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 계집 어디갔어!”
목숨을 걸고 그 거대한 괴물과 싸우고 온 그가 한 포장마차 앞에서 쿠크리를 집어던지며 짜증을 내었다. 저에게 싸울 동기와 용기를 준 그녀가 자리에 없자 무언가 허탈한 감정과 불안한 감정이 그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때의 그는 왜 허탈함과 불안한 감정이 교차하는지 몰랐을 것이다.
“젠 장... 어디간거야..”
신경질적으로 포장마차 의자에 털썩 앉아서는 턱을 괴고 어묵을 바라보았다. 그저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일까. 아니면 무슨 일이라도 생긴건가.. 생각하며 상처가 난 입가에서 나온 피를 슥 문질러 닦고는 잠시 멍때리는 그였다.
“난 계속 여기 있겠다고 했잖아.”
“이기고 돌아오면 어묵 서비스로 줄게!”
얼마나 멍때렸을까. 문득 그녀의 말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다 맴돌았다. 이렇게 자리를 오래비울 사람이 아니라는게 이제서야 생각난 듯 그가 벌떡 일어섰다. 일어서며 앉아있던 포장마차 의자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넘어졌다. 그제서야 무언가 불안감이 그를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는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고는 자신의 쿠크리를 집어든다.
“어머, 나타. 설마 그 귀여운 여성분을 기다리는거에요? 이름이 소영씨.. 였던가-?”
기척도 없이 어느새 다가온 한 여자가 그에게 넌지시 묻는다. 그리고는 살풋- 웃고는 그가 일어나며 넘어진 의자를 제자리에 놓고는 앉아서 그를 쳐다본다.
“그 아가씨... 돌아와도 그리 좋지만은 않을텐데.. 오히려 다행이려나요-?”
“뭐야 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가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일부러 도발하듯 표정에서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채 그녀가 물었다. 그리고 그 도발에 넘어간듯 그가 쿠르리를 다시 잡고 그녀에게 가져다대며 무슨소리냐고 소리쳤다.
“소영씨.. 작전구역에서 차원종과 함께 있는 걸 봤어요. 저는 감시에 충실한 제 감시관님 덕에 구하지 못했는데.... 부탁해요. 나타.”
화내는 그에게 조용히 속삭이듯 읊조리고는 일어나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는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감시관에게로 가버렸다. 그리고 한동안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그는 멍하니 서있었다. 속으로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차원종과... 그녀가.. 대체 왜? 그걸 왜 저 여자가 알려주는건지, 저 여자는 그 감시관과 한패가 아니였던가.. 하는 생각들이 한데 섞여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젠 장!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생각에 짜증이 난 그는 저의 머리를 한 번 헝클이고는 씩씩거리며 바로 감시관에게 갔다.
그녀는 씩씩거리는 나타를 바라보며 놀랐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살풋 웃었다.
방금 전─ 자신에게 ‘소영’에 대해서 말을 한 여자와 매우 흡사한 웃음이었다. 정확하게는 그 하피라는 여자가 나중이고, ‘감시관’이 먼저라는 것이 옳은 순서일 테지만 말이다.
“여우 계집! 어딨어!!!”
버럭 화를 내는 나타를 향해 감시관은 그것을 왜 자신에게 묻냐는 듯 웃으며 사근사근하게 물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상냥한 말투에 더더욱 화가 날 지경이지만 말이다.
“왜, 민간인을 저에게 찾는 건가요?”
“여우 계집을 어디에다가 빼돌렸냐고!!!”
“어머, 저는 그냥…… 소영 씨가 나타 씨의 위치를 물어보길래 ‘알려줬을’ 뿐인 걸요?”
마치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었다고 말하는 듯, 너무나도 뻔뻔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나타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었다. 당장이라도 저 뻔뻔한 여자의 면상을 쿠크리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제가 먼저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죽을 것이다. 저 망할 여자에게는 ‘리모컨’이 있었으니까.
부자유, 그 사실이 왜 이리도 원망스럽게 느껴질까, 나타는 신경질적으로 제 목에 걸린 ‘개목걸이’를 뜯어내려 했다. 그런 나타를 보며 감시관은 나른하게 웃으며 나타에게 말했다.
“더이상 흔들었다간 강제로 벗으려는 걸로 인식하고 터질 텐데요?”
“크윽! 젠 장할!!!”
나타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내지르자 감시관은 그것이 즐겁다는 듯 깔깔 거렸다.그 때, 그 여자─ ‘하피’가 감시관에게 다가왔다.
“감시관 님.”
“어머, 하피. 제가 명령했던 것은, 알아왔나요?”
홍시영의 물음에 하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소영 씨…… 그러니까, 나타 씨의 표현으로는 그 여우 계집. 반차원종화가 된 것 같더군요.”
“뭐……?!”
나타가 하피의 멱살을 잡으며 하피에게 되물었고, 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홍시영이 리모컨을 누르려 했다. 하지만, 하피는 개의치 않고서 나타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반차원종이 돼서도, 나타 씨를 찾던데요?”
일말의 위상력조차 없는 인간이 반차원종화됐다. 게다가 그 악질적인 ‘애쉬’와 ‘더스트’가 장난을 쳐놨는지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거의 날라간 상태다.
일단은 보고가 먼저였기에 완전히 사살을 하지는 않았으나 약 3분간 교전을 벌였는데. 이성을 잃어버린 ‘반차원종’이 아니라 ‘차원종’에 가깝던 소영은 끊임없이 ‘나타’와 ‘어묵’이란 단어를 내뱉었다.
“어묵…… 이었던가요?”
나긋하게 말하는 하피를 보자 나타는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 하고, 쿠크리를 빼내려 들었다.
“더 이상 하피를 건들인다면, 리모컨. 작동할 거에요.”
홍시영의 협박에 나타는 쿠크리의 손잡이를 무심코 떨어뜨렸다.
나는, 이 순간에조차 자유롭지 못 하다.
나타가 이를 악물었고, 홍시영은 그것이 퍽 유쾌하다는 듯 깔깔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깔깔 웃고 나서야 홍시영은 웃음을 멈추고서는 나타에게 말했다.
“나타. 그 ‘반차원종’을 토벌하도록 하세요.”
“…….”
나타의 침묵에 홍시영은 본래의 유능한 감찰관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나타를 협박했다.
“명령 불복종으로 죽고 싶진 않잖아요?”
죽고 싶지 않았다. 나타는, 강렬히 살고 싶었다. 키텐을 사냥하면서 나타는 깨달았다. 자신은 ‘자살’은 결코 하지 못 할 것이라고─ 진흙탕을 구르더라도 살아남고자 발버둥칠 것이라고.
하지만……. 숨이 턱 막혀왔다.
“조금 시간을 드리도록 하죠. 하지만…… 1시간 이내에 출동하지 않으면, 불복종으로 ‘꾸욱’해 버릴 거라고요?”
홍시영은 웃으며 말했다. 그것은 마치 악마의 웃음과 같았다.
그는 결국 하피에게 ‘소영’의 위치를 들었다. 이 사실은 곧 ‘소영’을 토벌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레비아가 나타에게 함께 가겠노라 했지만, 나타는 이를 거부했다. 그녀가 죽어야 한다면, 적어도─ 그래,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해주고 싶었다. 하피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는 나타의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세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듯한 ‘가증스러운’ 목소리였다. 만일 네가, 네가! 감시관의 명령 대신 소영의 목숨을 우선시했다면 소영은 반차원종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미안해요.’
하피는 결국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진짜로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 ‘소영’이었고, 그녀는 하피의 사과를 앞으로 영영 받을 수 없겠지. 그 사실이 그저…… 절망스러울 따름이었다. 절망은 빠르게 그를 집어삼켰다.
“나타!”
소영이 있었다면, 키텐을 쳐죽이러 가기 전처럼 이 ‘절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더 이상 소영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던 소영’은 죽어버렸고, 이제는 소영을 죽여야만 했다. 그 사실이 왜 이리도 괴롭게 느껴지는 걸까. 여태껏 수많은 인간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죽여왔을 텐데 왜 이리도 죄책감이 드는 걸까. 나타는 알지 못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움직였다. 온 몸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지만, 움직였다. 결국 하피가 알려준 곳에 다다랐고, 그 곳에는 ‘소영’이 있었다.
그래, ‘그가 모르는 소영’이 말이다.
“여우 계집.”
나지막히 자신을 부르는 나타는 여태껏 나타와는 조금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영은, 나타를 색채 없는 눈으로 바라봤다.
“나타……?”
소영은,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묵…… 미안해……. 나타.”
도대체 무엇이 미안하다는 걸까. 이 모든 일은 네 잘못이 아닌 자신과 ‘망할 감시관’의 잘못일 텐데. 너는 그저 망할 유니온과 벌처스, 그리고 차원종 간의 싸움에 휩쓸린 ‘민간인’일 뿐인데.
‘민간인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정답이었어.’
답지 않게 민간인과 어울려서 일어난 일이었다. 답지 않게…… 민간인과 마음을 나눠서 생긴 불상사였다. 나타는 쿠크리를 꽉 붙잡았다. 하지만, 싸울 의지조차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소영을 바라보자 손에 힘이 저절로 풀렸다.
‘나는…….’
죽이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타가 타인을 죽이고 싶지 않다 여긴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살 명령을 받았다. 그러니, 만일 자신이 살려면 ‘소영’은 죽여야 했다.
‘죽여!’
당장, 죽여. 언제부터 타인의 목숨이 자신에게 그리도 귀했던가. 타인과 자신의 목숨을 저울 위에 올렸을 때 저울은 언제나 자신의 목숨에 기울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 누가 자신의 목숨보다 타인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겠는가. 만일 그런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은 ‘고결한 인간’일 테고, 자신은 평생 그런 ‘고결한 인간’은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흐르는 눈물을 자각조차 하지 못 하고, 나타는 멍하니 소영을 바라봤다. 소영은 우물거리며 말했다.
“죽……여. 날……. 나타……, 살아줘.”
이성이 없는 괴물(소영)이 말했다.
“……!!!”
나타의 목에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끓어올랐다. 죽이라니, 나보고 살라니. 너는…… 소영의 저울은 자신의 목숨보다 나타의 목숨에 무게를더했다.
“미안해.”
적어도 보내준다면, 고통 없이 보내주고 싶다. 나타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손에 억지로 힘을 주고선 소영의 목에 가져다댔다. 나타의 쿠크리가 소영의 목과 몸을 분리시켰고, 분리되는 순간─ 소영은 찾아오는 죽음에 저항하는 것보다는 웃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타는 울부짖었다.
“끄아아아아아!!!!”
네가, 왜. 도대체 왜 네가 죽어야만 했는가. 나타는 흩날리는 소영의 육체를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주먹을 쥐었다. 하지만, 재가 되어 사라지는 육체를 나타가 붙잡을 수는 없었다.
“아, 안 돼.”
사라져가는 먼지와 재를 나타는 붙잡았지만, 순식간에 사라졌다. 절망스러웠다. 왜, 나는…… 너는 도대체 왜!!!
“복수하고 싶어?”
나타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쿠크리를 휘둘었다. 하지만, 그림자에 가까운 형태의 ‘쌍둥이 남매’의 형상은 일렁거릴 뿐, 멀쩡했다.
“나는…….”
복수할 수 없다. 개의 목줄은 그 망할 감시관이 쥐어잡고 있었기에, 그는 반항할 수 없었다.
“꺄하핫! 네 목줄을 언제까지 붙잡게 내버려둘 거야? 복수하고 싶잖아!”
“우리의 힘을 받아라, 인간. 받아서─ 복수하도록 해라. 네게 그럴 ‘힘’을 주도록 하마.”
쌍둥이 남매의 속삭임에 나타의 눈이 탁해졌다. 그들의 속삭임은 악마의 것이었다. 만일…… 악마가 존재한다면, 그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이 악마라면 어떤가. 그들이…… 나타의 영혼을, 나타의 모든 것을 추악한 흙구렁에 처박히게 만든다 하더라도 그들이 ‘복수’할 힘만 준다면…… 나타는 기꺼이 영혼을 빼앗기고, 흙구렁에 처박힐 것이다. 그것을 설령 소영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 망할 힘을 줘!!!”
복수, 복수, 복수!!!
나타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열렬히 불타는 ‘복수의 의지’ 뿐이었다. ‘돌아가겠다’라는 강한 의지를 품었던 소영과는 다른, 애쉬와 더스크가 원하던 더럽고 혼탁한, 하지만 강렬한 인간의 의지였다. 애쉬와 더스트는 웃으며 나타에게 속삭였다.
“좋은, 선택이야. 리벤져(복수자)”
숨 쉬기가 괴롭다. 분명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았는데, 기억이 흐릿하다. 그의 기억을 가득 채운 것은 살육과 광란의 기억 뿐. 그리고, 남은 것은 ‘복수자’의 이름 뿐이었다. 인간은 그를 ‘리벤져’라며 두려워했다. 그가 나타날 때에 공포에 떨었고, 무서워했다. 수많은 인간들이 그의 칼날에 죽어나갔다. 똑같은 차원종조차도 그의 무자비한 칼날 앞에서는 인간과 똑같은 운명이었다.
‘나타─’
갑작스럽게 들리는 목소리에,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리벤져의 혼탁한 파란 눈이 흔들렸다.
자신은 나타가 아니라, 리벤져. 복수하는 자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누구에게 복수를 하는 것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흐릿해졌지만, 복수를 하겠다는 강력한 염원만큼은 그가 죽을 때까지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누구의 복수를…… 하려했던 거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주인의 의지대로, 그들의 인형이 되어 끊임없이 타인을 죽일 뿐이었다.
그의 생명의 불꽃이 완전히 사그라들 때까지─
어찌 저찌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다행이네요 .. 때려칠뻔 했는데 금손 유리님 서포트로 인해 .. 끝을 봤네요 .. 정말 감사합니다 ... 비록 나타를 굴리자는 목표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었었지만요 .. ㅋㅋ
유리님께서 쓰신다면 소영시점 번외편이 후속작으로 올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 저는 수능 이후에 괜찮은 소재가 있다면 그걸로 새로 준비해 올리지 않을까 싶네요 . ㅎ
소재 제공해주시고 업로드 허락해주신 샌집사님 , 나타 테포 스토리 인용하라고 조언주신 이나타님 감사합니다 .
마지막으로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anks to 유리아에덴 , 샌집사 , 이나타 and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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