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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마룡왕 접견 스토리] 동정심이 아니라 동질감이었다

작성자
yana
캐릭터
윤리아
등급
결전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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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4.09.19
  • view427

※ 요람런 돌다가 문득 침대 오브젝트 보고 상상해본 썰

※ 퇴고 x















 용의 비가 되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었다.

   

 부부라고 하여도 실로 사랑의 감정으로 맺어지는 부부가 있다고 한다면,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기 마련이었으니까.

   

 아니, 사실 정략혼조차도 지금 자신의 처지에 비하면 과장된 언동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이건 혼인을 빙자한 인질극이었다. 그러나 이것조차도 지금의 자신에게 있어서는 너무도 과한 대우라고 한다면 웃음이 저절로 나오려나.

   

 지혜로운 용의 눈 바깥이라도 나는 날이 온다면 – 그것이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든, 아니면 단순히 용의 변덕에 의해서든 - 자신은 필시 죽을 목숨. 그러나 후회하지 않았다. 그것이 최선의 방도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동생은 누이가 희생할 필요가 없다며 길이길이 날뛰었으나 그녀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곧장 팔에 깊은 상처를 입어 끙끙 앓는 동생을 내버려둔 채로 홀로 용과 독대했다.

   

 한밤중의 기습도 아니었고, 패잔병이나 다름없는 병력도 없이 홀로 자신을 만나고 싶다고 한 그 여인을, 지혜롭고 늙은 용은 기꺼이 맞이해주었다. 아마 그는 그녀가 홀로 자신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벌써 짐작하고도 남은 듯 보였다.

   

 용이 물었다.

   

 -그대는 이 나를 어찌 생각하는가.

   

 그 물음에 그녀는 실로 기가 막혀서 그만 헛웃음을 터트릴 뻔했지만, 간신히 입술이 제멋대로 올라가려는 것을 신기에 가까운 능력으로 막았다.

   

 조용히 항복 선언을 하러 온 자에게, 스스로 인질이 되겠다고 간청하러 온 자에게, 그러니 자신의 일족을 용서해달라고 몸을 굽히는 자에게 하는 질문으로는 정말 맞지 않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답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대는 이 내가 그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은 모양이군.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아버지의 최후는 응당 합당하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용에게 반기를 들은 자의 최후치고 제법 관대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생각은 하되, 실로 진짜로 아버지는 아주 당연한 일을 당한 거라고 느끼지는 않았다. 즉, 그녀는 아주 태연한 얼굴로 용에게 거짓말을 하였다.

   

 들키면 바로 협상은 결렬이 나고 – 그녀만이 필사적일 뿐인 협상이었지만 – 얼마 남지도 않은 그녀의 일족은 정말로 멸문을 당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도 자신의 부모, 그리고 수많은 형제자매들의 품으로 갈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지만, 즉흥적으로 들었던 생각 치고 생각보다 나쁜 것 같지는 않아 그녀는 용이 거절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초탈한 그녀의 태도에 용이 낮게 웃었다. 낮게 웃었을 뿐인데 하도 커다란 몸체 때문에 공간 자체가 웃는 것만 같았다.

   

 -좋다. 그대를 나의 왕비로 맞이하마.

   

 그녀는 용의 이러한 처사가 한낱 변덕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용에게 반기를 든 세력은 몇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선봉에 서 용을 타도하고자 한 것은 자신의 일족이었다. 이론적으로 가장 싹이 노랗기에, 당장에라도 처단하지 않으면 언젠가 커질 불씨가 – 특히 그녀의 이제 하나 남은 동생이 그러했다 - 바로 자신의 일족이었는데.

   

 용이 비를 맞이했고 모든 반역자들에 대해 과한 처분을 내리겠다고 선포한 그 날 밤, 용은 그녀를 따로 찾아갔다. 그녀가 이제 왕비로서 머무를 곳은 왕의 거처와 다소 떨어져 있는 「요람」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왕비는 깜짝 놀라 일어나서 자신의 부군을 맞이했다.

   

 -폐하, 여긴 어쩐 일로…….

 -내 부인에게 긴히 할 이야기가 있소이다.

   

 그녀는 침대의 시트를 주름이 날 만큼 쥐었다. 첫 날 밤. 일단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자들끼리 할 만 한 일이란…….

   

 용은 왕비의 불안을 읽었는지 침착하게 그녀를 진정시켰다.

   

 -걱정 마시오. 내 부인에게는 손끝 하나 대지 않을 터이니.

 -무슨…….

 -우리가 정말로 부부가 될 일은 없을 거라는 소리요.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신음소리를 흘렀다.

   

 이 단말마가 저 작자에게는 어떻게 들리려나. 실망한 것처럼 보이려나.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도대체 무엇에 대해 실망했다고 생각할까. 진정으로 마음에 둔 지아비와 어떤 식으로든 연을 맺지 못한다는 것에 대한 한탄으로 보일까, 그것이 아니면…….

   

 ……복수의 칼날을 겨누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한 자의 한탄으로 보일까.

   

 용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해서 자신의 뜻을 – 이러면 어떻겠소, 라는 권유에 가까웠으나 실상은 차마 거부할 수도 없는 명령이었다 – 피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명목상의 부부라고 하더라도 자식이 있는 편은 좋을 것 같구려.

 -폐하가 저의 같지도 않은 청을 받아들인 이유가 이거였나이까.

 -같지도 않다니. 난 부인의 가치를 아주 잘 알고 있소이다.

   

 용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부드러웠다. 허나 그 안에 담긴 말은 물건을 품평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제야 왕비는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 매우 실감하게 되었다.

   

 -제가 일족 최후의 ‘마녀’이기 때문입니까.

 -그 점은 이제 중요치 않소.

   

 분하지만 용의 말이 맞았다. 이미 그의 손아귀에 언제든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일족 최후의 마녀라는 프라이드도 이제, 용의 왕비라는 이름 아래에 차분히 지워질 터.

   

 허나 용의 충복들로부터 ‘반역자의 핏줄’이라는 오명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터인.

   

 왕비는 힐끗 자신의 침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도 오늘 밤은 이곳에서 보내고 가시지 않겠습니까?

 -괜찮소. 그러고 보니 부인에게 내 이 말을 하지 않았더군.

   

 용이 거대한 옥체를 움직였다. 그의 몸은 이미 요람의 출구 쪽으로 향해 있었다. 그는 그의 왕비를 쳐다**도 않은 채 이와 같이 말했다.

   

 -나는 용이오.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나는 용이오.

 -……숙지하겠습니다.

 -내가 그대와 두 눈을 마주할 날은 없을 거란 소리요.

 -…….

   

 하지만 너무 서운하게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대도 반역자의 딸로 사는 것보단 나의 비로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아니오?

   

 왕비는 용이 떠난 자리를 한참이나 눈을 떼지 못했다.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소리였다. 역시 지혜롭다는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전술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전략의 빈곳을 찌르는 일격에도 노련하게 대응한다.

   

 용은 이미 자신의 안에 내장된 ‘분노’를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기나긴 세월을 부부로 지냈음에도 단 한 번도 침소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을 지새운 적이 없었다. 애초에 용의 체구는 커다랗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 육중한 몸을 조절할 수 있다고는 하였으나, 곧 자신의 크기가 자신의 위엄이라는 이유만으로 단 한 번도 몸의 크기를 줄인 적이 없었다.

   

 설사 그것이 표면적으로는 사랑한다는 부인의 앞에서라고 하더라도.

   

 그 한결 같은 태도에 분명 ‘분노’만을 느껴야 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어째서인지 절대 쓸 일 없는 베개 하나를, 자신의 베개 옆에 소중하게, 매번 가지런히 두는지는 그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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