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하얀 병실의 안.
홀로 병실 침대에 앉아 뚱한 표정을 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가연.
‘두 사람 다… 정말 너무해.’
몇 분 전-.
“…저 은하 씨, 제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 병원 처음 와봐요? 저번에 한번 같이 왔잖아요.”
“아니… 그건 알겠는데, 대체 왜 제가… 환자복을 입고 입원한 상태인 거냐고요!”
“…….”
들것에 실린 채 구급차에 태워지자마자, 신 서울에 올 때처럼 극심한 멀미로 인해 탈진해버린 가연은 의식도 없이 병원에 입원하고, 정신이 든 순간 바로 옆에 있던 은하와 루시를 한번 쳐다보고 자기 팔과 연결돼있는 링거를 보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에 은하는 가연의 시선을 피했고, 루시 역시 어색하게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 혹시 피 검사나… 다른 정밀 검사 같은 것도 다… 받은 건… 아니죠…?”
“…….”
혹시 설마 제발 아니기를 바라며 한 말은 두 소녀의 침묵을 통해 이미 부정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
“뭐- 그래도 걱정 하지는 마요. 우리도 예상 못 했는데 아저씨가 아는 사람 중의 한 명이 의료 종사자라더라고요. 그래서 언니의 검사는 그 사람이 해서별로 문제 되게 남지는 않을 거예요.”
“맞아요. 한 기남 씨도 설마 그간 쌓아둔 인맥이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며, 덕분에 가연 언니를 도울 수 있었다면서 기뻐하셨어요.”
두 사람의 말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왜 환자복 차림인지 묻자.
“예? 그야, 입원했으니까 당연히 입고 있어야죠.”
“…? 제가 왜 입원하게 된 거죠?”
“그게 검사 결과상 가연 언니가 쓰러진 원인으로 피로 때문에 그렇다며 수액 한번 맞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냥 내가 아예 입원시켜버리라고 했어요.”
은하의 말에 가연은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듣는지 의문만 생겼고, 가연이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이어지는 은하의 이야기.
“아니- 솔직히 쓰레기 섬에서부터 여기 오기까지 기절할 때 제외하곤 난 언니가 자거나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그래, 심지어 뭘 먹는 것도 본 기억이 없어.
“윽- 그… 저, 저도 쉬기는 했었는… 데요….”
싸늘한 눈동자의 은하를 마주 볼 용기가 생기지 않는 가연은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정말 유치원보다 못한 거짓말로 어떻게든 은하의 말에 반박해 **만-
“…언니, 웬만하면 거짓말할 땐 상대방 눈이라도 똑바로 보고 말해요.”
처참한 거짓말 실력에 은하는 오히려 조언 아닌 조언을 해주었다.
“그, 그래도 전 다쳐도 금방 낮잖아요.”
“그거랑 피곤한 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어… 금방 나으니까. 피로도… 금방 회복되지… 않을… 까요…?”
“…….”
가연의 말을 듣던 은하는 이게 뭔 소리지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속으로는 뭔가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쳐 갔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라며 부정했다.
“아무튼 이번 기회에 좀 제대로 쉬어봐요. 일부로 이틀이나 잡았으니까.”
“…….”
은하의 말에 가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은하 씨 역시 이틀은 아닌 것 같다니까요.”
“그럼 저 언니를 하루만 쉬게 해? 보나 마나 또 무리할 게 뻔한데.”
“저-.”
가연을 보고 역시 아닌 것 같다며 은하의 귀에 빠짝 붙어서 루시가 말하자. 은하는 이틀도 안 쉬면 또 쓰러질 때까지 무리할 게 뻔하다며 답하자, 그때 들려온 가연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 루시는 깜짝 놀라고, 은하는 별 반응 보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왜요.”
“……이틀이란 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
순간 은하와 루시 두 사람 다 같은 표정을 지으며 지금 자기가 잘못 들었나 싶은 듯 서로를 한 번씩 쳐다보다가 다시 가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진짜 몰라서 묻는 거예요?”
“……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부끄러운 듯 빨개진 얼굴과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은하는 한숨을 내뱉으며 이럴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라며 짧게 중얼거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고, 그런 은하와 같이 루시도 똑같이 미소를 짓자.
“으으-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어릴 때 이외엔 뭔가를 배울 기회도 없었으니까….”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더욱 부끄러워진 건지 목소리가 커지고 얼굴은 더 붉어졌다.
“아- 아니, 비웃으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네, 그- 조금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들어와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그랬어요.”
그렇게 두 사람이 가연의 말에 답을 한 뒤 은하가 이틀이란 게 무슨 말인지 알려주자.
“네? 그, 그렇게 오랫동안 쉴 수는-.”
“아니요. 그냥 쉬고 있어요, 언니가 할 일 정도는 나랑 금발 둘이서 충분히 메꿀 수 있으니까요.”
“맞아요. 그러니 가연 언니, 이 기회에 조금 쉬고 계세요.”
가연의 그렇게 오래 쉬기 싫다는 말에 은하는 당연히 반대했고, 루시 또한 은하와 같이 조금 쉬라면서 가연의 말을 반대하며 어떻게든 설득하려고 하는 가연의 말에 두 사람은 연신 반대하곤 이젠 그만 가야겠다며 병실을 나갔고. 그런 두 사람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것도 예상한 건지 두 사람은 금세 나가버려 두 사람을 향해 뻗은 손은 허공만을 휘적일 뿐이었고, 결국 지금에 달했다.
“하- 병실이라 옛날 생각이 나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그때의 그 정신이 나갈 것만 같던 방보단 숨통이 트인다는 점이 났다면 나았다.
‘그러고 보니 혼자서 할 일 없이 있는 건 처음이네-.’
섬의 컨테이너에서 눈을 뜬 뒤부터 제대로 쉰 적이 없어 이렇게 시간이 남아돌게 된 게 처음인 가연은 이 기회에 반금련이 공부라도 해두라며 건네준 태블릿을 꺼냈다.
반금련이 건네준 태블릿은 각종 교육에 대한 영상과 교재 등이 다운돼있었고, 각 자료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용. 그리고 각종 자격증 관련 자료 또한 정리되어있어 처음 본 가연 뭐가 이렇게 많냐며 우선 초등학생용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보자며 공부를 시작했다.
……자…
…환…자….
“환자분!”
“-!?”
한창 공부에 열중하던 가연을 부른 건 식사 시간이 돼 식사를 가져온 분이셨고, 아무리 불러도 반응도 없이 태블릿만 바라보며 공부 중인 가연의 정신을 깨우곤 식판을 건네면서 공부도 좋지만, 밥도 제때 챙겨 먹어야 한다며 이따 밥 먹고 마시라며 비타민 음료를 하나 쥐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게 얼마 만이지?’
그곳에서도 식사는 하긴 했지만, 묽은 죽이 전부였기에 이런 제대로 된 밥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음?
‘뭐지-’
왜…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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