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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거짓된 평화 - 3. 함께 (3)

작성자
Dadami
캐릭터
티나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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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6.21
  • view2300

  *스포 주의!*


  이 소설은 원작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아직 게임 스토리를 만나지 못한 분(검열이 이걸ㅠㅠ)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혹시라도 아직 클로저스의 스토리 ─ G타워 옥상 이후 ─ 를 아직 만나지 못한 분들은 스포일러가 싫을 경우 뒤로 가기를 눌러주세요!




  ─────




  [마치 호위기사들에게 보호를 받는 공주님 같네.]

  "네, 넷?"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요?]

  [어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농담이 나오나요?]

  "진정해, 둘 다."


  데미플레인 내부에 들어온 검은양은 유리를 중심으로 다른 네 명이 소녀를 감싸듯 자리잡고 있었다. 유리의 전위에는 제이가, 후위에는 세하, 그리고 양 옆으로 미스틸테인과 슬비가 있었다. 이 포지션은 유정의 작전에 의해서 만든 것이었다. 쿠로에게 힘을 받아 아스타로트와 싸워야하는 유리가 최대한 힘을 쓰지 않도록 검은양들이 주변 차원종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상황을 보고 있는 유정과 달리, 쿠로는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는 듯 농담을 하고 있었다.


  [이제 곧 하이브 마인드에 도착할 거에요. 그리고, 그 앞에는 안드라스가 있겠죠.]

  [유리는 다른 팀원들이 안드라스의 시선을 끄는 동안 재빨리 지나가서 아스타로트 앞에 도달해야 돼. 걱정 마, 너의 팀원이 강한 건 너도 알 테니까. 그러니, 유리가 이제 해야 될 일을 하면 돼!]

  "네, 오빠!"


  유정의 말을 이어 용기를 북돋아주는 쿠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소녀는 양손을 꼭 쥐어 몸에 힘을 넣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데미플레인의 수문장, 안드라스가 등장했다.


  "거기까지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있는 한 절대 지나갈 수 없다!"

  "미안하지만 지나가야겠어. 우리도 물러설 수 없거든."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그 말과 동시에, 안드라스가 거대한 닻을 들어 내리쳤다. 그것을 가볍게 피한 제이는 고개를 살짝 돌려 유리를 향해 외쳤다.


  "지금이야! 지나가!"

  "네!"

  "그렇게 둘 것 같으냐!"


  안드라스는 고개를 돌리며 닻을 들어올리려 했으나, 세하의 검과 미스틸테인의 창에 막혀 들 수 없었다. 더군다나, 슬비의 충격파로 인해 잠시 움직일 수 없었던 안드라스가 멈춘 사이, 유리는 그대로 경계를 지나가 아스타로트의 앞에 도달했다.


  "어리석기는, 몇 번이나 기회를 줬는데도 짐의 권유를 거절하다니……."

  "절대 안 그럴 거야! 이번에야말로, 널 쓰러뜨리겠어!"

  "짐을 쓰러뜨리겠다고?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번에야말로, 짐이 직접 처형을 집행해주마!"


  아스타로트는 3마리의 뱀을 소환한 뒤 소녀에게 날렸다. 재빨리 옆으로 피한 소녀는 잠시 앞으로 달려가다 그대로 달려간 만큼 뒤로 뛰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소녀가 있었던 지면이 검게 변하며 폭발했다. 만약 저것을 그대로 맞았더라면 분명 치명상이었을 것이다.


  "호오, 어떻게 안 건지는 모르겠지만, 눈치가 빠르구나."

  [잘했어, 유리야. 하지만, 진짜 위험은 이제 슬슬 시작이야!]


  아스타로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온 쿠로의 목소리가 소녀의 몸에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소녀가 방금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이전 아스타로트와 싸운 적이 있는 쿠로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현재, 소녀는 쿠로와 함께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앞은 내게 맡겨. 반드시 기회는 오니까, 그것만 노리면 돼. 신호를 줄 때까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

  "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녀는 아스타로트를 향해 달렸다. 그러자, 변화 없는 표정으로 소녀를 보던 그가 자신의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때, 소녀의 시선은 아스타로트가 아닌 지면이었다. 소녀가 집중하는 것은, 아까 전에 봤던 지면 폭발이었다. 지면이 폭발하기 전, 그곳은 힘에 의해 잠시 검게 변한다. 그 타이밍만 맞춰 피한다면, 폭발에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스타로트가 그렇게 쉽게 볼 리 없었다. 다시금 뱀을 소환한 그가, 소녀를 향해 날린 것이다.


  "어리석기는!"


  그때, 쿠로가 말했다.


  [좌, 머리, 배!]


  그것을 들은 소녀는 재빨리 오른쪽으로 몸을 틀어 뱀을 피했다. 그와 함께 검게 변한 지면을 본 소녀는 조금 더 뛰어 그 폭발을 피해내었다.


  '피했다!'


  이 작전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리가 생각해낸 것이다. 아스타로트의 공격에 대한 것을 들은 유리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을 떠올렸다. 그것을 단순히 신체능력으로 감당해낸 쿠로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어느 정도를 예측하고 피해냈을 뿐이었다. 그런 것을 유리 자신이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것을 쿠로에게 맡겨 다른 공격을 알고 피할 수 있도록 서로 정한 것이다. 이것은, 서로를 전적으로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할 수 있어!"


  [허리!]


  발이 바닥에 닿았을 때 들려온 목소리에, 바로 몸을 숙인 소녀는 다시금 검게 변한 지면을 눈치채고 그대로 몸을 왼쪽으로 돌려 아슬아슬하게 폭발을 피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아스타로트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바닥에 거대한 검기들이 소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지금이야!]

  "하앗!"


  기합과 함께 대각선으로 점프한 소녀는 거대한 검기를 피하고, 쿠로에게 받은 위상력을 자신의 검에 모아 미처 대응하지 못한 아스타로트의 허리의 반을 갈랐다. 당황한 그가 몸을 뒤로 빼며 자신의 허리를 부여잡는 것을 본 유리는 거친 호흡을 진정시켰다.


  "돼, 됐다! 상처를 입혔어!"

  "네, 네놈! 어찌 짐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게 된 것이냐! 인간의 힘으로는, 짐을 꺾을 수 없을 터인데……!"

  "자, 이제 널 때릴 수 있게 되었다구! 그러니까 각오해!"

  "그런가, 참모장! 그 가증스러운 놈이!


  괴로워하던 아스타로트를 보던 소녀는 다시금 자세를 잡았다. 그러자 그는 분노와 고통이 담긴 목소리로 포효했다.


  "네놈! 기어이, 기어이 짐을 쓰러뜨리겠다는 것이냐! 좋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거라!"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주변에 수많은 뱀이 그를 감싸기 시작했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뱀이 감싸고, 그 사이로 팔 하나가 나와 소녀를 향해 검을 내밀었다.


  "이 몸은 용이다! 군단의 정점에 선 존재이니라! 그 용의 힘을, 네놈에게! 그리고 모든 차원에 보여주겠노라!"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소녀를 향해 달려든 아스타로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섭고 강력한 힘으로 소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애써 피하고 막으며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걸 알게 된 소녀는 재빨리 뒤로 뛰었으나, 그가 그렇게 둘 리 없었다. 잠시라도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계속해서 밀어붙였다.


  "오, 오빠! 이대로는 못 버틸 것 같은데요!"

  [침착해! 지금 아스타로트의 공격이 너무 단순한 걸 보면, 아무래도 각성을 한 대신 이성을 잃게 되는 모양이야. 그러면 반드시 허점이 있어! 그걸 찾아내야 돼!]

  "그, 그렇게 말한들, 뱀이 너무 단단해서 공격할 수도 없어요!"

  [괜찮아. 유리라면 해낼 수 있어! 내가 떠올리지 못한 작전까지 생각해냈으니까!]


  유리의 작전은 상식적이지만은 않다. 전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안되거나, 위험이 동반하기도 하는 작전들뿐. 그것은 유정도, 그리고 자신도 알고 있는 거였다. 자신의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돕고 싶고 같이 싸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긴 그 모든 것들을, 그가 이해해주고 인정해주었다. 그렇기에, 위험하다 할 지라도 자신의 말을 듣고 최선을 다해주는 모습을 떠올리며, 유리는 다시금 아스타로트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의 눈에 한 가지가 들어왔다.


  '아스타로트의, 팔!'


  그가 공격을 할 때는 팔을 내민다. 그리고 그것은 수많은 뱀의 사이에 있다. 즉, 뱀으로 감싸 몸을 지키는 동안이라도, 그가 공격할 때는 그 팔 사이로 잠시나마 틈이 생긴다는 것. 소녀는 그것을 눈치챘다. 그와 동시에, 아스타로트의 팔이 다시금 소녀를 향해 크게 휘둘러졌다.


  "지금이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소녀가 남은 위상력을 모두 검에 넣어 틈을 향해 찔러넣었다. 미처 닫히지 못한 틈 사이로 들어온 검은 그대로 아스타로트의 몸을 꿰뚫고, 그대로 퍼져나간 위상력이 아스타로트의 심장까지 도달하여 망가뜨렸다. 그 순간, 그의 움직임이 멈추고 수많은 뱀에 둘러쌓였던 모습이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있던 그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쓰러진 채, 있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소녀의 발치를 보며,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 힘을 잃은 아스타로트의 주변에 나타난 뱀이 그를 먹어치운 뒤 그대로 사라졌다. 느껴지던 희미한 위상력마저 느껴지지 않게 되었을 때, 소녀는 그대로 힘을 잃고 주저앉았다.


  "하아, 하악!"


  거친 호흡을 애써 달래며, 조용히 자신의 손을 보던 유리는, 양손에 주먹을 꽉 쥐고 하늘 높이 들어올리며 외쳤다.


  "이겼다─!"


  모두의 환호가 들려왔다. 지금껏 졸여왔던 마음, 그리고 고생했던 모든 것들을 풀어버리려는 듯 기쁜 환호가 무전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유리야!"

  "서유리!"


  그리고 뒤에서 소녀를 부르는 슬비와 세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조금 흐트러진 모습으로 소녀를 향해 달려오는 팀원들이 보였다.


  "유리 누나! 괜찮아요?"

  "응, 괜찮아! 다치지 않았어!"

  "잘했어, 유리야. 수고했다."

  "네!"


  기분 좋은 목소리로 답하며, 유리는 모두와 함께 미소를 지었다.



  *          *          *



  아스타로트가 쓰러지고 데미플레인이 차원문 너머로 사라지면서, 차원문 역시 자연 소멸했다. 이로써, 강남은 평화를 되찾은 것이다. G타워로 돌아온 검은양은 작전 성공 보고와 동시에 모두의 격한 환영을 받았다. 여태껏 느껴** 못한 환대를 받으며 어색해 하면서도 기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자, 지금까지 고생했던 모든 요원들, 그리고 힘든 때에도 열심히 해준 사람들, 마지막으로 이번 작전을 성공으로 이끈 검은양 팀을 위해서, 건배!"

  [건배─!]


  데이비드의 제안으로, 이번 작전을 성공시킨 검은양과 지금까지 고생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해 파티를 열게 되었다. 평소에는 잘 모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같이 모여 지금껏 고생한 것에 대해 보상받겠다는 듯 놀기 시작했다.


  "키야─, 오랜만에 먹는 술은 기분 좋구만!"

  "야,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먹진 마라. 우리 일 아직 안 끝났어."

  "그래도 오늘만큼은 실컷 놀자고, 그런 거 잊고!"


  태클을 걸면서도 기쁜 듯 미소를 짓는 사람들, 그리고 마치 음식 빨리 먹기 대회를 하듯 허겁지겁 먹는 사람들. 그런 파티의 모습들을 보던 쿠로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음료수를 홀짝였다.


  "어라, 여기서 혼자 뭐해요?"

  "응?"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다가온 유리가 그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어라, 유리야. 지금쯤이면 바쁠 때 아니니?"

  "아, 아하하, 아무래도 조금 불편해서……."

  "아하."


  이번 일의 주인공이었던 검은양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여러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계속되는 대화에 지친 것이리라. 게다가 아무리 사교성 있고 털털한 유리라도 부끄러운 건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의 볼을 살짝 긁었다.


  "그나저나, 그런 거라면 오빠도 같이 축하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애초에 외부인이니까. 아직 의심을 받고 있는 지금의 처지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지."

  "으으, 너무하네. 오빠도 엄청 노력했는데……."


  정말 분하다는 듯 미간을 살짝 찡그린 유리를 보던 그는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그걸 본 소녀는 찡그린 미간을 풀고 미소를 지은 채 그의 눈을 바라봤다. 여전히 나른해보이는, 하지만 의지가 담겨 있는 올곧은 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오빠, 나는 더 강해지고 싶어요."


  고개를 돌려 소녀의 눈을 본 그는 조용히 그 말을 들었다.


  "모두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는 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혼자 할 수 없는 건 같이 하고, 그렇게 서로를 믿으며 함께 하는 걸, 저는 굉장히 좋아해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요. 지금은 비록 그정도로 강하지 않지만, 꼭 강해져서! 오빠보다도 강해져서 모두를 지키고 싶어요! 그게,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거에요!"


  그 말에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방황하던 소녀가 그 짧은 사이에 성장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것을 원했다. 물론, 아직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니, 언제나 누군가의 도움은 필요한 법이다. 혼자서는 강해질 수 없다. 몸은 강해질 지 몰라도, 마음은 강해질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믿을 수 있고, 그 사람을 위할 줄 알아야 된다. 그러면 타인을 위해 강해지는 법을 알게 되고, 그러기 위해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응. 유리는 더욱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짧은 시간이지만, 그 사이 지켜봐온 내가 보증할게. 이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정말 큰 차이가 날 정도로 강해져 있으니까."

  "히히, 네!"


  기분 좋은 미소로 대답하는 유리를 보며, 그는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들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전과는 달리, 소녀의 볼은 붉어져 있었지만 그의 눈을 보면서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아, 여기 있었군."

  "앗, 국장님?"


  데이비드의 등장에 쓰다듬던 손을 내려놓은 그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조금 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살짝 숙인 유리를 보던 그는 미소를 지으며 쿠로에게 말했다.


  "이런, 내가 방해를 한 건가?"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당황한 유리가 양손을 앞으로 내밀고 이리저리 휘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껏 보여줬던 미소를 지운 채, 데이비드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죠?"

  "음, 그럼 앞 부분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유리가 불안한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봤다.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데이비드는 무서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정 씨에게서 들었네. 자네, 우리한테 거짓말을 했더군?"

  "거짓말?"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유리가 쿠로를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런 답 없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


  "대답이 없다는 건 긍정으로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자네는 우리 곁에 있을 수 없네. 이만 돌아가주게."

  "알겠습니다."

  "쿠, 쿠로 오빠?"


  음료수를 한 모금 더 마신 그는 그대로 컵을 두고 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옷깃을 잡은 소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줘요. 오빠, 무슨 소리에요? 대답해주세요."

  "배웅은 하지 않겠네. 헬기를 준비해놨으니, 바로 출발하면 될 거야."

  "구, 국장님!"


  눈을 감은 데이비드를 보던 소녀는, 고개를 돌려 쿠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체념한 듯한 표정의 그는 조심스레 소녀의 손을 잡고, 옷깃에서 떨어뜨려놓았다.


  "미안해, 유리야. 잘 지내."

  "오빠! 쿠로 오빠!"


  뒤를 돌아보는 것도 하지 않고 천천히 사라지는 쿠로의 뒷모습을 소녀는 초점 없는 눈으로 쫓으며 팔을 뻗었지만, 결국 그 손은 닿지 못했다.



  *          *          *



  -Epilogue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이곳저곳이 무너져 폐허처럼 변했던 강남도 조금씩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러 자재를 옮기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이지만, 그 역시 이 도시를 다시금 원래의 모습으로 돌리고 싶기에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조금씩 복구가 되고 있는 건, 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평화롭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던 소녀는 잠시 눈을 감은 채 볼을 쓰다듬는 바람을 느꼈다. 따뜻하고 산뜻한 바람에 조금 들어가 있던 남은 힘도 모두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계속 있는다면 분명 기분 좋게 잠들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작전 남아 있을지도 모르기에 잠들지 않도록 기지개를 켰다.


  "유리야."

  "아, 언니!"


  소녀, 유리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유정이 손을 살짝 흔들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아, 이후 작전은 그다지 없을 것 같아서. 그걸 얘기해주러 왔어."

  "그래요? 꽤 바쁠 거라고 하더니, 많이 한가하네요!"

  "생각보다 차원종이 별로 없다고 하니 그렇지. 물론 좋은 거지만……."

  "히히, 그렇죠! 이렇게 평화로운 게 더 좋겠죠!"


  물론 그만큼 월급을 적게 받는다면 슬플 것 같다고 생각한 유리였다.


  "……유리야."

  "네?"


  평소와는 다른, 조금 슬픔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유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답했다.


  "정말 괜찮니? 쿠로 씨에 대해서……."

  "에이, 괜찮다니까요! 저 그렇게 걱정되요?"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 때문에 쿠로 씨가 여기 있을 수 없게 된 거니까."


  유정은 쿠로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뒤, 데이비드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에 대해 조금 더 조사를 한 그는 이후 작전 종료 뒤, 그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며 본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냈다. 그에 대해 단 한 마디의 불평 없이, 그는 눈앞에 있던 유리를 제외한 모두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대로 사라졌다.


  "정말 괜찮아요! 게다가……."


  유리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 볼을 살짝 붉히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것은 마치…….


  "유리야?"


  머지않아 정말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된, 사랑에 빠진 소녀와 같았다.


  "이제 곧, 만날 수 있으니까요!"


  소녀의 얼굴에는 정말 밝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유리야, 잘 지내고 있어? 그 이후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역시 걱정하고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편지를 남길게. 음, 사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물론 정보에 나와 있지 않은 것들은 굳이 말하지 않고 있고, 나 역시 꺼내고 싶지 않은 건 있는 거니까. 그래도, 너에게는 말해야 할 것 같았어. 그리고, 곧 내 주변을 감쌌던 일이 끝나면 아마 그 근처로 가게 될 것 같아. 그때 시간이 되면 만나러 갈게. 그때까지 건강하게 있기를.]




   ─────




  자, 이것으로 시즌 0가 끝났습니다! 실질적으로 이야기의 프롤로그를 맡는 부분이라고 보실 수 있지만……. 음, 그런 것치곤 참 기나긴 여정이었네요. 시즌 1이 그렇게 긴 이야기도 아닌 것 같지만요. 뭐, 시즌 1, 2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자면 각 챕터를 나눈 것과 비슷할 것 같네요.


  시즌 0와 여러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 다음 게시글에서 후기 겸 외전으로 올리게 될 예정입니다. 후기는 풀리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나 궁금하실 수 있는 부분을 알려드릴 예정이고, 외전의 경우에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부분이 없었기에, 제 머릿속에서 하나를 집어낼 예정입니다. 그렇기에 사심이……. 헤헷.


  여하튼, 지금까지 시즌 0을 봐주신 분들께 감사 드리며, 나중에 올라올 시즌 1에서도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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