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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용랑(龍狼) - epilogue5

작성자
플루ton
캐릭터
나타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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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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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봄날. 따뜻한 햇볕을 쬐며 소파에 앉아있는 여성.

새하얀 은발을 땋아 올리고 헐렁한 옷으로 헐렁한 옷을 걸치고 있는 그녀의 배는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레비아. 밥 다됐다.”

눈을 감고 얕은 잠에 빠져있던 여성, 레비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의 앞에 식사를 내려놓는 나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사이에 잠들다니. 많이 피곤하냐?”

자신의 뺨에 손을 올리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나타의 모습에 레비아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가만히 있으려니 지루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조심해. 홑몸도 아니니까.”

그 말에 긍정하며 레비아는 눈앞의 밥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주로 그녀가 좋아하는 반찬을 위주로 차려진 아침 식사는 적절히 간이 되어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갔다. 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나타는 그녀가 식사를 끝마치자 마르게 빈 그릇을 치우고는 외투를 걸치고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볼게. 오늘은 부잣집 여자가 온다고 했지?”

. 9시까진 오신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시간을 확인하니 분침이 8시를 갓 넘어가고 있었다.

별일 없겠지? 그럼 몸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 곧장 달려올 테니까.”

레비아가 알겠다는 듯 미소지으며 어서 가보라며 재촉하자 그제야 문을 열고 집을 나서는 나타. 자가용 오토바이에 올라타던 나타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날씨 한번 좋구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기분 좋을 만큼 새파랬다. 잠시 이를 감상하던 나타는 헬멧을 쓰고는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었다.

그럼 오늘도 어서 끝내고 돌아와 볼까?”

시끄러운 엔진 소리를 울리며 나타는 빠른 속도로 거리를 주파했다.

.

.

.

그럼 이제 곧 태어나겠네요?”

레비아의 배를 쓰다듬으며 바이올렛은 흥미롭다는 얼굴로 물었다.

. 병원에서는 못해도 다음 달에는 태어날 거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대답하며 레비아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회상했다.

작년 봄. 한 번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임신에 성공한 레비아. 처음엔 그 사실을 모르고 병원에 갔다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두 사람 다 실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갖가지 임부 용품을 사는 것부터 시작해서 집안일 전담과 초저녁 퇴근까지. 모아 뒀던 휴가도 사용하며 최대한 레비아의 곁에서 보필하려 노력했고 여건이 안될 때는 다른 팀원들이나 시간이 비는 지인들에게 그녀를 부탁했다.

레비아는 집안일은 본인이 해도 된다고 그랬지만 나타의 열띤 설득에 결국 다른 일은 신경 쓰지 않고 본인의 몸 상태 조절에 힘을 쏟았다. 임신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풀어 오르는 배와 입덧 등으로 고생했지만 그녀의 끈기와 나타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그런 기간도 무사히 넘어갔다.

그리고 현재 임신 35주 차에 들어선 현재 나타가 일을 나간 사이 시간이 이번 주 담당인 바이올렛이 집에 와서 레비아를 보살피고 있었다. 물론 집안일은 대부분 그 집사인 하이드가 맡아서 하고 있고 바이올렛은 그녀가 옷을 갈아입거나 이동할 때 부축을 하는 정도였지만.

~. 그나저나 시간 참 빠르네요.”

하이드가 따라준 홍차를 마시며 중얼거리는 바이올렛. 이에 레비아가 의아해하자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결혼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설마 벌써 아기까지 가지게 된다니.”

헤헤. 그런가요? 확실히 저도 처음 임신했다고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요.”

볼을 긁적이며 답하던 레비아는 이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부풀어 오른 자신의 배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하지만 요즘은 느껴지는 게 있어요. 제가 한 사람의 아내가 되었단 걸.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걸.”

소중한 보물을 쓰다듬는 그녀의 미소에선 여자로서의 행복과 함께 모성애마저 느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바이올렛은 미소를 짓더니 이네 한숨을 내뱉었다.

~ 부럽네요. 레비아 양도 그렇고 하피씨도 그렇고 전부 하나둘 짝을 찾아서 떠나가는데 저 혼자만 이렇게 결혼도 못 하고.”

전쟁 전 20살이었던 그녀의 나이는 어느새 30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늦은 나이는 아니지만, 주변에 동년배 여인들이 하나둘 결혼하는 것을 본 그녀로선 애가 타지 않을 수 없었다.

아하하~. 괜찮아요. 분명 바이올렛님에 걸맞은 멋진 남성분이 나타나실 거에요.”

연신 한숨을 내뱉으며 푸념하는 바이올렛의 모습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위로하는 레비아. 그러면서 곁눈질로는 부엌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는 하이드를 바라보았다.

가능하면 하이드님과 잘 되셨으면 좋겠지만. 역시 힘들겠죠?’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랜 시간을 같이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의 관계는 레비아의 안에서 명확하게 정의하기 힘들다. 서로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관계지만 연애적인 의미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바이올렛을 위로하고 있으려니 식사준비를 끝낸 하이드가 두 사람을 불렀다.

, 내 정신 좀 봐. 죄송해요. 임산부 앞에서 우중충한 이야길 해서. ! 밥이나 먹으면서 잊어버리죠!”

힘차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를 보며 레비아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

순간 얼굴을 찡그리며 쓰러지는 레비아. 놀란 바이올렛이 곧바로 그녀를 부축해 바닥과 충돌하는 것은 면했지만 척 보기에도 그녀의 상태는 예사롭지 않았다.

레비아 양?! 괜찮아요?”

으윽! , 배가!!!”

식은땀까지 흘리며 괴로워하는 그녀의 모습에 바이올렛도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하이드! 어서 차를 준비해요! 가까운 산부인과로! 어서!”

.

.

.

하아~ 피곤하다.”

깊은 한숨을 내뱉는 나타. 점심도 못 먹고 벌써 3번째 작전현장에 도착한 나타. 현장에는 이미 특경대들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 나타. 오래간만이야. 잘 지냈어?”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특경대 대장인 송은이가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 맹한 여자. 네가 담당이었냐?”

이에 답한 나타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일은 무슨. 단지 눈에 닿는 곳에 없으니 불안한 것뿐이야.”

나타의 말에 송은이도 눈치는 챘는지 낮은 신음을 흘렸다.

~ 레비아 말이구나. 그러고 보니 곧 태어나겠네?”

그래서 더 걱정이다. 빨리 일 끝내고 돌아가 봐야. ? 이 시간에 웬 전화지?”

대화 중 진동하는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화면에 부잣집 아가씨라는 두 단어가 떠올랐다. 이에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는 나타.

뭐야? 무슨 일이야?”

나타 씨? 큰일이에요! 레비아 양이 산통으로 쓰러졌어요! 지금 병원으로 이송 중이고요.”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바이올렛의 다급한 목소리에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한 나타.

알겠어. 병원 주소 좀 보내줘. . 고마워. 금방 갈게.”

뭐야? 무슨 일이야? 표정이 심각한데?”

전화를 끊자 송은이가 다급하게 물어온다. 이에 대답하려는 순간,

“...타이밍 한번 끝내주네.”

전방의 차원이 일그러지면서 새까만 차원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어서 그 문을 지나 차례차례 출현하는 차원종들. 순식간에 백여 마리의 차원종들이 눈앞의 공간을 가득 메웠다.

! 모두 전투 준비!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나타 어디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송은이였지만 자신을 지나치고 바리케이드를 넘어가는 나타의 행동에 당황하며 소리를 높였다.

넌 대기하고 있다가 지휘관급 개체가 나타나면 나서야 한다고! 돌아와!”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나타는 이를 무시하고 천천히 차원종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에 송은이도 머리를 싸맸고 다른 특경대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차원종들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나타를 향해 위협하듯 소리를 내뱉었지만, 나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라]]!”

그리고 그가 발을 구르자 전방에 솟아오른 다수의 불기둥. 수많은 불기둥에 휩싸이며 차원종들은 순식간에 재로 변해갔다. 갑작스런 광경에 놀란 특경대들이 굳어있자 나타는 뒤를 향해 소리쳤다,

미안하지만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돌아가 봐야겠다. 뭐 이놈들은 정리하고 갈 테니 후속처리는 부탁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송은이의 모습을 포착하곤 감사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다시 차원종들을 돌아보았다. 조금 전에 일격으로 절반 정도의 차원종이 사라졌지만 이에 겁먹지 않고 달려드는 그 모습에 나타는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곤 이내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외쳤다.

미안하지만 아내의 위기다. 네놈들에게 할애할 시간 같은 건 없으니…… [[사라져]]---!!!”

다시 한번 강하게 발을 구르는 나타. 이에 따라 솟구치는 불기둥은 처음보다 훨씬 강렬한 열기를 뿜으며 눈앞의 차원종들을 집어삼켰다.

.

.

.

하이드! 더 빨리 달려요!”

! 걱정하지 마십쇼! 아가씨!”

규정 속도는 진작에 넘어선 속도로 다른 차량을 추월하며 질주하는 검은 리무진. 그 안에서 하이드는 엑셀을 최대한 밝으며 빠르게 목적지로 차를 몰았고 바이올렛은 괴로워하고 있는 레비아를 보살폈다.

레비아 양! 조금만 참아요! 곧 병원에 도착할 거에요!”

바이올렛의 말에 힘들게 미소 짓는 레비아였지만 계속되는 고통 탓에 다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 병원에 도착한 하이드는 재빨리 문을 열고 레비아를 안아 들었고 바이올렛도 앞장서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응급 환자예요! 지금 바로 수술 준비를!”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며 접수처의 직원들을 재촉했다. 신분증을 확인한 직원들은 그녀가 벌처스의 사장이란 것에 놀라 굳어있다가 이내 고통스러워하는 레비아를 포착하고 빠르게 상부로 연락을 넣었다.

기다리게 했습니다. 지금 바로 수술실에 들어가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 그럼 어서 수술실로.”

그렇게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수술실로 향하는 세 사람. 수술실 앞에 준비된 이동용 침대에 레비아를 눕히고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레비아-!!!”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니 먼지투성이의 나타가 직원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수술실 복도를 걸어오고 있었다.

나타 씨! 당행이다. 늦지 않았네요.”

그 모습을 확인한 나타는 그제야 미소를 짓더니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그를 레비아의 앞으로 안내했다.

하아. 하아. , 나타님?”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그의 존재를 눈치채고 힘겹게 고개를 돌리려는 레비아. 이에 나타는 그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이를 저지했다.

미안. 내가 좀 늦었지?”

그의 사과에 가볍게 고개를 가로로 젖는 레비아. 이에 나타는 쓰게 웃음 지으며 그 볼에 손을 올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별로 없지만……. 힘내라.”

짧은 격려. 그답다면 그 다운 격려에 레비아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나타도 손을 떼고 대기 중이던 의사들을 돌아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타의 말에 의사들도 고개를 끄덕인 뒤 레비아를 대리고 수술실 안을 들어갔다. 의사들이 모두 들어가자 문이 닫히고 수술 중 램프에 불이 들어왔다. 그제야 한숨을 내뱉고 자리에 주저앉는 나타.

괜찮으세요 나타 씨? 꽤 지쳐 보이시는데.”

바이올렛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나타.

정확히는 육체적으로 보다는 정신적으로 지친 거지만.”

달려오는 내내 레비아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깨질뻔했고 지금도 한시름 놓았을 뿐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일단 화장실에 가서 조금 씻고 오세요. 그 상태로는 여러모로 민폐니까.”

그 말에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니 전신이 먼지와 땀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확실히 이대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그녀에게 자리를 맡기고 화장실로 이동했다. 화장실에서 가능한 세안을 마치고 나오자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하이드로부터 새로운 옷을 건네줬고 이에 감사를 표하고 빠르게 갈아입었다.

자리로 돌아온 나타는 그 이후로 가만히 앉아서 수술실의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바이올렛이 가져다주는 식사도 마다하고 그저 문만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표정이 말이 아니군.”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트레이너를 포함한 기타 늑대개 팀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 꼰대. 거기에 좀도둑과 깡통까지. 웬일이냐?”

애써 밝은 척 웃어 보이려던 나타였지만 생각처럼 잘 웃지 못했는지 자신을 바라보던 팀원들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많이 불안한가 보군. 괜찮은 거냐?”

뭐 그럭저럭. 그것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지부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와도 되는 거냐?”

노골적인 화제 전환이었지만 트레이너는 이에 넘어가지 않았다.

일은 다 끝내고 온 거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보다 네 상태에 관해 물었다. 우리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 잠시 바람이라도 좀 쐬고 오는 게 어떻겠나?”

말한 당사자인 트레이너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게 좋을 거라며 한마디씩 덧붙였다.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어느새 저녁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1시 반이었으니 어느새 9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타는 이에 미소지으며 고개를 젓는 것으로 거절의 뜻을 표했다.

배려는 고맙지만 괜찮아. 오히려 여기를 벗어나면 더 불안할 것 같거든.”

그런가. 그렇다면 우리도 강요하진 않으마.”

나타의 말에 트레이너도 더는 설득하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지 복잡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이 병원 시설이 좋네?”

그런가? 깔끔하긴 하다만 이렇다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인다만.”

의아해하는 트레이너에게 의미 심상한 미소를 보이며 뒷말을 이었다.

수술실에서 아무런 소리도 새어 나오지 않잖아. 만약 조금이라도 비명이 새어 나왔다면 아마 난 이렇게 얌전히 기다리지 못했을걸?”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전혀 장난 같지 않은 분위기에 그 말에 늑대개 전원 긴장한 기색을 띠었고 이에 나타는 쓰게 미소지었다.

그러니 옆에서 잘 좀 지켜보고 있으라고. 내가 나도 모르게 폭주할지도 모르니까.”

그 말속에서 그가 느끼는 불안과 동시에 곁에 있어 주길 부탁하는 것을 깨달은 다른 늑대개들은 아무 말 없이 그의 주변에 자리 잡고 착석했다. 이에 눈짓으로 감사를 표한 나타는 다시 수술실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어섰고 아무리 지나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술실의 문을 보며 나타의 인내심은 슬슬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 수시로 흘러나오는 희미한 위상력을 다른 팀원이 이를 지적하는 것이 익숙해져 가는 순간이었다.

, 불이…….”

수술 중 램프의 불이 꺼지고 굳게 닫혀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안에서 걸어 나오는 의사의 모습에 나타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그 앞에 섰다.

, 어떻게 됐죠? , 아내는 무사한 거겠죠?”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묵묵히 듣고 있던 담당 의사가 천천히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었다.

. 아내분과 아이들 양쪽 다 상태가 양호합니다. 이제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타는 안도감에 휩싸이면서 자연스럽게 전신의 긴장이 풀렸다.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지만, 어느새 다가온 트레이너가 그를 부축했다.

정신 차려라. 아직 쓰러지기엔 이르다.”

트레이너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다른 사람들도 주변에 모여들어 흐뭇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끄러워진 나타가 일어서자 의사가 길을 비키며 수술실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시면 바로 오른쪽에 준비된 옷이 있습니다. 그걸로 입으시고 들어가 주십시오.”

의사의 설명을 들은 나타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다른 사람들의 격려를 받으며 수술실 안으로 들어섰다. 의사의 말대로 준비된 복장을 착용한 나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다양한 약품 냄새와 함께 옅은 피 냄새가 그를 불쾌하게 했지만 이어서 눈에 들어온 풍경에 그런 사소한 건 전부 잊혔다.

수술실 침대 위에 누워 숨을 고르는 레비아. 많이 힘들었었는지 몇 시간 안 본 사이에 그녀는 꽤 여위어있었고 전신이 힘없이 축 처져 있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다가가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짓는 그 모습에 울컥한 나타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붙잡았다. 오가는 말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는지 그녀의 입에 걸린 미소가 짙어졌다.

이에 안심하고 고개를 들어 올리니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간호사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품 안에는 깨끗한 천으로 둘러싸인 두 아이가 안겨져 있었다. 멍하니 이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간호사가 웃으며 둘을 나타에게 건넸다.

축하드려요. 예쁜 공주님들이에요.”

얼떨떨하면서도 아이를 받아든 나타.

‘......무거워.’

품 안에 느껴지는 무게감. 기껏해야 각각 3~4kg, 둘이 합쳐서 10kg도 안 되는 무게. 나타의 신체 능력을 생각하면 절대 무거울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 나타에게는 그 무게는 지금껏 들어보았던 그 어떤 것보다도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따뜻하네.’

두르고 있는 천 너머로 느껴지는 갓난아이 특유의 따뜻한 체온. 손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는 따스한 온기에 희미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아니, 미소만이 아니다.

, 어라? 왜 눈물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볼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에 당황하는 나타. 얼마 만일까? 자신이 눈물을 흘려본 게. 실험체 시절에 다 말라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눈물이 왜 다시 흘러나오는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려니 자신의 팔을 붙잡는 손길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레비아가 힘겹게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붙잡고 있었다. 겨우 그 정도 움직임만으로도 힘겨워하는 그녀의 얼굴은 방금까지 이상으로 행복에 겨워 있었다.

, 그런 거였나?”

그 표정을 보고 있으니 무언갈 깨달은 나타는 허리를 숙여 품 안의 아이들을 레비아에게 보여주었다.

……!”

옅은 탄성을 내뱉으며 조심스레 떨리는 손으로 아이들의 볼을 쓰다듬는 레비아의 얼굴엔 다양한 감정이 묻어나왔다. 행복, 안도, 감사, 등등.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겠지.’

수많은 감정에 휩싸인 상태로 나타는 한쪽 팔로 두 아이를 요령 좋게 안고는 남는 팔로 레비아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귓가에 대고 지금 느끼고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아서 전달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정말로 수고했다. 고마워.”

.

.

.

.

.

으음……. 꿈 이었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잠에서 깬 나타. 열린 눈동자로 들어오는 빛에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보자 주홍색으로 물든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하아. 생각보다 오래 잔 것 같네. 그나저나 꽤 그리운 꿈이로군

눈가를 누르며 정신을 차린 나타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테라스에 배치한 안락의자에 누워 책을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는지 소설 한 권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배에는 누가 했는지 얇은 담요가 한 장 덮여 있었다. 떨어진 주워 옆에 있던 탁자에 올려놓고 있으려니 유리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이어 유리문을 열어젖히며 한 소녀가 힘차게 테라스 안으로 들어왔다. 나타와 똑같은 하늘빛 머리칼. 고양이를 연상시키는 장난기가 서려 있는 자안. 해맑게 웃고 있는 입술 밑으로 튀어나온 하나의 덧니가 인상적이었다.

아빠~~~~~~~~~~!!!!!!!!!!!!!!!!”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만 입은 활동적인 복장의 소녀는 그대로 나타에게로 뛰어들었고 나타는 익숙하다는 듯이 그녀를 가볍게 받아 안았다.

나타샤. 무슨 일이야?”

안아 든 딸, 나타샤의 이름을 부르는 나타의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엄마가 밥 다 했다고 불러오랬어! 어서 가자~!”

해맑게 웃으며 재촉하는 딸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웃음을 흘리며 나타는 실내로 들어섰다. 곧바로 주방으로 향하자 마침 신탁을 차리고 있던 앞치마 차림의 레비아와 그 옆에서 그녀와 판박인 소녀가 식기를 꺼내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새하얀 은발 사이로 뾰족한 귀가 튀어나왔고 크고 둥근 벽안은 순진무구하게 빛나고 있었다. 새하얀 원피스 차림의 소녀는 마지막 식기를 내려놓더니 다가오던 나타들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아빠~ 안녕히 주무셨어요?”

~ 레나. 엄마 일 돕고 있었니? 대견하네.”

이에 나타도 손을 흔들며 대답했고 이름을 불린 또 다른 딸 레나는 방긋 웃어 보였다. 자연스럽게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아 안고 있던 나타샤를 옆자리에 레나와 나란히 앉혔다.

많이 피곤하셨어요? 테라스에서 자고 있으시길래 깨우지 않고 이불만 덮어드렸는데.”

마지막 요리를 내려놓은 레비아가 자리에 앉으며 걱정스럽게 쳐다보자 나타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날 좋고 자리도 편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잠든 것뿐이야. 걱정하지 마.”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안도하는 레비아의 표정에 마음 놓고 식사를 하려는 나타. 그때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시간에 누굴까요?”

기척이 익숙한데? 이 위상력 파장. 아마 좀도둑과 바보 제자 같다만. 또 무슨 주접을 떨려고.”

자신의 감각에 걸린 익숙한 기척에 나타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 레비아도 따라 일어나려 했지만,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를 거부했다.

나 혼자면 충분하니 먼저 먹고 있어.”

짧은 말을 남기고 나타는 천천히 현관을 지나 대문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문득 나타는 뒤돌아서서 테라스 너머로 보이는 식탁을 바라보았다. 음식을 먹여주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레비아와 마찬가지로 해맑게 미소짓는 두 딸의 모습에 나타의 얼굴에도 저절로 부드러운 미소가 흘러나왔다.

꿈 때문인가? 얼굴 근육이 자꾸 느슨해지네.”

입가를 가리며 중얼거린 나타는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한때 절대로 가질 수도 꿈꾸지도 못하리라 생각했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사랑하는 여자와 한집에서 가정을 꾸려서 살아간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손에 넣을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이 지금 바로 손안에 들어와 있다.

행복. 자유를 찾기 위해 포기했던 또 하나의 목표를 손에 넣은 지금 나타는 하루하루 뭐라 형용하기 힘들 정도의 만족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다. 힘들게 손에 넣은 것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작은 실수로 부숴 버리는 게 아닐까.

뭐 지금은 이런 걱정보단 순수하게 이 행복을 즐기는 게 좋겠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나타는 손님이 기다리고 있을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면서 속으로 맹세했다.

계속 지켜내 보이겠어. 힘들게 손에 넣은 이 행복을. 반드시 말이야.’

해가 지면서 점점 어두워지는 황혼의 하늘 아래에서 절대 바뀌지 않을 맹세를 그 가슴속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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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드디어 이 길었던 소설도 끝이났네요. 

제가 근로저로 활동 하는 이유인 나타와 레비아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클저가 계속되길 빌며 다음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필력에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면 이만 물러날게요.

그럼 안녕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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