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려하게도 싸우는군."
총기에 달린 스코프로 나타와 레비아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티나가 말했다.
"우리가 저기 끼어있었다면 그 여파에서 견디는 것도 힘들었겠어…."
"그러게요. 두 명 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힘이네요. 수 킬로미터는 떨어진 여기까지 그 여파가 느껴지는 걸 보면요."
티나의 말에 하피도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위상력에 놀란 말투로 답했다.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지켜만 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건……. 분하기 짝이 없네요."
바이올렛 또한 이를 느끼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타박하며 입술을 깨물며 분을 삭였다.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마라. 바이올렛. 너는 너만이 가능한 일이 있으니. 그것보다 이제야 왔군…."
바이올렛을 다독이던 트레이너는 멀리서 다가오고 있던 인기척을 느끼곤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곧 그들의 눈에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인영을 포착했다. 하나로 틀어 올린 금발을 흔들며 선두에선 장신의 남자, 볼프강 슈나이더와 그 옆에서 함께 달리는 긴 흑발을 나부끼는 여성, 파이 윈체스터를 확인한 트레이너. 곧이어 볼프강 쪽도 늑대개를 확인했는지 좀 더 속도를 높여 순식간에 그들의 앞에 도달했다.
"후…. 늦어서 미안하군. 사냥터지기팀 1분대 지금 막 도착했다고."
"음. 어서 오게.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군. 무슨 일 있었나?"
"아~그게 오는 길에 갑자기 데스워커 타입의 차원종 무리의 습격이 있어서 말이지. 처리하고 오려다가 수가 너무 많아서 거기는 애들에게 맡기고 우리만 먼저 이렇게 달려온 거지."
볼프강의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이 늦어서가 아닌 그들을 습격했다는 차원종 때문이었다.
"데스워커라면…. 역시 더스트의 짓인가."
"아마 맞을 거야. 우리를 따로따로 분단시켜 하나하나 격파할 심산이겠지. 그것도 레비아를 이용해서."
볼프강의 말에 트레이너도 심각한 얼굴로 긍정했다.
"그렇다면 어서 작전을 서두르도록 하죠. 남겨두고 온 아이들이 걱정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비아 양도……."
작전을 서두르려던 파이였지만 레비아의 이름을 입에 담자 곧바로 침울한 분위기가 되었다. 정의감 넘치는 그녀로선 적에게 세뇌되었다곤 하나 동료를 해하는 것은 절대 내키지 않을 것이다.
"아…. 그 점에 관해서 설명할 말이 있는……?!!!"
이에 트레이너가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려는 찰나였다. 땅이 지진이라도 난 마냥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이…?!"
이에 당황하며 균형을 잡던 그들은 저 멀리서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수 킬로미터는 떨어진 거리에서도 확연히 그 존재를 확인 가능할 만큼 거대한 용형 차원종이 3체나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하나만으로도 도시 한두 개 정도는 쉽게 파괴할 정도의 힘을 내포하고 있는 용들의 모습에 그들은 얼이 빠진 체 멍하니 이를 지켜보았다.
"… 모두 지금부터 작전을 설명한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작전구역으로 다시 돌입한다. 늑대개는 전방에서 주위를 경계하며 전투나 긴급사태에 대비하고 사냥터지기는 후방에서 체력과 힘을 보존하시오."
"""……알겠습니다."""
트레이너의 말에 늑대개들도 정신을 차렸고 사냥터지기도 마음을 다잡고 대답했다.
"그럼 출발하도록 하지. 긴장하도록. 방심하다간 작전지역에 도달하기도 전에 쓰러질지도 모르니…."
말을 마친 트레이너는 제일 선두에 서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아가는 도중 강렬한 충격파가 수시로 그들을 덮쳤고 살아있던 차원종들이 그들을 공격했다. 이에 대처하며 빠르게 나아가던 도중이었다.
"?!!전원 충격에 대비하라!"
당황한 트레이너의 경고에 모두가 몸을 웅크리고 방어 자세를 잡은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흑자색 빛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파가 일어나 그들을 덮쳤다. 뒤로 날아갈 듯한 충격에 그들은 이를 악물고 버텼고 얼마후 충격파가 잦아들자 트레이너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을 무릎을 꿇고 숨을 몰아쉬었다.
"헉…. 허억…. 지금 그건 대체…."
"내가 본 바로는 그 거대한 3마리의 용이 내뿜은 위상력의 포탄 같은 거로 보였네. 예상보다 더 터무니없는 위력이군."
트레이너도 숨을 고르며 이마를 타고 흐르던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럼 계속 가지. 이제 곧 작전구역이네."
그리곤 긴장한 표정으로 팀원들을 다독여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나아간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전구역에 도달했고
"우오오오오오오오-----!!!!!!!!!!!!!!!!!!"
"■□■■□□□-----!!!!!!!!!!!!!!!!!!!"
그리고 목격했다. 대지가 뒤엎어지고 공간이 일그러지는 것은 예사고 차원이 갈라지거나 아니면 붕괴되어버린 말 그대로 차원이 다른 수준의 전투를. 눈 앞에 펼쳐진 말도 안 되는 광경에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
.
.
.
.
.
"하아아아앗!"
기합을 내지르며 팔을 휘두르는 나타. 그에 따라 그의 팔을 휘감고 있던 불꽃이 늘어지며 거대한 검의 형태를 취했고 그대로 전방을 베어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며 눈앞의 차원종들이 반으로 잘려나갔다. 단순히 베어진 것만이 아니라 베어진 부위부터 불꽃이 일어나 그 몸을 태워버렸다.
---------!!!!!!!!!
괴성을 지르며 거대한 용이 나타에게 돌진했다. 나타도 이를 바라보곤 높이 도약해서 공격을 피했고 그대로 빠르기 낙하하며 용의 목을 노리고 팔을 휘둘렀다. 이에 용은 위험을 감지하고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하곤 다시 나타를 노리고 달려들었고 어느새 다가온 다른 두 마리의 용도 입을 벌리고 나타를 포위한 채 달려들었다. 거기에 떨어진 장소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레비아도 수많은 광선을 발사했다. 광선은 나타를 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빠르게 날아들었다.
"킥! 얕잡아**, 말라고!!!"
소리높여 포효하는 나타. 그 소리에 반응해 그의 주변에서 불길이 일어나더니 광선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이를 끝까지 지켜**도 않고 이번엔 양손의 위상력을 집중시켰다. 그러자 위상력에 반응해 양팔을 뒤덮고 있던 불길이 형태를 바꾸었고 어느새 그의 양손엔 거대한 화염의 발톱이 생겨나 있었다.
"찢어발겨 주마……!!!"
빠르게 양손을 휘두르는 나타. 사방으로 휘둘러진 손톱은 공간을 찢고 다가오던 용들의 몸에 수많은 상처를 새기며 그들의 움직임을 멈췄다. 상처는 얼마 안 가서 아물었지만, 그 찰나의 순간 나타는 허공을 박차고 이동해 어느새 용들보다 훨씬 높은 상공까지 올라갔다. 돔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상승한 나타는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다시 위상력을 끌어모았고 이에 따라 그의 왼손의 불꽃이 손톱에서 다시 검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그의 팔을 따라 돋아난 화염의 검은 맹렬한 기세로 타올랐고 위상력을 한계까지 끌어모은 나타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휘둘러진 검은 어느새 나타에게도 달려들던 용들째로 차원을 베어 갈랐다.
콰차아아아아아앙--------!!!!!!!!!
이어서 갈라진 틈이 벌어지며 차원의 경계가 부서졌고 이에 휘말린 용들도 베어진 곳이 터지며 쓰러졌다. 이에 나타가 추가타를 가하려는 순간,
"크윽--!!!역시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군."
어느새 자신을 노리고 쏘아진 자주색 광선을 받아넘기며 레비아를 돌아보는 나타. 레비아도 나타를 노려보며 수많은 광선을 쏘았고 나타는 이에 맞서 수많은 참격과 불기둥으로 요격하였다. 솟아난 불기둥이 광선을 상쇄시키고 그 사이사이를 참격이 내달리며 그녀의 빈틈을 노렸지만, 그보다 먼저 용들이 다시 일어나 그 앞을 가로막았다. 어느새 몸이 절단당할뻔한 상처를 치유한 용들은 그 몸으로 참격을 막아냈고 나타를 돌아보며 입에서 흑자색 광선을 뿜어내었다. 광선은 공간을 일그러뜨리며 날아들었고 이에 나타도 자신의 전방의 공간을 베어내는 것으로 응수했다. 양방의 공격이 부딪히며 차원의 벽이 부서지고 충격파가 주변 일대를 파괴했지만, 양쪽 모두 이엔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고 서로에게 더욱더 가열찬 공격을 선보였다. 차원이 갈라질 때마다 용들의 몸에 상처가 났지만, 이는 금세 회복되었다. 쏘아진 섬광은 차원을 붕괴시켰지만, 나타는 이를 전부 피하거나 받아넘겼다. 그 과정에서 흘러내린 용의 피에서 수많은 차원종들이 태어났지만 모두 충격파에 휩쓸려 사라졌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숨 막히는 공방을 이어가는 두 사람.
"...왔군."
그렇게 한참을 공방을 주고받던 나타의 눈에 지금 막 작전구역으로 되돌아온 트레이너의 일행이 들어왔다.
'뭐 이렇게 요란하게 싸우는데 꼰대 성격상 돌아오는 게 당연하지…. 뭐 딱 좋을 때니….'
"슬슬 결판을 내보실까?!!!"
순간 차원을 베면서 뒤로 물러나는 나타. 이에 레비아가 광선을 쏘며 추격을 가했지만, 나타는 이를 전부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둘 사이의 거리야 약 300m 정도 벌어졌을 때쯤에서야 나타는 물러나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곤 전신에서 위상력을 끌어올렸다. 이에 반응하며 전신을 감싸고 있던 화염도 거세가 타오르기 시작했고 천천히 들어 올려진 그의 오른팔에 모여들었다. 모여든 불길은 점점 응축되어 영롱한 청자색으로 타올랐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같은 색의 번갯불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까는 이 단계에서 멈췄지만 지금이라면…!!"
이어서 나타는 불길과 번개를 조종했다. 그의 의지에 따라 그의 손으로 모여든 염뢰는 점점 응축되더니 거대한 늑대와 같은 모습을 취했다. 오른손을 뒤덮은 늑대의 머리와 그 팔을 따라 갈기처럼 흩날리는 염뢰. 가볍게 오른팔을 움직이자 이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이는 늑대. 그 가벼운 움직임만으로 공간이 찢어졌고 이를 보며 나타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자……. 이걸로 이쪽의 준비는 갖춰졌고. 남은 건 저쪽인데….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군."
레비아 쪽을 바라보니 나타와 마찬가지로 다음 공격을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 마리의 용은 레비아를 중심으로 모여들어 각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위상력을 끌어모았다. 강력한 힘으로 주변의 공간이 흔들렸고 그 중심에 체공하고 있던 레비아도 양손을 앞으로 뻗고 위상력을 한점에 집중시켰다. 도합 네 개나 되는 흑자색 파괴의 빛을 바라보며 나타는 사납게 웃음 짓고는 몸을 낮춰 왼손으론 땅을 짚고 몸을 뒤로 빼며 금방이라도 앞으로 튀어나갈 듯한 자세를 취했다.
"후우우우우… 그럼…. 흡!!!"
긴 한숨을 내쉬는 나타. 그리곤 기합을 내뱉으며 빠르게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 힘만으로 대지가 폭발했고 그의 등 뒤로 불길이 방출되며 안 그래도 빠르던 그의 주행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염뢰의 늑대도 그런 나타를 따라 청자색 잔상을 남기며 빠르게 내달렸고 레비아와의 거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
이에 레비아 쪽에서도 이명의 포효를 내지르며 한참을 응축시킨 위상력을 한 번에 해방하였다. 그러자 쏟아지는 파괴의 섬광들. 지금까지는 장난이었다는 듯 쏘아진 섬광은 이전까지의 것보다 수배는 굵었고 훨씬 빠른 속도로 차원을 일그러뜨리며 나타를 향해 다가왔다. 나타 본인의 돌진 속도도 있어서 섬광은 순식간에 나타에게 쇄도했고 이를 바라보며 나타는 차분히 전신의 근육과 골격을 완전히 같은 타이밍에 연동시키며 오른팔을 휘둘렀다. 휘둘러진 팔은 차원 찢으며 빠르게 그리고 날카롭게 나아갔고 그 움직임을 따라 염뢰의 늑대도 입을 크게 벌리고 날카롭게 빚어진 송곳니를 드러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충돌하는 파괴의 빛과 염뢰의 늑대. 충돌하는 순간 흑자색과 청자색의 빛이 주변을 물들였고 이어진 충격에 차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충돌지점 근처에만 일어났던 금은 순식간에 그들이 있던 공간 전체로 퍼져나갔고 결국엔 굉음 내며 깨지기 시작했다. 차원의 벽이 깨질 때마다 일어나는 충격파가 주변을 파괴했고 그들이 있던 공간은 빠르게 망가져 갔다. 그럼에도 나타와 레비아는 멈출 기색은 없고 오히려 더욱 위상력을 끌어모았다. 그렇게 힘겨루기를 이어가는 도중이었다.
으직…!
순간 무언가를 물어뜯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엔 차원의 벽이 붕괴되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지만.
으득…! 으지직…!! 콰지지직…!!!
잇달라 울리는 거슬리는 소리에 레비아가 의아해하는 그때였다.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레비아의 공격을 버티고만 있던 나타가 한 발짝씩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레비아가 당황하며 더욱 위상력을 끌어올렸지만, 나타는 멈추기는커녕 점점 더 앞으로 걸어갔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황한 레비아의 눈에 아까부터 들리던 거슬리는 소리의 근원이 포착되었다. 다름 아닌 레비아의 공격을 막고 있는 나타의 오른손, 그걸 뒤덮고 있던 늑대의 입에서 부터 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의아해 자세히 바라본 레비아의 얼굴에 경악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 입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레비아의 공격을 조금씩 물어뜯으며 갉아먹고 있었다. 당황한 레비아가 더욱 위상력을 주입했지만 이조차 버티며 나타와 늑대는 끊임없이 광선을 물어뜯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소용없어! 아무리 강력한 공격을 하더라도 전부 먹어치워 버릴 뿐이다."
나타가 손에 넣은 용의 힘은 침식. 나타는 그 힘을 한대 집약시켜 자신의 왼손에 깃들게 했다. 그 결과 그의 왼손에 닿은 모든 것은 침식당해 종국엔 그의 힘에 일부가 되어 흡수되게 된다. 물론 침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한 번에 침식 가능한 양에도 한계가 있다. 그 탓에 침식시키지 못한 힘에 그의 갑주가 깨지거나 상처를 생겨났다. 하지만 나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씩 하지만 확실히 레비아의 공격을 흡수해가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둘 사이의 간격이 100m에 다다랐을 때였다.
"...미쳐 날뛰어라. [흉랑(凶狼)]……!!"
순간 청자색 불꽃과 번개가 팽창하더니 지금껏 흡수한 힘을 한 번에 방출하며 늑대의 형상을 일그러지며 늑대와 소용돌이가 공존하는 듯한 형태로 요동쳤다. 방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괴물과도 같은 흉측한 모습의 야수를 손에 두른 나타는 지금껏 버티기만 하던 게 연기였다는 양 광선을 찢어**며 나아갔고 순식간의 양쪽의 간격이 30m까지 좁혀졌다. 이에 용들이 공격을 중단하고 레비아를 지키려 직접 나타에게 달려들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타는 손을 내질렀다. 그러자 아직 형태를 유지하던 늑대의 입 부분이 용의 목을 물어뜯었고 이어서 소용돌이치던 부분이 상처 속을 파고들어 내부에서부터 그 거구를 파괴했다. 나타를 가로막던 용들은 순식간에 조각나 흩어졌고 레비아와의 거리는 어느새 5m까지 좁혀졌다. 이에 레비아도 포격을 멈추고 위상력을 응축시킨 낫을 휘둘렀다. 낫의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차원이 찢어져 나가는 것이 남아있는 위상력을 한계까지 응축시켰단 게 눈에 보였고 나타도 이에 맞춰 [흉랑]을 휘감은 오른손을 내질렀다. 그리고 늑대의 어금니와 낫이 부딪히기 직전,
"■□■■■?!!"
"후…. 겨우… 성공했군……."
나타는 오른손의 위상력을 해제하는 것과 동시에 종이 한 장 차이로 레비아의 공격을 피하곤 레비아의 등 뒤로 돌아갔다. 이에 당황한 레비아가 대처가 늦어진 틈을 타 양팔로 레비아를 감싸 안아 레비아의 움직임을 구속했다.
"■■■■-!!!!"
"자자. 날뛰지 말라고."
레비아가 구속에서 풀려나기 위해 날뛰었지만 계속되는 싸움에 아무리 그녀라도 소비가 심했는지 저항이 약했다. 나타는 구속을 유지한 체로 한쪽 손만을 들어 올려 레비아의 머리에 돋아난 뿔을 붇잡았자.
"미안하지만 좀 아파도 참아보라고……!"
그리곤 그녀의 뿔에 위상력을 흘려보냈다.
"■□■■■■□?!!?!!!!"
이에 레비아는 더욱 격하게 저항했지만 이를 힘으로 누르며 나타는 위상력을 불어넣는 것을 계속하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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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인가?"
나타가 다시 눈을 뜬 곳은 새까맣고 혼잡한 공간이었다. 주변에선 시끄러운 이명이 끊임없이 울리며 귀를 괴롭혔고 공간도 불안하게 흔들렸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확인하는 나타
"후…. 일단 맘바 녀석의 말대로 정신세계에 들어온 건가?"
나타는 한숨을 내쉬며 맘바가 사라지기 전에 알려줬던 말을 떠올렸다.
'지금 레비아는 내면을 억누르던 껍질인 표면 인격이 무너지고 짐승에 의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다. 여기서 표면 인격은 원래 짐승이 깨어나는 순간 부서져서 사라지게 되어있지만, 레비아의 경우는 그 표면 인격이 워낙 긴 시간 동안 버텨왔고 또 성장한 탓에 아직 부서진 표면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희미하게나마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태지. 레비아를 되돌리기 위해선 이 표면의식을 다시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는 데 필요한 조건은 총 3가지다.'
"그 중 첫 번째인 레비아의 정신계에 들어오긴 성공했군. 나 참 뿔을 만져야만 들어올 수 있다니…. 마지막 공격은 이 몸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나타의 말을 회상하며 불평을 내뱉은 나타. 맘바의 말에 의하면 용형 차원종들에게 있어서 뿔은 신체 일부분일 뿐 아니라 그 정신과 힘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같다. 불평을 멈춘 나타는 천천히 정신세계를 이동했다. 사방이 온통 어둡고 시끄러운 곳이라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나타는 오직 한곳만을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직진하였다.
"둘째로 레비아를 최대한 흥분상태로 만들라고 했던가…….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젠 그 의도를 알겠군."
그가 가고 있는 방향엔 다른 곳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아무런 소리도 진동도 느껴지지 않는 지점이 있었다. 한참을 걸은 나타는 목표로 하던 지점에 도달했고 그곳에는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새하얀 조각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변의 공간 진동에 조금씩 깎여나가는 조각에 나타는 긴장한 표정으로 살며시 손을 뻗었다.
"정신세계는 주인의 현재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지. 그렇기에 당황하고 분노한 상태라면 정신세계도 당연히 소란스러울 거고 이런 상황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하는 곳에 표면 인격의 조각이 있다라……."
나타는 조각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고 조각은 이에 반응하든 내뿜고 있던 빛을 조금 더 강하게 밝혔다. 이를 보며 나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확신하며 살며시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레비아가 힘을 사용해서 지치게 만드는 것. 최대한 적의 저항을 줄인 상태에서 조각에 힘을 불어넣어 표면 인격이 짐승의 인격을 억누를 수 있게 만든다…. 였던가?"
맘바가 가르쳐준 마지막 조건을 중얼거리며 나타는 조각에 자신의 위상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조각에서 나오던 빛이 점점 더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주변의 이명도 더욱 거칠어지고 공간의 흔들림도 점점 심해졌다. 그러는 도중 나타의 주위로 흑자색 기운이 점점 모여들었다.
"훗. 사라지는 게 싫어져서 발버둥 치는 건가?"
이에 나타가 비웃음을 던지자 이명은 한층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뭐 그게 당연한 반응이겠지. 살고 싶어 하는 건 누구나가 가진 당연한 욕망이니까. 내가 네놈과 같은 상황이었어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 거다.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널 동정한다. 누군가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계속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밖으로 나왔다 싶었는데 다시 찌그러지라니. 억울해할 만해."
고개를 끄덕이며 짐승의 인격에 동조하는 나타. 그러는 사이 그의 주변에 모여든 흑자색 기운이 그의 팔다리를 속박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며 나타는 계속해서 조각에 위상력을 주입했다.
"말해두겠지만 딱히 네놈에게 악감정 같은 건 없어. 내가 이러는 건 단지 이 녀석을 구하고 싶다는 내 욕망 때문이다. 그러니 원망할 거면 날 원망하라고. 괜히 엄한 녀석에게 화풀이하지 말고 말이야."
점점 선명해져 가는 조각의 빛에 저항하며 필사적으로 나타를 방해하는 검은 기운. 하지만 이조차 나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위상력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흩어져 사라져갔다.
"사과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명복 정도는 빌어주지. 그러니 이만 사라져라…!!"
그 말을 끝으로 나타는 주입하는 위상력의 양을 배로 증가시켰다. 어느새 조각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레비아의 정신세계를 환하게 밝혔고 시끄럽게 울리던 이명은 잦아들기 시작했다.
"자…. 슬슬 일어날 시간이라고. 레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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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떠나가라 울부짖는 레비아. 그런 레비아를 억누르며 나타는 위상력을 쥐어짜 레비아의 뿔에다 주입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빠직… 빠직… 빠지직……!!!
나타가 붙잡고 있던 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뿔을 시작으로 번진 금은 그녀의 등에 돋아난 날개나 비늘 갑옷에까지 퍼져나갔고,
"그만… 일어나라고……!"
나타가 중얼거림과 함께 대량의 위상력을 주입한 순간 이를 버티지 못하고 부서져 내렸다.
"아……!"
순간 바람을 타고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나타는 그녀를 구속하고 있던 팔을 살며시 풀었다. 부서진 부위가 바람에 흩날려 사라지고 나타난 것은 그가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세뇌당하기 이전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에 조심히 두 팔을 벌려 그녀를 새하얀 나신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자 따뜻한 온기가 그의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아……. 성공했네."
어안이 벙벙하단 듯 헛웃음을 흘리는 나타. 그러던 도중 감겨있던 레비아의 눈이 움찔거리며 천천히 띄어졌다.
"여기는……."
몽롱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는 그녀를 보며 나타는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이제야 일어났냐? 이 잠탱아."
"나타…… 님? 여긴 대체… 전 분명 더스트 님에게 붙잡혀서…."
레비아는 흐릿한 기억을 더듬으며 무슨 일이 있었나 고민했다. 자세히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문언가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그 얼굴에 불안감이 떠올랐지만, 나타는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부드럽게 그녀를 달랬다.
"걱정하지 마. 모두 다 끝났으니까. 고생했다. 그러니… 한숨 더 자두라고. 아직 일어나기엔 조금 이르니까."
나타의 말에 레비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문의 뜻을 표했지만, 전신에 느껴지는 피로감과 무거운 눈꺼풀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나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태도에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몸을 기대고 응석을 부렸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건가요?"
"그래. 그러니 넌 아무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 넌 충분히 고생했으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뒷 일은 이 나타님이 다 처리해 줄 테니 말이야."
레비아의 질문에 끝까지 자상하게 대답해주며 나타는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감겼다. 그러면서 위상력을 살짝 흘려 그녀의 의식을 옅어지게 했다.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레비아는 무의식적으로 나타의 품을 파고들었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나타는 그런 레비아를 양손으로 살며시 안아 올리며 천천히 지상으로 낙하하였다. 낙하하면서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든 그녀의 귀에 조그맣게 속삭였다.
"...잘 돌아왔어. 레비아."
누구에게도 그렇게 한 적 없을 애정 어린 목소리로 속삭인 그는 살짝 붉어진 얼굴을 숨기며 자신들에게로 다가오는 늑대개와 사냥터지기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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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휴..다행히 이번에도 한번에 성공했네요. 그리고 추가로 학교 시험기간이 다가와서 10월달은 글쓰기를 잠시 멈춰야 할 것 같습니다. 시험이 끝나는데로 다시 올릴테니 기다려주세요^^
용랑(龍狼) - 6(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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