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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세하가 유리와 슬비를 달래줄뿐인 이야기

작성자
사일로시빈
캐릭터
제이
등급
수습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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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02.03
  • view88996

".....세, 세 분....이신가요? 이쪽으로 앉아주세요."


 점원은 아주 당황한 표정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이제 생각해보면 당황했다기보다는 이를 악 물고 노려본 것에 가까울 수도 있다.

아니면 커플은 모두 폭발하고 폭발해서 우주의 먼지가 되라고 생각하는 솔로부대의 사람일 수도 있겠지.

어느 쪽이든 대단한 오해를 하고있지만, 그러한 오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단 점에서 오늘은 다사다난한 날이다.


 슬비를 선택했을 때 유리는 어쩐지 지나치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전까지만 해도 파릇파릇했던 풀잎이 급격한 가뭄으로 시들어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더 좋은 표현이 있다. 컵에 따랐던 콜라가 김이 훅 빠져서 높이가 컵의 반도 못 채우는 그런 느낌이다.

슬비가 어쩐지 가슴에 손을 올리고 두둥실 부푼 표정을 짓고있는 점에선 좀 놀랐지만, 해명할 필요가 있었다.


"기왕이면 리더님이 고생하는 편이 더 편하니까."


 이 말을 기점으로 둘 사이에 온도가 역전되었는데, 유리는 이쪽을 동생마냥 껴안으면서 말하기를,


"우리 세하 똑똑하네! 이 누나가 뽀뽀해줄까?"

"누가 누나야, 누가...."

"뭐 그럼 나도 따라가야지!"


 슬비가 화들짝 놀란다.


"뭐어?!"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

"......으..."


 유리가 헤실헤실 솜사탕같은 미소를 발산하고 있다.

무슨 민들레형 차원종이냐. 미소를 민들레 홀씨마냥 흩뿌리는 거야?

슬비가 테이블을 종종걸음으로 빙 돌아와 이쪽의 팔을 잡아끈다.


"일어나, 이세하."

"너 염동력으로 사람 운반해줄 순 없냐? 나중에 택시 대신으로 각광받을지도 몰라."

"중력역전시켜서 인공위성에 불시착시키기 전에 알아서 걸으렴."

"언제부터 그렇게 전지전능해졌냐 너...."


 금낭화빛깔로 물든 머리카락이 흔들리나싶더니, 갸름한 턱선 위로 청량한 시선이 물방울처럼 떨어진다.


"그러고보면 유니온에선 매달 클로저팀에게 회식비를 지원하고 있어."  

"응?"

"음료수는 너무 시시하잖아? 그러니까 팀원들끼리 밖에 나가는 김에 밥이라도 먹자."


 유리가 만세를 외친다.


"굿 런치!"


 일단은 가방을 챙기면서 일어났다.


"야야, 그거 막 써도 되는 거야?  유정 누나나 제이 아저씨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전액을 쓸 것도 아니고, 제대로 얼마를 썼는지 계산해서 보고하면 괜찮아."

"그럼 뭘 먹을지 정해야지."


 유리가 허리에 두 손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회식은 당연히 뷔페지!"

"음.... 너라면 접시로 산을 쌓을 수 있을 거 같아."

"에이, 너무하네!"


 맑은 웃음소리와 함께 이쪽을 주먹으로 툭 밀쳤을 뿐인데 굉장한 파괴력이 느껴진다.

저기 저 아무래도 내상을 입은 거 같은데요... 정밀검사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진짜로.

꼭 웃으면서 주변을 때리는 애들이 있다. 힘 조절 좀 해줬으면 싶다.


"분식집보다는 합리적인 선택인 거 같아."

"니들 그냥 스파게티나 스테이크 같은걸 먹으면서 그 나이때 여자애들처럼 꺄꺄 우후후하고 싶을뿐이잖아."

"늘 궁상맞게 컵라면만 먹는 너보다는 낫지 않아?"

"야, 컵라면이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 모르냐? 일본에는 컵라면 박물관도 있다고."


 그러고보니까 소영 누나가 팔던 컵라면 맛있었는데. 엄청나게 매워서 가끔 땡긴다. 한번 찾아가볼까.

걷고있자니 유리가 갑자기 팔짱을 껴온다. 제동저항력이 높은 에어백이 팔을 압박해왔다!


"야, 야. 갑자기 왜..."

"뭘, 평소에도 늘 이러잖아?"


 생글생글 웃는 모습을 보자면 얘는 여우쪽을 좀 더 닮지않았나 생각해본다.

확실히 이전만 해도 소영 누나가 치마에 매다는 꼬리를 주니까 "어울려?!"하면서 굳이 착용샷을 보여줬었지.


"걷기 힘들어... 넌 치마 입고 다니니까 좀 조신하게 걸으라고."

"헤에...."


 뭘 또 의미심장하게 웃고있어. 유리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웃을 때가 있다.

이때 살짝 덧니가 보이는데, 보통 높은 확률로 장난을 치곤 한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 데이때는 선물이랍시고 열면 모형거미가 튀어나오는 상자를 줬었지.

아주 깜찍한 장난이라 기절할 뻔했다.

이후에 진짜는 이쪽!이라면서 적당히 포장된걸 하나 던져주고 갔었지. 집에 선물할 초콜릿을 바리바리 싸들고서.

 

 슬비? 슬비는 그 날 모두 퇴근할 때까지 별다른 말이 없다가,


".....이세하."


 하고 뒤에서 부른 뒤 봉지를 깐 초콜릿을 입에 밀어넣곤 도망가버렸다. 입천장 다 까질 뻔했었다고.

그런 유리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이번엔 리더님께서 갑자기 손을 봉쇄해온다.


"?!"

"뭘 그렇게 놀라?"
"넌 왜 손을 잡냐?"

"네, 네가 걸으면서 게임하면 높을 확률로 무단횡단을 할테니까 교통안전관리차원에서 예방하는 것뿐이야."


 얼굴을 푹 숙이고 엄청 빨리 쏘아대고 있어 이 녀석... 얼굴을 보려고하니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린다.

힘으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조그만 주제에 안간힘을 쓰고있어서, 결국 조금 어울려주기로 한다.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지금 패밀리 레스토랑에 도착한 것이다.

보통 남자 고등학생은 이런 곳과 인연이 없다. PC방에서 죽치다가 라면이나 먹곤 할테니까. 카페조차 갈 일이 없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학생인 녀석이 미모가 출중한 여학생을 양 옆에 끼고 들어왔으니 오해할만 하다.

이건 절대로 그런 부러운 상황이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지만...


"무제한 리필이 어쩌고 해놓고 비싼건 마찬가지구나."

"아, 나 할인받을 수 있어! 어느 가게에든 들어갈 수 있게 할인혜택을 공부하고 있어."

"엣헴, 하고 자랑할 타이밍인가.... 넌 좀 학업에 충실하는게 어떠냐."

"으응? 세하가 나한테 할 말인가아?"

".....윽... 그래 뭐, 잘했다고 칭찬해줄께."


 조금 놀려줄 생각으로 쓰다듬어주자 유리가 화들짝 놀라는 것이 손끝으로 느껴진다.

이제 한 대 툭 치면서 뭐하냐고 따질 타이밍인데...

의외로 얌전하다? 그나저나 여자애들은 머릿결이 참 곱구나. 비단과 비슷한 감촉일지도 모르겠다.


"세, 세하야...?"

"뭐, 뭐가?"


 무심코 정신차려서 굉장히 실례되는 행동을 하고있음을 알았다.

사과하고 손을 빼려고 하자 유리가 얼른 두 손을 들어 이쪽의 손을 덮어두른다.

조명 탓에 얼굴이 살짝 붉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표정은 언제나처럼 씨익 웃고있다.


"아냐, 계속해봐."

"뭐, 뭘... 약점이라도 잡으려고?"

"그럼 이번엔 내가 세하를 쓰다듬을래."

"엄청 부끄러우니까 하지마라."

"싫어."

"나도 싫어."

"째째해!"

"너 또 힘쓴다?"

"얌전히 포기하고 머리 이리 내봐."


 옥신각신하고 있자니 테이블에서 둔탁한 파열음이 들린다.

어느새 한바퀴를 돌아 접시를 채워온 슬비가 이쪽을 경멸하는 표정으로 내려보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은가봐?"

"아, 아아, 나, 나도 접시 채우려고 하고 있었어!"

 

 유리가 눈을 빙글거리다가 자기는 무관한척 잽싸게 빠져나간다. 솔직히 너무 비겁하지 않나.

얘는 고지식해서 장난을 하는 뇌도 받아들이는 뇌도 결여되어 있다고.


"이세하. 범죄신고가 몇 번인지 알고있니?"
"112."


 슬비가 폰을 건넨다.


"자진신고하렴."

"아니, 됐거든."

"역시 내가 신고해야하는구나."
"왜 신고하려는 거야."

"유리를 희롱하고 있었잖아."

"내가 희롱당했다곤 생각 안 하냐?"

"응. 절대로 안 하는데."


 벚꽃잎을 한장 얹은 정도의 무게감으로로 살풋 웃어보이고 있다. 더 악랄하지 않나.

슬비의 접시를 바라보자 포크를 눈 앞에 들이민다.


"이젠 내 음식까지 더럽힐 생각이야?"

"어떻게 쳐다보는 것만으로 더러워져. 무슨 세균맨이냐?"

"세균맨은 비누로 씻으면 지워지기라도 하는데."

"너 날 지워버리고 싶은거야...?"

"좀 작게 만들고 싶기는 해."

"왜."


 미트볼을 씹고나서 슬쩍 고개를 흘린다. 특유의 여왕님같은 미소를 짓고있다.


"그럼 널 징계하고 싶을 때마다 주머니에 넣고 흔들기만 하면 되니까."

"아주 빙빙 돌릴 생각이구만."

"그리고 차원종이 나왔을 때만 출격시키는 거야."

"이세하 너로 정했다!같은 농담은 하지마라."

"그리고 내가 기술을 명령하면 별☆빛에 잠겨라...같은 소리를 하는 거지."

"야 진짜 내가 그거 하지 말라고...."

"넌 음식 안 가져와도 되니?"

"내가 먹고싶은게 아직 안 나온 거 같더라. 다시 만들때까지 조금 기다리고 있어."

".....그래."


 슬비가 닭꼬치를 막대기에서 분리하더니, 고기를 찍어 이쪽으로 내민다.

옆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약간 초조한 표정으로 올려보고 있다.


".....허?"

"리더로써 팀원이 굶고있는걸 볼 수는 없잖아?"

".....아니.. 좀만 기다리면..."

"내가 주는 건 먹지 못하겠다는거니?"

"그....."


 일단 주변을 살핀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부끄러운걸 구분할 수는 있다.

아무도 ** 않는걸 확인하곤 입을 벌리자 고기가 들어온다.

예상대로 뷔페답게 아주 질좋은 고기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먹을만한 맛이었다.


"음...뭐... 먹을만하네..."

"가는게 있으면 오는 것도 있어야하는거 아닐까?"

"내가 오늘 뭘 그렇게 잘못해서 자꾸 괴롭히냐."

"네가 저번에 차원종에게 했던 다른 부끄러운 대사를 해줄 수도 있어."
"그만해! 왜 기억하는건데?!"

"놀리는게 재밌으니까."

"너말야....."


 체념하고 샐러드를 찍어올린다.


"이번 한번만 해줄거야."

"누가 누구한테 으스대는거니?"
"왜? 불만족스러워? 입으로라도 먹여줘야 하냐?"


 ............음... 너무 질러댄 기분인데. 아니나다를까 슬비가 팔짱을 끼고 또 고개를 열심히 돌리고 있다.


"이, 입은 너무 일러..."

"무슨 소리야... 팔 아프니까 빨리 받기나 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누군가 샐러드를 낚아챘다. 유리가 뽀송뽀상한 얼굴로 우물거리고 있다.


"오, 이 샐러드 괜찮네. 다음에 가져와야겠다."


 슬비가 기가 막히단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유리가 곁에 앉으며 눈을 살짝 찡그리고 웃는다.


"야. 네가 먼저 앉으면 어떻게 하냐. 나도 가지러 가야지."

"내 위로 지나가던가?" 

"가겠냐. 그럴 바에야 네 접시를 뺏을 거야."

"그럼 같이 먹을래?"


 유리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어본다. 셔츠자락 사이로 살짝 쇄골이 보였다.

아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건..."

"그건 허락할 수 없어."


 이번엔 슬비가 내 말을 자른다. 내 발언권이 약해지는 시기라도 있는 거야? 주기적으로?


"그러다가 세하의 균이 옮을 수 있어."

"그렇게 따지면 나도 균이 옮거든요?"


 억울함에 따져보았지만 장렬히 무시당했다.

유리가 여유롭게 받는다.


"아, 그럼 아프면 쉬는 거 아냐?"

"쉬는만큼 급여가 지급되지 않을 거야."

"그건 큰일인데!"


 아니아니 무슨 소리야. 우리가 비정규 계약직도 아니고. 우리 공무원이잖아.


"야 슬비 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우리 공무원..."


 말하자마자 테이블 아래로 차였다. 발로 차이는 것도 이젠 신기록 대행진이다.

유리가 고개를 붕붕 끄덕이고 있다.


"음. 그러네! 덜 일하고 평소처럼 받으면 이득이지!"


 그리고는 접시를 이쪽으로 민다.


"그러니까 세하가 내껄 먹어!"

"엉?"

"아, 혹시 초밥쪽이 좋았어?"

"어...아니... 그런건..."


 눈썹에 중량을 실어 노려보던 슬비가 접시를 뺏어 다시 유리에게 토스한다.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면 안돼."


 주체가 생략된 발언이라 누구한테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유리가 불쑥 몸을 앞으로 내밀며 묻는다.


"그런데 왜 둘이 먹여주고 있던 거야?"

"흐에?! 그, 그건.... 너, 너야말로 왜 세하를 쓰다듬어주고 있었어?"

"....에?! 어, 아, 아하하-. 별로..."


 방금 엄청 귀여운 소리가 들렸는데 착각이겠지. 응.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접시를 가지러 간다.


 돌아와보니 둘이서 이번엔 누가 더 빨리 예쁘게 리치를 잘 까나 승부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는 판정하라면서 이쪽으로 들이밀기 시작한건, 또 다른 이야기다.





*


슬비는 세하를 마주보게 앉고, 유리는 세하 바로 옆에 앉습니다.


세하슬비 단편에서 시작한게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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