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챕터2 엔딩 영상 관련 스토리(부산 챕터2 스토리 스포주의)
※ 몇몇 캐릭터의 개인적인 해석 및 과거 날조 有
고작 11글자(Bridgestone)일 뿐인데, 그 이름 안에 담겨져 있는 세월을 가늠하기 힘든 명성(名聲).
명성과 더불어 축적한 것으로 추정되는, 억은 가벼이 뛰어넘는 숫자로 세어지는 부(副).
좋은 가문, 좋은 가정환경, 인격적으로 매우 훌륭한 부모님, 운 좋게 타고난 뛰어난 두뇌는 덤.
이 모든 것들이 메리를 둘러싸고 있던 최초의 환경이었다. 메리 셀리 브리지스톤은 운이 아주 좋은 케이스였다. 사람을 평가한다고 하면, 으레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항목들에서 메리는 우수한 점수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 또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부모의 지원에 힘입어 메리는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했다. 스포츠 댄스, 발레, 펜싱, 테니스, 타국으로 여행 가기, 요트 타기 등등...그 중 몇 개는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을 만한 것들도 있었지만, 메리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는 부모의 지원 덕에 별 탈은 없었다.
어렸을 때의 메리는 꿈이 없었던 거 같았다. 잘 하는 것들은 많았지만, 그 전부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타국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새로웠지만, 진심으로 즐겼던 거 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방황을 하던 어느 날, 아버지가 메리에게 말했다.
-메리, 너는 의사가 되려무나.
-의사요?
-그래, 의술로 사람들을 구해주는 훌륭한 선인(善人)이 되려무나. 네 재능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란다.
메리의 아버지는 인품이 좋은 사람이었다. 세상을 낙천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인류들을 사랑했다. 그렇기에 이런 자신의 생각을 자식들에게도 넌지시 말하고, 이런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직업 또는 자녀들이 평생 가지고 살아야할 사명처럼 여겼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메리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보니 생각보다 낭만적인 거 같기도 하고, 의외로 설득도 당해버려서 의대에 지원했다. 새로운 걸 계속해서 찾아보던 도전 정신이 이제는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 것이다. 명문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메리는 곧장 유명한 대학병원을 첫 직장으로 잡았다.
아마 이때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던 거 같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조언을 어기지 않은 것을 잘했다는 생각도 같이 들던 시기였다.
여러 환자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그들을 치료해주는 과정에서 메리는 전에 느껴** 못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조금 더 환자를 만나고 싶어서, 늦은 시간 일을 하는 것도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하는 몇 안 되는 별난 의사라고,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날 정도였다.
어렸을 때의 그 많은 취미 생활들을 가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메리는 지나치게 일벌레가 되어가고 있었다. 일이 곧 취미요, 취미가 곧 일이었다.
* * *
2002년의 어느 화창한 날.
언제나처럼 시트를 꼼꼼히 작성하고 있던 메리에게 동료 의사 하나가 다가왔다. 그 또한 메리처럼 명문가 출신의 자제였다. 의외로 일의 적성이 되게 잘 맞는 메리와는 달리, 의사 집안의 장남으로서 의사가 된 것에 불만이 많은 친구였다. 그가 메리에게 말했다.
“닥터 브리지스톤, 여전히 열심히 일을 하는군.”
“아, 닥터...혹시 저한테 볼일이 있으신가요?”
그런데 이름이 정확하게 뭐더라? 그냥 본인과 같은 동류라는 건 알았지만, 이름 따위는 몰랐다. 그래서 끝말을 대충 얼버무린 메리를 향해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니, 그냥 좀 닥터 브리지스톤이 부러워서 말이야.”
“부럽다고요?”
“닥터 브리지스톤은 이 일이 적성에 맞는 거 같으니 말이야. 가끔 옆에서 보면 즐긴다는 게 진심으로 느껴져. 난...도저히 못해먹겠거든.”
그놈의 의사 집안의 장남이라는 게 뭐라고...투덜거리는 그의 이름이 톰이라는 걸 메리는 기억해냈다. 여전히 성(姓)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어차피 시트 작성도 다 끝나던 참이라, 조금 더 그의 장단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저도 사실 제가 원해서 의사가 된 건 아니에요, 닥터 톰.”
“아니라고? 그건 좀 의외인데?”
“어렸을 때의 난 꿈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 내 힘으로 계속해서 찾아봤지만 결국 못 찾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이러시더라고요. 의술로 사람들을 구해주는 훌륭한 선인이 되라, 라고.”
“그래서 의사가 된 건가?”
네. 메리는 그렇게 대답했다. 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할 무렵에는 많이 지루했기에, 공부를 하는 틈틈이 다른 취미 생활도 했었다. 그 많은 양의 공부와 그걸 감내해야 했던 몇 년의 시간은 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한 시행착오였다고 메리는 생각했다. 좋은 의사, 실력은 물론 환자를 생각하는 인품까지 갖추고 있는 의사.
톰은 한숨을 쉬었다.
“그거 정말 부러운 인생이군.”
“톰은 원래의 꿈이 뭐였는데요?”
“아, 생각해보니 별반 다르지는 않을 거 같군. 물리학자였어.”
“물리학자라니.”
메리는 웃음이 비집고 튀어나올 뻔 했다. 지금 흰 가운을 입은 톰에게서 그런 모습은 상상도 못하니. 결국 의사든 물리학자든 머리가 좋아야 하는 건 사실이니 어쩌면 톰은 물리학자의 길을 갔어도 꽤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톰은 의사로서의 실력 하나만은 좋았으니까.
톰이 말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과학 저널 잡지를 틈틈이 사서 읽고 있어.”
“정말 대단하네요.”
메리의 리액션은 건조했다. 메리는 잠깐 생각했다. 그 때 아버지가 다른 길을 권유해서, 결국 의사가 되지 않았더라면 자기도 톰과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그래서 메리에게 이 직업, 아니 사명은 특별했다. 톰은 메리와 대화를 나누는 게 재밌는 모양인지 실없는 소리를 계속 이어갔다.
“그래서 말인데, 나도 아버지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최근 남극에서 이상한 물체 하나가 발견되었다더군.”
“물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일부 유력자들만 아는 모양이야.”
톰은 또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남극 조사대에 의료진으로 참여하는 건데. 추운 건 딱 질색이라서.”
“그러고 보니 톰은 항상 겨울만 되면 코코아를 마시고 있죠.”
“아까워! 미지의 물체라니! 그 물체에 대한 정보를 며칠 뒤에나 듣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답답해 미칠 지경이야! 내가 가장 알고 있는 최신의 정보가, 어느 쪽에서는 구닥다리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보의 수집은 중요하긴 하죠. 그러면 지금이라도 조사대 의료진으로 참여해보는 건 어떤가요?”
메리의 영혼 없는 조언에도 톰은 꽤나 진지하게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그것에 대한 열정이 내비쳤다. 저 얼굴을 하는 사람은 싫어하지 않는 건 아닌지라 메리는 그냥 조용히 있었다. 그 후에도 톰은 본인만 재밌는 이야기를 30여분이나 계속한 다음, 자기 사무실로 돌아갔다. 톰의 횡설수설 – 메리에게는 거의 그러했다 –을 들으면서 메리는 멍하니 생각했다.
이 인간은 도대체 언제 나가는 거지?
* * *
그로부터 한 달 후, 톰이 병원을 그만두었다. 집안과의 마찰에서 드디어 승리해서 기분 좋게 짐을 싸간 것이라고 동료 의사들은 생각했다. 톰은 생각보다 자기 상황에 불만이 많았는지라 자신의 개인사를 아무한테나 떠벌이고 다녔던 모양이다. 그렇기에 톰의 그 병원을 나가기 직전의 환한 표정을 본 동료 의사들은 톰이 저렇게까지 기분 좋은 일이라면 그것밖에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추측을 했다.
단, 메리만은 다른 생각을 했다.
그녀가 톰과 비슷한 동류라는 걸 잊지 말자. 메리도 우연히 들었다. 남극에서 미지의 물체가 발견되었고, 남극에서의 장비만으로 할 수 있는 조사가 한계가 있어서 최첨단 장비가 시설된 연구소로 오기로 했다고.
이 사실을 메리에게 알려준 건 메리의 아버지였다. 별 흥미 없어하는 메리를 향해 아버지가 물었다.
-흥미가 생기지 않는 거냐?
-그런 기이한 것에 관심을 가지기에는 전 지금 의사인걸요. 정확한 수치에 연연해야만 하는 의사요. 그리고 앞으로 만나고 내가 치료해줘야 하는 환자가 많은 마당에...
그런 거 신경 쓸 겨를이 어디있다고요. 신문을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어렸을 때는 조금 더 감성이 풍부했던 거 같은데.
-저한테 의사를 권유하셨던 건 다름 아닌 아버지시잖아요. 안심하세요, 전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아요. 오히려 저를 이 천국으로 인도해주신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 너한테 그런 말들을 했던 걸 나도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아비는 그런 네가 많이 자랑스럽구나.
-그렇다면 좀 더 자랑스러운 딸이 되어야겠네요. 그럼 다녀올게요.
뭐, 이렇게 외부적으로 얻어질 불필요한 정보에 대해서는 미리미리 차단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들어오는 정보라는 것도 있었다. 어쨌든 그 추운 남극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톰은 얼른 추가 의료진 자원 모집 때 스스로 발을 들였을 것이다. 본인이 그렇게 흥미를 가지던 미지의 물체에 좀 더 가까워진 것이다.
메리에게는 이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실이었지만. 커피를 다 마신 메리가 옆의 간호사에게 물었다.
“그럼 좀 이르지만 진료 시작을 해볼까요? 환자 들여보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환자 분!”
환자가 들어오자, 메리는 곧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환자의 상태를 묻는 메리의 목소리는 다정다감하기 그지없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죠?”
“선생님, 얼마 전부터 머리가...”
이런 메리의 모습을 곁눈질하던 동료 의사들은 혀를 찼다. 그녀의 부지런하면서도 환자에게 헌신적인 모습이 너무도 대단한 탓이었다.
“닥터 브리지스톤은 오늘도 제일 먼저 진료를 시작하네.”
“그거 보신 적 있으신가요? 자정이 넘어서까지 어떤 환자의 엑스레이 사진만 쳐다보는 거.”
“직업정신이 투철한 걸까...”
“닥터 브리지스톤은 본인 입으로 당연한 의무, 당연한 사명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일까? 메리를 오래 볼수록 저건 도저히 인간의 범주에 드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한다, 이건 뭐 당연한 말일 수 있는데, 메리의 경우는 조금...다르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평생을 수행할 사명이다? 본인 입으로는 그러지만 동료 의사들이 보기에는 사명은 아니었다.
...집착. 사명은 집착과 같은 것이 아니다. 사랑 또한 그렇다. 사랑은 집착과 동일시되지 않는다.
그리고 메리는 이 당연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 * *
톰이 병원을 떠난 지 일주일 후,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차원문이 열렸다. 공간은 비틀려지고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생명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잡것들도 있었지만, 웬만한 빌딩보다도 훨씬 큰 용과 같은 형상을 지닌 것도 있었다.
최초의 차원 전쟁이 발발하자, 메리는 곧장 최전방의 의료진 부대에 자원했다. 이 순간에 자신이 할 수 있고,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의 손에는 메스가 쥐어져 있었다. 의술을 가진 고급 인력. 의료 지원. 그렇기에 메리는 겁 없이 최전방으로 향했다. 메리뿐만 아니라 자원한 의사들은 여럿 있었다. 그들은 이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하리라는 것을 굳게 믿고 있던 선량한 의료진이었다. 심지어 어떠한 소수는 이것은 전쟁이라는 커다란 재앙이 아닌, 작은 소동이라고 가볍게 치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것이 차원 전쟁이라고 공식적인 이름이 붙여진 것은, 차원 전쟁이 끝난 이후의 일이었으니 이러한 그들의 생각이 안일하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더. 이들을 선봉 하는 지휘관 격 인물은 우수하고 젊은 나이의 메리였다.
이때부터 선하기만 했던 의지가, 아니 그렇게 보였던 사명이라는 것은 서서히 메리의 깊은 곳에서 뒤틀려가기 시작했다.
- 1편. Birth
(탄생, 시작)
[작가의 말]
3편 + 특별편 1편으로 완결지을 예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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