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저기 정말로 방법이란 게 이거예요?”
“응, 솔직히 병원에서 하고 싶었는데 병실을 나갈 수 있는 게 아라 밖에 없으니까.”
약속을 한 다음 날.
오늘은 휴가라며 사복 차림으로 가연의 병실로 찾아온 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외출 허가를 받고 간호사가 도착한 곳은 사람 많은 거리에 홀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피아노를 보곤 고장 난 것처럼 몸이 경직된 가연이 제발 아니라고 말해달란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래서 하신 생각이라는 게… 제가 여기서 피아노 치는 걸 캠으로 보여주시는 건가요….”
“응. 마침 여긴 누가 피아노 쳐도 이상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마음대로 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잖아.”
‘그게 싫은 건데요….’
지금 당장이라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터져버릴 것만 같이 붉어진 가연.
“아. 어때, 연결 잘됐어?”
“어. 제대로 잘 보여.”
“오늘 휴가라고 좋아하더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좋은 일을 하는 거야?”
캠이 연결되자. 제대로 보이는지 확인하러 말을 걸었고, 그녀의 말에 화면 너머 병원의 병실에서 작업을 하던 다른 간호사들이 휴가라서 늘어져서 쉴 거라더니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이런 좋은 일을 하냐 묻자.
“뭐- 약속한 게 있으니까. 어른씩이나 돼서 어린애랑 한 약속을 어길 수는 없잖아.”
“그래- 우리 김 간호사, 어른이 다 됐네.”
“이미 됐었거든, 그것보다 애들은?”
“아. 안 그래도-.”
아까부터 조금 시끄럽던 화면 내 소리가 더 커지더니 화면 속에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어, 연이 언니다!”
“연이 언니!”
가연을 본 아이들은 반가운 마음에 들떴고, 가연도 아이들을 보자 부끄러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자- 그럼 이제 시작하자.”
간호사의 말을 시작으로 가연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춤추었다.
가연의 손이 건반 위를 춤추면 그 춤에 맞춰 피아노가 내뱉는 아름다운 색조의 음색은 길가를 지나가던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고, 아름다운 음색이 가진 특유의 흡인력에 빠진 이들은 가던 길도 멈추고, 바쁘단 것도 잊은 채 소녀의 연주에 빠져들었다.
연주의 막이 다다르자 더욱더 아름다운 듣는 이로 하여금 설레게 만드는 음색을 내뱉으며 화려한 막을 내리자.
“하아-. 하-. 하-.”
연주하는 동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한 건지 식은땀을 비처럼 흘린 가연이 숨을 몰아쉬면서 이제야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존재를 인식했고,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과 집중이 풀린 탓에 의도적으로 제어하고 있던 감감의 제어가 풀려 밀려오는 사람들의 체취와 자신을 향한 박수와 칭찬이 엄청난 소음과 악취가 되어 소녀를 덮쳤다.
으읍-!?
‘저, 정신 차려야 해… 여기서 토하면… 안돼….’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할 수 없는 것과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아 밀려오는 토사물을 삼킨 가연은 아직 정실을 붙잡고 있을 때 빨리 감각을 제어하여 더 이상의 악취도 소음도 느낄 수 없었다.
“후우-.”
“우와아아- 우와아아아-! 너 뭐야, 분명 피아노 처음이라고 하지 않았어?”
“예? 네… 처음인데요.”
“처음인데 그렇게 잘 친 거야!”
간호사는 연주가 끝나고 가까스로 감각을 제어한 가연에게 다가와 생각 이상의 훌륭한 피아노 실력에 감탄하다 가연이 오늘 처음 쳐보는 거란 말에 천재라며 처음인데 이렇게 잘 치는거면 그냥 타고 난 거란 말을 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기 혹시 사진 한 번만 같이 찍을 수 있을까요?”
“……예?”
피아노 소리에 발검을 멈췄던 사람 중 한 명이 다가와 같이 사진 한 장만 찍어달라 요청하였고, 그런 사람들의 요청에 가연은 얼어붙어 바람 빠진 소리를 내뱉었고, 한 명의 사람이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자극받은 건지 너나 할 것 없이 가연에게 사진 요청을 했고, 계 중에는 묻지도 않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아…. 아…. 아아….”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터지는 핸드폰 셔터음, 많은 이들의 목소리에 가연은 불안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사람의 시선을 마주하지 않으려 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듯 몸을 웅크리더니 점점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자.
“자, 잠시만요! 동생이 사람의 시선을 좀 부담스러워하거든요.”
가연을 둘러싼 인파를 헤치고 다가온 그녀는 가연의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적당한 핑계를 대며 가연을 데리고 도망을 갔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한적한 공원에 도착한 두 사람. 간호사는 서둘러 가연의 맥을 짚고는 식은땀이 맺힌 가연의 이마를 닦아주며 호흡을 맞춰주며 가연의 과호흡 증상이 잦아질 때까지 옆에서 호흡을 맞춰주었다.
“이제 좀 괜찮으세요?”
“하- 하아-. 네… 덕분에요.”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가까스로 진정된 가연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고.
그런 가연의 미소를 본 간호사는 죄책감이 깃든 표정으로 가연에게 사죄를 하였다.
“죄송해요. 제가 환자분 상태도 모르고… 무리하게 이런 부탁을 해서…….”
“아, 아니에요.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사죄하는 간호사에게 가연은 자기도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아이들이 잘 보았나 궁금하다며 재빨리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어 병원으로 돌아가자 말하였다.
“하하. 참 좋으신 분이네-.”
한적한 공원의 한구석.
한점의 그늘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여인은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그 영감님이랑 엮이지만 않았음. 저 예쁘장한 얼굴로 나름 잘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닌가? 오히려 저렇게 예뻐서 인생이 고달팠으려나?”
공원을 나서는 가연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 짓는 그 모습은 흥미가 가는 장난감을 발견한 뱀이 혀를 낼름이는 것 같았다.
“여기 있었나.”
“아. 어서 와.”
햇빛으로 생긴 그늘 속에서 나타난 남성의 말에 여인이 반갑게 반응하였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아?”
“그런가. 그것보다 교주님의 명을 어떻게 수행할지는 생각해봤나.”
“아니-. 나는 그런 거 원래 잘못하잖아. 그러는 반, 너는 뭐 생각난 거 있어?”
“아쉽게도 나도 없네. 원래 우리의 능력은 그런 일과는 거리 멀지 않는가.”
“그렇지. 뭐, 교주님의 명이니 뭐든 이용해서 해내는 수밖에-.”
“그러지.”
두 사람은 그런 말을 나누곤 한산했던 공원의 벤치에서 홀연히 그 모습을 감췄다.
*
“애들아.”
외출을 끝내고 병원으로 돌아온 가연은 환자복으로 갈아입기 전 사복 차림으로 아이들을 만나러 가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환한 미소로 돌아온 가연을 반겼고, 그런 아이들의 반김에 기뻐하며 다가오는 아이들을 하나같이 품에 안아 자신의 연주에 대해 말하는 아이들의 말을 듣는 가연의 얼굴은 어린 자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머니와 같았다.
“언니, 언니.”
“응?”
자신을 연신 부른 건 팔에 안겨있는, 자신에게 피아노를 연주해달라 말했던 아이였다.
“언니가 연주하는 모습 너무- 너어어- 무! 예뻤어!”
“하하. 그래? 언니 연주하는 모습이 그렇게 예뻤어?”
“응, 영상 속에 그 언니보다 더 예뻤어.”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아이의 모습에 가연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말에 귀 기울였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아이의 말에 지칠 만도 할 텐데 가연은 그런 아이의 말을 처음과 같이 귀 기울였고, 아이의 작은 말에도 웃어주며 반응을 보이며 화답하여주었다.
“그래서 소리는 나중에 언니처럼 예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그래? 우리 소리의 꿈이 피아니스트가 되는 거야.”
“응. 언니처럼 예쁜 피아니스트가 돼서 언니처럼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도 치고, 나중엔 언니랑 같이 피아노 치고 싶어.”
아이의 말에 가연은 자신을 통해 꿈을 찾는 아이를 대견스럽게 여기며 잘할 수 있을 거라 답하였다.
“그럼 우리 소리가 중간에 꿈을 포기하지 않게 언니도 열심히 해야겠네.”
“응! …그렇지만 너무 잘하진 말아 줘. 따라기 힘들 것 같단 말이야….”
아이의 사랑스런 투정에 가연은 미소 지으며 소리를 들어 올려주곤-
“그래, 우리 소리가 힘들면 언니가 언제든지 도와줄게. 대신 우리 소리도 나중에 멋진 피아니스트가 될 때까지 쉽게 꿈을 포기하지 않기다. 약속.”
“응, 약속.”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받은 약속.
“아, 소리만 치사하게-!”
“나도, 나도 비행기 태워줘 언니!”
“애, 애들아- 이렇게 달라붙으면 언니 힘든데…”
그날 소녀는 한가지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많은 것을 겪고, 저마다의 꿈을 갖게 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저 바람에 빌어보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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