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라거나 업뎃한 날짜가 딱 스승의 날을 기준으로 전후에 업뎃 했더라고요?
의도한 것 아닙니다(엄격, 진지, 궁서체)
오늘도 읽어주러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시작합니다
"....의료진이 남겨놓은 기록을 확인한 결과, 무스카라고 불리는 차원종 개체의 숙주가 판명되었습니다."
"그 숙주는.... 하얀 악마가 찾아다니던 부하.... 채민우 경정님이라고 합니다."
조금 들떠있었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피드가 아라를 숙주로 그 아이를 잡아먹고 태어났듯이, 무스카도, 경정님이 찾아다니던 채민우라는 분을 잡아먹고 태어났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채민우 경정이란 분은, 이미 죽었다는 통보나 마찬가지였다.
"....그랬군요. 미안합니다, 경정님. 그런 줄도 모르고 저희는 기뻐하고 있었네요."
"에이, 신경쓸 거 없어. 기쁜 일은 기쁜 일이잖아? 괜히 나 신경 쓴다고 시무룩해 있을 필요는 없어."
사과하는 우리를 경정님은 되려 다독이며 말했다.
"전쟁이란 그런 거야.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뒤범벅이 돼서,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는 법이지."
"하얀 악마....! 그 말은....."
"응. 이해했어, 아오짱. 이곳은 지금, 완벽한 전쟁터구나."
"그렇다면.... 나도 전쟁을 해주는 수 밖에. 날 전장에 끌어들인 걸.... 후회하게 해주겠어."
송은이에게서 굳은 결의가 느껴지자, 우리도 후환의 감정이 뒤섞인 한마디를 조용히 말했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건, 아무리 강한 사람도 주저앉게 만들어 버리죠."
"그 때에 느낀 허탈함과 분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무력감.... 정말 더러운 기분이었다. 다신 맛보고 싶지 않은 감정이었지."
"마음이 꺾여나가는 기분을 이해한다는 건 감히 오만한 생각이지만.... 정말, 정말로 유감입니다, 경정님."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으면 말해줘, 하얀 악마."
"응, 위로해 줘서 고마워. 너희도 꽤 많이 잃어봤구나? 눈을 보니 알 거 같아. 걱정 마. 난 괜찮으니까."
"평소 때랑 완전히 똑같아....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감정적 동요로 반응이 늦어지진 않을 거야. 이곳이 전장이란 걸 알았으니까, 이제부터는 전쟁을 시작하겠어. 채민우 경정을 위해서라도."
"정말.... 이길 수 없군, 너는...."
"송은이 경정님. 저도 이야기는 들었어요. 채민우 경정님의 일은, 정말 유감이에요."
"응, 고마워. 그녀석을 위해 슬퍼해 줘서. 하지만 언제까지 슬퍼하고 있을 수는 없지. 할 일이 산더미처럼 있잖아?"
"네, 맞아요. 자온 씨, 괜찮으시면 맥스코 빌딩 쪽을 다시 한 번 순찰해 주셨으면 해요. 차원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보이거든요. 다만 혼자서 나가는 건 위험하니까, 다른 분이란 짝을 지어주셨으면 하는데요."
"음.... 감찰관, 괜찮으면 저 혼자 가고 다른 루트를 누가 대신 맡아줬으면 해요. 쪼~금 할 일이 있어서요."
"무슨 할 일?"
"그런 일이 있어. 먼저 갈게요."
"자온 씨, 잠시만ㅇ...."
슈우우우우-----!
일부러 감찰관의 말을 듣지 않고 스코 빌딩을 향해 가속하기 시작했다.
"미래 씨. 루시 양. 자온 씨를 따라가 주시겠어요? 자온 씨.... 뭔가 숨기시는 게 있는 거 같은데.... 느낌이 좋지 않아요."
"걱정 마세요, 오세린 씨. 자온 씨 무사히 데려올게요."
"응. 무사히 데려올게."
"나도 주변 순찰이 끝나면 가보도록 하지."
"저도 무리 안 하는 선에서 재활 겸 갔다올게요."
미래와 루시가 서둘러 자온을 쫓아나가자, 김철수와 은하도 순찰 겸으로 그 뒤를 천천히 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역시 뭔가 불안 하네요."
"괜찮을 거야."
"감인건가, 하얀 악마?"
"응. 자온 걔, 어리숙해 보이는데 막상 눈을 보면 구렁이 같은 게 있단 말이지?"
"구, 구렁이요?"
"응. 아마 혼자 간 것도 뭔가 생각이 있어서 간 걸 거야."
"완전히 공감은 못 하겠지만.... 하얀 악마 네 감은 좋은 편이였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오세린은 맥스코 빌딩 방향을 계속해서 힐끔 쳐다보았다.
능글 맞게 웃으며 빌딩을 향하려던 자온의 눈빛은,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무거웠었기에.
******
슈우우우우-------
촤아아아악----
훅! 후우우웅!!
가속을 멈추고 창을 이리저리 휘두르더니,
"....만전은 아니지만 이 조합이라면 해볼만 할지도."
조용히 중얼거리곤 천천히 빌딩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자온?"
"아, 스승님이다."
나를 발견한 지나 씨가 다가오자, 나도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스승님이라고 그만 부르면 안 될까? 부끄러운데...."
"먼저 불러달라고 하셨으면서. 억울하시면 제자라고 부르세요."
지나 씨는 잠시 망설이더니,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제, 제자야."
"네, 스승님."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자, 지나 씨의 얼굴은 더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약간 김 같은 게 올라오는 거 같기도 하고?
"으으..... 너는 안 부끄러워?"
"스승님을 스승님이라 부르는데 부끄러울게 있나요? 히힛."
우리 스승님, 놀리는 재미 있네. 그렇다고 해도 스승님이라고 생각하는 건, 진심이긴 하지만.
실실 웃으며 지나 씨를 놀리다가 이곳에 온 목적을 기억하곤 말했다.
"아, 혹시 비밀 임무에 지장 안 간다면 차원종들 좀 같이 처리해주실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차원종들이 많이 감지되고 있어서 돌아가서 지원요청이라도 할까 하던 차였거든요."
"으음..... 그래,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도와줄게."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만해 달라니까..... 그나저나 창, 바뀌었네?"
"아, 네. 전에 거는 좀 과하게 썼더니 많이 손상돼서 다른 창으로 가져왔죠."
투박한 회색 창을 어깨에 툭툭 두드리며 불평했다.
"여유 창 한 자루만 더 챙겨올걸 그랬어요. 막 휘둘렀더니 이것도 얼마 못 버틸 거 같아요."
"....그럼 서둘러야겠네. 얼른 가자."
"그러죠. 아, 차원종들이 몰려있는 길목들에 실로 표시할게요. 그걸 따라서 처치하시면 돼요, 스승님."
"부끄럽다니까.... 알았어."
부끄러워하는 지나와 악동처럼 웃는 자온은 실없이 보이던 기분를 순식간에 가라앉히더니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리곤,
""가속""
슈우우우우우----!!
섬광과도 같은 가속으로 내달리며, 맥스코 빌딩 내부의 차원종들을 향해 맹공을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키릭?
스팟-----
키익? 키.... 키긱....?
슈우우우우-----
캬아아악!!! 아악....아아.....
슈우우욱---!!
두 사람의 난무가 잔상조차 남기지 않고 차원종들의 생명을 순식간에 거두어 갔다.
섬광조차 쫓지 못한 차원종의 심장이 꿰뚫리며 바람구멍만을 남기고, 섬광을 확인한 차원종의 목에 선이 그어지며 순식간에 핏물을 쏟아내며 쓰러졌다.
섬광처럼 가속하는 두 사람을 눈치챈 차원종들이 그들의 움직임을 막으려 마구잡이로 공격을 휘둘렀지만, 두 사람의 협공에 제대로 된 발악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잔상조차 남지 않는 두 사람의 가속은 멈추지 않았다.
가속하고, 가속하고, 가속하며 빈틈을 찌르고, 베어내며 차원종들을 쓰러트려 나갔다.
유린이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는 두 사람의 섬광의 맹공에 의해 빌딩 안에 즐비하던 차원종들의 수가 순식간에 줄어가는 와중, 자온이 가속을 잠시 멈추더니 한 방향을 가르키며 말했다.
"스승님, 저 너머에서 제법 강한 적이 감지됐어요. 이쪽이에요."
"응."
앞장서는 자온을 뒤따르자, 부서진 건물 파편이 흩뿌려진 넓은 공동이 나왔다.
고오오오오--------
강한 적이 있다는 말과는 달리, 공동에는 이상할 정도로 적막함이 흐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지나는 이상함에 물어보았다.
"....아무 것도 없는데?"
아니예요, 강한 적이 있어요.
키이이이잉------
붉은 실이 자온의 다리를 휘감으며 강화시키더니,
"여기에, 말이죠."
콰아아아아앙!!!!
그대로 지나가 서 있던 전방을 향해 발차기를 휘둘렀다.
철컹!
뒤에서 들린 금속음을 듣곤, 예상했다는 듯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역시... 이걸로는 못 쓰러트리네요."
"이게, 무슨 짓이야?"
자온의 기습을 순식간에 피하고 등에 창을 겨눈 지나는 그에게 물었다.
"어차피, 비밀 임무 수행하셔야 하잖아요, 스승님?"
"저희, 제압하는 거 말이죠."
투캉!
지나와 마찬가지로 자온은 순식간에 가속해 지나의 창을 후려치면서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 알았어?"
저는 능력을 여러개 가졌는데, 그 중 하나가 간파 능력이죠. 제어는 안 되지만 상대방의 본질이나 과거를 읽을 수 있어서 유용한데.... 여기 와서 새로운 기능이 발현 됐더라고요.
지나가 자신의 흔들리는 눈빛을 진정시키는 와중, 나는 내 눈가를 톡톡 두드리며 이어 말했다.
"발현되는 순간 동안,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요. 지난 번에 헤어질 때 이렇게 생각하셨죠?"
[기회를 봐서 너희들을 제압하라는 임무라니.... 하아, 싫다. 좋은 아이들인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이것도 임무니까. 어차피, 거부할 수도 없고.]
"미하엘, 그 자가 시킨 임무입니까?"
"......"
"...긍정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내 질문에도 지나 씨는 그저 침묵했기에, 나 홀로 계속 이어 말했다.
"....여기서 나가지 못하게 입구랑 창문이랑 다 틀어 막았습니다. 괜히 피하거나 뚫으려고 하지 마세요. 다 방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공동의 모든 출입구를 막은 실들을 보여주면서 가볍게 창을 휘두르다가, 지나에게 창을 겨누었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저는 정말로 당신을 스승님이라 여겼습니다. 진심으로요."
"....나도 진심으로 널 제자라고 여겼어. 내 기술을 몇 시간만에 훌륭하게 이어받아서.... 정말로 기뻤거든."
자신을 우울한 인상이라 말하던 지나 씨의 지금의 얼굴은, 정말로 우울하게 보였다.
"너희와 싸우고 싶지 않은 건 진심이지만..... 들켰으니 어쩔 수 없네. 서운해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것도 임무니까."
"그런가요..."
서로를 향해 창을 겨누던 짧은 침묵이 흐르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임무, 정말로 거부할 수 없나요?"
"응. 미안해, 제자."
"아닙....니다. 입장이 있으시니까요."
단호한 대답에, 나도 더이상 미련 갖지 않고 결심했다.
"그러니... 저도 제 친구들을 지키겠다는, 제 입장을 내걸겠습니다."
지나에게서 고요하면서도 찬연한 위상력이 발현되기 시작하고, 자온에게서 발현된 실들이 그의 몸을 감싸며 강화시키기 시작했다.
"가겠습니다, 스승님.... 아니, 지나 그레이스."
"와, 제자.... 아니. 클로저, 자온."
의문의 조력자이자 도움 받은 자.
클로저 선배와 클로저 후배.
스승과 제자.
그러나 물러날 수 없는 서로의 입장을 가지고 적이 된 두 사람.
조용히 서로에게 창을 겨누며 응시하더니,
슈우우우우-----
슈우우우우-----
채애애애애애애앵!!!!
초월적인 가속을 담은 두 사람의 창이 격돌하기 시작했다.
NEXT. EP.6 센텀시티 10화
자온 VS 지나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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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or : LlAN 작가님
2024 이세하 생일 기념 소설 - <아마, 나는> [1]
[티나] 새로운 교관이 함께 [3]
아버지 [1]
[유리] 잊지못할 그 시절 [2]
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9화 스승과 제자(2) [2]
침식의 계승자 EP.6 센텀시티 8화 스승과 제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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