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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소설

[콘테스트]보금자리

작성자
강성린
캐릭터
서유리
등급
정식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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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5.05.30
  • view2475

#

 

2002.

월드컵으로 한창 응원 분위기가 무르고 있었던 시청 광장.

그곳에 첫 번째 차원의 문이 열린 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대재앙이었다차원의 문을 통해 나온 차원종들에 인해 벌어진 일방적인 학살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수는 극소수그들은 현실에서 지옥을 겼었다그 날의 참사로 인해 어떤 이는 두려움에 떨었고어떤 이는 마음의 문을 닫았고어떤 이는…….

서울 시청 대참사가 일어난 후.

전세계에 열리기 시작한 차원의 문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기 이전에인류는 이대로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었을 때.

대참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중차원종과 같이 위상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자들이 발견 되었다그들은 제대로 된 체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과 같은 자들끼리 힘을 모아차원의 문을 닫는데 성공한다.

그럼에도.

차원종은 출몰을 멈추지 않았다.

#

코드네임 J는 눈을 떴다주변의 차원종을 정리한 것이 몇 분 전이었더라그는 붉은 머리카락을 긁적이며 생각해 보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피곤에 찌들어 잠시 도로 턱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일만한 상황에서시계 따위를 볼 수 있을 여유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차원의 문이 열린 강북 일대급히 파견을 나왔기에 대책본부로부터 제대로 된 지원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아니사실대로 말하면 지원 자체가 의미가 없다차원종에게도 통하는 총탄을 개발 중에 있다고는 하지만다시 말해 지금은 쓸모가 없는 것이다그저 차원종들의 살육에 즐거움을 더해줄 뿐.

그럼에도 J는 자신과 같은 클로저가 아닌 일반인이라도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구구……이거 혼자 있자니 적적해서말이 통하는 녀석들은 한 놈도 없고 말이야.”

자신의 인간성을 위해서.

J는 손을 털고 몸의 컨디션을 확인 한 뒤주먹을 쥐었다조금 전 A급 차원종과의 혈투로 인해 지친 지금평소와 같은 위상력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건 조금 편법이지만…… 어쩔 수 없지.”

아무도 듣는 이가 없지만 그는 계속 해서 말했다.

자신은 클로저 중에서도 특별한 입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특전사 출신이었기에 위상력을 각성하기 전부터 싸우는 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위상력을 각성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그들은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이런 위급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은 불가하지만그럼에도생존율을 조금 높여줄 수 있는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 시간을 벌기 위해, J와 같이 훈련된 자들의 출동 시간은 길었고 휴식시간은 짧았다그렇기에 개발된 편법위상력의 소비가 크기 때문에 살기 위해 개발한 궁여지책.

어디 한 번 시작해볼까.”

그는 자신의 다리와 주먹에 위상력을 둘렀다이것으로 차원종을 상대하는 최소조건은 클리어했다다행인 것은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조무래기들 밖에 없다는 것이다.

-키에에에엑!!-

눈앞에 있는 인간이 자신들의 먹잇감이 아닌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맹수라는 것을 느낀 차원종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달려든다.

J는 다리를 박차고 차원종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때.

아저씨비켜!!”

뒤에서 젊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강대한 위상력이 느껴졌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

J는 재빠르게 몸을 날렸고아슬아슬하게 자신을 향해 날아든 그것을 피할 수 있었다.

그것은 J가 있던 곳을 스쳐지나가 그대로 차원종들의 무리를 날려버렸다.

말 그대로 날려버렸다단지 그것과 부딪쳤을 뿐이지만 차원종은 그대로 날아가 공중에서 소멸되었다그 모습에 J는 얼빠지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도대체 저건 뭐야?

아니사람이니까 저건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겠지그는 아직 어린 소년이었다입고 있는 것은 소년다운 앳됨이 엿보이는 티셔츠와 가죽 재킷,청바지였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찢어질 것 같이 낡았다는 것그리고 더럽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수많은 차원종들을 단 한 번에 처치했다는 것에 대한 어떠한 감흥도 없다는 듯잔존한 차원종이 있는 지 휙 둘러본 뒤.

뭐야끝이야?”

어딘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하고 손을 바지주머니 속에 집어넣고서 껄렁껄렁 하니 뒤를 돌아보았다.

아저씨가, J?"

꽤나 성격 나빠 보이는 녀석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뛰고 싶어서 근질근질해 보이는이 전쟁에서 죽는다면 바로 내일이라도 죽을 지 모르고살아남는다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 소년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그런데……넌 누구냐?”

소년은 제멋대로 자란 자신의 푸른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코드네임 K. 이야기 못 들었어?”

지금 같은 전시 상황에서 그런 걸 바라지 마라아직 연락 안 왔으니까.”

하지만 J는 알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최초의 클로저들이 지금부터 전쟁에 뛰어들 최소한의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이것으로 자신과 같은 이들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일반 시민들의 피해 또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클로저들의 사망률은 올라가겠지.

그래서아저씨가 맞아아니야?”

K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에 J는 고개를 저어 생각을 접었다.

그래내가 J네 말대로라면오늘부터 네가 소속된 차원계대응 특수부대 울프팩의 요원 중 하나지.”

그래잘 부탁해아저씨.”

아직 보호받아야 하는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전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J는 K의 손을 잡았다.

K의 손은 전투의 흥분 때문인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런가.’

지금은 싸울 수 있는 사람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다다만…….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라고 불러라.”

소년이 전쟁에 물들어 가는 것만은 막아줘야겠다고그는 남몰래 다짐했다.

 

#

 

현재 울프팩의 임무는 강북 시청 광장에 열린 차원의 문을 닫는 것.

그날의 참사로 한 달이 지난 지금. UN 기구에서는 차원의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다만 현재 발견된 방법이 상당히 무식하며 크나큰 위험을 동반한다는 것이 문제지.

현재의 시청 주변의 차원종들을 처리한다는 임무는 차원의 문을 닫기 위한 사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J는 본 작전 이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에 골머리를 썩게 되었다.

그런데 말이야아저씨.”

형이다.”

그래서 말이야아저씨 형.”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아직 20대 중반인 그는 아직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지금이야 전쟁통이라서 수염도 제멋대로 자라고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꼴이 말이 아니지만전쟁 전에는 훈남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여자 친구는 없었지만.

여자 친구는 없었지만…….

그런 거 신경 쓰는 거에서 아저씨라는 거야, J 아저씨.”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느긋하게 산책이라도 하는 듯강북탈환진지로 복귀하며 속을 긁는 소리를 하는 K에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J는 참았다.

그래신경 쓸 건 그게 아니지.”

맞아그래서 말인데아까 아저씨가 한 거어떻게 한 거야?”

그보다 조금 전 네가 보인 전투 방식은 고치는 게 좋아그렇게 마구잡이로 위상력을 남발해서는 위험해진다.”

그거?”

K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주변에 차원종들이 없는 걸 확인한 다음에 한 거니까스트레스 해소 같은 거라고.”

J는 그 미소가 마음에 걸렸다어린 아이 답지 않은 미소다그 안에 깊은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해소라그렇군그럴 수도 있겠지.”

자신도아니현재 위상력을 쓸 수 있는 클로져들은 모두 K와 같은 아픔을 겪은 자들이니까.

하지만.

J는 걸음을 멈추고 K를 돌아보았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스트레스 해소를 할 기회는 넘치고 넘쳤으니까그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죽는다.”

그의 굳은 표정을 본 K는 손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고개를 숙이며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알아……하지만 이번에는 처음이라서 힘 조절을 어떻게 해아 할지 몰랐단 말이야.”

그제야 J는 깨달았다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그때, K의 손이 떨리고 있었던 것은 흥분 때문만이 아니었다두려움죽음에 대한 공포.

자신의 첫 출전 때에도 그러했다위상력을 필요이상으로 남발하며 싸웠다.

아니다들 그러했다.

차원종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 필사적이었다.

이제 익숙해진 J와 달리 K는 오늘 첫 출전이라 말했다.

……나도 너무 물들어 버렸군.’

J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뒷통수를 긁으며 K에게 손을 내밀었다. K

뭐야아저씨?”

형이다잔 말 말고 손이나 내놔.”

J의 말에 K는 슬쩍 반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악수는 처음에 했잖아?”

잔 말 말고 손이나 내놔명령이니까.”

J의 말에 K는 어쩔 수 없다는 듯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J에게 내밀었다.

역시.

K의 손은 지금도 떨리고 있었다.

J는 K를 보았다. K는 얼굴을 붉혔다.

뭐야처음이니까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그렇기에 이럴 때 어떻게 해주면 좋은 지 알고 있다.

J는 K의 손을 잡았다.

자신의 거친 손과는 달리 아직 어린 아이답게 부드럽고작은 손이었다.

이대로 돌아가자.”

싫어이게 뭐야내가 무슨 애야유치원 졸업한 지 오래 됐거든?!”

K는 기겁해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J는 놓아주지 않았다.

애 맞다그리고 손은 안 놓아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우리 울프팩에서는 신입이 들어오면 첫 출전 후에 손을 잡고 복귀하는 전통이 있으니까.”

저항을 그만 둔 채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K를 위해 J가 말했다.

그렇군형이라고 불러주면 놓아주지전통 따위 보다내가 형이라고 불리는 게 더 중요하니까.”

됐네요아저씨.”

…….”

언젠가 K의 호칭을 바꾸겠다고 생각하며, J는 앞서 걸었다. K는 이끌리듯이 그의 뒤를 따라 걸었다.

훗날영원히 잊지 못할 보금자리로.

 

#

 

제이는 흐리멍덩한 정신을 다듬었다.

……그때의 꿈이었나.’

그래아이들이 잠시 수업을 들으러 간 사이에플레인 게이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더 조사를 하기 위해 단독으로 임무 수행을 한 뒤 피로에 지쳐 잠시 보급물자를 담은 박스 위에서 잠들었었다.

그리운 시절이지이럴 때는 유정 씨가 이곳에 없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어.’

김유정이라면 제이를 임시 숙소에라도 끌고 가서 잘 거면 거기서 자라고 잔소리를 했을 테니까정식요원이 길거리에 누워서 잠든 것을 보면 사기가 떨어진다고 했었지?

거기다 제이 씨는 그렇게 자고 있으면 꼭 객사한 것 같단 말이에요!’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지 않나안색이 안 좋은 건 알고 있지만.

제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씩 몸의 감각을 깨웠다.

?’

뭔가 이상하다.

분명 잠들 때는 딱딱한 박스 위에서그래도 바닥에서 냉기는 올라오지 않으니 좋은 편이다잠들었다하지만 지금은 비록 부분적이나마 푹신하고 따듯한 기운과 함께 향긋한 비누 냄새가 밑에서 올라오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맡에서.

아저씨깼어요?”

제이는 밝고 활기찬 소녀의 목소리에 완벽하게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놀랐다. 세상에. 타인이 다가왔는데 자신이 세상 모르게 잠들다니.

'어째서?'

하지만 제이는 그 의문의 답을 찾기 이전에 눈을 떠야 했다.

제이의 시아에 들어온 것은 커다란 두 개의 산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천진난만한 소녀의 화사한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미인이라고 생각할만한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실이 믿기지 않아 제이는 눈을 깜빡 거려보았다.

그에 답하듯 소녀도 눈을 깜빡 거렸다.

너 지금 뭐하냐서유리.”

소녀유리는 매력적인 덧니를 드러내고 웃으면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아저씨가 너무 불편하게 주무시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여고생 특제의 무릎베개를 해드렸죠어때요아저씨이거 돈 받아도 될 정도죠?”

천금을 드리더라도 네 무릎베개를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는 말이 목까지 치밀어 올랐지만제이는 참았다.

그랬다가는 클로저 요원이든 뭐든철컹철컹잡혀간다.

……나도 돈 내야 하는 거냐이번 달은 좀 위험한데.”

아저씨는 첫 번째 손님이니까 공짜에요……조금 아쉽지만.”

제이는 정말 별 것 아니라는 듯 허리를 일으켜 앉으려다가…….

허리가……!”

?”

생각보다 오래 잤던 걸까척추를 타고 올라오는 격통에 깜짝 놀라 그대로 다시 유리의 허벅지에 머리를 눕히고 말았다.

미안하다지금 허리가 아파서일어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두 번째 부터는 돈 받는데요.”

……약값도 간당간당한 불쌍한 아저씨에게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유리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겠다는 소리는 안 하네요?”

말했잖아허리 아프다고지금 일어나려고 했다가 삐끗하기라도 하면 며칠을 누워 있어야 한다고그러느니 차라리 돈을 내고 말지.”

제이는 진지하게 말했다.

잘 들어라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게 건강이다건강이 제일이라고.”

……사람 불러드릴까요?”

됐어조금 있으면 나을 테니까그보다 너는 괜찮냐?”

유리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뭐가요?”

이거부끄럽지 않냐고아니요즘 애들은 이게 보통인가……무섭군세대 차이나도 아직 젊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인식의 차이가 있을 줄이야…….”

그 말에 유리가 얼굴을 붉히며 살짝 제이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무슨 소리에요아저씨.”

?”

이런 거아무한테나 안 해주거든요아저씨니까 특별히 해주는 거예요특별히!”

그 말의 뜻에 대해서 제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으음~. 아니다정미정미 한테도 해줬고슬비한테도 해줬고송은이 언니한테도 해줬고……헤헷생각해보니 특별하다고 할 건 없네요.”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러냐그럼 다행이고.”

유리가 살짝 입술을 삐죽이는 것을 제이는 ** 못했다.

그런데 말이에요아저씨.”

제이는 지금까지 딴죽 걸 타이밍을 놓쳐서 지나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정정을 요구할 타이밍이 지금이라 생각했다.

아저씨 아니다오빠라고 불러.”

그래서요아저씨.”

말을 들을 리가 없지.

.”

제이는 가슴 너머로 보이는 유리의 표정이 살짝 진지해지는 게 보였다.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어요?”

…….”

제이는 입을 다물었다.

좋은 꿈이라고도안 좋은 꿈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까.

어린 소년이었던 그에게 있어차원문이 열렸을 때의 일은 정말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뿐이었다차원전쟁자체도 그의 무의식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그때의 꿈을 안 좋은 꿈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그 가운데에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준 소중한 전우들과그들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이가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도 없는 것에유리는 급하게 말을 돌렸다.

아하하하뭘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세요그냥 한 번 물어본 건데그보다 말이죠아저씨수업 끝나고 오니까있죠아저씨가 여기 박스 위에서 막 으으으으하고 잠들어 있었거든요.”

으으으~라고 말하면서 귀엽게 표정을 찡그리고 손을 뻗는 유리를 보며 제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의 꿈을 꾸고 있었다면자기가 저렇게 귀엽게 보일 리가 없으니까.

그래서 잠자리가 나빠서 그런가하고 무릎베개에 손까지 잡아주니까 그제야 푹 주무신 거 아세요그래서 물어본 거예요저 오기 전까지 악몽이라도 꾸셨나해서.”

……악몽이라.”

제이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악몽이라기보다는어른이 되는 꿈이었지.”

그 말에.

꺄앗!”

!”

유리가 갑자기 몸을 옆으로 뺐고그 행동을 예상치 못했던 제이는 그대로 박스에 뒤통수를 박고 말았다제이는 먼저 허리의 상태를 확인하고,얼얼한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몸을 돌려서 박스에서 내려왔다.

갑자기 몸을 빼면 위험하잖아내가라고 한 마디 쏘아주려고 했는데.

우와우와우와.”

얼굴이 화악 붉어진 유리를 보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이는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아저씨!”

오빠라니…….”

이상한 꿈 꾼거죠?! 그렇죠?! 어른이 되는 꿈이라니우와대박아저씨 그렇게 안 봤는데그래도 이해해드릴게요아저씨도 일단 남자니까요!”

일단은 빼라이래봬도……가 아니라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제이가 버럭하고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봤지만 사람의 시선만 끌뿐유리를 진정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유리가 눈을 반짝반짝 거리며 두 팔을 앞으로 모아 안 그래도 큰 가슴을 더욱 강조하며 외쳤다.

괜찮아요아저씨!”

불안하다.

유정 언니한테는 말 안 할게요!”

거기서 왜 유정 씨가 나오는데?!”

그래도 다른 애들은 괜찮죠?! 괜찮아요같이 몇 번이나 사선을 넘은 사이인걸요!”

괜찮지 않아애초에 네가 지금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렸다고!”

그럼 전 애들한테 이야기 하러 가볼게요!”

잠깐!”

유리는 제이의 말을 무시하고 쌩 하니 달려갔다이대로 두면 내일 신문에현직 남성 클로저여고생 요원을 성추행하다라는 기사가 실릴 것이 눈에 보였기에 유리를 잡기 위해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지만.

으억무릎이!!”

그의 몸은 주인을 배신하는 걸 즐기는 것 같다.

제이가 무릎을 부여잡고 조금 전까지 단잠을 꾸었던 박스 위에 다시 엉덩이를 가져갔을 때.

~멀리서 유리가 흥분해서 세하와 슬비와 미스틸테인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그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이쪽을 보았다.

그런 눈으로 ** 마라오해니까정말로 오해니까이 형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제이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었다.

하아…….”

그럼에도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런 것도 좋을 테지안 그래제이 형?”

자신의 새 보금자리는 옛날보다 더 떠들썩하고 바람 잘 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유리가 자신에게 다가왔음에도 푹 잠들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런데 왜 굳은 표정의 슬비가 유리의 손을 잡고 이쪽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왜 그 손에는 전화기가 들려있는 거지?

유리는 왜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까.

슬비는 왜 자신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며 쌀쌀한 목소리로 말하는 걸까.

제이 아저씨언니가 전화 바꿔달래요.”

……부디잔소리가 한 시간 안에 끝나주기를.

제이는 어미 양에게 닿지 않을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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