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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세하유리] 死別 - 1年 後

작성자
SummerDia
캐릭터
파이
등급
태스크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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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ime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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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주의

 필자가 세하 굴리는 걸 좀 많이 좋아함.

※ 지인분의 리퀘스트 신청 : 사별, 세하유리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년이나 지났다는 걸 엊그제 달력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알아챘다. 별다른 일정 표시가 없는 달력에 유독 어느 날만 새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 날짜에만 유독 크게 그려져 있는 원이 눈에 안 뜰 리가 없었다.

 

 그제야 실감했다.

 

손을 들어 그 문제의 빨간 원 부분을 어루만졌다. 사인펜으로 급하게 휘갈겨 그린 것이 확실할 터인 둘레가 거친 원의 촉감은 겉보기와 다르게 그냥 평범한 종이 질감이었다. 그 질감이 본래의 달력 질감일 것이다.

 

 그 부분만 뭐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잠시라도 했는지 원...난 달력을 만지던 손을 떼었다. 어쨌든 그 원이 쳐진 날은 그렇게 표시만 있을 뿐, 별다른 메모도 쓰여 있지 않았다. 그래도 거의 백지나 다름없는 달력에 저렇게 크게 표시까지 했다는 건 아무 일도 없는 날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기억을 더듬다가 기어이 생각을 해버렸다. 무심코 힘이 빠져버려서 오른손에 들고 있던 컵을 깨뜨릴 뻔 했다. 겨우 최소한의 제정신을 찾아서 컵 하나를 깨버리는 참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저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날은 네가 죽은 날이다. 5월의 어느 맑은 날이었다. 그 맑은 날에 너는 죽었다.

 

 네가 죽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한다. 난 그대로 멈춰버린 거 같은데 말이다.




* * *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으려고 하는데 어디서 불쑥- 하얀 가운을 입은 손 하나가 그 사이를 못 참고 버튼을 가로챘다. 그래서 결국 내가 뽑으려고 했던 에너지 음료가 아닌 영 생뚱맞은 이온 음료 하나를 자판기는 토해냈다.

 

 조금 부루퉁한 표정으로 잠시 서있으니 하얀 가운의 주인공, 이온 음료를 쟁취한 사람이 말했다.

 

 “이세하 씨, 제가 에너지 음료는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닥터께서는 언제 오신 거죠?”

 “그 딱딱한 호칭은 그만 해주시죠? 클라라라고 부르겠다고 약속했잖아요.”

 “...”

 

 잔돈이 없었기에 자판기에서 음료를 다시 뽑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카드 단말기가 없는 자판기라니...유독 이 병원 건물은 시간이 끔찍하게 느리게 흘러가는 거 같았다.

 

 닥터 비건, 자신을 클라라라고 불러달라던 저 의사는 현재 내 상태를 보고 걱정한 주변의 권유를 받아서 들인 주치의였다. 심리학 비슷한 걸 전공했다고 했나? 쨌든 지금의 내 상태에는 참 걸맞은 주치의였기에 나도 별 다른 불평은 내지 않았다.

 

 다만 예상치 못했다고 한다면...

 

 “제가 밖에 나가서 보초 서있기를 잘했네요. 이세하 씨는 끔찍하게 주치의의 말을 안 듣는 환자니까요.”

 “계속 그렇게 서서 기다리신 거예요?”

 “그래요.  1시간 정도?”

 

 상담실 겸 그녀의 개인 연구실은 금연구역이다. 일주일에 한 번, 이곳으로 와 그녀와 상담을 나눈다. 내가 골초인 걸 지인들에게 들었는지 그녀는 이참에 담배도 끊어보라며 상담 때마다 수북하게 사탕 한 꾸러미를 내 앞에 내놓는다. 정 입이 심심하다면 밖에 나가서 담배 피지 말고 사탕이라도 먹으라면서 말이다.

 

 닥터는 손가락 하나하나를 펴내며 잔소리를 시작했다.

 

 “지금 이세하 씨의 상태에서 가장 최악인 게 뭔지 알려줄까요?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

 “...”

 “요즘 밤샘을 하면서 해야 할 일은 없다고 들었는데, 왜 에너지 음료를 먹으려고 하시죠?”

 “...”

 

 습관이죠, 라고 대꾸하면 잔소리가 더 이어질 거 같기에 이럴 때에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상담실에 들어온 지 몇 분이나 되었다고 입이 심심해졌다. 나는 내 앞에 있는 사탕을 하나 가져왔다. 포장지를 유심히 보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닥터, 하나만 제안해도 될까요?”

 “클라라.”

 “...클라라, 당신이 상담 때마다 내놓는 사탕의 종류를 바꿔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탕이 왜요?”

 

 끔찍하게 맛없는 홍삼 맛이라고요.

 

 

 

* * *

 

 

 

 -새로운 주치의는 어때?

 “끔찍해.”

 

 내 대꾸에 전화선 너머의 우정미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지금의 주치의를 소개시켜준 건 전적으로 우정미의 역할이 컸으니, 그녀는 이렇게 가끔씩 통화로 나와 주치의의 안부를 한꺼번에 묻는다. 내 푸념에 우정미가 말했다.

 

 -그래도 꽤 유명하신 분인데 어렵게 모신 거라고? 잘 알아들었지?

 “, .”

 -그래서 좋아지고 있는 건 같아?

 “아니.”

 

 좋아질 리가 있겠나. 나는...잊고 싶지 않다. 허나 주위에서는 잊으라고 강요한다. 그런 주변의 강요에 못 이겨서 그 주치의를 맞이한 것이다. 그마저도 안 하면 아마 지금 우리 집의 전화선은 불이 타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만큼 주변에서 걱정을 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런 마음만큼 날 그냥 내버려두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난 좀 더 생각하고 추억하고 싶을 뿐이다.

 

 “아직 1년밖에 안 지났잖아.”

 -1년이나 지났잖아, 그러니...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니까 정말 안 어울린다.”

 

 내 뾰족한 수에 우정미는 침묵했다. 그래, 1년밖에 안 지났다. 우리는 나이가 같았는데, 벌써 내가 네 나이를 앞서갔다.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1년이나...흘렀지.

 

 그런데 그만큼 흘렀다고 모든 걸 정리할 수 있을까? 난 감히 나에게 그런 어쭙잖은 위로를 던진 사람에게 묻고 싶었다. 그러나 꾹 참고 다른 말을 꺼냈다.

 

 “그리고 난 마음에 안 들어.”

 -뭐가?

 “그 주치의...클라라 비건, 이라는 사람 말이야.”

 

 또 주치의에 대한 핀잔인건가...우정미의 기분이 전화선 너머에서도 잘 느껴졌다. 그래, 핀잔이 맞았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데? 성격? 가치관? 아니면 처방전?

 “그거 전부 다. 그리고...”

 -그리고?

 “...”

 

 외모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금 현재 나의 주치의는 흑발에 푸른 벽안을 가진 사람이었다.

 

 네가 저절로 생각나게 만들만큼...너와 똑같은 색()이다.

 

 

 

* * *

 

 

 

 “안녕하세요, 이세하 씨. 오늘은 자판기를 거치지 않고 직접 오셨네요.”

 “안녕하세요, 닥터.”

 “클라라라고 불러달라고 했잖아요.”

 

 똑같이 생긴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 두 가지의 색이 너와 똑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이 친절하고 의욕이 넘치는 사람에게 저절로 벽을 쌓게 되었다. 그래서 저 주치의가 고집스럽게 내미는 이름을 불러달라는 요청도 끈덕지게 무시하고 있었다. 오늘 사탕꾸러미를 보니 예의 홍삼 맛은 사라져 있었다. 과일과 관련된 맛만 있는 것으로 보아 마트 같은 데에서 후르츠 사탕 같은 걸 산 모양이다. 내 시선이 사탕에 꽂혀 있는 걸 알았는지 닥터가 말했다.

 

 “저도 이세하 씨 요청에 따라 사탕을 바꾸었어요. 그래서일까요?! 오늘 이세하 씨는 저와의 첫 번째 약속을 잘 지켜주셨네요!”

 “...잔돈이 없었을 뿐이에요.”

 “에이, 그래도 이렇게 만족스러운 결과가 되었는걸요?”

 

 같이 기뻐하고 싶지 않다. 나는 손을 뻗어 가장 눈앞에 잡히는 사탕을 집었다. 포도 맛이다. 홍삼보다는 나은 맛이라 별말 않고 입안에서 굴리는데, 닥터가 물었다.

 

 “이세하 씨는 아직 잊고 싶지 않으신 거죠?”

 “...”

 “제 소견서에는 이세하 씨도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며 자의로 온 것으로 되어있는데, 지금 상담 받는 태도를 보면 영 아니거든요? 이세하 씨는 지금 주변의 시선 때문에 1주일에 한 번 만나고 싶지도 않는 저와 만나고 있는 거죠?”

 “.”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아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하니 오히려 닥터는 속 시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같았어요.”

 “...”

 “왜 주변에서 유독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가장 중요한 건 이세하 씨의 의지 그 자체일 텐데요. 그 의지가 이렇게 제로(0)에 가깝다면 굳이 이렇게 저에게로 보낼 이유도 없을 텐데요.”

 “자신들이 편해지고 싶은 게 아닐까요?”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속내였다. 아내가 죽던 날,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애초에 한국에 없었다. 허나 나를 뺀 주위 사람들은 한국에 있었고, 심지어 아내가 죽던 날 옆에 같이 있던 자들도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 충분한 비난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그건 유리가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버리고서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내가 시한폭탄과도 같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언제 내가 날이 도로 서버려서, 언제든지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들이 편해지기 위해, 나를 이 주치의에게 보낸 것이겠지. 자기들만 아는 사람이다.

 

 “이기적이네요, 그 분들은.”

 “아니요, 그게 보통의 반응이에요. 나는 그들에게 화가 나지 않아요. 나를 건드릴 때는 빼고.”

 

 약간 말이 맞지 않았는지 닥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그들이 내게 가지고 있는 감정, 죄책감이라고 하죠? 그걸 가지고 있는 건 당연해요. 그 사고가 터졌을 때, 난 그 자리에 바로 올 수 없었으니까요. 아니, 연락이 왔다고 해도 금방이라도 받았을까요? 아내가 죽은 날, 그 자리에 없었던 건 나뿐이에요. 그래서 난 화가 나 있어요.”

 

 내 자신에게. 그 자리에 없었고, 그렇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무력했던 내 자신에게. 구하러 갈 수 없었던 나에게.

 

 닥터는 잠시 말이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운을 천천히 떼었다.

 

 “그럼 주변에서 이세하 씨를 저에게 보낸 이유는...”

 “아마 앞에서 말했던 이유보단 지금 제가 말한 이유가 더 클 거예요. 말도 마요. 어떤 날은 너무 화를 걷잡을 수 없이 참기 어려워서, 막 부수고 다녔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그 때부터였을 거예요. 나를...시한폭탄처럼 생각한 거요.”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입이 또 심심하다. 나는 닥터를 보며 하나 부탁했다.

 

 “담배 피워도 될까요?”

 

 평소라면 금연구역이라며 난리를 피웠을 닥터가 고개를 선뜻 끄덕였다. 나는 품속에서 능숙하게 담배를 꺼냈다. 닥터는 내가 불을 붙이는 것까지 빤히 쳐다보았다.

 

 “미안해요. 지금도 약간...걷잡을 수 없네요.”

 “괜찮아요. 오히려 지난 몇 주의 시간보다 지금 이 시간이 제가 이세하 씨에 대해 더 많은 걸 알 수 있는 시간인 거 같으니까요.”

 

 그녀의 반응에 나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동정심? 아니, 그건 아니다. 그럼 주변인들이 느끼는 두려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무언가.

 

 뭐지, 뭐라고 설명할 수가 없다. 그만큼 복잡한 무언가다. 그 차분한 분위기에 휩쓸렸는지 모른다. 나는 대뜸 마음속에서 계속 품고 있던 걸 닥터에게 내뱉었다.

 

 “전 당신을 볼 때마다 불편했던 거 알아요?”

 “?”

 “죽은 제 아내도 흑발에 벽안이었어요.”

 

 닥터는 아, 라는 작은 탄식만 내뱉었다.

 

 “운명의 장난이에요, 무슨? , 둘이 외모가 닮았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닥터, 당신을 볼 때마다 아내가 생각나서 미치겠다고요. 이제 그만 잊어**다며 나에게 강요하는 사람이,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방어 장치 역할을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

 “이 미칠 듯 한 심정, 이해 가세요?”

 

 울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 그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 담뱃불이 꺼지자, 닥터가 내게 말했다.

 

 “...이세하 씨, 한 가지 간과하신 사실이 있어요.”

 “...?”

 “내 외모, 이렇게 정해진 거 다 이세하 씨 때문이라고요?”

 

 뭐? 잠깐 상상치도 못한 말이 나와서 저절로 되물었다. 그러자 클라라 비건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세상에, 클라라 비건이라는 심리학 비슷한 전공을 가진 20대의 여의사가 있겠어요? 없죠, 당연히!”

 “...”

 

 뭐야, 뭔데, 그럼. 내 혼란한 눈빛을 읽었는지 닥터 비건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거에요. 이거 전부 다, 가짜에요. 이세하 씨가 만들어낸 환상이라고요.”

 

 환상? 닥터는 갑자기 걸어가더니 벽지 하나를 뜯었다. 뜯겨낸 벽지 안으로는 흔히 생각하는 콘크리트 벽이 아닌, 검정색의 물컹한 무언가가 삐져나왔다. 그 비현실감을 맛보자마자 나는 오히려 이게 내가 만들어낸 환상, 이라는 것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진정한 현실을 맛보자 내 입에서는 알 수 없는 비소(誹笑)가 흘러나왔다.

 

 “, , ...진짜...나 왜 이런 거야?”

 “왜요? 창피해요?”

 “그럼 아무것도...설명이 가지 않아요. 당신을 소개시켜주었다던 우정미의 그 반응은...!”

 “답은 하나죠. 당신 맞장구 쳐준 거죠.”

 

 도대체...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었어...? 난 머리를 쥐어뜯었다. 누군가에게 잔뜩 놀아난 기분이다. 이 기분을 분명 1년 전에도 느꼈던 거 같은데...

 

 “알고 있잖아요, 이세하 씨. 당신 아내...서유리 요원의 죽음에는 사실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거. 당신은 그걸 잘 알면서 왜 그렇게 고집을 피우는 거예요.”

 “...”

 “, 본인 입으로 말했죠? 이렇게 까닭이라도 없으면 아내 분을 추억할 명목이 사라지는 것이니.”

 “네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말해!?”

 

 갑작스러운 감정 격앙에 쇳소리가 섞여 나가버렸다. 내 이런 반응에도 닥터의 태도는 한결같았다.

 

 “잘 알죠. 난 당신이 만들어낸 환상. 보편적인 의사 이미지에 당신이 가장 사랑하던 사람의 모습을 투영해서 만들어진 건데.”

 “그럼...”

 “당신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라고 했던 거...전부 당신의 100% 개인 의사였어요.”

 

 허탈해서 웃음이 또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도대체 나를 얼마나 농락할 셈이야, ...이 망할...

 

 “...망할...”

 “본인 입에서 본인 욕을 하니 좀 이상하네요.”

 

 하지만 이해는 갑니다. 아까도 말했죠. 아직도 용서하지 못할 사람이 있다고.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건 이세하, 본인 이야기.

 

 가장 궁금한 건 이거였다.

 

 “...내가 원하는 게 뭐였을까요?”

 

 나는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시 한 번 아내 분을 보고 싶은...그런 거 같진 않고 이거 아닌가요?”

 

 닥터는 내 턱을 붙잡고, 자신과 나의 시선이 맞닿게 했다. 그 눈동자는 분명 유리의 것이었다.

 

 “작별 인사.”

 “...”

 “마지막 작별 인사를 아직 안 해주셨잖아요?”

 “...”

 

 그렇다, 아직 해주지 않았다. 하게 된다면, 그걸로 끝이라는 생각에. 그래서 미루고 미루었지만...정말로 하고 싶었다.

 

 “마지막...에 잘 가라고 인사하지 못 했어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내가 그 자리에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그래서, 그래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울분에 북받치는 나를, 내가 안아주면서 한 말이었다. 늦지 않았다는 그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 뒷말은 더더욱 힘이 되었다.

 

 “-기다릴게.”

 

 그 부분의 목소리는 분명...아니, 확실했다.

 

 

 

* * *

 

 

 

 긴 꿈에서 깨어난 기분이다. 악몽까지는 아니어도 꽤나 번잡한 꿈에서 눈을 뜬 기분.

 

 나는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우정미에게 사과의 전화를 했다. 아침 일찍 받은 갑작스러운 전화에 우정미는 한참을 듣다가 종국에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는 전화를 마치고 뜨거운 물을 부어 코코아를 만들어 마셨다. 코코아를 든 채, 거실 한 켠에 붙어 있는 달력이 눈에 띄었다.

 

 별다른 일정 표시가 없는 달력에 유독 어느 날만 새빨간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그 날짜에만 유독 크게 그려져 있는 원이 눈에 안 뜰 리가 없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1년이나 지났다는 걸 엊그제 달력을 보고 나서야 겨우 알아챘다.

 

 그제야 실감했다.

  

 저 동그라미가 쳐져 있는 날은 네가 죽은 날이다. 5월의 어느 맑은 날이었다. 그 맑은 날에 너는 죽었다.

 

 네가 죽은 지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한다. 난 그대로 멈춰버린 거 같은데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멈춰있는 시계 바늘을 조금은...아주 조금은 움직여보려고 한다.

 

 “조만간 찾아갈게.”

 

 마지막 인사하러. 너는 분명 웃으면서 그 인사를 받아주겠지.






※ 피드백 및 후기는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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