 하나 없이 꽉꽉 차 있는 통로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것은 힘들다.
그 때…
“잠시만요~잠시만요~”
세하가 인파를 거꾸로 뚫고 들어오더니 정미의 앞에 서서 말한다.
“여기 있었네….휴우…실려가서 못 돌아오는 줄 알았네…”
“세하야….”
“일단은….계획을 조금 변경해야겠어….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계획대로는 못 움직일 거 같아.”
세하가 사람들을 보고 정미를 한 번 보고 뭔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덥석 정미의 손을 잡는다.
“핫?!”
정미가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입밖으로 숨소리가 튀어나오자 세하가 정미의 눈을 간신히 마주하며 말한다.
“사..사람들…많으니까….또 이렇게 떨어지면 안되잖아…”
세하의 말에 정미가 손을 빼며 말한다.
“소…..손이면 그…금방 푸…풀리니까….”
정미가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포옥….
“저..정미야아?!”
덥석 세하의 팔에 팔짱을 껴서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다.
“이…이렇게….파…팔짱 끼면…되…되지 않을…까나?”
정미의 말에 세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말한다.
“그….그렇네…하하….그…그렇지…그….그러면 가 볼까?”
“으응….”
세하가 뻣뻣하게 정미에게 잡힌 왼팔을 굳히자 정미가 더욱 밀착하며 말한다.
“그…그렇게 뻣뻣하게 있지 말라고!부…불편하니까….”
정미가 부끄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세하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좀 더 편한 자세를 취해준다.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 앞….다행히도 엘리베이터 앞은 한산하다.
“…….저기 세하야.”
“어어?!왜…왜 그래 정미야?!”
정미가 말을 걸자 깜짝 놀라 말을 더듬으며 세하가 답한다.
“그렇게 놀라지는 말구….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정미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세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어제….유리랑 여기 왜 왔던 거야?”
정미의 질문에 세하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저…저기 정미야…그….그게 말이지….”
“역시….유리랑 데이트….한 거야?”
정미가 자신의 팔을 꼭 붙잡으며 말하자 세하가 시선을 회피하며 말한다.
“아니야….그런 거….”
“그럼….말해줘…..어제 왜 둘이서….팔짱 끼고 스킨쉽하고 돌아다녔는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시선을 회피하며 말한다..
“들켰….거든….”
“들켰다니?뭐를?”
정미의 물음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그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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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
검은 양 팀 사무실로 세하와 유리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으갸갸갸~힘들어…..오늘도 차원종들은 많고 힘은 들고….”
유리가 쇼파에 털썩 주저 앉자 슬비가 미스틸테인이 쪼르르 달려와 그녀에게 음료수를 건낸다.
“누나~수고했어요~여기 음료수요~”
“오!테인아 땡큐~역시 우리 테인 밖에 없다~”
유리가 해맑게 웃으며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는 의자에 앉아서 뭔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세하에게 다가간다.
“세하야~음료수 마실래?”
“……..”
“세하야~?”
“……..”
“응?뭘 그렇게 보고…..”
유리가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는 세하의 모습에 세하가 보고 있는 것으로 눈을 돌리자….
[세하야!내일 시간 돼?나랑 내일 1시에 강남 cgv에서 영화보고 밥 먹자!]
정미의 문자가 도착해 있다.
‘아…..얘 혼이 나간 거였구나….’
유리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등을 세게 치며 말한다.
“데이트 신청 받은 거 축하해 세하야!”
“우왓!!!!서…서유리?!너…너…어…언제부터 뒤…뒤에 있었냐?!”
“네가 눈치를 못 챈 거야, 바보야.후훗~그나저나 우리 세하 대단하다?우리 정미정미한테서 데이트 신청을 다 받아내고?”
“에휴….맘대로 생각해….지금부터 머리 아프게 생겼으니까….”
세하가 휴대폰을 보며 중얼거린다.
“데이트 같은 걸 해봤어야 알지…..어디를 가야 데이트 코스를 잘 짰다고 하는 거야….게임엔 이런 코스 짜는 건 없다고….”
세하의 중얼거림에 유리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그럼~내가 도와줄까?”
“뭐?”
“후훗~나는 정미의 소꿉친구라구~정미가 어떤 방식의 데이트를 좋아하는지는 내가 아주 잘~알고 있지롱~”
“왠지 뭔가 불안한데…..네가 공짜로 해 줄 리가 없는데….”
“당연하지! 대가는 받아야지!”
유리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또 얼마나 먹어치우려나…..저 몸 안 영양소는 다 저 거대한 흉기 연료로 쓰이나….’
세하가 이렇게 생각하며 유리에게 말한다.
“그래서 이번엔 무엇을 어디서 얼마나 먹고 싶은 건데?”
“내가 그렇게 먹보로 보여?!나 그렇게 먹보 아니야!”
“…..너 전에 내가 뭐 하나 물어보고나서 대가로 삽겹살 5인분 먹은 거 기억 안나냐…”
“그…그때는 정말 배가 고팠으니까 그런 거고!!!지…지금은 다르다고!”
“그럼 뭐를 대가로 원하는 건데?”
“대가라기보다는....내 지시대로 움직여달라는 것이랑 그 루트 탐색을 오늘 나랑 하자는 것??”
“.....왠지 너 방해되는 루트로 짤 거 같은데….”
“우씨….그러면 정미정미가 좋아하는 거 하나도 안 가르쳐준다?!”
“아….알았다고 가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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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거야.”
세하의 설명에 정미가 멍하게 보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그 말은….어….어제부터 계속….나…나랑 데이트 하는 걸….새….생각했다는 말이야?”
“으응…..이….일단….내…내 인생에서 여자를 데리고 데이트 하는 건….처음이니까….”
세하가 시선을 회피하며 말하는 그 때, 때마침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다만 문제라면….
“!@#!$!$!”
“!@$!#%!@”
어느새 자신들의 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빨리 들어가려고 미는 바람에 한순간에 엘리베이터 구석으로 밀려버리는 두 사
람….
‘으읏….뒤쪽 바에 허리가 계속 눌리고 있어….아파…’
정미가 아픈 지 끙끙거리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정미야 괜찮아?”
“아니….좁아….공간이 너무 좁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한참을 망설이더니 정미를 모서리 쪽으로 이동시킨다.
“세하야 왜 여기로 이러면 더 비좁….”
정미가 세하에게 말하는 순간 턱 하고 정미의 양 옆 벽에 세하의 팔이 닿는다.
“핫!”
“….이…이 정도면 되겠어 정미야?”
“으..으응…”
세하가 민망한 표정으로 정미를 보며 말하자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수줍게 끄덕인다.
이내 내릴 사람들은 내리고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
“……..”
“…….세…세하야?”
“어?불편해 정미야?좀 더 공간을….”
“아…아니야….너…너야말로 불편한 거 아니야?”
“괘…괜찮아….이 정도는….”
세하가 다리에 힘을 주며 말한다.
‘절대 편하지 않아…..적당히 좀 밀고 들어오라고요 이 민폐들아!…..이 이상은 정미가 불편해진다고!’
세하가 입을 다물고 버티는 모습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조금 더….”
“어?”
“…..조금 더….가까이 붙어도….돼….세하야…”
정미가 세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더 붙어도….괜찮아….불편하지….않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조금 망설이다가 한 발자국 정미 앞으로 가자 그 틈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람들….그 때문에 거의 밀착하는
수준에 가까운 두 사람….
“저…정미야…괘…괜찮아?”
세하가 한 팔을 모서리에 대고 다리에 힘을 줌으로서 많이는 밀리지는 않았지만….
“괘…괘….괜찮아….세…세하야….”
정미가 사실상 어정쩡하게 서게 되서 불편하게 되버렸다….
그 순간….
“정미야.”
“어?”
“….조금 실례 좀 할게.”
“무슨….핫!”
세하가 남아있던 팔로 정미의 허리를 감싸안아서 자기 몸에 붙이며 말한다.
“이…이러는 편이 더 편하잖아….뒤…뒤쪽 바에도 안 닿고….”
“그….그….그…그렇지….그렇…지…”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하다 조용히 자신도 세하의 허리를 감싸안는다…
물론 그 덕에….
‘시…심장 터지겠다!!!!저…정미가 이…이렇게 가까이…그…그리고…다…닿고…아니 나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시….심장이 터질 거 같아!!!!세….세…세하의 팔이…내…내 허리에….아니 그 보다 아…안겨있잖아?!내…내가 제대로 세하 품
에 안겨있잖아?!’
두 사람의 머리 속은 새하얗게 비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이윽고 사람들이 영화관이 있는 층에 내리기 시작하자, 두 사람도 황급히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서둘러 따라 내리기 시작한다.
“후아아아아…..어…엄청 사…사람 많았다 그치?”
“그….그러게…..어…엄청 사람 많아서 부…불편했다 그치?”
정미와 세하가 서로 어색하게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영화관으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아….팔짱 풀었는데…..다…다시 끼자고 마….말해도 되려나…’
정미가 팔짱을 풀고 앞에 걸어가고 있는 세하를 보며 다시 팔짱을 끼고 싶다고 생각하며 따라가는 찰나, 세하가 갑자기 멈춰선
다.
“어?왜…왜 멈춰 세하야?”
“.........자……껴.”
“어?!”
“파….팔짱….안 끼고 있잖아….빨리 끼라고…..또….잃어버릴라….”
세하가 왼팔을 쓱 내밀자 정미가 멍하게 있다가 환하게 웃으며 세하의 팔을 와락 안아서 팔짱을 낀다.
그 모습에 세하도 미소를 짓고는 정미와 함께 영화 라인업을 보러 간다.
“흐음….정미야. 너 뭐 볼래?”
“으응?내…내가 골라도 돼?”
“당연하지. 데이트 주체는 너잖아. 골라도 돼.”
세하의 말에 정미가 라인업을 보다가 곧바로 손가락으로 하나를 고른다.
“그럼 저거 볼래?”
정미가 딱 봐도 로맨스 영화인 것을 고르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통했네.”
“어?”
“나도 궁금했거든. 저 영화.”
세하가 웃으면서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자 크게 움찔하는 정미.
‘쓰…쓰다듬고 있어…세…세하가 어제 유리한테 했던 거 처럼 쓰다듬고 있어!!!!!어제 그렇게 부러워 했던 걸 지금…지금 나한
테도 해주고 있어!!!!’
정미가 행복한 듯 미소를 띄우자 세하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이…이렇게 해주는 거….마음에 들어?”
“히히히히…..응…..되게 좋아….”
정미가 팔을 껴안은채 볼을 부벼대자 세하가 긴장한 나머지 팔을 뻣뻣하게 한 채로 어색하게 티켓구매대로 정미와 함께 걸어
간다.
“어서오세요 어떤 걸로 해드릴까요?”
“아….저 월하 소나타로 2시꺼로 두 개 주세요.”
“아….죄송한데 2시에 같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으신데 괜찮으시겠어요?”
직원의 말에 정미가 아쉽다는 표정으로 세하를 보고는 직원을 보며 말한다.
“아…그러면 일단 2시 상영되는 거 그나마 제일 가까운 두 자리….”
“그럼 그 다음 시간 꺼로 두 자리 붙은 걸로 주세요. 제일 잘 보이는 장소로요.”
“세하야?!”
정미가 놀란 눈으로 세하를 보자 세하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정미에게 말한다.
“난 너랑 데이트 나온 거야. 옆에 같이 앉아서 영화 안 보면 무슨 의미가 있어?”
세하의 말에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고….고마워….”
“자 그럼 그 다음 시간인 5시 꺼로 잡아드리겠습니다. 쿠폰이나 할인카드 같은 거 있으신가요?”
“아, 없습….”
“여기요!”
정미가 핸드백에서 케롤리엘이 준 쿠폰을 턱 카운터에 내려놓자 세하가 신기한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며 말한다.
“너 쿠폰 가지고 있었어?”
“히힛~케롤언니가 줬어. 나중에 너랑 데이트 할 때 쓰라고~”
정미가 기분이 좋은지 배실배실 웃으며 말하는 그 때….
“저….손님….”
“네?”
“이 쿠폰…..여기서 사용할 수 없는 건데요…?”
“네?!”
직원의 말에 정미가 황급히 쿠폰을 돌려받아 확인하니 여기가 아닌 다른 영화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쿠폰이다…..
쿠폰을 받아들고 당황해하는 정미를 보며 세하가 피식 웃더니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며 말한다.
“그럼 이걸로 결제해주세요. 일**로요.”
“네. 감사합니다. 여기 서명해주세요.”
직원의 말에 서명을 하고 티켓을 받아 정미를 데리고 나오자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미안해, 세하야….나…나중에 내 몫은 줄게….”
“됬어….표 값은 원래부터 내가 내려고 했어.”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자 정미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
“그…그러면 저…점심은 내가 살게!저…점심 안 먹었지?”
“난 안 먹었지. 너는 먹었어?”
“나…나도 안 먹었어….그…그럼 돈까스 먹을래?요 밑에서 유리랑 잘 먹는 집 있는데….”
“그러자, 정미야.”
두 사람이 웃으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려는 순간 세하가 옆을 보고 멈칫한다.
그곳은….
“오늘은 안 진다!!!”
“웃기시네!오늘도 내가 이긴다!!!”
세하가 좋아해 마지않는 게임들이 잔뜩 있는 오락실…..
그 모습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조금 놀다 갈래?”
“……..”
“너…너도 하고 싶은 건 해….나한테 맞추려고 하지 말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한번 뚫어져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아니. 밥 먹고 할 거야.”
“어어?게…게임을 먼저 안 하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우리 지금 데이트 중이잖아. 좀 미뤄도 상관없는걸?”
세하의 말에 정미가 팔을 꼭 잡으며 말한다.
“오락실 먼저 가도 되는데….”
“내가 배고파서 그래. 배고프면 돈만 날리는 걸?”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정미를 데리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하자 그들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2명의 소녀들이 그들
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처…천하의 이세하가 오락실을 넘겨버리고 식사 데이트를 먼저 택했어?!”
슬비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하자 유리가 웃으며 말한다.
“아하하하하~우리 세하 슬슬 철 드는 가본데?”
“칫….진작에 철 좀 들지….”
슬비가 뭔가 아쉽다는 듯 혀를 차자 유리가 웃으며 말한다.
“사랑을 하면 변한다더니 진짜 변하나보네?”
유리의 말에 슬비가 한숨을 쉬며 손짓을 한다.
“빨리 쫒아가기나 하자. 저 답답이 커플 또 이상하게 삽질할까 걱정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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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들이 그들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사이 두 사람은…..
“……..”
“……..”
한 마디 말도 없이 팔짱만 낀 채로 걸어가고 있다.
‘어…어색해….뭐…뭐라고 이야기 해야 이 어색한 분위기가 풀릴까….’
정미가 팔짱을 꼭 낀 채로 속으로 생각한다.
‘이…일단 데이트 하자고 지르고 이…이렇게 파…팔짱도 꼈는데…..왜…왜 이렇게 어색한 거지?!워…원래대로라면 지금쯤이면
조금은 부…분위기가 말랑말랑 하게 될 텐데?!’
정미가 슬며시 세하를 보자 세하가 뭔가를 생각하는지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도 못 챈 채 걷는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혹…혹시….나…나랑 데이트 하는 거….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거야?괘…괜히 나왔다고 생각하는 거
는….아니겠지?’
정미의 머리 속에 불안감이 생기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조용히 말한다.
“세…세하야…?”
“응?!왜…왜 정미야?!무…무…무슨 일이야?!”
세하가 화들짝 놀라며 답하자 정미가 그 모습에 작게 웃음을 짓고는 말한다.
“바보야. 뭘 그렇게 놀래?”
“아….그…그냥….새…생각을 좀 하고 있는데 네가 말을 걸어서…..”
“무슨 생각 중이었는데?”
“어어?”
정미의 질문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정미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세하를 보며 묻는다.
“무슨 생각 하고 있었는데?”
“그….그게….”
세하가 계속 시선을 회피하며 대답을 피하자 정미가 팔짱을 끼고 있는 팔을 꼭 잡으며 말한다.
“호…혹시…나…나랑 데이트 하는 거 싫다고….생각하는 거야?”
“무….무슨 말이야?!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해?!”
“그럼 무슨 생각 중이었는데?”
정미의 질문에 세하가 시선을 피하다가 정미를 붉어진 얼굴로 보며 말한다.
“이…이 데이트….되게 좋다고….생각하고 있었어…..”
“어?”
“너…너랑 데이트 하는 거….좋다고…정미야…..”
세하의 말에 정미의 얼굴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빨개지더니 세하의 팔에 얼굴을 묻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조….좋아?나랑….데이트….하는 거….?”
“으응…..”
세하가 민망한지 볼을 긁적거리며 말하자 정미가 말 없이 있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그…그러면 하…한 가지만…더 물을게….”
“어?으응….무…물어봐….”
세하의 말에도 불구하고 정미가 무언가 망설여지는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세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나…나랑 데이트 하는 게….유…유리랑 했던 거 보다…..좋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왜…왜 그런 걸 물어…..사람…민망하게….”
“대답해줘…..나랑 하는 데이트가 좋아, 유리랑 하는 데이트가 좋아?”
정미가 불안한 눈빛으로 세하를 보자 세하가 시선을 회피하고 정미에게 말한다.
“......너랑 하는 이 데이트가 더 좋아, 정미야….”
세하의 말에 정미가 멍하게 세하를 보다가 다시 얼굴을 붉히더니 그의 팔을 퍽퍽 치며 말한다.
“바…바…바…바보야!!그…그런 오그라드는 말을 바…밖에서 하면 어쩌자는 거야?!사…사람들이 다 듣잖아!!”
“대…대답하라고 한 건 너잖아…..”
세하의 말에 정미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세하를 데리고 앞으로 전진한다….
이내 두 사람이 횡단보도에 서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흐으….”
정미가 추운지 팔을 비벼대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한다.
“정미야 추워?”
“으응….오늘 평소보다 많이 춥다고 하던데….역시 바람이 좀 쌀쌀하네….빨리 가게로 들어가야겠어.”
정미가 팔을 쓱쓱 비비면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조용히 말한다.
“정미야. 잠깐만….”
“응?”
정미가 세하를 보자 세하가 자신의 자켓을 벗어 정미에게 입혀주고는 세심하게 지퍼를 올려주며 정리해준다.
“세…세하야?!뭐…뭐하는 거…”
“추워보여서 말이야. 난 조금 덥거든.”
“그….그래도….”
정미가 자기보다 큰 치수의 옷에 싸여서 웅얼거리자 세하가 웃어주며 말한다.
“나 안 추워. 능력도 불 쓰는 거라서 춥지 않아.”
세하가 상냥하게 웃어주자 정미가 세하의 팔을 다시 폭 껴안으며 말한다.
“고…고마워 세하야…”
“뭘….아. 파란불이다. 가자 정미야.”
“응!”
정미가 귀엽게 미소를 지으며 종종걸음으로 따라오자 세하가 속으로 중얼거린다.
‘아….심장 아파…..오늘따라 왜 저렇게 귀여운 거야…..지…진짜 계속 버티고는 있지만….너…너무 심장 아프게 하잖아!!!’
세하가 힐끗 정미를 보자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자신의 팔을 꼭 껴안고 있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물론…..정미는…..
‘으으….어떡해….세…세하 미소가 자…자꾸 생각나서 자…자꾸 웃게 되잖아…..게…게다가 옷에서….내가 좋아하는 세하의 향
이 나서….계속 심장이 크게 뛰게 되잖아….!!!’
아까전에 세하가 한 행동으로 인해서 거의 생각불가 상태다….
이윽고 횡단보도를 건너 정미가 말한 집으로 들어간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만다.
“왜….왜 웃어?”
“여기 자주 와?”
“그…그렇지….유리랑 이 근처에 놀 때는 이 집을 자주 오긴 하는데….왜?”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도 여기 자주 오는데.”
“너…너도?!”
“응. 자주 오거든. 뭐….오는 멤버라고 해봤자 우리 게임멤버들이나 부모님이나 석봉이 정도지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다…다행이다….세하가 여기 데리고 오는 여자가 어머님뿐……잠깐….게임멤버들?!’
“저…저기 세하야….게…게임 멤버들…..이라는 게…..”
“응?아. 그냥 내가 하는 게임 하는 사람들. 남자들뿐이야.”
세하의 말에 정미가 정말로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휴우…..중간에 여자멤버가 끼어있을 줄 알고 식겁했네….견제 대상이 늘어나는 것만큼 싫은 건 없으니까….’
때마침 자리가 마련되서 두 사람이 식탁을 중앙에 두고 마주 앉는다.
“웃차…..어디보자 오늘은 뭘 먹어볼까….”
익숙한 듯 세하가 메뉴판을 뽑아 식탁에 펼쳐놓자 정미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메뉴판을 보며 말한다.
“정식 두 개 시키고 돈까스 큰 거로 하나 시켜서 나눠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럼 우선 난 평소에 먹는 로스까스 정식으로 먹어야겠다.”
“어?너…너도 그거 먹으려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너도 로스까스 정식 먹으려고?”
“으응….나도 그걸 제일 좋아해서….”
정미가 눈을 못 마주치며 고개를 떨구자 세하가 작게 웃고는 정미를 보며 말한다.
“식성은 비슷한가보네 우리…”
세하의 말에 정미가 크게 움찔하더니 고개를 들고 세하를 보자 생글생글 세하가 웃으며 답한다.
“나도 로스까스 정식을 좋아하거든. 지금까지 몰랐는데 우리 비슷한 점도 좀 있는가본데?”
“그…그…그런가아아….”
정미가 다시 눈을 피하자 세하가 식탁을 두드리며 말한다.
“정미야. 이제 따로 시킬 돈까스 골라야지. 정식만으로는 배 안 찬다?”
“어?!어어….뭐…뭐…뭐 먹지이이….”
정미가 당황한 눈빛으로 메뉴판을 집어들고 유심히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치즈왕돈까스를 고른다.
“이…이거 먹자…..두 사람 먹기에는….좋지 않을까?”
“헤에….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정미는….”
세하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정미를 보자 정미는 세하가 자신을 놀리는 거라 생각했는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싫어?”
“응?”
“어…어린이 같은 식성이라…..싫어?”
정미가 눈물이 금방이라도 맺힐 것 같은 눈빛으로 세하를 바라보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니, 전혀. 오히려 더 좋은데?”
“에…에에?!”
정미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세하가 웃으며 말한다.
“나도 식성 면에서는 어린애 같은 부분이 적지 않아서 오히려 더 좋은데?”
세하의 말에 정미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를 본다.
이윽고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아가자 세하가 대각선 상을 힐끗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어….어디가?”
“잠시 화장실. 금방 갔다올게. 네 꺼가 먼저 나오면 먼저 먹고 있어도 돼.”
“으응….다녀와….”
정미의 말에 세하가 살며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핸드폰을 꺼내 들고 누군가에게 문자를 한다.
[거기서 뭐하냐, 바보 스토커 듀오.]
문자가 전송되고 도착한 곳은…..바로 가게 안, 세하의 대각선 상에 앉아 있는 테이블 위의 핸드폰이다.
핸드폰의 주인이 그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답장을 한다.
[그게 무슨 말이야?난 너 못 봤는데?나 오늘 책 사러 서점왔는데, 설마 너 서점 왔어?]
문자가 전송되고 문자를 확인한 세하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하여간에 거짓말에 서툴러, 우리 대장님….”
‘뭐…두 사람이 내 주변에 있다고 해서 이 데이트를 포기 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세하가 핸드폰을 집어넣고 화장실을 나와서 정미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가자 정미가 돈까스를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다.
조용히 다가가던 그 때 정미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에 걸음을 멈추는 세하.
“….긴장하지말자….긴장하지말자…..긴장하지말자….세하 앞에서 똑바로 하고 싶은 말 다 하자…..”
정미의 중얼거림에 세하가 뒤에서 작게 웃고는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긴장했어, 정미야?”
“핫?!”
정미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더니 세하를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군다.
“드….들었어?”
“응. 어쩌다보니 타이밍 좋게 들어버렸어.”
“아우우….”
정미가 귀여운 소리를 내며 고개를 떨구자 세하가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나저나 먼저 먹으라니까?내가 언제 나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어….?”
“그…그래도오….데이트잖아…..가…같이 먹고 싶어서….”
정미가 부끄러운지 시선을 피하며 말하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래도 기다려줬으니까 소원 하나 들어줄께.”
“소원?”
“응. 아무거나 하나 들어줄게.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세하의 말에 정미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무언가를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떨군다.
‘아….안돼….그….그걸 시키면….세하도 부끄러워 하겠지만….내…내가 더 부끄러울 거 같아…’
정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생각을 지워보려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지 고민에 빠진다…
한참을 끙끙거리던 정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아직은 못 정하겠어….조…좀 있다가 해도 되지?”
“얼마든지. 아. 밥 먹자. 식겠다.”
세하가 웃으며 칼을 들어 돈까스를 슥슥 자르고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좋다…..내가 자주 오는 돈까스 집에,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 그리고…..’
세하가 살며시 정미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좋아하는 정미가 있으니까….’
그때….
“히잉….이거 왜 이렇게 안 잘려?”
정미가 낑낑거리며 돈까스에 대고 열심히 헛손질을 하고 있는 장면이 세하의 눈에 보인다.
‘빠…빨리 잘라야하는데….빨리 잘라야…..세하한테 소원을 핑계삼아서 먹이고 먹여달라고 할 수 있는데!!!’
마음이 급해지니 더 헛손질이 되어가고 그럴때마다 정미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것처럼 급격하게 흔들린다.
그 모습을 세하가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를 부른다.
“정미야.”
“어?!왜..왜 세하야?!”
“그거 줘. 그거 좀 질긴 거 같은데, 내가 먹을게. 넌 내 꺼 먹어. 다 잘라놨어.”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의 돈까스를 바꾸자 정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어버버 거리더니 고개를 숙이고 후다닥
먹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세하가 걱정되는 눈으로 정미를 보며 말한다.
“저…정미야…그…그렇게 빨리 먹으면 체 할텐……”
“나….난 괜찮아 걱정….콜록!”
정미가 급하게 답을 하다가 목에 돈까스 조각이 걸렸는지 기침을 하자 세하가 컵에 물을 부어서 정미에게 먹인다.
“빨리 마셔, 빨리 넘겨야 안 아파.”
세하의 말에 정미가 황급히 물을 받아 마시자 다행히도 큰 조각이 걸리지는 않았는지 금방 진정되는 정미.
“콜록콜록…..고…고마워 세하야….”
“뭘 그렇게 급하게 먹어….”
“무…묻지 마!!그냥 갑자기 배가 고팠을 뿐이야….”
정미가 시선을 회피하며 말하다가 세하를 흘끗 보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세하를 부른다.
“세….세하야….”
“응?”
“…….너….너는 데…데이트 하는 것 볼 때….뭐…뭐가 제일 부러웠어?”
“….갑자기 그건 왜?”
“이….일단 대답이나 하라고!뭐….뭐가 제일 부러웠어?”
정미의 말에 세하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굳이 말하자면….서로 먹여주는 게 제일 부럽긴 했지. 뭐…..나도 직접 하고는 싶지만 실제로 하면 되게 오글거릴 것 같
지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말 없이 돈까스를 보다가 세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묻는다.
“…….까?”
“응?”
“………..해…..해줄….까?”
정미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정미가 부들부들 떨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시 말한다.
“머….먹여주는 게 부…부러우면….해….해줄까?”
“어?!”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정미가 돈까스를 하나 집어서 세하에게 내민다.
“자…..자....머….먹어….”
정미가 떨리는 목소리로 돈까스를 내밀자 세하가 멍하게 있다가 정미가 내민 돈까스를 먹는다.
‘이건 예상 못했는데…..저…정미가 먼저 이런 걸 해 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이 안됬는데…..무슨 바람이…분 거지?’
세하가 정미의 모습에 의문을 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에서 올라오는 행복감에 피식 웃으며 생각한다.
‘뭐 어때…..지금은 이 상황을 즐기자…..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나한테 잘 대해주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우물우물거리며 정미가 준 돈까스를 먹은 세하가 정미를 보더니 조용히 자신의 돈까스를 집어서 정미의 접시에 놓아준다.
“왜….왜 나한테 줘?”
“그야….네가 먹을 걸 나한테 줬으니까 돌려줘야지….”
“바….바보야….그….그 뜻이….아….아니라….”
“응?”
정미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망설이는 듯 하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왜….접시에 두냐고….난…..먹여줬는데…..”
“그 말….은?”
“머….먹여달라고, 이 바보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더니 방금 올려두었던 돈까스를 집어서 정미에게 내민다.
“자, 아 해.”
“……..아…..”
정미가 얼굴을 붉힌 채 입을 벌려 돈까스를 집어먹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어색하게 움직인다.
“어디 가?”
“화….화장실…..자…잠깐 다녀올게…”
정미가 황급히 자리를 뜨자 세하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으며 중얼거린다.
“어후….심장 터지는 줄 알았네…..”
세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린다.
“더 이산 반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더 반할 수 도 있구나……”
세하가 이렇게 오글거리는 말을 하고 있는 이 때…..두 소녀는 손을 오그라뜨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으아아아아아아….저….저….혀를 그냥!!!”
“참아, 슬비야. 진정해!우리 이미 의심받고 있어!”
“아오….저걸 때릴 수도 없고….아오….”
슬비가 주먹을 부들부들 거리며 세하를 노려보자 유리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막는다.
“어후…..아무리 사랑을 하면 변한다지만….이건 너무 하잖아, 이세하….”
슬비가 뭔가 원망섞은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유리가 슬비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며 중얼거린다.
“슬비야….”
한편….
화장실 간다고 들어간 정미가 화장실에 앉아 연신 손부채질을 하며 속으로 중얼거린다.
‘어…어떡해….두…두근거리는 게 안 멈춰…..그…그리고 왜…왜 이렇게 얼굴을 화끈거리냐고…?!지…진정해야하는데…..진정
해야하는데...아…아까 전에 세하의 얼굴이 계속 생각이 나냐고오오!!!’
정미가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계속 만지작 거리며 중얼거린다.
“이러면 좋아하는 게 티 나서 너무 창피하잖아…”
얼굴을 만지작거리던 정미가 손을 떼고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심호흡을 한다.
“후우….후우….좋아….돌아가자…”
정미가 심호흡을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가려는 그 때 눈에 띄는 머리색에 시선이 멈춘다.
‘분홍색 머리….?분홍색 머리가 흔치는 않은데….’
정미가 멈춰서 슬비가 있는 장소를 보다가 앞에 있는 유리의 모습을 보고는 당황한다.
‘왜…왜 이슬비랑 유리가 여기에 있는 거야?!자…잠깐만….쟤들이 저기 있다는 건….우…우리가 하던 것도 봐….봤다는 말인
데?!’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자리로 돌아와 앉자 세하가 갸우뚱한 표정으로 정미를 보며 묻는다.
“왜 그래, 정미야?”
“……..”
정미가 옆을 흘긋 보더니 휴대폰을 꺼내 조용히 문자를 찍어 보여준다.
[옆에 슬비랑 유리가 있어….어떡하지?]
그 모습에 세하도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문자를 찍어 보여준다.
[알고 있었어, 정미야.]
[알고 있었다고?]
[응, 화장실 가기 전부터 너무 눈에 띄어서 말이야.]
[그럼 어떻게 할 거야?그냥 여기서 데이트 끝내고 다른 날에 할까?]
[왜?]
세하의 마지막 문자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왜냐니….다른 애들이 있어도 상관없어?”
“애들이 있다고 해서 난 데이트 포기 할 생각 없어, 정미야.”
세하가 미소를 짓더니 평소보다 진지한 눈으로 정미를 보며 말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네가 나한테 먼저 신청해준 데이트야. 쉽게 포기하기 싫어.”
물론 그 말에….
“바….바….바…바보오….”
간신히 진정시킨 정미 얼굴이 홍당무가 되버렸다는 거지만.
“그….그 말….되게 오글거리는 거 아니?”
“으으….그래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싶었으니까….”
잘 말하던 세하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한다
‘아….아까 그 말은 호감도가 떨어지는 선택지였나….다른 말 할 걸 그랬나…’
“……그….그러면….”
“응?”
“그….그렇게 포…포기 못 할 거면…..”
정미가 붉게 물든 얼굴로 세하를 보더니 조용히 말한다.
“오….오늘 확…확실하게 에스코트 해….아…알았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멍하게 있다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여부가 있을까요, 공주마마.”
“…..에?”
정미가 베터리 다 된 장난감 처럼 정지하자 세하가 멀뚱멀뚱 정미를 보며 묻는다.
“왜 정미야?”
“지….지….지금 나…..나…..나보고 뭐….뭐라고?”
“공주마마 라고 했는데……혹시 싫어?”
“시….싫은 건 아닌데에….”
정미가 시선을 회피하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애…애들 앞 있는데에…..”
정미의 말에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호탕하게 웃고는 정미를 보며 말한다.
“그게 이유였어?”
“다….당연하잖아!!누…누가 고…공주마마 라는 말을 듣고 이렇게 행동 안 하는데?!”
“흐음….그래?그럼 호칭은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호칭?무슨 호칭?”
정미가 멀뚱멀뚱 세하를 보며 묻자 세하가 웃으며 말한다.
“뭐긴 뭐야 너랑 사귈 때 부를 네 호칭이지.”
그 말에 정미가 멈칫 하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돈까스를 먹기 시작한다.
세하도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숙이고 돈까스를 마저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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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후…..
두 사람이 밖으로 나오며 대화를 나눈다.
“으음….역시 이 집 돈까스는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져서 좋단 말이야....”
세하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배를 문지르자 정미가 쿡 하고 웃으며 말한다.
“푸흡….그렇게 만족스러워?”
“응. 만족스러워. 너랑 데이트 하는 것도 만족스럽고.”
세하가 씩 웃으며 말하자 정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럼 계속 어울려줄 테니까 다음 코스로 안내해줘.”
“당연하지. 에스코트 확실히 해줄게. 가자.”
세하가 웃음을 지으며 먼저 걸어가려고 하자 정미가 뒤에서 세하를 부른다.
“세하야.”
“응?”
“…..뭐 빠진 거 없어?”
“응?내가 뭐 두고 왔어?”
세하가 자신의 주머니를 확인하며 정미에게 말하자 정미가 툭툭 신발로 땅을 건드리며 웅얼거린다.
“…..바보오….”
정미가 세하를 흘긋 보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며 웅얼거린다.
“에스코트 해준다면서….팔짱 끼자는 소리도 안 하고 먼저 가버리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정미에게 다가오더니 정미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한다.
“그렇게 팔짱 끼고 싶으면 말을 하지….”
“그…그렇게까지 팔짱 끼고 싶었던 건 아니거든?!그…그…그래도 데이트 중이고….그리고 아까 네 입으로 말했잖아!에스코
트…해준다고….”
정미가 시선을 회피하며 팔짱 낀 팔을 꼭 껴안자 세하가 정미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한다.
“하여간에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너는…”
“모….몰라, 이 바보야! 빠…빨리 가기나 해!”
정미가 팔짱을 끼고 앞으로 세하를 당기자 피식 웃으며 세하가 따라간다.
이윽고 두 사람이 백화점으로 들어가자 아까보다는 한산해진 백화점의 모습에 세하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휴우….아까보다는 사람이 좀 적네….”
“그러게….이제야 좀 편안하게 너랑의 데이트를 즐길….합!”
정미가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다가 자신의 입을 급하게 막는다.
‘모….못 들었겠지…?어…언제나 이런 말은 못 듣는 세하니까…..’
정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하를 보는 순간….
“크흠…..”
헛기침을 하며 얼굴을 붉히고 있는 세하를 발견하고는 헉 하고 숨을 들이쉰다.
“서….설마 세하야….드….들었어?!”
“크흠…..드….들었는데….”
세하의 말에 어디선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급격하게 얼굴이 빨개지는 정미….
“아우우우……”
정미가 세하의 팔에 얼굴을 묻고 이상한 소리를 내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묻는다.
“저…정미야?”
“우으으……”
“이….일단 뭐라도 마시면서 얼굴 좀 식힐래?”
세하의 말에 정미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미를 데리고 바로 윗층에 있는 푸드 코너에 있는 커피숍에서 간단하게 아이스
커피 두 잔을 사서 빈 자리에 앉는다.
“………”
“………”
“……….”
“.............”
한참을 말 없이 커피만 들이키던 정미가 세하를 흘긋 보더니 말한다.
“…..세하야….”
“으응?!ㅇ…왜 정미야?!”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쿡 하고 웃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게 긴장하지 말구. 그냥 묻고 싶은 게 있어서…..”
“뭐….뭔데?”
세하의 말에 정미가 시선을 회피하며 묻는다.
“너…너는….가슴이 큰 게….좋니?”
“뭐?!”
세하가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커지자 정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세하를 진정시킨다.
“모…목소리가 크잖아?!조…조용히 해!”
“아…미…미안….놀래서 말이야…”
세하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하자 한숨을 쉬고는 세하를 보는 정미.
“그래서…..너는….어때?.....가슴이 큰 여자가….좋니?”
“……..명백하게 누군가를 저격하는 거 같은데 말이지….”
“그….그런 거 아니거든?!절대 아니거든?!”
정미의 말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남자들은 대부분 크면 저절로 눈이 돌아가지.”
“여….역시…..”
정미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자 세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나 아직 말 안 끝났는데…..”
“어?”
“…….크면 눈이 돌아가기는 하지만….그게 가장 큰 이유가 되지는 않아, 정미야.”
“…..그러면…..너는 나 정도라도…..괜찮은 거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헛기침을 하며 말한다.
“마…말했다싶이 나는 사이즈에 연연하지않….”
“대….대답하라고!괘….괜찮냐고….이렇게….크지 않은 사이즈라도….”
정미의 말에 세하가 시선을 피하다가 중얼거린다.
“예쁘기만 한 걸, 뭐…..”
“흐에?”
정미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멍하게 자신을 보자 세하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들리게 말한다.
“예쁘기만 한데 뭘 그러냐…..”
“………바보오…..멍청이이…..”
정미가 고개를 탁자에 소리 나게 부딪히며 엎드리자 세하도 헛기침을 연신 해대며 커피를 마신다….
그 때….
부우우웅….부우우웅….
세하의 핸드폰이 울리고 뜨는 문자는….
[푸른유성님!오늘 레이드 뛰실건가요?]
자신이 플레이 하는 게임의 팀원의 문자다.
[아 죄송합니다.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접속 못 할 거 같네요. 다음에 불러주세요.]
[아 그렇구나. 알겠습니다!그럼 다음에 공대 모집 때 또 연락드릴게요.]
[네. 수고하세요.]
문자를 마친 세하가 핸드폰을 내려놓자 정미가 볼을 부풀린 채로 세하를 보고 있다.
“……누구야?”
“게임 멤버. 끝났어, 대화.”
“무슨 대화 했는데?”
“별 거 아니야. 나중에 게임 참가 할 거냐고 묻더라고.”
“…….참가 한다고 했어?”
“내가 왜?”
“응?”
의외의 발언이라는 듯 정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나 너한테 얼마나 중독으로 보였길래 그런 반응이냐…..”
“…..게임중독 말기?”
“……심각하네, 내 이미지….”
세하가 한숨을 쉬며 커피를 마시려는 그 순간 다시 잠잠하던 세하의 휴대폰이 울린다.
부우우웅….부우우웅….부우우웅….
“이번엔 또 누구…..아 엄마구나.”
“어머님?”
“응. 꼭 출장가시면 전화하시거든…..”
꾹 하고 기판을 누르자 어둑어둑한 방의 모습과 함께 지수의 모습이 보인다.
“아~~들~~”
“네 엄마. 이제 주무시려고요?”
“응응!이제 시차차이가 좀 있으니까 거긴…..낮이겠네?”
“네네. 맞습니다.”
“흐흐~정미랑 데이트는 잘 되어가?”
“어…엄마가 정미랑 데이트 하는 걸 어떻게 알아?!난 가르쳐준 적 없는데?!”
“히힛~어제 우리 정미를 꼬드겨서 우리 아들 좀 데려가라고 말했지롱~”
지수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보며 묻는다.
“정미야. 너 어제 엄마 만났어?”
“응. 어제 만나뵜어.”
“……또 쓸데없는 이야기는 안 하셨겠죠?”
“응?어떤 이야기?”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죠 엄마?”
“히힛~우리 아들 삐졌어?”
“…..하아….그냥 제가 포기하렵니다….평소의 엄마한테 진지함을 바라는 제가 잘못이죠….”
“히힛~”
지수가 해맑게 웃자 세하도 피식 웃다가 문득 든 생각을 지수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엄마가 영상통화라니…..그것도 휴대폰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걸다니….신기한 일이네….”
“히힛~나는 못해도 아들보다 더 잘생긴 우리 남편이 가능한 걸~?”
지수의 발랄한 발언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진짜 언제쯤이면 엄마가 나이에 맞는 진지함을 얻을 지가 걱정된다 진짜…”
“평생 철 안 들어도 난 상관없는데 말이지.”
화면에 남자의 얼굴이 나타나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네네…..어련하실까요, 아빠. 아빠는 엄마에 관한 거라면 모두 오케이 잖아.”
“흐흐….그만큼 좋은 걸 어떡하니?”
“…..제발 부탁이니까 아들 앞에서는 그런 오글거리는 멘트 좀 하지 말라고요…..”
세하가 질린다는 듯이 말하는 그 때….
“아…안녕하세요….”
정미가 불쑥 세하의 옆에 앉아서 고개를 내밀자 남자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정미를 보며 묻는다.
“응?!아들!그 예쁜 아가씨는 누구냐?!”
“처…처음뵙겠습니다….아버님….저…저는 우정미라고 합니다….”
“아~우리 여보가 이야기 했던 예비 며느리구나~반갑다, 정미야. 나는 세하 아버지되는 이성훈이라고 한단다. ”
“아…안녕하세요….”
“그래그래. 우리 아들이랑 데이트 하는 건 좋니?”
“…….네…..”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말하자 성훈이 크게 웃으며 말한다.
“아들!”
“네?”
“우리 아들 실력 좋은데 하하!!!”
“그게…무슨….”
“이렇게나 예쁜 아가씨랑 데이트도 하고 캬~아빠보다 더 실력이 있는데?”
“…….아빠보다 실력 있으면 저 죽어나거든요…..”
“흐흐흐....그런가? 근데 우리 정미….어딘가 얼굴이 많이 익숙한데….”
성훈이 턱을 매만지며 생각하다가 손가락을 튕기며 말한다.
“아 맞다!그 아가씨구나!아들이랑 나랑 둘이서 백화점에 라노벨이랑 게임 사러 간 날에 네가 보고 갑자기 숨던….”
“아….아빠!!!!!!!!!!!!!!!!!!!!!!”
세하가 당황한 나머지 큰 소리를 내자 성훈이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어, 아들~”
“…..물을 엎지르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잖아요….”
“흐흐흐….아빠는 우리 아들의 연애를 응원하려고 이러는 건데~”
“……고백 한 번 제대로 못하다가 엄마한테 고백받아서 사귀게 된 어설픈 원조 플래그마스터한테 들을 소리는 아니라고 보는
데요…..”
“흐음…..그런가?확실히 내가 왕년에 잘 나갈 때는 플래그 선 여자가 두 자리 후반 때….으악!!!”
“여.보?조.용.히.하.시.죠?”
지수가 성훈을 꼬집으며 딱딱 끊어서 말하자 조용해지는 듯 싶더니….
“그러고보니 아들도 두 자리 수 초반이었지, 플래그 개수가앗!!!!아…아파 여보!!”
또다시 문제 되는 발언을 하는 성훈….
“……이젠 두 분 성격이 동일해지시는 듯한데요….”
“응? 난 원래부터 이런 성격이잖아, 아들?”
“…….엄마처럼 철 없는 성격은 아니었잖아요…..지금은 완전 엄마처럼 철 없는 듯이 보이는 데 말이죠…”
“흐음….좋은 거 아닌가? 좋아하는 사람을 닮아간다는 건?”
성훈의 발언에 세하가 부들부들 떨며 말한다.
“그…그런 느끼한 발언은 두 분 있을 때만 하라고요!!!!할 말 더 없으시면 끊습니다.”
“아, 잠깐만잠깐만~”
지수가 끊으려는 세하를 말리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답한다.
“이번엔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히히히~지금 백화점이지 아들~?”
“그렇죠. 일단은 백화점이죠?”
“히히~그럼 있잖아, 아들~”
지수가 생글생글 웃으며 정미를 한번 보고는 세하에게 말한다.
“데이트하면서 두 사람 커플 파자마 사~”
“커…커플 파자마?!”
“커….커플 파자마?!”
두 사람이 동시에 말하자 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어라라라~두 사람 언제부터 이렇게 마음이 잘 통하게 된 거야~?설마 벌써 진도 끝까지 뺀 거니?”
“아…아니야!!!그런 거 아니야!”
“히히~그럼 천생연분인거네~.”
지수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이…일단은 커플 파자마를 사라는 거죠?”
“응응~데이트 하는 김에 진도도 뺄 수 있을 만큼 빼고~”
“엄마!”
“히히힛~철없는 엄마와 아빠는 지금부터 사랑을 나누러 간다~잘 하면 동생이 생길 지도~?”
“대낮부터 그런 발언 하지 말라고요!!!”
“아들~아빠는 손주를 더욱 기대하고 있다~”
“불난 곳에 부채질에 기름을 붙지 마시라고요, 둘 다!!!”
“히힛~데이트 잘 하고. 그리고 정미야.”
“네, 어머님. 무슨 하실 말이라도….”
“우리 아들이 만약에 우물쭈물하고 있으면 확 먼저 해버려 알았지?”
“네?!”
“흐흐흐…..만약에 밤늦게까지 세하와 단.둘.이. 있게 되는 상황을 가정한 말이지만~히히히힛~”
“어…어머님!!!”
“이크~정미까지 화났다~이쯤에서 통화종료!내일 뜨거운 결과를 보여주길 바래, 두 사람~?”
“엄마!!!!”
“어머님!!!!”
“안녕~”
뚝 하고 통화가 끝나자 남은 것은…….
“…………”
“………….”
엄청난 정적이다.
한참을 말없이 있던 정미가 세하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한다.
“저기….세하야……”
“으응?!ㅇ…왜 정미야?!”
“………..갈래…?”
“응?”
“……커플 파자마….사러 갈래?”
정미의 말에 세하의 눈이 흔들리자 정미가 옷깃을 꼭 잡으며 말한다.
“너….너랑 커플 파자마 하는 것도….나쁘지는….않으니까….”
정미의 발언에 세하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자 정미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일어선다.
이내 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두 사람이 파자마를 파는 가게로 들어가자 점원이 그들을 반긴다.
“어서오세요~커플 파자마 보러오셨어요?”
“아, 네!”
“후훗….귀여운 학생커플이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나이가 어느 정도 있어보이는 점원이 안내한 곳으로 따라가자 파자마들이 줄줄이 진열된 채로 놓여져있다.
“저기….저희가 이런 걸 사 본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추천 해 주실 수 있나요?
정미의 말에 점원이 웃으며 답한다.
“후훗….당연하죠. 어디보자….우리 아가씨한테 어울릴 만한 파자마가…”
점원이 파자마를 유심히 보더니 하나를 꺼내서 정미에게 보여준다.
“이게 제일 잘 어울릴 듯 하네요. 귀엽고 예쁘장한 게 학생한테 어울릴 거 같은데?”
“그….그런 가요…?”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옷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살피자 그 모습을 보던 세하가 말한다.
“저기 이거 한 번 입어봐도 되나요?”
“당연하죠. 입어볼래요?”
“그럼 시착 좀 할게요.”
세하가 그렇게 말하며 정미를 탈의실로 데리고 가자 정미가 우물쭈물하며 들어간다.
잠시후…..정미가 탈의실 문을 살짝 열고 얼굴만 빼꼼 내밀며 말한다.
“세….세하야아….”
“응? 다 입었어?”
“으응……그…근데에….”
“응?”
뭔가 우물쭈물 거리는 정미의 모습에 세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무슨 문제 있어?”
“…..왜…왠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서….”
“뭐야….일단 나와봐. 내가 보고 결정할게.”
“…..아…안 어울린다고….웃지마....알았지?”
정미가 세하를 흘긋 보고 문을 열고 나온다…..
“어…..때?”
정미가 수줍게 말하자 세하가 멍하게 정미를 바라본다.
“뭐….뭐야…..이…이상하면….이상하다고 말하라고….바보야…안 어울리는 거…아니까….”
정미의 말에 정신이 든 세하가 정미를 보더니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잘 어울리는데?”
“흐에?”
“정말 잘 어울리고…..귀여워보여….”
“ㄱ….귀엽다고?!”
정미가 당황과 부끄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말하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응. 잘 어울려. 나도 그걸로 사야겠다. 괜찮네.”
세하가 정미와 같은 디자인의 남색을 고르자 정미가 세하에게 다가와 말린다.
“세하야 그 색깔 말고….”
“응?”
“…하늘색 입어….남색은 안 어울릴 거 같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더니 남색 옷을 나두고 하늘색 옷을 집어든다.
“자, 자. 그럼 옷 갈아입고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정미가 다시 탈의실로 들어가자 세하가 살그머니 정미가 입었던 파자마와 동일한 사이즈의 파자마를 집어들고 계산대로 가더
니 카드를 내민다.
이윽고 옷을 다 갈아입은 정미가 쪼르르 세하의 곁으로 오자 세하가 웃으며 옷봉투를 내민다.
“짠.”
“응?이게 뭐………..”
정미가 옷봉투를 받아들고 안을 쓱 보고는 경악하는 표정으로 세하를 본다.
“이세하 네…네가 왜 내 옷 까지 사?!”
“계산 편하게 하려고. 따로따로 계산하느니 차라리 내가 계산하고 나중에 너한테 받는 게 훨씬 편하잖아.”
“그…그럼 영수증 잘 챙겨놔…..내 몫 만큼은 반드시 줄 테니까.”
“그런 거 만큼은 철저해….우리 철딱서니 없는 엄마 때문에 그런 건 잘 하거든.”
“알파 퀸인 어머님께 철딱서니 없다고 말하는 건 너 밖에 없을거야….”
“한 명 더 있는데?”
“누구?”
“우리 아빠.”
“그야 아버님은 본인의 아내니까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너는 아들인데….”
“뭐 어때….엄마는 오히려 철딱서니 없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응?”
“뭐라시더라…..’철딱서니가 없는 것은 아직 순수함을 잃지 않은 것이니까 이 철딱서니 없음을 유지하겠다’라고 하셨던가…”
세하의 말에 정미가 쿡 하고 웃으며 말한다.
“어머님도 참…..귀여우시네.”
“일 하실 때나 화 내실때는 산전수전 다 겪으신 여왕님처럼 보이지만 말이지…..”
세하가 정미를 데리고 걸으면서 말한다.
그 때….
잘 걷던 정미가 갑자기 멈추고 어딘가를 뚫어져라 본다
“응?왜 그래, 정미야?”
“………..”
“정미야?”
“응?!ㅇ…왜 세하야?!”
“뭘 보고 있었던 거야?”
정미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보이는 것은 귀여운 하얀 원피스….
정미가 말 없이 계속 원피스를 보고 있자 세하가 살며시 웃으며 말한다.
“들어가서 입어볼래?”
“어?”
“입어보고 싶잖아?들어가자.”
“그…..그래도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어.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정미야.”
“그래도…..나 때문에 너 오락실에 노는 시간 줄어드는 거 아닌가 해서…”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짓더니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게임이야 언제든 할 수 있지만 너랑 데이트 하는 건 흔하지 않은 기회니까.”
“바보오…..”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세하의 팔에 묻자 웃으며 정미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세하.
“어서오세요~찾으신 디자인 있으신가요?”
“저기 쇼윈도에 걸려 있는 원피스가 보고 싶은데요….”
“아~이쪽으로 오세요.”
점원의 안내를 받아 원피스가 있는 곳으로 도착한 정미가 원피스를 집어들고 세하를 보며 말한다.
“어울릴 거 같아?”
“내 생각엔 어울릴 거 같은데 너는?”
“모르겠어…..입어볼까?”
“한 번 입어봐. 기다릴게.”
정미가 흘긋 자신이 들고 있는 옷을 보고 탈의실로 들어가자 세하는 정미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고르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직원이 웃으며 세하에게 말한다.
“여자친구분 옷 고르시나요?”
“아, 네. 근데 좀 고르기 어렵네요….여자 옷을 산 적이 없으니….”
“후훗….그럼 도와드릴게요. 이세하 요원님?”
“….절 아시나요?”
세하의 말에 직원이 웃으며 말한다.
“전 구로지역에 있던 난민 중 한 명이었답니다. 그 때 저희를 구하려고 뛰어다니시는 모습 아직도 기억하거든요, 후훗….”
“아….구로지역에 계셨던 분이셨군요….”
“여기서 만나뵐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에요, 후훗….”
직원이 웃으며 몇 가지 옷을 세하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이건 어떠신가요?여자친구 분한테 어울릴 거 같은데?”
“호오….역시 여자 옷은 여자들이 고르는 게 낫네요….전 찾지도 못했는데.”
세하가 직원이 골라 준 옷을 살펴보다가 탈의실쪽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나저나 정미 왜 안 나오지? 옷이 안 맞나?”
세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탈의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자 안쪽에서 정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정미야.”
“으응?!세…세하야?!”
“왜 이렇게 안 나와….아직 덜 갈아입은 거야?”
“아….아니야….갈아입긴 다 갈아입었어….”
“그럼 밖으로 나와. 어울리는 지 보게…”
“…..아니야. 그냥 원래 옷으로 갈아입고 나갈게.”
“정미야?”
갑자기 다시 갈아입는다는 정미의 말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세하가 다시 말을 건다.
“정미야 왜 그래?”
“…….이 안에 거울이 있는데….”
“응?”
“…….이거 나랑은 전혀 안 맞아…..”
“………”
“쇼윈도우로 볼 때는 예뻤는데…..내가 입으니까…안 어울려….”
“……..정미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금방 갈아입고….”
“정미야.”
세하가 낮게 정미의 이름을 부르자 정미가 대답한다.
“응, 세하야….”
“…..원피스 입고 나와….보고 판단할게.”
“……안 어울린다니까….”
“내가 보고 싶어.”
“어?!”
“…..그 옷 입은 네 모습이 보고 싶어, 정미야.”
세하가 낮은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하자 문고리를 꼭 잡은 채 정미가 갈등한다.
“…….그럼….”
“…….”
“확실히….판단해줘…..어울리는 지….안 어울리는 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물러나자 정미가 문을 열고 나온다….
그러자 이어지는…..
“…..쇼윈도우 모델보다 더 어울리는데요?”
직원들의 찬사와…..
“대박…..연예인이야? 오늘 여기서 광고 찍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시선과….
“……안….어울리지?”
“…….우정미 너 바**?”
“어?”
“…….지금까지 내가 본 네 모습 중에 제일 예뻐.”
세하의 진심을 담은 평가다.
“….거…거짓말….”
“….뭐가?”
“어울린….다고?”
정미가 자신이 입고 있는 원피스 옷자락을 꼭 쥐며 말한다.
“진짜…지?그냥 하는 말….아니지?”
“못 믿겠으면 여기서 입맞춤이라도 해줄까?”
무심결에 튀어나온 본심 섞인 세하의 말에 말한 사람도 듣는 정미도 얼굴이 빨개진다….
“그…그…그럴 필요까지는….없지…않을…까?”
“그…그렇지?그…그…그건 그렇네…..”
세하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야기를 하자 정미가 빨개진 얼굴로 세하를 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어…어쨌든….어울린다는 말이지?”
“으응….”
“그…그럼 난 이거 갈아입고 올게….”
정미가 탈의실로 돌아가자 세하가 숨을 내쉬며 중얼거린다.
“안 어울리기는…..너무 잘 어울려서 나 없을 때 입고 다니지 말라고 하고 싶을 정도인데.”
세하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보기 좋네요.”
“네?”
“두 사람요. 서로 좋아한다는 느낌이 물씬 나서 보기 좋네요.”
직원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렇게 평가받으니까 기분 좋네요.”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짜랍니다?”
직원이 웃으며 세하에게 말하자 세하도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서로 좋아한다…..인가….”
세하가 어딘가 모르게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정미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그 때….
탈의실 문이 빼꼼 열리더니 정미가 세하에게 다가온다.
“다 갈아입었어?”
“응. 근데…..”
“응?왜 정미야?”
“……아니야, 아무것도….다른 옷도 좀 봐야겠다….”
정미가 뭔가 어색한 표정으로 세하의 옆에서 옷들을 골라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몸에 대어본다.
‘…...정미가 어딘가 좀 이상한데….?’
세하가 왠지 모를 부자연스러움에 정미에게 다가가 작게 묻는다.
“정미야,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정말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 일도 아니야, 세하야….정말로….”
‘아닌데….무슨 일 있는 느낌인데….’
그렇지만 계속 물어봐도 정미가 대답을 안 해 줄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세하가 슬그머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피스를 찬찬히
살펴본다.
‘뭐가 마음에 안 든 걸까…..?’
세하가 꼼꼼히 정미의 뒤에서 원피스를 살펴보다가 무언가를 살펴보고는 이해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이게 문제였네….’
세하가 발견한 것은 가격표…..이미 보통사람의 영역을 넘어선 정미의 스펙이지만 그래도 학생의 신분에 가능한 가격은 아니
기에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하긴…..정미가 나처럼 정식으로 유니온에 소속된 지는 얼마 안 됬으니까…..갑자기 큰 금액을 내는 것은 부담스럽겠지.’
“이거 괜찮다~가격도 적당하고 디자인도 괜찮고~”
일부러 밝은 척 하는 정미의 모습에 세하도 웃으며 장단을 맞춘다.
“나름 고르고 고른 건데 마음에 드는 가보네?”
“응!이 정도면 충분해~원피스는 슬슬 추워지는데 지금 사는 건 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미가 일부러 밝게 이야기를 하자 세하가 속마음을 숨긴 채 정미를 탈의실 쪽으로 이동시킨다.
“자,자. 그럼 그 마음에 드는 옷 한 번 입고 나와봐. 맞는 지 확인하게.”
“알았어. 금방 갈아입고 나올게.”
정미가 탈의실로 들어가자 세하가 한숨을 쉬더니 중얼거린다.
“……바보 우정미….너도 거짓말하면 금방 티가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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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원피스가 아닌 다른 옷을 사서 서점으로 두 사람이 올라온다.
“어?세하야….여긴 왜….”
“응? 왜냐니….책 사러 온 건데?”
“읽고 싶은 책이라도 있는거야?”
“뭐….서점을 쭉 둘러보다가 재밌을 거 같으면 읽는 편이라서 들어가서 찾아봐야지.”
세하가 정미와 함께 서점으로 들어오자 옆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우와….쟤들 뭐야….?연예인이야?”
“아, 나 저 남자애 본 적 있어! 쟤 클로저야!”
“클로저가 왜 여기 온 거지?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놀러나온 거 같은데?”
때아닌 시선집중에도 두 사람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신간 코너로 걸어간다.
“흐음…..이거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는 시리즈 물인데 책 안 나온다고 그렇게 말하셨는데 결국 나왔네.”
세하가 라노벨 한 권을 턱 하고 집어들자 정미가 의아한 눈으로 세하를 본다.
“아버님이 좋아하는 시리즈라는 게…..라이트노벨이었어?!”
“응. 우리 아빠는 라이트노벨 엄청 좋아하시거든….정확하게는 책 읽는 걸 좋아하시는 거지만.”
“그래서….네가 소설형식 게임을 좋아하는 구나….”
“뭐…..부정 할 수는 없겠네. 영향이 없진 않았으니까.”
세하가 책을 슥 보다가 정미를 한 번 보고는 말한다.
“정미야.”
“응?”
“나 잠깐 화장실 다녀올게. 여기 있어.”
“아, 그러면 여기 블록 뒤에 작은 카페 있으니까 거기서 보자. 다녀와. 책 보고 있을게.”
정미가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빠르게 정미의 시선에서 멀어진다.
그 모습에 뒤에서 지켜보던 두 소녀들은 갈등에 빠진다.
“어…어떡하지….이렇게 둘로 갈라질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일단 슬비야. 너는 정미 보고 있어. 세하는 내가 쫒아갈게.”
“응. 특별한 대응사항이 있다면 문자로 보내줘.”
슬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리가 황급히 세하가 사라진 방향으로 뒤쫒아간다.
이윽고 유리가 세하를 찾은 곳은….
“여긴……방금 전까지 있던….옷 가게 잖아?”
방금 전까지 정미와 세하가 있던 옷 가게다.
“휴우….정미…눈치 못 챘겠지?”
세하가 한숨을 쉬며 중얼거린다.
“하여간….이상한 부분에서 자기 감정 죽이는 걸 잘한단 말이야, 정미는….”
세하가 방금 전 정미가 입었던 원피스와 같은 디자인의 원피스를 집으며 중얼거린다.
“내가 이걸 샀다는 걸 정미가 알면….엄청 화 내겠지만….그래도….사 주고 싶은 걸…”
세하가 중얼거림을 멈추고 계산대로 걸어가 원피스를 계산하더니 아까 샀던 옷 가방에 집어넣는다.
‘어쩐지 서서히 아빠랑 행동이 비슷하게 변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뭐….괜찮겠지….아빠가 엄마한테 하는 거….그거
은근히 부러웠으니까.’
세하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가게 밖으로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의외의 인물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어이 없는 표
정을 짓는다.
“……나타, 넌 여기 왜 왔어?”
“금수저?! 네 녀석이야말로 여긴 왜…?”
“난 데이트 왔는데?”
세하의 말에 나타가 황당한 표정으로 말한다.
“저 오지랖 넓은 여자랑?”
“그 오지랖 넓은 여자가 정미를 말하는 거야?”
“그래. 그 갈색머리 계집애.”
나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세하.
“너는 뭐하러 왔어?”
“네가 상관 할 거 아니야.”
“상관 할 바는 아니지만 난 뭐하러 왔는 지 밝혔잖아.”
“시….시끄러워!상관 하지 말라…..”
나타가 어딘가 부끄러움 섞인 목소리로 세하에게 쏘아붙이려는 순간….
“나타 님 저 왔………세….세하님?!”
고운 목소리의 소녀가 두 사람을 부른다.
“레비아?네가 왜…..”
“아….저…..그게…..”
레비아가 손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며 말을 안 하자 세하가 피식 웃더니 나타의 어깨를 툭툭치며 말한다.
“수배령 풀리자마자 데이트 시도라니 대담하다 너도….”
“야, 이….”
“데이트 힘내, 나타. 응원할게.”
“야, 금수저!”
“레비아도 데이트 잘 하고 이 녀석 잘 부탁한다.”
“아…..네…….세하님….”
“둘 다 내 말 무시하지 말라고!!!”
나타가 두 사람을 보며 언성을 높이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세 사람에게 집중한다.
그 때….
“레비아?”
“서…선생님?”
정미가 커피를 들고 세 사람의 곁으로 다가온다.
“……뭐야 나타도 있었네?”
“뭐…뭐야, 오지랖 너…..기억이 돌아온거냐?!”
“정확하게는 복구시켰다가 맞는 말이겠지만.”
정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덕분에 생고생 했지만.”
정미의 덧붙인 말에 레비아가 고개를 떨군 채 말한다.
“죄….죄송해요, 선생님….고생시키게 만들어서….죄송해요….”
레비아의 말에 정미가 조용히 다가가 가더니 레비아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됬어. 이렇게 기억도 되찾았으니까 만사 OK 니까. 그리고 그 일은 너희 잘못이 아니잖아.”
“그래도…..일부는….”
“아니. 그건 그 여자가 돌발적으로 한 행동이야. 너희에겐 죄가 없어.”
“서….선생님….”
레비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정미에게 안기자 정미가 레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다가 나타를 보며 묻는다.
“그나저나 너희들도 데이트 온 거야?”
“데…데이트 아니거든, 이 망할 오지랖녀야?!그 계집애가 계속 백화점이라는 곳을 돌아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서 시끄러워
서 데리고 나온거거든?!”
나타의 말에 세하와 정미가 동시에 한숨을 쉬며 말한다.
“후우…..솔직하지 못하기는….”
“후우……솔직하지 못하기는….”
“뭐…뭐야?!둘 다 똑같이 말하기나 하고 말이야…….”
나타가 빨개진 얼굴로 고개를 휙 돌리더니 레비아의 팔을 잡더니 말한다.
“야, 레비아. 가자. 보고 싶은 거 있다며.”
“아…네….아참….세하님 전화번호 주세요. 저번에 까먹고 안 받아서….”
레비아가 웃으며 핸드폰을 내밀려고 하자 나타가 레비아 손을 붙잡고 끌어당기며 말한다.
“금수저 번호는 내가 아니까 빨리 가기 하자.”
“아…..네…..그럼….선생님, 세하님…..두 분 좋은 시간 되시고….다음에 또 임무 때 뵈요….”
“다음 번에 임무 때 합 못 맞추면 썰어버린다, 금수저.”
“왠만하면 이제 이름 좀 불러라, 나타.”
“시…시끄러, 금수저…..오지랖도 금수저랑 잘 놀다 가라.”
나타가 레비아를 데리고 사라지자 정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어후…..어쩜 저렇게 성격이 반대일까 둘은.”
“그래도 그럭저럭 잘 어울리네. 두 사람.”
“그렇지……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었어?화장실 다녀온다면서?”
“다녀왔어. 그 후에 어디 잠깐 들른 거지.”
“응?”
정미가 갸우뚱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옷 가방을 넘긴다.
옷 가방을 받아든 정미가 내용물을 확인하다가 원피스를 발견하고는 세하의 눈을 보며 말한다.
“세하야….이거…..”
“…..이거 사러 잠깐 내려갔다왔는데…..내가 샀다고….화 낼 거야?”
“…….왜 샀어?”
“그야…..너도 마음에 들어했고….나도….그 옷 입은 네 모습이 마음에 들었으니까….”
“말을 할 것이지….왜 혼자서 이런 걸 사 와……적어도 내 몫은 내가 사서 데이트 비용 줄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정미가 옷을 꼭 쥐자 세하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이건 그냥 선물이야. 엄마가 준 선물이 아니라 내가 주는 선물.”
“……그래도 너무 비싸…..”
“그럼 올해 생일선물 대신이라고 하자.”
“….지난 지가 언젠데….”
“지나기 전까지는…..널 잘 몰랐고….챙겨주지도 못했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가만히 서 있다가 세하를 부른다.
“세하야.”
“응?”
“잠깐만 숙여볼래?”
정미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숙이자….
쪽!
무언가 부드럽고 따뜻한 것이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진다.
“정….미야?”
“…..이걸로…옷 사 준 거 때우는 거 아니야….팝콘이랑 콜라도 내가 살 거고….”
“…….”
“이….이건 상이야….말 안 했는데….눈치 챈 상….”
그러더니 빨갛게 물들인 얼굴을 세하의 팔에 묻은 채 말하는 정미.
“이….이제 영화관으로 올라갈까?시간….애매한데…”
“그….그러자 정미야. 올라가서 기다리자.”
이내 세하가 정미를 데리고 올라가려고 하자 정미가 꼭 껴안은 팔을 풀며 말한다.
".....세하야..."
"응?"
정미가 빨개진 얼굴로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거린다.
“…..돼?”
“응?”
“손…..잡아도 돼?”
정미의 말에 세하가 머리에 무언가를 맞은 듯 멍하게 있자 아까보다 더 빨개진 얼굴로 말하는 정미.
“뽀뽀도……해줬는데…….손……잡으면 안돼?”
“어어어?어…..어……”
세하가 당황해서 버벅거리자 정미가 세하의 옷깃을 꼭 잡으며 말한다.
“…..싫어?”
“아….아니야!그…그런 거 아니야!”
“그럼….잡아도 돼?”
“….으응…..자…잡자…..손….”
세하가 살며시 손을 움직여 정미의 손을 잡자 세하의 손에 쏙 들어오는 정미의 손.
“그럼 가…가 볼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말 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하를 따라 올라간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들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두 소녀 뿐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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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월하 소나타를 쓰고 있는 작가 firsteve입니다.
일단...죄송합니다!!!!분량 문제랑 대학교 축제가 겹쳐버려서 업로드가 늦어버렸네요.
아직까지 이 커플의 데이트(라고 쓰고 염장질 이라고 읽는다)가 끝나지 않았지만 이 이상으로 썼다가는 기다려주시는 독자분
들에게 너무 늦게 작품을 보여드리게 되고 그것이 도리가 아닐 것 같아서 일단은 여기서 자르겠습니다.
일단 남은 데이트는 영화관 데이트랑 게임 센터 데이트, 그리고 친척 분들과 세정 커플의 만남과 라스트 신 정도가 남았습니
다.
오늘 운좋게 휴강이 나와서 밤새서 작성하고 지금부터 한숨 자고 일어나서 오늘이나 내일쯤에 하편 마무리 짓겠습니다.
언제나 저의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독자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작가 firsteve 였습니다.
(p.s 이피네아님 빠른 지적 감사합니다 식자 후기를 일어로 덜렁 써놓고 잠들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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