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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침식의 계승자 EP.5 부산 마지막화

작성자
Heleneker
캐릭터
은하
등급
그림자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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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24.01.10
  • view4548

마지막화 0.5편, [한남자]를 읽고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작합니다








"온리 원(Only One), 시동."




슈르르륵.....!!




손을 뻗은 자온의 주변으로 수많은 실들이 나타나 자온을 감싸더니, 옅게 빛나면서 그의 몸에 스며들었다.

"자온, 루시가 일어났...."

루시가 깨어난 걸 알리러 왔던 미래가 그를 보곤 멈춰섰다.

"그 모습은...뭐야...?"

노을 같던 그의 주황빛의 머리칼은 마치 뷜란트처럼 짙은 잿빛으로 변해있었고, 잿빛의 눈동자는 그의 원래 머리칼처럼 주황빛을 띄고 있었다.

"미래 아가."

모습이 뒤바뀐 자온에게 다가가려던 미래의 어깨를 잡은 뷜란트가 조용히 해 달라는 손짓을 하는 사이, 자온은 자신이 발한 비운의 힘을 조용히 되뇌며 생각한다.

온리 원. 내가 마음먹은 하나의 대상을 위해 수많은 능력들을 쓸 수 있는 몸으로 바꿔주는 능력.... 이걸 진즉 썼었다면 아바돈은 쉽게 쓰러트리고 저수지도 진즉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아니야... 그땐 제대로 쓸 수 있을거란 보장도 없었고, 무엇보다 대가가 치명적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그가 온리 원의 제약을 떠올리곤 고개를 가로젓는다.

온리원의 제약.



첫번째는 지정한 소중한 대상을 순수하게 위해서가 아니면 힘의 발현조차 불가하다는 점. 이 때문에 분노에 삼켜져 아바돈과 싸웠던 그 땐 시동조차 불가했으리라.



두번째는 부활 능력을 제외한 어떤 능력도 쓸 수 있고 어떤 몸으로도 될 수 있는 대신, 정밀도와 숙련도는 별개라는 점. 어떤 최고의 능력도, 최상의 몸이라도 제대로 다루지 못 하는 이상, 더 큰 피해를 발생시킬 수도 있었을지라.



그리고 마지막, 희귀하거나 강한 능력을 발하고 사용할수록, 그리고 이 힘 자체를 오래 사용할수록 수명이 깎여나간다는 점.



현재 실시간으로도 수명이 깎여나가는 것을 느낀 자온은 서둘러 능력을 사용하려 한다.

"...그럼, 자온은 수명을 깎으면서까지 무슨 능력을 쓰려는 거야?"

뷜란트에게 온리원의 제약을 듣고선 자온을 말리려 갔다가, 되려 붙들린 미래는 그에게 물어보았다.

"지금은 딱히 다른 능력은 안 쓸 게다. 다른 능력을 쓰기 위해서 버틸 수 있는 몸으로 변한 겔게지."

"다른 능력?"

"그래.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고 제대로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 어쩌면 가장 많이, 능숙하게 쓸 수 있는 능력."

형, 기도해줘. 형의 능력이, 내 소중한 사람들을 구할 수 있기를.

지금까지 수도 없이 사용했었던, 운명의 신의 이름을 따서 지은 힘의 이름을 부르며 발한다.




운명 개찬 능력, 모이라(Moira).




그제야 진짜 이름을 불린 붉은 실은, 자신이 가진 진정한 힘을 일깨우며 시동 되기 시작했다.




******




눈을 뜨자, 기묘한 공간이 느껴졌다.

딛는 느낌도, 그렇다고 떠있는 감각도 아닌 기묘한 공간.

낯익은 듯,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실을 뻗어 주변을 비춰보자, 실의 빛에 반사돼 빛나기 시작하는 무수한 실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 중 유독 반짝거리는 실들을 보자마자, 그것들이 저수지를 비롯한 친구들의 실이라는 걸 눈치챘다.


자.... 서둘러 보자고. 어떻해야, 너흴 구할 수 있을지.


저수지의 실을 잡으며, 그 운명을 엿보기 시작한다.




차갑게 얼어붙은 냉동캡슐 속에, 마스테마에 침식당던 심장은 인공 심장으로 교체되었다.



회복한 이후, 독과 눈물의 클로저와 함께 새로운 역경을 헤쳐나가기 시작했다.



역경을 헤치고,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고, 마침내 그녀를 그리워했던 친구들을 다시 만나, 함께하며 미소지었다.





저수지가 맞이할 운명을 훔쳐 본 자온은 그제야 웃었다.


은하의 도박이.... 성공했구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모두와 함께 만나 웃는 저수지의 모습, 그 모든 걸 엿본 자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저수지의 실을 놓았다.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다행이다. 엿보는 것만으로도 [존재가 갉아먹히는 힘]인데 형님은 이걸 어떻게 버티셨던 걸까.


수명을 깎는 온리 원, 존재를 갉아먹는 모이라. 그 두 강대한 힘에 짓눌리면서도 할 일을 모두 마친 자온은 그 힘들을 해제하려 한다.


둘 다 짧게 사용했으니까... 조금은 더 같이 있을 수 있겠지.


수명과 존재를 갉아먹혔음에도, 생각보단 덜 갉아먹힌 것에 안도한 자온은 친구들의 곁에 돌아갈 생각에 웃으며 힘을 해체하던 중,















[가면 안 돼. 이걸, 이걸봐야 해...!]









갑자기 누군가가 그 손목을 붙잡곤 손에 무언갈 쥐어줬다.
밧줄처럼 굵은 실의 타래에서, 어떤 미래의 운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위대한 불꽃을 받들어, 새로운 혼으로의 도약을.




철컹, 철컹...!



왔다, 광기가 돌아왔다!!!



키이이이이잉!!!!!!



춤을 춰라! 더 빠르게, 더!! 카하하하하!!!!



꺄아아아아아악!!!!



철컥...



자, 기다림의 보상을 받아볼까요? 사냥, 시작하겠습니다.



어서 시작하자고요! 즐겁고 신나는 정화 의식을... 다 태워버릴거야!!



화르르르륵!!!



위대한 불꽃의 강림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이 영혼을 바치리라!



이익!!    화르르륵!!



오세요, 아버님. 이 그릇이 넘치도록.



해냈구나, 미래!



수고했다, 둘 다! 이제 저수지를 데리고 퇴각....



으으....



으아아아아아!!!



퍼걱!



어... 어어....? 저수지 씨의 머리가....



아아, 결국 저질러주셨네요. 운명의 문을 재현하던 저수지 씨를 그렇게 가져시면 어떻하나요. 후후훗.



어.... 그럼... 나 때문...이야?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미래!



죽여버리겠어... 저 빌어먹을 여자... 처죽일 거야!!



그래요! 그래야 나의 숙적들이죠!



의지! 신념! 그 모든게 찬란한 영혼의 빛! 과거 새벽녘 별빛과 밤의 어머니, 태초의 재해마저 매료시킨 인간의 무궁한 가능성!



전부 다 제 거예요!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그 누군가가 경애하는 아버지... 위대한 불꽃이라 할지라도요!



이대로 끝낼 건 아니죠? 조금만 더, 더 즐겨봐요! 다시 일어서세요! 다시 싸워주세요!



......



어머, 다 끝났나 보군요. 아쉬어라.



그래도... 다 이루어졌네요. 이것으로, 전부.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륵!!!!!!!!





광기를 되찾아, 광기를 생산하는 공장장.


죽음의 비가 내리는 도시 속, 거리에 즐비한 검은 인형들.


살아남은 시민들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웃으면서 그들을 태우는 불꽃의 짐승.

일그러진 믿음에 영혼까지 태우며 클로저들을 막아서는 독안의 검사.

의식의 수단으로 이용당한 후 결국 머리가 터져 끝을 맞이한 저수지의 모습.

분노와 슬픔에 몸을 맡겨 싸우다가, 모든 빛과 희망을 잃고 온기가 흩어지는 클로저들의 모습.

도시를 불바다로 만들며 종말을 선언하는 불꽃의 거인.

그런 그들의 빛이 꺼질 때까지 그들에게 흥분하며 즐기던, 백금발의 소녀의 모습을 한 괴물까지.

모두 쥐어진 그 실을 통해서 보여진, 비극적인 미래의 운명이였다.



자온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게.... 이게 다 뭐야...?




[널 기다려왔어. 네가 대별왕의 힘으로 이곳에 오는 순간을.]




자온은 미래의 운명을 보게 만든 누군가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누구야! 너는 대체..... 당신은.....?!

얼굴도, 목소리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잿빛의 존재. 그러나 표현할 수조차 없는, 압도적인 전능감이 느껴지는 존재. 그가 누군인지 알아채고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태양]....!



과거 뷜란트와 비운의 앞에 나타나, 최악과 차악의 미래를 보여주며 선택을 강요한 절대적인 존재, [태양]은 씁쓸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하며 말한다.


[태양이라, 내겐 과분한 이름인데 말이지.]

네가 어떻게 여길..... 아니지, 이런 걸 보여준 의도가 무엇이냐, [태양]?

옛날 영감에게 나타났을 때도, 형님에게 나타났을 때도 당신은 최악의 미래와 차악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선택 아닌 선택을 강요했었지. 너는 내게 무엇을 강요하려는 거냐, [태양]!?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짓눌리면서도, 과거의 그의 행보를 기억하던 자온은 그를 향해 소리치며 물었다.

[...그래. 그분들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강요나 마찬가지인 상황들 뿐이였지. 나는, 그리 전지전능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 나는 전지전능하지 못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고 있었어. 그게 차악의 선택이라 보일지라도 말이야.]

너는 대체.... 무얼 하고 싶은 거냐, [태양]?

[그건 네게 중요하지 않아. 그보다 넌 더 중요한 걸 물어봐야 해.]





[아까 보여준 운명에서 네 모습, 한번이라도 본 적 있어?]






[태양]의 말에 잠시 흠칫했다. 그의 질문처럼 종말의 미래, 그 어디에서도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었으니까.

나는.... 어디에 있었지? 죽기라도.... 한거야?

[아니. 그 순간의 너는, 죽기조차 힘든 몸이 되었거든. 이전보다도 더 말이야. 하물며 그 때쯤엔 너는 불꽃의 추종자들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인 능력까지 개화하게 되었지.]

[그랬기에 그들은 너를 함정에 빠트려서 널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곳으로 추방 시켰어. 너는 물론 돌아 갈려고 죽기살기로 싸웠고.]

[어떻게든 이기고 돌아가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사이에 인간의 세계는 이미 불꽃에 의해 모두 멸망해버렸지. 네 친구들도.... 모두 예외없이.]


[태양]의 말에, 자온이 이를 악물곤 말한다.

....그렇다면 더더욱 빨리 힘을 풀고 돌아가겠어. 미래를 알려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생기겠지.

[어째서 신께서 미래를 말하지 않았는지 잊었어? 말하는 순간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 운명은 확정되어버려. 너는 그런 미래를 네 친구들이 맞이하게 하고 싶은 거야?]

힘을 풀려던 자온이 힘의 해제을 멈추고 망설이기 시작했다.

나는.... 복수를 위해 돌아왔던 건데, 어느새 너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어.


고통받으며 죽게될 너희들의 운명을 막으려는 마음이 커졌지만..... 하지만 나는, 영감처럼 말하지 않고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두근.....!





읏.... 크, 크으으으....

그 어느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동안에도 수명과 존재는 시시각각 깎이고 갉아 먹혀져가는 것이 느껴져왔다.

[말하지 않는다면 조금은 바꿀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곳에서도 네가 곁에 없을 가능성은 높을 거야.]

[태양]은, 붉은 빛과 잿빛이 감도는 한 가닥의 실을 자온의 손에 쥐어주며 말했다.



[하지만 여기라면, 그 누구도 바꾸지 못하는 운명을 개찬하는 형님의 힘이라면, 조금이라도 운명을 뒤바꿀 수 있을거야.]


손을 맞잡은 [태양]과 시선이 마주한다. 어째서인지 그의 눈빛은 낯설지 않았다.



그 눈빛은, 내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려 할 때 간혹 비쳤던, 내 눈빛과 똑같았으니까.



너는....!


태양에게 뭐라 말하려고 하기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해랑, 누구보다 앞에 나아가.]




[등 뒤에 있을, 내가 지키지 못했던 모든 이들을 지키고,]




[그리고...]




[마지막엔 뒤를 돌아서 네가 지킨 사람들과 함께, 행복과 사랑을 나눠.]




[내가 누리지 못했던 그 미래를.... 탐욕스럽게 쟁취해줘,]





[나.]




잿빛의 존재 [태양]인간으로서 죽고, 침식황으로서 부활했지만 소중한 그 누구도 지키지 못했던 [미래의 자온]은 

눈물을 흘리면서 웃으며 자온에게 말하곤, 빛가루가 되어 흩어져 사라졌다.



.....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해볼게.


자온은 [태양]이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가 말한 대로 모두와 웃을 수 있는 미래를, 탐욕스럽게 쟁취해 보겠어...!!


자신이 쥐어준, 손에 들린 자신의 운명의 실을 꽉 쥐며 운명 개찬 능력, 모이라를 재가동시킨다. 모이라의 대가가 다시 자신을 갉아먹는게 느껴졌지만, 굴하지 않고 조금 전에 보았던 운명의 실을 찾기 시작한다.

그 운명의 실은 어렵잖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이들의 실 끝자락에 함께, 다른 실들과 얽히고 섥혀 동앗줄처럼 엮여있었기에. 자온이 쥐고있던 자신의 실을 동앗줄에 같이 엮으려 하자,




파츠츠츠즉----!!!




엄청난 반발력과 함께 실과 함께 손이 튕겨져 나가자, 튕겨나간 손을 쥐며 비운의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거대한 운명일수록 변수 자체를 집어넣는게 어려운 건 형님의 기억을 통해 봤지만, 이정도일 거라곤 생각 못 했었는데...


그래도....!!




파즉, 파즈즈즈즈즉!!!!!




엄청난 반
발력이 그의 손을 밀어냄에도 자온은 계속 힘을 주어 동앗줄을 향해 실을 뻗어갔다.








나는 그 녀석들과, 내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미래로 가고 싶단 말이야!!!





파츠츠츠츠측!!!!





밀고 밀어내는 싸움이 길
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밀어내면, 동앗줄의 반발력이 더 큰 힘으로 밀어내고 그걸 또 어떻게든 억지로 밀어내는 지루하고 치열한 시간이 계속되는가 싶더니,




파츠츠즈....즈즈즉....




예상외로 동앗줄 쪽이 먼저 힘이 빠졌다. 자온은 그 틈을 노려 더욱 힘차게 자신의 실을 밀어 넣으며 자신이 그들 곁에 있는 변수의 미래를 만드려는 순간,




쩌적, 쩌저저적----




퍼석.....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자온의 한쪽 다리가 부서지며 힘이 빠졌다. 긴 시간 온리 원과 모이라를 버티던 몸이 한계가 온 것이였다.

안 돼....! 이제 아주 조금이란 말이야....!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 줘...!!

몸을 끌어서 손을 뻗어보았지만,




쩌저적! 퍼석---!





파스스스스......




버티던 남은 다리도, 뻗었던 팔도 모두 부서지고 흩어지며, 자온의 수명과 존재는 끝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아.... 이대로 끝인건가....

흐려지는 정신 속, 끝이라는 생각이 자온을 덮쳐왔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비통함에 눈물 흘리려 해도 지쳐 사라져가는 몸은 눈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못했다.


미안해, 나..... 그 누구도 지킬 수 없을 거 같아....

돌아가고 싶었어. 조금은 힘들어도 너무나도 따뜻했던.... 내 친구들의 곁으로.

형, 미안해.... 형이 바랬던 만큼 행복해지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요....



그렇게 자온은, 죽음을 맞이하며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




한편, 현실.

"놔....!"

현실에서도 사라져가는 자온의 몸. 미래는 그의 소멸을 막으려 뛰어들었지만,


"놓아줘... 뷜란트....!!"


뷜란트는 그런 미래를 순식간에 제압하곤 자온의 소멸을 조용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놔, 뷜란트! 자온이, 자온이 사라지고 있잖아...!!"


"알고 있다, 나도 보이니 말이다."


"그럼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자온을 구해야지..!!"


"이 늙은이라고 그러지 않고 싶겠느냐? 하지만.... 저 아이를 구하는 건 내가 아니야."










"저 아이는, 이미 구해졌으니까."









생각치도 못한 의외의 답변에, 버둥거리던 미래가 당혹스러워한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이미, 구해졌다니?"

"이 미래조차 본... 아니, 저 아이가 저럴 것이라고 예측한 남자가 있었으니까."



쩌적, 쩌저저저저적!!!



자온의 몸이 거의 사라져가던 그 순간, 사라지지 않고 그의 곁에 남아있던 탈과 활에 금이 가더니,


"지독하게 단 한명만을 사랑하고 아낀....


가장 탐욕스러운 남자가 조치를 했었으니까....!!"





쩌적!!



챙그랑!!!!



완전히 부서지며 형태를 잃어버렸다.





....샤락




부서진 두 물건에서 붉은 빛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더니,


......사아아아아아-----


사라져가는 자온의 잔재를 순식간에 감싸 안으며 빛나기 시작했다.




******



[당신은 참으로 탐욕스럽군요.]


남자의 마음을 헤아린 권능은, 그에 맞는 세가지의 힘을 발현시켰다.



힘을 안정화시켜주는 구현체를 소환하는, 보조의 의지.



운명을 엿보고 바꿔 쓸 수 있는, 개찬의 영혼.



죽음을 거스르는 것을 제외한, 어떤 능력이든 발현하고 어떤 몸으로도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의 마음.



남자가 발현시킨 능력은 알파퀸조차 넘어서는, 가장 거대하고 위대한 가능성을 품은 능력들 뿐이였다.

그러나 남자는 세상의 평화나 자신의 강대함엔 관심없었다. 오직 단 한명만을 구하고 싶은 마음, 그것 자체뿐.


그걸 아는지 남자의 능력엔, 공통의 페널티가 존재했다.




자신이 결정한, 단 하나의 소중한 것을 위해서만 힘의 발현, 사용 가능.




그 페널티를 눈치챈 [태양]은 혀를 내둘렀다.

[세상조차 뒤집을 힘들이거늘, 단 한명만을 위해서만 쓸 수 있다니.... 그 아이가 그렇게 소중합니까?]

"[태양]. 당신에겐 소중한 것이 있습니까?"

[.....]

"내 삶은 무엇을 하더라도 채워지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와는 무엇을 하더라도... 제 마음은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행복했습니다."

"이 아이는.... 텅빈 제게 있어서 심장이고 제 마음입니다."

"그러니 제가 죽는 것 따윈 무섭지 않습니다. 되려 이 아이가 비참한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힘을.... 온전히 이 아이가 비극을 피할 수 있도록 운명을 바꿀 겁니다. 그럼에도 그 아이가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면.... 그 운명조차 대신해줄 만큼이요."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자신이 오래 전 선물로 받았던 금빛의 활과, 어릴적 깎아 만들었던 탈에 자신의 [대행의 권능]을 불어넣었다.

신의 권능조차 대행하는 초월의 권능을 물건 따위에 담아내는 것은 본디 불가능한 영역이였다. 그러나 남자가 깨운 마음의 힘 앞에선 전혀 문제 되지 않았고, 그렇게 권능은 그것들에 안정적으로 안착되었다.

[소멸의 운명을 대행시킨다니.... 만약, 그 아이가 그걸 악용하면 어쩌실겁니까? 당신이 본 미래엔, 정녕 그런 미래가 없었습니까?]


"[태양]대별왕과 소별왕 신화를 아시나요?"


[.....?]

남자는 염려하는 [태양]에게 대답 대신, 질문을 건넸다.

"저승과 이승을 다스린다는 이 땅의 형제신입니다. 설화에 따르면 누가 이승을 다스릴지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소별왕은 속임수를 써서 대별왕을 속이고 이승을 다스릴 권리를 얻었고, 대별왕은 그대로 저승을 다스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갑자기 그 설화를 말하는 저의가 무엇입니까? 그 아이가, 거짓말쟁이라는 뜻은 아닌텐데요.]


"대별왕은, 정말로 소별왕의 거짓말을 몰랐을까요?"


"모른척한 것에 자신이 힘들지라도, 동생의 미소를 조금이라도 지켜보고 싶었던, 형의 마음이 아니였을까요?"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억지로, 내 살길을 만들어 줄 필요 없단 뜻이야."






"랑아."







[.....!]


한결같이 일렁이던 [태양]의 모습이 큰 폭으로 흔들렸다.

[나, 나는.....]

"정체를 완전히 숨기고 싶었다면 눈빛도 가렸어야지. 난 그 눈빛을 알고 있거든."

"독 때문에 늘 아팠고, 숨 쉬기조차 괴로웠음에도.... 다른 소중한 사람들을 더 걱정했던.... 그 다정한 눈빛."

"자신의 상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상처받을 걸 두려워해서 자신의 고통을 숨겨왔던... 랑이 네 그 눈빛을.... 난 단 한순간도 잊지 않았는 걸."

"처음엔 수없이 상처받아 허탈해진 눈빛이라 너라는 걸 한눈에 못 알아 보았어. 랑아, 미래의 네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

잠시 침묵하던 [태양]은, [미래의 자온]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아니, 저는.... 한번 소멸을 맞이한 후, 다음 세대의 신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서 이어받은 힘과 선대의 신에게서 받은 힘들. 그 위대한 권능들을 쓸 수 있는 제가, 감히 모든 것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신이 된 저 때문에 차원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를 이용한 불꽃의 추종자들은 절 선대의 숙적에게 추방시켰습니다.]

[치열한 싸움 끝에 저는 선대의 숙적에게는 이겼지만..... 그와 싸우던 사이, 그들은 나의 세상을 모두 불태워버렸고, 그렇게 나는, 내 소중한 이들을, 그 누구도 구하지 못 했습니다.]

[소중한 이들을 구하지도, 내 손에 담아두지도 못해서.... 당신께 이어받은 힘으로 운명을 바꾸기 위해 과거에 개입해보았지만.... 


아무리 과거를 크게 비틀어도, 되려 더 지독한 방향으로 운명이 틀어지더군요.]

[그렇게 나는.... 그 무엇도 바꾸지 못 했습니다. 당신도, 선대도,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나]의 지독한 운명을 계속 봐야만 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 했어요, 형.]


잿빛에 감춰져 있었던 [태양]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잿빛의 코트와 붉은 빛의 제복을 두른, 그 성숙한 남자는 굵은 눈물 방울을 뚝뚝 떨어트리며 울고 있었다.


"알아. 이 힘으로, 나는 너의 가능성을 모두 엿보았으니까."

[미래의 자온]의 눈물을 훔쳐준 남자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모든 가능성의 너는 한번 소멸을 맞이한 후 새로운 침식황으로서 부활하지만, 완전히 각성한 강대한 권능에 의해 되려 모든 것이 어그러지며 

소중히 여겨온 모든 것을 잃는 미래들 뿐이지."

"그렇기에 나는, 언제가 소멸을 맞이할 현재의 랑이에게 [대행의 권능]이 담긴 물건을 맡겨서 소멸을 한번 피하게 해볼거야.

언젠가는 신으로서 부활하겠지만, 한번은 인간으로서 다시 부활해서 신으로 각성하는 순간을 미루는거지."

[물론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길이지만... 신으로서도 이루지 못한 이 길을, 인간의 몸으로 이뤄낼 수 있을까요?]

"가능할거야.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하늘만큼 크고, 깊은 너의 다정함이라면 반드시."

"물론 가장 어려운 길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인간으로서 남았기에 나조차도 볼 수 없었던 가장 위대한, 진정으로 네가 지키고자 할 이들이 지킬 수 있는.... 길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

누워있는 아이, 현재의 해랑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으며 남자, 비운은 미소지으며 말한다.


"나는, 너를 믿는단다. 나의 희망."



"이 세계의 너는, 꼭 행복해질 수 있도록 내 모든 것을 다할게."


"어떤 큰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비운은 자신의 능력으로 지금의 이 과거를, 누구도 읽지 못하도록 숨겨놓곤 미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




"[대행의 권능]의 주인으로서 선언하노니, 소멸도, 수명의 대가도 모두 내가 대행하노라."



"그리하여 여기, 그의 운명을 개찬하노라."




사라져가는 자온에게서 실을 가져간 손이, 힘이 빠진 동앗줄에 자온의 운명의 실을 엮어맸다.





------------!!





자온이라는 변수가 운명에 새로이 새겨지며 개찬되었고, 미래의 운명에 존재가 고정된 자온의 몸은 언제 사라졌냐는 듯 다시 완벽하게 수복되었다.

당신....은....?

눈을 뜬 자온의 시야에 붉은 존재가 비쳤다. 자온은 그가 누군지 확인하려 하지만, 눈이 반동으로 망가졌는지 시야가 흐렸고, 몸은 철근에 짓눌린 것마냥 무거워 움직이질 못했다.

붉은 존재는 자온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곤, 조금씩 사라져가며 말했다.


"역시... 너라면 이 힘을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쓸거라 생각했어."


붉은 존재의 목소리에, 자온이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 목소리는 있을 수 없는, 다시는 들을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이제는 꿈 속에서조차 흐려졌지만, 그러나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던 가장 그리웠던 목소리였기에.



어떻게든 그 존재의 모습을 확인하려고 애쓰는 사이, 그 존재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누구보다 내겐 다정했던 나의 태양, 나의 하늘님. 다시 누릴 인간으로서의 삶도, 언젠가 될 침식황으로서도,"


"지금처럼 너의 소중해질 이들에게 다정해지렴."

"그 속에서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렴."

"그리고 네가 지키고자 한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해지렴, 랑아."



비운이 탈과 활에 미리 새겨놓았던 대행의 권능. 그 권능을 품고 있었던 비운의 마음이 본디 자온이 치뤄야할 대가를 모조리 대행하곤 웃으며 사라져간다.



잠시만 형.... 혀엉!!!!



"수명도, 소멸의 대가도 모두 내가 대행할테니, 너는 조금만 더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자온이 뒤늦게나마 비운을 불러보았지만, 점차 시야가 흐려지며, 그 이상 아무 말도 전하지 못한 채 정신을 잃어버린다.




"사랑한단다. 안녕히, 나의.... 하늘님."





******




"....안녕, 아가? 정신이 드느냐?"

눈을 뜨자, 그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뷜란트가 자온에게 인사를 건넸다.

"영감.....? 어떻게.... 어떻게 내가 사라지지 않았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며 기억을 되새겨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모이라로 보았던 대부분의 운명은 기억에서 지워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게 조언해 줬던 것 같은데.... 아윽, 머리야....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

[태양]의 정체조차 기억에서 지워진 자온은 점점 심해져가는 두통을 참아보며 기억을 곱씹어보았다.




지금처럼 너의 소중해질 이들에게 다정해지렴.


그 속에서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렴.


그리고 네가 지키고자 한 모든 이들과 함께.... 행복해지렴, 랑아.




"....형."

깨질 듯한 통증과 부숴진 기억 속에서 비운을 기억해낸 자온은 뷜란트의 양어깨를 붙잡곤 흥분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영감. 형님이, 형님이 있었었어. 기억나. 내 머리를 쓰다듬었던 그 손, 분명 형님이였단 말이야. 하지만 형님이 어떻게....?"






수명도, 소멸의 대가도 모두 내가 대행할테니, 너는 조금만 더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길.






"....! 영감, 형님은.... 형님은 내게 무슨 장치를 해놨던거야!?"

대행. 비운의 또 다른 말을 기억해낸 자온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물었다.

"다 기억나진 않지만 나는 분명히 두 힘의 대가에 짓눌려서 사라지고 있었어. 그 순간 나타났던 형님이.... 내 대가를 모두 대행하겠다고 했단 말이야....!"

뷜란트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차분하게 대답한다.

"...그래, 맞다. 비운 그 아이는 언젠가 네가 네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이런 선택을 할 거라는 걸 예측하고 있었단다. 그래서 네가 그 대가에 사라지지 않도록 이것들에

 [대행의 권능]을 새겨 놓았었지."

뷜란트는 깨져버린 탈의 조각을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탐욕스러우면서도 대단한 아이야. 살아있는 동안에는 자신의 모든 걸 다해서 널 위해 살았고, 죽은 뒤에는 자신이 없더라도 여전히 다정하게 살아갈 널 지키기 위해 그런 장치까지 준비해 놨으니 말이다."


"영감은....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건데. 영감은 형님을.... 만난 적 없잖아."

"네 활을 네게 맞게 조정해 주려 했을 때, 활에 새겨진 마음이 내게 흘러들어와 그 계획을 알려줬었단다. 알지 않느냐, 내겐 미래를 보는 능력따윈 없단다. 내가 어떻게 여러 가능성들을 알고 행동했겠느냐."

그제야 뷜란트가 해왔던 여러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비운의 마음을 이뤄주기 위해 뷜란트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최악의 미래를 숨기고, 때론 막으며 고독을 감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비극들 속에서, 희망을 찾으며 미래를 기대했던 비운과 뷜란트.

자온은 그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더 꽉 쥐곤 고개를 숙였다. 그리곤 그의 가슴에 머리를 박곤, 울기 시작했다.


"그게.... 그게 뭐냐고...."


"왜 그렇게까지..... 하신 거냐고..."


"영감도, 형님도 겨우 나 하나를 위해... 그렇게까지 하신거냐고.....! 영감도 미련해.... 하지만 형님은 더 미련해....!"


"미련한 사람..... 정말 미련하게 하나만 바라봤던..... 바보같은.... 사람...."


"으흑..... 으아아아아앙....!!"




자온은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울었다.




자신이 고통받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미련할 정도로 아이를 사랑하고 아껴줬던 그 남자와의 추억에 슬퍼져서.




목숨을 건 선
택을 한 아이를 구해주기 위해, 죽기 직전까지 몸과 마음을 바쳐 방책을 준비해준 그 남자가 고마워서.




아이가 갈 길을 이끌어 주었고, 언제나처럼 다정하게 밤하늘에 빛나던, 그 큰 별과도 같았던 비운이 미우면서도 그립고, 보고싶어서 자온은 울고, 또 울었다.




침식의 계승자 5부 마지막화



대별왕의 작은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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