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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일반]월하 소나타 하편

작성자
firsteve
캐릭터
서유리
등급
수습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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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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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영화관 앞에 두 사람이 도착한다.


“그…그럼 세하야….파…팝콘이랑 콜라 세트로 사오면….되지?”


“아, 응…..가…같이 줄 설까?”


“아…아니야!아…앉아 있어!내가 할게!”


정미가 손을 좌우로 휘저으며 거부하더니 이내 쏜살같이 팝콘을 사기 위해 맨 뒤 쪽에 선다.


그 모습에 세하가 갈등한다.


‘따라가서 도와줘야 하나…..아우…..그렇지만 정미가 그냥 자기가 하려고 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아오….모르겠다…..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 거야?’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순간…..


“…..동생?”


익숙한 목소리에 세하가 고개를 돌리니 제이가 평소랑 다르게 쫙 빼 입은 모습으로 세하를 보며 웃고 있다.


“아저씨가 여긴 무슨 일로….”


“응?나야 뭐 20번의 데이트 신청 끝에 간신히 유정씨랑 데이트를 나왔지. 동생은?”


“저야 뭐….”


세하가 말 없이 정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제이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동생도 데이트였군?”


“네. 제 경우에는 데이트 신청을 받은 거지만요.”


세하가 정미의 뒷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음을 짓자 제이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똑같군.”


“네?”


“형님이랑 너랑 말이야. 똑같다고.”


“아빠랑 제가요?닮은 거야 당연하잖아요. 언제나 아빠랑 똑 닮았다는 소리 듣는데…”


“그런 뜻이 아니라 행동이 말이야.”


“……플래그 꽂는 걸 말하시나요?”


“그것도 있지만 지금 네가 한 행동이 형님이 누님 볼 때랑 비슷하거든.”


“뭐가…..”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볼 때의 눈빛과 행동이 말이야.”


제이의 말에 세하가 멍하게 있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런 것까지 닮았나요?”


“많이 닮았어. 물론 누님이 형님 볼 때의 느낌도 존재하지만 말이야.”


“그건 다행이네요. 제일 닮고 싶었던 부분이 두 분이 서로를 바라볼 때의 눈빛이었는데.”


세하가 미소를 짓자 제이가 속으로 생각한다.


‘정말 어쩜 이렇게 닮는지 모르겠네….훗….예전 생각 나게 만든다니까 이 녀석이랑 있으면….’


제이가 웃으며 세하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 때….


“제이 씨. 저 왔어요.”


낭랑한 목소리의 여성이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온다.


“유정씨 빨리 왔군. 혹시 내가 보고 싶어서 빨리….”


“그런 거 아니거든요? 정말이지 제이 씨는 임무 중일때나 휴가 때나 똑같….”


유정이 한숨을 쉬며 다가오다가 앉아서 유정을 맞이하는 세하를 보고 굳는다.


“세…세하야?!”


“유정누나 안녕하세요. 오늘따라 옷을 잘 입으셨네요.”


“고…고마워….그나저나….네가 왜 여기에….”


“저 데이트 하러 왔는데요?”


“데…데이트?!누구랑?!슬비?유리?세린 양?소영 씨?빛나 씨?정미?케롤리엘?보나?”


“……뭔가 후보군이 꽤 많은 거 같은데요…..그 전에 중도에 끼면 안되는 멤버가 몇 명 있습니다만?!”


“그야 당연히 네가 건드린 애들이 한둘이니…?”


“오해 할 만한 말 하지 마세요…..건드리기는 누가 건드려요.”


“그럼 누구랑 왔는데?”


“정미랑요.”


세하가 미소를 띈 채 아직도 발을 동동 거리며 줄 서 있는 정미를 쳐다보며 말하자 유정도 미소를 띄며 말한다.


“잘 어울리네, 두 사람.”


“칭찬은 감사히 들을게요. 두 분도 아주 잘 어울리시네요. 이대로 결혼식장으로 가셔도 무관하실 정도로.”


“겨…결혼식장?!”


“겨….결혼식장?!”


두 사람이 당황한 표정으로 말하자 세하가 웃으며 말한다.


“어라?두 분도 슬슬 결혼적령기이시잖아요. 늦기전에 결혼하세요. 삽질하시는 거 옆에서보는 것도 힘들어요.”


“……동생이 할 말은 아니라고 보는데….?”


“그건 인정할게요, 아저씨.”


세하가 피식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그 때….


“세하야~”


정미가 세하를 부르며 자기 몸 만한 거대한 팝콘과 콜라를 껴안은채 다가오자 벌떡 일어나 정미에게 다가가는 세하.


“이렇게 크면 나 부르지, 왜 혼자 들고 와....”


“대화 끊는 건 매너가 아닌 듯 해서…..헤헤…”


정미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정미의 품에 안겨 있는 팝콘과 콜라를 들려고 하자 정미가 콜라를 내밀며 말한다.


“콜라를 들어줘. 팝콘은 내가 들게.”


“아니 그냥 내가 드는 편이 낫지 않아?”


“그….그러면………… 잖아….”


“응?”


“두 개 다 들면…..손을….못 잡잖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정말이지 애도 아니고….”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말하는 거야…..부끄럽지만….”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하다가 뒤에 있는 제이와 유정을 보고 기겁을 하며 말한다.


“아…아저씨랑 유정이 언니?!”


“오랜만이네, 정미야. 잘 지냈니?”


“아….네….뭐….그럭저럭….”


정미가 슬금슬금 세하의 뒤로 숨으려고 하자 제이가 웃으며 말한다.


“유정씨 아무래도 우리가 정미양의 계획에 방해가 되는 듯 싶은데?”


“그런 거 같네요. 아무래도 애들은 애들끼리 데이트 하게 나두는 게 낫겠죠?”


“동의해, 유정씨. 그럼 우리는 이만 다른 곳으로 가 볼까?”


“그렇게 해요, 제이 씨. 세하야, 정미야. 우린 이만 갈게.”


“네, 누나. 아저씨랑 즐거운 데이트 되세요.”


“아….안녕히 가세요….언니….아저씨…”


이내 제이와 유정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흐아….여기서 두 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나도 놀랬어. 널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아저씨 목소리가 들려서 말이야.”


“우으…갑자기 만나서 제대로 말 못 했어….이상하게 보였으면 어떡하지….”


정미가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세하가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이상하게 안 보였어. 걱정하지마.”


“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만….”


정미가 이내 다시 세하를 보며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그럼 이제 가볼까, 세하야? 이제 슬슬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시간이 벌써 그렇게나 됬나….들어가자, 정미야.”


세하가 정미를 데리고 가려고 하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빙그레 웃으며 손을 꼭 잡는다.


그 감촉에 세하가 정미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그 손을 잡은 채 영화관으로 들어간다.


이내 두 사람이 영화관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것은…..


“사…사람이 별로 없네?”


자리가 어느 정도 비워져 있는 모습이다.


“역시 시간이 좀 애매해서 그런가….사람이 좀 없네.”


“그러게…..덕분에 편하게 볼 수 있겠지만….”


정미가 말 끝을 흐리며 말하자 세하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묻는다.


“신경 쓰이는 게 있는 거야?”


“아…아…아니야!자리에 가서 앉자…..”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데리고 자리에 앉자 이내 조용해지는 두 사람….


물론…..


‘어우….왜…..왜 이렇게 긴장되냐……후우…’


‘긴장하지말자…긴장하지말자…’


마음 속은 긴장으로 시끄럽지만.


이윽고 시간이 됬는 지 영화가 시작되고 두 사람 모두 영화에 집중한다.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을까 정미가 팝콘을 먹다가 속으로 생각한다.


‘여…여러 의미로 목이 타네….콜라가 어딨더라…’


정미가 콜라를 향해 손을 뻗어 집으려는 순간 따뜻한 손이 자신의 손 위에 닿는 것을 느낀다.


“세…하야?”


“아….미안. 먼저 마셔.”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빨개진 얼굴을 숨긴 채 콜라를 황급히 마시고는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진정해….진정해 우정미….진정해야해…’


정미가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며 시선을 화면으로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아 화면에 영화의 주인공들이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저….저런 게 키….키스라는 거구나…..바…방금 전에 내가 세하한테 한 거랑은 레벨이 다르잖아?!’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커플들 또한 영화처럼 자신의 연인들과 키스를 한다….


‘으아아….드…드라마에서나 보던 걸…현실에서 보게 되다니…..마…막상 직접 보니까….뭐…뭔가….부…부럽기도….아니 나


무슨 생각 하는 거야!!!저….저런 건 나…남들한테 피해를 주는 거라고!!!’


정미가 머리를 마구 흔들다가 목이 많이 타는 지 다시 한 번 콜라에 손을 뻗는다.


빨대로 연신 콜라를 마시고 콜라를 내려놓는 순간 자신의 손 위에 겹쳐지는 따뜻한 느낌에 시선을 옮기니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한다.


“정미야.”


“으응?”


“……..”


“….왜….왜 그래 세하야….”


아무 말 없이 정미를 바라보던 세하가 정미의 손을 잡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해.”


“으응?”


정미가 멀뚱멀뚱 세하를 바라보자 세하가 한 번 숨을 내쉬더니….


“으읍?!”


자신의 쪽으로 정미를 끌어당겨 정미에게 키스하는 세하.


방금 전 정미가 세하한테 했던 뽀뽀와 달리 길게 이어지는 입맞춤에 정미가 힘든 지 툭툭 가슴을 치지만 소용이 없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오묘한 짜릿한 느낌에 서서히 힘이 빠지는지 정미의 반응도 서서히 줄어든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떼어지고 남는 것은 어색한 침묵….


‘이….일 저질렀다!!!!!!’


세하가 속으로 지금 일어난 사태에 대해 생각하며 부끄러움에 고개를 돌린다.


‘으아…..나….나도 모르게…..순간 보였던 정미 얼굴이 너무 예뻐서….저…저질러버렸어!!!!’


그러다가 흘긋 정미를 보며 생각한다.


‘저…정미….왜 아무 말도 안하는거지?.....화…화났나?’


아무 말 없는 정미의 모습에 세하가 불안감을 느끼며 생각한다.


‘여…역시….화났겠지…..그럼….빨리 이 손을 빼야….’


세하가 슬며시 잡고 있는 손을 빼려고 하는 순간 보드라운 느낌의 손이 그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정….미야?”


“………세하야.”


“으응?”


“………”


“ㅇ…왜…정미야?”


“……소원….”


“응?”


“….소원…..써도 돼?”


“어?”


갑작스러운 정미의 발언에 세하가 당황하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소원….지금 써도 되냐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정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용히 말한다.


“그럼….거기에 가만히 있어….”


정미가 조용히 세하에게 다가오더니 세하의 귀에 속삭인다.


“네가…..먼저 시작한 거야….바보야.”


정미가 살며시 세하의 얼굴을 잡으며 말한다.


“…..가만히 있어….이 틈에 엉큼한 짓 하면…죽는다?”


그러더니 정미가 자신의 입술로 세하의 입술을 덮는다….


‘한 번도….단 한 번도…제대로 표현도 못하고….늘…표현을 받기만 했으니까…이번만큼만은…..너에게…..이렇게 표현하고 싶


었어…..’


정미의 마음이 닿은 것일까 세하가 자신의 입술을 덮고 있는 정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토닥인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 떼어지고 이번엔 손을 빼지 않은 채 서로 바라보다가 이내 손을 놓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고개


를 돌린다.


물론 정미는….


‘으아아아아아……..나….나….나….나….나 뭐한 거야?!!!!!!’


자신이 세하와 키스했다는 사실에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듯 하지만.


‘그….근데….기….기분은 좋네….좀…..뭔가 짜릿한 기분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정미가 세하의 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세하도….나랑 같은 마음일까…?나처럼…..기분 좋았던 걸까?’


정미가 슬그머니 떨어져있는 세하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으며 속으로 생각한다.


‘이…이상한 애라고…..생각 안 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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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두 사람도 황급히 영화관을 빠져나온다.


이윽고 영화관 로비로 나와 빈 의자에 정미가 다소곳하게 앉자 세하도 그 옆에 살며시 앉아서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


“……….”


“………세하야…”


“으응?!”


“………어땠….어?”


“뭐….뭐가….?”


세하가 당황한 눈빛으로 정미를 바라보자 정미가 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채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여자한테…..직접 말하게 하다니…..나빠…”


정미의 말에 세하가 멍하게 있자 정미가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나…..나랑 키스 한 거…..어…어땠냐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시선을 회피하자 그의 얼굴을 잡고 눈을 맞추는 정미.


“피하지마 세하야.”


“저….정미야?”


“…….나…나도 내 입으로 나랑 키스 한 거 어땠냐고 묻는 거 부끄럽거든?!그…그…그래도…..머…먼저 나한테 키스 한 주제에


당한 나 보다 더 부끄러워하면…..내가…뭐가 되냐….”


정미의 말에 세하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말한다.


“…….소…솔직하게 감상을 말해도….돼?”


“그….그래….한 번 소…솔직하게 말해봐….어…어땠어?나랑….키…키스 한 거…”


정미의 말에 세하가 자신의 얼굴을 잡고 있는 정미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이런 말….당사자 앞에서 해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


“응….”


“………내 기억 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


세하의 말에 정미가 멍하게 그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는 세하를 치며 말한다.


“이….이…..이…..이 바보가!!!!!!”


“아야야야…..때….때리지마!!!아무리 나라도 아프다고!!!그리고 왜 때리는 건데?!”


“그야 다…당연히 네가 오글거리는 말을 하니까 그렇잖아!!!이 바보멍청아앗!!!!!”


계속 되는 정미의 공격에 결국 세하가 양 손을 들며 항복선언을 한다.


“항복!항복!!아까 한 감상 취소!취소오오!!!!”


세하의 말에 정미가 때리는 걸 멈추더니 세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하지마.”


“응?”


“취소하지…말라고….”


“정미…야?”


전혀 예상 외의 발언에 세하가 멍하게 이름을 부르자 정미가 부들부들 떨며 세하에게 말한다.


“아까 나한테 말한 감상평…..취소 하지 마…..나….나름대로…..나도…..저기…..기분 나쁘진 않았으니까….”


정미의 말에 세하가 멍하게 정미를 바라보다가 살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나쁘진 않았어?”


“그….그래!!무…물론 갑자기 키스 당해서…..많이 놀랐긴 했지만…..그…그래도….나쁘진 않았다 뭐….”


정미가 시선을 피하며 웅얼대듯 말하다가 세하를 흘긋 보더니 손을 내민다.


“…….다음 코스….”


“응?”


“다음 코스…..안 데려다 줄 거야?”


정미의 말에 미소를 띄운 채 세하가 정미의 손을 잡는다.


“다음 코스라….어디 가보고 싶어?”


“……..게임 센터.”


“응?”


“…….게임 센터….가 보고 싶다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멀뚱멀뚱 정미를 바라보자 정미가 말을 이어간다.


“난 게임 센터를 가봤자 사진 밖에 안 찍고 또….시끄러운 건 딱 질색이라서 왠만하면 안 가는데….”


정미가 슬쩍 세하를 보더니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뭐….너랑 데이트 하는데…..한 번 쯤은 내가 양보해주려고.”


정미의 발언에 세하가 조금은 어두운 얼굴로 말한다.


“……그래도 괜찮아?나 때문에 가고 싶은 곳 있는데 안 가거나….”


“그런 거 아니야, 세하야.”


정미가 세하의 말을 끊고 말한다.


“너 내 성격 알잖아. 할 말은 하고 사는 성격.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하고 싶다고 말 안 한 적 있어?”


“……..원피스 사는 거…..”


“그….그거야 그냥…..비싸서……그리고 그건 다음에 돈 모아서 사려고 했거든?!”


정미가 세하의 말에 반박을 하다가 몇 번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한 번 쯤은 해보고 싶었어….”


“응?”


“……유리랑 말고….너랑….사진 찍고 싶었다고…그런…스티커 사진 같은 거….”


“정미야…”


“안….돼?찍기….싫어?”


정미가 세하의 손을 괜시리 만지작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손을 잡는다.


“정미야.”


“으응?”


“스티커 사진 찍자.”


“에?”


정미가 놀란 표정으로 세하를 바라보자 오른손으로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하고 싶었다고 했잖아? 그런 거라면 몇 번이고 찍어줄게.”


세하의 말에 정미가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나…너랑 스티커 사진 찍고 싶어!그러니까….같이 찍자!”


“오케이. 원하시는 대로.”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손을 꼭 잡자 정미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세하와 함께 게임센터로 들어간다.


게임센터로 들어가자 여러 게임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겹쳐져 시끄러운 장면이 연출된다…


그 모습에 정미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다가 세하를 보고는 다시 웃음을 짓는다.


이윽고 두 사람이 게임센터 한 편에 위치한 스티커사진기 안으로 들어가 앉는다.


“어….이건 어떻게 쓰는거야?”


세하가 신기한 듯 화면을 보고 있자 정미가 쿡 하고 작게 웃음을 짓고 세하에게 말한다.


“뭐야~이거 안 해 봤어?”


“해 봤을 리가 있냐….애초에 여자랑 게임센터에 들어온 것 자체가 처음인데.”


세하의 말에 정미가 미소를 지으며 능숙하게 버튼을 꾹꾹 누르더니 세하의 팔짱을 끼며 말한다.


“자 찍는다~”


정미가 손을 뻗어 꾹 하고 버튼을 누르자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려오고 이내….


찰칵!


팔짱을 끼고 웃고 있는 정미와 굳은 세하의 모습이 찍힌다.


사진을 확인한 정미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한다.


“세하 안 웃었어…”


“다시 찍을까?”


“당연하지!다시 찍어!”


정미가 이번에도 팔짱을 끼려고 하자 세하가 무언가 생각난 듯 정미의 뒤에 앉더니….


“세…세하야?!”


뒤에서 정미를 껴안은 채로 정미의 뒤에서 세하가 속삭인다.


“……이렇게 한 번 찍어보면 안될까?”


“아….뭐….이…이런 것도….자…잘 찍히겠지….?”


정미가 몸을 딱딱하게 굳히며 말하자 세하가 뒤에서 조용히 말한다.


“긴장했어?”


“기….긴장 같은 거….내가 하겠어?그….그냥….”


정미가 말을 하려다가 멈추자 세하가 뒤에서 더 꼭 안으며 말한다.


“…..난 지금 행복해 정미야.”


“으응?”


“….이렇게 너랑 이러고 있어서….너를 이렇게 뒤에서 안고 있어서….좋다고….”


“바…바보야….다…당연하잖아!나….나 같은 미소녀랑 데이트 하는 게 흐…흔한 줄 알아?!”


“응. 그래서 더 행복해…..내 분에 넘치는 걸 받는 느낌이라서….”


세하의 팔에 힘이 들어가자 정미가 세하의 손을 꼭 잡는다.


“세하야…..”


“……매번….내가 가지고 싶었던 거 라던지…..내가 원했던 인간관계 같은 건……나에게서 멀어졌어….”


“…….”


“[클로저]라서…..[알파퀸의 아들]이라서…..[덜 떨어진 미숙아]라서…..모두가 나에게서 멀어졌어….”


세하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정미야…..이 사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이대로….이대로 찍으면 안될까….?”


“……..”


“분에 넘치는 행복이라도…..오늘 하루 정도는….나도….나도…평범하게 [이세하]로서….[고등학생]으로서 느낄 수 있는 [평


범한 행복]을…..느끼고 싶은데……안될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팔을 꼭 잡으며 말한다.


“나야말로…..이런 분에 넘치는 행복….받아도 되는 지 모르겠지만….그래도….”


정미가 말을 멈추고 버튼을 누른 뒤 세하의 가슴에 머리를 대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너랑 이런 사진을 찍는 거라면 얼마든지 찍어줄게.”


그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짓자 타이밍이 좋게 사진이 찍히고…..


“자….잘 나왔네….”


“그….그러게….생각보다…잘 나왔네….”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미소를 띈 두 사람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나온다.


“사진은 여기까지만 할….까?”


정미가 사진을 꺼내들고 나가려고 하자 뒤에서 세하가 정미를 안은 채 정미의 볼에 입맞춤을 한다.


“이건 내 소원 들어준 보답.”


그 행동에 정미가 멈칫하더니 부들부들 떨더니 돈을 다시 집어넣고는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버튼을 누르고는 세하의 목에


자신의 팔을 감으며 말한다.


“그렇게 하면…..더 찍고 싶어지잖아…”


정미가 붉어진 얼굴로 세하에게 키스를 하자 세하도 정미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이윽고 셔터 소리와 함께 사진이 나오고 두 사람은 붉어진 얼굴로 사진기 밖으로 나온다.


“크흠….어….어땠어?”


“뭐……이….이번 거는….조….좀 괜찮네…..”


정미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하며 게임 센터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앞에서 달려오던 여자아이와


충돌한다.


“아야야…..괜찮니?”


정미가 아이에게 손을 내밀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네…..전 괜찮아요, 언니.”


“어디 다친 곳은 없지?”


“네….그리고….”


“응?”


“죄….죄송해요….그….옷에….아이스크림….”


아이의 말에 밑을 보니 자신의 옷에 듬뿍 묻은 아이스크림….


정미가 한숨을 쉬다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한다.


“됬어….네가 안 다쳤으면 된 거야. 집에 가서 세탁 하면 돼, 언니는.”


때마침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아줌마가 달려오더니 정미의 모습을 보고는 연신 사과한다.


“하…학생 미안해요!!우리 애가 폐를 끼쳤네요….”


“아…아니에요….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니에요. 학생….아, 일단 이거로 세탁비 하고 번호 좀 줄래요?너무 미안해서 내가 밥이라도 사야 할 거 같네…”


아줌마가 핸드폰을 내밀자 정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이렇게 세탁비 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래도…..너무 미안해지는데….”


“괜찮아요. 갈아 입을 옷도 있으니까 집에서 빨래만 하면 되요.”


거듭되는 정미의 말에 아줌마가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아이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향한다.


“…..진짜 그냥 보내도 괜찮아?”


“응.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그리고….”


“응?”


“저쪽 부모님이 사과 했잖아. 별 일 아닌데, 그냥 넘어 갈 수도 있는 일에 세탁비까지 쥐여주고 가셨잖아?”


“그 말은…”


“어느 정도는 진심이라는 거지. 그게 100%진심인지 보여주기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미의 말에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역시 넌 나보다 어른스럽네. 나 같으면 화 냈을 거 같은데.”


“그냥 엄마랑 둘이서 살다보니까 생긴 버릇이야. 왠만하면 원만히 넘어가려고 노력하는 거야….귀찮은 일에 얽히기 싫으니


까….”


정미가 뭔가 쓸쓸한 미소를 짓자 세하가 정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그거 나한테는 하지마.”


“응?”


“…….왠만하면 넘어가려고 하는 거….하지말라고 나한테는….”


“세하…야?”


“나도 성격 좋다고는 못 말하겠지만…..그래도….네 말이나 네가 하고 싶은 말 정도는…들어줄 수 있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헐….지금 그거 나한테 작업 거는 거야?”


“자…작업이라니?!난 그런 의도로 한 게…..”


“네~네~그러시겠죠. 플래그마스터 이세하 씨?”


정미가 돌아서며 말하자 세하가 뒤에서 안절부절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그 모습에 정미가 결국 풋 하고 웃고 만다.


“풋….푸하하하하하하하!!!!!”


“저…정미야?”


“아하하하하하하!!!!아 정말…어머님이 말씀하셨던 놀리는 맛이 있다는 게 이 말이구나.”


“응?”


정미의 말에 세하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정미가 웃으며 말한다.


“잠깐 놀려본거야~네가 나한테 수작 부리는 애였으면 데이트 신청 같은 거 안 했지.”


정미가 배시시 웃다가 자신의 옷에서 느껴지는 끈적거림에 입술을 쭉 내밀며 중얼거린다.


“으으….슬슬 끈적이기 시작했어…..옷 갈아입고 와야겠다….”


“응. 다녀와. 기다리고 있을게.”


세하가 그렇게 하며 옷 봉투를 내밀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내가 무슨 옷을 입고 나왔으면 좋겠어?”


“…..이거?”


세하가 망설임 없이 옷 봉투에서 아까 전에 산 원피스를 꺼내들자 정미가 살짝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진짜 마음에 들었나보네 이 원피스?”


“뭐…..네가 좋아하기도 했고……”


“했고? 그 다음은?”


“으으….그 다음 말은 알아서 추론해….”


“응?나는 무슨 말인지 말 안 하면 모르는데~?”


정미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세하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한다.


“….이거 입은 네 모습이…너무 예뻤으니까…”


“….어?”


“지금까지 내가 본 네 모습 중에….제일….예뻐 보였으니까….그래서….굳이 골라달라고 하면….이거라는 거지….”


세하의 대답에 아까와는 다르게 정미도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흐흥....난 뭘 입어도 예쁘긴 하지만…..뭐….정 네가 그렇게 원하다면야….입어줄게.”


그러더니 세하가 내민 원피스를 받아들고는 게임센터 밖으로 향하다가 세하를 돌아보며 말한다.


“세…세하야.”


“응?”


“…..나 없는 사이에 다른 여자애들한테 작업 걸면 죽어?알았어?”


“내….내가 왜 작업을 걸어…..”


“아…아무튼간에!나 올 때 까지는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알았지?”


“으응….다녀와.”


정미가 게임센터 밖으로 나가자 세하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한다.


“으아…..나 지금 잘 하고 있는 거 맞나….?뭔가 조금….진도를 과하게 나간 거 같은데….”


세하가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생각하며 게임 센터에서 또 같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하고 있는 순간….


“데이트 재밌어?”


익숙한 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더스트?!네가 왜 여기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꽉 쥐자 더스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안심해, 이세하. 오늘은 차원종으로서 널 만나러 온 게 아니야. 봐봐. 머리색도 복장도 일반적인 미소녀잖아?”


더스트의 말에 세하가 더스트를 보니 더스트의 말대로 검은색 긴 생머리에 더스트 또래의 아이들이 입을 만한 옷을 입고 있다


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쉬며 주먹을 거둔다.


“그럼 뭐하러 온 건데?방해 하러 왔어?”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지.지금은….생각이 좀 바뀌었지만.”


“더스트?”


더스트가 세하의 곁으로 다가오더니 세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하아….내가 어쩌다가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된 건 지 원….내 마음은 쥐꼬리만큼도 모르면서 그런데도 늘 희망을 주는 이런


남자를 말이야…”


“야…너….”


세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더스트를 보자 더스트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왜? 재해복구구역에서도 말했지만 난 너 좋아한다니까?”


“……그거 진심이었어?”


“당연하지. 차원종은 거짓말 안 해. 누구누구 씨 처럼 자기 마음 잘 안 들어내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더니 더스트가 세하를 덥썩 안고 얼굴을 묻은 채 말한다.


“…..세하야….”


“응…더스트….”


“…….나 보다…..우정미가….좋아?”


“…….미안…..”


“아~정말이지….또 차여버렸네…..너희 집안 사람이랑은 내가 인연이 아닌 건가?”


“더스트….”


세하가 머뭇거리며 더스트를 안아주려고 하자 고개를 들고는 좌우로 도리질을 하는 더스트.


“그렇게 행동하면 안돼 이세하. 그런 건 우정미한테나 하는 거라고.”


“하지만……..”


세하가 주먹을 꽉 쥐고는 더스트를 보며 말한다.


“하지만…..그런 슬픈 눈을 하고 있는데…..위로 안 해 줄 수가 없잖아….”


세하의 말에 더스트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나한테는 위로 같은 거 필요없어….오히려….위로 받으면….”


“더스…트…”


“위로 받아버리면…..널….포기 할 수 없게 될 거 같으니까….”


더스트의 얼굴에서 이내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어….어라…..나 지금 우는 건가….?하하하…..눈물 흘리는 차원종이라…..유니온 녀석들이 보면 웃으려나….”


더스트가 눈물을 가볍게 닦아내고는 세하를 보며 말한다.


“세하야. 언제나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 해도 될까?”


“…….응.”


“…..세하야. 좋아해.”


“……”


“나랑 사귀자.”


더스트의 말에 세하가 미안한 표정으로 더스트에게 말한다.


“미안, 더스트.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하하….역시 차였네….”


더스트가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아~차라리 이렇게 확실히 차이니까 좀 마음이 덜 아프네…..후훗….”


“…..미안해, 더스트….”


“미안해 하지 않아도 돼. 내가…..널 못 잡은 거니까.”


더스트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다가 세하를 다시 바라보며 말한다.


“아 하나 말 안 하고 갈 뻔 했다.”


“응?”


“……나를 차버리고 우정미한테 가는 거니까…..우정미한테 잘 하라고.”


“더스트….너….”


“만약….두 사람이 헤어지면….나 또 널 찾아와서 아까 한 말 또 할 거야. 나랑 사귀자는 말 다시 할 거니까…..한동안은….포기


못하니까….”


더스트가 눈물을 흘리며 슬픈 미소를 띈 얼굴로 말한다.


“우정미한테 잘 해. 바보 이세하.”


말이 끝나자 더스트가 빠르게 게임센터 밖으로 나가고 그 뒷모습에 세하가 듣지 못하겠지만 짧게 인사를 한다.


“안녕, 더스트…..그리고…..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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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 왜 이렇게 안 오지?”


더스트와 이야기 한 지 10분 후, 정미의 부재에 세하가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린다.


“무슨 일 있나….옷 갈아입으려면 화장실을 갔을텐데….줄이 길어져서 늦는 건가?”


그 순간…


“세….세하야…나 왔어….”


“어, 정미야. 옷 갈아 입고 왔……..어?”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하다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멍하게 정미를 바라본다.


“지…지금 보니까…이…이상해?”


정미가 불안한 눈빛으로 세하를 보자 세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아…아니야…자…잘 어울려….”


“진짜?머리…..좀 바꿔서….이상하다고 할까봐….걱정했는데…”


정미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하자 세하가 속으로 생각한다.


‘왜….왠만하면…트윈테일로 머리 하고 다니는 여자애들….예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저…정미가 하니까….예…예쁘네….’


세하가 뚫어져라 자신을 보고 있자 정미가 부끄러운 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그렇게 뚜….뚫어져라 쳐다보면….부….부끄럽잖아….어…언제까지 그렇게 보고 있을 건데?!”


정미의 말에 세하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정미를 본다.


“미….미안…..”


“날 놔두고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예쁘다…..”


“응?”


“그 머리 하고 있으니까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세하의 말에 정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더니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그…그래?다…다행이네…”


정미의 말에 세하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묻는다.


“뭐하고 싶어 정미야?”


“…..저거?”


정미가 가리킨 곳에는 핸드폰고리 같은 인형들이 즐비하게 있는 인형뽑기 기계가 있다.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데리고 가자 정미가 익숙한 듯 동전을 넣고 조종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조금 더 조금 더…..지금!”


집중하듯 신중하게 조종하던 정미가 버튼을 누르자 집게 내려오고….


“잡았다!제발 떨어지지……아….”


집게에 인형이 집어진 후 달려 올라가다가 떨어진다.


“으으….한 번 더!! 자존심이 용납못한다고!!!”


정미가 투지를 불태우며 동전을 넣으려고 하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지폐를 쑥 집어넣어주며 말한다.


“한 번으로 되겠어?끝장을 봐야지.”


“좋았어!내가 게임은 못하지만 이것만큼은 좀 한다고!!!”


정미가 신난 얼굴로 조종간을 잡자 세하가 그 모습에 웃음을 짓는다.


‘뭐야….정미 이런 면도 있었구나….하긴….정미가 인형을 좋아하긴 했지.’


그 모습을 문득 바라보다가 신난 표정으로 배시시 웃는 정미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든 세하가 핸드폰을 꺼내들어 무음 카메라


로 그 모습을 찍는다.


이윽고 찍힌 사진이 화면에 나타나자 세하가 웃으며 저장버튼을 누르고는 정미의 옆에 서서 정미를 응원한다.


“가자,가자,가자,가자!!!!....아!......또 떨어졌어….”


정미가 아쉬운 듯 버튼을 꾹꾹 누르며 중얼거린다.


“저 핸드폰고리 갖고 싶었던 거야?”


“꼭 그런 건 아닌데…..너랑 커플 악세서리하면 어떨까 싶어서…..”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를 뒤에서 껴안는다.


“그런 생각 해줘서 엄청 고마운데?”


“나…나는 언제나 네 생각 하거든?!네가 맨날 못 알아들어서 그렇지!”


“이제부터는 잘 알아들을게.”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껴안은 손에 힘을 주자 정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잡는다.


“이런 거…..되게 오글거릴 줄 알았는데…..의외로….행복하네…”


“행복하다니까 다행이네…..나도 행복하거든.”


두 사람이 한참을 그렇게 껴안고 있을 때 시끌시끌한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게임 센터로 들어온다.


“선…선생님?!”


“야, 금수저!왜 여기서 민폐질이냐!!!!”


“어라~?우리 근로청소년이 드디어 연애하나보네~?”


“나…나타랑 레비아랑 소영이누나까지?!”


세하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하자 레비아는 얼굴을 붉힌 채 세하를 보며 말한다.


“죄…..죄송해요!!!!두….두 분의 오…오붓한 시간을 방해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바…방해 아니야!괘…괜찮아!”


세하가 황급히 말하자 소영이 히죽히죽 웃으며 다가온다.


“흐응~우리 근로청소년도 남자구나?자기 여자친구랑 대.담.하.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백허그라니?”


“……..”


세하가 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며 말을 안 하자 소영이 웃으며 손짓한다.


“마침 잘 됬네. 이 누나가 오늘 너희 커플 아이템 하나 마련할 찬스를 주지!”


“응?”


“히히히히~저길 보시라!”


소영이 가리킨 곳에는 왠 번호가 적힌 나무판이 움직이는 벨트 위를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 게임장….


“……저거 설마…..”


“응응!코르크 마개 처럼 생긴 총알을 요 모형 총에 끼워서 원하는 표적을 맞추는 게임이지~. 참고로 상품도 많다~?”


“……이번엔 여기로 알바 옮긴거야?”


“히히히히~시급이 세더라고?잠깐 하는 거야~”


소영의 말에 정미를 보던 세하가 조용히 말한다.


“정미야. 저거 해볼래?”


“으응?나 총 못 쏘는데…..”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그리고 저기에 아까 전에 우리가 가지고 싶었던 핸드폰고리도 있는데?”


“뭐?!”


정미가 상품품목을 보더니 다시 투지를 불태운다.


“가자, 세하야!저걸 우리가 가져오는 거야!”


“그래. 가자. 총 쏘는 건 내가 도와줄게.”


두 사람이 의지를 불태우며 걸어가자 나타가 어이 없다는 듯이 그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오지랖 저거는 게임 싫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자기가 더 좋아하는 구만.”


“저는 오히려 저게 더 부러운 걸요?전 모든 걸 잘 못 하니까….저렇게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운


걸요….”


레비아의 말에 나타가 레비아를 슬쩍 보더니 레비아의 손을 덥썩 잡고는 세하와 정미가 있는 곳까지 데리고 온다.


“나…나타님?!”


“부러워만 하지말고 너도 이거 해.”


“그…그래도….저는 이런 거 해 본 적이 없어서….돈만 날리게 될 거에요….”


“아, 진짜!내가 도와줄게!도와 줄 테니까 뒤에서 시무룩하게 있지 말고 하라고!”


나타의 말에 레비아가 나타를 바라보더니 나타에게 꼭 안기며 말한다.


“고맙습니다, 나타님…..”


“뭐…뭐…..고마워하면 다행이고…”


나타가 어색하게 서 있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남자 쪽이 수줍음이 더 많으면 어쩌자는 거냐…나타야….”


“시…시끄러!너희들은 너희들 일이나 하라고. 난 이 계집애랑 할 테니까.”


나타가 레비아를 데리고 세하와 정미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자 세하가 정미에게 총을 쥐어주며 설명한다.


“이건 이렇게 당겨서 준비를 하고 여기 총구에 코르크를 끼워서…..”


세하가 설명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듣던 정미가 돈을 지불하고 코르크 10개를 받아서 자리에 선다.


“세하야 핸드폰고리가 몇 번이었지?”


“양 모양은 25번 늑대 모양은 26번.”


“오케이……”


정미가 총을 바로 잡더니 숨을 한 번 내쉰 뒤 방아쇠를 당긴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르크가 날아가지만….


틱.


맞춘 것은 다른 번호의 나무판이다.


“어……25번을 노렸는데…..에이…다시!”


정미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고 쏴 **만….


“아, 왜 이렇게 안 맞아!”


빗나가거나 다른 번호를 맞춘다.


“아….정말….이제 코르크 1개밖에 안 남았는데….”


정미가 아쉬운 듯 총을 만지작 거리자 세하가 살며시 웃으며 정미에게 말한다.


“정미야.”


“응?”


“총 잡고 쏠 준비해봐. 도와줄게.”


“응?아…알았어…”


정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세를 잡자 세하가 그 뒤에 서서 정미의 손을 잡는다.


“세…세하야?!”


“자 집중해. 조준간을 평행으로 하는 거야.”


“으응…..”


“옳지, 그렇게 조준간을 맞추고 힘 빼고...”


“응….”


정미가 부끄러운 지 자꾸 목소리가 작아지자 세하가 상냥하게 말한다.


“긴장하지 마 정미야.”


“기….긴장 안 하겠어?!이…이렇게 붙어있는데?!”


“그럼…..비켜줄까?내가 비켜주면 긴장 안 할 수 있어?”


세하의 말에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그대로….있어…..이렇게….쏴 볼거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손을 잡고 정미와 같이 목표를 조준한다.


그리고…..


퐁 하는 소리와 함께 목표했던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번호를 맞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비아가 부러운 눈으로 두 사람을 보며 중얼거린다.


“…..좋겠다…..”


레비아의 중얼거림이 들린 것일까? 나타가 한숨을 쉬며 레비아를 뒤에서 껴안듯이 총을 잡는다.


“나…나타님…”


“옆에서 부럽다 좋겠다 하지 말랬지?!내가 도와줄 테니까 우는 소리 하지말라고!”


“….네!”


나타와 레비아가 의외로 진도를 나가는 이때 세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뭐야….꽤나 진도 잘 나가는데?”


“그러게….나타가 절대적으로 블랙홀 급 답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웃으며 총을 집어들자 정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응?세하야, 너도 하게?”


“핸드폰고리 못 땄잖아. 저거 따 줄게.”


“따…딸 수 있어?”


“뭐….일단 지켜보라고. 게임센터 슈팅게임 VVIP는 거저 되는 게 아니라고.”


세하가 돈을 지불하고 코르크 5개를 받아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총을 장전하자 옆에 있던 나타도 조용히 총을 들며 말한다.


“어이, 금수저.”


“왜 나타?”


“26번 건들지 마라. 25번 쏘라고 알았냐?”


“너야말로 25번 건들지 마라.”


세하가 장전을 끝내고 총을 겨누고는 무언가를 계산하듯 뚫어져라 번호가 지나다는 것을 본다.


“정미야.”


“응?”


“저 곰인형도 필요해?”


“응?으응….딸 수 있다면….”


그 말에 세하가 씩 웃더니 방아쇠를 당긴다.


퐁 하는 소리와 함께 엉뚱한 번호가 넘어가자 정미가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다.


“응?세하야. 핸드폰고리 번호랑 곰인형 번호 쏘려는 거 아니었어?왜 다른 번호를….”


“연습이야. 어짜피 3발만 있으면 충분하거든.”


세하가 씩 웃더니 다시 한번 다른 번호를 쏘고는 말한다.


“좋았어. 자 이제…..본격적으로 따 보실까?”


세하가 눈을 반짝이며 총을 들더니 소영에게 말한다.


“누나.”


“응?”


“핸드폰고리 2개랑 인형 줄 준비 해두세요.”


세하가 말을 끝내고 방아쇠를 당기자 정말로 25번 나무판이 넘어간다.


“우선 핸드폰고리 하나.”


나무판이 넘어간 것을 확인한 세하가 다시 총을 장전하더니 다시 25번을 겨냥한다.


코르크가 쏘아지는 소리와 함께 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또 다시 25번 나무판이 넘어간다.


그 모습에 세하가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에서 진지한 얼굴로 나무판을 신중히 겨냥한다.


‘곰돌이 나무판은 좀 각도가 안 나오네….좀 더 봐야하나…’


그 모습에 나타가 세하를 보며 비웃듯 말한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만 있냐, 금수저?”


“곰돌이 나무판 각도가 안 나와서 그래. 지금 쏘면 다른 곳에 맞아.”


그 말에 나타가 칫 하고 혀를 차고는 총구를 세하가 겨냥하고 있는 곳 바로 앞으로 겨냥하고는 쏴버린다.


딱 하고 소리와 함께 나무판이 넘어가자 세하가 나타를 보며 웃는다.


“뭐야…..도와주는 거야?”


“시끄러. 아까 전에 네가 연습한다고 내가 쏠 나무판 앞에 장애물을 네가 치워놔서 나도 치워준거야.”


“땡큐, 나타. 덕분에 각도 나온다.”


세하가 피식 웃더니 신중하게 방아쇠를 당긴다.


나무판에 적중했는지 뒤로 넘어가자 소영이 히죽히죽 웃으며 네 사람한테 각자 핸드폰고리 2개와 곰인형과 함께 딴 경품들을

건낸다.


“짜잔~경품 여깄어~”


“땡큐, 누나. 덕분에 커플아이템도 얻었네.”


“헤헤~잘 쏜 건 세하랑 나타잖아? 나는 그저 찬스를 줬을 뿐이야~”


“그래도 찬스를 준 게 어디야….고마워, 누나. 다음에 또 봐요.”


“응~잘 가~”


소영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자 나타가 레비아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야, 레비아. 또 가고 싶은 곳 없냐?”


“아…….이…있어요….한 곳….”


“또 어딘데? 한 두 곳만 가면 된다더니 도대체 몇 곳 째야 여기가.”


“죄….죄송해요…..따…딱 한 곳….한 곳만 가면…되요…”


“칫….어딘데?”


“오…옷 가게요….”


“옷 가게?거길 왜?”


“저….저도 평범한 사람들이 입는 그런 옷들 입어보고 싶어서……”


“…….”


“여….역시 차원종인 저는….안 입는 게 좋겠죠?인간이….아니니까….”


레비아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나타가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하에게 말한다.


“야, 금수저. 이 백화점 옷 예쁜 거 많냐?”


“많으니까 데리고 돌아다니면서 입혀봐. 네 취향이 뭔지 몰라서 가게 추천은 못하겠다.”


“추천 같은 건 필요없어. 내가 데리고 다니면 되니까. 야, 레비아. 가자.”


“네….네!”


레비아가 환하게 웃으며 나타를 쪼르르 따라가자 세하가 정미의 손을 꼭 잡더니 정미를 보며 말한다.


“재밌었어, 정미야?”


“응. 엄청 재밌었어. 내 손으로 인형을 못 딴 건 좀 아쉽지만 결과적으로는 얻었으니까 됬어~”


정미가 웃으며 말하다가 핸드폰고리를 내밀며 말한다.


“자! 너도 하나 달아. 난 달았어.”


정미가 핸드폰을 보여주자 작은 양 모양의 인형이 달랑거린다.


“달아줄래?나 이런 건 처음 해봐서…”


“응!핸드폰 줘봐. 달아줄게.”


세하가 핸드폰을 주자 정미가 미소를 띈 채 핸드폰에 인형을 달며 배시시 웃는다.


“흐흐흥~”


기분까지 좋은지 콧노래까지 부르는 정미의 모습에 세하도 미소를 짓는다.


이내 다 됬는지 몇 번 당겨보더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세하에게 핸드폰을 돌려주는 정미.


“다 됐어!”


“고마워. 덕분에 커플악세서리도 하게 되고 기분 좋은데?”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손을 잡자 정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세하에게 기댄다.


‘행복해…..내 옆에…내가 좋아하는 세하가 내 손을 잡고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너무나도 행복해….’


자신에게 온 행복이 행여 달아나버릴까 잡은 손을 꼭 쥐자 세하가 정미의 앞으로 와 눈을 맞추며 말한다.


“좋아, 정미야?”


“응…..너무나도 좋아….행복해….이런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너무 행복해….”


그 모습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한다.


“그럼 더 행복하게 해줄까?”


“응?읍….”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짓더니 이번에는 부드럽게 정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다시금 느껴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과 행복한 감정에 정미가 비틀거리자 매너있게 허리를 감싸 안아 넘어지지 않게 않


다.


그 행동에 정미가 눈웃음을 지으며 세하의 목에 자신의 팔을 걸고는 다시금 입술을 포갠다.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자 정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에게 안긴다.


“고마워, 세하야…..지금 나…..여태까지 내가 살면서 느낀 것 중에 제일 행복해….”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를 꼭 안아주자 정미가 배시시 웃으며 물러난다.


“우리도 슬슬 다른 곳으로 옮길까?여기 더 있을 이유는 없잖아?”


“어디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정미의 말에 세하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향수 코너.”


“응?어머니 드리려고?”


“아니. 너희 어머님 드리려고.”


“아~우리 엄마한테 드린…….잠깐 뭐라고?!”


정미가 웃으며 답하다가 방금 자신이 들은 대상에 화들짝 놀라 세하에게 반문한다.


“아…아…아니 왜...왜 그래 정미야?”


“바…방금…너….우리 엄마한테 향수 같은 거….사 드린다고 했어?”


“어?으응…..어머님 향수 안 좋아하셔?”


“안 좋아하시는 건 아니지만…..갑자기 왜?”


“응?”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갑자기 우리 엄마한테 향수 선물이라니?”


그 말에 세하가 빙그레 미소를 띄우며 말한다.


“오늘 모처럼 쉬실텐데 귀한 딸 데리고 와 버린 게 죄송해서 하나 사 드릴려고.”


“그….그래도…..비쌀텐데…..”


“많이 비싸면 안 살 거야. 어머님 향수 비싼 거 쓰셔?”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아…..그래도…..”


“응?”


“오늘 너 돈 너무 많이 쓰게 만드는 거 같아서 미안해서 그래….”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난 괜찮아. 오늘 어차피 이렇게 하려고 미리 돈도 뽑아놨고 무엇보다 정말 고마운 분이니까.”


“왜?”


“그야…뭐….”


세하가 눈을 못 마주치자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뭐야….왜 말을 하다말아?”


“으……이거 말하면 나 너한테 한 대 맞을 거 같은데….”


세하가 정미를 보며 안절부절하자 정미가 머리로 세하의 가슴에 박치기를 한 번 하고는 세하를 본다.


“자. 미리 한 대 때렸으니까 말해봐. 이젠 안 때릴게.”


“……..너랑 이렇게 행복한 데이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의 얼굴이 급격하게 빨개지더니 세하에게 폭 안기며 얼굴을 묻은 채 말한다.


“바….바보오…..그….그런 건…마…말 안해도 돼…..”


“어?”


“우으으….부….부끄럽다구…..그….그런 말…..앞에서 들으면….”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꼭 끌어 안으며 속삭인다.


“네가 싫다면….다음부터는 안 할게. 정미야.”


“……해줘….”


“응?”


“다음에도……해줘….그런 말….”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웅얼거린다.


“싫은 거….아니야…..부끄러우니까….나한테만 들리게….말해…그런 말은….”


정미의 모습에 세하가 귀엽다는 듯 꼭 껴안은 채로 입술에 뽀뽀를 하자 이상한 소리를 하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 정미.


“흐에에……또….뽀뽀했어...”


“싫은 거 아니지?”


“싫은 거 아니야……좋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한 번 더 정미를 꼭 껴안고는 정미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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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사고 백화점을 나온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유명한 패밀리 레스토랑….예약하지 않고 온 여러 사람들이 줄 서 있지만


두 사람은 곧장 카운터로 향한다.


“이세하라는 이름으로 예약했는데요.”


“아, 이세하 고객님. 네, 예약확인 되셨고요. 마침 자리가 비었네요.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두 사람이 예약석으로 가서 자리 앉고는 메뉴판을 꺼내든다.


“흐음…..뭐 먹을까….저녁시간이 좀 지나서 배고픈데….”


세하가 메뉴판을 유심히 살피자 정미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세트 메뉴를 가리킨다.


“이거 어때? 양도 많고 우리 둘이 먹기에도 충분할 거 같은데?”


“오~이거 괜찮겠는데? 이걸로 하자, 정미야.”


“혹시 모르니까 하나 더 시켜둘까?나도 약간 배가 고파서….”


“나야 좋지. 그럼 세트 메뉴에….이걸로?”


“괜찮을 것 같아. 아, 음료는…..”


“그럼 샐러드는…..”


두 사람이 한참을 메뉴판을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직원에게 주문을 하고는 이내 세하가 미소를 지은 채 주위를 둘러보며 말


한다.


“이야…..여기를 내가 내 발로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응?그게 무슨 말이야?”


“아, 이 가게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말이야.”


세하가 웃으며 말하자 정미가 몸을 세하 쪽으로 숙이며 묻는다.


“무슨 에피소드인데?”


“뭐…..유리나 슬비한테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우리 저번에 남자 쪽은 집사복을 여자들은 메이드복을 입었단 말이야?아 물


론 테인이는 왠지 모르겠지만 메이드복이었지만.”


“……걔는 외견상으로는 도대체 남자라고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건 나도 동감해. 어쨌든 그 옷 입고 일을 도와주게 된 곳이 하필이면 여기였거든.”


세하의 말에 정미가 아하 하고 손뼉을 치며 말한다.


“그럼 여기서 서빙도 하고 그랬어?”


“응. 대신에 엄청 시달렸지만.”


세하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자 정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무슨 일 있었어?”


“왠지 모르게 말이야. 여자고객들이 꼭 주문을 하나씩 하나씩 해서 사람을 귀찮게 만들었거든…또 사진 같이 찍자는 소리도 많


이 들었고.”


세하의 말에 정미가 물잔을 콕콕 찌르며 중얼거린다.


“헤에….좋았겠네. 여자들이랑 사진도 찍고.”


“좋았겠냐……계속 옆에서 쫑알쫑알 거리는데?”


“그 중에 예쁜 사람들도 있었을 거 잖아? 눈호강도 하고 좋았겠네.”


정미가 어딘가 모르게 화가 난 목소리로 세하에게 말하자 세하가 움찔한다.


“저…정미야?너….화…화났어?”


“아니. 내가 왜 화를 내?나 화 안 났어.”


‘화 났잖아….티 팍팍 나는데. 또 뭐 때문에 화가 난 걸까….’


세하가 한숨을 쉬며 어떻게 달랠까 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정미도 속으로 한숨을 쉰다.


‘바보 이세하….내가 왜 화 내는 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네….’


정미가 자신의 앞에 놓여진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생각한다.


‘누가….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자기가 아닌 여자들이랑 그렇게 사진 찍고 하는 걸 좋아하냐고….’


정미가 이렇게 생각하며 애꿎은 물잔만 만지작거리자 세하가 정미의 이름을 부른다.


“정미야.”


“……왜.”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지 말고 내 얼굴 봐봐….”


세하의 말에 정미가 흘긋 세하를 보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한다.


“왜 그런 걸 질투해….난 정말 짜증만 났다니까?”


“그걸….어떻게 믿어…”


“정미야…..”


정미가 훌쩍거리며 말한다.


“아…안 그래도….난 성격도 나쁘고….얼굴도 별로 안 예쁘고…가슴…도 작고….다른 애들보다 많이 부족한데….흑….”


“…….”


“그런 말 들으면….질투하게 되잖아….”


정미의 말에 세하가 한참을 바라보다가 정미의 옆으로 가더니 그녀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그 사람들 질투할 필요 없어, 정미야…..”


“그래도 질투가 나는 걸…..”


정미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웅얼거리자 세하가 꼭 껴안은 정미의 눈을 보며 말한다.


“내가 일할 때 봤던 그 사람들 보다 내 앞에 있는 우정미가 예쁘고 그 때 본 사람들의 성격보다 나한테 안겨있는 우정미의 성격


이 더 좋아.”


“거짓….말……”


“거짓말 아니야. 진심이야….그 사람들보다......네가 훨씬 좋아.”


세하의 말에 정미가 눈물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럼 나한테 키스해줘…..”


“응?”


“내가 그 사람들보다 좋으면……키스 해 주면 안돼?”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한참 바라보다 정미의 머리를 정리해주며 말한다.


“얼마든지.”


세하가 부드럽게 정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대자 정미의 눈에서 한 줄기의 안도의 눈물이 흐른다.


이윽고 입술이 떼어지고 서로 바라보는 자세가 되자 정미가 세하의 손을 꼬물꼬물 잡으며 말한다.


“미안해 세하야….괜히…이상한 말 하고 어리광 피워서…..”


“괜찮아, 정미야. 전혀 문제 없어.”


세하가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정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는 다시 말을 이어간다.


“난 오히려 네가 질투해줬다는 사실에 더 행복해. 그만큼…..날 생각해줬다는 거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다시 세하에게 안기며 중얼거린다.


“미안해….이런 어린애 같은 나라서…..”


“괜찮아….평소에는 내가 속 썩이잖아….퉁 치는 걸로 해도 되는걸?”


세하의 말에 그제야 정미가 얼굴에 미소를 띄운다.


때마침 두 사람이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두 사람은 다시 각자의 자리에 앉아서 에피타이저 메뉴를 먹기 시작한다.


“우물우물…에피타이저부터 맛있네...”


“우물우물…그러게....너무 먹으면 메인디쉬 못 먹는데...”


한참을 에피타이저를 먹던 두 사람의 테이블에 메인메뉴인 스테이크가 나오자 세하가 웃으며 칼을 들자 정미가 세하를 말린


다.


“잠깐만, 세하야. 이번엔 내가 할게.”


“응?”


“아…아까 낮에 돈까스 잘라줬잖아….이…이번엔….내가 해줄게….”


그러더니 뭔가 비장한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자르기 시작하는 정미.


그 모습에 세하가 작게 웃음을 지으며 생각한다.


‘정말….얼마나 너한테 빠졌길래 나는 그 낑낑거리는 네 모습까지 예쁠까?’


누군가 들으면 바로 무언가가 날아올듯한 발언이지만…..세하는 신경도 안 쓰고 정미를 미소를 띈 채 바라보고 있다.


“다…다 됬다!”


정미가 환하게 웃으며 세하에게 스테이크를 내밀자 세하는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고마워, 정미야. 잘 먹을게.”


“헤헤헤…..응….”


정미가 수줍게 웃으며 세하를 바라보자 세하가 자신의 스테이크를 정미에게 주고는 스테이크를 한 조각 집어 정미에게 내민


다.


“정미야, 아.”


“헤헤….아~”


얼굴에 홍조를 띈 정미가 행복한 표정으로 스테이크를 먹자 세하가 작게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좋아?”


“응….정말 좋아….행복해….”


정미가 행복한듯 세하의 눈을 보며 배시시 웃자 세하도 살며시 웃음을 짓는다.


“자~그럼 이번엔 내 차례!아~!”


정미가 발랄한 목소리로 세하에게 스테이크를 내밀자 세하도 미소를 띈 채 스테이크를 받아먹는다.


“헤헤….맛있어?”


“응. 맛있어. 고마워, 정미야.”


“헤헤…..더 먹을래?”


정미가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스테이크를 자르려는 순간….


부우우웅…..부우우우웅…..부우우우웅…..


정미의 핸드폰이 크게 울리기 시작한다.


“응?정미야 전화 온 거 같은데?”


“그….그렇네….”


‘아 누구야…..한창 분위기 좋았는데!!!!!’


액정을 확인한 정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액정에 적혀있는 이름은 정미가 제일 싫어하는 미영의 자매 중 한 명인 선아다.


‘이 인간이 왜 전화를 했지?’


한숨을 쉬고는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세하야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게….”


“아, 다녀와. 음료수라도 시켜놓고 있을게.”


세하가 다정하게 이야기하자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로 향하는 정미.


이윽고 화장실에 도착한 정미가 방금 전 세하와 있을 때와는 다르게 무표정한 얼굴과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다.


“여보세요.”


“참 빨리도 받는구나. 정미야.”


“무슨 일이시죠, 이모. 용건만 말하시죠.”


“흐응~왜?남자친구랑 데이트를 즐기는데 방해되서?”


선아의 말에 정미가 살짝 표정을 구기며 말한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알긴~우리 우수한 아들과 딸이 백화점에서 네가 남자와 다닌다고 말해줬거든~교양 없는 주제에 교양 있는 척 하고 교


양 있어 보이는 남자랑 다니니까 재밌니?”


“정말이지…..당신은…..”


“뭐….이쯤 하자 구나. 용건은 그게 아니니까.”


“빨리 말해. 대체 용건이 뭐냐고!”


“어머어머 얘 좀 봐…..누가 어른한테 그런 말 하랬니?”


“당신이 어른 같이 행동을 해야 어른 대접을 해주지.”


“난 언제나 교양있단다? 교양없이 화를 내고 있는 건 너란다?”


선아의 말에 뿌드득 이를 가는 정미….


“용건은 말이다….그 남자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와라.”


“뭐라고?”


“왜 그렇게 놀라니? 남자친구한테 교양없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거니?”


“당신 보다는 내가 교양 있을텐데?”


“글쎄 그건 네 남자친구가 직접 들으면 알게 되겠지.”


선아의 말에 정미가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내가 당신 말을 따를 거라고 생각했나봐?”


“아니. 따를 거라고 생각 안 했지. 그래서 제안을 하려고.”


“뭐?”


“나랑 우리 가족들은 네가 올 때 까지 이 집에서 안 나갈거야.”


“뭐라고?!”


“그래. 네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가 계속 여기에 있으면 너희 엄마가 얼~마나 고생할 지 상상되지?”


“이…..악마……”


“후훗…..기다리고 있을 테니 마지막 데이트를 즐기고 오렴~여기 오면 분명히 네 남자친구는 너한테 질려버릴 테니까 큭큭….”


“세하는….그런 애가 아니야!!!”


정미가 전화기에 대고 소리치자 선아가 비웃듯 말한다.


“아~물론 그 남자애가 네 본성을 듣고도 괜찮다고 할 수 도 있지. 근데 말이다…..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과연 너랑 만나려


고 할까?”


“그게…무슨 소리야…”


“어머?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니, 모르는 거니?”


정미가 아무 말 없이 주먹을 꽉 쥐자 선아가 비웃음 섞인 말투로 말한다.


“내가 과연 네 번호만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당신 설마?!”


“후후…..너희 엄마 핸드폰에서 발견했거든 네 남자친구의 번호를.”


“세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 건데?!”


“너한테 하는 것처럼 교양 있게 대할 생각이야. 얼마나 교양 있는 지 확인하고 교양 있는 아이라면 대접을 교양이 없다면 교양


을 가르쳐줘야지. 후훗…그게 교양 있는 사람들의 의무이니까”


선아의 말에 정미가 입술을 꽉 깨물고는 말한다.


“……갈게. 나 혼자 갈 테니까 세하는 건들지 마.”


“어머나~데이트를 포기 할 필요는 없는데~?”


“**…..당장 갈 테니까 짐이나 싸두고 있으라고. 나랑 이야기를 하자고. 죄 없는 세하랑 엄마 건드리지 말고. 그리고 당장 너


희 집으로 **.”


“후훗…..말했을텐데? 그 남자친구도 데리고 오는 게 용건이라고.”


“………”


“뭐….맘대로 해라~네가 데리고 오든 안 데리고 오든 너의 본성은 말 할 생각이니까.”


“야, 서선아!!!!!!”


“끊는다, 버릇없는 조카야.”


전화가 끊기자 정미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세게 깨문다….


“이….이….이 망할 여자가…….”


정미가 부들부들 떨며 이성적으로 지금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생각한다.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건…..세하한테 설명하고 세하에게 하루종일 전화를 안 받게 하고 나는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서 그


여자를 상대하는 건데….’


그와 동시에 선아의 집착성에 대해 정미가 고개를 젓는다.


‘서선아 그 여자가 또 얼마나 xxxx같은 짓을 할 지 모르니…..그 방법도….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그게….최선이겠지….


세하한테만큼은…..저 xxxx들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러더니 벽에 턱 하고 몸을 기대며 생각하는 정미.


‘평소에는 전화 한 통도 안 하고 있는 주제에…..이런 물어뜯을 것만 생기면 xx개처럼 달려드니…..짜증나…..’


물론 정미도 선아와 정면으로 붙어서 깨트려버릴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쪽은 사회유명인사에 자식들은 잘 나가는 대학의 학생, 돈까지 많은 말 그대로 왕족. 반면 정미의 쪽은 일반적인 회


사원에 아직 고등학생이라는 것….


애초에 정면승부가 되지 않는 상태에 정미가 먼저 포기하고 사람들을 무시하기로 했지만…..


‘하필이면 왜 내가 좋아하는 세하까지 저 xxxx들한테 말려들어서…..’


세하에게 저 사람들이 할 ** 행동을 생각하니 역시나 자신이 스스로 조용히 해결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정미다.


“후우.......오늘 이 데이트…..더 하고 싶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함께 눈물이 흘러나오자 정미가 낮게 중얼거린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행복한 시간….더 보내고 싶었는데……좀 더……세하랑 같이 있고 싶었는데….너무해....”


한참을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달래던 정미가 이내 눈물을 닦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세하가 있는 장소로 돌아온


다.


“세하야~미안 내가 너무 늦었지?”


정미가 일부러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자 세하가 뭔가 이상한 듯 정미를 뚫어져라 본다.


“응?왜 세하야?”


“……너 무슨 일 있었지…?”


“으응?무슨 일? 나 아무 일 없었는데…?”


정미가 일부러 웃으며 말하자 세하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정말 방금 전에 아무 일도 없다고?”


“아….일이 있긴 있었지…..이모들이 집으로 오라네…보고 싶으시다고....”


“……..”


“이 데이트 더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서....더 즐기고 가려 했는데….”


정미가 반 정도만 진실을 말하고는 일어선다.


“아 그리고 세하야.”


“응?”


“오늘…..혹시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면 받지마…..알았지?”


“……..”


“헤헤….빨리 가야겠다. 다음에 또 봐….세하야….”


정미가 눈물을 꾹 참은 채 웃음을 짓고 세하의 옆을 지나는 순간…


“기다려, 정미야.”


턱 하고 세하가 정미의 팔을 붙잡는다.


“세…하야?”


“……너 무슨 일 있지?”


“….집에서 오라고 했….”


“그게 아니잖아!”


세하가 처음으로 화난 목소리로 정미에게 말하자 정미가 움찔한다.


“하아….미안….순간적으로 욱했네….”


“……..”


“너 왜 나한테 거짓말 해?왜 거짓말을 하냐고!”


“…..거짓말 아니야….진짜야….”


“단지 그것뿐이야?”


“…….”


“단지 그것뿐이면 왜 네 얼굴에 눈물자국이 있는건데?”


“아…?!”


정미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입술을 꽉 물며 말한다.


“내가 너 운 것도 몰랐을까봐?말을 안 하니까! 뭔가 좀 이상하니까 가만히 있었던거지 몰라서 가만히 있었는 줄 알아?!”


“……”


“내가…못 미더워서 말 못 하는거야?말을 해달라고!난 눈치 없어서 말을 안 하면 뭐가 문제인지 모르니까!”


“………세하야….”


정미가 세하를 보더니 울음을 터트리며 세하에게 안긴다.


“흐아아아앙……세하야…..세하야…..”


안겨오는 정미를 세하가 말 없이 등을 토닥거린다.


“괜찮아….괜찮아, 정미야…..”


“세하야……흐윽….”


한참을 펑펑 울던 정미가 이내 세하에게 떨어지자 세하가 손수건을 꺼내 정미의 눈물을 닦아준다.


“이제 좀 시원해?”


“훌쩍….응…..조금….”


“후우…..그럼 이제 말해줘……왜 운 거야?”


“………..그게….”


정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방금 전 통화했던 내용을 설명한다.


“그래서…..너는 피해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아까 전화 받지 말라고 했던거구나…”


“응…..안 그러면 서선아가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니까….”


정미의 말에 세하가 한숨을 쉬며 정미를 다시 자리에 앉힌다.


“세…하야?”


“…..다 먹고 나랑 가.”


“어?!”


“다 먹고 나랑 너희 집에 가자고.”


“세….하야…..”


“……그 전에 한 확인할 것이 있어. 정미야.”


“응….뭐든지….”


“…….그 이모라는 사람, 집에 자주 온다던지 어머님이랑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야?”


“…….아니. 자기 집 자랑 할 때나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 할 때 말고는 얼굴도 안 비추는 사람이야.”


“……즉 만날 일은 거의 없고 자신들의 재력만 믿고 무시한다….이거네.”


“응…..”


“그럼 정말 다행이네…..”


“응?”


“……제대로 창피를 줄 수 있겠어.”


“서선아한테?어떻게?”


“가 보면 알아. 넌 걱정 안해도 돼.”


세하가 살며시 웃자 정미가 미안한 표정으로 세하에게 말한다.


“왜 네가 하려고 해….내가 처리해도 되는데….”


“그야….넌 너희 어머니나 네 편의 사람들을 비난하면 감정적으로 되버리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를 멍하게 바라본다.


“너희 이모…..그 사람은 사람을 가지고 노는 타입이야. 감정적으로는 덤비면 안되지.”


“……나도 그건 잘 아는데도…..막상 서선아랑 부딪히면 감정적으로 되버려….”


“인정해…..그런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감정적으로 만들어서 자기들은 군자인 척하고 사람들을 깔보니까.”


“…….”


“그래도 걱정마. 이번엔…..내가 해결해줄게.”


“…..어떻게?”


“직접 들으면 알 거야. 그 사람들의 논리에 그 사람들처럼 반박하면 되니까.”


“……..”


세하가 살며시 정미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날….믿어줄래?”


세하의 따스한 말에 정미가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바보야…..난 언제나 널 믿어….”


“고마워, 정미야.”


“그래도…..한 가지 약속해.”


“응?”


“……무리 하지마….알았지?”


“…….”


“너마저 잃긴….싫어….그러니까…..무리 하지마….”


정미의 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자 세하가 그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절대 네 곁에서 안 떠나고, 무리 같은 건 하지도 않을 테니까 걱정마.”


“응…..고마워…..세하야….”


이내 손이 풀리고 세하가 정미에게 고기를 먹이며 말한다.


“자,자 빨리 먹자. 이제부터는 정신적으로 소모가 많이 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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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식사가 끝나고 두 사람은 정미의 집 앞까지 도착했다.


“……다 왔네…..”


“……..괜찮겠어?”


정미가 세하의 손을 꼭 잡더니 세하의 눈을 보며 묻는다.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갈 거면….지금 집에 가….”


“……도망 안 가, 정미야.”


“….왜….?”


“……더 이상….물러나기 싫어.”


“……..”


“언제나 내가 무너질 때, 네가 날 구해줬잖아….”


“…….세하야….”


“이젠…..내가 구해줄게….정미야. ”


세하가 진심을 담아 정미에게 말하자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세하에게 안긴다.


“이 일이 끝날 때까지……내 옆에 있어줄 수 있어?”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있어 줄게.”


“무서워…..나 때문에…..너 마저 잃어버릴까봐…..내가 도와줄 수 없을 만큼 무너져버릴까봐….”


정미의 몸이 작게 떨려오자 세하가 정미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괜찮아…..난 절대로 네 옆에서 떠나지 않을거야. 떠나라고 할 때 까지 옆에 있어줄게.”


“…….지켜….”


“응?”


“너는……꼭…..그 약속 지키라고…..”


정미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약속…..꼭 지켜…..너는….꼭….내가 가라고 할 때 까지…..가지마….”


“…….”


“멋대로……사라져버리면….안돼….”


정미의 말에 세하의 머릿속에 정미의 행동의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한다.


‘아버님.....이야기 인가…’


세하가 훌쩍거리고 있는 정미의 머리를 정리해주고는 반듯한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한다.


“……난…..끝까지 약속 지켜…..널 두고…..먼저 가거나 하지 않을게.”


세하의 부드러운 말에 정미가 세하의 허리에 팔을 감고는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한참을 맞댄 채 가만히 있던 두 사람이 이내 떨어지더니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서로를 바라본다.


“…….준비됬지, 정미야?”


“…….응…..너야말로…..서선아 깨버릴 준비….됬어?”


“완벽하게 정신줄을 놓게 만들 수는 없어도…..다시는 그렇게 너한테는 못하게 할 준비는 됬어. 대신에….”


세하가 잡고 있는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한다.


“내 손…..잡고 있어줘…..이 손 놔버리면…..나도 너처럼 감정적으로 되어버릴 것 같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손을 꼭 잡고는 세하의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너야말로…..놓지마….”


정미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미가 긴장된 표정으로 자신의 집의 문을 연다.


띠릭 하고 문이 열리고 집안에서 진한 향수 냄새가 흘러나온다.


“빨리도 오는구나?그렇게나 마지막 데이트를 즐기고 싶었니?”


선아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손을 잡고 있는 쪽이 아닌 쪽의 주먹을 꽉 쥐며 말한다.


“누구 마음대로 마지막 데이트래?”


“말하는 꼬라지 봐라….교양 없어.”


뒤에서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정미를 보며 말하자 정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한다.


“글쎄…?너도 그렇게 교양 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재수 없어.”


“동감이야.”


정미가 말을 마치자 선아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세하에게 말을 건다.


“네가 정미의 남자친구니?”


“네. 반갑습니다.정미 남자친구 이세하라고 합니다.”


의외로 정중하게 미소를 지으며 세하가 답을 하자 선아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흐응~정미한테는 아까울 정도로 예의가 바른 걸?”


“하하….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후훗….들어오렴.”


세하가 미소를 지은 채 대답하자 선아가 거실에 세하를 데리고 들어간다.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교양 있어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들과 여자들 그리고 젊어보이는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들과 금목걸이를

하고 있는 남자들이다.


“뭐야….저게 *** 남친이야?꼭 지 같은 걸 골랐네. 비리비리하게 생긴 걸….”


“뭐?야, 유한솔!”


“왜?내가 틀린 말 했냐? 저렇게 비리비리하게 생긴 녀석은 밤일도 제대로 못할텐데 킥킥….”


명백하게 세하를 놀리는 말에 정미가 이를 꽉 물고 소리치려고 하자 세하가 살며시 정미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귀에 속삭인다.


“진정해, 정미야.”


“세하야….”


“외견상으로는 그렇게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정미를 옆에 앉히고 자신도 앉자 옆에 있는 선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정미가 말 안 하던가요?오늘 친척들이 여기 있다고?”


“아, 들었습니다. 그래도 한 번 쯤은 뵈어야 할 것 같아서 왔습니다.”


“흐응~불쌍해라…..정미는 그렇게까지 그쪽이 노력할 필요는 먼지만큼도 없는데 말이죠.”


“무슨 말씀이시죠?”


세하가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하자 한솔이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아 정말 몸만 비리비리 인 줄 알았는데 정신도 어리버리 하잖아?참 끼리끼리 논다더니….”


“동감이야 동생아. 그래도 가지고 놀 만한 가치는 있어보이는데?”


한솔의 옆에 있던 채아가 세하에게 손을 뻗으며 말한다.


“그 쪽 오늘 나랑 놀래요?후훗….재밌는 걸 보여 줄 수 있는데…?”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저는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기도 바쁘거든요.”


세하가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웃으며 말하자 채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나 Y그룹 회장 딸이야!너 같은 서민들 쯤은 간단히 묻어버릴 수 있다고!!”


채아가 씩씩 대며 말하고는 속으로 생각한다.


‘자….빌어…..땅바닥에 고개를 묻고 싹싹 빌어봐!!’


하지만…..


“아 그런가요?”


세하의 대답은 채아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뭐….뭐?!”


“제게 그 말을 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너…너….”


채아가 말을 채 잇지 못하자 선아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꼬마야?지금 왜 우리 훌륭한 딸이 너 같은 서민한테 그런 소리를 하는 지 모르겠니?”


“모르겠습니다.”


“그럼 알려주마…..너 같은 거랑은 우리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 이란다. 하찮은 서민아.”


선아가 독기를 내뿜으며 말한다.


“너 학교에서 공부 잘 하니?”


“중위권입니다.”


“하!그런 중위권 정도 주제에 우리 우수한 딸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거야?! 너 우리 딸이 어떤 대학 다니는지 알아?!”


“모릅니다.”


“하여간에 끼리끼리 논다더니….우리 딸은 명문대인 A대 다니는 우수한 아이라고! 조카라는 년은 대학도 아직 안 간 주제에 공


부 안 하고 연애나 하고 있고, 그 남자친구라는 녀석도 비전 같은 건 없어보이고….정말이지, 서민이란…”


선아의 신랄한 비판에도 세하가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대학이나 갈 수 있니?어머님한테 빌 붙어서 살아갈 생각이니?참으로 멍청하고 소모적인 인생을 사는 바보멍청이구나?”


“…….”


“취직은 할 수 있니?이 사회가 그렇게 녹록하다고 생각하니?쓸모없는 서민들은 도태되고 우리한테 머리나 조아리고 우리가 주


는 은혜를 받기나 하면 되는 하등한 것들이란 말이다!!”


선아의 말에 세하가 가만히 있다가 비릿하게 웃는다.


“……….할 말 다 하셨나요?”


“뭐?”


“할 말 다 하셨나고 물었습니다.”


세하의 말에 선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아….정말이지…..교양 없는 소리 듣는 것도 짜증나네요….졸부 아줌마.”


“아…아줌마?!너….!”


“입 다무세요. 입 열 때마다 입에서 썩은내가 나니까.”


방금 전과 달리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세하가 선아를 보자 선아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뭐…뭐라고…?!”


“귓구멍까지 썩어서 들리지 않나요?교양없는 졸부 아줌마라고 했습니다.”


“이….이….이 서민이!!!”


선아가 소리를 지르자 세하가 귀를 만지며 말한다.


“정말 교양 없으시고 머리에 든 게 없으시네요…..하실 수 있는 것이 서민 놀리기랑 자기 자랑이나 소리지르기 밖에 없으신가


보군요.”


“뭐라고?!”


“아까부터 정미랑 저한테 심할 정도로 모욕적인 발언을 하시던데 한 번 하나하나 대답해드리죠.”


세하가 자신의 옷에서 자신의 요원증을 꺼내며 말한다.


“다시 소개하죠. 유니온 신서울지부 검은 양팀 소속 이 세하 요원입니다. 부모님으로는 유니온 신서울지부 소속인 서 지수 요


원을 어머니로, 같은 지부 소속인 이 성훈 요원을 아버지로 두고 있습니다. 아, 그쪽은 이렇게 말하면 못 알아들을 테니 간단하


게 알파퀸이 저의 어머니라고 말씀드리죠.”


세하의 싸늘한 말에 선아의 눈이 두려움에 커진다.


“뭐…뭐라고?!아…알파퀸?!그…..그 알파퀸의 아들이….너라고?!”


“당신네 Y그룹, 저희 유니온 신서울지부에서 하는 모범기업 지원프로젝트 지원금이 끊기면 회계에 넣지 않은 당신들의 허영심


으로 빚어진 빚 때문에 파산한다는 말이 있던데…..그 프로젝트 결정권의 반 가까이를 들고 있는 저희 부모님한테 제가 모욕적


인 발언을 들었다는 소리를 하면…..어떻게 될까요?”


“아…아아…..”


“뭐 지금 중요한 건 제 쪽이 아니라….”


세하가 정미를 자기의 품에 안으며 말한다.


“제 여자친구인 정미한테 한 모욕적인 발언인데…..당신들…..정미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모르나보네요?”


“그 계집애도 무언가가 있다고?!그 년은 그저 남자를 잘 만난 것 일 뿐이잖아!!!”


채아가 소리치듯 말하자 세하가 비웃음을 얼굴에 띄운 채 말한다.


“그건 당신들만의 생각이고요. 정미가 남자를 잘 만나게 아니라….”


세하가 정미를 보며 웃음을 짓고는 말한다.


“제가 여자를 잘 만난 겁니다. 모자란 아가씨.”


“뭐….?!”


“정말이지…..당신들이 졸부 짓을 한다고 정미 집에 잘 안 오고 무시만 한 것이 티가 나는 대목이네요….자신의 조카가 무슨 일


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다니….”


“뭐..?!”


“당신들이 지금 무시하고 있는 제 여자친구 정미는 지금 현재 유니온 신서울지부 연구팀에 소속된 정식연구원입니다. 당신들


의 아들딸보다 더욱 우수하죠.”


“…….”


“또 한 가지….당신들이 지금 인지를 못하고 있는가본데…..내 여자친구면…..저희 어머니한테는 뭐가 되는 지 짐작은 할 텐데


요?”


“아….아아….”


선아가 덜덜 떨며 주저앉자 선아를 내려다보며 말하는 세하.


“고작 대학 잘 간 것으로 돈 좀 많은 것으로 사람 깔보니까 재밌었나본데…..당신들….이번엔 사람 잘 못 골랐어.”


싸늘한 세하의 말이 들리자 선아가 다급하게 세하에게 기어오며 말한다.


“아….사….살려주세요!!저….저희가 잘못했습니다!!!다시는 이 계집애한테…..”


“계집애?”


“아…아….저….정미에게…..”


“정미에게만?”


“저….정미네 집 사람들 모두에게…..다시는…..모욕적인 발언을 하지 않겠습니다…그러니까 제발!!!”


선아의 모습에 채아와 한솔은 그저 멍하게 서 있다가 선아를 말린다.


“엄마 왜 그래!!이 자식이 뭐라고 그러는 건데?!”


“시끄러워!!!너희도 빨리 머리 조아리라고!!!”


선아가 한솔과 채아의 머리를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자 열받은 한솔이 세하의 멱살을 잡고 한 대 세게 친다.


퍽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세하가 비틀거리자 한솔이 씩씩거리며 말한다.


“너…..우리 어머니한테 사과 안 하면 더 맞을 줄 알아라, 이 비리비리한 자식아!!!”


“…….정말이지…..한심하기 짝이 없어….”


세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한솔을 보며 말한다.


“주제파악도 상황파악도 못하는가본데…..뭐 덕분에 결심이 섰어.”


세하가 꾹 하고 전화기를 누르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이윽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선아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아들~왜~?좀 있으면 엄마가 한국 가는 비행기 타는데~?”


“아, 엄마. 아빠랑 하고 계시는 그 모범기업 지원하시는 거요.”


“응응~그거 왜~?그런 거 배우려고?아빠 바꿔줄까~?”


“아니요. 어차피 옆에 계실 테니까 그냥 말할게요. 지원하는 기업….다시 선정하셔야 할 것 같네요.”


“응?왜?”


지수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때 옆에 있던 성훈이 말한다.


“…..우리 아들 설마…..”


“네네…..부적격 사유를 직접 목격하고 경험해서 말이에요…..”


“그럼 아들이 생각하는 다시 기업을 선정 해야 하는 이유는? 타당하다면 아빠랑 엄마가 상의해서 다시 선정할게.”


“……돈이 많다는 이유로 자신의 가족들에게 폭언과 모욕을, 그리고 타인을 하찮게 취급하고 허영심에 빠져 사는 경영진이 운


영하는 회사에 모범적이라는 말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애초에 두 분이 그 프로젝트를 하시게 된 이유가 전쟁으로 파


괴된 선량한 기업을 돕고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잖아요. 그리고….”


“그리고?”


“무식하게 돈돈거리면서 돈을 밝히는 사람들을 아빠가 제일 싫어하시니까요.”


세하의 말에 성훈이 피식 웃더니 말한다.


“이야….우리 아들 아빠보다 말 잘 하네?거기에다가 우리 아들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폭언이나 모욕했다는 증거만 있으면 다


시 선정하는 이유에 부족함이 없겠는걸?”


“모욕과 폭언의 증거는 제가 지금까지 녹음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오셔서 받으시면 되요. 집에 들어가서 메일로 보내놓을게


요.”


“오케이 아들. 그럼 증거를 확인하고 프로젝트 회의에 안건으로 띄워서 다시 선정할게.”


“네 아빠. 나중에 공항에서 뵈요.”


“그래 아들. 나중에 봐.”


전화가 끊기자 성훈이 씩 웃으며 말한다.


“여보.”


“응?”


“아무래도 우리 아들…..나보다 더한 애처가가 될 거 같아 큭큭….”


“그런가?난 지금 두 사람 이야기 하나도 못 알아 듣겠던데….”


“걱정마 여보. 비행기 타서 다시 천천히 설명해줄게.”


“오케이~알았어요, 여보~”


한편…..전화를 마친 후 세하의 앞에는 덜덜 떨고 있는 선아가 있다.


“아….아아….아아아….”


“……고맙습니다 유한솔씨. 덕분에 일이 아주 깔끔하게 끝났어요.”


“이…..이…..이 xxx가!!!!”


한솔이 옆에 있던 과도를 들고 세하에게 겨누며 말한다.


“죽기 싫으면 녹음한 걸 내놔!!”


“…..정말 질리네요....당신....….”


세하가 한숨을 쉬더니 한솔을 보며 말한다.


“……일반인 뿐만 아니라 위상능력자에게도 약간의 위협이 느껴지고….정미 앞이기도 하니까……팔 하나 정도만 부수고 제압


해드리죠.”


“뭐?”


한솔이 반문하는 순간 세하가 한솔이 잡고 있는 과도를 튕겨버리고는 그대로 팔을 어깨에 얹고 매쳐버린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매쳐진 한솔의 팔을 잡고 그대로 세하가 뒤틀어버린다.


으드득 하고 소름돋는 소리가 들리고 이내 비명을 지르는 한솔.


“으아아아아아아!!!!!!”


“…..그러길래 가만히 있었으면 되잖아. 이 xxx야…..”


세하가 진심으로 짜증이 난 듯 말하면서 중얼거린다.


“가뜩이나 데이트 중도에 나와버려서 기분 x 같은데 정미 앞에서 욕이랑 폭력 쓰게 만들고 있어….”


세하가 내동댕이치듯 한솔을 풀어주자 한솔이 부들부들 떨며 세하를 노려본다.


“아줌마. 아줌마가 아줌마 입으로 말하셨죠?아줌마의 아들과 딸은 우수하다고요.”


“…….”


“우수하네요. 일 망치는 부분에서는.”


세하의 말에 선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집을 나가려고 현관으로 향하자 채아와 한솔이 세하와 정미를 노려보고는 나간다.


그 순간…


“아, 그리고 제가 한 가지 말씀을 안 드렸네요. 이 일로 정미한테 손 댈 생각하지도 마세요. 손 대시면….손 뿐만 아니라 목까지


잘라드릴테니까요.”


세하가 차갑게 웃자 선아가 황급히 자신의 아들딸을 데리고 도망치듯 빠져나간다.


“……..”


“……..”


“……..”


선아가 빠져나간 집은 엄청난 정막이다….


“크흠…..우….우리도 집에 가지…..”


“아….안녕히 가세요…”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친척들이 눈치를 보며 일어나자 정미가 인사를 한다.


이윽고 친척들마저 다 나가고 나니 남은 것은 엉망진창이 된 풍경이다….


한참을 그 풍경을 보던 세하가 미영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어머님…..저 때문에….일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네요….죄송합니다….이렇게….가족들간에 불화를 만들고자 한


게 아닌데….”


세하가 고개를 숙인 채 사과를 하자 미영이 빙그레 웃으며 세하의 손을 잡는다.


“…..세하야.”


“네 어머님….”


“사과 할 필요는 없단다.”


“어머….님?”


“……사실 나도…..너처럼 그 사람들한테 짜증난다고 너무 말이 심하지 않냐고….말하고 싶었단다….”


“………..”


“그래도…..저 집 사람들이….우리 정미한테 해코지를 할까 두려워서…..참고 있었는데…..”


미영이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네 덕분에….오랫동안 묵은 게 쑥 내려간 기분이란다.”


미영의 말에 세하가 고개를 들자 빙그레 미소를 짓는 미영.


“그래도 뒷일 정도는….우리 가족끼리 처리해도 되겠지, 세하야?”


“물론이죠.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도와드릴게요.”


“후훗….말만으로도 고맙구나.”


미영이 싱긋 웃다가 어질러진 거실을 보고 한숨을 쉰다.


“흐음…..언제 다 치울 지….막막하구나….”


“내가 도와줄게, 엄마. 세하 너도 도와줄거지?”


“응. 도와줄….”


“아니. 둘 다 도와 줄 필요없단다.”


미영이 세하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어머님?”


“두 사람 데이트도 다 못하고 왔잖아?빨리 나가서 데이트 하고 오라는 말이야.”


미영의 말에 정미가 가만히 있다가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세하야.”


“응?”


“……데이트….조금 늦게 해도 되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정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당연하지. 너야말로 괜찮아?”


“응. 오히려 이렇게 된 걸 보고 데이트 하러 나가는 것도 마음에 걸리거든…..”


정미가 싱긋 웃자 세하도 미소를 지으며 거실 청소를 시작한다.


“정미야, 이건 어디다가 둘까?”


“아, 세하야. 그건 내가 정리할게. 한 쪽에 세워둬.”


“오케이. 쓰레기는 이쪽에다가 넣어, 정미야”


“응. 세하야. 패스.”


두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청소하는 모습에 미영이 아련한 눈으로 바라본다.


‘여보….우리 딸….참 착하게 잘 자란 거 같죠? 저렇게 상냥하고 예쁘게 자라서….또 배려 많은 남자친구를 데려오기까지 하


고….후훗…..옛날에 우리가 함께 있던 그 때 생각이 나네요….그 때, 당신과 나를 보던 어머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두 사람을 흐뭇하게 보던 미영이 두 사람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흐음….청춘들끼리 청소하는 걸 방해하고 싶진 않지만….역시 허술해. 둘 다.”


“응?”


“쓰레기만 주워서 되겠니?이왕 하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해야지.”


미영이 행주를 가져오더니 테이블 닦으며 말한다.


“두 사람은 바닥을 치우도록. 나는 테이블과 위를 청소할 테니까.”


“네. 어머님.”


“응.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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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청소가 끝난 후 깨끗한 모습으로 돌아온 거실에 세 사람이 앉아서 주스를 한 잔 씩 마시고 있다.


“푸하…..시원하다….”


정미가 음료수잔을 턱 내려놓으며 말하자 세하가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한다.


“수고했어, 정미야.”


“너도……수고했어….”


정미가 시선을 회피한 채 말을 하자 미영이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고맙다, 세하야. 덕분에 청소가 한결 수월하게 끝났어.”


“뭘요…..얼마든지 불러주세요. 도와 드릴 수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세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미영이 세하의 등을 탁탁 치며 말한다.


“그래그래. 자! 두 사람은 이제 두 사람의 일을 하러 가야지?”


“네?그게 무슨….?”


“후훗….아직 데이트 다 못했잖니?마저 하고 와. 뭐 내일 돌아와도 상관없지만~”


미영의 말에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버벅거리며 말한다.


“어….엄마!무…무..무슨 말을 하는거야!!!!”


“어머?난 그저 데이트를 시간에 쫓기듯 하지 말고 천천히 오라는 말인데 무슨 상상을 한 걸까 우리 딸~?”


“사…사…상상 같은 거 안 했거든요?!내….내가 왜 그….그런….걸….”


“그런 게 뭘까요~?”


“우씨….세하야 나가자!”


정미가 세하의 팔을 당기며 말하자 세하가 미영에게 인사를 한다.


“그럼 어머님. 어머님 말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트 하다가 오겠습니다.”


“그래~그리고 세하야.”


“네?”


“남자는 밀어 붙여야 할 때는 밀어붙여**다?특히 이런 밤엔 말이야~”


미영이 싱긋 웃으며 말하자 정미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미영에게 말한다.


“엄마!!!!!”


“이크~우리 정미 화났네~?세하야. 우리 딸 잘 달래면서 데이트 하고 내일 안에 돌려주렴~너무 스케줄을 빡세게 해서 정미 못


움직이게는 하지 말고~”


“이이익….세….세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거야!!!가자, 세하야!!”


정미가 빨개진 얼굴로 미영에게 소리지르듯 말하고 세하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가자 미영이 키득거리며 중얼거린다.


“우리 딸도 다 컸네. 방금 한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일 줄도 알고 말이야 흐흐….손주 기대해도 되려나~?”


미영이 이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 진도를 기대하고 있을 때….정미와 세하는 공원에 도착한다.


“……..”


“………”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저 손만 꼭 잡고 있던 정미가 먼저 입을 연다.


“세하야….”


“응?왜 정미야?”


“…….고마워.”


“뭐가?”


“그냥…..오늘 데이트 해준 것도 고맙고…..또…..오늘 도와준 것도 고마운데…”


정미가 말을 하다가 말끝을 흐리자 세하가 긴장된 표정으로 묻는다.


“…..뭔가….마음에 안 드는 부분있었어?”


“아니야, 그런 거…….그런 게….아니라….”


정미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세하의 눈을 보더니 입을 연다.


“……사실….오늘 네가…..나한테 너무 많은 선물이랑…..즐거운 추억을 너무 줘서…..나도 모르게….마음 속으로…..기대를 하


게 돼….”


“……..”


“세하 네가…..날…..좋아해서…..그래서…..이런 것도 해주는 거구나…..그래서…..이렇게 따뜻하게….해주는 거구나라고….혼


자 생각하게 돼….”


“………”


“착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동시에….정말로…날….좋아해줘서…..그래서 이렇게….나한테 잘 해주는 거라고….생각하고 싶


어져서….갈피를….못 잡겠어….”


“………..”


“……..세하야…..내가 지금…..네 호의를…..좋아하는 마음으로….받아들이는 거야?”


“….......”


“…….역시……내 착각…..인거지?나 혼자…..김칫국…..마셔….버린…거지….?”


정미의 목소리가 서서히 울음소리에 잠겨간다.


“흑…..알고….있었는데…..네가….나 같은 거…..좋아 할 리가….없다고….나 처럼 성격 나쁘고….예쁘지도 않은….여자를…좋


아 할 리가…없는…데…..흑….”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어간다….


“그런데도…..네가….날….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알면서도….네가 오늘….나한테 해준….그 달콤한 시간들이….계속….계


속….내 머리 속에서…떠나질 않아서….네가….계속 생각나서….네 옆이…..좋아서….네 여자로….있고 싶어지는데….진짜….


네 여자친구가….되고 싶은데….널….정말로 좋아하는데….”


정미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며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난…..안되는 거야…?네 여자친구가….될 수 없는 거야?”


정미의 모습에 세하가 한참을 말 없이 서 있다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미를 부른다.


“……정미야.”


“흑…..흐윽….”


“…….하아….정말이지…..우정미. 너 바보야?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


정미가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자 세하가 조금 화난 표정으로 정미를 보고 있다.


“내가 너한테는 그런 이미지 밖에 없어?내가 아무 여자한테나 키스하고 데이트하고 껴안고 밥 사주는 그런 바람둥이야?내가


그렇게 밖에 안 보여?”


“그런 거…..아니야…..그렇게 생각…안 해….”


“그럼 왜 우는데?”


“……..어?”


정미가 멍하게 세하를 바라보자 세하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하아….정말이지….남이 멋지게 고백하려고 몇 달을 고민한 고백방법을 한순간에 날려버려 놓고는 답도 안 들어놓고는


왜 혼자서 생각하고 울고 있는 건데?”


“그…..말은…..”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한 번만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또 혼자 오해하지 말고.”


“………..”


“몇 달 동안 너한테 이 말 하려고….널 잡으려고 온갖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해봤는데…..그건 완전 시간낭비였나보네…..간단


하게….그리고 심플하게…..이 말만 너한테 했으면 됬는데….”


세하가 끌어안은 정미의 귓가에 속삭인다.


“좋아해. 정미야.”


“세….하야…..”


“나랑 사귀자 정미야…..내 옆에…..있어줘….”


“………”


“……분명히 생각할 때는 좋아한다고 말 한 뒤에 이 말 말고도 할 말 많았는데…..지금은….생각이 안 나네…..”


“……..”


“미안. 고백하는 것마저도….이렇게 어설퍼서….”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허리를 꽉 껴안으며 말한다.


“흑…..진**…?거짓말….아니지…?”


“거짓말 아니야. 진심이야.”


“흐윽…..한번 만 더….한 번 만 더….좋아한다고 말해줘….”


“좋아해, 우정미….아니….사랑해, 우정미.”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대답한다.


“나도…..나도 좋아해 세하야….아니…..사랑해 세하야….”


정미가 울음 섞인 목소리로 세하에게 말한다.


“훌쩍….이거….꿈 아니지 세하야?나….지금 너한테 고백 받은 거….맞지?”


“응. 맞아…..고백한 거 맞아….내 옆에 있어달라고….내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그렇게 말했어.”


세하의 말에 정미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웃으며 말한다.


“응…..세하야…..네 고백….받아들일게….”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정미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고 속삭인다.


“고마워….정미야….앞으로….네 마음…실망 안 시킬게…”


“…..하도 실망시켜서 이제는 실망 같은 거….안 하거든?그래도….”


“응?”


“그래도…..바람 피면….죽는다?나…..질투 많은 거…알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꼭 껴안으며 말한다.


“바람 같은 거 필 리가 없잖아.”


“……알아….그냥….나 질투 많으니까….주의하라고 한 말이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귀엽다는 듯 볼에 입맞춤을 하자 뻣뻣하게 굳는 정미.


“흐에에…..”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정미가 버둥거리자 세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어라?질투할 때 뽀뽀 하면 기분 풀어지는 건가?그럼 몇 번이고 해 줄 수 있는데.”


세하가 장난치듯 말하자 버둥거리던 정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이면…”


“응?”


“이….입술에…하…하는 뽀뽀면…..봐….봐 줄게….무….물론 바…바람 피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봐줄거야?다른 건….봐줄


게….입술에…뽀뽀 하면…”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더니 정미를 껴안으며 말한다


“흐음….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더?”


“…..든지….”


“응?”


“하…..한 번 더 하고 싶으면…..하던지…..”


정미의 말에 세하가 이번에는 정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 떨어지자 정미가 행복한 표정으로 말한다.


“…….한 번 더…”


정미의 말에 세하가 미소를 띄운 채 다시 입술을 맞대자 정미 또한 행복한 미소롤 세하의 목을 끌어안는다.


그 순간….


두 사람의 귓가에 무언가가 톡톡 닿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응?”


정미가 세하의 품에서 나와 하늘을 보는 순간….


쏴아아아아아……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갑게 내려오는 가을비에 정미가 덜덜 떨자 세하가 황급히 자신의 겉옷을 벗어서 정미에게 입혀주고는 정미의 손을 잡고 어


디론가로 뛴다.


“세…세하야 어디 가는 거야?!”


“우리 집!”


“너…너희 집?!”


“비도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고 무엇보다 지금 여기서 어물거리다가는 너 감기 걸려. 그럼 내가 너한테 미안해지잖아….가자!”


“흐에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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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릭 하고 문이 열리고 집 안으로 쫄딱 젖은 두 사람이 들어온다.


“푸하….가…갑자기 비가 오고 난리냐…..”


“그….그러게….가…갑자기…비가 오네….”


“으으….잠깐만 있어봐. 이대로는 들어가지도 못하겠다.”


세하가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가더니 욕실에서 수건을 하나 꺼내와서 정미의 머리를 털어주기 시작한다.


“아우우우…..머…머리 망가지는데에….”


“조금만 참아줘. 아무리 지금이 가을이라고 해도 이렇게 축축하면 감기 걸…..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하다가 정미의 모습에 말을 멈춘다.


촉촉하게 젖어 호리호리한 정미의 몸에 착 달라붙은 원피스를 보고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다.


세하가 손을 멈추고 자신을 뚫어져라보자 정미가 갸우뚱거리다가 세하를 시선을 따라 자신도 시선을 내려보고는 황급히 세하


가 벗어준 윗옷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며 소리친다.


“어…어딜 보는 거야, 이세하!!!!!!!!!!”


정미가 소리치며 발로 세하의 배를 세게 차버리자 배를 부여잡고 무릎을 꿇는 세하….


“쿠…쿨럭….미….미안해….나…나도 모르게…시선이….”


“이….이…..변 태!호 색 한!바보 멍청이!나 씻을거야!”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씩씩거리며 욕실로 들어가자 세하가 배를 문지르며 일어난다.


“으으…..순간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 하는 줄 알았네…..어우….다음부터는 정미 화나게 하면 안되겠다…..그나마 저게 플랫


슈즈라 다행이지…..하이힐로 맞으면 아무리 나라도.....잘못하면 저승행 하이패스 끊을지도…..”


세하가 생각만으로도 오싹한지 몸을 덜덜 떨며 자신의 방에 있는 욕실로 향한다…..


세하가 자기 방의 욕실로 향하고 있는 이 때…..거실에 위치 해 있는 욕실로 들어간 정미는…..


‘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내가 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무슨 일을 저지른거야?!!!!!!!!!나….남…남자친구의 집에….다…..단 둘이


있는데…..가….갈아입을 옷도…안 가져온 주제에 씻고 있잖아?!’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그제야 깨달았는지 따뜻한 물을 맞으며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지….지금….내….내가 저지른 상황은….그….그거지?!그…..여….연인들이 할 수 있다는 마…마지막 진도를 나가도 될 만한


상황을 만든 거지?!’


정미가 당황스러운지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속으로 생각한다.


‘어….어떡하지?!세….세하도 나….남자니까….이….이런 상황이면….지….진도를 나가려고 할텐데…….어떡해…..나…..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됬다고!!!!’


정미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하며 고민하는 그 때 욕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온


다.


“정미야?씻고 있어?”


“세….세하야?!으응!씨….씻고 있는데?!”


“아, 그러면 여기 밖에 바구니 나두고 갈 테니까 나중에 젖은 옷들 바구니에 넣어줘. 난 안에서 씻을 거니까 걱정 하지 말고 천


천히 씻고 나와?”


“으응….”


이윽고 발소리가 멀어지자 정미가 긴장이 풀렸는지 숨을 몰아쉰다….


“휴우…..노…놀래라…..여….여기서 마지막 진도 나가려는 줄 알았네……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됬는데….”


정미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바구니에 넣을 자신들의 옷들을 보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는 당황한다.


“…….그러고보니……..나 뭐 입고 이 욕실에서 나가야해?!”


입고 나갈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정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급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치….침착해…..침착해 우정미….무언가….무언가 방법이 있을 거야!!!차근차근 생각해보는 거야!여....여긴 세…세하네 집이니


까………..어머님도 살잖아?!아싸! 어머님 옷을 입으면 만사 오케이 잖아? 에이….괜히 걱정했네~’


정미가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다시 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샤워가 끝나고 몸에 있는 물기를 큰 타월로 닦아낸 후 입을 수 있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입고는 그 위에 타월로 몸을 감


싼다.


‘조….좋아….긴장하지마…..긴장하지마 우정미…..어머님 옷을 받으면 나는 이 공간을 나갈 수 있어!’


정미가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더니 세하를 부른다.


“세….세하야…..?”


“응? 정미야 다 씻었어?”


세하가 편안한 복장으로 양 손에 김이 나는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거실로 들어서며 답한다.


“그거 뭐야?”


“응?아, 코코아. 좀 쌀쌀하길래 네 꺼 까지 타왔어. 어서 나와. 춥겠다.”


“저…..저기 세하야…..”


“응?”


“……나 갈아입을 옷 없는데…….혹시….어머님 옷 빌릴 수 있을까?”


정미의 말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한다.


“정미야….너…우리 엄마 만나 봤으면 알 텐데…..”


“응?뭐가?”


“……우리 엄마의 키가 정상적으로 보이더냐….”

“응?.......아?!”


정미가 그제야 깨달았는지 당황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이마를 짚으며 말한다.


“우리 엄마 키가 170인데…..맞는 게 있겠어?”


“으으….그…그럼 어떡하지…..이…일단…..마…마를 때 까지는 타월로…..”


정미가 당황스러움에 어버버 거리자 세하가 일어서더니 나와있는 정미의 머리에 딱밤을 한 방 먹이며 말한다.


“기다려봐. 찾아볼게. 아마 박스티 하나 정도는 두고 가셨을 거야.”


“으응….그럼 나는…..”


“일단 거실에 나와 있을래? 담요도 있으니까 꽁꽁 싸매고 있으면 그…..안쪽도 보이지 않을 거고….따뜻한 코코아도 있으니까


안 추울 거고….”


“으응….아….알았어…..나….나갈게….다….담요 줘…..”


정미의 말에 세하가 담요를 가져다주고 지수의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말 그대로 꽁꽁 몸을 싸맨 채 거실에 있는 쇼파로 돌진하


더니 얌전히 앉아 코코아를 마신다.


‘아….어…어떡해….더….더….더더욱 마지막 진도로 향하고 있잖아?!이….이대로라면….지…진짜….세….세하랑….정말로….


마….마지막 진도를…..나가게 되는데…….’


정미가 코코아 잔을 꼭 쥔 채 생각한다.


‘…...나….나라고 해서 세하랑 마지막 진도를 나가는 거에 대해서는…..무서운 것 뿐이지 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야…..나도…..


여…연인들의 사랑을…..맛보고 싶은 건….사실이야…..그래도…’


코코아 잔을 잡은 정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마지막 진도만큼은…..결혼약속하고….나가고 싶은 걸….물론 세하를 믿지만…….세하의 주변에는….나보다 더 예쁘고 착한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까….나 같은 거랑은 비교가 안될 만큼 멋진 사람들이 많으니까………정말 확실하게…..결혼약속을…하


고 진도를 나가고 싶은 걸…안 그러면....’


정미가 고민에 빠진 상태로 코코아 잔을 꼭 쥐고 있을 때 세하가 난감한 표정으로 나타난다.


“저기…정미야?”


“으응?!왜…왜 세하야?!”


“으으….저기……옷이 있긴 있는데…..”


“있으면 있는 거지, 왜?”


“……진짜 박스티 하나 밖에 없어….그것도….이거….”


세하가 박스티를 건내자 정미가 받아들고 한 번 펼쳐보고는 당황한다.


‘으아….이….이거 입으면…..어…어깨라인 다 보이겠는데?!’


이리저리 옷을 살피던 정미가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자신의 몸에 걸치고 거울을 보더고는 휴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밑단까지는 길어서 어느정도 허벅지까지 내려와서 다행이긴 한데….이게 뭐야….상단은 와….완전 유혹하는 느낌이잖아?!’


정미가 쭈뼛쭈뼛 거리며 다시 거실로 돌아와 세하의 옆에 다소곳하게 앉으며 불안한 표정을 짓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불편하면 그냥 담요 덮고 있을래?어차피 비 그치고 옷 마르면 돌려보내줄꺼니까….”


‘돌려보내….준다고?그냥…..보내준다고?’


정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세하를 보자 세하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솔직히 나는 여기에서 네가 자도 상관 없긴 해…..엄마아빠는 내일 오후가 되야 한국에 오시고 침대라면 내 꺼든 부모님 꺼든


아무거나 골라서 쓰게 하면 되니까…..”


“그럼…..왜 돌려보내려고 하는데?”


“그야 당연히…..”


세하가 말을 하려다 입을 다물자 정미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킨다.


“당…연히….뭐…?”


“크흠….다…당연히….부모님이 걱정하시니까…..”


“…..그럼…..엄마가 걱정 안 하시면…..있어도 된다는 거야?”


“어?”


“……엄마가 허락만 하면….여기 있어도 되는 거야?”


정미의 말에 세하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자 정미가 자신의 옷을 꼭 쥐더니 테이블에 놓아둔 핸드폰을 꺼내 미영에게 전화


를 건다.


“응~우리 딸~즐거운 밤 보내고 있니?”


“아니. 비 맞아서 즐거운 밤은 아니야.”


“헤헤~그래도 지금 비 꽤 많이 온단다? 세하네 집에서 푹 쉬다가 오렴~”


“괘…괜찮은거야?!내가 세…세하 집에서 자도?!”


“어라?지금쯤이면 둘 중 한 명이 고백해서 사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진전이 없니?”


“사….사귀기로 했어….근데….좀 분위기 잡는데….비 내려서….쫄딱 젖고….그래서 옷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에이~그러지말고 둘이서 찐하게 부둥켜 안고 자고 오렴~우리 이 서방이 어련히 잘 케어해주겠니?”


“이…이 서방…..”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자 전화기 너머에서 웃는 미영의 소리가 들린다.


“쿡쿡…..거기 이 서방있지? 이 서방?”


“네…넵!어머님!”


“어머….나는 이 서방이라고 불렀는데 어머님이라니….섭섭해 이 서방?”


“아….죄송합니다…어머….아니지….자…장모님….”


“옳지옳지~그래야 이 서방이라고 부를 맛이 나지~”


미영이 쾌활하게 말하자 세하가 긴장된 표정으로 말한다.


“저…저기 장모님….저…정말 정미를 저희 집에 재워도….되는 건가요?”


“응응~마지막 진도 나가고 손주까지 만들어와도 전~혀 상관없어요, 장모님은~”


“어…..엄마!!!!!!!!!!!!!!!!!!”


정미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에 옆에 있던 세하가 살짝 귀를 막는다.


“어머….정미야….이 서방 귀 나가겠다….핸드폰으로 듣는 나도 시끄러운데 옆에서 듣는 이 서방은 얼마나 시끄럽겠어…?”


“아….미…미안해, 세하야….”


“괘…..괜찮아….소리 지를 만 했으니까…”


“어머어머 벌써부터 편드는 거니?이야~너희가 한 살 만 더 많았으면 그냥 바로 결혼시키는 건데….”


“어….엄마!!!”


“이크크….이번 껀 엄마의 실수. 그런 건 너희 끼리 정해야 하는데 후훗…..”


미영이 실수했다는 듯이 웃음을 짓고는 다시 화제를 돌린다.


“어찌됐든 엄마는 네가 세하 집에서 자고 오는 거 찬성. 우리 딸이 어련히 알아서 대처할까….”


“그…그야 그렇지만….”


“흐음~그럼 형식적인 허락이었네 쿡쿡…..빨리 끊어야겠다~두 청춘의 밤을 위해~”


“어…엄마?!잠깐만 끊지….”


“안녕~뜨거운 밤을 즐겨, 청춘남녀~”


미영이 먼저 끊어버리자 정미가 당황한 표정으로 미영을 부르다가 이내 입을 다문다.


그 모습에 세하가 정미의 앞에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댄 채 말한다.


“…….역시 무리지?”


“……….”


“…….말 없는 거 보니까 역시 무리네…..”


세하가 순간적으로 아쉽다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웃으며 일어나더니 정미에게 말한다.


“옷 마르는 대로 집에 데려다 줄게. 아무리 우리 둘이 사귀는 사이라고 해도 마지막은….역시 너도 지금은 부담스럽잖아….”


“세하야….”


정미가 세하를 보며 말하자 세하가 정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는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난 말이야 정미야……눈치라고는 엄마 닮아서 눈곱만큼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녀석이지만….”


세하가 잡고 있는 정미의 손을 더욱 꼭 잡으며 말한다.


“이런 나 때문에……네가 무리 할 필요는 없어 정미야….”


“세하…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난…..지금 이렇게 네가 내 앞에서 내 이름을 네 목소리로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


해….”


“………”


“그렇기 때문에….더더욱….네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세하야….”


“응?”


“………..나한테 고백한 거…….”


“응….”


세하가 정미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자 정미는 자신의 가슴 쪽에 주먹을 댄 채 말한다.


“…….가볍게……생각 안 해 줄 수……있어?”


“……..가볍게 생각한다라는 뜻은…..”


“결혼전제로 사귀는 게 아닌…..그냥…..좋아서 사귄다라는….그런…..거….”


“………..”


“그런 가벼운 연애가 아니라…..정말로 나를…..”


정미가 두려움에 말이 안 나오는 지 입술을 달싹거린다.


‘무서워…..세하가….세하가 나처럼….결혼까지 생각하고 사귀는 게 아니라는 대답이 나올까봐….’


그와 동시에 자신의 손을 강하지만 부드럽게 잡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하의 모습에 마음 속에 자리한 말을 꺼내려고 노력


한다.


‘그치만…..세하의 입으로 듣고 싶어…..나처럼….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그런 생각으로 고백을 한 거라고…..가벼운 생


각으로 고백한 거 아니라고….직접 듣고 싶어….!’


한참을 망설이던 정미가 입을 연다.


“정말로 나를……신부로…..아내로 맞을 생각으로…..고백한 거야?”


정미의 물음에 세하가 아무 말 없이 정미를 바라본다.


“……..”


“대….대답해…..날……신부이자….아내로…..받아드릴 생각……있어?”


“……....그런 거…..당연하잖아….”


“…….어?”


정미는 자신의 귀에 들린 대답에 귀를 의심했다….아니…..바랬던 대답이었기에 오히려 머리 속에서 상상하던 소리로 느끼고


세하를 다시 본다.


“세…세하야……”


“바보야……그런 생각이 없었으면 애초에 고백하겠다는 생각도 안 했어….”


세하가 정미를 품에 꼭 안으며 말한다.


“……고백 할 때 말했잖아…..내 옆에 있어달라고….”


“…….”


“고백하기 전부터…….네가 내 옆에 누워서 날 보고 있어주는 게….그리고….나와 널 닮은 아이들이 우리 두 사람 사이로 파고


들어오는 그런 행복한 일상을…..늘 생각했다고…”


“세…..하야….”


“절대로……가벼운 마음으로 너에게 고백한 거 아니야, 정미야…오히려….너무 무겁게 생각해서….너한테 부담을 주는 게 아


닐까….그래서…..고백을 바로 못하고 몇 달을 망설였던 거야….”


“………”


“약속할게…..절대로….난 네 곁에서 먼저 떠나지 않을게….늘 옆에서…..네 손….잡아줄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 말….책임…..질 수 있어….?앞으로 남은 시간….엄청 길어…..그 사이에….널 좋아하는 나보다 더 좋은 여자들이 많이 나타


날 텐데?그래도 끝까지….날 좋아해줄 수 있지?”


“응. 끝까지……내가 죽을 때까지 좋아 할 여자는…..우정미 너 하나면 충분해….”


조금은 느끼할지도 모르는 세하의 발언에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웃는다.


“하하….뭐야….느끼해….”


정미가 눈물을 흘리며 말하다가 세하를 보고 말한다.


“그래도…..그런 느끼한 발언을 하는 네가 좋으니까…..됐어….”


“정미야….”


그러더니 세하의 목에 깍지를 낀 채 행복한 표정으로 정미가 말한다.


“……내 남편 세하야. 사랑해.”


그 모습에 세하도 행복한 표정으로 정미를 보며 말한다.


“나도 사랑해, 내 신부 정미야.”


세하의 말에 정미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세하에게 입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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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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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노곤해지는 햇살이 방을 채우는 늦은 아침 정미가 옆을 더듬으며 웅얼거린다.


“세하야아……”


한참을 옆을 더듬던 정미가 손에 걸리는 느낌이 배게 뿐이라는 것을 알고 몸을 일으킨다.


“어…..세하….어디 갔지….?”


정미가 세하의 위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정미야, 잠에서 깼어?”


방 밖에서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벅저벅 걸어오는 발소리에 장난기가 발동한 정미가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자는 척을 한다.


이윽고 들어온 세하가 정미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는다.


‘왜…왜 웃지?호….혹시 나 깬 거 들켰나?!아…아니야…세하는 그런 섬세한 눈치는…..’


“흐음~?이상하네?분명히 정미가 깬 것 같았는데?”


세하가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정미에게 다가온다.


‘와….왔다!기…긴장하지마…긴장하면 안 자고 있는 거 들킨다고!’


정미가 어색하게 자는 척 연기를 계속하자 세하가 피식 웃고는 조용히 정미의 귓가에 속삭인다.


“정미야. 지금 안 일어나면…..어제 밤 처럼 진하게 안아버린다?”


세하의 말에 정미의 몸이 크게 움찔하자 세하가 장난기 넘치는 얼굴로 웃으며 말한다.


“진짜 안 일어나네….그럼 어디……한 번 더 진하게 안아서 깨워볼까나…?”


세하가 정미가 덮고 있는 이불을 걷고 정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정미가 다급하게 눈을 뜨며 세하를 막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스톱!스톱!스토오오옵!!!!!깨어 있다고!나 처음부터 깨어 있었다고!!!”


“흐응~그래서~?”


“에?”


“깼다고 해서…..내가 이 찬스를 놓칠 거 같아?”


세하가 웃으며 다가오자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세하를 막는다.


“어…어제 그 정도 했으면 됬잖아?!나 어제 얼마나 힘들었는데!!!”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거짓말 한 벌이야. 너 일어나는 걸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렇게 거짓말하고 말이야. ”


“흐에에에…자…잠깐만….지….진짜 또 하는 거야?!”


정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세하가 서서히 얼굴을 가까이 대자 정미가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살짝 내민다.


그 모습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입술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물러난다.


“응?이게……끝이야?”


“응. 거짓말 한 벌은 모닝키스. 뭘 기대한 거야?”


“기….기대라니!!!나…난 기대 같은 거……..기대 같은 거….기대 같은 거….”


서서히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정미의 입술에 다시 입을 맞추고는 물러난다.


“그렇게 원하면 밥 먹고 진짜로 진하게 안아줄 수도 있는데….?”


“누….누가 원한다는 거야!!!아침밥이나 먹으러.……”


정미가 당황한 얼굴로 침대를 박차고 일어서서 바닥에 서는 순간…


“아흣!”


밑에서 올라오는 쓰라림과 고통에 주저앉아버린다.


“아…………맞다….너…어제가….처…..”


세하가 뒤늦게 반응을 하자 옆에 있던 베개로 집어던지며 말한다.


“마….말하지 마 이 바보야!!!!!”


베개를 맞던 세하가 갑자기 씩 웃고 정미를 공주님 안듯이 들어올리자 정미가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에 세하의 품에서 버둥거

린다.


“뭐….뭐하는거야?!내…내려놔!!!”


“싫어. 어차피 너 지금 아파서 못 걷잖아. 데려다 줄게.”


“이…이 정도 아프면 걸을 수 있어. 방…방금은 갑작스럽게 고통이 와서 그렇지....지금은 걸을 수 있다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알지. 정미 네가 이 정도쯤은 참고 걸을 수 있는 걸. 그래도 불편하긴 하잖아?”


“……..”


“그리고 이럴 때 아니면 이렇게 널 안고 식탁까지 가는 내 로망을 언제 실현시키겠냐….”


“……그런 게….로망이야?”


“응. 뭐…..지금의 모습은 조~금 상상했던 그림과 다르지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세하의 가슴 쪽에 얼굴을 묻고는 웅얼거린다.


“…….가자.”


“응?”


“이…이대로 가자고!그….그리고 로망이라는 게 사이즈가 그게 뭐야!조…좀 더 강한 걸 바래야 할 거 아니야!”


“예를 들면?”


“예….예를 들면?어……음…..으…..어……음…..”


정미가 얌전히 안긴 채 고민하다가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한다.


“그….있잖아….뭐…..라…라이트노벨이라는 거에서 가끔씩 나오는…..아…앞치마만 두르고 있는 거 해달라던지…..주…주인


님 소리 해달라던지….”


“……내가 해달라면 해 줄 수는 있고?”


“뭐…..네가….나한테 잘 해주기만 한다면야…..못해줄 건 없지.....”


정미가 시선을 피하며 말하자 세하가 웃으며 정미를 데리고 식탁으로 간다.


식탁으로 가자 보이는 것은 큼직한 크기로 접시에 놓여진 떡갈비들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샐러드들에다가 따뜻한 김이 올


라오는 밥. 얼핏 보면 전혀 안 맞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균형있게 배치한 세하의 노력 때문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조화를 이루고 있다.


식탁의 의자를 빼서 정미를 살포시 앉히고 먹기 좋게 의자를 밀어주고는 자신은 반대편에 앉는다.


“뭐야….이거….언제 다 준비했어…?”


“너 깨기 전에 후다닥 준비했어….이것도 내 로망 중 하나라서. 내가 만든 음식을 내 여자가 맛있게 먹어주는 거…”


“…….바보….”


“응?”


정미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바보라는 소리에 세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정미를 보자 정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더니 이내 또르르 흘러내린다.


“이런 공주님 대접…..난….안 어울린다고….내가 뭐라고….뭐라고 이렇게…행복한 걸….잔뜩 주는 건데….”


정미가 울먹이며 말하자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내 여자.”


“어?”


“내가 사랑하는 여자이자, 내 신부님이니까.”


“세하야…..”


“내가 이 세상에서 엄마 다음으로 사랑하는 단 한 명의 여자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만의 신부님이니까.”


세하가 부드럽게,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자 정미의 눈이 반달로 휘어지며 환하게 웃는다.


“행복해……세하야….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앞으로 더 행복할 거야. 그런 행복한 길…..만들어줄게.”


세하의 말에 정미가 환하게 웃더니 세하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혼자서 그 길 만들지 말고, 나랑 같이 만들어. 같이 걸어줄게.”


“그 말만으로도 행복한데?”


“벌써부터 행복하면 어쩌자는거야…?앞으로 더 행복해져야지. 그래야 내 남자 자격이 있는 거라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정미에게 말한다.


“그럼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건데?”


“데이트도 많이 하고 이벤트도 해주고 애정표현도….최대한 많이 해줄 거고……그…..그것도….가…가끔씩 애정도 확인 겸 에


너지 충전을 위해서….해 줄 거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정미를 안아들고 자신의 방 침대로 가더니 그대로 정미를 침대에 눕힌 채 말한다.


“그럼…..일단 충전부터 하고 아침밥 먹을까?”


“추…충전은 나중에 해! 오…오후에 어머님이랑 아버님 오신다며?!”


“아침밥 먹고 공항 가기에는 시간 좀 남았는데?”


“그…그래도 회…회복 시간이…..”


정미가 웅얼거리자 세하가 살짝 웃으며 말한다.


“충전하고 왔다고 하면 되지.”


“부…부끄러운데….”


정미가 두 손을 꼭 모은 채 세하를 보자 세하가 정미의 머리를 살며시 정리해주면서 말한다.


“싫으면….하지 마?”


“…………조금….”


“응?”


“그…그래도….우리….어제 밤에….약혼도….했는데….아침 밥 먹기 전에….추…충전….조금 정도는….해도 되겠지?”


정미가 시선을 돌린 채 웅얼거리자 세하가 정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말한다.


“그러면 결정이네?충전하기로?”


“……조금만 충전할 거야…..그리고…..”


“응?”


“……어제처럼 하지마….그러면…..과부하 걸리니까….”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말하자 세하가 반듯한 정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는 말한다.


“알았어. 정미야. 살살 할게.”


“응…….그러면……..”


정미가 빨갛게 얼굴을 물들이더니 수줍은 목소리로 세하에게 말한다.


“충전해주세요…..남편…”


정미의 말을 신호로 두 사람의 몸이 이불 속으로 사라진다….


아직 아침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새소리와 따스한 아침햇살이 두 사람의 방에 가득 찰 때쯤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


리가 흘러나온다.


“사랑해…..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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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몇 시간 후 국제공항….


세하와 정미가 약간은 지쳐보이지만 행복한 표정으로 서로의 손을 잡은 채 게이트 출구를 보고 있다.


“흐음…..어머님이랑 아버님 왜 이렇게 안 나오시지?”


“내 생각엔 우리 엄마가 짐 못 찾아서 안 나오시는 거 같은데…..”


“….자주 있는 일이야?”


“가끔씩 있는 일이야.  우리 엄마는 들고 다니는 것만 기억하셔서 기념품 사오시는 날이면 꼭 늦으시거든. 짐 모양을 기억 못


하셔서……”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늘 챙기시던 것만 기억하시는 구나…”


“응. 똑똑하시긴 한데 가끔씩 어느 부분이 나사가 하나씩 빠지시거든……”


“음…..다음에 어머님이랑 여행 갈 일 있으면 그런 기념품은 내가 챙겨야겠다. 난 자잘한 거 잘 챙기니까.”


정미가 세하를 보며 웃자 그 모습이 귀여운 지 세하가 짧게 입술에 입맞춤을 한다.


그 때….


“아들~정미야~”


게이트가 열리더니 방방 뜨는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님! 여기에요~!”


정미가 손을 흔들자 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서둘러 정미가 있는 곳으로 온다.


“꺄아~!우리 며느리 왔다~”


“어머님 오랫동안 비행기 타고 오신다고 수고하셨어요.”


“아니야~이런 거 이미 익숙해져서 히히~”


지수가 소녀처럼 배시시 웃자 정미도 따라 작게 웃는다.


“그나저나 아빠는 어디 계세요?”


“아~아빠가 짐 찾아온다고 했어~엄마는 먼저 나와있기로 했고~”


“……역시 또 짐 잃어버리신 거에요?”


“헤헤….이번엔 중도에 품목이 늘어서 말이야….”


“품목이 늘어요?”


세하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세하랑 정말 많이 닮은 남자가 케리어와 함께 양 손 가득 짐을 들고 온다.


“오~아들 역시 마중 나와 있었구나.”


성훈의 모습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성훈의 짐을 든다.


“웃차…..오늘따라 짐이 좀 많네요.”


“중도에 너희들 줄 거를 사다보니 품목이 늘었다 흐흐….”


성훈의 말에 세하가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성훈과 정미가 짐을 끌고 지수와 정미가 있는 곳으로 오자 정미가 긴장된 표정으로 성훈에게 인사를 한다.


“처….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세…세하 약혼자…..우…우정미라고 합니다….”


“약혼자?”


성훈이 멀뚱멀뚱 세하를 보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응. 어제 둘이서 사귀기로 하고 밤에 우리 둘만의 약혼을 했거든. 그래서 어제부터 내 약혼자 겸 내 여자친구야.”


세하의 말에 지수는 계획대로라는 표정을 짓고 성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아들?”


“네. 아빠.”


“…….굿잡!!!!!!!!!!!!!!!!!!!!!!!!!!!!!!!!!!!!!!!!”


성훈이 아주 잘 했다는 듯이 세하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한다.


“하하하하하!!!!!우리 아들도 남자구나 하하하!!!좋아좋아!!!자기 여자는 확실히 챙겨야지, 암!”


성훈이 정미를 쓱 보더니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정미야.”


“네…네!아버님!”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 세하가 말 안 들으면 우리 아내나 나한테 전화하면 된단다. 부담 없이 전화하거라, 하하!!!우린 네 편


이다 하하!!!”


성훈이 호탕하게 웃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들었지, 정미야?이제 너 진짜 빼도박도 못한다? 이제 취소 못해.”


“치이….누가 취소한데?난 취소 절대 안 하니까 너나 취소 하지 마셔.”


정미의 말에 세하가 살며시 정미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자 정미가 얼굴에 홍조를 띄운다.


“자, 약혼 도장.”


“……약혼 도장은 어제 잔뜩 찍어놓고는….”


“응?!약혼 도장을 잔뜩 찍어?”


지수가 한 건 발견 했다는 듯이 정미의 손을 덥썩 잡자 정미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그게요….어머님….”


“응응, 정미야….”


“으으….여…여기서는 너무 사람이 많으니까….차에 가셔서 이야기 하실래요?”


“오 좋아좋아!여보!아들!이쪽은 여자들만의 대화를 할 테니까 두 사람이 남은 짐 잘 들고 와줘요~가자 정미야!”


“네!”


두 사람이 재잘거리며 앞으로 먼저 가버리자 세하가 남은 짐들을 들면서 말한다.


“에고고….빨리 가죠, 아빠. 엄마가 이상한 소리 하시기 전에요.”


세하가 짐을 들고 앞으로 걸어가자 성훈이 세하를 보고 묻는다.


“아들.”


“네?”


“지금….행복하니?”


성훈의 말에 세하가 지금 껏 볼 수 없었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정미가 간 방향을 향해 걸어간다.


“네.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요.”

 

 

이후 누군가의 다이어리에 20xx년 추석 당일은 이렇게 기록된다.


『세상에서 클로저가 제일 싫었던 소녀가 세상에서 둘도 없이 바보 같은 클로저에게 시집가기로 약속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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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firsteve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시험이랑 레포트 때문에 진짜 신경도 못 쓰고 있었는데 명전 2개가 연속으로 올라가다니 이런 영광이….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말고 정진하라는 독자님들의 응원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 참고로 이번 편을 마지막으로 월하 소나타의 본편은 끝이 납니다.


남은 편은 외전 편 하나입니다.


그 외에는….흐흐……생략된 편이 있는데…..이 편까지 명전 3개까지 성공하면 튤립나무님처럼 댓글로 신청받아서 배포해볼까


합니다.


무….물론 실패하면……따로 이벤트 공지를 올려야겠지만요…ㅠㅠㅠ(사실상 3개는 불가능 할 듯해서 따로 공지를 올려야할 것


같은 느낌이...)


그...그래도 일단 이벤트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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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eve 최초의 생략된 밤 이야기 제작 배포!(월하 소나타의 미공개 밤 이야기)


신청방법 1 단계 이 ------뒤에 작가가 써놓은 차기작 중 마음에 드는 걸 하나 선택한다.


신청방법 2단계: 선택한 것을 메일주소랑 함께 댓글에 쓴다.


신청방법 3단계: 이 글이 명전 가기를 기도한다.


※만약 명전에 안 올라가면 글이 올라간 시점을 기준으로 2주안에 댓글을 쓰신 분들에게 드립니다.


※배포되는 미공개 본은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서 최대한 고퀄리티를 지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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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선택지 Ⅰ:푸른 늑대는 죽지 않는다(나타 ♥유하나)+유성을 사랑한 마녀(세하 ♥레비아)


Ⅱ:Twinkle Heart(세하 ♥오세린)


Ⅲ:내가 사랑한 도련님, 내가 사랑한 메이드(세하 ♥슬비)


Ⅳ:초콜렛 사랑(세하 ♥유리)


Ⅴ:내 첫사랑은 이 세상에서 제일 4가지 없는 작가입니다.(세하♥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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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어….여…여기까지 오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나가시기 전에 위의 이벤트 참가해주시면 반드시 월하소나타의 미공개 밤 이야기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firsteve 였습니다. 곧 정수를 모아 컴백하겠습니다!!!

(수정)

 

내가 말을 헷갈리게 했어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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