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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침식의 계승자 외전 : 그림자 요원 6화<그랬기에 영원할 마음>

작성자
Heleneker
캐릭터
은하
등급
그림자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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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4.02.15
  • view3245

문을 넘은 자온이 눈을 뜨자, 몇번이고 마주한 서늘한 밤공기와 들판의 풀 냄새가 그를 반겼다.

"자, 형님을 만나러 가볼까."




캬아아아아악!!




뿌익----


갑자기 나타난 차원종을 제압하며 중얼거린다.

"그래. 너희들 형님 피해서 도망치던 중이였지. 소용 없긴 했지만."

자온은 도망쳐 오는 차원종 무리가 오는 루트에서 벗어나 비운을 만났던 장소를 향해 바로 달려간다.

저 멀리서 비운에게 죽임 당한 남자가 보이기 시작하자, 자온은 그 남자의 앞을 가로막는다.

"자, 자넨 누군가? 혹시 날 구하러 온 클로저인가? 다행이다, 살았군...! 자, 자네 지금 당장 날 쫓아오는 저놈을....."



퍽!



"푸엑!!"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지레짐작하긴. 말 더럽게 많네."

자온은 남자를 기절시키곤 다른 곳에 숨긴 후 그가 달려왔던 길목에 서 있는다.

이내,





슈륵.....




얼어붙을 것만 같은 한기와 함께, 비운이 그림자처럼 일렁이며 나타난다.

"....누구냐."

"이거면 대답이 될까요? 이건 그분을 제외하곤 한 시간대에 한 명만 존재할 수 있잖아요."

힘을 활성해 동공을 변화시켜 보석처럼 빛나는 팔각의 별모양 동공을 보여준다. 눈을 보곤 놀랐는지 비운을 감싸던 그림자가 잠시 크게 흔들린다.

"....시간을 넘어온건가. 그 반응과 네게서 느껴지는 내 권능... 보아하니 날 몇 번이고 만난 모양이군."

"응. 당신의 허무한 침식구현에 몇 번이나 당했는지 몰라요."

"그런 것치곤.... 상당히 멀쩡해 보이는군. 그분께서 손을 쓰신 건가?"

"아니. 내 힘이되, 내 힘이 아닌 걸로 이겨냈어요. 내가 바래서 각성한, [인연]으로 말이죠."

"인연 같은 것으로 허무를 이겨냈다고? 허튼 소릴."




저릿----




"그런 것에 허튼 기대와 희망을 품은 모양이다만, 그런 것이 얼마나 의미없는지를 모르나 보구나."


자온의 대답에 조금 짜증이 난 걸까, 비운은 그 흉흉한 위상력을 뿜어내 자온의 온몸을 날카롭게 찔러댄다. 그러곤 자신의 영혼의 침식구현인 칠흑의 장검을 구현해 자온에게 들이민다.

"보여주도록 하지. 기대도, 희망도, 인연도 의미없는 영원한..... 허무를."

"그럼 저도 증명하겠습니다. 저의 이 인연이 이리도 찬란히 빛난다는 것을요."

마찬가지로 자온은 반복해온 시련에서 그의 침식구현에 항상 부러지고 스러져간 자신의 검, 봄꿈 깨우기의 장검을 구현한다.
그럼에도 굳이 그 검을 다시 구현한 자온은, 의지를 다시 한번 굳건히 다잡곤 검을 휘두른다.



"봄꿈 깨우기....!!"


"침식구현, 회자수."








채애애애애애애애애앵!!!!!







허상 속에서 몇 번이고 맞부딪혔던 두 검이 또다시 맞붙는다. 두 사람의 주변을 헤집는 충격파, 그 속에서 서로를 부러트려하는 검들. 그리고 여태까지의 모든 허상에서 그랬듯 자온의 검에 금이 가려는 순간,







[굴하지 않는 의지가, 태초의 신의 땅을 수호하던 그 나무처럼 굳건하게 이어진 인연을 지키며 내일을 [기대]할지니.]






두사람 곁에 잿빛의 빛무리가 모여들어 화악 발광하더니,




-------!!




잿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거대한 나무가 나타났다.


그 거목에서 흘러나온 은은한 잿빛을 머금은 자온의 검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하다니, 도신의 금을 메워지면서,






터겅!!!





지금까지 베지 못했던 비운의 침식구현을 베어버린다. 비운은 자신의 검이 부러진 것보다 갑작스레 나타난 그 거목을 보며 더 소스라치게 놀라며 중얼거렸다.

"말도.... 말도 안 돼....! 분명 이 나무는.....!!"

"당신이 생각하는 게 맞아요. 영감.... 그분께서 아이들과 세상을 이어주고 지키고자 탄생시켰던 그분의 유일무이의 창조물이자 그분의 영지를 수호하는 신물, [신단수]입니다."


"그분께서 유폐되고 영락되어 함께 그 빛을 잃은 신단수였지만... 소중한 인연들을 지키겠다는 제 의지가 신단수의 존재를 붙들며 빛이 되기를 스스로 자처한 모양이네요."

"의지가... 신단수의 잃어버린 빛이 되는 선택을 했다고? 말도 안돼. 그건....!!"

"아시잖아요. 형님도 그 느낌을 아시면서 부정하시긴."

비운의 허무한 영혼이 모든 것을 베며 제거하는 검으로 스스로 형태를 취한 것처럼, 자온의 의지는 마지막까지 뷜란트의 모든 것을 수호하려 했던 신단수의 빛이 되어 그 존재를 다시금 굳건히 취한 것.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자온의 의지의 침식구현, [신단수 틔우기]가 탄생하였다.

"침식 구현이 맞다고? 허망하기 짝이 없는 인연 따위로.... 침식 구현을 이뤄냈다고?"

"네. 그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이루어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딴 것으로 이루어질 침식구현이라면 나는, 나의 희망 어째서 이루지 않았던 것이야!!?"


"그딴 거짓된 인연, 모두 재로 바꿔내주마....!!!"

비운은 자온을 향해 뻗은 손을 꽉 쥐며, 침식 구현을 발현시킨다.


"침식구현, 검은왕....!!"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온을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사이,







[타오르는 불꽃의 영혼은, 가장 처음 타올라 악의를 태울 것이고, 가장 마지막까지 타오르며 인연을 지키며 [희망]을 비추는 등불이 될 지어다.]






"영혼의 침식구현...."

그에 화답하듯, 자온도 손을 뻗으며 새로운 침식구현을 불러주었다.





화륵.....!






벙!!!!





버버버버버버벙!!!!!!



자온의 침식구현이 주변으로 퍼져나가자, 순식간에 주위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주변을 불꽃과 연기로 가득 채웠다.





......싸아아아




바람이 일며 불꽃과 연기가 흩어지자, 너무나도 멀쩡히 서 있는 자온의 모습이 드러난다. 폭발이 휩쓴 그곳은 마치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불 탄 흔적따윈 조금도 없이 평안하게 수풀이 흔들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쩌적-----   후둑....




비운의 탈에 금이 가며 일부가 깨져 나가 벌어진 틈 사이로 비친 그의 얼굴에 당황스런 기색이 보였다.

"어째서..... 모두 멀쩡한거지...?"

"이제야 알겠네요. 검은왕, 실이 흡수와 분해의 성질을 취하는 형태였군요. 빛까지 흡수해 주위에 이렇게 완벽하게 녹아드는 실이라니.... 이 실이 보인다는 것 자체부터가, 이미 당신의 범위 안에 들어와 있던 거였군요."



....까딱



침식구현을 간파당하고 자온이 너무다도 멀쩡한 이 상황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비운은 차분히 주변에 펼쳐두었던 실을 다시 끌어모아 공격을 준비하려던 찰나,

"실이.... 모두 타버렸다?"

주변에 펼쳐두었던 모든 실이 아까의 폭발로 모두 불타 사라진 것을 느꼈다.

"실을 찾는거라면 아마 없을거예요."

"뭐......?"

"구현해서 알은 거지만, 이거 인식한 것만 정확히 태우는 것만 아니라 인식 밖의 적의나 악의를 간파해서 태워주는 모양이에요."

"너는 왜.... 멀쩡한거지? 분명 불꽃이 일기 전에 네 몸이 흩어지는걸 보았는데?"

"그러게요. 회복이라기엔 재생한 고통도 없고 옷도 멀쩡하네..."

자온 자신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곁에 머물던 불꽃을 눈의 힘으로 간파하였다.

"아.... 아핫, 하하하...! 그랬구나, 그랬어. 이 불꽃도 인연으로 가득 찬 거였어...!"

자온이 무언가 알아챈 사이, 비운은 실을 새롭게 뽑아내 은밀하게 그를 향해 뻗어 급습하려 한다.


"[침식구현, 대별의 포용]."





퍼어어어엉!!!




자온의 주변에 일렁이던 불꽃의 형태를 뜬 실들이 은밀히 접근하던 비운의 실들과 접촉하며 폭발해 모든 실들을 불태웠다.

"불꽃을 품은 이 실이 가진 특성은 영감.... 그분의 간파와 그리고.....대행의 능력이였네요. 제게 있어서 가장 깊은 인연을 가진.... 두 분의 능력이였어요."

뷜란트의 가장 큰 권능, [간파]로 적의와 악의만을 노리고, 비운의 고유 능력인 [대행]으로 입은 데미지를 대행해 무력화 시키는 영혼의 침식구현, 대별의 포용을 깨달은 자온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못 한다."




"인정하지.... 못 한다아아!!!!"



차킹!




비운이 침식구현 회자수의 장검을 구현해 쇄도하자, 



"[신단수 틔우기]. 갑주를 뒤덮어라, [대별의 포용]."



카아아아아아앙!!!



자온도 침식 구현을 발하면서 염라의 갑주로 방어한다.


본래의 염라의 갑주라면 한 합도 버틸 수 없었겠지만 유효한 공격을 대행의 불꽃이 데미지를 대신 받고, 신단수의 가호로 더욱 견고해진 염라의 갑주는 비운의 맹공에도 흔들림 없이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어째서.... 어째서 모르는 것이야? 기대도, 희망도, 인연도 결국은 덧없이 사라질 무의미한 것임을!!!"

"몸이 부서지게 노력해도, 영혼과 의지가 허물어지도록 애써보아도 결국은 아무 의미 없었어!! 날 돕는 것만 같던 

권능조차 무력했어!! 결국 마음에 남은 건 이 허무한 마음 뿐!! 그대 또한 그리 될 운명이란 걸, 어찌 모르는 것이야!?"




파직...! 




콰삭....



휘두르는 검의 충격파에, 남아있던 비운의 탈이 완전히 부서지며 맨얼굴이 드러난다. 타오르는 불꽃같은 진홍의 머리칼, 짙은 붉은 눈동자를 가진 미형의 얼굴은 눈물과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다.

".....당신은, 형도 무서웠던거군요. 자신이 해온 모든것이 운명에 휩쓸려 무의미해지는 것이."


"닥 쳐라아!!!"






탱캉!!!





방벽에 휘두르던 검이 버티지 못하고 부러지자, 비운은 검을 버리고 검은 실을 주위에 마구 흩뿌리며 주위를 검게 물들인다. 비운의 마음의 침식구현 허무가 수풀도, 산도, 하늘 또한 예외없이 빛 한줄기조차 들지 않도록 주위를 검고, 또 검게 물들며 집어 삼킨다.

"....몸이 망가지고, 영혼과 의지가 무너져내리고, 마음이 찢겨나가도록 애를 써보아도 작은 바램 하나조차 이뤄낼 수 없다는 허무함. 이 공간은 더이상 상처받기 싫어한 형이 만든 도피처겠지요."

허무의 공간에 갇힌 자온은 그 쓸쓸한 공간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말하기 시작한다.

"이 침식 구현을 수도 없이 당하면서, 저도 작은 바램조차 이뤄낼 수 없다는 공포에 두려워하며 도망치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 소중한 사람들이 알려주네요. 인연이 끊어졌다면 다시 묶어주고, 사라졌다면 새롭게 다시 이어주면 된다고요."

"그 말이 저를 허무에서 끌어올리고, 다시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했습니다."

"영원한 기대도, 희망도 없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이 탄생하고 사라지며 남겨준 인연은, 모든 걸 다시금 이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침식 구현, 허무!!!!!"


재해의 파도처럼 폭력적으로 몰려들며 파고드는 공허함이 자온의 모든 걸 강제로 텅 비워 공허하게 만들고, 심장을 꿰뚫으려는 순간,






-------!!





심장으로부터 빛나는, 아주 옅게 빛나는 실무리가 심장을 감싸 보호하며 허무를 흩어놓고 있었다.

빛난다기엔 너무나도 어두운, 어둡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찬란하게 빛나며 심장을 지키던 그 실에 손을 얹고 당겼다.

손을 조금씩 떼자, 그 손에 이끌려 나오는 잿빛의 실은 스스로 엮이고 엃여 얇고 기다란 형태를 자아내기 시작하였고, 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형태로 모습을 바꾸었다.
변화한 실의 형태를 본 자온의 눈이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사라질 것만 같아 눈을 뗄 수 없었던, 단편의 미래에서 보았던 잿빛의 화살.



그제야 그 화살이 무엇인지 깨달은 자온은 천천히 운을 다시 떼기 시작한다.

"침식의 권능이 제게 뭘 바라는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하지만 권능을 일으킨 제 마음은 다시 알게 됐죠. 절망과 후회, 끝없는 허무가 오더라도, 이 다정한 마음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영원함을 알았으니...."

"이 마음을 당신에게 증명할게요. 나의 믿음, 나의 마음, 나의 모든 것인.... 신이 기대하고 당신이 희망을 품었던 이 인연의 힘을 침식구현으로서요!!"



반대편 손을 앞으로 내밀자, 늘 다뤄왔던 금빛의 활이 잿빛과 진홍빛이 서로 어우러진 불꽃으로 감싸이며 구현되었다. 그 활에 화살을 얹고 당기며, 마음의 침식구현을 입에 올린다.





[몇 번이나 끊어지고 사라지더라도 다시 이어지는 이 마음, 이 영원한 [인연]을 담은 마음은 몇 번이고 찬란하게 빛나며 이어질 지어다.]






인연을 이어주는 나의 마음의 침식구현.





[하늘님 이어주기].





투웅!




수 만가닥이 넘는 실로 엮여진, 인연으로 얽혀진 단 하나의 화살이 허무에 잠긴 공간을 가르며 날아간다.

허무를 가르며 날아간 화살은 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듯 빛을 잃더니.....









--------!!!!







화살이 지나간 자리에 넘쳐버릴 듯한 찬란한 섬광이 허무의 하늘과 밤하늘의 짙은 구름을 가르며, 그 너머에 가려져 있던 찬란한 별하늘을 다시 비추었다. 그 궤도에 있었던 비운 또한 섬광에 집어 삼켜진다.





******





고독하게, 깊게 텅 빈 비운의 마음 속,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인연으로 만들어진 침식 구현이 나를 침식하려 드는건가...."


"하지만 침식 구현이라 해도, 이 허무를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무언가에 다시 기대하는 것도, 희망을 거는 것도.... 이미 지쳤어."


"이런 얕은 인연 따위로.... 이 허무한 마음을 흔들지 못해....."




살랑




허무하고 고독한 그의 마음에 작고 여린 실 한 가닥이 내려와 닿자, 그 실에 담긴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머플러를 두른 소녀와, 대적하던 자온의 모습이 보인다. 서로 늘 투닥거리며 불평하지만, 늘 전력으로 서로를 돕는 두 사람 모습.

"....이런 걸 인연이라고 보여주는 건가. 의미 없다."

허무한 마음이 실을 집어삼켜 없던 것으로 만든다.




살랑




.....그러자, 또다른 실 한가닥이 내려와 닿는다.

이번엔 금발의 어린소녀와 그가 서로 장난치며 웃는 모습이 보인다. 티 없이, 순수히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였다.

"....그런 모습이 얼마나 갈까. 의미 없으니 사라져버려."

새 실에 담긴 마음도 허무에 먹혀 사라진다.




살랑  살랑  살랑




그러나 그 허무한 마음에 틈이 생긴것처럼, 실들이 하나하나 내려와 비운에게 닿는다.

그리웠던 고향에서 온 소년과의 추억

죽음 속에서도 살려는 의지가 빛나는 소녀와의 추억

자신의 죄를 잊음에도 속죄하려 애쓰는 남자와의 추억

당찬 성격으로 모두의 구심점이 되어준 소녀와의 추억

그가 가진 운명을 알고도 항상 그를 믿고 이끌어주는 여자와의 추억

그가 만든 인연들이 끝이 아니라는 듯이 끝없이 내려와 비운의 허무함을 채우려 들었다.

"날 비웃기라도 하는 거냐....? 나는 그렇게 기대하고 희망을 걸었음에도 이 모든 마음이 허망하게 흩어졌단 말이야."

"그러니 네게 이런 걸 비추지 말란 말이야....!!"

"꺼 져 버려....!!!"

그 모두를 부정하듯 허무가 모든 실을 집어삼킨다. 그 자리엔 무엇도 보이지 않고 남지 않은 공허함만이 감돈다.

"나는.... 평생을 외로웠단 말이야."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 계획이 늘 나를 짓눌렀어. 누구와도 인연을 맺을 수 없었지."


"하지만 이젠 너무 지쳤어.... 다시 서는 것조차 이제는 두렵단 말이야...."


"나를 도와주지도.... 구해주지도 않을 거잖아."

"제발..... 날 내버려둬...."

비운의 슬픔과 절망, 눈물만이 그 허무한 공간을 맴돌고, 맴돈다.




----





-------





----------살랑

어디선가 다시 내려온 실 한가닥이 내 손목을 묶더니 나를 끌어당긴다.


그 실은 나를 이끌며 아까 내게 보여주었던 추억과는 다른 또 다른 추억들을 보여준다. 나는 그 또한 부정하며 지우려 들었만, 그 실은 꿋꿋히, 끊임없이 내게 여러 추억을 담은 인연를 내게 보여준다.

부정하고 부정해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연에, 내 허무한 마음에 금이 가는 감각이 머물기 시작한다.
이 실은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걸까? 한 가닥에 불과했던 그 실이 누군가의 모습을 갖춰 내게 미소 짓곤 무언가를 또 보여준다.

익숙한 잿빛의 두루마기를 두른 남자... 그분이다. 그분의 옆에서 무언가 애쓰는 저 작은 아이는.... 나와 같은 실을 끙끙거리며 다루고 있었다.
형편없는 제어임에도 아이는 웃었다. 형과 같은 힘을 다루는 것이 기쁘다고. 형이 여전히 곁에 남은 것 같다며 울면서, 기뻐했다.

그 작은 아이가 성장하는 기억들이 계속 흘러 들어온다. 아이는 첫 순간처럼 기뻐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실을 다룰 때 만큼은 자신의 성장을 도와준 그분과 그 힘의 원주인인 형과 이어진 인연에 항상 감사해했다.

"대체..... 내게 뭘 바라는 거야? 인연이 아름답다고 계속 설득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런건 허망할 정도로.... 너무나 허망하게 끊어지고 사라지는 것이란 말이야...."

"맞아요. 기대도, 희망도, 인연도 허망하게 사라지기 쉬어요. 그래서 너무나도 허망하죠."

그 광경을 보여주던 실이 나와 적대한 그 남자의 모습을 취하며 나의 말을 긍정했다. 놀란 내게 그 남자은 여전히 미소지으며 이어말한다.

"그런데 그게.... 당연한 거라네요? 살아가는 모두가 그 소중한 것들을 너무나도 쉽게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사라진다고 해요."

"그걸 알면서도 대체 이런 걸 왜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는 거냐? 날... 가지고 노는 거기라도 한거냐!!"

"그럴리가요. 사라져버린 과거의 인연을, 이어져 온 현재의 인연을, 그리고 이어질 언젠가의 인연을 보여드린 건 걸요."

"다 쓸모없다. 아무리 인연이 이어지더라도 수많은 절망과 후회를 겪는다면.... 다 무의미하게 사라질 뿐인 것을...."

"정말로, 그런가요?"

"그래....."

그는 비극을 희극으로 바꿔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었다.


허나, 몸이 부서져라 노력했지만 손에 남은 것은 없었다.


의지를 붙들며 나아가려했지만 수많은 불행에 무너져 내렸다.


영혼까지 끌어보았지만 수많은 악의는 그의 영혼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어내렸다.


부서진 몸, 무너져 내린 의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영혼에 모든 것을 지탱하며 희망을 바라보던 마음은 허무로 바뀌어 버렸었으니..... 무너질 대로 무너진 그는 굵은 눈물방울들이 흘러내리며 다시 허무함에 잠겨버렸다.

"그럼에도, 수많은 절망과 후회, 슬픔에 허무해질지라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아요. 마음이란 그런 것이니까요."

남자의 형태를 한 실은 내게 아주 작은 빛을 건넸다. 너무나 작고 작아서 한없이 무한하고 어두운 허무에 비하면 티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작은 빛.





[그 다정한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겁니다. 운명의 시류가 날 스러지게 할지라도 반드시....!!]





과거의 내가 맹세한 나의 각오.

이제는 저버린.... 나의 모든 것을 담았던 마음.





[힘든 길도 있겠지만, 눈물만이 가득한 길은 내가 치워버릴게. 나의 마음, 나의 모든 것을 다해서.]




들려온 것은 누군가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각오. 마치 저버린 나의 마음과 비슷한.... 맹세.

허무한 마음에 점처럼 작게 빛나던 빛이 하나 더 생겨나 이어졌다.


작은 빛이 하나씩 늘어나기 시작하며 서로 이어주었다.


이어주고, 이어주어서 내 허무함을 빛으로 가득 메우려 했다.

"의미 없다.... 했을 텐데...."

나의 허무가 그 빛을 모조리 집어 삼키며 다시 공허한 어둠만이 남았다.






......반짝




그러나 그 허무 속에서 남은 하나의 빛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하나의 빛이 다시 만들었고, 서로 이어주었다.


다시 빛이 이어지고, 또 이어짐으로서 다시 허무함을 가득 매우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거야. 이 하등 필요없는 이 마음은....!!!"

허무로 그 빛들을 다시 집어삼키나 꼭 하나의 빛은 그 허무 속에서 반짝이며 그 빛을 발해, 다시금 허무 속에서 빛을 내며 허무를 채워주었다.

"하등하다 생각한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으니까요."

"당신이 놓아야만 했던 그 마음은 당신이 소중히 여겼던 아이에게 이어졌고, 그 아이는 당신에게 이어받은 마음으로 소중한 인연을 새롭게 만들고 이어갔죠."


"당신의 허무가 그 인연을 끊어버려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이어졌어요."


"당신이 지키고자 한 희망은 인연이 되어 수많은 마음을 비추었습니다. 그 희망의 마음은 허무가 집어삼키는 듯 했으나, 그 아이가 비춰주었던 인연의 마음들은 이번에 그 아이를 비춰줌으로서 여전히 빛나고 있습니다."


"......!!!"


무언가 깨달은 듯, 비운의 두 눈이 크게 뜨인다.


"네. 이제 아시겠죠. 수많은 고난과 슬픔에 인연이 사라지고 끊어지더라도, 이어졌던 인연의 마음은 결코 끊이지 않고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걸요."


"[기대], [희망], [인연]. 그 모두는 너무나 쉽게 잃기에 허무하지만.... 다시 잇고자 하는, 이 마음이 남아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당신도 있지 않습니까? 허무함 속에서도 당신의 희망을 비춰주었던..... 당신의 인연이요."


천천히 누군가를 떠올리기 시작한다.

한때 침식의 힘을 깨운, 희망이 되어준 그 아이.


나의 희망인 그 아이를 위한 길을 설계했었다. 하지만 권능을 이용해 만들어진 계획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계획 끝에 나는 사라지기에 누구에게도 정을 주지 못했다. 아니, 주지 않았다.


나의 희망인 그 아이에게조차, 혼자 남겨질 그 아이에게 더이상 정도, 마음도 주지 않으려 고독해지기로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해랑이는 언제나 내게 햇살처럼 미소지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미소짓는 너와, 그 뒤에 있을 수많은 이들을 지키는 위대한 미래. 허무하고 고독한 내 마음을 다시 가득 채워, 내가 없을 미래라도 기대하고, 희망을 걸 수 있는 인연이 되었다.


네게 받은 인연으로, 나는 널 위한 또 다른 인연을 만들었지. 언젠가 내가 만든 인연들이 널 만나 새로운 인연이 되어 네게 희망이 되어주기를 바랬어.

그리고 내가 사라져 끊어져 버렸던 그 인연들은, 널 만남으로서 다시 이어졌어. 수많은 이들과 인연을 만들 수 있었어.


그래. 그랬었지.

내가 존재하건, 존재하지 않건 누군가를 위한 이 마음이 이어지는, 너의 마음을 담은 미래를 보았기에 나는 희망을 품었어....!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이 마음과 인연이 내 마음을 희망으로 채워줬음을 알았기에 나는....!!

그의 허무가 [기대]와 [희망]이 담긴, [인연]에 집어 삼켜지며 침식당해, 모두 메워졌다.




******




침식 구현이 휩쓴 자리의 현실, 자온은 제자리에서 무표정하게 눈물을 흘리는 비운에게 다가가 말한다.

"형님. 당신의 침식구현이 제게 닿았듯, 제 마음 또한 당신에게 닿았겠지요. 제 마음을 느낀 당신에게, 대답을 듣고 싶어요."




"영원하지 않았기에.... 영원히 이어지는 인연을 담은 이 마음이 있는 이 세상은.... 아직 아름답지 않나요?"




슬픈 듯, 그러나 찬란히 미소지으며 묻자,





"그래, 아름답구나. 이런 세상이였기에, 나는 너라는 희망을 품으며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올 수 있었던 거였어."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비운이였지만, 그 무엇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답하였다.

"많이 컸구나, 랑아. 정말로.... 정말로 잘 컸어."

비운이 자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릴 적 웃으며 자신을 쓰다듬던 다정한 그의 손. 그러나 그가 죽은 이후론 그저 추억 속에서만 묻어두어야 했던 그 손이 지금, 자신을 쓰다듬고 있자,

"형.... 정말로..... 정말...로 보고 싶었어...!!"

자온은 그제야 그를 꽉 껴안으며 그리움에 벅찬 눈물을 펑펑 흘린다.
그런 그의 등을 토닥이며, 비운은 너털히 웃는다.

"이렇게 잘 큰 걸 실제로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면서... 안심이 되네. 내가 해왔던게 의미 있어서도지만.... 랑이 네가 건강하게 잘 있어서 다행이야."

"....형."

"헤어질 시간이 된 거지? 하핫.... 여전히 그런 건 표정에 잘 드러나는구나?"

"형은... 여전히 그런 것만 빨리 알아차려요."

보고 싶었단 말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시련을 돌파했다 판단한 솔로몬의 시련은 내 몸을 흩어 놓기 시작한다. 아마 이게 마지막으로 나누는 대화일 터.

마지막을 고민하다가, 불현듯 무언갈 기억하며 말한다.

"형. 나 이제 정식으로 클로저가 돼."

"그래? 잘 됐다. 너라면... 훌륭한 클로저가 될 수 있을거야. 아, 나 같은 클로저는 되면은 안된다?"

고개를 숙이며 그의 손을 꼬옥 쥔다. 자신처럼 실험체로서, 혹은 살수의 클로저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건넨 한 마디. 그러나 자온은,

"아니, 나는 형 같은 클로저가 될 거야."

에상외의 답변에 비운은 고개를 든다. 자온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환히 미소지으며 말을 이어간다.


"수많은 사람들을,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싸웠던 누구보다도....강하고 따뜻했던 당신같은 클로저가....!!"

"그렇게 될 수 있게 꼭.... 지켜봐 주기다. 약속."




-클로저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지켜줘야 해. 클로저가 되든, 되지 못하든.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겠니?-



-응! 나 형처럼 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래! 꼭 형이 지켜봐줘! 약속!-




두 사람이 어릴 때 나누었던 그날의 약속. 그 추억을 여전히 기억해주는 자온에게, 비운은 감동에 벅차 더욱 환하게 웃는다.

"그래, 약속. 언제까지고 너를 지켜볼게. 나의 희망, 나의.... 클로저."

"약속한 거다, 형?"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온의 모습 완전히 흩어져 사라진다. 비운은 남은 여운이 가실 때까지 그가 사라진 자리를 계속 바라본다.








비운의 침식구현 [절망의 허무]


희망을 잃고 허무에 빠진 비운의 마음이 [침식의 권능]을 침식하여 형태를 이룬 힘.
허무라는 테마에 맞게 대부분 흡수와 소멸의 특성을 가졌다.


허무의 의지 - 검은 왕 : 흡수와 소멸의 특성을 가진 실을 다룬다.
빛을 흡수해 자체적으로 은신이 가능하며, 응집하면 폭발하듯이 주위를 흡수한다.

허무의 영혼 - 회자수 : 베어내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장검을 구현한다. 기술이나 무기같은 정보를 베인 경우 사용법이 망각되며, 물체가 베인 경우 재생 불가 및 대체제를 장착하거나 사용한다고 해도 기능을 조금도 사용할 수 없다.

허무의 마음 - 허무 : 허무의 마음 그 자체를 공간으로 구현해 대상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마음 모든 것을 강제로 비워버린다. 가장 소중한 것을 모두 잊은 즉시 심장을 소멸당한다.






자온의 침식구현 [영원의 인연]
몇 번이고 사라질 수 있는 인연임에도, 다시 이어줌으로서 그 인연의 마음이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은 자온의 마음이 [침식의 권능]을 침식하여 스스로 형태를 이룬 힘.
인간의 몸으로 침식황에 다시금 한걸음 내딛은 그는, 그 영원의 마음으로 소중한 이들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다.


[계승자의 소중한 이들을 지킬, 영원의 마음.]



불굴의 의지-신단수 틔우기
뷜란트의 유일무이한 창조물, 수호목 신단수의 모습을 경화시켜 세상에 구현시킨다.
신단수는 유지되는 동안 이하의 능력이 발휘된다.
1. 아군의 기본 능력치를 상승시킨다.
2. 아군의 해로운 효과를 모두 제거하고 받는 데미지를 경감시킨다.
3. 적의 기본 능력치를 감소시키고, 아군을 가격한 경우 일정 데미지를 반사시킨다.
4. 유지 시간 종료 시 1의 능력을 일정 시간 부여하는 [환인의 가호]를 부여한다.



염라의 영혼-대별의 포용
뷜란트의 간파와 비운의 대행의 능력을 담은 불꽃의 실을 광범위로 뿌려 적만을 간파해 정밀하게 가열, 폭발한다.
아군에게는 일정 이상의 데미지가 가해지면 폭발과 함께 데미지를 모두 대행하는 [대행의 불꽃]이 부여된다.



인연의 마음-하늘님 이어주기
자온이 품은 마음, 그 자체가 화살의 형태로 이뤄진 것을 쏘아낸다.
화살이 지나간 궤적으로 일어난 권능의 충격파는 모든 것을 일소하며, 궤적 범위 내 권능에 노출된 적은 일정 시간 무력화된다.
시전 후 남은 권능의 일부가 되돌아와, 자온을 일정 시간 뷜란트 모드와 염라 모드의 특성을 모두 담은 [침식황 모드]로 변환시킨다.


[침식황 모드] - 30초간 기본 능력치 50% 증가, 모든 타입에 대한 데미지 50% 증가 및 피격 데미지 50% 감소, 업화형에 대한 데미지 100% 증가 및 피격 데미지 90% 감소, 초마다 최대 체력의 5%씩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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