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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밤 15화 눈물로 지운 기억[신의 기대, 인간의 희망](2)

작성자
Heleneker
캐릭터
은하
등급
그림자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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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3.03.03
  • view1578

"이 기억들은 대체.....?"

수많은 실과, 기묘한 일렁임이 흐르는 공간. 그곳에 있는 자온은, 자신의 안에 흘러가는 기억에 당혹해하고 있다.

"그것은 그 분과, 네 형의 기억이다."

불분명한 목소리와 함께, 일렁이는 공간 속에서 옛 군주와 군단장이였던 그것들이 일그러진 형태를 띄며 나타난다.

"그런 걸 네놈이 아닌 다른 놈한테 남겨두시다니. 우리가 간섭할 걸 예상이라도 하고 계셨나보군"

"네놈들....!!"


자온은 그들을 노려본다. 그러나 그들은 뭔가 맥이 빠진 듯한 목소리를 내뱉는다.

"기운 빼지 마. 우리는 이곳에선 흘러가는 기억만 볼 수 있는 방관자에 불과해. [계승의 능력]에 눈을 뜬, 네놈은 다 보고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계승..... 능력?"


처음 듣는 능력에 자온이 당황해 하자, 그것들은 살짝 갸웃거리며 자기들끼리 쑥덕이더니, 자기들끼리 웃기 시작한다.


"......아! 그래, 그래. 키키킥. 네 놈은 그 기억이 고통스러워 잊어버렸지. 키득키득."

"저~기 보이지? 저 낡아 빠진 실뭉치. 가서 직접 봐. 키히히히히."

그것들의 형태가 실의 흐름에 씻기듯 사라져간다. 그들이 가르킨 곳에 있는 낡은 실뭉치. 자온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것에 손을 댄다. 그러자, 기억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치.......즈즈...치직..직





......영감?

자신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익숙한 잿빛의 두루마기. 자신과 닮게 만든 인간의 모습을 한 뷜란트의 모습.


익숙한 그의 얼굴에 잠시 반가움도 잠시, 그의 표정은 자신이 기억하던 장난스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어둡기만 하다.

이 모습은 분명 처음 만났을 때의... 영감이잖아? 근데 왜 이렇게 표정이 안 좋은거지?

나의 입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어린 목소리가, 목소리와 맞지 않는 한탄을 쏟아낸다.


"신님.... 왜 저는... 이런 힘을 가진거죠? [죽어가는 사람의 힘과 경험을 가질 수 있는 힘]이라니...."

"계승의 힘이라고요? 그런 거, 바라지 않았어요....! 형을 구하고 싶었는데.... 되려 그 마지막 힘을 가져가는 힘이라니....."

"내가 바란 건 이런 힘이 아니였어요. 그저.... 그냥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랬단 말이예요. 힘을 가진다면, 누군가의 힘을 빼앗을 수 있는 힘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형과...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함께할 수 있을 다정한 힘을 바랬단 말이예요.....!!"

"끔찍해요. 저 자신도, 이 힘도 다...... 다 끔찍하고, 증오스러워요.....!!"

"아가야......"

"신님, 제발 이딴 힘 없어도 되니까.... 아무것도 아니여도 되니까, 제발..... 제발 형을....형을 돌려주세요....으흑...우.....흑......"

눈물 방울이 시야를 가린다. 목에서는 비통만을 자아냈다. 그런 어린 나를 신은, 영감은 그저 안아준다. 메마르지 못할 눈물자국이, 겉옷에 모두 스며드는 때까지.




치.....치직...직




[다른 사람과 겹쳐보인달까. 마치 네가 아닌 듯한....]

흑지수가 말했던 위화감.

분명히 자신의 기억 속에 있지만, 자신의 기억이 아닌 듯한 위화감.

나의 경험, 나의 움직임, 지금의 나에 대한 성정까지. 그제야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영감은 내가 가진 고유의 특성, 계승의 힘을 알려주었고, 어린 나는 그 힘이 형님의 마지막을 앗아갔다고 생각하여 자책하고, 증오했다.

보다 못한 영감은 그에 관한 기억을 묻어주었지만, 나는 형님의 힘이였던 실의 힘을 쓸 때마다 그 기억을 다시 기억하며 죄책감에 스스로를 짓눌렀다.

망각의 반복 끝에,  나는 그 때의 기억을 묻을 수 있었지만, 그 때의 감정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흉터로 새겨져, 나의 부정적 성정으로 남게 되었다.

"아으..... 으으..읏... 끄흣....."

묻어두었던 그 날의 감정과 기억이, 자신을 짓누른다.

그 때엔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앎에도, 되돌릴 수 없음을 앎에도, 자신의 힘에 대한 혐오감이, 자신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숨을 막는 답답함이 되어 스스로를 짓누른다.

죄책감에 무너지려는 그 때에, 강처럼 유구히 흐르던 실들의 일부가, 자온의 곁에 머무른다. 그의 눈물이 가장 반짝이던 실에 닿자, 또 다른 기억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치....지직.....






나의 힘으로 살린 세 아이들.

그 아이들을 시작으로, 나는 사라져가는 수많은 아이들과 세상을 침식하고 재생시켰다.

시작의 세 아이들은 나의 모습을 빌려, 침식한 세계의 재생을 도왔고, 다시 살아난 아이들의 손

오랜 고독, 기다림에 보답을 해주듯, 아이들은 세상은 아름답게 다시 피워주었다.

하지만 너희들은 그 세상보다도 더 아름답게 웃어주었으니, 나는 너무나도 기뻤단다.

아아. 나의 오랜 기대는 망상보다 뛰어났고 아름다웠으며, 늘 그 이상을 찬란히 비춰주는구나.

아이들아, 나의 기대를 이리 비춰주었으니 나는 너희를 위해 살아가마.

나의 영혼으로 이 세상을 다시 비추고, 나의 의지로 굳건히 너희와 함께 하겠다.


잊지 말거라. 나의 영혼이, 나의 의지가 오랜 세월이 흘러 사그러든다 하여도,

나의 마음이, 이 기대를 잊지 않는 한, 나는 영원불멸히 존재하여 너희를 지키겠다.

그것은 나의 마음, 나의 모든 것이 될지니.

나는, 너희가 행복하길 바란단다.



그 말을, 그 진언이 토대가 되어 하나의 씨앗이 창조되었고, 싹을 틔웠으며, 거목으로 자라났다.

수많은 나의 세상과 아이들을 잇는 신단수의 창조. 그와 함께, 나는 기대를 스스로 저버리지 않는한 영원히 존재할 수 있는 불멸성을 가지게 되었다.







치즈즈즉.......츠측...






부우우우우우-------



끊이지 않는 날개짓 소리. 낮과 밤이 바뀌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처음 저것과 마주했을 때엔, 불안한 감정이 조금 새어나오긴 했지만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다. 처음에 몰려오던 메뚜기들은 무기로 조금씩 밀어낼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이 가벼운 기침을 하고, 가려움을 조금씩 호소해도 그저 도와주자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버텼다. 클로저가 올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클로저는 오지 않았고, 메뚜기들은 그 수가 줄기는 커녕 끝없이 늘어났고,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점점 상태가 나빠졌고, 어느새 하나둘씩 숨을 거두기 시작했다.

가족이, 어르신이, 모르는 타인이 하나씩 녹빛의 거품을 내뱉으며 죽어갔고, 그렇게 나와 동생만을 남겨두고 모두 떠나갔다.

처음엔 가까운 사람이 죽어가도 가슴이 지끈거리는 정도는 있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지끈거림은 격통으로 변하고, 격통은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고, 눈물은 메말라 있던 내 감정을 적셨고, 그렇게 내 감정은 구슬피 피어났다.

내 곁의 사람들이 아플 때, 독에 문드러져 사라질 때, 그런 와중에 나만이 아무렇지 않다는 여러 감정이 뒤섞인 죄책감.

그 죄책감은 피어난 감정이 가진 슬픔, 그것을 가속시키는 도화선이 되었다.

모든 이들을 보내 고통과 슬픔에 지치고 지쳐, 멈추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 한다. 아니, 절대로 멈출 수 없었다.



내게 남은 마지막 가족, 네가 남아있으니까.

가장 여리고 어린 네가, 독기와 죽음만이 가득함에도 견디고 견뎌 살아있는 네가, 아픈데도 다른 사람을 더 걱정하는 따뜻한 네가 있으니까.



"형아.... 안 다쳤어...? 오늘도.... 괜찮아....?"

"응, 괜찮아. 형은 괜찮아..... 랑아, 너도 오늘 하루도 조금이라도 덜 아팠으면...."

네 앞에서 만큼은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틀어 막는다.어째서, 어째서 네 아픈 모습은, 왜 이리 더 아픈 것일까.

나보다 훨씬 어리고, 닦아내도 다시 묻는 독에 문드러지고, 숨쉬는 것조차 아프면서, 어째서 아프다는 말보다 내 몸을 걱정하는 말을 하는거야?

"콜록! 콜, 록!!"

내 곁의 사람들이 죽어갔을 때와 같은 녹빛의 진액. 기침을 한 랑이의 안색이 더욱 창백해져간다.

네 몸을 감싸며, 갈라질대로 갈라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안 돼. 신이여.... 안 됩니다....!!



제발, 랑이만은 데려가지 말아주세요.....!



이 따뜻한 아이를.... 내게 남은 마지막 희망을 데려가지 마세요....!



제게 마지막 남은 희망이란 말입니다....!!



저 혼자만 멀쩡한 이런 힘, 필요없단 말입니다.... 제 영혼, 제 의지, 제 마음 모든 것을 가져가도 되니....



제발...... 정말로, 정말로 신이 있다면 이 아일......!!!







"구해 줘......!!!!!!"







캬아아아아아아!!!!!



눈물과 절망만이 가득한 외침.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차원종의 울부짖음과 날카로운 이빨 뿐이였으니.....

정녕, 신은 없었구나.

그렇다 해도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너만은 지킬게, 나의 희망. 나의 마음, 그 모든 것이 꺼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그렇게 나는 내 몸을 펼쳐 차원종을 가로막는다. 차원종은 내 목을 물어 씹기 위해 달려들었고, 나는 그렇게, 죽음을 인지한다.







"....?"


이상하다. 왜 아무런 고통도 없는 거지?

이상함에 나는 눈을 뜬다.

그러자, 불꽃이 보였다.


독기와 차원종을 태우는, 뜨거우면서도 따뜻한 푸른 불꽃.


그 불꽃이 한마디를 건넨다.


"늦어서, 미안해요."



나는 그날 평생 잊을 수 없는, 절대 잊지 않을, 푸른 불꽃을 두른 작지만 다정한 등을 만나게 된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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