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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테스트][부산] 검은 양의 어느 날의 부산여행

작성자
HYKI
캐릭터
볼프강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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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6.28
  • view3053

-저기저기! 우리 다 함께 부산으로 놀러가지 않을래!?


단체로 휴가를 받은 어느 날, 각자의 집으로 향하던 모두를 붙잡은건 서유리의 제안이었다.
모처럼의 휴가, 다함께 지내는 것도 나쁘지않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슬비에 이어 부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다는 미스틸테인, 해변가에서 맘껏 매력을 뽐내겠다는 제이까지 모두 그녀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단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


*


-뿅뿅!


"..."


-뿅! 뿅!


"...야, 이세하."


-빰 빠빠빰~! YOU WIN-


"아, 야 이슬비! 무슨 짓이야!"


어느새 위상력으로 게임기를 빼앗아 가져간 이슬비를 노려보며 몸을 일으켰다. 내 이럴줄 알았어, 라며 이슬비는 저를 노려보는 눈 앞의 이를 마주봤다.
이세하. 그는 이번 휴가에 제 집, 제 방에서 시원하게 잠을 자고 그의 친구인 한석봉이랑 게임대결을 하기로 했다. 서유리의 제안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었다. 모두가 그녀의 제안에 동의했고, 이세하는 할 수 없이 자기도 알겠다며 동의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자유시간이 주어진 지금, 모두들 부산을 관광하러 나갔지만 이세하만이 숙소에서 소파에 누워 나태하게 게임이나 하고있었다.


"너 이럴거면 그냥 집에 있지 왜 오겠다고 한거야? 모처럼의 휴가니까 좀 더 우리들이랑 즐기는게 덧나?"

"너같으면 그때 다들 가겠다고 하는데, 나만 안간다고 하겠어? 어차피 안간다고 해도 어떻게든 데리고 왔을거아냐. 모처럼의 휴가잖아? 그러니까 각자 하고싶은 일을 하는게 낫다고."

"야, 너 정말...! 휴우, 됐다. 네가 이러는게 한두번도 아니고."


미간을 문지르며 이 이상의 말싸움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은 이슬비가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미스틸! 그녀의 부름에 기다렸다는 듯 분명 다른 멤버들과 나갔을 터인 미스틸테인이 쪼르르 거실로 들어왔다.


"형, 정말로 저희랑 안 놀거예요?"

"윽, 미스틸? 조금전에 나간거 아니였어?"
"내가 불렀어. 우리 이세하가 부끄러워서 밖에 나가기 두렵다고 말이야."
"야 너, 누가 부끄럽대!?"
"걱정마요, 형! 제가 같이다녀줄게요!"


뻔히 속보이는 이슬비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스틸테인은 눈을 반짝이며 이세하의 옆에 불쑥 나타났다. 으악, 하며 소파 뒤로 자빠질 뻔한 이세하가 아까 전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말을 얼버부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이세하가 다른 멤버들한테랑은 다르게 미스틸테인 한정으로 약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슬비는 미스틸테인을 이용하여 이세하도 바깥세상 구경좀 시켜주기위해 이러한 수단을 사용한거였다.


"네? 형, 우리 같이 관광해요!"
"... 하아... 알았어, 가면 되잖아."
"아핫! 먼저 밖에서 기다릴게요 형!!"


기어이 이세하의 입에서 알았다는 소리를 꺼내게 한 미스틸테인은 기쁘게 웃으며 숙소 복도로 나갔다. 그런 미스틸테인이 내심 대단하다고 느낀 이슬비가 밍기적밍기적 옷을 갈아입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는 이세하를 불렀다.


"참고로, 이건 오늘 하루 압수야."

"뭐라고!? 야 이슬비, 장난해?"
"장난 아니니까 얼른 갈아입고 나오시지? 다들 밖에서 목이빠져라 기다리고있으니까 이참에 사회생활좀 하는게 어때?"


메롱, 혀를 내밀며 약올리고는 게임기를 제 가방에 집어넣은 이슬비도 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입을 삐죽 내밀며 상의를 벗고 외출용 옷을 꺼내어 입던 도중, 무언가를 알아챘다는 듯이 방금전까지 이슬비가 서 있었던 거실을 뒤돌아보았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고?"


*


"아, 세하야! 여기야 여기!"
"우리 잠꾸러기 동생이 이제서야 나오는군."


그때의 이세하의 표정은, 정말로, 정말로 당황스러웠고 얼이 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부산에 오고 이틀(도착 당일은 숙소담당이었던 제이가 깜빡하는바람에 방을 잡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녀서 관광의 관 자도 꺼내지 못했었다.), 실컷 관광하겠다며 각자 다른 시간대에 나갔었던 그들이 호텔 로비에서 이세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뭐해요, 형! 얼이나간 이세하의 손을 잡고 마저 걸어오게 한 미스틸테인이 웃었다.


"아하하, 세하 형! 지금 표정 엄청 웃겨요!"
"아, 미스틸... 아니, 이게... 다들 각자 부산 구경하러 간 거 아니였어요?"
"그랬었지, 하지만 동생 혼자 숙소에 두고 가자니 너무 마음에 걸리더라고."
"그래그래! 우리 세하, 그렇게 안에만 있으면 안된다고?"


서유리가 눈을 찡끗거리며 말을하자 뒤에 있던 제이도 그럼그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이세하가 잠시 정신을 바로잡을 동안, 이슬비가 관광안내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 명소로 갈까요? 근처에 식당도 있다고 하니, 먹고난 후에 둘러보는게 나을것 같아."
"난 찬성~!"
"좋아, 그럼 거기로 가보실까?"
"가요, 형!"


금새 첫번째 관광장소가 정해지고 모두가 한시 바삐 움직였다. 이세하는 미스틸테인에게 끌려가다시피하며 뒤늦게 그들을 쫒아갔다.


*


햇빛이 쨍쨍하고 푸른색이었던 하늘은 어느새 노을지면서 주황색으로 물들었고, 현재 그들- 검은 양은 마지막 관광장소로 해운대에 도착해 해가 지는것을 바라보았다.


"햐-! 오늘 진짜 진~짜 재밌었다!"
"후,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도 나쁘진 않지. 걸어다니는건 건강에도 좋고 말이야."
"저는 제이아저씨가 발을 헛디뎌서 넘어질뻔했던 그 자세가 너무 웃겼어요!"


이봐, 그건 잊으라고 했잖아. 얼굴을 붉히며 큼큼거리는 제이에 나머지가 깔깔 웃었다.


"유정이 언니도 같이 왔었으면 좋았을텐데!"

"어쩔수 없잖아, 유정이 누나는 우리에게 휴가를 주는 입장이었고."
"요즈음은 일거리가 많다고 하니 말이야. 그래도 유정 씨에게 줄 선물은 샀잖아?"
"다음번엔 유정이 누나랑도 같이 와요!"


이후 해운대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모두가 옹기종기모여 사진을 한장 찍고나서 시간이 지나 노을지고있는 하늘과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나 진짜 깜짝놀랐어. 설마 세하가 먼저 나섰을줄이야!"
"그, 그건,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그만..."


처음에는 정말 숙소로 돌아가고싶었던 이세하는, 조금씩 그들과 함께 즐기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미스틸테인과 함께 앞서나가기도 하며 완전히 관광을 즐겼었다. 그가 그대로 숙소에 죽치고 앉아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것들만이 가득이었다. 이세하는 비록 억지였지만 자신을 끌고나와준 이슬비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낄 정도로 정말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서, 이세하? 오늘 어땠어?"
"어땠냐니 뭐가?"
"게임기 없이 지낸 오늘 하루 말이야."


이슬비의 질문에 잠시 고민이라도 하는듯 해가 거의 지고 오늘의 마지막 햇빛을 반사시키며 출렁거리는 바닷가를 바라보았다. 게임기 없이 순전히 여행을 함께한 이들과 즐긴 하루. 이세하는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골라 완성된 하나의 심플한 답을 내보였다.


"뭐, 나쁘지 않았고, 나름 즐거웠어."
"그랬다면 다행이네. 자."


대답에 만족한 듯 가방에서 게임기를 꺼내어 이세하에게 내밀었다. 멀뚱멀뚱 쳐다만보는 이세하에 의아해진 이슬비는 다시금 그의 앞에 게임기를 내밀었다.


"자, 게임기.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안 돌려줄려 했는데, 대답이 만족스러워서 돌려주는거야."
"아니, 그건 다시 돌아갈 때 돌려줘."


내일도 모두랑 같이 가기로 한 곳이 있잖아? 웃으며 손사래를 치는 이세하에 이슬비는 잠시 벙쪄있다가 다시 게임기를 가방에 집어넣으며 마주웃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가로등들이 하나 둘 씩 불을 밝히며 햇빛을 반사시키던 바다는 이제 달빛을 반사시키며 낮과는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검은 양은 어느 무리들이 모래사장에서 불을 붙이고 하늘 위로 쏘아올려 하나 둘 예쁜 색으로 터지며 사라지는 폭죽들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숙소로 돌아와 돌아가며 씻고, 다같이 자고싶다는 미스틸의 말에 거실의 테이브을 치워 넓게 이불을 깔고 순서대로 누워 잠을 청했다. 이번 휴가는 정말로 즐거웠다고, 각자의 마음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의 추억을 기록했다.



*



"음?"


업무책상에 앉아 서류를 보고있던 김유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일하는것에 방해가 되어 진동모드로 해놨던 핸드폰을 들어 울림의 원인을 확인했다. 검은 양의 톡방에서 새로운 톡이 두 개 올라온 것을 확인한 김유정은 한손으로 들고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톡방에 들어가 새롭게 올라온 메신저를 읽었다. 피곤에 찌든 얼굴에 후후, 하고 옅은 미소가 올라온다.


[ 다함께 부산으로 여행갔어요! 나중에 유정이 언니도 같이가요! ]


모두가 웃으며 브이포즈를 한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보낸 것은 서유리였고, 그에 이어 각자 한마디씩 톡을 보내왔다. 피곤한 역력이 가득했던 김유정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예쁘게 자리잡고 있었다. 휴가 주길 잘했네, 라며 정성스레 답장을 보내주고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기지개를 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검은 양들과 함께할 부산여행을 그리며 좋아, 좀 더 힘내볼까! 라며 다시금 서류를 집어드는 김유정이었다.


이것은 어느 날의, 검은 양 팀의 부산여행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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