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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영웅의 아들 48화

작성자
검은코트의사내
캐릭터
이세하
등급
정식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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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13
  • view8751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그 이야기는 나중에. 우선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자."

"그만해. 나 같은 게 여기서 나가봤자 좋을 게 뭐가 있겠어? 나는 살인자야. 부모를 죽인, 살인자라고."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라면 당사자가 희망을 품어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그녀는 부모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쉽게 치유되지는 않을 거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내가 진짜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걸까? 서유리의 말처럼 내가 그녀를 도와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자신의 공포는 자신만이 이겨낼 수 있다. 누군가의 도움을 이용해서라도. 나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에 벗어났던 거 뿐이다. 아버지의 말씀은 그저 말씀일 뿐,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는 사람은 바로 나다. 아버지의 방식은 길을 알려주는 것 뿐이다. 나도 그녀에게 길을 알려주는 것 밖에 할 수밖에 없다.


"슬비야. 다 알고 있어. 네 과거를 봤으니까."


 데이비드 국장님에게서 들은 이야기였지만 그런 건 이야기하지 않는다. 평소답지않는 그녀의 얼굴이다. 차가운 공기를 내뿜는 무표정한 얼굴에 단호한 말투가 그녀 답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180도 변해버린 우울한 얼굴이었다. 그러자 슬비는 두 손으로 나를 밀어내면서 말했다.


"가버려. 너와고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까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지금 나는 여기서 못 나간다. 이런 말을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이다. 우선 내가 여기 자원해서 들어온 목적을 우선적으로 말하는 게 먼저다.


"난 너를 구하려고 여기에 들어온거야."

"날 구하러 왔다고? 날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무슨 일로 들어온 거지? 혹시 구해주면 포상이라도 받는 거야?"

 울음을 멈추고 평소와 같은 차가운 모습으로 조금 돌아왔다. 그녀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겠지. 그래. 나는 이 애가 싫다. 보수적인 성격을 가진 그녀의 모습은 내 취향이 아니다.


"포상? 무슨 소리하는 거야? 클로저가 사람을 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었어? 너도 그렇게 알고 있잖아."
"나는 클로저야.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입장이 아니라고."
"아니, 너는 착각하고 있어. 어른들의 고정관념 때문에 네가 말려든 거 뿐이야. 클로저도 사람이야. 똑같이 보호받는 존재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 거지, 보호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란 말이야!!"

 평소처럼 돌아온다. 훨씬 낫네. 우울한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이런 모습이 더 어울린다. 역시 슬비는 이렇게 강한 애라는 걸 예상했다. 충격을 받긴 했지만 그 일을 잠시나마 잊게 하는 자극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그녀의 반박을 이끌어냈다. 아버지의 방식도 그랬었지. 잠시나마 상대방을 우울한 상황을 잊게 만드는 고정관념과 동떨어진 주장이다. 내가 말한 것도 거기에 포함된다. 유니온은 클로저를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요원이라고 한다. 그 민간인에 대한 기준이 위상력이 없는 평범한 인간으로 규정했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이 정한 거지, 내 자신이 정한 게 아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것을 대입하면 넓은 의미로 보는 게 내 특기니까. 그래. 넓은 의미로 보는 거다. 민간인이 능력없는 평범한 인간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이르다. 왜냐하면 평범한 인간이라도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를 넘어설 수 있기도 하니까. 아버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위상 억제기, 누가 만들었는가? 클로저가 만들었는가? 전혀 아니다. 티어매트 봉인실, 그것도 클로저가 아닌 민간인이 만든 거다. 넓은 의미로 본다면 능력없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건 클로저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엉뚱한 사람 취급받겠지만, 근거가 되는 사례도 있어. 보호받아야 될 인간은 클로저도 포함될 수 있다는 얘기야. 좀 넓게 보는 게 어때? 그렇게 고정관념으로 살아가다가는 평생 괴로워할 거야."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런 시답지 않는 소리를 왜 하는 거야? 지금 이게 내가 한 짓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그건 사고였어. 너는 네 부모님을 죽이고 싶어서 죽은 게 아니잖아. 부모님을 보호하려다가 그런 거 아니였어?"
"나, 나는... 그래도 내가 한 짓 때문에 부모님이 죽은 사실은 변함이 없어."

 사고라고 해도 죄책감은 더해질 지도 모른다. 아마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지. 이럴 때야말로 곁에서 지탱해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잠깐 동안 눈을 감았다가 무슨 말을 꺼낼지 고민한다. 일단 스스로 그녀가 이겨낼 수 있는 질문을 해야 되니까.


"혹시, 부모님께서 너를 원망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야?"
"당연한 소리야! 지금까지 힘들게 나를 키워주셨는데 내 손으로 죽였으니 미워하는 건 당연한 거야. 지금도 저세상에서 내가 살인자라고 말하고 있을 거야."

"내 생각은 달라. 너희 부모님은 절대로 너를 미워하지 않아."
"그걸 어떻게 아는데? 네가 그 입장이 되어봤어!?"

"이 사진, 국장님께서 주신건데, 이게 결정적인 증거야."


 사진은 마지막까지 어린 슬비를 껴안은 채로 있는 부모님의 모습이었다. 그것을 받은 슬비는 다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게 보였고,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미안해. 나는 네 마음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어. 이제 그만 기운내라고 말할 수는 없어. 그래도 적어도 너에게는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이건 사고였고, 부모님은 절대로 너를 원망하지 않으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면서 그녀에게 들릴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위로할 수는 없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이 극복해나가는 거 뿐이다. 나는 그저 길을 제시해줄 뿐이다.


"너희 부모님은 영웅이라고 확신해."
"영웅, 이라고?"
"그래.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너를 보호하려고 하셨어. 그게 근거야."

"아니야. 부모님은 평범한 민간인..."

"고정관념으로 생각하지 마. 영웅이라는 개념도 넓은 의미로 작용해. 클로저만 영웅이라는 법은 없어. 너는 두 영웅덕분에 지금까지 살아남은 거잖아."


 이런 말이 위로가 될 지 안 될지는 슬비에게 달렸다. 이럴 때는 그저 강하게 제시해줄 필요가 있어서 양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


"넌 혼자서도 잘 이겨내왔잖아. 너희 부모님께서는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거야. 목숨을 걸고 너를 구해주셨던 영웅의 딸이라는 건 틀림없어."

"내가... 영웅의, 딸이라고?"

"따지고 보면 나도 영웅의 아들이지. 영웅이 아니야. 아직 풋내기라고. 어떻게 보면 너와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서로 잘해** 않을래? 성격은 맞지 않지만, 동료가 되는 것까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해."

"동료... 라고?"
"유리도 널 많이 걱정하고 있어. 데이비드 국장님도 계셔. 관리요원 유정 누나도 있잖아. 어려운 일을 혼자서 끌어안으려고 하지마."

"나, 나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공간이 검은색으로 더 짙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우리 둘다 소멸하는 건 시간 문제다. 나는 최후의 방법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앗! 뭐하는 짓이야!"
"미안해. 나중에 얼마든지 혼날 거니까. 그만 돌아가자. 슬비야. 돌아가신 부모님께서도 네가 그러기를 바라실 거야."

"으, 응."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촉촉한 뭔가가 내 옷을 적시는 것을 보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온기가 느껴진다. 여자애는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구나. 아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그림자들이 우리 두 사람을 포위해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잡아먹으려는 건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제 나머지는 그녀 스스로 깨어나는 것 밖에 없다.



*  *  *



 티어매트는 명상을 하면서 나머지 클로저들의 생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슬비 뿐만 아니라 다른 클로저들의 물방울도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예전 힘을 되찾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완전히 검은색으로 물든 물방울에서 갑자기 금이 가는 게 보였다.


쩌적- 쾅!


"아니!?"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이 보였다. 세하와 슬비였다. 티어매트는 명상을 멈추고 두 주먹을 쥐면서 이세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세하, 평범한 전사는 아니군. 마치 그 인간을 보는 거 같아. 예전에 날 봉인 시켰던 그 여자를 구해낸 가증스러운 남자."
"혹시 우리 아버지를 말하는 거야?"
"뭐라고?"


 세하가 건 블레이드로 그녀를 겨누면서 말한다. 슬비도 기침을 세 번 정도 한 다음에 단검을 들어서 위상력을 방출한다. 이제 더는 망설임이 없었으니까. 부모님을 죽인 죄책감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로 살아가는 거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인간 여자, 너는 살인자로서 죄책감이 없는 거냐?"
"죄책감은 있다. 지금 내가 죽는다고 해서 죗값을 치르는 건 아니지. 살아있을 때, 우리 엄마 아빠와 같은 사람이 안 나타나도록 목숨을 바쳐서라도 너희 차원종들과 싸울 거야!"

"그래.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하하!"

 고개를 들면서 호탕하게 웃는 티어매트였다. 세하와 슬비를 보고 그녀의 눈에만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세진 박사와 알파퀸 서지수였다.


"그래. 그런 거였어. 그냥 살려두지 않고 죽일 걸 그랬군. 설마 네녀석이 그 가증스런 남자의 아들이었을 줄이야. 뭐, 상관없어. 지금 죽여주면 되는 거니까."


 티어매트의 몸에서 붉은 위상력이 끌어오르고 있었다. 몸이 또 변형을 일으키는 거 같다고 생각한 세하였지만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싸우는 거니 전보다 훨씬 나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건 블레이드를 둘로 쪼개 톤파로 만들었다.


"티어매트, 너는 반드시 우리가 토벌해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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