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이-
분명히 죽었어야 할 소녀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에 차원종은 본능적으로 경계하며 소녀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전신에 자라있는 검은 털을 흩뿌려 소녀에게 날렸다.
“…….”
순식간에 소녀를 감싸는 검은 털.
피할 수 있는 틈 하나 없이 에워싼 검은 털을 소녀가 잠시 노려보자.
크- 크륵-?
소녀를 향해 하강하던 검은 털은 일제히 움직임을 멈췄다.
느려진 것도 아닌 완전히 움직임을 멈춘 채 허공에 놓여있는 검은 털.
“한눈팔 틈이 있어?”
물리법칙을 무시한 채 멈춰선 자신의 털을 보고 놀란 차원종의 앞에 손에 들린 두 정의 환도를 띄우자.
서걱-
키에에에-!!
허공에서 춤추는 두 정의 환도.
주인의 손을 떠나 허공에서 현란한 검무를 선보이는 환도에 차원종은 다섯 꼬리 중 세개의 꼬리를 잃었고, 녀석은 고통에 발악해 어떻게든 환도를 피하려 움직였지만.
“어딜가.”
끼아아아아-!
맨손으로 내지른 소녀의 정권.
그 정권에서 뿜어진 충격파에서 튀어나온 폭음은 귀신의 곡성과도 같은 괴음이었다.
키에엑-!?
강렬한 충격파는 놈의 움직임을 막아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허공에서 춤추던 두 정의 환도들이 기다렸다는 듯 남은 두 꼬리를 잘라내고 외골격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내장을 해 집어 놓고 놈의 입에서 튀어나와 다시금 소녀의 손안으로 들어갔다.
키이익-
내장이 다 해 집어졌을 텐데도 녀석은 쓰러지지 않았다.
쓰러지기는커녕 **가는 순간 가장 환한 빛을 발하는 촛불처럼 맹렬한 적의를 불태우며 남은 무기라 할 수 있는 한 쌍의 거대한 이빨을 드러낸 채 긴 몸통을 빠르게 움직여 순식간에 소녀의 코앞까지 들이밀자 사이킥 무브로 놈과 거리를 벌리려고 하자.
촥-
“윽!!”
그동안 꼬리에 감춰진 녀석의 꽁무니에서 튀어나온 거미줄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게 되자, 생각보다 예를 먹은 먹잇감을 드디어 잡은 것에 입 안에서 흘러나오는 검 보랏빛의 타액.
치이익-!?
지면에 닿자마자 강한 산성을 품고있는 맹독으로 지면을 녹여 버리는 타액이 흐르는 거대한 원형 입을 열자.
맹독의 타액이 묻은 날카로운 칼날 같은 이빨들을 빼꼭히 박힌 입으로 가연을 지면 체로 삼켜버리려 그대로 내리꽂으려는 데-
쩌적-
순간 지네처럼 기다란 몸통에 나 있던 수많은 다리들이 일순간 움직임이 멈추더니 무언가가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무언가가 낀 다리들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이렇게 된 거지 하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왜? 얼어붙을 건 생각 안 했나 봐.”
분명 접착성이 강한 거미줄에 묶여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던 먹잇감이 자신한테 붙어있는 새하얀 알갱이를 털어내면서 멀쩡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곤충은 추위에 약하댔지.”
딱-
“걱정하지 마, 지금 따뜻하게 녹여 줄게.”
손끝을 튕기자 그 끝에 피어오르는 불꽃.
일반적인 불꽃과 달리 검은 빛을 띠고 있는 녹색의 불꽃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길하기 짝이 없었다.
크… 크르르……!?
녀석도 그걸 알고 있는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포식자로서의 강한 자존심이 도망치는 걸 거부한 채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독니와 검은 털을 날리며 부서진 다리를 놔두고 뱀처럼 빠른 속도로 땅을 기면서 달려들었다.
탈선한 채 멈추지 않고 질주하는 기차처럼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차원종.
팍-
“?!”
녀석의 이빨이 닿기도 전에 또다시 가연의 몸에 박힌 검은 털. 그리고 또다시 가연을 덮치는 이명과 사방이 일그러지는 것 같은 감각에 휘청거리자, 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연의 상체에 있는 힘껏 제 이빨을 들이밀었다.
“쿠헉-!?”
내장을 거쳐 뼈를 부수고 근육과 피부를 찢어 튀어나온 독니.
이전엔 어떻게 살아났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입안에서 튀어나온 독니에서 뿜어지는 맹렬한 독과 소녀를 꿰뚫고 있는 독니를 버리겠다는 심상으로 그 농도를 최대치로 끌어 올린 맹독을 죄다 끌어모아 부어버렸다.
치이익-!?
소녀를 꿰뚫고 있던 독니는 뱉어낸 맹독에 녹아떨어졌고, 맹독이 떨어진 지면은 순식간에 녹아내리며 땅이 썩어들어갔다. 그래 저런 맹독을 생물이라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며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녀석을 덮은 타액이 전부 흘러내리기 전까지는….
“이 섬에 들어오고 두 번씩이나 몸을 꿰뚫리네…….”
킹-
“그것도 차원종한테 말이야.”
흘러내린 타액 속에서 드러난 검은 빛이 감도는 녹색의 구체.
맹렬히 타오르는 열기를 품고 있는 검은 빛이 감도는 녹색의 화구,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소녀는 차원종이 내뱉은 맹독에 당하지도 않았는지 멀쩡한 상태로 몸에 박힌 검은 털들을 뽑아내며 그동안 보이지 않던 살기 어린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
일렁거리는 녹색의 구체가 허물어지며 바닥을 적신 다량의 맹독에 옮겨붙어 그 세를 넓히는 중 맹독을 태우는 불길한 검은 빛을 감도는 녹색의 불꽃 가운데에 서 있는 소녀는 아무런 말 없이 그저 손가락만을 움직일 뿐이었다.
“왜 머리가 그렇게 어지러웠는지, 왜 갑자기 몸의 감각이 이상해졌는지 궁금했는데.”
화륵-
“이 깃털 때문이었구나.”
몸에 박혔던 다수의 검은 털을 전부 태워버린 가연은 이제야 좀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다며 굳은 것 같은 몸을 살며시 풀어주곤 가볍게 손짓하자.
키- 키에에-!?
바닥에 옮겨붙은 녹색의 불꽃이 순식간에 차원종의 주위를 감싸 세차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세차게 타오르는 열기에 차원종은 뭔가 공포감을 느끼는지 이전보다 격하게 두려움을 호소하였고, 그런 차원종을 상대로 가연은 그저 어떤 감정도 없는 공허함만이 가득한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사라져.”
화아악-!?
거대한 ***를 벌리듯 치솟아 오른 화염이 게걸스럽게 먹이를 탐하듯 차원종의 전신을 뒤덮으며, 비명을 지르는 녀석의 입 안까지 들어가 남아있는 내장 찌꺼기마저 탐하는 것처럼 놈의 모든 것을 남김없이 먹어 치워버렸다.
“…….”
녀석의 모든 걸 탐한 녹색의 불꽃은 쟤 하나 남기지 않고 집어 삼켜버렸다.
그리고 녀석이 사라진 곳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던 가연의 발밑을 스치는 부드러운 감촉.
키이잉-
“……그래, 그만 가자.”
발밑에 내려놓았던 여우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소녀를 올려다보고 있었고, 그런 여우의 모습을 보고 소녀도 긴장이 풀렸는지 다시 이전처럼 온기가 감도는 따뜻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걱정해 준 여우를 안심시키면서 은하나 루시가 기다리고 있을 갯 바위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
∙
∙
“흠… 역시 실체가 아닌 허상이라 그런지 본체 수준의 기량과 힘은 나오지 않는 모양이군.”
가연이 떠난 지 얼마 안 돼 차원종이 소멸한 자리에 나타난 은발에 옅은 옥빛의 눈동자를 지닌 외눈 안경이 인상적인 중후한 중년미를 풍기는 중년 신사가 쟤 하나 남지 않은 차원종을 언급하면서 이미 모습을 감춘 가연이 향한 방향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헌데, 설마 이렇게 예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질 줄이야.”
아무리 허상이라도 쓰러진 신의 일부 중 상당한 힘을 품은 부분을 구현시킨 것인데-
‘설마 무의식적으로 내 능력의 약점을 파악한 건가?’
뭐,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아무 쓸모도 없을 것 같아 실험체로 버렸던 딸이 이렇게나 훌륭하게 성장해서 돌아올 줄이야.”
아름다운 원석도 아닌 쓸모없는 돌멩이라 생각해 버린 돌이 자기도 모르는 세에 탐욕을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원석이 되어 돌아왔다.
“아비 된 자로서 참으로 기쁘군.”
눈부신 황금에 빛에 눈이 멀어버린 광부처럼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자의 눈은 보이지도 않는 황금을 향해 끝없는 탐욕만을 불태우고 있었다.
다른 섬의 주인의 곤충적 특징으로 모티브 삼은 생물은 거미로는 골리앗 버드이터 타란튤라와 기간티아라는 지네로 전갈일 경우엔 모티브로 삼을 만한 개체를 찾지 못해서 특징적인 공격 패턴을 쓰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오에서 십화 정도 안에 갯바위 마을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질질 끌고 가는 감이 있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실것 같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늘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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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갯 바위 마을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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