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학교에는 언제나처럼 평화롭기만 하다…뭐….학교에서 몇 분만 걸어나가도 차원종이 출현해서 그렇게 평화롭다고는 말은 못하겠지
만….
그 때 슬비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날 보고 인사를 한다.
“좋은 아침, 유리야.”
“슬비도 좋은 아침~”
내가 활기차게 인사를 하자 미소를 지으며 내 뒷자리에 앉는 슬비…
오늘따라 기분이 좀 좋아보이는 걸?
“슬비야. 오늘 기분 좋은 일 있어?”
“응?티 나?”
“응. 기분 좋아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내 말에 슬비가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태블릿 pc를 꺼내서 보여준다.
“오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애니메이션화 됬거든.그래서 기대중이야.”
….그러고보니 슬비는 이런 문화컨텐츠 쪽으로 스트레스를 풀었지 참….
어쩌면 세하랑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네….
“그러고보니 너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걸? 무슨 일 있어?”
“아…어제 세하 집에서 전골 먹었거든~뭐….비록 정미정미랑 먹어서 데이트는 아니지만 헤헤…”
“….세하 집에…갔구나…”
슬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어….내가 뭐 잘 못 말했나….?
“슬비야?”
“…아…미안…순간 딴 생각했어….”
내가 슬비를 부르자 화들짝 놀라며 반응하는 슬비….
….역시….뭔가 찜찜한 건가….세하네 집에….내가 갔다는게?
“그나저나….세하는 아직 안 왔어?”
슬비가 화제를 돌리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묻는다.
어?그러고보니….세하가 안왔네?
이상하다….평소라면 벌써 와서 게임기를 두드리고 있거나 석봉이랑 놀고 있을텐데….?
그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면서 조금은 지쳐보이는 세하가 들어온다.
“….여 두 사람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이세하.”
“좋은 아침~세하야~”
나랑 슬비가 반갑게 인사를 하자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우리 앞 자리에 앉는 세하.
“오늘 좀 늦었네?늦잠?”
“아…늦잠 잤긴 잤지….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세하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말한다.
“….또 게임하다가 늦잠 잤어?”
슬비가 걱정스러움이 섞인 퉁명스러운 말로 묻는다.
“어제는 게임도 못하고 잤다….영 게임도 손에 안 잡히고 해서 그냥 자기로 했는데…중도에 너무 자주 깨버려서 말이야.”
세하가 눈가를 비비며 말한다.
그러고보니….다크서클이 내려와있다….
“괜찮아 세하야?많이 졸려?”
내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걱정 들을 정도 아니야….그냥 좀 몸이 좀 둔해지는 느낌이 들 뿐이야…덕분에 아침에 좀 늦게 나온 거고.”
세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한다….
그래도 걱정되는데….세하가 잠을 안 자는 건 몇 번 봤으니까 괜찮은데….못 자는 경우는 처음보는데….
내 걱정을 눈치를 챈 걸까?세하가 내 머리에 손을 턱 얹고는 쓱쓱 쓰다듬는다.
“야, 서유리. 걱정하지마….내가 누구냐. 이세하다, 이세하. 건강한 게 내 장점인데.”
“그….그래두…..걱정된다구….”
“걱정하지말라니까?”
“….너 잠을 못 자는 경우는 처음이잖아….그러니까 걱정되는 거지….”
내가 내 머리 위에 얹어져 있는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를 하자 세하가 피식 웃는다.
“걱정 할 것도 많다. 너한테 걱정 들을 정도로 약한 몸 아니야. 이래뵈도 난 남자애라고?”
그러더니 머리에서 손을 때고 내 볼을 쭉 잡아당기면서 웃는다.
“으이그….걱정만 많아가지고…..”
“우으으으으…..”
“그런 걱정 하지말고 너나 신경써. 슬슬 감기 걸릴 시즌이니까.”
그러더니 내 머리에 딱밤을 한대 툭 주고는 키득 거리며 앞으로 자세를 돌리는 세하….
바보야….걱정 안 할리가 없잖아….좋아하는 사람이 아픈걸…걱정 안 할 리가 없잖아.
내가 이런 생각에 젖어있을 때 뒤에서 슬비가 날 부른다.
“…유리야.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으응?”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게…있어서…”
슬비가 평소랑 다르게 잔잔한 말투로 나에게 말한다…
“응. 여기서 이야기 할까?”
“….아니 옥상에서…이야기 해도 될까?”
“괜찮아~가자.”
내 말에 슬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나서 옥상으로 향한다
슬비를 따라 옥상으로 향하니 맑은 하늘이 우릴 반겨준다…
흐음….시원하다….
“자 그럼 슬슬 이야기를 들어볼까?무슨 일인데 슬비야?”
내 질문에 슬비가 고개를 살짝 떨군 채 이야기를 한다.
“…..유리야….”
“응?왜?”
“너….세하 좋아하지?”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하지는 모르겠지만 대답은 좋아한다야.”
“….이유….물어봐도 돼?”
이유라…내가 세하를 좋아하는 이유라….
“무심한 듯 해도 다정하고 챙겨줘야 할 것 같은데 의지가 되는 그 점이 좋아.”
“…당당하네…유리 너는….”
“당연하잖아?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내 말에 슬비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렇다면 난 왜 실패한 걸까…?”
“….”
“왜 난….네가 말한 그 모든 것을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건….네가 제대로 세하를 ** 않았기 때문일거야…”
“아니야…난….난….제대로 그 애를 봤어….하지만….언제나….언제나….”
“게임만 하고 답답하게 했다고?”
내 말에 슬비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본다.
“그럼 너는 그런 것도 예상 안 했던 거야?너는 세하가 너의 기분에 모두 맞춰주길 원했던 거야?”
“적어도 눈치를 채주길 바랬어…내가 뭘 원하는 지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하길 원하는 지…”
“하지만 넌 세하가 그런 걸 눈치 못 채는 걸 알면서도 계속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화만 냈지.”
“그럼 너랑 나랑의 차이점이 뭔데?왜…왜 너도 나처럼 세하의 옆에 있는데….어째서…넌….넌 그렇게 웃는 건데?!”
“난 당당하게 말하니까.”
“……”
“난 이렇게 해주면 더 좋다고. 난 널 좋아한다고. 그렇게 당당하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니까.”
“나도 솔직하게 이야기 했어!하지 말라고 늘 말했다고!근데 왜!”
“세하는 네가 아니니까.”
“뭐?”
“세하는 네가 아니니까. 너랑 다른 생활방식 다른 환경에서 자란 애니까 다르다는 게 당연한 거잖아.”
“…..”
“그래서 나는 세하한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어. 게임 조금만 있다가 하면 안되냐고…나한테 집중해달라고.”
“…..”
“내가 전에도 말했지…넌….네 감정을 너무 숨긴다고. 세하를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고.”
“….”
“난 앞으로도 계속 솔직하게 내 마음을 세하한테 말할 거야. 좋아한다고. 날 좋아해달라고.”
“……”
“이 정도면….답이 됬으려나?”
내 말에 슬비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서 있는다….생각 할 게 많겠지….일단은….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하는 게 낫겠지?
“그럼 슬비야….천천히 내려와….나 먼저 내려갈게….”
슬비를 등지고 계단을 내려가며 생각한다.
슬비가 내 말을 듣고 세하를 다시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어.
그로 인해서 세하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고 해도 얌전히 양보할 생각은 없어.
3달전의 나처럼….그렇게….세하를 멀리서만 바라** 않을거야.
이젠….당당하게…세하 옆에 서겠어.
왜냐하면 난…..세하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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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 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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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가 사라진 옥상 나 홀로 난간에 몸을 기댄 채 생각에 잠긴다.
원래라면….헤어질때의 그 기분이나 생각이었다면….이렇게 세하에 대해서 고민을 길게 할 필요도 없었겠지.
정말로 그저 친구 이상 연인 미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으니까….
그만큼 내가 세하를 가볍게 생각했던 것일까…?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게 아니라고 단정 할 수 있을까?
정말 유리의 말처럼….난 세하를 제대로 보고 있지 않았던 것일까?
그럼….지금 내 마음 속에 남은 이 감정은 뭐야?
왜….세하 옆에 있는 유리나 정미의 모습이….질투가 나는 거야?
그렇게나 매몰차게….날 세상에서 가장 예쁘게 봐 주던 세하의 그 얼굴을 깨버린 나인데….
그렇게나 날 소중하게 대해 준 세하의 마음을 부숴버린 나쁜 애는 나인데….
그 마음에 당당히 맞설 생각도 없었던 주제에 그저 옆에서 사라지지 않길 바란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내 옆에 세워서 내 마음대로
주무르려고 했던 나인데….
그렇게나 이기적인 나인데….
왜….이렇게 마음이 아픈거야?
왜….이렇게 힘든데….세하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울고 싶다….
세하가 늘 나 보고 했던 그 말처럼….
‘힘들 때는 울어도 괜찮아 슬비야. 내가 옆에서 기다려줄게.’
그 목소리로 내 옆에서 웃어주던 네 모습이….네 마음이….왜….이제야…깨달아지는 거야…
이미 너는 내 옆에 없는데….
이제 내가 그 옆에 있을 자격이 없는데….
이젠 기회조차 없을텐데….
왜….난….왜....아직도….세하가 내 옆에 있길 바라는 거야?
“여기서 꼴사납게 울고 있어?”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정미가 팔짱을 낀 채 날 보고 있다.
“정…미야?”
“….딱 보니까 라이벌이 늘어난 상황인데 말이지…”
정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린다….
라이벌….이라고?
“야, 이슬비. 너 세하 아직 좋아하지?”
“……”
“아, 실수. 이제야 좋아하게 된 걸까나…?”
정미가 매섭게 파고 들어온다….
이래서…정미랑은 이야기를 오래 하기 싫어진다….
내 마음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니까….꼭꼭 숨기고 있는 내 이기적인 본성을 들키는 것 같아서….
“….그러면 어쩔건데?”
“…..”
“나는 좋아하면 안돼?이세하를….좋아하면 안되냐고?!”
내 말에 정미가 얼굴을 찌뿌리며 말한다.
“….좋아하던 말든 무슨 상관인데?”
“뭐?”
“네가 세하를 좋아하던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나랑”
“너….세하를 좋아하는 게…아니었어?”
“좋아해. 아주 많이.”
정미가 평소답지 않게 아주 당당하게 자신의 마음을 밝힌다….
얘도….당당하게…좋아한다고….말한다….세하를 좋아한다고….
“그러면 왜….”
“그 전에 내가 하나만 물어보자. 너, 내가 세하를 좋아하지 말라고 하면 안 좋아해 할 수 있어?”
“…..못해.”
“….”
“안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포기 하기 싫어!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싫어!”
내 말에 정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아….정말….그 바보한테 오지랖병 옮아버렸나봐….이런 바보 같은 질문이나 해대고 말이야…”
정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나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한다.
“그러면 포기하지말고 고백하지 그래?”
“뭐?
정미의 말에 내가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비치자 정미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네가 저 바보에 대해서는 더 잘 알잖아?눈치 꽝에 게임바보에 그런 주제에 옆에 있는 여자들에게 감당도 못할 만큼 플래그를 꽂아
넣는 왕바보라는 거는?”
“…….”
“나도 너한테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난….세하한테 좋아한다는 티를 팍팍 내고 있어.”
“…어째서…?어째서….상처 받을 짓을 스스로 하는데?!그랬다가 차이면?네가 선택 못 받으면?!”
“그게 두려우면 시작도 안 했어!”
정미가 소리치듯 말한다…
“그저 좋아한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너한테 뺏겼었어!그 때 내가 얼마나 후회했는지 알아? 적어도 내 마음을 전했으면 이슬비 너
한테 바로 달려가서 고백하는 그런 일은 없었겠구나….내 마음을 전했다면 나를 선택 해 줬을 수도 있는데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
은 후회를 했어!”
“정…미야…”
“근데 네가 세하랑 헤어지고 나서 난 정말 기뻤어. 세하의 옆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다고. 내 마음을 고백할 찬스가 한
번 더 생겼다고.”
“……”
“설령 이게….내 고백이 실패로 돌아갈 지라도….더 이상 후회를 남기고 싶진 않아.”
“……”
“설령 이걸로 인해서 더 상처받고 세하만 보면 울음이 터져나올 정도로 가슴이 아플 지라도….난….포기 안 해.”
“…….”
“그렇게나 상처 받는 게 두렵다면 방해하지 말고 거기에 가만히 자리를 지켜. [세하의 전 여자친구]로서 자리만 지키고 있어. [세하
를 좋아하는 여자]의 자리로 넘어오지 말고.”
“정미야….난….”
“알아서 행동해. 하지만 난 분명히 경고할거야.”
정미가 내 말을 끊고 나를 향해 손가락을 쭉 펴서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난 유리처럼 착하지 않아. 여기로 끼어들어오고 싶으면 상처 받을 각오로 들어와야 할 거야.”
“…….”
“난 분명히 경고했어. 이 이후로는….착하게 말만으로 너한테 충고하는 일은 없을 거야.”
“……”
“그럼 난 내려가도록 할게. 나중에 보자.”
정미가 할 말이 끝났다는 듯 휙 몸을 돌려 옥상에서 내려간다….
정미가 옥상에서 내려갔지만 여전히 내 머리 속에는 정미가 한 말이 맴돈다….
상처를 받을 각오로 좋아한다는 그 말이….
내가 처음부터 가지지 못했던 그 말이….
더 이상 잃기 싫어서 하지 못했던 그 결심을…..
유리와 정미는 하고 있다…..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정미도 유리도 잘 안다….
하지만 그걸 알고도 좋아한다는 것은…..
분명….진심으로 세하를 좋아하기 때문이겠지….
그것이….내가 세하에게 상처를 줘버린 이유겠지…
뭐야….나 바보인가….
제대로 마주할 자신도 없으면서 그저 옆에 있어주길 바랬던 그런 어린애 같은 마음으로 세하를 바라봤던 거네….
미안해 세하야…
너를 상처줘서 미안해….네 마음을 부숴버려서 미안해….그러니까 세하야….이기적인 말인걸 알지만….정말로 내가 나쁜 애라는 걸
알지만….이런 말 할 자격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한 번만 더….내 옆에 있어주길 원해…네가 내 옆에 서서 날 지탱해주길 원해….
날….사랑해주길 원해….
이제부터는 상처 받는 거에 두려워 하지 않겠어.
더 이상 잃는 것이 두려워서 도망치지 않겠어.
이제부터는…내가….너한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차례야.
기다려줘 세하야….
내가 갈 때까지….내가….다시 내 옆에 설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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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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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갸갸갸갸….끄….끝났다….”
간신히 임무를 마치고 귀환한 나랑 아저씨….
하필이면 순찰중에 A급 차원종만 두 마리나 나오는 바람에 시민들 대피시키고나서 급하게 싸우긴 했는데….
“쿨럭…여…역시 키텐 그 녀석은 상종하기가 싫어….”
아저씨가 좀….키텐한테 전기를 한 방 먹어서 상태가 메롱이다….
뭐…나도 생판 처음보는 타입의 차원종한테 좀 맞아서 상태가 좋다고는 말 못하지만…
“다녀왔습니다….”
사무실 문을 여니 슬비와 테인이가 우리를 반긴다.
“어서와. 수고많았어.”
“으으으으….오늘은 허세 못 부려….진짜 힘들었다구….”
내가 슬비를 덥썩 안자 슬비가 내 등을 토닥거려준다.
“나도 들었는걸…수고했어, 유리야. 아, 제이 아저씨도 수고하셨어요.”
“쿨럭….평소같으면 태클을 걸겠지만 오늘은 태클 걸 힘도 없구나…”
그러더니 골골 거리면서 본인 소지품 가방에서 약을 꺼내서 꿀꺽 하고 삼킨다….
근데….세하가 안 보인다?
“저기 슬비야…세하는?아직 안 돌아왔어?”
“아…세하는 오늘 일찍 돌아갔어. 몸 상태가 안 좋다고 하길래 일단 집에서 쉬라고 했어.”
“그래?”
걱정되네….아침에도 몸 상태가 썩 좋아보이지는 않던데….어제 문자도 마음에 걸리고….
살짝 문자를 보내볼까?
[세하야, 몸 괜찮아?]
문자를 보내고 조금 기다려본다….
근데….1이 안 사라진다?!
“….저기 슬비야.”
“응?”
“….세하 혹시 폰 두고 갔어?”
“잘만 들고 가던데?걔가 게임관련된 전자기기를 놔두고 갈 리가 없잖아 왜?”
“….아니야…아무것도….”
그래…세하가 핸드폰을 놔두고 다니는 애는 아니야…심지어 답을 하지 않더라도 문자는 곧잘 읽는 애인데….
….많이 아픈 건가?
“일단 오늘 하루 정도는 동생을 쉬게 놔두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유리야. 동생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 쉬면 될 거 같은데?”
아저씨가 나에게 조언을 해준다….
알아요 아저씨….하지만….걱정되는 걸요….
내 생각을 읽었는 지 아저씨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걱정 할 필요 없을 거다, 유리야. 이렇게 미소녀들이 걱정해주는데 아플 리가 없잖아?하하하하….”
“에휴….그랬으면 좋겠….잠깐 ‘미소녀들’이라고요?”
“응?왜 그러니, 유리야?”
“방금 ‘미소녀들’이라고 했잖아요?!그…그거 무슨 뜻이에요?!”
내 말에 제이 아저씨가 씩 웃으며 말한다.
“뭐긴 뭐야 우리 유리랑 정미랑 우리 대장을 말하는 거지.”
어….어떻게 알았지?!아니…나는 티가 팍팍 나니까 알았다고 치자….그러면….정미랑 슬비는?!
내 생각이 빤히 보이는 지 아저씨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후훗….유리야. 나는 이래뵈도 여러 여자들에게 고백을 받아본 몸이란다. 그 정도쯤은 읽을 수 있어.”
“….아저씨가 고백을 받아봤다는 시점부터 신빙성이 확 떨어지는데요.”
슬비가 정말 어이없다는 듯 단칼에 말하자 아저씨가 또다시 각혈을 한다….
….저렇게 각혈을 많이 하시는데 살아있는 아저씨도 참 신기하네…
“쿠…쿨럭….대…대장 너무 직구로 말하는 거 아니야?적어도 과거의 나라는 것도 있잖아?”
“흐음….그런 것치고는 영 연애를 못 하시는 듯 한데요?”
….역시 슬비. 남의 연애사에만 민감해!
“누….누가 연애를 못하는데?나도 지금 이래서 이렇지 마음 먹고 꾸미고 나가면 왠만한 여자들….”
“그렇게 꾸미지 못해서 유정언니랑 연애를 못하나요?”
슬비의 말에 아저씨의 움직임이….음….뭐라고 표현해야 하나…아!렉 걸린 거처럼 삐걱거린다.
“어…아…어…아….”
“으휴….아저씨는 빨리 유정언니나 잡아서 결혼이나 하세요. 그런 여자 쉽게는 못 잡는다고요?”
“쿠…쿨럭….아…아니 대장…왜 기본적으로 나랑 유정씨랑 세트인 거지?”
“당연한 거 아닌가요?두 사람 서로 좋아하지 않아요?”
“쿠…쿨럭!”
슬비야 아저씨 각혈 하시다가 피 너무 토하셔서 돌아가시겠다….
아저씨가 쿨럭 거리다가 슬비를 보며 말한다.
“쿠…쿨럭…대장….우….우선 나는 유정씨를 좋아하는 게 맞지만….유정씨는 들으면 기분 나쁠 수 도 있다고?”
“흐응~아저씨는 유정언니를 좋아한다….이 말이죠?”
“그…그렇지….근데…왜 그렇게 음흉하게 웃고 있니?”
“후훗….들었죠?유.정.언.니?”
슬비의 말에 문 쪽을 쳐다보니 얼굴이 터지기 직전인 유정언니가 부들부들 떨고 있다….
“유….유정씨!저….저기 내….내 말은 그게….”
“…..내….내일 뵐게요!!!!”
유정언니가 후다닥 뛰어나간다….와우….힐 신고 저 스피드로 뛰다니…..우리 못지 않은 스피드인데?!
“유…유정씨이이이이!!!!”
아저씨도 후다닥 자기 소지품 가방을 챙겨들고 방을 급히 나간다….
아저씨가 나간 후 슬비는 키득거리며 웃고 있다…
“쿡쿡쿡….정말이지 저 두 사람은 너무 재밌어...진짜 실시간 러브코미디같아서 너무 좋아.”
….슬비야 왠지 네 뒤에 악마의 꼬리가 보이는데 말이지….?
한참을 사악한 미소를 짓던 슬비가 자기 소지품을 챙기며 테인이를 데리고 간다.
“그럼 내일 보자 유리야.테인아 가자. 오늘은 누나가 데려다줄게.”
“네~유리 누나. 내일 뵈요~”
“응~잘 가~”
두 사람을 보내고 나도 가방을 정리해서 불을 끄고 나오자 밖은 어둑어둑하다…
칫…이럴 때 세하랑 있으면 둘이서 공원에 같이 가서 좀 걷다가 올 수 있는데….
그렇게 투덜투덜 거리면서 공원을 걷는데 전화가 걸려온다.
“어 엄마. 왜요?”
“응~우리 딸 아직 밖이야?데이트 중인가?”
“데이트 중 아니에요. 오늘 세하 몸 상태 안 좋아서 먼저 갔어요.”
“후훗….우리 딸 기분 안 좋은 거 팍팍 느껴지는 걸?”
“잘 아시네요….그나저나…뭐 때문에 전화 했어요?”
“응~저녁에 고기 먹으려고 하는데 고기가 없어서 양껏 사오라고~”
“네~알겠습니다~후딱 사 갈게요~”
전화를 끊고 정육점으로 향하려다가 문득 세하한테 보낸 메시지의 수신상태를 확인한다.
아직 1이 안 사라져 있다….
정말 무슨 일 있나….?
하아…실례되긴 한데….잠깐 전화 좀 해볼까?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열어서 아주머니의 이름 찾아서 꾹 누르니 평온한 리듬의 노래가 들려온다…의외로 감성이 풍부하시구나….
“여보세요?”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저 유리인데요….”
“어머나~유리구나~그래그래~왠일로 아줌마한테 전화를 다 걸었니?”
“아하하하….세하가 문자를 안 보길래 무슨 일 있나해서요.”
“아….세하 지금 자는데.”
“자…요?”
“응. 컨디션 안 좋은 거 같아서 일단 집에 있는 비상약을 먹여서 재웠거든. 너희 때는 그냥 대충 약 먹고 한 잠 푹 자고 나면 금방 회복
되잖니?호호호”
….모든 사람들이 아주머니처럼 회복력이 빠른 건 아닙니다만?
“후훗…우리 세하는 금방 털고 일어날거야~이렇게 착한 아가씨가 걱정해주는데~”
“헤헷…그러면 다행이고요…그럼 제가 문자했다고 나중에 깨면 전해주세요오…”
“그래~들어가렴~”
아주머니와의 전화가 끝나자 마음 속에 안도감과 동시에 걱정이 생긴다….
….지금 내가 가서 세하를 보살피는 건 오버겠지?아주머니도 계시고….아직…세하랑 나랑 사귀는 사이도 아니니까…
그래 오늘만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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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학교…오늘도 세하는 지각중이다.
“….오늘도 지각인가…”
내가 초조하게 시계를 보며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정미도 투덜거리며 말한다.
“나참 이세하….내가 친히 자기를 보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야?”
하긴…어제 정미는 연구실에 가는 날이라서 세하를 못 봤지….흠….오히려 나보다 더 보고 싶으려나…
“…조금 걱정되는데….”
슬비가 조용하게 웅얼거린다…
후우…진짜 이세하…우리들이 이렇게 걱정하는데 왜 이렇게 아무런 소식이 없어?
적어도 문자 한 통 정도는 남겨줄 수 있잖아….
그 때
핸드폰이 크게 울리더니 화면에 세하의 이름이 떠오른다.
“여보세요?”
“아 유리야. 아줌마야. 통화 괜찮니?”
“아 네…아주머니…괜찮아요.”
전화를 건 사람은 아주머니….근데…왜 세하 핸드폰으로….
“아….그게 오늘 세하 학교 못 갈 거 같아서 연락을 하는 거란다…다른 애들한테도 연락을 할 참이다만…”
“여기 애들 다 있어요. 그냥 말하시면 되요 아주머니.”
정미가 끼어들며 말한다…
“이 목소리는 정미구나?어제 전화 줘서 고마웠다는 소리를 못했구나. 늦었지만 고맙다, 정미야.”
“뭐…뭐…벼…별 말씀을….”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푹 숙인다…
하여간에 부끄럼쟁이 정미…잘 해놓고는 마지막에 꼭 저런다니까?
흠흠 이야기가 샜다..
“그럼 세하가 못 온다는 말을 전하시려고 직접 전화를 주신거에요?”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구….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부탁이요?”x3
우리 세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겹치자 아주머니 쪽에서 응?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슬비 목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같이 있니?”
“아 네. 안녕하셨어요 알파퀸님.”
“얘도 참….알파퀸이라고 부르지말라니까?그냥 너도 다른 애들처럼 아주머니라고 부르라니까?”
“아…네….”
“어…어찌됬든 부탁하실 게 뭔데요?”
정미가 핵심으로 돌아오는 발언을 하자 아주머니 쪽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부탁을 하시려고?
“사실…아줌마가 오늘부터 출장을 가야하거든….홍콩으로…”
“예?!그…그러면 세하는요?!”
내가 당황해서 되묻자 한숨이 깊어지는 아주머니….
“그래서 너희들에게 부탁하는 거야…혹시라도 시간이 나면 우리 세하 좀 보살펴 주겠니 얘들아?”
“그….어…얼마나 계시는 데요?”
“흐음….적어도 3일은 있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3일씩이나 우리 세하를 놔두고 가기엔 너무 불안해서….믿을 만한 우리 아들 친
구들한테 부탁하려고 하는데….괜찮겠니?”
“전 괜찮아요!!”
내가 아주 빠르게 답하자 옆에 있는 정미와 슬비의 표정에 묘한 감정이 돈다…
“저…저도 갈게요!”
정미가 내 뒤를 이어서 황급히 대답을 한다…
“저…저도 가겠습니다!”
이윽고 슬비마저 가겠다는 답을 한다….
“미안해, 얘들아. 아줌마가 돌아올 때 맛있는 음식 잔뜩 사 올 테니까 삼사일 정도만 세하를 부탁할게…?”
“걱정마세요, 아주머니! 저희가 잘 보살피고 있을게요.”
“너무 걱정하지마세요. 약 꼬박꼬박 먹일테니까요.”
“이쪽은 신경쓰지 마세요. 저나 정미나 유리한테 문자하시면 상황보고 해드릴 테니까 염려마시고요.”
“후우….그래…미안하다, 얘들아. 그럼…아줌마는 너희들만 믿고 갈게?우리 아들…잘 부탁한다?”
아주머니의 말에 우리 셋 다 동시에 말을 한다.
“걱정마세요 아주머니!”x3
통화가 끝나자 우리 세 명이 동시에 한숨을 쉰다.
“바보같이 아프기나 하고 말이야….”
“동감이야….바보 이세하…걱정만 끼치는 바보멍충이….”
“이세하 바보…”
우리 셋 다 걱정섞인 핀잔을 들리지도 않을 세하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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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이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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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아들…엄마 진짜 간다? 적어도 3일은 못 온다?”
“콜록콜록…네….다녀오세요…엄마…”
엄마가 걱정스러운 듯 문지방에 서서 계속 머뭇거리신다…
하긴…새벽에 우리 엄마가 울어 버릴정도로 갑자기 열이 올라서 난리이긴 했지…
뭐…지금도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고작일 정도로 열이 나긴 하지만….
“아들…진짜 엄마 가도 돼? 엄마 가지 말까?”
“콜록콜록….됬…어요…빨리 가세요….옮아요…감기…”
“그래도….”
“됬어요…약 먹고…계속 자면 좀 낫겠죠….쉬고 있을 테니까…일 보고 오세요…저 때문에 본인의 길을 꺽지 마시고요…”
“….알았어 아들…아들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내 말에 엄마가 한숨을 쉬더니 케리어를 돌돌 밀며 현관으로 향한다…
웃차….그래도…엄마가 출장가시는데 배웅이라도 해야지…
힘이 안 들어가는 팔에 억지로 힘을 모아서 이불을 칭칭 감고 종종걸음으로 현관으로 가자 엄마가 내 볼을 쓰다듬으시며 말한다.
“빨리 끝내고 돌아올게 아들…미안해…이번에도 같이 못 있어줘서….”
“….괜찮아요….한 두번 있는 일도 아니고….이젠 나도 어린애가 아니니까요.”
“….다녀올게 아들…”
“다녀오세요…콜록콜록….”
“꼭 약 먹고 자**다 아들?알았지?전화 할 거야?알았지?”
“네…다녀오세요…그리고…”
“응?”
“….다치지 마세요, 엄마.”
내 말에 엄마가 멍하니 서 있다가 나를 덥썩 안는다….아…옮는데…
이윽고 엄마가 나한테 떨어지더니 내 볼을 다시 한 번 쓰다듬으며 말한다.
“….미안해 아들….빨리 다녀올게.”
그러더니 손을 흔드시며 현관을 나서는 엄마….
이윽고 문이 닫히자 느껴지는 엄청난 정적….
아…정말….이 정적…싫은데…TV라도 틀까…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움직여서 TV를 켜자 나오는 것은 뉴스나 재미없는 소식들…뭐…그래도 상관없어….
조금이라도 정적이 아니기만 하면 되니까….
자 TV를 켰으니 이제 방으로…가야…하는데…
눈 앞이 어질어질한다…약…먹어야…하는데…
그래야…빨리……..볼…..수….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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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단신공을 사용하기로 한 firsteve 입니다 ㅋㅋㅋ
뭐…제목에 맞는 절단신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음화의 제목을 스포해야됬겠군요.
다음화 제목은 [지분전쟁]입니다.
본격 수라장을 준비중입니다.
츤츤데레 우정미 vs 적극적인 데레 서유리 vs 츤데레 이슬비의 삼파전으로 진행될 것 같지만…원한다면 흐흐…인간 아닌 그 분도 소
환가능합니다 ㅋㅋㅋ
그렇게 되면 더욱 수라장이 되겠군요 ㅋㅋㅋ
어찌되었든 겁나 빠르게 3화를 써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에 행복함을 느끼는 firsteve였습니다!
(추천은 안하셔도 좋으니 댓글은 좀 써주세요….작가는 그걸 보면 힘이 난답니다….)
초코렛 사랑 3화 지분전쟁(2) [38]
초콜렛 사랑 3화 지분전쟁(1) [15]
prologue....twinkle heart [13]
초콜렛 사랑 2화 변화의 시작(2) [23]
초콜렛 사랑 2화 변화의 시작(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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